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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로 읽다, #1 - 젊은 날에는 젊음을 모른다

#1 - 젊은 날에는 젊음을 모른다

안녕하세요.

수다로 읽다의 진행자입니다. 어, 오늘은 수다로 읽다의 첫 시간인데요.

우선 만나서 반갑습니다. 첫 시간이니만큼 방송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이 방송은 소설가 김영하 씨의 팟캐스트를 듣고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김영하 씨는 예전부터 낭독에 대한 애정을 많이 보여줬어요. 글을 모두가 알지 못 했던 과거에는 일상적인 풍경이었던 책을 함께 읽는 낭독이라는 문화가, 요새는 흔치 않게 되버린 걸 안타까워 하면서 자신의 신간 소설을 낭독회와 함께 발표하기도 하구요. 그런 식으로 낭독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그런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근데 최근에는 팟캐스트를 통해서 책을 읽어주고 계시더라구요. (‘계시더라고요'가 맞는 표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구요'를 씁니다.) 그래서 저도 참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을 해서 따라하게 됐습니다. 저는 책 뿐만 아니라 칼럼이나 기사 등 잡다한 글을 읽고 잠깐 얘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 글을 읽어주고 그걸 듣는다는 건 참 호사스런 취미인 것 같아요. 우선은 인건비가 들어가잖아요. 참 멋있죠? 기품 있고. 하, 저만 그런가요. 전에 <책 읽어주는 여자 - 더 리더 The Reader> 라는 그런 영화도 개봉을 했었는데 외국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있기도 하는가 보죠. 사실 우리는 어렸을 때 이런 호사를 누린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시잖아요. 뭐, 연기도 하시구요. 그런 식으로 누려왔지만 이제는 쉽지가 않죠. 이제는 그렇게 할려면 벼룩시장(생활정보신문)에 광고를 내면 할 수 있을까요. 돈도 들고 쉽지 않겠죠. 그래서 제 방송이 반의 반이나마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부담 없이 편하게 들어주세요. 오늘 읽어드릴 글은 젊은 날에는 젊음을 모른다는 글입니다. 한 번 들어보시죠. 젊은 날에는 젊음을 모른다

데모니, 공부니, 연애니, 여행이니 온갖 일을 했지만 정작 제대로 한 일은 하나도 없는 상태로 스무 살을 보내고 나니 방과 후 학교 건물 모퉁이를 돌아 소각장이 있는 뒤쪽 공터로 들어간 것처럼 갑자기 한없이 조용하기만 한 스물한 살 시절이 찾아왔다. 스물한 살은 내게 아무런 기억도 남겨놓지 않았다. 왜냐하면 스물 한 살에 내가 했던 일들은 이미 스무 살에 한 번씩 다 겪어본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데모나 공부나 연애나 여행이나, 그 어떤 것이나. 그러고 나니 권태라는 게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도무지 환승역 같은 시간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루함을 견딜 수 없어 누군가 버리고 간 신문을 집어 들고 대충 훑어본다거나 평소에는 잘 들여다보지 않는 광고판의 글자를 하나하나 읽는다거나 신문 가판대에 서서 믿지 못할 헤드라인을 뽑아놓은 주간 신문의 표지를 바라보며 내용을 상상한다거나. 환승역에서 보내는 시간은 대개 그런 일들로 채워지는데, 내게는 스물한 살이 꼭 그랬다. 하루는 지루함을 도저히 견디기 힘들어 서울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개포동까지 걸어가겠다는 결심을 했다. 개포동은 내가 사는 동네 앞을 지나는 버스의 종점이었다. 자로 지도를 재보고 얼추 거리를 계산해보니 해가 지기 전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반나절은 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아침에 하숙집을 나서서 걸어갔다가는 그만 압구정동에서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힘들어서, 정말 힘들어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하루를 보내는 일이 그처럼 힘들다는 걸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그 무렵 만난 소설 속의 주인공 중의 하나가 바로 구보 씨다. 우리나라에는 1930년대 작가로만 알려져 있는 박태원의 중편 소설<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구보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 유학까지 다녀온 청년이건만 번듯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밤이면 원고를 쓴다는 핑계로 늦게 잠들어 아침 열한 시나 정오가 되어야만 자리에서 일어난다. 요즘에도 이런 청년이 많은데, 구보 씨는 그런 청년들의 원조 격이다. 말하자면 식민지 조선의 ‘폐인‘(요즘 말로)이라고나 할까. 이 소설은 소설가 구보 씨가 정오 가까운 시간에 일어나 다음날 새벽 두 시까지 서울 안을 헤매고 다닌 얘기를 담고 있다. 시시각각 구보 씨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념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리얼리즘 소설이 흔하던 당시의 시각에서 보자면 흔치 않은 소설이랄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읽어도 너무나 세련된 내성 소설처럼 느껴진다. 예컨데 이런 식이다. “어머니는 다시 바느질을 하며, 대체, 그 애는, 매일, 어딜, 그렇게, 가는, 겐가, 하고 그런 것을 생각하여 본다“는 식이다. 어머니의 탐탁치 못한 심정과 자기도 모르게 내쉬었을 법한 한숨이 이 많은 쉼표 속에 숨어 있다. 구보 씨가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내야만 하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혹자는 일제시대라는 것을, 또 혹자는 대공황에 영향 받은 당시의 경제 사정을 얘기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해방이 됐다고 해도, 또 경제가 호황을 누린다고 해도 구보 씨가 행복해질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구보 씨가 너무 권태롭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두 번째로 들어간 다방에서 만난, 신문사에 다니는 시인은 구보 씨에게 최근 그가 발표하는 작품이 나이, 분수보다 엄청나게 늙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구보 씨는 이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다. 그러자 벗은 구보 씨가 실제로 늙지는 않았으면서 늙음을 가장한다고 고쳐 말한다. 구보 씨는 뭐라고 항변하지도 못하다가 결국 이 대화가 얼마나 권태로운지 깨닫게 된다. 구보 씨는 자신이 젊은이인지 늙은이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얼마나 젊은지 모를 때, 젊은이는 대개 권태를 느낀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도 있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그걸 아는 사람이 오히려 더 이상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너무 건강하지 않은가? 지금도 서울 거리에서는 또 다른 구보 씨들이 배회하고 있을 것이다. 하루를 보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들은 알 것이다. 어차피 권태를 피할 길이 없다면 그 권태를 맘껏 누리는 일도 권할 만하다. 젊은 날에는 젊음을 모르고 사는 게 가장 자연스러우니까. 물 론 조금만 있으면 그 때 자신이 얼마나 젊었었는지 곧 깨닫게 될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출처: 김연수(소설가) / 고전에서 만난 사람12 / 샘터 2003.12. 네 잘 들으셨는지요.

이 글은 2003년에 샘터에 실린 <고전에서 만난 사람> 꼭지의 글입니다. 어떠신가요. 음, 이 글은 소설가 김연수 씨가 쓴 글인데요. 본문에 나온 노래는 이상은 씨의 <언젠가는> 입니다. 그 뒤 가사는 이건데요.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하면 사랑이 보이지 않네. 네, 공감이 되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 하실 거라고 생각 하는데요. 그래서 인간은 후회하는 동물이죠. 어리석구요. 어, 요새 종종 접하는 글 중에 하나가 계몽적인 글입니다.

요새 서점에 가득한 게, 가득한 그, 자기계발서라고 하죠. 이런 것들이 그런 대표적인 글들인데. 뭐, 꿈을 꾸면 이루어지고 또 어떤 건 간절히 바라면 하늘이 도와준다. 뭐, 이런, 황당한 책도 있더라구요. 이글은 그런 그런 계몽적인 글의 반대편에 있는 글입니다. 권태로우면 권태를 마음껏 누리라는 이런 불순한 글인데요. 옛날(군사독재 시절)이라면 잡혀갔을 지도 모르는 불건전한 글이죠. 하지만 저는 이런 게 더 좋아요. 뭐 어쩌겠습니까. 본인이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고 본인이 마음이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럴 때는 괜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보다 젊은 날에는 젊음을 모르는 게, 원래 그렇더라고 하는 게 더 힘을 줄 때도 있는 법이니까요. 또 권태롭게 좀 살면 어떻습니까. 하하. 어, 오늘 방송은 방금 나온 <언젠가는>이라는 노래 가사를, 전체를 읽어드리면서 끝맺으려고 합니다. 아마 많이들 들어보셨을 텐데요 혹시 모르시는 분이 있다면 한 번 찾아서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 노래 참 좋습니다. 그러 면 이 가사를, 전문을 읽어드리면서 오늘 방송은 마치겠습니다. <언젠가는> – 이상은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 같은 시간의 강 위에 떠내려 가는 건 한 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젊은 날엔 젊음을 잊었고 사랑할 땐 사라이 흔해만 보였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1 - 젊은 날에는 젊음을 모른다

안녕하세요. Hello. Buongiorno.

수다로 읽다의 진행자입니다. It is the moderator of the chatter. È il moderatore della lettura. 어, 오늘은 수다로 읽다의 첫 시간인데요. Uh, today is my first time reading chatter.

우선 만나서 반갑습니다. First of all, nice to meet you. 첫 시간이니만큼 방송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As it is the first time, I will give a brief explanation of the broadcast first. 이 방송은 소설가 김영하 씨의 팟캐스트를 듣고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김영하 씨는 예전부터 낭독에 대한 애정을 많이 보여줬어요. This broadcast began by listening to the podcast of novelist Kim Young-ha, and Kim Young-ha showed a lot of love for reading aloud from the past. 글을 모두가 알지 못 했던 과거에는 일상적인 풍경이었던 책을 함께 읽는 낭독이라는 문화가, 요새는 흔치 않게 되버린 걸 안타까워 하면서 자신의 신간 소설을 낭독회와 함께 발표하기도 하구요. The culture of reading aloud, reading a book that used to be a daily landscape in the past when everyone didn't know what to write, was sorry for the fact that the fortress had become uncommon, and also published his new novel along with the recital. 그런 식으로 낭독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그런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In that way, I made a lot of efforts to expand the reading culture. 근데 최근에는 팟캐스트를 통해서 책을 읽어주고 계시더라구요. But lately, you've been reading books through podcasts. (‘계시더라고요’가 맞는 표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구요’를 씁니다.) ('Revelation is the right expression, but many people use'goyo'.) 그래서 저도 참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을 해서 따라하게 됐습니다. So I thought it was very attractive, so I followed it. 저는 책 뿐만 아니라 칼럼이나 기사 등 잡다한 글을 읽고 잠깐 얘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I will have time to read some articles such as columns and articles as well as books and talk about them for a while. 생각해 보면 누군가 글을 읽어주고 그걸 듣는다는 건 참 호사스런 취미인 것 같아요. When I think about it, I think it's a very luxurious hobby to read someone and listen to it. 우선은 인건비가 들어가잖아요. First of all, the labor cost goes in. 참 멋있죠? How cool is that? 기품 있고. It's elegant. 하, 저만 그런가요. Ha, is it just me? 전에 <책 읽어주는 여자 - 더 리더 The Reader> 라는 그런 영화도 개봉을 했었는데 외국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있기도 하는가 보죠. I've also released a movie like <The Reader Who Reads the Book-The Reader>, but I think it often happens in a foreign country. 사실 우리는 어렸을 때 이런 호사를 누린 적이 있습니다. In fact, we once had this luxury when we were young.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시잖아요. Your parents read books. 뭐, 연기도 하시구요. Well, you're acting. 그런 식으로 누려왔지만 이제는 쉽지가 않죠. I've been enjoying it that way, but now it's not easy. 이제는 그렇게 할려면 벼룩시장(생활정보신문)에 광고를 내면 할 수 있을까요. If you want to do that now, can you do it by posting an advertisement on a flea market (life information newspaper)? 돈도 들고 쉽지 않겠죠. It won't be easy with money. 그래서 제 방송이 반의 반이나마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So, I hope that my broadcasts can feel at least half the same atmosphere. 부담 없이 편하게 들어주세요. Please feel free to listen. 오늘 읽어드릴 글은 젊은 날에는 젊음을 모른다는 글입니다. The article I'm going to read today is that you don't know youth when you're young. 한 번 들어보시죠. Let's listen. 젊은 날에는 젊음을 모른다 You don't know youth when you're young

데모니, 공부니, 연애니, 여행이니 온갖 일을 했지만 정작 제대로 한 일은 하나도 없는 상태로 스무 살을 보내고 나니 방과 후 학교 건물 모퉁이를 돌아 소각장이 있는 뒤쪽 공터로 들어간 것처럼 갑자기 한없이 조용하기만 한 스물한 살 시절이 찾아왔다. Demoni, study, love, travel, and all kinds of work, but after spending the age of 20 with nothing done properly, after school, they turned around the corner of the school building and went into the vacant lot behind the incinerator. One year old has come. 스물한 살은 내게 아무런 기억도 남겨놓지 않았다. When I was twenty-one, I had no memory left. 왜냐하면 스물 한 살에 내가 했던 일들은 이미 스무 살에 한 번씩 다 겪어본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Because the things I did when I was 21 were things I had already experienced once every 20 years. 데모나 공부나 연애나 여행이나, 그 어떤 것이나. Demo, study, love, travel, anything. 그러고 나니 권태라는 게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After that, I thought I could understand what boredom is. 이건 도무지 환승역 같은 시간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This is the same time as the transfer station, I thought so. 지루함을 견딜 수 없어 누군가 버리고 간 신문을 집어 들고 대충 훑어본다거나 평소에는 잘 들여다보지 않는 광고판의 글자를 하나하나 읽는다거나 신문 가판대에 서서 믿지 못할 헤드라인을 뽑아놓은 주간 신문의 표지를 바라보며 내용을 상상한다거나. I can't stand the boredom, so I pick up a newspaper that someone threw away and scan it, or read each letter on a billboard I don't normally look at, or stand at a newsstand and look at the cover of a weekly newspaper with unbelievable headlines and imagine the contents. do it or 환승역에서 보내는 시간은 대개 그런 일들로 채워지는데, 내게는 스물한 살이 꼭 그랬다. The time I spend at the transfer station is usually filled with things like that, and that was exactly what happened to me when I was 21. 하루는 지루함을 도저히 견디기 힘들어 서울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개포동까지 걸어가겠다는 결심을 했다. One day, it was hard to bear the boredom, so I looked at the map of Seoul and decided to walk to Gaepo-dong. 개포동은 내가 사는 동네 앞을 지나는 버스의 종점이었다. Gaepo-dong was the end of the bus passing in front of my neighborhood. 자로 지도를 재보고 얼추 거리를 계산해보니 해가 지기 전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Looking at the map with a ruler and calculating the distance, it seemed that I could arrive until the sun sets. 그러면 반나절은 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Then I thought I could spend half a day without worrying much. 그렇게 아침에 하숙집을 나서서 걸어갔다가는 그만 압구정동에서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In the morning, I left the boarding house and walked, and then I came back from Apgujeong-dong. 힘들어서, 정말 힘들어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It was hard, it was really hard so I had to come back. 하루를 보내는 일이 그처럼 힘들다는 걸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It was the first time I knew then that spending the day was so hard. 그 무렵 만난 소설 속의 주인공 중의 하나가 바로 구보 씨다. One of the main characters in the novel I met at that time was Mr. Gubo. 우리나라에는 1930년대 작가로만 알려져 있는 박태원의 중편 소설<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He is the main character in Park Tae-won's novel <A Day in the Life of Novelist Gubo>, known only as a writer in Korea in the 1930s. 구보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 유학까지 다녀온 청년이건만 번듯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밤이면 원고를 쓴다는 핑계로 늦게 잠들어 아침 열한 시나 정오가 되어야만 자리에서 일어난다. Gubo is a young man who has graduated from high school and went to study in Tokyo. 요즘에도 이런 청년이 많은데, 구보 씨는 그런 청년들의 원조 격이다. Even today, there are many such young people, and Mr. Gubo is the supporter of such young people. 말하자면 식민지 조선의 ‘폐인‘(요즘 말로)이라고나 할까. So to speak, it is a'bad man' (in these days) of colonial Joseon. 이 소설은 소설가 구보 씨가 정오 가까운 시간에 일어나 다음날 새벽 두 시까지 서울 안을 헤매고 다닌 얘기를 담고 있다. This novel tells the story of the novelist Gubo, who woke up near noon and wandered around Seoul until 2 a.m. the next day. 시시각각 구보 씨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념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리얼리즘 소설이 흔하던 당시의 시각에서 보자면 흔치 않은 소설이랄 수 있다. From the point of view of the time when realism novels were common, it may be an unusual novel because the various thoughts occurring in Gubo's mind are revealed as they are. 그래서 지금 읽어도 너무나 세련된 내성 소설처럼 느껴진다. So even if I read it now, it feels like a very sophisticated introspective novel. 예컨데 이런 식이다. For example, like this. “어머니는 다시 바느질을 하며, 대체, 그 애는, 매일, 어딜, 그렇게, 가는, 겐가, 하고 그런 것을 생각하여 본다“는 식이다. It's like, "My mother sews again, and the kid thinks about it every day, where, where, like that, going, gen-ga, and things like that." 어머니의 탐탁치 못한 심정과 자기도 모르게 내쉬었을 법한 한숨이 이 많은 쉼표 속에 숨어 있다. The undesirable feelings of a mother and a sigh that she might have exhaled without her knowledge are hidden in these many commas. 구보 씨가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내야만 하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No one knows why Mr. Gubo has to spend his day so helpless. 혹자는 일제시대라는 것을, 또 혹자는 대공황에 영향 받은 당시의 경제 사정을 얘기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해방이 됐다고 해도, 또 경제가 호황을 누린다고 해도 구보 씨가 행복해질 것 같지는 않다. Some say it was the Japanese colonial era, and some talk about the economic situation at the time that was affected by the Great Depression, but in my opinion, even if the economy is booming or liberation, it is unlikely that Mr. Kubo will be happy. 문제는 구보 씨가 너무 권태롭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The problem lies in thinking that Mr. Gubo is too bored. 두 번째로 들어간 다방에서 만난, 신문사에 다니는 시인은 구보 씨에게 최근 그가 발표하는 작품이 나이, 분수보다 엄청나게 늙었다고 지적한다. The poet I met at the second coffee shop, who went to the newspaper, pointed out to Mr. Koo that his recent work is significantly older than his age and fraction. 하지만 구보 씨는 이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다. However, Mr. Kubo can neither affirm nor deny this statement. 그러자 벗은 구보 씨가 실제로 늙지는 않았으면서 늙음을 가장한다고 고쳐 말한다. Then, Mr. Gubo, who is naked, says that he is pretending to be old even though he is not really old. 구보 씨는 뭐라고 항변하지도 못하다가 결국 이 대화가 얼마나 권태로운지 깨닫게 된다. Gubo doesn't even know what to say, but eventually realizes just how boring this conversation can be. 구보 씨는 자신이 젊은이인지 늙은이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This is because Gubo does not know whether he is young or old. 자신이 얼마나 젊은지 모를 때, 젊은이는 대개 권태를 느낀다. When they don't know how young they are, they usually feel boredom.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도 있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그걸 아는 사람이 오히려 더 이상하기만 하다. There are songs that start like 'You don't know you're young', but in my experience, people who know it are just weirder. 그렇다면 너무 건강하지 않은가? So, isn't it too healthy? 지금도 서울 거리에서는 또 다른 구보 씨들이 배회하고 있을 것이다. Even now, there may be other Gubos roaming the streets of Seoul. 하루를 보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들은 알 것이다. They know how hard it can be to get through the day. 어차피 권태를 피할 길이 없다면 그 권태를 맘껏 누리는 일도 권할 만하다. If there is no way to avoid boredom anyway, it is recommended to enjoy it to the fullest. 젊은 날에는 젊음을 모르고 사는 게 가장 자연스러우니까. When you are young, it is most natural to live without knowing your youth. 물 론 조금만 있으면 그 때 자신이 얼마나 젊었었는지 곧 깨닫게 될 것이다. Of course, you will soon realize just how young you were then. 믿거나 말거나. Believe it or not. (출처: 김연수(소설가) / 고전에서 만난 사람12 / 샘터 2003.12. (Source: Kim Yeon-su (novelist) / People I met in classics12 / Samteo 2003.12. 네 잘 들으셨는지요. Yes, did you listen well?

이 글은 2003년에 샘터에 실린 <고전에서 만난 사람> 꼭지의 글입니다. This article is from <People I Met in Classic>, which was published in Samteo in 2003. 어떠신가요. How are you? 음, 이 글은 소설가 김연수 씨가 쓴 글인데요. Well, this article was written by the novelist Yeonsu Kim. 본문에 나온 노래는 이상은 씨의 <언젠가는> 입니다. The song in the text is <Someday> by Lee Sang-eun. 그 뒤 가사는 이건데요. Then the lyrics are this.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하면 사랑이 보이지 않네. When you're young, you don't know youth, and when you love, you don't see love. 네, 공감이 되시나요. Yes, do you sympathize with it. 많은 사람들이 공감 하실 거라고 생각 하는데요. I think a lot of people will agree. 그래서 인간은 후회하는 동물이죠. So, humans are regrettable animals. 어리석구요. That's stupid. 어, 요새 종종 접하는 글 중에 하나가 계몽적인 글입니다. Uh, one of the articles I often come across these days is an enlightening article.

요새 서점에 가득한 게, 가득한 그, 자기계발서라고 하죠. The bookstores are full of things, they say, self-help books. 이런 것들이 그런 대표적인 글들인데. These are typical articles like this. 뭐, 꿈을 꾸면 이루어지고 또 어떤 건 간절히 바라면 하늘이 도와준다. Well, if you dream, it will come true, and if you wish for something earnestly, the sky will help you. 뭐, 이런, 황당한 책도 있더라구요. Well, there are some absurd books out there. 이글은 그런 그런 계몽적인 글의 반대편에 있는 글입니다. This article is the opposite of such an enlightening article. 권태로우면 권태를 마음껏 누리라는 이런 불순한 글인데요. It is such an impure article that says that if you are bored, you can enjoy your boredom to your heart's content. 옛날(군사독재 시절)이라면 잡혀갔을 지도 모르는 불건전한 글이죠. In the old days (during the military dictatorship), it is an unsound article that might have been captured. 하지만 저는 이런 게 더 좋아요. But I like this one better. 뭐 어쩌겠습니까. what would you do 본인이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고 본인이 마음이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거죠. You do it if you want to, and if you don't have the heart, you can't do anything about it. 그럴 때는 괜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보다 젊은 날에는 젊음을 모르는 게, 원래 그렇더라고 하는 게 더 힘을 줄 때도 있는 법이니까요. In such a case, knowing that you are not young when you are young and saying that you are like that is sometimes more powerful than giving you any stress. 또 권태롭게 좀 살면 어떻습니까. Also, how about living a little bored? 하하. haha. 어, 오늘 방송은 방금 나온 <언젠가는>이라는 노래 가사를, 전체를 읽어드리면서 끝맺으려고 합니다. Uh, today's broadcast is going to end by reading the entire lyrics of the song <Someday> that just came out. 아마 많이들 들어보셨을 텐데요 혹시 모르시는 분이 있다면 한 번 찾아서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Many of you have probably heard of it, but if you are unfamiliar with it, I think it would be good to find it and listen to it. 이 노래 참 좋습니다. this song is really good 그러 면 이 가사를, 전문을 읽어드리면서 오늘 방송은 마치겠습니다. Then I will finish today's broadcast by reading these lyrics and the full text. <언젠가는> – 이상은 <Someday> – Lee Sang-eun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When I was young, I didn't know youth, When I loved, I couldn't see love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But now I look back and see we were young and in love 눈물 같은 시간의 강 위에 떠내려 가는 건 한 다발의 추억 Floating on the river of time like tears is a bunch of memories 그렇게 이제 뒤돌아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When I look back like that, my youth and love were very important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Someday we'll meet again No one knows where we're going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Someday we will meet again 젊은 날엔 젊음을 잊었고 사랑할 땐 사라이 흔해만 보였네 When I was young, I forgot my youth, and when I was in love, Sarah seemed common.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But now I look back and see we were young and in love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 Someday we'll meet again No one knows where we're going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Someday we'll meet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