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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t Voice Audiobook YouTube Collection, No Bgmㅣ오늘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ㅣ여태현 산문집ㅣ오디오북

No Bgmㅣ오늘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ㅣ여태현 산문집ㅣ오디오북

안녕하세요 현준입니다

네, 추석 잘 보내셨어요?

5 일이라서 좀 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일요일이 오니까

뭐랄까 너무 금방 지나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래요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 그러셨나요

저도 맛있는 거 많이 먹었습니다

오늘 제가 갖고 온 책은요

오늘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라는 여태현 작가님의 산문집이에요

이 책은 작가님 스스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굉장히 사랑이 지나가고

그리고 지나간 사람들에 대한 추억

그런 기억들에 대해서 글을 쓰셨어요

이 글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위로가 되는 느낌이 들 수도 있어요

저는 그랬거든요

그리고 이 작가분 감성이 참 대단하다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네 읽어 드릴게요

발이 시려울 때면 내가 적은 글이 자꾸만 떠오른다던 그런 사람이 있었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썩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 사람이 가장 초라할 때 누군가의 온기가 가장 간절하게 떠오르는 글이라니

내가 적는 이 글이 그런 온기를 품을 수 있을까

정말 누군가의 발이 시려울 때 나의 글자들로 하여 일말의 온기를 느끼고 있을까

여러 해 동안 생각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가치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라고 나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을텐데

한때 무언갈 기록하는 일에 몰두하던 시절이 있었다

너무하다 싶을만큼 쌓아둔 메모장과 노트들 그것들은 한번 적고 나면 다시 들쳐보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계속 썼다

쓰고 쌓아두고를 무수히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머리맡에 내가 썼던 생각들이 실체를 가지고 켜켜이 쌓이기 시작했다

외롭고 공허할 때면 머리맡에 손을 뻗어 두서없이 쌓인 것들을 더듬었다

오래된 생각일수록 바래지고 먼지 쌓인 냄새가 난다

다시 읽지도 않은 글자들이 어째서 내게 이런 안정감을 주는 걸까

그것들만 있으면 어쩐지 죽을 것 같던 외로움도 그럭저럭 견딜만 해졌다

어쩌면 실체를 갖는다는 게 이런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실체를 가진 무언가를 앞에 두고 반대로 내가 여기에 있다 라는 걸 실감하는거다

여기엔 그런 글들을 모았다

머리맡에 켜켜이 쌓인 생각들처럼 넘쳐 쏟아지는 바람에 그러는 바람에 형체를 가지게 된 것들

글자를 타이핑하고 읽고 제거하고 다시 타이핑하는 동안 나는 이 책을 읽게 될 사람들을 여러 번 생각했다

그건 일종의 주문 같은 거다

누군가는 발이 시려운 날 여기 놓인 글자들을 더듬으면서 미약한 불이라도 지필 수 있기를

잘 도착하기를 늦지않기를

그런 마음들을 글자 속에 꾹꾹 눌러 담았다

내게 있어 외로움이란 그저 견뎌내는 것에 가까웠는데 아 뭐랄까 글을 쓰면서는 조금씩 괜찮아졌다

너도나도 외롭지않은 사람은 없으니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 우린 이렇게 살아 있고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이니까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정리가 쉽지 않을 거란 사실을

헤어진 연인과 나눠가지고 있던 서로의 짐을 우리는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녀의 집엔 제가 벗어놓은 신발과 악기들 빔프로젝트가 있었고 저는 달랑 그녀의 돗자리 한 장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강남에 차를 세우고 가만히 앉아 생각했습니다

나는 정말 그녀와 헤어지고 싶은 걸까 그런 마음

결론은 아니다 였습니다

그때의 난 그녀가 막 좋아지려던 참이였으니까요

바다 사진을 보면 어김없이 저장을 해 놓고 맛있는 걸 먹으면 가장 먼저 생각났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화해하고 싶은 마음에 그녀가 좋아하는 걸 사 가지고 그녀에게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카페에 들러 그녀가 좋아하는 커피를 테이크아웃한 뒤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한 바퀴 두 바퀴 편의점을 돌면서 그곳에 진열된 것들의 이름을 하나씩 뜯어 봅니다

다시 한 바퀴 두 바퀴 그렇게 몇 바퀴를 돌고 나서야 그제야 깨닫습니다

난 어떤 것도 잡을 수가 없겠구나

그녀가 싫어하는 건 기억이 났는데 좋아하는 게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겁니다

한참을 엘레베이터 앞에서 서성이다가 버튼을 눌렀습니다

점점 작아지는 엘리베이터 숫자를 보면서 나는 돗자리를 정리했습니다

15층.. 14층.. 13층..

체크무늬가 그려진 하얀색 돗자리 반을 접고 또 다시 반을 옆으로 돌려서 다시 반을 접고 마지막으로 반을

계획대로만 접는다면 돗자리는 태어나 단 한 번도 펴진 적이 없는 것처럼 모서리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돗자리는 몇 번을 다시 접었다가 펴도 도무지 깔끔하게 접힐 생각을 않습니다

정리라는 거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의미 없이 돗자리의 모서리를 만지작거립니다.

각진 부분을 억지로 맞춰 봅니다

하지만 알고 있어요 정리가 쉽지 않을 거란 사실을

그때 엘레베이터가 도착했네요

당신을 닮은 냄새

글을 쓸 땐 며칠씩 금식을 합니다

온몸의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기 위해서

금식 4 일째가 되면 어김없이 청각이고 후각이고 촉각이고 할 거 없이 날카롭게 곤두서요

그러면 비로서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이기 시작해요

오늘은 금식 4 일째이고 한껏 날이 서 있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난 옷에서 나는 섬유유연제 냄새에도 원두를 갈고 있는 그라인더의 소리에도 얼마든지 좋은 글을 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마침 현관문을 열면서 낯익은 섬유유연제 향기를 맡았습니다

나로 하여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람의 향기

섬유유연제는 매일 쓰던 것만 쓰기 때문에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섬유유연제가 있는지 나는 잘 모릅니다

아마 보편적으로 널리 쓰이는 건 종류가 별로 많지 않겠죠

그렇지 않다면 당신을 닮은 이 냄새를 이렇게 자주 마주칠리 없으니까요

특히 날 괴롭히는 건 위층인지 아래층인지 모를 곳에서 누군지 모르는 그 사람이 같은 섬유유연제를 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신을 닮은 향기가 계단에 흠뻑 한 칸도 빼놓지 않고 낱낱이 특히 문 앞에 서서 비밀번호를 누를 때

여덟 자리 숫자를 누르는 그 짧은 순간에 몇 번이나 손가락을 멈칫하게 돼요

살갗을 누르던 손가락에 감촉이 그 감촉이 너무 생생해서

뒤에서 끌어안던 당신의 팔이 여전히 생생해서

여전히 당신이 보고 싶었서요

나는 안다 사실 문은 내 미련 때문에 닫히지 않은 거다

어지간해선 운전을 선호하지만 술 약속이 있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전철 이용한다

날이 덥거나 추운 날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고역이다

역까지 15분은 걸어야 한다면 더 그렇다

역에 도착했을땐 이미 반쯤 녹초가 되어 있는 상태다

게다가 1호선을 타고 수원역에서 서울역까지 올라가다 보면 정말 어쩔 수 없이 안양을 지나쳐 가야 한다

안양은 윤이 살았던 곳이고 윤은 내게 여전히 여전히 애틋한 사람이었으므로 그 사실이 썩 달갑지가 않다

표를 끊고 열차 플랫폼 앞에서 들어올 열차를 기다린다

영하의 날씨가 자꾸만 앞섶을 여미게 만들지만 펼쳐든 책의 제목은 하필 집착이다

내 몸이 허용하는 이상으로 술을 마신 날엔 서울에서 수원까지 내려오는 내내 난 기절 하다시피 잠이 든다

어지간해선 중간에 깨는 일이 없다

때문에 일어나야 할 때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승객 여러분들께서 잠깐 안내 말씀드립니다

우리 열차는 출입문 고장으로 잠시 정차하겠습니다

열차는 하필 안양역에서 한참을 정차하여 있다가 출발했다

출입문이 고장 나서, 하는 그런 방송이 나왔지만 나는 안다

사실 문은 내 미련때문에 닫히지 않은 거다

내리고 싶다는 충동을 가까스로 억누른 것은 영하의 날씨와 막차가 주는 대책 없는 쌀쌀함

그것보다 조금 더 차가운 윤의 표정이었다

헤어지자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단호함 이상이 무언가가 서려있었다

그런 얼굴 하는 사람들은 되게 그래야만 한다 라고 스스로 되뇌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만 한다 우리는 이쯤에서 그만 만나야만 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다

윤의 속마음들이, 실체도 없는 그런 것들이 계속해서 내 곁에 있었다

온 몸을 헤집고다니던 그 목소리는 조금 뜨거워질 때마다 어김없이 한숨이 되어 나왔다

내가 윤을 잊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아쉬움때문이다

마지막에 보여준 너의 표정과 말투 그 단호함이 보여준 일말의 가능성

너는 그렇게 말했지

애틋할 수 있는 방법은 중간에 끊어내는 것 뿐이라고

윤아 요즘엔 그 말이 내 삶을 온통 소란스럽게해

책임지지 못할 다정함은 상처가 되고 나는 그걸 폭력이라고 부른다

나는 연애를 하면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거 혼자서 느끼는 외로움보다 더 고약한 외로움입니다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그런 확신 그리고 곧 닥쳐올 이별, 다시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막막함

시시때때로 고개를 드는 희망같은 게 수반되는 일이니까요

20대에 나는 엉망인 삶을 살았습니다

불안과 트라우마, 열등감, 외로움, 부도덕한 연애같은 걸로 점철된 삶, 폐허로 살다 보니 그런 사람들만 만났죠

그러다 보니 유난히 날 외롭게 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뭐랄까 날 사랑하지 않은 사람들을 자꾸 사랑하다 보면 아 난 사랑 받을 수 없는 사람이구나, 난 사랑받을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그런 날엔 메모장에 적어요

책임지지 못할 다정함은 상처가 되고 나는 그걸 폭력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른 셈이었다

나를 물들일 사람을 생각하면 끝내 권장 시간을 버텨낼 재간이 없다

7분을 우려 마시라고 했다

레몬이나 캐모마일, 그 티백 우러나는 시간 일 것이다

권장 시간이란 말은 너무나 우습다

처음 보는 나의 취향과는 무관하게 딱 맛있게 우러나는 정도를 측정해 놓은 그 수치

보편적인 것들과 대부분 맞지 않는 이상한 성격을 가진 탓에 난 매번마다 티를 한 모금씩 마셔 볼 수밖에 없었다

조금씩 진해지는 맛과 향기를 느끼면서 나는 생각했다

차는 연애를 닮았다

아니 이별을 닮았다

티백을 건져내도 물은 결코 예전의 원래 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티백을 온몸으로 안은 순간부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1분이건, 2분이건 아니 7분이건 상관없다

참 이상한 일이다 연애에도 권장 시간이라는게 존재할까

적당히 우려낸 뒤에 그리고 빠져나갔다면 우리의 연애는 조금 덜 완벽했거나 완벽했을까?

물든 것은 취향일 수도 있고 시선일 수도 있고 아름다운 향기일 수도 있고 사랑의 깊이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차갑게 식은 뒤에도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그 사실을 못내 견디기 어렵다

앞으로 날 물들일 사람을 생각하면 끝내 권장 시간을 버텨낼 자신이 없는 것이다

과거를 과거로 남겨두는 일

저는 커피가 없으면 군것질을 잘 하지 않아요

군것질보다는 식사를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30대에 접어들면서 뭐랄까 달고 짠 것보다 담백하고 깊은 맛이 더 끌려요

그런 이유에서 막대 사탕 같은 건 특히 먹지 않아요

직접 살 일도 없을 뿐더러 다과회나 뷔페에 올라 올 일도 없으니까

사실 먹을 기회보다는 접할 기회가 없다는 게 더 맞는 말이겠네요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처음 있는 일입니다 누군가 제게 막대사탕을 건넨 건요

선선한 바람이 불던 봄 석촌호수의 물결들, 그 위로 잔잔히 일렁이는 건너편에 가로등 불, 만개한 벚꽃

더듬거리면서 겨우 연주한 피아노, 맥주를 마시면 살갗으로부터 올라오던 달달한 향기

술 마시고 난 다음에는요 꼭 사탕을 먹어요 입가심으로

귓가에 닿은 목소리

그래서였을까 우린 짧지 않은 연애를 했고 막대 사탕은 하나의 의미를 갖고 나의 책상 위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막대 사탕이 단순한 막대사탕이 아니듯이

그걸 깨뜨려 먹는 것도 단순히 깨뜨려 먹는 것이 아니게 되었단 말이에요

헤어지고 나서도 사탕은 한참이나 그 곳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제는 미련이죠

잊고 살다가도 막대 사탕에 시선이 닿을 때면 입안 어딘가가 쓸쓸해지곤 하는 겁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사탕을 보면서 씁쓸한 맛을 떠올린다니

저게 분명 그런 맛이 아니었을텐데

책상 위에 사탕을 먹어 치우기로 결심한 건 그로부터 꽤 많은 시간이 지난 뒤였어요

불현듯 이제는 소화시켜 배출해야 될 때가 온 것임을 불현듯 깨달은 겁니다

껍데기를 벗기고 알맹이를 마주할 때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오래 묵혀둔 탓인지 자꾸만 끈적끈적한 것이 껍데기에, 손가락 끝에 묻어납니다

미련이겠죠

그것을 입에 조금 넣고 굴리다가 마침내 깨뜨려요

진작에 해치워야 했을 일 알맹이가 깨지면서 날이 섭니다

달달한 것이 입안을 온통 건드려요

혀를 굴릴수록 아린 것이 꼭 그녀의 이름같다고 생각이 되어

빨갛고 달고 닿는 곳마다 나를 베어내는 이 달고 날카로운 것을 묵묵히 씹어내는 그리고 삼키는 것은 언제나 내게 괴로운 일입니다

이제는 과거를 과거로 그렇게 남겨두는 것도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말이에요

사랑은 어떤 건데요

한참을 눈을 보고 얘기해도 어색하지 않고 편안한 거

끌어안고 있으면 아무 생각 안 해도 좋은 거 뭐랄까 서로 안고 있으면 몸 한번 뒤척이지 않고 밤새 잘 수 있는 거

가끔 내 머릿속이 복잡할 때 어떤 끔찍한 일들이 떠오를 때 그런 걸 어렴풋이라도 이해해주는 거

헤어진 지 1년도 넘었는데 누군가 작가님한테 사랑은 어떤 건데요? 라는 질문에 계속 너만, 네가 했던 행동만 생각나는 거

매일 달고 살던 원인불명의 두통은 좀 나아졌니 궁금해 하는 거

도무지 끌어안을 수 없는 나의 어떤 이 이상한 구석을 용서하게 되는 거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모든 괴로움들이 꼭 커다란 농담처럼 느껴지는 거

그리고 다시 만나도 거리낌없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은 거

나도 잘 모르겠어 지금 내가 어떤 마음인지 그냥 네가 많이 보고 싶어 그뿐이야

한 번 부러진 곳은 약해져서 계속 우릴

저는요 직업적 특성상 오랜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돼요

작업실을 갖게 된다면 의자와 책상은 꼭 세트로 된 거

앉아서 책상에 손을 올릴 때 그 높이가 자연스러운 거 그런 걸로 갖추고 싶었죠

마침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구거리가 있어요

덕분에 처음으로 작업실을 꾸리던 날 책상과 의자를 직접 눈으로 보고 앉아본 뒤에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콘크리트바닥에 러그를 깔고 스탠드 조명을 세우고 책상과 의자를 놓았어요

오른편엔 하얀 커튼을 달았고 정면엔 책을 찢어 만든 벽지가 보입니다

아끼던 의자 있었어요

작업실을 꾸리기 전, 꽤 어렸을 때부터 앉아서 시간을 보내던 의자예요

그곳에서 많은 글을 적었습니다

어쩌면 그 네 개의 다리로 무거운 생각들과 어깨의 짐같은 걸 버텨냈는 지도 몰라요

의자의 다리가 부러진 건 여느 때처럼 무거운 글을 적던 어느 날이었어요

아끼던 의자였으니까 차마 버리지는 못했죠

다리를 본드로 붙여 테이프로 정성껏 수선했어요

그리고 본드가 마를 때까지 구석에 세워놓았습니다

근데요 다시 앉지 못하겠더군요

또 부러질까봐, 또 부러질까봐요

내가 아끼던 그때의 의자로, 의자는 계속 그곳에 놓여있는데 제가 아끼던 그 의자가 될 수는 없었어요

그걸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는 말이에요

책상과 꼭 맞는 새 의자에 앉아 있으면요 하필 한쪽다리에 테이프를 감고 있는 저 의자가 보여요

이젠 놓아줄 때가 된 걸 깨닫습니다

관계는 그런 겁니다

한번 부러지면 결코 예전으로 쉽게 돌아올 수 없는 거

어쩌면 그런 거겠죠

나의 무거운 생각들을 나의 어깨의 짐들을 함께 버텨줬을 그 의자인데

그 의자를 영영 믿지 못하게 되는 거

나의 한 부분까지 같이 부러뜨리는 거

한번 부러지는 것은 약해져서 계속 우릴 부러뜨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나는 이 의자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럴 때면 어쩐지 멀리 와버린 것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소란하지 않은 감정에 대해 생각합니다

오래 만난 연인의 잔잔함이나 당연함같은 거

어쩌면 나, 당신이라면 다시 사랑을 말할 수 있겠다

같은 마음들, 그런 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건가요

그럼 난 태어나서 단 한번도 사랑해 보지 못한 샘일 텐데요

나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현실 감각이 떨어져요

많은 글을 남길 수록 현실의 세계와 내가 사는 세계 사이에 보이지 않는 틈이 벌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게다가 요즘엔 문장이나 글자가 아니면 좀처럼 무언갈 기억하거나 떠올리기가 힘들어요

망가지고 있다는 확신

아 뭐랄까 그럴때면 어쩐지 이제 너무 멀리 와버린 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아 너무 몰입해서 읽었나 봐요

작가님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글이였달까요

작가님을 통해서 우리를 좀 반추해볼 수 있는 거죠

내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정말 다 똑같구나

사람들은 사는 건 똑같구나

허나 이 작가님은 굉장히 디테일 하시다는 거

감정이 굉장하죠

저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그때 감정들을 글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쓸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들

보통 우리는 사랑을 하면서

혹은 이별을 경험하면서 그런 느낌과 생각들을 적진 않잖아요

그런 감정들을 정확하게 표현해 낸 거 같아서

표현해 내신 것 같아서 되게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그런 거같아요 뭐랄까

이제 자기의 어떤 슬픔들을 이야기하니까

저도 위로받는 듯한 느낌

독백식으로 말씀을 하시네요

그때 그런 생각들을 했다 그런 경험들이 있었다

나의 어떤 것들에서 뭐가 떠올랐다

이런 말씀들을 하시는데 좋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래요 오래 고개를 숙이고 있었더니

허리가 아 허리래

뒷목이 아프네요

그래요 이제 전 갈게요

공감하면서 읽었던 이 글

위로 많이 받았습니다

갈게요 다음에 또 만나요 안녕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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