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ós usamos os cookies para ajudar a melhorar o LingQ. Ao visitar o site, você concorda com a nossa política de cookies.

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파친코 ⎟ Book … – Text to read

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파친코 ⎟ Book 1. 고향 ⎟ 한겨울의 방문자 (1932년 11월)

Intermediário 2 Coreano lesson to practice reading

Comece a aprender esta lição agora

파친코 ⎟ Book 1. 고향 ⎟ 한겨울의 방문자 (1932년 11월)

🎵

파친코. Book 1. 고향. 한겨울의 방문자. 1932년 11월

일본이 만주를 침공했던 그 이듬해 겨울은 유달리 혹독했다. 살을 에는 바람이 작은 하숙집을 훑고 지나가자 추위를 견디기 위해 여자들은 겹겹이 끼워 입은 옷 사이사이로 솜을 집어넣어야 했다. 하숙인들은 가게에 갔다가 신문을 읽을 줄 아는 남자들한테서 들었다며 대공황인지 뭔지가 전 세계를 덮쳤다는 이야기를 식사 시간에 자주 꺼냈다. 불쌍한 미국인들이 가련한 소련인들과 중국인들 못지않게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심지어는 천황의 은총 아래 무탈하게 지내던 일본인들도 배를 곯는다고 했다. 그러니 그 겨울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약삭빠르고 강인한 이들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소식들이 너무나 많았다. 어린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시는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고, 여자 아이들은 국수 한 그릇에 몸을 팔았으며, 노인들은 젊은이들이라도 먹고 살 수 있게 죽을 곳을 찾아 남몰래 떠나버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하숙인들은 규칙적으로 식사가 나오기를 바랐고 낡은 하숙집은 수리를 해야 했다. 집주인의 대리인 이라는 사람은 또 어찌나 집요한지 매달 꼬박꼬박 집세를 지불하지 않고는 배겨 낼 방법이 없었다. 양진도 이제는 금전 다루는 법, 납품업자들을 대하는 법, 싫은 것을 거절하는 법을 배웠다. 양진은 고아인 자매 둘을 데려다 일을 시키는 고용주가 되었다. 하숙집을 운영하는 서른일곱 살의 과부 양진은 이제 더 이상 속옷 한 벌만 들어 있는 보자기를 움켜쥔 채 훈이네 집 문간에 나타났던 맨발의 십 대 소녀가 아니었다.

양진은 선자를 돌보면서 돈을 벌어야 했다. 두 사람은 자기 집은 없었지만 운 좋게도 하숙이라는 벌어먹고 살 사업은 있었다. 매달 첫날이며 하숙인들이 각자 방세와 식대로 23엔씩을 꼬박꼬박 냈지만 그 돈으로 곡식과 난방용 석탄을 사고 나면 남는게 별로 없었다. 하숙인들이 버는 돈은 변함이 없어서 하숙비를 올릴 수는 없었다. 그래도 양진은 똑같은 양의 식사를 제공해야 했다. 그래서 소뼈를 사다가 끓인 다음 우유를 넣어 진한 죽을 만들고, 텃밭의 야채를 요리해 찬거리로 내놓았다. 그러다가 월말이 되어 돈이 거의 다 떨어지면 곡간에 있는 수수와 보리, 그 밖의 다른 변변찮은 것들로 끼니를 겨우겨우 때웠다. 그나마 남아 있던 곡식 자루도 텅 텅 비다시피 하면 콩가루로 맛깔스러운 부침개를 부쳤다. 하숙인들이 시장에서 팔지 못한는 생선을 가져올 때도 있었는데, 어떤 때는 게나 고등어를 들통에 가득 담아 가져올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양진은 어김없이 또 찾아올 찬거리 없는 그날을 대비해 양념을 해서 보관해두었다.

지난 두 해 동안 하숙인 여섯 명이 방 하나를 교대로 사용했다. 전라도에서 온 정 씨 삼 형제는 밤에 물일을 하고 낮에 잠을 잤다. 대구에서 온 젊은이 두 명과 부산 출신 홀아비 한 명은 생선 가게에서 일하는데 아침 일찍 나갔다가 이른 저녁에 잠을 자러 들어왔다. 덩치 큰 남자들이 작은 방에 나란히 누워 잠들어야 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 하숙집이 예전에 살던 자기들 방보다 훨씬 나았기 때문이다. 이부자리가 깨끗했고 밥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하숙집을 관리하는 여자들이 빨래도 해주고 닳아서 해진 작업복도 기워서 한 해를 더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하숙인들 중에 아내를 맞이할 만한 여력이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이들에게 이 하숙집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결혼을 해서 아내가 있으면 이 거친 노동자들을 몸으로 따뜻하게 위로해주어서 좋기야 하겟지만, 그것 말고 성가신 게 더 많을 것이다. 결혼을 하면 아이가 생길 것이고, 아이가 생기면 먹이고 입혀 키워야 할 것이고, 또 집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가난한 남자의 아내는 바가지를 긁고 질질 짜기 일쑤 일 게 분명했다. 여기 이 하숙집 남자들은 그런 자신들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돈이 부족한 데다 물가가 올라서 힘들었지만 하숙집 남자들이 방세를 미루는 일은 거의 없었다. 가게에서 일하는 남자들은 종종 팔지 못한 물건으로 세를 대신 치르곤 했는데 양진은 방세를 받는 날에 돈 몇 푼 대신 식용유 한 통을 받은 적도 있었다. 양진의 시어머니는 하숙인들에게 잘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남자들은 우리 여자들하고는 다르게 선택을 할 수 있단다." 시어머니가 양진에게 자주 했던 말이었다. 한 해가 끝날 무렵, 동전이 좀 남자 양진은 그 돈을 항아리에 넣어서 벽장 안쪽에 나무판 뒤에 넣어뒀다. 남편이 시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금반지 두 개를 넣어 둔 곳이기도 했다.

양진과 선자는 식사 시간마다 말없이 음식을 내놓았고 하숙인들은 정치 이야기를 야단스럽게 떠벌렸다. 정 씨 삼 형제는 글을 읽을 줄 몰랐지만 선창에서 세상 소식을 주의 깊게 주위듣고 와서는 하숙집 식탁에서 나라의 운명을 논하기 좋아했다.

11월 중순에는 예상보다 고기가 잘 잡힌 탓에 할 일이 많았다. 정 씨 삼 형제는 막 일어난 참이었고, 이제 곧 저녁 교대 하숙인들이 잠을 자러 들어올 시간이었다. 삼 형제는 바다로 나가기 전에 식사를 했다. 푹 쉬고 나서 힘이 넘쳐 보이는 삼 형제는 일본이 중국을 차지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며 떠들었다.

"난쟁이들이 그 큰 나라를 차지한다고라? 말도 안 되지라! 중국은 우리 형제 아녀! 일본 놈들은 빌어먹을 종자고!" 삼 형제 중 막내인 뚱보가 따뜻한 찻잔을 꽝 하고 내려놓으며 소리쳤다. "중국이 그 잡 것들을 잡아먹어버릴 거랑께. 두고 보드라고!"

가난한 남자들은 하숙집에 허름한 벽을 방패삼아 식민지 경찰에게 잡힐 염려도 하지 않고 식민지 통치자를 조롱했다. 뭐, 식민지 경찰들이야 어부들이 원대한 이상을 떠벌리든 말든 신경 쓰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정 씨 삼 형제는 중국의 힘을 자랑하며 자기나라 통치자들이 실패했으니 다른 나라라도 강해지기를 간절하게 열망했다. 조선은 벌써 22년째 식민지 통치를 받고 있었다. 정 씨 삼 형제의 둘째와 셋째는 일본의 지배를 받지 않는 조선에서 살아본 적도 없었다.

"아짐씨, 아짐씨." 뚱보가 싹싹하게 양진을 불렀다.

"응?" 양진은 뚱보가 더 먹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신 소리를 잘 늘어놓는 정 씨 삼 형제 중 셋째는 나머지 두 형제의 몫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이 먹었다.

"국 한 그릇 더 달라꼬?"

"바로 그거랑께요."

양진은 부엌에서 국 한 그릇을 더 갖다주었다. 뚱보는 국 한 그릇을 후루룩 마시고는 형제들과 함께 일을 하러 나갔다.

저녁 교대 하숙인들이 곧 들어와 씻고 빠르게 저녁을 먹었다. 그러고는 담배를 피우고 나서 잠자리에 들었다. 여자들은 상을 치우고 잠든 남자들이 깨지 않게 조용히 간단한 식사를 마쳤다. 식모들과 선자는 부엌을 정리하고 더러운 세숫대야를 씻었다. 양진은 잠자리를 준비하기 전에 석탄을 확인했다. 하숙인들한테서 들었던 중국 이야기가 양진의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고 어른거렸다. 훈이도 소식을 가져다주던 남자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곤 했다. 그러고는 집안일을 하러 일어서며 '상관없데이, 상관없다고"라고 중얼거렸다. 중국이 항복을 하든지 복수를 하든지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거였다. 세상이 어찌 변히든 그들은 그저 텃밭의 잡초를 뽑아야 했고, 신발이라도 신고 다니려면 짚신을 만들어야했으며, 닭을 훔치러 들어오는 도둑들을 쫓아내야 했다.

축축하게 젖은 모직 코트가 뻣뻣하게 얼어붙을 즈음에야 백이삭은 겨우 하숙집을 찾아냈다. 평양에서부터 떠나온 긴 여행에 그는 완전히 지친 상태였다. 눈 내리는 북쪽과 달리 부산의 추위는 사람을 이상하게 현혹시켜다. 남쪽의 겨울은 더 따뜻해 보였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차디찬 바람은 이삭의 약한 폐를 뚫고 들어와 뼛속까지 시리게 했다. 집을 나섰을 때만 해도 이삭은 자신이 기차 여행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렸고 어서 빨리 쉬어야 했다. 이삭은 부산에서 작은 배를 타고 영도로 들어왔다. 배에서 내린 이삭은 한참을 헤매다가 길에서 만난 석탄 배달부의 안내를 받고서야 겨우 이 하숙집 앞에 도착했다. 이삭은 숨을 내쉬고 문을 두드렸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오늘 하룻밤만 잘 자고 나면 내일 아침에는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양진이 솜이불을 깔아 놓은 허름한 잠자리에 막 앉았을 때, 제일 어린 식모아이가 여자들이 모두 같이 자는 방의 문틀을 톡톡 두드렸다.

"아지매, 웬 신사분이 왔어예. 하숙집 주인을 만나고싶다 카는 데예. 몇 년 전에 자기 형이 여기서 지냈다 카면서 여기 머물고 싶다고 예. 오늘 밤에예." 동희가 숨도 쉬지 않고 말했다.

양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누가 훈이를 찾는 거지? 양진은 의아했다. 다음 달이면 남편이 죽은 지 3년째가 된다.

선자는 따뜻한 온돌 아랫목에서 가볍게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 하루 종일 땋고 있어서 고슬고슬해진 머리카락이 느슨하게 풀어 헤쳐져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검은색 실크처럼 베개 위로 흩어져 있었다.

"주인이 돌아가셨다고 말씀 안 드렸나?"

"했어요. 그캤더니 깜짝 놀라는 것 같더라고예. 자기 형이 하숙집 주인한테 편지를 썼는데 소식을 못 들었다고 카던데예."

양진은 일어나 앉아서 베개 옆에 단정하게 개어 놓았던 모슬린 한복 조끼를 입었다. 그러고는 재빨리 손을 놀려 머리를 쪽 지어올렸다.

양진은 남자 손님을 보자마자 식모가 남자를 돌려보내지 않은 이유를 알아차렸다. 남자는 어린 소나무처럼 곧고 우아했다. 보기 드물게 잘생긴 사람이었다. 가느다랗게 웃는 듯한 눈매에 코가 오뚝하고 목이 길었다. 이마가 주름 하나 없이 하얀 것이 밥 달라고 소리치거나 시집 안 간다고 식모들을 놀리는 머리가 희끗한 하숙인들하고는 달라 보였다. 젊은 남자는 서구식 정장을 차려입었고 두꺼운 겨울 코트를 걸쳤다. 수입 가죽 구두에 가죽 서류가방, 중절모까지 어느 것 하나 이 작은 문간에 어울리지 않았다. 외모로 보아 남자는 상인들이나 무역상들이 이용하는 시내의 더 큰 여관에 머물 정도의 돈도 충분히 갖고 있을 법했다. 조선인이 머물 수 있는 부산의 여관들은 거의 모두가 꽉 차 있었지만 돈만 충분히 있으면 방 하나 구하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았다. 남자는 옷차림으로 보아 부유한 일본인이라 해도 다들 믿을 것 같았다. 동희가 입을 살짝 벌린 채 남자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남자가 이곳에 머물기를 바라는 모양이었다.

양진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고개를 숙였다. 이 남자의 형이라는 사람은 분명 편지를 보냈겠지만 양진은 글을 읽을 줄 몰랐다. 몇 달에 한 번씩 시내에 가서 학교 선생에게 편지를 좀 읽어달라고 부탁했지만 올겨울에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남자가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주무시는 걸 깨운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배에서 내렸을 때 이미 날이 어두워져 버려서 요. 남편 분 소식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런 슬픈 일이 있었다니 정말 유감입니다. 전 백이삭이라고 합니다. 평양에서 왔어요. 제 형 백요셉이 몇 년 전에 여기서 지냈답니다."

북쪽 지방 억양이 살짝 묻어나왔지만 배운 사람의 말투였다.

"저도 오사카로 가기 전에 몇 주 동안 여기서 묵고 싶습니다."

양진은 자신의 맨발을 내려다보았다. 손님방은 이미 꽉 차 있었다. 이런 남자는 혼자 잘 방을 찾고 있겠지만 이 밤에 저 남자를 부산까지 데려다줄 뱃사공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이삭은 바지 주머니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 입을 가리고 기침을 했다.

"형님이 거의 10년 전에 여기 머물렸어요.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형님은 부군을 무척 존경했답니다."

양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가 좀 더 많았던 백 씨가 생각났다. 그 사람도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어부 같지는 않았다. 이름은 요셉이었는데 성경에 나오는 사람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했다. 부모가 기독교 신자였고 북쪽에 교회를 지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신 형님, 그러니까 그 신사 분은 당신하고 별로 안 닮았는데예. 키가 작고 둥그런 금테 안경을 쓰신 분 아입니꺼. 그분은 일본으로 갔거든예. 그전에 몇 주 동안 여기서 묵었고예."

"네, 네, 맞아요." 이삭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삭은 거의 십년이 넘도록 요셉 형을 만나지 못했다. "지금은 형수님과 오사카에 살고 있어요. 부인의 남편 분에게 편지도 썼구요. 형님이 저보고 여기에 꼭 머무르라고 했어요. 부인의 대구찜이 '집에서 먹는것보다 낫다'고 도 하셨죠."

양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 칭찬에 기분 좋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형님 말씀이 부군께서 무척 열심히 일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요셉이 편지에서 언급하기는 했지만 이삭은 갈라진 입술이나 비틀어진 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이삭은 그러한 역경을 딛고 일어선 남자를 만나고 싶어서 온 것이었다.

"식사는 하셨습니꺼?" 양진이 물었다.

"전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먹을 거 좀 드릴게예."

"여기 머물 수 있을까요?" 이렇게 누가 찾아올지 전혀 모르셨겠지만, 전 지금 이틀째 여행을 한 참 이라서요."

"빈방이 없습니더. 이 집이 그리 큰 곳이 아니거든 예. 보시다시피 . . . ."

이삭은 한숨을 쉬었다가 괜찮다는 듯 양진에게 미소를 지었다. 이건 양진이 아니라 그가 책임질 문제였고, 양진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삭은 가방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가방은 문 옆에 놓여 있었다.

"그럼 전 부산으로 돌아가서 머물 곳을 찾아보겠습니다. 그전에 혹시 제가 오늘 머물 만한 하숙집을 아시면 좀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이삭은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몸을 곧게 펴며 말했다.

"이 근처에는 없고 우리집에도 빈방이 없습니더." 양진이 말했다. 그렇다고 저 남자를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방에서 지내게 했다가는 지독한 남자들 냄새에 당황할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씻어도 생선 냄새는 씻어낼 수 없었다.

이삭이 두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떠나려고 돌아섰다.

"하숙인들이 자는 데에 공간이 좀 남기는 합니더. 보시다시피 방이 하나뿐이지만예. 세 사람은 낮에 자고 다른 세 사람은 밤에 자가지고. 거기에 한 사람 더 들어갈 공간이 있기는 한데 편하지는 않을 끼 라에. 그래도 괜찮으시면 들어와서 한 번 보이소."

"그거면 괜찮아요." 이삭이 안도하며 말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달 방세는 지불할 수 있어요."

"생각보다 훨씬 더 좁을 낍니더. 당신 형님이 여기 머물 때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않았어예. 지금만큼 바쁘지도 않았고예. 글쎄, 우짤런지 . . . . "

"아뇨, 괜찮습니다. 구석에 몸 누일 공간만 있으면 괜찮습니다."

"밤이 늦었고 오늘은 바람도 쎕니더. 들어오시소. " 양진은 갑자기 하숙집이 초라하게 느껴져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양진은 남자에게 한 달 치 방세를 선금으로 달라고 말했다. 남자가 한 달이 되기 전에 떠난다면 나머지 돈을 돌려줄 작정이었다. 양진은 남자에게 어부들의 방세와 똑같은 23엔을 달라고 했다. 이삭은 23엔을 잘 세서 양진의 두 손에 건네주었다.

동희가 이삭의 가방을 방 앞에 내려놓고 깨끗한 이불을 가지러 갔다. 남자가 씻으려면 부엌에서 따뜻한 물도 가져다줘야 했다. 동희는 두 눈을 내리떴지만 남자에 대한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양진은 동희와 함께 잠자리를 준비했고 이삭은 그 두 사람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잠시 후에 다른 식모가 따뜻한 물이 담긴 세숫대야와 깨끗한 수건을 가져왔다. 방에는 대구 출신 청년들이 나란히 누워 있었고, 홀아비는 양팔을 머리 위로 올린 채 잠들어 있었다. 이삭의 잠자리는 홀아비 바로 옆이였다.

아침이 되면 하숙집 남자들은 하숙인이 한 명 더 늘어난 것을 보고 다소 당황할지도 몰랐다. .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를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Learn languages from TV shows, movies, news, articles and more! Try LingQ for 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