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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38 - 김영하 "너의 목소리가 들려" - Part 2

Episode 38 - 김영하 "너의 목소리가 들려" - Part 2

제이를 데려온지 삼년 후, 돼지 엄마는 버스터미널 화훼상가에 구멍가게를 접고 강남의 한 룸쌀롱의 주방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우리가 살던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를 왔다. 당시 우리는 오래된 이층집을 증축해 여섯 세대가 살 수 있는 다세대 주택으로 개조를 한 참이었다. 이층과 삼층에 각각 두 세대씩 들어오고, 반지하에 한 세대가 들어섰다. 일층은 주인인 우리가 썼다. 엄마는 공사에 돈이 솔찮게 들어 빚이 늘었다고 푸념하곤 했다. 반지하에는 파키스탄 출신 노동자들이 살았고 삼층은 젊은 독신남과 천식을 앓는 할아버지가 각각 들어와 살았고 이층은 제이네와 중국집에서 일하는 배달부가 세를 들었다.

제이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그가 식탁 의자 위에 위태롭게 서서 위를 향해 팔을 뻗다 갑자기 균형을 잃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내 쪽으로 넘어지는 장면이다. 어른이 달려왔다거나 병원에 갔다거나 하는 기억은 없다. 단지 그가 쓰러졌다는 것, 어떤 둔중한 고통이 나를 꿰뚫어 마룻바닥에 나를 못박았다는 것만 떠오른다. 당연히 제이도 이 사건을 기억하고 있을 줄 알고 몇 번이나 물었지만 그는 생각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젓곤 했다. 막상 일을 당한 제이보다 내가 그 사건을 더 생생하게 반추한다는 것이 뭔가 억울했다. 제이는 어쩌면 잠깐 정신을 잃었을 수도 있고 너무 어려서 겪은 일이라 깨끗이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제이를 생각할 때마다 마치 극장에서 예고편을 보듯 반드시 이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게다가 이 장면은, 어쩌면 훗날의 내가 만들어낸 가짜 기억일지도 모를 이 기억은, 여러 감각을 동반하여 나타나곤 했다. 저 높은 곳에 서 있던 제이가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기 시작하면 내 심장이 퍼덕퍼덕 거세게 뛰면서 머리가 띵해지는 것이다. 어디선가 위잉위잉위잉, 날개 하나쯤 빠진 선풍기가 거세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손은 땀으로 축축해진다. 숨이 막히면서 희미하게 휘발유 냄새 같은 것이 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감각으로 남아 있는 기억을, 적어도 나 자신만큼은 부정하기가 어렵다. 요컨대 영화에서 본 어떤 이미지가 잘못 끼어든 것은 아닐 거라고 믿는 것이다.

제이의 이마에 남아 있던 초승달 모양의 흉터는 아마 그때 생겼을 것이다. 뭔가 생각할 때마다 오른손 검지로 지우개의 때를 밀어내듯 그 흉터 근처를 문지르는 제이. 그는 거듭하여 내 쪽으로 넘어진다. 역광 속에서 두 팔을 벌린 채 나를 두려움과 고통 속에 못박기 위해.

하루는 삼촌이 나와 제이를 데리고 강변에 나갔다. 원격조종으로 움직이는 모형 헬리콥터도 함께였다. 벌처럼 붕붕거리며 날아다니는 헬리콥터를 바라보는 것은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아마도 제이와 나는 손뼉을 치며 웃어댔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을 향해 두 팔을 뻗어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삼촌이 헬리콥터를 조종해서 갑자기 내 쪽으로 날려보냈다. 그것은 내가 경험한, 아니 기억하는 최초의 패닉이었다. 나는 부우웅부우웅 소리를 내는 그 거대한(그때는 그렇게 보였다) 물체가 나를 공격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공중에서 맴돌며 나를 노리던 그 모형 헬리콥터의 악의에 찬 잠자리 겹눈이 떠오른다. 내가 온몸을 떨며 자지러지자 삼촌은 재빨리 다른 쪽으로 날려보냈다. 주인을 따라 산책 나온 개들이 요란하게 짖어대며 그것을 쫓아다니고 목줄을 손에 든 개 주인들도 흥미롭게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나만이 공포에 사로잡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제이는 나와 달랐다. 그는 마치 텔레파시로 헬리콥터를 움직이고 말겠다는 듯이 뚫어져라 그것을 응시했다. 눈도 깜빡이지 않는 것 같았다. 정신병원에서 하루 종일 꼼짝도 않고 서 있는 긴장증 환자처럼 제이는 팔과 다리에 잔뜩 힘을 준 채 허공을 떠다니는 그 헬리콥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울음을 그치게 한 것은 바로 제이의 그 이상한 부동자세였다. 정말로 제이가 그 헬리콥터와 대화를 주고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말을 하지 않게 된 것이 그 이전이었는지 이후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분명한 것은 그날 이후로 한동안 내가 언어로 내 의사를 표현한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거대한 집게로 뇌를 조이는 것 같은 압도적인 공포의 맛(그렇다. 그것은 녹이 슨 쇳덩어리에 혀를 갖다댔을 때와 같은 맛이었다)만이 생생하다. 왜 그게 맛으로 기억되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그후로 말을 하지 못했다. 남의 말을 알아들었고 글도 읽고 쓸 수 있었다. 단지 말을 입밖에 내지 못했을 뿐이다. 입을 열 생각만 해도 혀가 굳고 머리가 하얘졌다. 말은 미끄러웠다. 잘하면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조금만 하면 될 것 같기도 한데. 그러면 그쯤에서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며 주먹에 땀이 차기 시작하고, 마침내 도저히 해낼 수 없다는 기분이 들면서 그냥 입을 다물어버리게 되었다. 가위에 눌릴 때랑 비슷한 기분이다. 엄마의 기억에 따르면 세 살 때까지는 곧잘 말을 했었다는데, 언제부터인가 점점 말수가 적어지더니 나중에는 엄마에게조차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엄마의 주장일 뿐, 내 기억 속의 나는 말이라는 것을 아예 해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헬리콥터 얘기를 하다보니 삼촌에 관련된 다른 일화도 떠오른다. 그 무렵 삼촌은 경찰관이 되겠다며 서울로 올라와 공부를 하고 있었다. 군에서 갓 제대한 직후니까 기껏해야 스물두어 살쯤이었을 것이다. 삼촌은 말수가 적고 어딘가 야비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그를 별로 따르지 않았는데, 그 역시 조카인 내게 별 정이 없었다. 낮에는 학원에 다니고 밤에는 독서실에서 공부를 했는데 아침과 저녁은 집에서 먹었다. 그 무렵 아버지는 사복을 입고 출퇴근을 하는 형사였다. 며칠씩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았다. 가끔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들어오기도 했다. 아마 시위진압 현장에서 최루탄 분말을 묻혀왔을 것이다. 내 기억 속의 아버지는 특정한 후각적 기억과 연결돼 있다. 깊은 밤, 비틀거리며 거칠게 집으로 밀고 들어오는 아버지를 따라 훅 끼쳐드는 매운 냄새와 폭력의 기운은 그 희미한 기억만으로도 나라는 인간의 모든 신경을 바짝 긴장시키곤 했다.

아버지가 없을 때는 삼촌이 대신 놀아주기도 했지만 재미있었다는 기억은 별로 없다. 삼촌은 부엌과 이어진 이른바 식모방을 썼는데, 내가 불쑥 들어가는 것을 아주 싫어해서 그럴 때마다 소리를 빽 질렀다. 부엌과 통하는 작은 문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문이 닫혀 있을 때에는 다들 창고쯤으로나 여길 만한 외진 방이었다. 삼촌이 거기서 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했던 것도 그 특이한 위치 때문이었다. 그것은 어린 나에게는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비밀의 문처럼 보이기도 했다. 삼촌이 학원에 간 사이 몰래 들어가보곤 했는데 덜 마른 빨래에서 나는 냄새와 시큼한 과일이 상해가는 냄새 같은 것이 방 구석구석에 진득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엉뚱하게도 천장에는 야광별을 붙여놓아서 불을 끄면 북두칠성이 환하게 빛났다. 그게 신기해서 나는 그 방에 들어가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놀곤 했다.

삼촌은 시험에 합격해 순경이 됐다. 발표가 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먼저 알고 집으로 연락을 했다. 동생 역시 경찰이 되었다는 사실에 아버지는 좀 흥분했던 것 같다. 지글지글 기름이 튀는 소리, 지방이 타는 역한 냄새, 잘 씹히지 않던 삼겹살의 물컹한 질감이 지금도 기억난다. 제이는 저녁을 얻어먹으러 우리집으로 내려와 있었다. 엄마가 부산하게 부엌을 오가고 아버지가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소리도 들렸다. 나는 소파 등받이 뒤에 숨어 삼촌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아버지에게 내보이던 밝은 표정과 그러지 않을 때 짓는 차갑고 냉소적인 표정이 완연하게 달라서 혼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비밀을 가진 인간의 얼굴이라는 것을 아마도 그때 나는 처음 보았을 것이다.

형사답지 않게 술에 약한 아버지는 밤이 깊기도 전에 일찍 곯아떨어졌다. 나와 제이는 TV 앞에 웅크리고 앉아 만화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삼촌은 불판 앞에 구부정하게 앉아 식어버린 살점을 몇 점 집어먹다가 불쑥 몸을 일으켰다.

"그만 가야겠어요." 엄마가 현관에서 삼촌을 배웅했다. 삼촌 곁에는 그의 소지품을 모두 쑤셔넣은 커다란 더플백이 무엇엔가 잔뜩 화가 난 듯 삐딱하게 서 있었다. 나는 삼촌이 떠나는 기척에 몸을 일으켜 소파의 등받이 너머로 현관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삼촌이 난데없이 엄마의 뺨을 후려갈겼다. 몸속에 숨겨둔 긴 팔이 갑자기 뻗어나와 천천히 반원을 그리며 엄마의 뺨에 적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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