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 지혜로운 전우치
조선 시대 지금의 개성에는 아주 지혜롭다고 소문난 선비가 살고 있었어요. 그 사람의 이름은 전우치인데, 어려서부터 하나를 알려 주면 열을 알 정도로 아주 똑똑해서 사람들은 전우치를 신동이라고 불렀어요.
전우치는 훌륭한 스승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러는 동안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여러 가지 신기한 재주를 부릴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아는 것도 많고 재주도 많은 전우치는 벼슬에 욕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 앞에 잘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전우치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알 수 없었어요.
어느 날 나라 전체에 심한 가뭄이 들어 사람들의 생활이 아주 힘들어졌어요. 하지만 벼슬하는 사람들은 힘든 사람들을 돌보지 않고 서로 힘 싸움만 하고 있었어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은 사람들만 나라를 걱정했어요. 전우치도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길을 떠났어요.
흰 눈이 내린 새해 아침, 대궐에서는 왕이 신하들에게 새해 인사를 받고 있었어요. 그때 대궐 지붕 위로 아름다운 색깔의 구름이 나타나더니 그곳에서 목소리가 들렸어요.
“왕은 어서 나와서 옥황상제께서 나를 통해 전하시는 말씀을 들어라.”
하늘과 땅을 다스리는 옥황상제의 말씀이라고 하니까 왕과 신하들은 깜짝 놀라 하늘을 쳐다보았어요. 아름답게 빛나는 구름 속에서 밝은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이 어린 소년 한 명과 함께 서 있었어요.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이 말했어요.
“옥황상제께서는 인간 세상에서 힘들게 살다 죽은 사람들을 위해서 하늘에 궁을 지으려고 하신다. 그래서 땅에 있는 여러 나라의 왕들에게 금으로 만든 대들보를 하나씩 바치라고 하셨다. 그러니까 넓고 크게 만든 금 대들보를 삼월 보름날까지 준비하여 하늘에 바쳐라.”
이렇게 말한 후 오색구름을 타고 다시 하늘로 사라졌어요.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떠들기 시작했어요. 그때 대궐 안에서 한 신하가 나와 왕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금으로 대들보를 만들려면 많은 금이 필요할 테니까 나라 안의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각자 가지고 있는 금을 모두 나라에 바치라고 해야 합니다.”
주변에 있던 신하들이 모두 이 말에 찬성했어요. 왕은 바로 신하들에게 나라 안에 있는 모든 금을 모으라고 명령했어요.
그리고 금을 모은 후 옥황상제가 말한 것과 똑같이 큰 대들보를 만들라고 했어요. 완성된 대들보를 보고 왕은 안심하며 크게 기뻐했어요.
마침내 옥황상제가 말한 삼월 보름날이 되었고, 지난번처럼 아름다운 구름 사이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어요. 모두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서 옥황상제가 보낸 사람을 맞이했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어요.
“이 나라의 왕이 하늘의 뜻을 잘 지켰으니 그 정성을 칭찬해 주겠다. 당신과 같은 왕이 있는 이나라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하늘을 더 많이 존경해야 한다.”
그 사람은 이렇게 말하더니 학을 타고 구름 사이로 사라졌어요.
왕은 나라에 많은 복을 줄 것이라는 옥황상제의 말을 듣고 아주 기뻐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대궐 안이 시끄러워졌어요. 대궐에 나타나 금 대들보를 가져간 사람이 옥황상제가 하늘에서 보낸 사람이 아니라 전우치라는 소문이 전해졌기 때문이에요. 전우치가 도술로 자신의 모습을 잠시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바꾼 것이라는 소문이었어요.
이런 소문이 난 이유는 전우치가 갑자기 금 대들보를 팔아서 쌀과 다음 해 농사를 위한 씨앗을 산 후 사람들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었기 때문이었어요. 사람들은 자신들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전우치에게 매우 고마워했어요. 그리고 나라에서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전우치가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전우치를 아주 존경했어요.
그러나 전우치는 사람들에게 칭찬을 듣는 것이 오히려 부끄러웠어요. 가난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전우치는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서 글을 쓴 다음,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붙였어요.
“이번 가뭄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힘들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왕과 신하들이 이 사람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늘 대신 금 대들보를 만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의 절반을 팔아서 쌀과 씨앗을 산 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 일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 쌀은 원래 여러분의 것이니까 쌀을 나누어 준 저를 칭찬하지 마시고 마음 편히 드십시오. 그리고 내년 농사를 다시 열심히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전우치가 바라는 것은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것뿐이었어요.
사람들은 전우치의 글을 읽고 그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했어요. 보통 사람들이 전우치를 칭찬하는 반면에 대궐의 신하들은 전우치 때문에 매우 화가 났어요. 자신들을 속여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전우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많은 신하들이 왕에게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어요.
“전우치는 왕을 속이고 나라를 시끄럽게 한 죄인입니다. 이렇게 큰일을 저지른 사람은 마땅히 잡아서 벌을 주어야 합니다.”
그 후 대궐에서는 전우치를 잡으라는 글을 써서 곳곳에 붙이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