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부 뒤늦은 학교생활, 첫 번째
제14부 [...] 뒤늦은 학교생활, 첫 번째
그때는 나이가 서너 살 위인 동기는 말할 것도 없고 장가를 간 동기도 있을 정도였다. 결국 서당에서 함께 공부하다가 3년이나먼저 보통학교에 입학한 아이들과 나는 같은 학급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한 학급의 인원은 80명 내외였다.
나는 보통학교에 입학하면서 비로소 학교생활이라는 걸 시작하게 되어 무척 기뻤다. 그러나 학교생활을 늦게 시작한 만큼, 학급에서 뒤떨어진 걸 알고는 맥이 풀릴 정도였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집에서 6학년까지의 공부를 나름대로 끝냈기 때문에 좀더 월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학교생활을 하면서 내가 가진 지식이 정말 보잘것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중에서도 나를 더욱 주눅들게 한 과목은 도화(미술)와 창가(음악), 그리고 체육이었다. 이 세 과목의 성적은 낙제나 다름없었지만 다른 과목의 성적이 뛰어나 동정점수를 받아 체면을 유지하고 낙제를 면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체육에 자신이 없던 나는 가을마다 돌아오는 운동회가 싫었다. 그날은 동네 사람들이 점심을 준비해 가지고 와서 마치 큰 잔치 같았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보는 데서 달리기를 하여 꼴찌를 한다는 것은 어린 내 마음으로는 상처를 받기에 충분했는데, 그래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들 들떠 하루를 보내는 운동회를 나는 그저 시큰둥하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