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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무대: 2016 10월 - 11월, 하숙생 (2016/11/11) (2)

성환 (참는)관두자. 미안하다 먼저 간다.

욱형 나 때문이란 말 하고 싶어? 너 아직도 내가 학교에 소문냈다

생각하냐? 진영이가 너 살리려다 물에 빠져 죽었는데 느이

아버지가 넌 병원에 숨겨놓고 위로금만 보냈더란 얘기. 그거

내가 소문냈다고?

성환 관두자고 좀! 지긋지긋하다니까! E) 성환 후다닥 나가면 경수가 뒤따르는

경수 야, 성환아! E) 장례식장 주차장, 두 사람의 빠른 발걸음 소리

경수 야, 일케 가면 우야노, 어무이가 다 보고 계신다.

성환 미안하다. 발인땐 올수 있게 해볼게. 부탁해.

경수 야야, 가더라도 숨 좀 고르고 가라. 니 지금 제정신 아이다.

성환 걱정 마, 간다.

E) 차문열리는 소리. 시동거는 소리

경수 성환아! 담배라도 한 대 피고(말하려는데)

E) 차 출발하다가 어딘가에 부딪히는 소리 꽝!

경수 어어?? 야!!! 성환아!

M) 브릿지

E) 젊은 친구들, 우여사가 ‘성환아! !' 부르는

기자 (깨우는) 팀장님!! E) 보도국 내부 소음들

성환 (놀라)어? 어...

기자 웬 낮잠이세요? 교통사고 후유증 아니에요?

성환 사고는 무슨, 차 조금 박은걸.

기자 혹시 망자가 가지 말라고 잡으신거 아닐까요?

성환 쓸데없는 소리한다.

기자 어라? 얼굴에 멍도 드셨네? 카메라테스트 어떡해요?

성환 여기 내 얼굴 모르는 사람 있나? 얼굴보고 뽑는거 아니잖아?

기자 9시 앵커 오디션 역대 최강자전이라고 다들 생중계해야한다고

난리에요.

성환 실없는 사람들.

기자 믿을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저쪽은 스피치전문가에 청담동

스타일리스트까지 동원해서 준비한대요.

근데 부장님은 다크서클 작렬에다 멍~까지.

성환 분장하면 돼.

기자 그러게 거사 놔두고 뭔 상가집을 가세요?

귀신이 여기까지 따라온거 아닙니까?

성환 넌 그놈에 입방정 때문에 사고한번 친다! 경고야 경고! E) 성환 핸드폰 소리

성환 어, 경수야.

경수F) 괜찮나? 아픈데 없나?

성환 응.

괜찮아. 어젠 미안했다. 어디냐?

경수F) 내 병원가는 길이다.

성환 병원? 왜?

경수F) 마누라가 스키장에서 넘어져가 다릴 분질러 먹었댄다.

지금 수술하러 서울로 오는 중이라카네.

성환 큰일 날 뻔 했네.

경수F) 그카서 그라는데.

성환 응.

경수F) 니가 미영누야 픽업 좀 할 수 있겠나?

성환 내가?

경수F) 응. 울 아덜도 다 놀러나가서 병원에 붙어 있을 사람이 없어

그란다.

성환 (마지못해) 그래, 알았어.

경수 고맙데이. 비행기는 인천에 7시 20분 도착이다.

E) 공항안내방송, 소음들

E) 성환, 황급히 달리는 소리

성환 (누군가에게 양해구하며 달리는)죄송합니다...헉헉..

E) 황급히 걷는 소리

성환 누나!! 헉헉

미영 어머. 성환아!

성환 (헉헉)다행이에요, 만나서. 많이 기다리셨죠?

미영 좀 전에 경수하고 통화했어. 니가 좀 늦을거 같다구.

근데 맘이 급해서 더 기다릴 수가 있어야지.

성환 미안해요.

차가 막혀서. 어머니 소식 듣고 많이 놀랐죠?

미영 기차표 구하러 뛰어다니다 엄만 다 잊어버렸다. (허탈한 웃음)

성환 일단 차부터 타요. 가면서 얘기해요. 짐은?

미영 이게 다야. 기차표만 구하면 바로 떠날라고 여권만 들고

기다렸어.

성환 다행이에요. 발인 전에 와서.

미영 응. 고맙다 다들. 쉽지 않은 일인데.

성환 누나.

미영 응?

성환 ...죄송합니다.

M) 과거로 가는 브릿지

E) 초인종소리 계속 울리는

젊은성환 누나!

문 좀 열어줘요! 젊은미영 (멀리서)글세 할 말 없다니까. 그만 가!

젊은성환 누나. 어머니 계신데만 가르쳐줘요. 그럼 갈게요

젊은미영 나도 몰라!

E) 대문 두드리는 소리

젊은성환 누나!! 나 좀 살려줘요. 나 죽을거 같아요.

E) 대문 열리는 소리

젊은성환 누나!

젊은미영 왜 그래 너? 이제 와서 뭘? 진영이 보낼 땐 얼굴 한번

안 보이더니 왜 이제 와서 엄말 찾아?

젊은성환 미안해요. 죽을죄를 졌어요. 제발 용서

젊은미영 (말 자르며)니가 하고 싶은 말, 니 맘 우리 다 알아.

근데 그걸 받을 수가 없어. 너 얼굴을 볼 수가 없다니까.

젊은성환 제가 어머니한테 빌게요. 어디계세요?

젊은미영 너 이러면 엄마가 더 힘들어져. 너 죄책감 덜자고 우리

괴롭히는거 밖에 안 돼.

젊은성환 아니예요, 정말 아니예요.

젊은미영 그럼 돌아가. 엄만 몰라도 난 진짜 너 안 봤음 좋겠다.

E) 대문 닫히는 소리

젊은성환 누나!!! (흐느끼는)진영아. 어머니.

M) 브릿지

E) 운전중 소음.

혜진F) 미쳤어? 당신 오디션 어떡할라고!

성환 걱정 마. 차질 없게 할게.

혜진F) 어떻게! 지금 내려갔다 눈이라도 오면 어떻게 올라오려구?

성환 글쎄 알아서 한다니까 그러네.

혜진F) 몰라, 인터넷에 오디션 기사 다 떠서 벌써 여기저기서 연락

온다. 당신 떨어지면 나 정말

성환 (말 자르는)끊는다...(끊고)

미영 바쁜 일 있는거 아냐?

성환 아니에요. 미안해요.

통화가 너무 길었죠?

미영 아이는?

성환 아들 둘요. 큰애가 이제 고3되요.

미영 착해?

성환 큰 속은 안 썩이는데 애 엄마랑은 맨날 싸우는 모양이에요.

집사람이 좀 극성이라.

미영 언젠가 엄마가 그러시더라. 니들 다 자리 잘 잡고 사는거

같다고.

성환 미안해요.

미영 아냐 아냐. 엄마도 진심으로 좋아하셨어. 왜 아니겠니?

다들 아들처럼 생각하셨는데.

성환 맞아요. 그러셨죠.

미영 나두 그때 너한테 왜 그렇게 모질게 그랬나 몰라.

성환 저라도 그랬을거예요. 우리 애들 축구하다 다치고만 와도

누가 그랬냐고 이름 대라고 앨 다그치는데.

미영 왜 아니겠어. 내가 하도 난릴 치니까 되려 엄마가 울지도

못하고.

눕지도 못하고.

(웃으며 울컥하는) 그해 하숙집 접을 때 뭐라 그랬는지 아니?

성환 뭐라셨는데요?

미영 나 때문에 서울 살수가 없대. 나 꼴뵈기 싫어서 내려간다고.

성환 누난 일부러 더 그러신거죠?

미영 반반. 나도 화풀이할 데가 필요했고. 행여 엄마가 딴 맘 먹을

까봐 걱정도 됐었고. 그때 절에 들어가시길 잘했지.

성환 그동안 혼자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미영 맞아. 난 여행작가랍시고 밖으로만 돌지.

외로웠을거야 울 엄마.

E) 급브레이크 소리

미영 어머! 괜찮아?

성환 어쩌면 기다리셨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신호를 보내신건데.

M) 과거로 가는 브릿지

E) 엘리베이터 서는 소리. 문 열리면

오피디 어이~ 동기!

성환 오피디. 웬일이야? 보도국까지?

오피디 잘 만났네. 이거 출연자 할머니가 너 갖다주라고 주시더라.

더덕이에요, 더덕!

성환 출연자? 어디서?

오피디 단양 촬영갔었거든. 니가 아들 친구라던데?

뉴스 잘보고 있다고.

성환 누구지? 이름은 모르고?

오피디 막 출발하는데 주신거라...낼 아침방송 나갈건데 봐봐.

마을회관 씬에 꼭 등장시킬게.

성환 그래, 고마워. 챙겨볼게.

오피디 아!! 우씨다 우씨! 오빠 되시는 분이 우영만씨야.

성환 어머니가?

E) 장례식장안의 독경소리, 사람들 오가는 소리

용재 (형식적인)운전하느라 고생했다.

성환 (머쓱한)응. 잠은 좀 잤어?

용재 아까 사우나서 좀 자고 왔어. 경수도 출발했대.

성환 와이프 괜찮대?

용재 수술 아니고 그냥 깁스만 하면 된대. 퇴원했다는데?

성환 밤길 위험할텐데..

용재 걔가 뭐 그런거 따지는 놈이냐? 의리하면 한경수지.

욱형 (오며) 야야, 누나 온 김에 얼른 한술씩 뜨자.

성환 난 됐어. 니들 얼른 먹어.

E) 밥 먹는 소리

용재 너 낼 9시뉴스 앵커 오디션 있다며? 기사났던데.

성환 별거 아냐.

용재 다음 코스는 정치권 입성이겠네?

성환 내가?

아냐.

관심없어 그런거.

욱형 그 바닥 사람들이 관심있겠지. 고향도 아버지랑 일가친척이

꽉 잡고 있으니 공천받기도 쉽겠네.

성환 (불쾌한) 관심없다니까.

외삼촌 (흥분해서 걸어오며)어딨어 그놈!! 우리 진영이 죽인 놈

어딨냐고?

미영 (따라오며)외삼촌, 왜 이러세요.

외삼촌 여기가 어디라고 와! 감히 무슨 낯짝으로 여길 와!

그래 너지!! 니가 김성환이지?

성환 (일어나며) 어르신..

외삼촌 (퍽퍽 때리며) 왜 그랬어!! 왜 우리 진영일 그렇게 만들었어! 미영 그게 왜 이 사람 탓이예요. 엄마도 다 용서한 일인데 왜요.

외삼촌 내 새끼 잡아먹은 놈을 어떻게 용설 해?

느이들도 부모면 용서가 되는 일일런지 어디 말을 해봐!

욱형 예, 어르신, 고정하세요.

외삼촌 애비 얼굴도 못보고 자란 놈이라고 그놈 손가락에 생채기만

나도 벌벌 떨며 키웠는데! 너 때문에 금쪽같은 내 새끼가

물에 빠져 죽었는데 어떻게 용설 하냐고, 응?

성환 죄송합니다.

외삼촌 가! 니놈들 다 필요 없어!! 다 가!! 미영 (외삼촌에게)삼촌, 진정하세요. 발인 얼마 안 남았어요.

삼촌이 이러시면.

외삼촌 내가 원통해 그런다. 진영이 그렇게 보내, 내 동생은 추운

방에서 혼자 보내, 니들이 그 모자한테 한 짓을 알어?

왜 그랬어, 응?

미영 삼촌, 얘들도 힘들었어요. 우리 다 힘들었다구요

외삼촌 아이구, 내 동생. 명자야, 진영아...

M) 브릿지

E) 포장마차 소음

성환 (많이 취했다)그래, 나도 힘들었어. 죽을똥 말똥 힘들었다.

못자고 못 먹고 방구석에서 썩었다. 스물 한살 여름에 그렇게

살았다구!

경수 내도 안다! 내 휴가 나와서 니 면상보고 기절할뻔 안했나.

이기 사람인지 귀신인지.

욱형 우리 다 그랬어! 그런 일 겪고 멀쩡한게 더 이상하지.

성환 조욱형 너!

욱형 뭐? 뭐?

성환 넌 현장에 없었어. 제 삼자가 왜 헛소리 지껄이고 다녀?

욱형 뭐 삼자? 싸가지 없는 새끼, 동생같은 진영이랑 2년이나

한솥밥 먹던 우리가 다 엮였는데 그게 어떻게 삼자야?

성환 웃기구 있네. 그런 놈이 사방팔방 내가 진영이 죽였다고

떠들고 다니냐?

우리 아버지가 돈으로 덮으려고 했단 소문까지 내고?

욱형 내가 틀린 말 했어? 니 아버지가 봉투들고 문상온거 어머니가

돌려보냈잖아.

성환 그럼 그렇게 말을 했어야지, 덮긴 뭘 덮어?

경수 야야, 고마해라. 옛날일 아이가.

용재 (냉정하게) 그땐 성환이 아버지가 너무했어.

끝까지 얘 숨길 생각만 하셨잖아. 바로 유학 보내버린 것도

그렇고.

욱형 그래, 적어도 당사자가 나와서 향 피우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지! 우린 뭐 도망갈줄 몰라서 비비고 앉았었는지 아냐?

경수 야야야! 여기 진영이 일로 맘 안 아픈 사람 어딨노?

성환이 야가 제일 힘들었을거 느그도 다 알잖아! 오죽하면

즈이 아버지 몰래 들어와가 왕십리 어무이 찾아다녔겠나.

야도 할만큼 했다.

욱형 것도 안하면 그게 사람이야!

성환 그래! 나 사람 아니다. 멀쩡한 애 죽여 놓구 잘 먹고 잘살고

잘 나가는 김성환이다!

니들이 보태준거 있냐? 니들이 왜 지랄이야?

욱형 뭐 지랄? 이 새끼가 진짜!

경수 일마들 이러다 사고친다, 가자, 가!

성환 조욱형 야 이 새끼야! 니가 동네방네 이빨 까고 다니지만

않았으면 나 도망안가도 됐어.

윤용재! 치사한 새끼, 넌 어머니 어디계신지 다 알면서

일부러 나한테만 말 안했지? 니가 뭔데 새끼야!

니들이 날 개쓰레기 취급해 놓고 왜 이제 와서 다 내 탓이래?

경수 (작게)고마 하라니까! 포장마차 손님들이 니 쳐다본다!

성환 보라 그래! 나 김성환이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옛날에 뭔 짓을 했는지 다 까발려!

청문회해, 니들이 저 새끼 인간말종이라고 다 말해!

E) 탁자 내려치는

욱형 발악을 해라 발악을!

성환 나두 미치겠었어. 죽고 싶었다구. 내 아들 쳐다보고 있으면

진영이가 저 나이 때 죽었구나, 저렇게 어릴 때 죽었구나

불쌍해 죽겠고 가여워 죽겠어.

근데 내 새끼 보면서 진영이 생각날 때 마다 내 새끼도

불쌍해 죽겠어.

그런데 뭐, 그래서 어쩌라구? 날더러 뭘 더 어쩌란거야.

용재 관두자. 나 먼저 들어갈게.

성환 어디가 윤용재! 너 학교 때 부터 나 맘에 안 들어 했지?

조욱형, 너 말끝마다 부르조아 어쩌고 하면서 나 얼마나 한심

하게 봤어?

경수 하~ 일마 쌓인게 많은갑네. 남의 상가집 와서 뭔 행패고

이게?

성환 한경수, 너두 저 새끼들하고 한패지? 뒷구멍에서 내 욕했지?

경수 이 자슥이 진짜! 니 말 다했나? 한 패라꼬? 날 뭘로 보고

이카는데? 니 함 맞아볼래?

성환 패! 오늘은 도망안갈테니까 니들 맘대로해 봐, 강에다 쳐박든

매달고 두들겨 패든, 니들 맘대로 해봐. 어서, 해봐!

E) 우당탕 술병, 술잔 쓰러지는 소리

일동 야!!! 김성환!

M) 브릿지

E) 노크소리

성환 (간신히 깨는)누구세요.

점원OFF) 손님, 프론틉니다.

성환 (정신이 들며 머리가 아프다) 아..잠깐만요.

E) 걸어가서 문 여는 소리

점원 일어나셨네요. 친구 분이 5시에 꼭 깨워드리라고 해서요.

성환 네, 고맙습니다.

점원 여기 핸드폰 배터리 충전해왔습니다.

그리고 전화기 옆에 메모 확인하시랍니다.

성환 예..고맙습니다.

E) 문 닫히는 소리

E) 핸드폰 켜는 소리

E) 물 따라서 벌컥벌컥 마시는 소리

E) 메모지 바스락거리는 소리

용재E) 이제 시원하냐? 차는 모텔주차장에 있어. 조심해서 올라가라.

E) 성환 핸드폰 벨소리

성환 응, 여보.

혜진F) 여보!! 성환 미안해, 배터리가 나가서.

혜진F) 누가 핸드폰 물어? 어디야? 어떻게 된거야?

성환 이따 얘기해. 나 씻어야 돼.

혜진F) 그냥 와, 어차피 머리도 만져야 하구, 분장도

성환 나 못가.

혜진F)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못 온다니?

성환 갈 데가 있어, 중요한데.

혜진F) 지금 당신한테 오디션보다 중요한게 어딨어?

당신 마지막 기회야.

성환 알아. 근데 마지막으로 만날 사람이 있어.

M) 과거로 가는 브릿지

E) 멀리서 들리는 독경소리

우여사 꼴이 그게 뭐야, 그 잘생긴 얼굴이 대추씨마냥 쪼그라들었네.

젊은성환 어머니,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우여사 미영이한테 나 있는데 말하지 말랬더니 결국은 다들

찾아오네.

젊은성환 식사는 잘 하세요? 편찮으신덴 없어요?

우여사 ?다, 절밥 먹으며 날마다 108배하고 사니까 더 건강해졌어.

(일부러 농담하는)주책이지? 에미가 돼서.

젊은성환 죄송합니다. 어머니, 잘못 했습니다

우여사 아서라. 일이 안 될라니 그렇게 된거지, 니가 뭔 잘못이야.

젊은성환 아니예요. 저 때문에 진영이가.

우여사 누구 때문으로 할라면 애초에 내가 느이들 따라 보내질

말았어야지.

사주쟁이가 여름에 물조심 하라했는데 뭔 정신으로 덜컥

대문밖으로 내놨나 모르겠다. 팔푼이마냥.

젊은성환 용서해주세요.

우여사 용서? 니가 내 새끼 미워 그랬겠냐? 저부터 살자고 동생을

강물에 버려두고 나왔겠냐. 아니잖어, 그치?

젊은성환 (우는)

우여사 그거 아니면 다 털어버려. 그래도 돼. 나나 진영이한테 맘두지

말어.

젊은성환 어떻게 그래요.

우여사 (애써 밝게) 공양준비할 시간이다. 해떨어지기 전에 내려가.

젊은성환 (다급해지는)어머니.

우여사 이제 안와도 돼. 너 오면 내가 더 힘들어.

나 도망다니고 싶지 않다. 내가 왜 그래야하니. 그건 아니지,

그지?

젊은성환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우여사 그게 말 한마디로 끝나는거면 세상 사람들 맘속에 왜

응어리가 있겠냐. 돌아서는 맘은 오죽할 것이며 마주보고

있을 때 그 속 문드러지는건 또 어쩌고.

우리 용서란 말은 말자.

젊은성환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모르겠어요 정말.

우여사 그냥 네가 있을 곳에 잘 있어.

다 잊어버리고 지내다가 나중에 나 죽거들랑 그때 한번

와주든가. 그걸로 충분해. 난 정말 그거면 됐어.

M) 브릿지

E) 장례식장 주차장, 자동차 멈추고 내리는 소리

성환 (황급히 뛰어가 가며) 경수야~

경수 용재야, 내말 맞제? 내 일마 온다 안했나.

용재 서울 일은 어쩌고?

성환 응.

괜찮아. 안 늦었지?

경수 하모. 야~ 말끔하게 잘 차리고 나왔네. 김성환이.

성환 (미영발견하고) 누나.

미영 (다가오며) 왔구나. 속은 괜찮아?

성환 네, 죄송합니다.

미영 영정사진, 니가 들어줄 수 있니?

성환 제가요?

미영 응. 삼촌한테도 말씀드렸어. 느이들이 모실거라고.

성환 그래도 어떻게 제가 (하다가) 네, 제가 하겠습니다.

미영 고맙다. 준비하자. (가며) 다들 들어와.

일동 네.

경수 히야~ 우리 어무이 좋으시겠네. 잘 생긴 성환이 품에

안기셔 가가.

용재 (말 자르며)야, 고마해라.

경수 와? 어무이도 우리 낄낄거리는거 좋아하지 않으셨나.

이래 다 모인거 보시믄 한마디 하실끼다.

‘니들, 싸우지 말고 잘 지내그래이' 안 그나 윤용재, 김성환이. 용재 (멋적은)싸우긴...애들이냐?

성환 미안하다, 다들.

욱형 (멀리서 조용히) 야! 뭐해! 빨리들 들어와!! 경수 (작게) 오이야~ 간다. 자, 들어갑시대이 형제들~

M) 엔딩


성환 (참는)관두자. 미안하다 먼저 간다.

욱형 나 때문이란 말 하고 싶어? 너 아직도 내가 학교에 소문냈다

생각하냐? 진영이가 너 살리려다 물에 빠져 죽었는데 느이

아버지가 넌 병원에 숨겨놓고 위로금만 보냈더란 얘기. 그거

내가 소문냈다고?

성환 관두자고 좀! 지긋지긋하다니까! !

E) 성환 후다닥 나가면 경수가 뒤따르는

경수 야, 성환아! !

E) 장례식장 주차장, 두 사람의 빠른 발걸음 소리

경수 야, 일케 가면 우야노, 어무이가 다 보고 계신다.

성환 미안하다. 발인땐 올수 있게 해볼게. 부탁해.

경수 야야, 가더라도 숨 좀 고르고 가라. 니 지금 제정신 아이다.

성환 걱정 마, 간다.

E) 차문열리는 소리. 시동거는 소리

경수 성환아! 담배라도 한 대 피고(말하려는데)

E) 차 출발하다가 어딘가에 부딪히는 소리 꽝!

경수 어어?? 야!!! 성환아!

M) 브릿지

E) 젊은 친구들, 우여사가 ‘성환아! !' 부르는

기자 (깨우는) 팀장님!! !

E) 보도국 내부 소음들

성환 (놀라)어? 어...

기자 웬 낮잠이세요? 교통사고 후유증 아니에요?

성환 사고는 무슨, 차 조금 박은걸.

기자 혹시 망자가 가지 말라고 잡으신거 아닐까요?

성환 쓸데없는 소리한다.

기자 어라? 얼굴에 멍도 드셨네? 카메라테스트 어떡해요?

성환 여기 내 얼굴 모르는 사람 있나? 얼굴보고 뽑는거 아니잖아?

기자 9시 앵커 오디션 역대 최강자전이라고 다들 생중계해야한다고

난리에요.

성환 실없는 사람들.

기자 믿을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저쪽은 스피치전문가에 청담동

스타일리스트까지 동원해서 준비한대요.

근데 부장님은 다크서클 작렬에다 멍~까지.

성환 분장하면 돼.

기자 그러게 거사 놔두고 뭔 상가집을 가세요?

귀신이 여기까지 따라온거 아닙니까?

성환 넌 그놈에 입방정 때문에 사고한번 친다! 경고야 경고! !

E) 성환 핸드폰 소리

성환 어, 경수야.

경수F) 괜찮나? 아픈데 없나?

성환 응.

괜찮아. 어젠 미안했다. 어디냐?

경수F) 내 병원가는 길이다.

성환 병원? 왜?

경수F) 마누라가 스키장에서 넘어져가 다릴 분질러 먹었댄다.

지금 수술하러 서울로 오는 중이라카네.

성환 큰일 날 뻔 했네.

경수F) 그카서 그라는데.

성환 응.

경수F) 니가 미영누야 픽업 좀 할 수 있겠나?

성환 내가?

경수F) 응. 울 아덜도 다 놀러나가서 병원에 붙어 있을 사람이 없어

그란다.

성환 (마지못해) 그래, 알았어.

경수 고맙데이. 비행기는 인천에 7시 20분 도착이다.

E) 공항안내방송, 소음들

E) 성환, 황급히 달리는 소리

성환 (누군가에게 양해구하며 달리는)죄송합니다...헉헉..

E) 황급히 걷는 소리

성환 누나!! 헉헉

미영 어머. 성환아!

성환 (헉헉)다행이에요, 만나서. 많이 기다리셨죠?

미영 좀 전에 경수하고 통화했어. 니가 좀 늦을거 같다구.

근데 맘이 급해서 더 기다릴 수가 있어야지.

성환 미안해요.

차가 막혀서. 어머니 소식 듣고 많이 놀랐죠?

미영 기차표 구하러 뛰어다니다 엄만 다 잊어버렸다. (허탈한 웃음)

성환 일단 차부터 타요. 가면서 얘기해요. 짐은?

미영 이게 다야. 기차표만 구하면 바로 떠날라고 여권만 들고

기다렸어.

성환 다행이에요. 발인 전에 와서.

미영 응. 고맙다 다들. 쉽지 않은 일인데.

성환 누나.

미영 응?

성환 ...죄송합니다.

M) 과거로 가는 브릿지

E) 초인종소리 계속 울리는

젊은성환 누나!

문 좀 열어줘요! !

젊은미영 (멀리서)글세 할 말 없다니까. 그만 가!

젊은성환 누나. 어머니 계신데만 가르쳐줘요. 그럼 갈게요

젊은미영 나도 몰라!

E) 대문 두드리는 소리

젊은성환 누나!! 나 좀 살려줘요. 나 죽을거 같아요.

E) 대문 열리는 소리

젊은성환 누나!

젊은미영 왜 그래 너? 이제 와서 뭘? 진영이 보낼 땐 얼굴 한번

안 보이더니 왜 이제 와서 엄말 찾아?

젊은성환 미안해요. 죽을죄를 졌어요. 제발 용서

젊은미영 (말 자르며)니가 하고 싶은 말, 니 맘 우리 다 알아.

근데 그걸 받을 수가 없어. 너 얼굴을 볼 수가 없다니까.

젊은성환 제가 어머니한테 빌게요. 어디계세요?

젊은미영 너 이러면 엄마가 더 힘들어져. 너 죄책감 덜자고 우리

괴롭히는거 밖에 안 돼.

젊은성환 아니예요, 정말 아니예요.

젊은미영 그럼 돌아가. 엄만 몰라도 난 진짜 너 안 봤음 좋겠다.

E) 대문 닫히는 소리

젊은성환 누나!!! (흐느끼는)진영아. 어머니.

M) 브릿지

E) 운전중 소음.

혜진F) 미쳤어? 당신 오디션 어떡할라고!

성환 걱정 마. 차질 없게 할게.

혜진F) 어떻게! 지금 내려갔다 눈이라도 오면 어떻게 올라오려구?

성환 글쎄 알아서 한다니까 그러네.

혜진F) 몰라, 인터넷에 오디션 기사 다 떠서 벌써 여기저기서 연락

온다. 당신 떨어지면 나 정말

성환 (말 자르는)끊는다...(끊고)

미영 바쁜 일 있는거 아냐?

성환 아니에요. 미안해요.

통화가 너무 길었죠?

미영 아이는?

성환 아들 둘요. 큰애가 이제 고3되요.

미영 착해?

성환 큰 속은 안 썩이는데 애 엄마랑은 맨날 싸우는 모양이에요.

집사람이 좀 극성이라.

미영 언젠가 엄마가 그러시더라. 니들 다 자리 잘 잡고 사는거

같다고.

성환 미안해요.

미영 아냐 아냐. 엄마도 진심으로 좋아하셨어. 왜 아니겠니?

다들 아들처럼 생각하셨는데.

성환 맞아요. 그러셨죠.

미영 나두 그때 너한테 왜 그렇게 모질게 그랬나 몰라.

성환 저라도 그랬을거예요. 우리 애들 축구하다 다치고만 와도

누가 그랬냐고 이름 대라고 앨 다그치는데.

미영 왜 아니겠어. 내가 하도 난릴 치니까 되려 엄마가 울지도

못하고.

눕지도 못하고.

(웃으며 울컥하는) 그해 하숙집 접을 때 뭐라 그랬는지 아니?

성환 뭐라셨는데요?

미영 나 때문에 서울 살수가 없대. 나 꼴뵈기 싫어서 내려간다고.

성환 누난 일부러 더 그러신거죠?

미영 반반. 나도 화풀이할 데가 필요했고. 행여 엄마가 딴 맘 먹을

까봐 걱정도 됐었고. 그때 절에 들어가시길 잘했지.

성환 그동안 혼자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미영 맞아. 난 여행작가랍시고 밖으로만 돌지.

외로웠을거야 울 엄마.

E) 급브레이크 소리

미영 어머! 괜찮아?

성환 어쩌면 기다리셨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신호를 보내신건데.

M) 과거로 가는 브릿지

E) 엘리베이터 서는 소리. 문 열리면

오피디 어이~ 동기!

성환 오피디. 웬일이야? 보도국까지?

오피디 잘 만났네. 이거 출연자 할머니가 너 갖다주라고 주시더라.

더덕이에요, 더덕!

성환 출연자? 어디서?

오피디 단양 촬영갔었거든. 니가 아들 친구라던데?

뉴스 잘보고 있다고.

성환 누구지? 이름은 모르고?

오피디 막 출발하는데 주신거라...낼 아침방송 나갈건데 봐봐.

마을회관 씬에 꼭 등장시킬게.

성환 그래, 고마워. 챙겨볼게.

오피디 아!! 우씨다 우씨! 오빠 되시는 분이 우영만씨야.

성환 어머니가?

E) 장례식장안의 독경소리, 사람들 오가는 소리

용재 (형식적인)운전하느라 고생했다.

성환 (머쓱한)응. 잠은 좀 잤어?

용재 아까 사우나서 좀 자고 왔어. 경수도 출발했대.

성환 와이프 괜찮대?

용재 수술 아니고 그냥 깁스만 하면 된대. 퇴원했다는데?

성환 밤길 위험할텐데..

용재 걔가 뭐 그런거 따지는 놈이냐? 의리하면 한경수지.

욱형 (오며) 야야, 누나 온 김에 얼른 한술씩 뜨자.

성환 난 됐어. 니들 얼른 먹어.

E) 밥 먹는 소리

용재 너 낼 9시뉴스 앵커 오디션 있다며? 기사났던데.

성환 별거 아냐.

용재 다음 코스는 정치권 입성이겠네?

성환 내가?

아냐.

관심없어 그런거.

욱형 그 바닥 사람들이 관심있겠지. 고향도 아버지랑 일가친척이

꽉 잡고 있으니 공천받기도 쉽겠네.

성환 (불쾌한) 관심없다니까.

외삼촌 (흥분해서 걸어오며)어딨어 그놈!! 우리 진영이 죽인 놈

어딨냐고?

미영 (따라오며)외삼촌, 왜 이러세요.

외삼촌 여기가 어디라고 와! 감히 무슨 낯짝으로 여길 와!

그래 너지!! 니가 김성환이지?

성환 (일어나며) 어르신..

외삼촌 (퍽퍽 때리며) 왜 그랬어!! 왜 우리 진영일 그렇게 만들었어! !

미영 그게 왜 이 사람 탓이예요. 엄마도 다 용서한 일인데 왜요.

외삼촌 내 새끼 잡아먹은 놈을 어떻게 용설 해?

느이들도 부모면 용서가 되는 일일런지 어디 말을 해봐!

욱형 예, 어르신, 고정하세요.

외삼촌 애비 얼굴도 못보고 자란 놈이라고 그놈 손가락에 생채기만

나도 벌벌 떨며 키웠는데! 너 때문에 금쪽같은 내 새끼가

물에 빠져 죽었는데 어떻게 용설 하냐고, 응?

성환 죄송합니다.

외삼촌 가! 니놈들 다 필요 없어!! 다 가!! !

미영 (외삼촌에게)삼촌, 진정하세요. 발인 얼마 안 남았어요.

삼촌이 이러시면.

외삼촌 내가 원통해 그런다. 진영이 그렇게 보내, 내 동생은 추운

방에서 혼자 보내, 니들이 그 모자한테 한 짓을 알어?

왜 그랬어, 응?

미영 삼촌, 얘들도 힘들었어요. 우리 다 힘들었다구요

외삼촌 아이구, 내 동생. 명자야, 진영아...

M) 브릿지

E) 포장마차 소음

성환 (많이 취했다)그래, 나도 힘들었어. 죽을똥 말똥 힘들었다.

못자고 못 먹고 방구석에서 썩었다. 스물 한살 여름에 그렇게

살았다구!

경수 내도 안다! 내 휴가 나와서 니 면상보고 기절할뻔 안했나.

이기 사람인지 귀신인지.

욱형 우리 다 그랬어! 그런 일 겪고 멀쩡한게 더 이상하지.

성환 조욱형 너!

욱형 뭐? 뭐?

성환 넌 현장에 없었어. 제 삼자가 왜 헛소리 지껄이고 다녀?

욱형 뭐 삼자? 싸가지 없는 새끼, 동생같은 진영이랑 2년이나

한솥밥 먹던 우리가 다 엮였는데 그게 어떻게 삼자야?

성환 웃기구 있네. 그런 놈이 사방팔방 내가 진영이 죽였다고

떠들고 다니냐?

우리 아버지가 돈으로 덮으려고 했단 소문까지 내고?

욱형 내가 틀린 말 했어? 니 아버지가 봉투들고 문상온거 어머니가

돌려보냈잖아.

성환 그럼 그렇게 말을 했어야지, 덮긴 뭘 덮어?

경수 야야, 고마해라. 옛날일 아이가.

용재 (냉정하게) 그땐 성환이 아버지가 너무했어.

끝까지 얘 숨길 생각만 하셨잖아. 바로 유학 보내버린 것도

그렇고.

욱형 그래, 적어도 당사자가 나와서 향 피우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지! 우린 뭐 도망갈줄 몰라서 비비고 앉았었는지 아냐?

경수 야야야! 여기 진영이 일로 맘 안 아픈 사람 어딨노?

성환이 야가 제일 힘들었을거 느그도 다 알잖아! 오죽하면

즈이 아버지 몰래 들어와가 왕십리 어무이 찾아다녔겠나.

야도 할만큼 했다.

욱형 것도 안하면 그게 사람이야!

성환 그래! 나 사람 아니다. 멀쩡한 애 죽여 놓구 잘 먹고 잘살고

잘 나가는 김성환이다!

니들이 보태준거 있냐? 니들이 왜 지랄이야?

욱형 뭐 지랄? 이 새끼가 진짜!

경수 일마들 이러다 사고친다, 가자, 가!

성환 조욱형 야 이 새끼야! 니가 동네방네 이빨 까고 다니지만

않았으면 나 도망안가도 됐어.

윤용재! 치사한 새끼, 넌 어머니 어디계신지 다 알면서

일부러 나한테만 말 안했지? 니가 뭔데 새끼야!

니들이 날 개쓰레기 취급해 놓고 왜 이제 와서 다 내 탓이래?

경수 (작게)고마 하라니까! 포장마차 손님들이 니 쳐다본다!

성환 보라 그래! 나 김성환이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옛날에 뭔 짓을 했는지 다 까발려!

청문회해, 니들이 저 새끼 인간말종이라고 다 말해!

E) 탁자 내려치는

욱형 발악을 해라 발악을!

성환 나두 미치겠었어. 죽고 싶었다구. 내 아들 쳐다보고 있으면

진영이가 저 나이 때 죽었구나, 저렇게 어릴 때 죽었구나

불쌍해 죽겠고 가여워 죽겠어.

근데 내 새끼 보면서 진영이 생각날 때 마다 내 새끼도

불쌍해 죽겠어.

그런데 뭐, 그래서 어쩌라구? 날더러 뭘 더 어쩌란거야.

용재 관두자. 나 먼저 들어갈게.

성환 어디가 윤용재! 너 학교 때 부터 나 맘에 안 들어 했지?

조욱형, 너 말끝마다 부르조아 어쩌고 하면서 나 얼마나 한심

하게 봤어?

경수 하~ 일마 쌓인게 많은갑네. 남의 상가집 와서 뭔 행패고

이게?

성환 한경수, 너두 저 새끼들하고 한패지? 뒷구멍에서 내 욕했지?

경수 이 자슥이 진짜! 니 말 다했나? 한 패라꼬? 날 뭘로 보고

이카는데? 니 함 맞아볼래?

성환 패! 오늘은 도망안갈테니까 니들 맘대로해 봐, 강에다 쳐박든

매달고 두들겨 패든, 니들 맘대로 해봐. 어서, 해봐!

E) 우당탕 술병, 술잔 쓰러지는 소리

일동 야!!! 김성환!

M) 브릿지

E) 노크소리

성환 (간신히 깨는)누구세요.

점원OFF) 손님, 프론틉니다.

성환 (정신이 들며 머리가 아프다) 아..잠깐만요.

E) 걸어가서 문 여는 소리

점원 일어나셨네요. 친구 분이 5시에 꼭 깨워드리라고 해서요.

성환 네, 고맙습니다.

점원 여기 핸드폰 배터리 충전해왔습니다.

그리고 전화기 옆에 메모 확인하시랍니다.

성환 예..고맙습니다.

E) 문 닫히는 소리

E) 핸드폰 켜는 소리

E) 물 따라서 벌컥벌컥 마시는 소리

E) 메모지 바스락거리는 소리

용재E) 이제 시원하냐? 차는 모텔주차장에 있어. 조심해서 올라가라.

E) 성환 핸드폰 벨소리

성환 응, 여보.

혜진F) 여보!! !

성환 미안해, 배터리가 나가서.

혜진F) 누가 핸드폰 물어? 어디야? 어떻게 된거야?

성환 이따 얘기해. 나 씻어야 돼.

혜진F) 그냥 와, 어차피 머리도 만져야 하구, 분장도

성환 나 못가.

혜진F)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못 온다니?

성환 갈 데가 있어, 중요한데.

혜진F) 지금 당신한테 오디션보다 중요한게 어딨어?

당신 마지막 기회야.

성환 알아. 근데 마지막으로 만날 사람이 있어.

M) 과거로 가는 브릿지

E) 멀리서 들리는 독경소리

우여사 꼴이 그게 뭐야, 그 잘생긴 얼굴이 대추씨마냥 쪼그라들었네.

젊은성환 어머니,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우여사 미영이한테 나 있는데 말하지 말랬더니 결국은 다들

찾아오네.

젊은성환 식사는 잘 하세요? 편찮으신덴 없어요?

우여사 ?다, 절밥 먹으며 날마다 108배하고 사니까 더 건강해졌어.

(일부러 농담하는)주책이지? 에미가 돼서.

젊은성환 죄송합니다. 어머니, 잘못 했습니다

우여사 아서라. 일이 안 될라니 그렇게 된거지, 니가 뭔 잘못이야.

젊은성환 아니예요. 저 때문에 진영이가.

우여사 누구 때문으로 할라면 애초에 내가 느이들 따라 보내질

말았어야지.

사주쟁이가 여름에 물조심 하라했는데 뭔 정신으로 덜컥

대문밖으로 내놨나 모르겠다. 팔푼이마냥.

젊은성환 용서해주세요.

우여사 용서? 니가 내 새끼 미워 그랬겠냐? 저부터 살자고 동생을

강물에 버려두고 나왔겠냐. 아니잖어, 그치?

젊은성환 (우는)

우여사 그거 아니면 다 털어버려. 그래도 돼. 나나 진영이한테 맘두지

말어.

젊은성환 어떻게 그래요.

우여사 (애써 밝게) 공양준비할 시간이다. 해떨어지기 전에 내려가.

젊은성환 (다급해지는)어머니.

우여사 이제 안와도 돼. 너 오면 내가 더 힘들어.

나 도망다니고 싶지 않다. 내가 왜 그래야하니. 그건 아니지,

그지?

젊은성환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우여사 그게 말 한마디로 끝나는거면 세상 사람들 맘속에 왜

응어리가 있겠냐. 돌아서는 맘은 오죽할 것이며 마주보고

있을 때 그 속 문드러지는건 또 어쩌고.

우리 용서란 말은 말자.

젊은성환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모르겠어요 정말.

우여사 그냥 네가 있을 곳에 잘 있어.

다 잊어버리고 지내다가 나중에 나 죽거들랑 그때 한번

와주든가. 그걸로 충분해. 난 정말 그거면 됐어.

M) 브릿지

E) 장례식장 주차장, 자동차 멈추고 내리는 소리

성환 (황급히 뛰어가 가며) 경수야~

경수 용재야, 내말 맞제? 내 일마 온다 안했나.

용재 서울 일은 어쩌고?

성환 응.

괜찮아. 안 늦었지?

경수 하모. 야~ 말끔하게 잘 차리고 나왔네. 김성환이.

성환 (미영발견하고) 누나.

미영 (다가오며) 왔구나. 속은 괜찮아?

성환 네, 죄송합니다.

미영 영정사진, 니가 들어줄 수 있니?

성환 제가요?

미영 응. 삼촌한테도 말씀드렸어. 느이들이 모실거라고.

성환 그래도 어떻게 제가 (하다가) 네, 제가 하겠습니다.

미영 고맙다. 준비하자. (가며) 다들 들어와.

일동 네.

경수 히야~ 우리 어무이 좋으시겠네. 잘 생긴 성환이 품에

안기셔 가가.

용재 (말 자르며)야, 고마해라.

경수 와? 어무이도 우리 낄낄거리는거 좋아하지 않으셨나.

이래 다 모인거 보시믄 한마디 하실끼다.

‘니들, 싸우지 말고 잘 지내그래이' 안 그나 윤용재, 김성환이.

용재 (멋적은)싸우긴...애들이냐?

성환 미안하다, 다들.

욱형 (멀리서 조용히) 야! 뭐해! 빨리들 들어와!! !

경수 (작게) 오이야~ 간다. 자, 들어갑시대이 형제들~

M)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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