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LingQ를 개선하기 위해서 쿠키를 사용합니다. 사이트를 방문함으로써 당신은 동의합니다 쿠키 정책.


image

KBS 무대: 2016 10월 - 11월, 비를 동반한 눈 (2016/11/18) (1)

비를 동반한 눈 (2016/11/18) (1)

작의 학창시절 등굣길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쳤던 변태는 달리기가 빠르고 하얀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나는 이른 아침 사람들로 붐비는 버스정류장에 나타난 변태의 대담성에도 놀랐지만 도망갈 상황에 대비해 운동화를 신고 나온 준비성에 더 소름이 끼쳤었다. 아무도 쫓아가지 않는데도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던 그는 지금즘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운동화를 신고 이른 아침을 여전히 달리고 있을까 더욱 더 진화하여 악랄한 범죄자가 되었을까. 아니면 과거를 묻은 채 가면 뒤로 숨어버렸을까.

어느 쪽이 더 끔찍한가.

등장인물 -찬희 (16세. 남) 시은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진실을 우연히 알게 된 후 사실대로 말해줘야 할지 고민한다. -시은 (여. 16세) 자신의 친부가 우연쌤일지 모른다고 의심한다. -효진 (여. 32세) 싱글맘. 딸을 과잉보호하는 편이다.

-우연 (남. 32세) 찬희의 담임쌤. 현성의 아들 -장씨 (남. 50세) 악플러 -현성 (남. 60대) 우연의 아버지. 아트떡볶이 사장.

/우연의 친구(남.30대), 아트떡볶이 손님(여.20대), 우연의 아내, 손님(남.50대), 노인(남) M오프닝 E거리 소음. E시은 걸어가면서 핸드폰 문자 찍는 시은(E) 우연쌤 안녕하세요. 저 3학년 2반 박시은이에요.

허락도 없이 문자 보내서 죄송해요.. 실은 쌤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 괜찮으세요? 저한텐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문자 확인하시면 꼭 연락주세요.

E편의점 문 여는 소리 '딸랑' 종소리 찬희 (고개 빼꼼 내밀고) 박시은! 어디 가냐?

시은 (반갑게) 찬희야.. 찬희 (음식 우물대며) 너 오늘 학교 안 왔지? 시은 (E걸어오며) 내일도 못 가.. 모레도.. 찬희 뭔 소리야.. 들어와서 얘기해 E시은,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신나는 음악 들리는 E시식대로 가서 찬희 (나무 젓가락 벗기며) 너도 라면 먹을래? 시은 (왠지 시무룩) 아니.

찬희 (라면 후루룩) 아파보이진 않는데.. 학교 빼먹고 뭐했냐? 전화도 안 받고.

시은 (울먹이듯) 찬희야.. 나 이사 가.

찬희 (안 믿는) 개뻥치네.

시은 (진지한) 진짜야. 담주에 대구로 이사 가.

찬희 대구 겁나 먼데.. 진짜 가는 거 맞아? 반 애들한테 인사도 안 했잖아?

시은 (속상한) 갑작스럽게 결정된 거라.. 나도 오늘 아침에 알았어.

찬희 갑자기 이사는 왜?

시은 나도 몰라.. 찬희 (이해 안가는) 왜 이사 가는지 몰라? 엄마가 얘기 안 해주셔?

시은 울 엄마는 나한테 아무 것도 얘기 안 해줘.. 찬희 헐.진짜? 시은 근데.. 왜 이사 가는지 대충 이유 알 거 같아.. 찬희 왜? 시은 (심각)찬희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찬희 알겠어. 뭔데.

시은 약속한 거다?

찬희 말 안한다고.. 시은 엊그제 학부모 참관 수업했잖아. 그날 우리 엄마도 왔거든?

찬희 무슨 일 있었어?

시은 들어 봐. 수업 끝나고 엄마랑 같이 운동장 걸어가는데.. 우연쌤하고 마주쳤어.

찬희 우연쌤? 2반 담임?

시은 응.. 찬희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냐면. 회상M브릿지 E시은 효진 운동장 걸어가는 효진 (E뒤에서 따라오며) 가방 안 무거워? 엄마가 들까?

시은 (E걸으며)하나도 안 무거.. 효진 배고프면 뭐 좀 먹고 들어가자. 뭐 먹고 싶어?

시은 음.. 짜장면이랑 탕수육.. 요 앞 돈가스집도 맛있고.. E앞에서 걸어오는 우연 시은 (E꾸벅 인사하고 지나가는) 안녕하세요. 우연 (무심히)그래 시은 (E속도 안 늦추고 걸으며) 모르겠다. 그냥 엄마가 메뉴 골라.

E조용.. 시은 (E계속 걸으며) 엄마는 뭐 먹고 싶은데? 난 아무거나 상관없어.

E조용.. 시은 엄마? 시은(E) 왠지 느낌이 싸해서 뒤돌아보니까.. 엄마랑 우연쌤이 운동장 한 가운데 돌처럼 굳어 서 있었어. 우연쌤은 뒷모습만 보이고 엄마 얼굴만 보였는데.. 난 태어나서 울 엄마 그런 표정 처음 봤어. 찬희(E) 표정이 어땠는데?

시은(E)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고..덜덜 떨면서 곧 쓰러질 거 같은 게.. 꼭 저승사자 마주친 사람 같았어. 시은 (놀라서) 엄마? 뭐해 거기서 효진 (떨리는 목소리, 떨어져서) 시은아..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래? 엄마 잠 깐 얘기 좀 하고 갈게.. 시은 얘기? 우연쌤이랑?

효진 금방 갈게.. 시은 알았어.. 빨리 와.. 찬희(E) 둘이 무슨 얘기 했는지 들었어? 시은(E) 너무 멀어서 못 들었는데.. 멀리서 봐도 분위기가 진짜 심각해보였어.. E 교문 앞 거리...효진 시은 걸어가는 효진 (다가오며) 시은아? 시은 얘기 다 끝났어? (따라가는) 효진 응. 가자.. E효진 시은 걸어가는 시은 (조심스럽게) 우연쌤이랑 무슨 얘기 했어? 꽤 오래 얘기하던데.. 효진 별 거 아니야. 넌 몰라도 돼.. 시은 우연쌤이랑 아는 사인지 몰랐어.. 효진 (조용)... 시은 근데 아까는 왜 그랬어? 효진 뭐가?

시은 운동장에서.. 우연쌤 보고 얼굴빛이 확 변했잖아.

둘이 껄끄러운 사이야?

효진 (묵묵히).. 시은 (협박하듯) 엄마가 말 안 해주면 우연쌤한테 물어본다? 효진 (진짜 화내는) 까불고 있어. 너 진짜 엄마한테 혼나?

시은 과민반응 하니까 더 수상해.

효진 뭐 먹을지 정했지? 아니면 곧장 집으로 갈까?

시은 말 돌리지 말고.. 우연쌤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효진 그냥.. 어릴 때 잠시 한 동네 산 적 있어.

시은 (흥미진진) 오.. 언제?

효진 오래 돼서 기억 안 나.

시은 대충 언제쯤인데.. 중학교 들어가기 전이야, 후야?

효진 몰라. 그게 뭐가 중요해.

시은 우연쌤하고 많이 친했어?

효진 별로 안 친했어. 그냥 얼굴만 아는 정도.. 시은 거짓말.. 한 눈에 알아볼 정도면 보통 사이가 아니었을 거 같은데.. 혹시.. 효진 (긴장).. 시은 우연쌤이 우리 아빠야? 효진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시은 둘이 몇 살 때 까지 한 동네 살았는데? 효진 기억 안 난다니까.. 시은 엄마가 나를 열여섯 살에 낳았다며. 계산 좀 해보려고 그래.

효진 그 얘긴 이제 그만 해. 이제부턴 물어봐도 대답 안 할 거야.

대꾸할 가치도 없어.

시은 아 왜 E효진, 빠른 걸음으로 앞지르는 시은 (쫓아가며)같이 가, 엄마.. 짧은M브릿지 E 편의점 시은 그러다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까 대뜸 이사 간다는 거야. 담임한테 다 얘기해놨다면서 학교도 못 가게하고.. 찬희 흠.. 이사 가는 이유가 우연쌤 때문인 거 같다고? 시은 그거말곤 이유 없어. 내가 우연쌤이랑 가까워질까 봐 미리 차단하는 거야.

찬희 넌 우연쌤이 진짜 네 아버지라고 믿어?

시은 아직 확신하는 건 아닌데 일단 울 엄마 행동이 너무 수상하고.

전부터 우연쌤 보면 이상하게 남 같지 않고 정이 갔달까.. 암튼 좀 그런 게 있었어.. 찬희 남 같지 않다고? 너 우연쌤이 제일 무섭다면서.. 담임 아닌 게 천만다행이라 고 했으면서.. 시은 그건 작년이고! 찬희 난 너희 아버지 돌아가신 줄 알았어.

시은 엄마 아빠 얘길 잘 안 해주셔.. 아빠 얘기할 때는 이랬다 저랬다하셔. 지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했다가 교통사고였다고 했다가.. 매번 말이 바뀌어.

찬희 얼굴도 몰라? 사진은?

시은 엄마가 사진첩을 잃어버렸대.. 엄마 졸업앨범도 없고.

찬희 흠.. 그래서.. 앞으로 어떡할 거야?

시은 엄마는 절대 말 안 해줄 거고.. 나 혼자 어떻게든 알아낼 거야.

우연쌤이 진짜 아빠가 맞는지.. 찬희 어떻게? 유전자 검사라도 하게?

시은 그건 돈이 없어서 못 하구.. 우연쌤 뒷조사를 해보려고.. 울 엄마가 열여섯살에 나를 낳았거든? 우연쌤은 그 시기에 어디에 살았는지.. 울 엄마랑 어떤 관계인지 알아볼 거야. 찬희 누구 과거 캐는 건 내 전문인데. 내가 검색의 신이거든.

기본정보 알아도 검색하면 과거 주르르 다 떠.SNS통해서 알아낼 수도 있고.. 시은 진짜? 그럼 네가 나 좀 도와주라.

찬희 근데 우연쌤 유부남 아냐?

시은 맞아. 결혼하셨어.

찬희 우연쌤이 진짜 네 아빠면 어떡할 거야?...네가 딸이라고 밝힐 거야?

시은 아직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어.

찬희 너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 알아?

시은 아니. 무슨 뜻인데?

찬희 지나친 호기심이 치명적인 화를 부를 수 있다고.. 시은 그래서 도와줄 거야, 말 거야? 찬희 도와줄게.. 근데 나중에 후회하기 없기다?

짧은M브릿지 -우연, 목소리 낮춰 현성과 통화중 현성 듣고 있는 게냐? 우연 네.

현성 의사 말이.. 길어야 3개월이래.. 죽기 전에 손자 얼굴 보는 게 내 소원이다. 우연 (난감한 듯 깊은 한숨) 현성 사람이 죽어 가는데.. 그 정도는 부탁은 들어줄 수 있지 않냐? (E안쓰럽게 콜럭대는) 아내 (주방에서 나오며) 여보? 우연 (다급하게) 알겠으니까 일단 끊으세요. 저 집이에요.

현성 그래. 고맙다. (E쿨럭) 아내 (단순한 호기심에) 누구 전화야? 우연 (담담한) 잘못 걸려온 거야.

아내 근데 무슨 통화를 그렇게 길게 해.

우연 .

아내 표정도 어둡고.. 왠지 수상해?

우연 (차갑게) 나 의심하는 거야? 못 믿겠으면 발신목록 확인해보든가.

(E핸드폰 툭 건네는) M브릿지 -시은방 찬희 (E컴퓨터 키보드 두드리는) 이게 우연쌤 페북이고.. 시은 (E의자 끌어당겨 앉는) 오오.. 찬희 친구리스트에 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 다 들어가 봤는데.. 중학교 동창은 못 찾고 고등학교 동창생 딱 한 명 찾았어. 시은 오오 대박.. 찬희 (E클릭)이 사람인데.. 어제 온라인 상태일 때 일대일 채팅 걸어서 우연쌤에 대해 몇 가지 물어봤어. 반 친구들끼리 우연쌤 자서전 만들고 있다고... 찬희(E) 그럼 우연쌤에 대해 몇 가지만 물어볼게요. 친구(E) 예, 뭐든지요. 고등학교 내내 붙어 다녀서 웬만한 건 다 알아요.

찬희(E) 일단..우연쌤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나요?

친구(E) 부모님은 아버지만 계시고 외동아들인 걸로 알아요.

우연이 아버지는 분식점 하셨는데.. 우연이 따라서 저도 몇 번 가봤어 요.

찬희(E) 분식점 이름이랑 위치가 어딘지 아세요?

친구(E) 수현동에 있는 아트 떡볶이예요. 근데 아직도 장사하실지 모르겠네요.

찬희(E) 다른 질문인데.. 혹시 우연쌤이 다녔던 중학교가 어딘지 아세요?

친구(E) 모르겠어요 그건 찬희(E) 우연쌤이 중학교때 어느 동네에 살았는지는..... 친구(E) 그것도 잘.. 찬희(E) 우연쌤 여자친구 있었어요? 친구(E) 없었을 걸요?

찬희(E) 그러면 혹시 우연쌤한테 전에 사귀던 여자에 대해 들은적 있으세요?

친구(E) 아뇨. 우연이한테 여자 얘기 들은 적은 없어요. 워낙에 학교랑 집만 오가는 모범생인데다.. 성격도 차갑고 무뚝뚝해서 여자들에게 인기 있 는 타입도 아니었구요.

E찬희, 키보드 두드리는.. 찬희 수현동.. 아트 떡볶이.. 아트떡볶이..(E클릭 클릭) 시은 찾았어? 찬희 후기글 엄청 많다.. 유명한 맛집인가 봐.

시은 사장님 사진도 있어?

찬희 아니.. 근데 이 사람은 뭐지?

시은 누구?

찬희 닉네임 장씨라는 사람이 후기글마다 악플을 달아놨어.

시은 음식 맛없다구?

찬희 음식 얘긴 없고, 사장님 욕만 하는데?

시은 뭐라고 욕하는데?

찬희 그냥.. 주구장창 사장이 나쁜 놈이구 천벌 받아야 된대.. 시은 무슨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나? 찬희 완전 악질이네..안 되겠다. 나도 댓글 달아야지.

E찬희, 키보드두드리는 소리 찬희(E) 사장님이 대체 뭘 잘못했는데요? 아무 근거도 없이 똥글 그만 싸고 다른 데 가서 노세요. 꼬우면 폰번 남기시고요.

찬희 아트떡볶이 언제 갈까? 내일 갈래?

시은 내일은 우연쌤 만나러 갈 거야.

찬희 드디어 문자 답장 왔어? 만나 주시겠대?

시은 아니. 아직 답장 없어.. 그냥 한 번 부딪혀 보려고.. M브릿지 E학교 수업종료 벨소리.. E복도 걸어가는 학생들 소음.. E교무실 문 열고 나오는 우연.. 시은 선생님! 우연 (당황) 어, 시은아.. 전학 간 거 아니었어?

시은 네... 담 주에 이사 가요.

우연 담임선생님 찾아왔니? (교무실) 들어가 봐. 안에 계실 거야.

시은 (붙잡는) 저 실은.. 선생님 기다렸어요... 우연 나를? 시은 제가 보낸 문자 못 보셨어요? 여러 번 보냈는데 답장이 없으셔서.. 우연 미안... 근데 무슨 일로 나를.. 시은 지난번에 운동장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요. 우연 운동장?

시은 학부모 참관 수업날 운동장에서 마주쳤던 거요.. 그날 저희 엄마랑 우연 (모르는 척) 그랬었나.. 시은 엄마가 그러시는데. 어렸을 때 두 분이 같은 동네에 사셨다구.. 우연 (무척 조심스러운) 어? 어어.. 시은 그게 정확히 언제예요? 우연 (못 들은 척) 응?

시은 그때 쌤 나이가 몇 살이었는지 궁금해요.

우연 엄마께선 뭐라시던?

시은 엄마는.. 기억 안 난다고 대답 안 해주셨어요.

우연 (잠시 생각하더니) 실은 나도 기억이 안 나.. 너무 오래 전이라.

시은 완전 꼬맹이 때는 아니죠? 중학교 이전인지 이후인지 그것만이라도.. 우연 (말 끊고) 저기. 내가 지금 좀 바빠서.. 나중에 얘기하면 안 될까?

시은 볼 일 마치실 때까지 기다릴게요.. 우연 언제 끝날지 몰라서. 음.

이렇게 하자. 선생님이 나중에 연락할게.

시은 저 곧 이사 가는데.

우연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연락할게.. 미안.

시은 저.. (따라가고 싶은) E우연, 서둘러 발길 옮기는.. 시은 (아쉬운 듯 작게) 선생님.. E우연 멀어지는 발걸음 짧은M브릿지 E대낮 놀이터, 아이들 뛰어다니며 노는 소리. E꺄르르 경쾌한 웃음 소리들.

현성 (반갑게) 우연아.

우연 (저벅저벅 걸어오는) .. 현성 민준이는? 같이 안 왔어?

우연 저 혼자 왔어요.

현성 같이 오는줄 알고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우연 건강해보이세요. 저보다 혈색이 좋으신데요.

현성 들떠서 그래.. 오늘은 손자 얼굴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우연 3개월 시한부 판정 받았다는 거 거짓말이죠?

현성 (대답 못하는).. 우연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저 마지막으로 부탁드리려고 온 거예요.. 끈질기게 제 번호 알아내서 연락하는 거 그만두시고요. 현성 왜 이렇게 아비한테 가혹하게 구냐.

현성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 내가 네 생각을 얼마나 하는데.. 우연 진짜 저를 생각하시면.. 연락하지 마세요. M브릿지 -아트떡볶이앞 거리 시은, 찬희 걸어오면서 찬희 진짜 바쁘셨던 걸 수도 있잖아.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

시은 근데 왠지 쌤한테 연락 안올 거 같아.

찬희 (멈추고) 다 왔다. 아트떡볶이..(들어가려는데...) 장씨 (입구에서 서성거리며 뭔가 살피는) 찬희 아저씨 안 들어가세요? 장씨 흐흠...(사라진다) 찬희 이상한 아저씨네...시은아 들어가자. 시은 잠깐만 찬희야.. 찬희 안 들어가? 찬희 (숨 깊게 내쉬는) 휴우.. 찬희 그렇게 긴장 돼? 너 떠는 거 처음 봐.

시은 (긴장한) 토할 거 같아.

찬희 음식 먹다가 토를 해버려. 첫인상 하난 강렬히 남겠다.

시은 죽을래?

찬희 들어가서 뭐라고 말할 거야? 설마.. (시은 흉내내며) 저.. 믿기 힘드시겠지만.. 제가 할아버지 손녀예요.. 이럴 거야? 시은 (예민) 하나도 안 웃기거든? 오늘은 그냥 음식만 먹고 나올 거야.. 찬희 긴장 풀라고 농담한 거야.. 준비됐어? 시은 (후우.. 내뱉고) 응. 들어가자.

E가게 문 열고 들어가는 시은 찬희 현성 (친절)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E 걸어가며 안내하는) 찬희시은 (앉으며) 감사합니다 시은 (긴장) 떡볶이 이인분이랑 모듬 튀김 주세요. 찬희 김밥두요.

현성 넵. (가는) 찬희 (지켜보며)와.. 되게 친절하시다.. 시은 응..인상도 진짜 좋으시고. 찬희 사장님.. 우연쌤이랑 되게 많이 닮았다.

시은 부자지간이니까.. 찬희 너하고도 닮은 거 같아. 시은 진짜? 어디가?

찬희 눈이랑.. 전체적인 느낌이랑 다.

솔직히 너랑 우연쌤은 닮은 거 못 느꼈거든.. 네가 할아버지를 닮았나 봐. 시은 (왠지 좋은)그래?

E현성 다가와서 테이블에 쟁반 내려놓으며.

현성 (다가오며) 떡볶이 이인분. 튀김이랑 김밥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시은찬희 네.. 현성 여기. 쿠폰 가져가요 다음 주에 신메뉴 나오는데 쿠폰 가져오면 20프로 할인 해드려요.

시은 저는 다음 주에 이사 가서 못 와요.

현성 아 그래요?

시은 그 대신 방학 때 꼭 올게요.

현성 정말이죠? 내가 얼굴 기억해둘 거예요?

시은 네.. 꼭 기억해주세요.

E현성 허허 웃으며 가려는데... 시은 저기, 사장님? 현성 네?

시은 여기, 포장 되죠?

현성 예 그럼요.


비를 동반한 눈 (2016/11/18) (1) Snow with rain (11/18/2016) (1)

작의 학창시절 등굣길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쳤던 변태는 달리기가 빠르고 하얀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나는 이른 아침 사람들로 붐비는 버스정류장에 나타난 변태의 대담성에도 놀랐지만 도망갈 상황에 대비해 운동화를 신고 나온 준비성에 더 소름이 끼쳤었다. 아무도 쫓아가지 않는데도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던 그는 지금즘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운동화를 신고 이른 아침을 여전히 달리고 있을까 더욱 더 진화하여 악랄한 범죄자가 되었을까. 아니면 과거를 묻은 채 가면 뒤로 숨어버렸을까.

어느 쪽이 더 끔찍한가.

등장인물 -찬희 (16세. 남) 시은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진실을 우연히 알게 된 후 사실대로 말해줘야 할지 고민한다. -시은 (여. 16세) 자신의 친부가 우연쌤일지 모른다고 의심한다. -효진 (여. 32세) 싱글맘. 딸을 과잉보호하는 편이다.

-우연 (남. 32세) 찬희의 담임쌤. 현성의 아들 -장씨 (남. 50세) 악플러 -현성 (남. 60대) 우연의 아버지. 아트떡볶이 사장.

/우연의 친구(남.30대), 아트떡볶이 손님(여.20대), 우연의 아내, 손님(남.50대), 노인(남) M오프닝 E거리 소음. E시은 걸어가면서 핸드폰 문자 찍는 시은(E) 우연쌤 안녕하세요. 저 3학년 2반 박시은이에요.

허락도 없이 문자 보내서 죄송해요.. 실은 쌤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 괜찮으세요? 저한텐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문자 확인하시면 꼭 연락주세요.

E편의점 문 여는 소리 '딸랑' 종소리 찬희 (고개 빼꼼 내밀고) 박시은! 어디 가냐?

시은 (반갑게) 찬희야.. 찬희 (음식 우물대며) 너 오늘 학교 안 왔지? 시은 (E걸어오며) 내일도 못 가.. 모레도.. 찬희 뭔 소리야.. 들어와서 얘기해 E시은,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신나는 음악 들리는 E시식대로 가서 찬희 (나무 젓가락 벗기며) 너도 라면 먹을래? 시은 (왠지 시무룩) 아니.

찬희 (라면 후루룩) 아파보이진 않는데.. 학교 빼먹고 뭐했냐? 전화도 안 받고.

시은 (울먹이듯) 찬희야.. 나 이사 가.

찬희 (안 믿는) 개뻥치네.

시은 (진지한) 진짜야. 담주에 대구로 이사 가.

찬희 대구 겁나 먼데.. 진짜 가는 거 맞아? 반 애들한테 인사도 안 했잖아?

시은 (속상한) 갑작스럽게 결정된 거라.. 나도 오늘 아침에 알았어.

찬희 갑자기 이사는 왜?

시은 나도 몰라.. 찬희 (이해 안가는) 왜 이사 가는지 몰라? 엄마가 얘기 안 해주셔?

시은 울 엄마는 나한테 아무 것도 얘기 안 해줘.. 찬희 헐.진짜? 시은 근데.. 왜 이사 가는지 대충 이유 알 거 같아.. 찬희 왜? 시은 (심각)찬희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찬희 알겠어. 뭔데.

시은 약속한 거다?

찬희 말 안한다고.. 시은 엊그제 학부모 참관 수업했잖아. 그날 우리 엄마도 왔거든?

찬희 무슨 일 있었어?

시은 들어 봐. 수업 끝나고 엄마랑 같이 운동장 걸어가는데.. 우연쌤하고 마주쳤어.

찬희 우연쌤? 2반 담임?

시은 응.. 찬희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냐면. 회상M브릿지 E시은 효진 운동장 걸어가는 효진 (E뒤에서 따라오며) 가방 안 무거워? 엄마가 들까?

시은 (E걸으며)하나도 안 무거.. 효진 배고프면 뭐 좀 먹고 들어가자. 뭐 먹고 싶어?

시은 음.. 짜장면이랑 탕수육.. 요 앞 돈가스집도 맛있고.. E앞에서 걸어오는 우연 시은 (E꾸벅 인사하고 지나가는) 안녕하세요. 우연 (무심히)그래 시은 (E속도 안 늦추고 걸으며) 모르겠다. 그냥 엄마가 메뉴 골라.

E조용.. 시은 (E계속 걸으며) 엄마는 뭐 먹고 싶은데? 난 아무거나 상관없어.

E조용.. 시은 엄마? 시은(E) 왠지 느낌이 싸해서 뒤돌아보니까.. 엄마랑 우연쌤이 운동장 한 가운데 돌처럼 굳어 서 있었어. 우연쌤은 뒷모습만 보이고 엄마 얼굴만 보였는데.. 난 태어나서 울 엄마 그런 표정 처음 봤어. 찬희(E) 표정이 어땠는데?

시은(E)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고..덜덜 떨면서 곧 쓰러질 거 같은 게.. 꼭 저승사자 마주친 사람 같았어. 시은 (놀라서) 엄마? 뭐해 거기서 효진 (떨리는 목소리, 떨어져서) 시은아..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래? 엄마 잠 깐 얘기 좀 하고 갈게.. 시은 얘기? 우연쌤이랑?

효진 금방 갈게.. 시은 알았어.. 빨리 와.. 찬희(E) 둘이 무슨 얘기 했는지 들었어? 시은(E) 너무 멀어서 못 들었는데.. 멀리서 봐도 분위기가 진짜 심각해보였어.. E 교문 앞 거리...효진 시은 걸어가는 효진 (다가오며) 시은아? 시은 얘기 다 끝났어? (따라가는) 효진 응. 가자.. E효진 시은 걸어가는 시은 (조심스럽게) 우연쌤이랑 무슨 얘기 했어? 꽤 오래 얘기하던데.. 효진 별 거 아니야. 넌 몰라도 돼.. 시은 우연쌤이랑 아는 사인지 몰랐어.. 효진 (조용)... 시은 근데 아까는 왜 그랬어? 효진 뭐가?

시은 운동장에서.. 우연쌤 보고 얼굴빛이 확 변했잖아.

둘이 껄끄러운 사이야?

효진 (묵묵히).. 시은 (협박하듯) 엄마가 말 안 해주면 우연쌤한테 물어본다? 효진 (진짜 화내는) 까불고 있어. 너 진짜 엄마한테 혼나?

시은 과민반응 하니까 더 수상해.

효진 뭐 먹을지 정했지? 아니면 곧장 집으로 갈까?

시은 말 돌리지 말고.. 우연쌤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효진 그냥.. 어릴 때 잠시 한 동네 산 적 있어.

시은 (흥미진진) 오.. 언제?

효진 오래 돼서 기억 안 나.

시은 대충 언제쯤인데.. 중학교 들어가기 전이야, 후야?

효진 몰라. 그게 뭐가 중요해.

시은 우연쌤하고 많이 친했어?

효진 별로 안 친했어. 그냥 얼굴만 아는 정도.. 시은 거짓말.. 한 눈에 알아볼 정도면 보통 사이가 아니었을 거 같은데.. 혹시.. 효진 (긴장).. 시은 우연쌤이 우리 아빠야? 효진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시은 둘이 몇 살 때 까지 한 동네 살았는데? 효진 기억 안 난다니까.. 시은 엄마가 나를 열여섯 살에 낳았다며. 계산 좀 해보려고 그래.

효진 그 얘긴 이제 그만 해. 이제부턴 물어봐도 대답 안 할 거야.

대꾸할 가치도 없어.

시은 아 왜~~ E효진, 빠른 걸음으로 앞지르는 시은 (쫓아가며)같이 가, 엄마.. 짧은M브릿지 E 편의점 시은 그러다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까 대뜸 이사 간다는 거야. 담임한테 다 얘기해놨다면서 학교도 못 가게하고.. 찬희 흠.. 이사 가는 이유가 우연쌤 때문인 거 같다고? 시은 그거말곤 이유 없어. 내가 우연쌤이랑 가까워질까 봐 미리 차단하는 거야.

찬희 넌 우연쌤이 진짜 네 아버지라고 믿어?

시은 아직 확신하는 건 아닌데 일단 울 엄마 행동이 너무 수상하고.

전부터 우연쌤 보면 이상하게 남 같지 않고 정이 갔달까.. 암튼 좀 그런 게 있었어.. 찬희 남 같지 않다고? 너 우연쌤이 제일 무섭다면서.. 담임 아닌 게 천만다행이라 고 했으면서.. 시은 그건 작년이고! 찬희 난 너희 아버지 돌아가신 줄 알았어.

시은 엄마 아빠 얘길 잘 안 해주셔.. 아빠 얘기할 때는 이랬다 저랬다하셔. 지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했다가 교통사고였다고 했다가.. 매번 말이 바뀌어.

찬희 얼굴도 몰라? 사진은?

시은 엄마가 사진첩을 잃어버렸대.. 엄마 졸업앨범도 없고.

찬희 흠.. 그래서.. 앞으로 어떡할 거야?

시은 엄마는 절대 말 안 해줄 거고.. 나 혼자 어떻게든 알아낼 거야.

우연쌤이 진짜 아빠가 맞는지.. 찬희 어떻게? 유전자 검사라도 하게?

시은 그건 돈이 없어서 못 하구.. 우연쌤 뒷조사를 해보려고.. 울 엄마가 열여섯살에 나를 낳았거든? 우연쌤은 그 시기에 어디에 살았는지.. 울 엄마랑 어떤 관계인지 알아볼 거야. 찬희 누구 과거 캐는 건 내 전문인데. 내가 검색의 신이거든.

기본정보 알아도 검색하면 과거 주르르 다 떠.SNS통해서 알아낼 수도 있고.. 시은 진짜? 그럼 네가 나 좀 도와주라.

찬희 근데 우연쌤 유부남 아냐?

시은 맞아. 결혼하셨어.

찬희 우연쌤이 진짜 네 아빠면 어떡할 거야?...네가 딸이라고 밝힐 거야?

시은 아직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어.

찬희 너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 알아?

시은 아니. 무슨 뜻인데?

찬희 지나친 호기심이 치명적인 화를 부를 수 있다고.. 시은 그래서 도와줄 거야, 말 거야? 찬희 도와줄게.. 근데 나중에 후회하기 없기다?

짧은M브릿지 -우연, 목소리 낮춰 현성과 통화중 현성 듣고 있는 게냐? 우연 네.

현성 의사 말이.. 길어야 3개월이래.. 죽기 전에 손자 얼굴 보는 게 내 소원이다. 우연 (난감한 듯 깊은 한숨) 현성 사람이 죽어 가는데.. 그 정도는 부탁은 들어줄 수 있지 않냐? (E안쓰럽게 콜럭대는) 아내 (주방에서 나오며) 여보? 우연 (다급하게) 알겠으니까 일단 끊으세요. 저 집이에요.

현성 그래. 고맙다. (E쿨럭) 아내 (단순한 호기심에) 누구 전화야? 우연 (담담한) 잘못 걸려온 거야.

아내 근데 무슨 통화를 그렇게 길게 해.

우연 .

아내 표정도 어둡고.. 왠지 수상해?

우연 (차갑게) 나 의심하는 거야? 못 믿겠으면 발신목록 확인해보든가.

(E핸드폰 툭 건네는) M브릿지 -시은방 찬희 (E컴퓨터 키보드 두드리는) 이게 우연쌤 페북이고.. 시은 (E의자 끌어당겨 앉는) 오오.. 찬희 친구리스트에 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 다 들어가 봤는데.. 중학교 동창은 못 찾고 고등학교 동창생 딱 한 명 찾았어. 시은 오오 대박.. 찬희 (E클릭)이 사람인데.. 어제 온라인 상태일 때 일대일 채팅 걸어서 우연쌤에 대해 몇 가지 물어봤어. 반 친구들끼리 우연쌤 자서전 만들고 있다고... 찬희(E) 그럼 우연쌤에 대해 몇 가지만 물어볼게요. 친구(E) 예, 뭐든지요. 고등학교 내내 붙어 다녀서 웬만한 건 다 알아요.

찬희(E) 일단..우연쌤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나요?

친구(E) 부모님은 아버지만 계시고 외동아들인 걸로 알아요.

우연이 아버지는 분식점 하셨는데.. 우연이 따라서 저도 몇 번 가봤어 요.

찬희(E) 분식점 이름이랑 위치가 어딘지 아세요?

친구(E) 수현동에 있는 아트 떡볶이예요. 근데 아직도 장사하실지 모르겠네요.

찬희(E) 다른 질문인데.. 혹시 우연쌤이 다녔던 중학교가 어딘지 아세요?

친구(E) 모르겠어요 그건 찬희(E) 우연쌤이 중학교때 어느 동네에 살았는지는..... 친구(E) 그것도 잘.. 찬희(E) 우연쌤 여자친구 있었어요? 친구(E) 없었을 걸요?

찬희(E) 그러면 혹시 우연쌤한테 전에 사귀던 여자에 대해 들은적 있으세요?

친구(E) 아뇨. 우연이한테 여자 얘기 들은 적은 없어요. 워낙에 학교랑 집만 오가는 모범생인데다.. 성격도 차갑고 무뚝뚝해서 여자들에게 인기 있 는 타입도 아니었구요.

E찬희, 키보드 두드리는.. 찬희 수현동.. 아트 떡볶이.. 아트떡볶이..(E클릭 클릭) 시은 찾았어? 찬희 후기글 엄청 많다.. 유명한 맛집인가 봐.

시은 사장님 사진도 있어?

찬희 아니.. 근데 이 사람은 뭐지?

시은 누구?

찬희 닉네임 장씨라는 사람이 후기글마다 악플을 달아놨어.

시은 음식 맛없다구?

찬희 음식 얘긴 없고, 사장님 욕만 하는데?

시은 뭐라고 욕하는데?

찬희 그냥.. 주구장창 사장이 나쁜 놈이구 천벌 받아야 된대.. 시은 무슨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나? 찬희 완전 악질이네..안 되겠다. 나도 댓글 달아야지.

E찬희, 키보드두드리는 소리 찬희(E) 사장님이 대체 뭘 잘못했는데요? 아무 근거도 없이 똥글 그만 싸고 다른 데 가서 노세요. 꼬우면 폰번 남기시고요.

찬희 아트떡볶이 언제 갈까? 내일 갈래?

시은 내일은 우연쌤 만나러 갈 거야.

찬희 드디어 문자 답장 왔어? 만나 주시겠대?

시은 아니. 아직 답장 없어.. 그냥 한 번 부딪혀 보려고.. M브릿지 E학교 수업종료 벨소리.. E복도 걸어가는 학생들 소음.. E교무실 문 열고 나오는 우연.. 시은 선생님! 우연 (당황) 어, 시은아.. 전학 간 거 아니었어?

시은 네... 담 주에 이사 가요.

우연 담임선생님 찾아왔니? (교무실) 들어가 봐. 안에 계실 거야.

시은 (붙잡는) 저 실은.. 선생님 기다렸어요... 우연 나를? 시은 제가 보낸 문자 못 보셨어요? 여러 번 보냈는데 답장이 없으셔서.. 우연 미안... 근데 무슨 일로 나를.. 시은 지난번에 운동장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요. 우연 운동장?

시은 학부모 참관 수업날 운동장에서 마주쳤던 거요.. 그날 저희 엄마랑 우연 (모르는 척) 그랬었나.. 시은 엄마가 그러시는데. 어렸을 때 두 분이 같은 동네에 사셨다구.. 우연 (무척 조심스러운) 어? 어어.. 시은 그게 정확히 언제예요? 우연 (못 들은 척) 응?

시은 그때 쌤 나이가 몇 살이었는지 궁금해요.

우연 엄마께선 뭐라시던?

시은 엄마는.. 기억 안 난다고 대답 안 해주셨어요.

우연 (잠시 생각하더니) 실은 나도 기억이 안 나.. 너무 오래 전이라.

시은 완전 꼬맹이 때는 아니죠? 중학교 이전인지 이후인지 그것만이라도.. 우연 (말 끊고) 저기. 내가 지금 좀 바빠서.. 나중에 얘기하면 안 될까?

시은 볼 일 마치실 때까지 기다릴게요.. 우연 언제 끝날지 몰라서. 음.

이렇게 하자. 선생님이 나중에 연락할게.

시은 저 곧 이사 가는데.

우연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연락할게.. 미안.

시은 저.. (따라가고 싶은) E우연, 서둘러 발길 옮기는.. 시은 (아쉬운 듯 작게) 선생님.. E우연 멀어지는 발걸음 짧은M브릿지 E대낮 놀이터, 아이들 뛰어다니며 노는 소리. E꺄르르 경쾌한 웃음 소리들.

현성 (반갑게) 우연아.

우연 (저벅저벅 걸어오는) .. 현성 민준이는? 같이 안 왔어?

우연 저 혼자 왔어요.

현성 같이 오는줄 알고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우연 건강해보이세요. 저보다 혈색이 좋으신데요.

현성 들떠서 그래.. 오늘은 손자 얼굴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우연 3개월 시한부 판정 받았다는 거 거짓말이죠?

현성 (대답 못하는).. 우연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저 마지막으로 부탁드리려고 온 거예요.. 끈질기게 제 번호 알아내서 연락하는 거 그만두시고요. 현성 왜 이렇게 아비한테 가혹하게 구냐.

현성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 내가 네 생각을 얼마나 하는데.. 우연 진짜 저를 생각하시면.. 연락하지 마세요. M브릿지 -아트떡볶이앞 거리 시은, 찬희 걸어오면서 찬희 진짜 바쁘셨던 걸 수도 있잖아.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

시은 근데 왠지 쌤한테 연락 안올 거 같아.

찬희 (멈추고) 다 왔다. 아트떡볶이..(들어가려는데...) 장씨 (입구에서 서성거리며 뭔가 살피는) 찬희 아저씨 안 들어가세요? 장씨 흐흠...(사라진다) 찬희 이상한 아저씨네...시은아 들어가자. 시은 잠깐만 찬희야.. 찬희 안 들어가? 찬희 (숨 깊게 내쉬는) 휴우.. 찬희 그렇게 긴장 돼? 너 떠는 거 처음 봐.

시은 (긴장한) 토할 거 같아.

찬희 음식 먹다가 토를 해버려. 첫인상 하난 강렬히 남겠다.

시은 죽을래?

찬희 들어가서 뭐라고 말할 거야? 설마.. (시은 흉내내며) 저.. 믿기 힘드시겠지만.. 제가 할아버지 손녀예요.. 이럴 거야? 시은 (예민) 하나도 안 웃기거든? 오늘은 그냥 음식만 먹고 나올 거야.. 찬희 긴장 풀라고 농담한 거야.. 준비됐어? 시은 (후우.. 내뱉고) 응. 들어가자.

E가게 문 열고 들어가는 시은 찬희 현성 (친절)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E 걸어가며 안내하는) 찬희시은 (앉으며) 감사합니다 시은 (긴장) 떡볶이 이인분이랑 모듬 튀김 주세요. 찬희 김밥두요.

현성 넵. (가는) 찬희 (지켜보며)와.. 되게 친절하시다.. 시은 응..인상도 진짜 좋으시고. 찬희 사장님.. 우연쌤이랑 되게 많이 닮았다.

시은 부자지간이니까.. 찬희 너하고도 닮은 거 같아. 시은 진짜? 어디가?

찬희 눈이랑.. 전체적인 느낌이랑 다.

솔직히 너랑 우연쌤은 닮은 거 못 느꼈거든.. 네가 할아버지를 닮았나 봐. 시은 (왠지 좋은)그래?

E현성 다가와서 테이블에 쟁반 내려놓으며.

현성 (다가오며) 떡볶이 이인분. 튀김이랑 김밥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시은찬희 네.. 현성 여기. 쿠폰 가져가요 다음 주에 신메뉴 나오는데 쿠폰 가져오면 20프로 할인 해드려요.

시은 저는 다음 주에 이사 가서 못 와요.

현성 아 그래요?

시은 그 대신 방학 때 꼭 올게요.

현성 정말이죠? 내가 얼굴 기억해둘 거예요?

시은 네.. 꼭 기억해주세요.

E현성 허허 웃으며 가려는데... 시은 저기, 사장님? 현성 네?

시은 여기, 포장 되죠?

현성 예 그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