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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무대: 2016 10월 - 11월, 아버지를 찾아서 (2016/10/21) (3)

아버지를 찾아서 (2016/10/21) (3)

다림질하고 있는 철환과 옆에서 걸레질하는 희자

희자 벌써 다림질만 몇번째에요? 오늘도 안 나갈거에요?

철환 나간다니까.

희자 나간단 사람이 4시간째 그 소리에요? 하다하다, 동네 챙피하게 이제 어영부영 백수짓까지 할 생각이에요?

철환 내가 뭐, 안 나가고 싶어서 그래? 형규가 바지를 잡고 안 놓으니까 자꾸 주름이 가잖아! (형규에게) 가, 임마! 가!

어린형규 (울음 터지는) 으아앙, 아빠 미워어.. ..

희자 애 핑곈 왜 대요? 당신이 자꾸 애 귀찮게 하니까 그렇지.

철환 아 글쎄, 바지 다림질만 하면 나간다니까. 어헛, 또! 최형규!

희자 그저 말만! 아예 형규도 데리고 가시던가요. (나가는)

철환 원, 성질머리하고는. (형규에게) 봐라, 너때문에 엄마 화났잖아.

어린형규 으아앙.

철환 뚝! 뚝 그치면 좋은 델 데리고 가마.

어린형규 (울음기 남은 채 딸꾹) 좋은... 데?

E. 제비다방, 왁자지껄 시끄러운 분위기, 차임벨

사내1,2 오, 최철환! / 오랜만이다! 아예 고향에 내려온 거야?

사내3 어래? 그 혹은 또 뭐야?

철환 (자랑스럽게) 내 아들. 최철환 아들 최형규! 여기 콜라 좀 줘.

유마담 (다가오며) 애는 왜 또 데리고 와선 하튼 최철환 팔불출.

M. 회상 OUT 길게

형규(N) 잠깐이지만 꿈을 꿨다. 바지 주름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나를 번쩍 안아드는 아버지 를.. (쉬고) 유마담이 건네준 사진 속의 세 살배기인 나는, 변함없이 무뚝뚝한, 태양보다 더 화려한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의 바지를 주름이 가도록 꼭 쥐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도.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주머니 속 사진을 꼭 쥐었다.

E. 거리, 전화벨 울리는

희자 (F) 얘, 너 어딘데 왜 이렇게 통화가 안돼? 지금 어디야

형규 김천

희자 (F) 김천? 거긴 또 어디야. 야근이다 뭐다 집에서 밥 한 끼 먹기도 힘든 녀석이 거긴 또 왜 가..

형규 아빠 고향이야.. 엄마는 알고 있었어?

희자 (F)아, 몰라 몰라. 그 인간 고향이 김천이던 황천길이던, 네가 뭔 상관이 있다고 거길 가.. 빨리 올라와.

형규 그때 퍼즐 기억나? 하나 잃어버렸다고 엄청 우울해했는데, 갑자기 그 조각이 돌아왔잖아.

희자 (F/멈칫하고) 그랬나? 청소하다 찾았나 보지.

형규 엄마.. 이제 아빠 생활비 받다가 용돈 끊겨서 어떡해?

희자 (F) 흥! 그 몇 되도 안 되는 돈 몇푼.. 그깟걸로 생색내대? 웃기지도 않아서.. 어서 올라와. (전화 끊는)

형규 진짜 구질구질.. 궁상맞은 인생이네. 아버지.

E. 휴대폰 전화 거는...

안내음성 (F)고객이 전화를 받지않아 삐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삐-

형규 세빈아, 내가 아버지가 될 자격이 있는 지, 좋은 아버지가 될 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치만, 세빈아. 좋은 아버지란 게 처음부터 존재하는 게 아니지 않을까. 그저 아버지라고 불리는 순간 그렇게 아버지가 되는 것이지. (N/우리 아버지처럼) 그러면 난 벌써 아빠가 된 거잖아? 세빈아. (숨 고르고 가볍게) 낳자. 우리.

안내음성 (F) 녹음되었습니다. 메시지 전송은 1번. 다시 듣기는 2번. 취소는 3번. 삐- 전송되었습니다

형규(N) 이제 와서 내가 아버지를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저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이 궁상 맞는 인생을 걸어왔는지 궁금해졌다.

형규 .. 우리 둘 모두 구질구질하네요. 아버지.

(웃는) <完>


아버지를 찾아서 (2016/10/21) (3)

다림질하고 있는 철환과 옆에서 걸레질하는 희자

희자 벌써 다림질만 몇번째에요? 오늘도 안 나갈거에요?

철환 나간다니까.

희자 나간단 사람이 4시간째 그 소리에요? 하다하다, 동네 챙피하게 이제 어영부영 백수짓까지 할 생각이에요?

철환 내가 뭐, 안 나가고 싶어서 그래? 형규가 바지를 잡고 안 놓으니까 자꾸 주름이 가잖아! (형규에게) 가, 임마! 가!

어린형규 (울음 터지는) 으아앙, 아빠 미워어.. ..

희자 애 핑곈 왜 대요? 당신이 자꾸 애 귀찮게 하니까 그렇지.

철환 아 글쎄, 바지 다림질만 하면 나간다니까. 어헛, 또! 최형규!

희자 그저 말만! 아예 형규도 데리고 가시던가요. (나가는)

철환 원, 성질머리하고는. (형규에게) 봐라, 너때문에 엄마 화났잖아.

어린형규 으아앙.

철환 뚝! 뚝 그치면 좋은 델 데리고 가마.

어린형규 (울음기 남은 채 딸꾹) 좋은... 데?

E. 제비다방, 왁자지껄 시끄러운 분위기, 차임벨

사내1,2 오, 최철환! / 오랜만이다! 아예 고향에 내려온 거야?

사내3 어래? 그 혹은 또 뭐야?

철환 (자랑스럽게) 내 아들. 최철환 아들 최형규! 여기 콜라 좀 줘.

유마담 (다가오며) 애는 왜 또 데리고 와선 하튼 최철환 팔불출.

M. 회상 OUT 길게

형규(N) 잠깐이지만 꿈을 꿨다. 바지 주름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나를 번쩍 안아드는 아버지 를.. (쉬고) 유마담이 건네준 사진 속의 세 살배기인 나는, 변함없이 무뚝뚝한, 태양보다 더 화려한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의 바지를 주름이 가도록 꼭 쥐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도.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주머니 속 사진을 꼭 쥐었다.

E. 거리, 전화벨 울리는

희자 (F) 얘, 너 어딘데 왜 이렇게 통화가 안돼? 지금 어디야

형규 김천

희자 (F) 김천? 거긴 또 어디야. 야근이다 뭐다 집에서 밥 한 끼 먹기도 힘든 녀석이 거긴 또 왜 가..

형규 아빠 고향이야.. 엄마는 알고 있었어?

희자 (F)아, 몰라 몰라. 그 인간 고향이 김천이던 황천길이던, 네가 뭔 상관이 있다고 거길 가.. 빨리 올라와.

형규 그때 퍼즐 기억나? 하나 잃어버렸다고 엄청 우울해했는데, 갑자기 그 조각이 돌아왔잖아.

희자 (F/멈칫하고) 그랬나? 청소하다 찾았나 보지.

형규 엄마.. 이제 아빠 생활비 받다가 용돈 끊겨서 어떡해?

희자 (F) 흥! 그 몇 되도 안 되는 돈 몇푼.. 그깟걸로 생색내대? 웃기지도 않아서.. 어서 올라와. (전화 끊는)

형규 진짜 구질구질.. 궁상맞은 인생이네. 아버지.

E. 휴대폰 전화 거는...

안내음성 (F)고객이 전화를 받지않아 삐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삐-

형규 세빈아, 내가 아버지가 될 자격이 있는 지, 좋은 아버지가 될 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치만, 세빈아. 좋은 아버지란 게 처음부터 존재하는 게 아니지 않을까. 그저 아버지라고 불리는 순간 그렇게 아버지가 되는 것이지. (N/우리 아버지처럼) 그러면 난 벌써 아빠가 된 거잖아? 세빈아. (숨 고르고 가볍게) 낳자. 우리.

안내음성 (F) 녹음되었습니다. 메시지 전송은 1번. 다시 듣기는 2번. 취소는 3번. 삐- 전송되었습니다

형규(N) 이제 와서 내가 아버지를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저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이 궁상 맞는 인생을 걸어왔는지 궁금해졌다.

형규 .. 우리 둘 모두 구질구질하네요. 아버지.

(웃는)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