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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선 생활기 - 자유조선방송, 특집-생활기 미국편, 제3화 넬슨 박사

특집-생활기 미국편, 제3화 넬슨 박사

알람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온 밤 북한에서 혜매는 꿈을 꿨는데, 깨여보니 미국 땅이다. 매일 아침에 눈 뜬 다음에야 내가 지금 미국에 와있다는 걸 실감하는 것 같다.

부스스 일어나 세수하러 화장실에 들어가 수돗물을 한 웅큼 두 손으로 받아 얼굴을 씻었다. 그런데 어이쿠 이게 뭐야? 물의 한 절반이 앞 섶을 흠뻑 적셨다. 첫 날부터 느낀 거였지만 세면대가 얼마나 높은지 팔꿈치가 부 딫쳐 옷만 다 적시고, 세수하기 여간 불편하지 않다.

정임 : 에라 ~ 미국 놈들 같으니라구, 뭘 먹구 그렇게 다들 꺽다리야? 에잇 탁! 탁! 아이고 후~(손바닥을 호호 분다)

애매한 세면대를 손바닥으로 때리며 투덜거려봤자 내 손만 아프다.

...

오늘 첫 시간은 북한 토양연구사 넬슨 박사의 강의이다. 조선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고 북한토양 연구도 한다고 하니 박사님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 한 가득 안고 강의실에 임했다.

드다어 넬슨 박사가 강의실에 들어서는데, 워메~ 키가 어찌나 큰지 한 190센치메터는 잘 넘어보인다. 진짜 크다. 박사님에 대한 숙엄한 상상은 다 어디가고 아침에 세면대 생각이 나 속으로 한참 웃었다. ‘박사님이 한국에 오시면 도랑물에 세수하듯 해야 겠네. ㅋㅋㅋ' 깡 마른 체구에 키 크고 머리 하얀 넬슨 박사는 70~80세의 년세 지긋한 할아버지었다.

넬슨 박사 : 조선의 농사지대를 돌아보고 여러 가지 문제를 탐사하기 위해 방문했었습니다. 말씀드리고자 하는 많은 내용은 여러분들이 아마 다 알고있을 겁니다. 그러나 굳이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제가 파악한 것을 여러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북한에 농업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네 번씩이나 평양을 다녀왔다는 넬슨 박사, 교류가 끊겨서 가본지 오래돼 아쉽다 하시며 당시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실제 북한상황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려고 애를 쓰시는 기색이 역역했다.

특히 농촌부락 사진이라든가, 갓 뼁끼칠한 목탄차 사진에 대해, 그건 그나마 괜찮은 집들이고 순전히 보여주기 위한 선전물에 불과하다는 우리 설명을 듣고 깜짝 놀라기도 하셨다.

박사님은 우선 북한의 농업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물과 비료, 두 가지로 나눠서 설명했다. 특히 물문제는 북한 만이 아닌 남한도 겪는 어려움이라고 하셨다.

넬슨 박사 : 7,8월 두 달동안에 년중 강우량의 70%가 쏟아지고 정작 모내기 할 시기에는 물이 부족한 상황을 둘다 물의 문제로 보고 있다. 하나는 넘치고 하나는 모자란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관리가 농업에서의 제일 큰 과제로...

한창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와중에 생뚱맞은 핸드폰 소리가 분위기를 깨여버렸다.

통역원 : 이게 웬 음악이 연주해주고 있는가? .... 하하하

방정맞은 소리긴 하지만 무거운 분위기를 확 바꿔버리고 간만에 웃음 한번 시원하게 웃어본 것 같아 좋기만 하다.

박사님 또한 참 재밋는 분이시다. 평양거리 한 복판에서 지휘봉을 휘두르며 서있는 교통안전원 사진을 보고는 자신은 저런 처녀와 결혼하라면 못할 것 같다고 하신다. 차들을 지휘하듯 남편에게도 지시를 할 건 뻔 할게 아니냐고 말해 또 한바탕 웃음을 선사 하셨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박사님의 강의는 유쾌하면서도 진지했다. 더구나 기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고향 사람들을 어떻게든 잘 먹여보려 애를 쓰시는 박사님의 모습은 우리 가슴을 뭉쿨하게 만들었다. 박사님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 손짓 하나에 어려있는 진정한 인간 사랑의 정신은 우리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아프다고 하셨다. 어릴 때 먹지 못하고 영양이 부족하면 두뇌성장에 심각한 장애가 와서 옳은 사고를 할 수 없게 된다며, 진정으로 아이들과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박사님의 침통한 두 눈 빛은 너무나 강렬했다.

강의를 마치며 하신 넬슨 박사의 마지막 한마디는 온 몸에 전율이 일 정도로 의미심장했다.

“굶주리는 북한 아이들을 위한 이 일은 신명을 바쳐서 해야 할 나의 소명이다.”

비록 아쉽게도 녹취를 하지 못해 박사님의 말씀을 다시 들을 수 없고, 강렬한 그 눈빛 다시 볼 순 없지만 진정어린 인간 사랑의 얼과 정신은 영원히 이 심장 속에 간직될 것이다.


특집-생활기 미국편, 제3화 넬슨 박사 Featured - Life in America, Part 3 Dr. Nelson

알람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온 밤 북한에서 혜매는 꿈을 꿨는데, 깨여보니 미국 땅이다. 매일 아침에 눈 뜬 다음에야 내가 지금 미국에 와있다는 걸 실감하는 것 같다.

부스스 일어나 세수하러 화장실에 들어가 수돗물을 한 웅큼 두 손으로 받아 얼굴을 씻었다. 그런데 어이쿠~~ 이게 뭐야? 물의 한 절반이 앞 섶을 흠뻑 적셨다. 첫 날부터 느낀 거였지만 세면대가 얼마나 높은지 팔꿈치가 부 딫쳐 옷만 다 적시고, 세수하기 여간 불편하지 않다.

정임 : 에라 ~ 미국 놈들 같으니라구, 뭘 먹구 그렇게 다들 꺽다리야? 에잇~~ 탁! 탁! 아이고~~ 후~(손바닥을 호호 분다)

애매한 세면대를 손바닥으로 때리며 투덜거려봤자 내 손만 아프다.

...

오늘 첫 시간은 북한 토양연구사 넬슨 박사의 강의이다. 조선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고 북한토양 연구도 한다고 하니 박사님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 한 가득 안고 강의실에 임했다.

드다어 넬슨 박사가 강의실에 들어서는데, 워메~ 키가 어찌나 큰지 한 190센치메터는 잘 넘어보인다. 진짜 크다. 박사님에 대한 숙엄한 상상은 다 어디가고 아침에 세면대 생각이 나 속으로 한참 웃었다. ‘박사님이 한국에 오시면 도랑물에 세수하듯 해야 겠네. ㅋㅋㅋ' 깡 마른 체구에 키 크고 머리 하얀 넬슨 박사는 70~80세의 년세 지긋한 할아버지었다.

넬슨 박사 : 조선의 농사지대를 돌아보고 여러 가지 문제를 탐사하기 위해 방문했었습니다. 말씀드리고자 하는 많은 내용은 여러분들이 아마 다 알고있을 겁니다. 그러나 굳이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제가 파악한 것을 여러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북한에 농업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네 번씩이나 평양을 다녀왔다는 넬슨 박사, 교류가 끊겨서 가본지 오래돼 아쉽다 하시며 당시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실제 북한상황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려고 애를 쓰시는 기색이 역역했다.

특히 농촌부락 사진이라든가, 갓 뼁끼칠한 목탄차 사진에 대해, 그건 그나마 괜찮은 집들이고 순전히 보여주기 위한 선전물에 불과하다는 우리 설명을 듣고 깜짝 놀라기도 하셨다.

박사님은 우선 북한의 농업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물과 비료, 두 가지로 나눠서 설명했다. 특히 물문제는 북한 만이 아닌 남한도 겪는 어려움이라고 하셨다.

넬슨 박사 : 7,8월 두 달동안에 년중 강우량의 70%가 쏟아지고 정작 모내기 할 시기에는 물이 부족한 상황을 둘다 물의 문제로 보고 있다. 하나는 넘치고 하나는 모자란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관리가 농업에서의 제일 큰 과제로...

한창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와중에 생뚱맞은 핸드폰 소리가 분위기를 깨여버렸다.

통역원 : 이게 웬 음악이 연주해주고 있는가? .... 하하하

방정맞은 소리긴 하지만 무거운 분위기를 확 바꿔버리고 간만에 웃음 한번 시원하게 웃어본 것 같아 좋기만 하다.

박사님 또한 참 재밋는 분이시다. 평양거리 한 복판에서 지휘봉을 휘두르며 서있는 교통안전원 사진을 보고는 자신은 저런 처녀와 결혼하라면 못할 것 같다고 하신다. 차들을 지휘하듯 남편에게도 지시를 할 건 뻔 할게 아니냐고 말해 또 한바탕 웃음을 선사 하셨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박사님의 강의는 유쾌하면서도 진지했다. 더구나 기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고향 사람들을 어떻게든 잘 먹여보려 애를 쓰시는 박사님의 모습은 우리 가슴을 뭉쿨하게 만들었다. 박사님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 손짓 하나에 어려있는 진정한 인간 사랑의 정신은 우리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아프다고 하셨다. 어릴 때 먹지 못하고 영양이 부족하면 두뇌성장에 심각한 장애가 와서 옳은 사고를 할 수 없게 된다며, 진정으로 아이들과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박사님의 침통한 두 눈 빛은 너무나 강렬했다.

강의를 마치며 하신 넬슨 박사의 마지막 한마디는 온 몸에 전율이 일 정도로 의미심장했다.

“굶주리는 북한 아이들을 위한 이 일은 신명을 바쳐서 해야 할 나의 소명이다.”

비록 아쉽게도 녹취를 하지 못해 박사님의 말씀을 다시 들을 수 없고, 강렬한 그 눈빛 다시 볼 순 없지만 진정어린 인간 사랑의 얼과 정신은 영원히 이 심장 속에 간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