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생활기 미국편, 제1화 미국으로 출발
철천지 원쑤 미국 땅으로 정임이 가다.
제1화. 미국으로 출발 출국에 필요한 절차를 끝낸 우리 일행은 미 대사관 직원의 배웅을 받으며 공항으로 빠져나왔다. 이번 기자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7명의 탈북기자들, 북한에 있을 땐 귀에 못박일 정도로 철천지 원쑤라고 들어온 미국을 찾아가는 우리 모두의 심정 말하지 않아도 꼭 같을 것이리라~ 철천의 원쑤 미제에 대한 인상은 남한 땅에 오자마자 깨여지긴 했지만, 오늘 또한 이렇게 기자 연수 받으러 가고 있으니, 미국 땅에 대한, 미국인에 대한, 미국의 그 모든 것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큰 것도 사실이다. 다만 앞으로 눈 앞에 펼쳐질 미국에 대한 상상은 전혀 할 수가 없다는 것이 갑갑하기만 하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속 시원히 다 확인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들뜬 기분으로 출국심사대를 통과하는데, 분명 앞에 나간 사람은 대충 하는 것 같은데, 난 아예 대자로 세워놓고 길다란 막대기로 샅샅이 점검하고 또 점검한다. 참 나, 내가 공작원처럼 생겼남??? 헐~ 웃기는 일이다.
심사를 모두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내부를 둘러보니 정말 크기도 하다. 대충 추산해 봐도 400명은 거뜬히 탑승할 것 같다. 이 큰 비행기가 하늘을 날려면 얼마나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될까 상상도 안 간다. 암튼 모르겠고, 드디어 비행기가 한국 땅을 이륙했다.
효과: 이륙하는 소리 비행항로를 그린 화면에는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항로가 아뜩하게 그려져 있다.
시퍼런 태평양 바다를 보니 덜컥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이 육중한 비행기가 공중에서 힘이 모자라 바다 한가운데 추락하지나 않을까, 또 혹시 이 비행기에 북한 공작원이 폭파장치를 하지나 않았을까, 오~ 하느님이시여!
제발 이 몸 무사하게 해주소서 두 눈 꼭 감고 하나님께 빌고 또 빌었다.
평소 교회를 믿지도 않던 내가 이 순간 만큼은 하나님밖에 믿을 데가 없는 것 같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긴장도 어느 덧 풀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은 대부분 잠에 빠져 있었다. 자리가 불편할 텐데도 코 까지 골며 잘도 자는 사람도 있었다. 긴장이 풀리니 오슬오슬 추워나기 시작했다. 담요가 있어서 몸을 덮는 데는 괜찮았지만 발이 시려 도통 견딜 수 가 없다.
조금 눈 붙여 볼까 하고 잠을 청하다가도 도저히 발이 시려 잘 수 가 없다. 뭔 방법 없을까? ..... 옳지!
갑자기 좋은 방법이 딱 떠올랐다. 주변에 있는 비닐주머니를 주어다 양말을 벗고 발을 감싼 다음 그 위에 다시 양말을 신었다. 오호~ 그랬더니 몇 분도 채 안가서 금방 발에 온기가 돌았다. 이 좋은 방법을 왜 인제야 생각해냈는지, 겨울이면 비닐박막으로 모든 추위를 이겨내던 고향 생활이 이번에 참 요긴하게 도움이 됐다.
그때 마침 음료수 배분이 시작됐다.
근데 ‘와라 와라' 죽으란지 살란지 한마디도 알아들 수 없는 미국 승무원들 말소리... 코 큰 사람들은 척척 잘 알아듣고 필요한 음료수 두 세 개씩 갖다 마신다.
드디어 코 앞까지 다가온 배식원들, 승무원 : 우쥬 라익 쌈씽 드링?
(침묵이 흐르다가 음, 음) 말은 안하고 벙어리 흉내를 내는 날 보고 배식원들은 한동안 눈이 둥그레져 있다가 알았다는 듯 내가 가리키는 옆 자리 미국남자의 음료와 꼭 같은 도마도(토마토) 쥬스를 주었다.
그 다음 뭐라 또 물어보는데,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응, 응, 고개를 끄떡였더니, 얼음덩이를 한줌 푹 쏟아주었다.
정임 : 아~ 참, 이게 모야?
흐응 ~ 나 얼음 싫은 뎅 ~ 이미 엎질러놓은 물이라 그냥 마시는 수밖에~ 오늘따라 얼음이 더 차갑게 느껴지고 도마도 맛도 시큼털털하기만 하다.
에고, 이럴 줄 알았으면 사장님 영어공부 좀 하라고 할 때 해둘걸, 알고보면 도마도나 아이스나 몇 글자만 들여다봤어도 금방 알았을법한 말인데 그냥 대수롭게 여기고 생각도 하지않은게 참 후회스럽다.
휴 말 한마디도 몰라 속 터지도록 안타깝던 중국생활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젠장 ~ 그나저나 발이 따뜻하니 잠도 잘 와서 12시간이라는 긴 여정을 그나마 잘 견디며 버틴 것 같다.
대륙의 반바퀴를 돌아 비행기는 어느 덧 미국의 하늘에 다 달았다.
그런데 우와~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이 제일 먼저 눈에 안겨온다.
어찌나 파란지 고향의 하늘과 정말 꼭 같았다.
항상 개운치 않은 한국의 하늘을 보며 고향하늘을 그리워 했는데, 미국의 하늘은 그야말로 환상으로 다가온다.
꿈에 그리던 파란 하늘이다. 저 하늘 아래엔 과연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 더더욱 궁금해지고 호기심이 부쩍 동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