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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의 고백 (Kim Hyun-hee's confession), 눈물의 고백, 스물 두 번째-190

눈물의 고백, 스물 두 번째-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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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고백, 스물 두 번째

우리는 오지리화 31,300실링에 상당하는 미화를 지불하고 비엔나-베오그라드-바그다드-아부다비-바레인으로 연결되는 항공권 2매를 구입했다. 우리는 항공권을 확인하고 11월 23일 베오그라드에서 투숙할 호텔도 예약해 달라고 하니 컴퓨터로 확인한 후 그 자리에서 메트로폴리탄호텔로 예약해 주었다. 항공사를 나오며 김선생은 모처럼 생기 도는 얼굴 표정을 지었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처음부터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걸 보니 이번 과업을 무사히 수행할 수 있겠는걸.”

“그래도 앞으로 거쳐야 할 노정이 전쟁 구역이라서 안심은 못해. 비행기 실제 시간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니 수시로 확인해 봐야만 하거든.”

그가 만족해하는 만큼 나 역시 예정대로 차질 없는 노정 항공권을 구입해서 안심이 되었다. 모스크바에서처럼 항공기 시간이 꼬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큰 골치를 앓아야 할 판이었다. 밖은 그새 어두워져 있었다. 호텔에 돌아와서 우리는 다시 비행기 시간표와 탈출하는 비행기 시간을 점검 메모하는 완벽을 기했다.

다음날은 오랜만에 아침부터 해가 나서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아침 10시쯤 비엔나에 나와 있는 알리타리아 항공사에 가서 로마로 가는 항공권을 오지리화 19,380실링에 해당하는 미화를 주고 샀다.

항공권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호텔 부근 상점가에 들렀다. 이 거리는 차량 통행은 안 되고 사람들의 보행만이 허용되는 번화가였다. 이곳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옷차림도 고급스럽고 품위가 있어보였다. 긴 부츠, 털외투를 입고 진한 화장을 한 귀부인들이 여기저기서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그 사람들 틈에 있는 우리의 행색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돈 많은 일본인 부녀 관광객치고는 너무 허술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사람들에 밀려다니다가 어느 백화점에 들어갔다. 눈이 부실 정도로 번쩍번쩍하는 장식품들과 악세사리 등 고급 물품들이 넘쳤다. 우리는 공작금 중에서 공작 장비를 구입한다는 명목으로 각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200달러로 배정되어 있었다. 그 액수에 맞추려면 여간 돈을 아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심지어 우리가 일상비로 받아온 자금 중에서도 절약 또 절약하여 조국에 돌아갈 때 간부들에게 줄 선물을 사야했다.

나는 백화점에서 옷 색상에 맞추어 이미테이션 귀걸이와 목걸이를 샀고 김 선생은 손목시계 전지약을 갈아 끼웠다. 또 돈이 있어도 앞으로 수행해야 할 임무가 워낙 막중하여 거추장스러운 물품을 구입할 형편도 못 되었다. 정신없이 상점가 끝까지 걷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점심시간도 되었다. 부근에 있는 중국음식점을 찾아 들어갔다. 북경반점이라는 한문 간판만 보고도 식욕이 되살아났다. 김 선생이 좋아하는 싼라탕과 소고기볶음 등을 주문해 먹었다. 싼라탕은 약간 새콤한 맛이 나는 탕인데 김 선생은 노인이면서도 신 음식을 좋아했다. 오랜만에 배불리 먹고 호텔로 왔다.

“앞으로 더운 나라인 바그다드, 아부다비를 여행하려면 거기에 맞는 옷이 좀 있어야겠어.”

김 선생과 나는 다시 외출했다. 오페라 극장 부근에 있는 상점가에 가서 색상도 무난하고 동양사람 체구에 맞고 가격도 저렴하게 붙어있는 옷을 골랐다. 골라 들고 상표를 보니 ‘made in korea' 라고 쓰여 있어 나는 기겁을 하고 그 옷을 내려놓았다. 다른 옷을 골랐지만 제일 작은 사이즈를 골라도 나에게는 컸다. 하는 수 없이 무난해 보이는 원피스를 하나 샀는데 이 옷이 베오그라드에서부터 바레인까지 붙잡히는 순간에도 입고 있던 옷이었다. 그 외에도 스타킹 5켤레, 가스라이터를 공작 장비로 구입했다.

저녁에는 김 선생이 비엔나 주재 북조선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사전에 약정한 대로 일본 말로 ‘나까무라상' 을 찾았다. 최과장과 통화가 이루어지자 비행기표 구입 상황, 베오그라드 메트로폴리탄호텔 예약 사실 등을 보고했다.

나레이션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눈물의 고백, 스물 두 번째-190 Признания в слезах, двадцать два -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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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고백, 스물 두 번째

우리는 오지리화 31,300실링에 상당하는 미화를 지불하고 비엔나-베오그라드-바그다드-아부다비-바레인으로 연결되는 항공권 2매를 구입했다. 우리는 항공권을 확인하고 11월 23일 베오그라드에서 투숙할 호텔도 예약해 달라고 하니 컴퓨터로 확인한 후 그 자리에서 메트로폴리탄호텔로 예약해 주었다. 항공사를 나오며 김선생은 모처럼 생기 도는 얼굴 표정을 지었다. 航空会社を出て、キム・ソンソンはせっかく生き生きとした表情を見せた。

“시작이 반이라는데 처음부터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걸 보니 이번 과업을 무사히 수행할 수 있겠는걸.” "百聞は一見にしかずというが、最初から順調に進んでいるところを見ると、今回の任務も無事に遂行できそうだ。"

“그래도 앞으로 거쳐야 할 노정이 전쟁 구역이라서 안심은 못해. "それでも、これから通る道が戦争地帯だから安心はできない。 비행기 실제 시간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니 수시로 확인해 봐야만 하거든.” 飛行機の実際の時刻がどう変わるかわからないので、時々確認しないといけないんです」。

그가 만족해하는 만큼 나 역시 예정대로 차질 없는 노정 항공권을 구입해서 안심이 되었다. 彼が満足している分、私も予定通り順調な行程の航空券を購入できて安心しました。 모스크바에서처럼 항공기 시간이 꼬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큰 골치를 앓아야 할 판이었다. 밖은 그새 어두워져 있었다. 外はいつの間にか暗くなっていた。 호텔에 돌아와서 우리는 다시 비행기 시간표와 탈출하는 비행기 시간을 점검 메모하는 완벽을 기했다. ホテルに戻り、私たちは再び飛行機の時刻表と脱出する飛行機の時刻を確認し、メモを取るなど万全を期した。

다음날은 오랜만에 아침부터 해가 나서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翌日は久しぶりに朝から太陽が顔を出し、爽快な気分になりました。 아침 10시쯤 비엔나에 나와 있는 알리타리아 항공사에 가서 로마로 가는 항공권을 오지리화 19,380실링에 해당하는 미화를 주고 샀다.

항공권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호텔 부근 상점가에 들렀다. 이 거리는 차량 통행은 안 되고 사람들의 보행만이 허용되는 번화가였다. この通りは車の通行は禁止され、人の歩行のみが許される繁華街でした。 이곳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옷차림도 고급스럽고 품위가 있어보였다. 긴 부츠, 털외투를 입고 진한 화장을 한 귀부인들이 여기저기서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그 사람들 틈에 있는 우리의 행색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돈 많은 일본인 부녀 관광객치고는 너무 허술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사람들에 밀려다니다가 어느 백화점에 들어갔다. 눈이 부실 정도로 번쩍번쩍하는 장식품들과 악세사리 등 고급 물품들이 넘쳤다. 우리는 공작금 중에서 공작 장비를 구입한다는 명목으로 각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200달러로 배정되어 있었다. 그 액수에 맞추려면 여간 돈을 아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심지어 우리가 일상비로 받아온 자금 중에서도 절약 또 절약하여 조국에 돌아갈 때 간부들에게 줄 선물을 사야했다.

나는 백화점에서 옷 색상에 맞추어 이미테이션 귀걸이와 목걸이를 샀고 김 선생은 손목시계 전지약을 갈아 끼웠다. 또 돈이 있어도 앞으로 수행해야 할 임무가 워낙 막중하여 거추장스러운 물품을 구입할 형편도 못 되었다. 정신없이 상점가 끝까지 걷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점심시간도 되었다. 부근에 있는 중국음식점을 찾아 들어갔다. 북경반점이라는 한문 간판만 보고도 식욕이 되살아났다. 김 선생이 좋아하는 싼라탕과 소고기볶음 등을 주문해 먹었다. 싼라탕은 약간 새콤한 맛이 나는 탕인데 김 선생은 노인이면서도 신 음식을 좋아했다. 오랜만에 배불리 먹고 호텔로 왔다.

“앞으로 더운 나라인 바그다드, 아부다비를 여행하려면 거기에 맞는 옷이 좀 있어야겠어.”

김 선생과 나는 다시 외출했다. 오페라 극장 부근에 있는 상점가에 가서 색상도 무난하고 동양사람 체구에 맞고 가격도 저렴하게 붙어있는 옷을 골랐다. 골라 들고 상표를 보니 ‘made in korea' 라고 쓰여 있어 나는 기겁을 하고 그 옷을 내려놓았다. 다른 옷을 골랐지만 제일 작은 사이즈를 골라도 나에게는 컸다. 하는 수 없이 무난해 보이는 원피스를 하나 샀는데 이 옷이 베오그라드에서부터 바레인까지 붙잡히는 순간에도 입고 있던 옷이었다. 그 외에도 스타킹 5켤레, 가스라이터를 공작 장비로 구입했다.

저녁에는 김 선생이 비엔나 주재 북조선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사전에 약정한 대로 일본 말로 ‘나까무라상' 을 찾았다. 최과장과 통화가 이루어지자 비행기표 구입 상황, 베오그라드 메트로폴리탄호텔 예약 사실 등을 보고했다.

나레이션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