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챗: 한국어 선생님들은 한국어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What do Korean teachers think of the Korean language?)
한국어로 하는 별의별 한국 이야기, 비빔챗!
오늘은 좀 한국어의 특징이랑 한국어의 매력에 대해서 좀 진솔하게 얘기를 나눠 볼까요?
아니, 일 때문에 계속 한국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지금 여기서도 한국어 이야기를 해야 되나요?
아니에요. 근데 우리 여기서는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예요.
아, 솔직하게.
한글, 한국어, 한글로 된 단어, 이런 것들 중에서 혹시 “나는 이 단어 정말 좋아해” 뭐, 그런 것들이 있나요?
저는 이런 질문을 인터뷰할 때 많이 받았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 단어” 했는데 (네.) 진짜 어렵더라고요.
뭐, 어떤 사람은 “사랑”, 뭐 이런 거 고르기도 하고 (네.)
뭐, 다른 어떤 언어로 번역되기 어려운 단어들을 고르기도 하는데 저는 없어요. (못 고르시겠어요?) “뭐 하나가 딱 좋다” 이런 거는 없어요.
그냥 다 필요할 때 쓰는 단어들이라… 그렇게 생각해요. / 낭만이 없으시네요.
아, 그래요? 있나요, 그런 단어? / 저는 있어요.
뭐예요?
저는 "안녕"이라는 단어를 되게 좋아해요.
"안녕."
정말 좋아해서 제가 좀 필요 이상으로 많이 쓸 때도 있거든요, 너무 그 단어가 좋아서.
근데 그 이유가 뭐냐면 제가, “안녕”, “안녕하세요”, “안녕” 이렇게 인사말로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그냥 쓰던 말이니까 어떤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을 한 번도 못했어요.
근데 그러다가 크면서 처음으로 "'안녕하세요'가 상대방이 정말 편안하고, 평안한지를 물어보는 인사다",
"'안녕하다'에서 나온 말이다"라는 거를 알게 된 거예요.
근데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좋네요. / 사람들한테 인사할 때마다, “평안하세요?”, “건강하세요?” 이렇게 물어보는 거잖아요.
좋네요. / 사람들한테 인사할 때마다, “평안하세요?”, “건강하세요?” 이렇게 물어보는 거잖아요.
그게 너무 좋고 ‘아, 내가 단지 자주 쓴다는 이유만으로 이 단어가 어떤 의미고 어떤 아름다운 뜻이 있는지를 몰랐었구나'라는 거를 처음 깨닫게 한 단어가 "안녕"이에요.
아, 그렇네요. 영어의 Hey나 Hi는 그냥 특별한 의미는 없잖아요. 그래서 “안녕”이라고 하면 (네.) 더 큰 의미가 담겨 있네요.
안녕하세요, 예지 씨?
안녕합니다. / 네.
이 "안녕"을 이용해서 사실은 여러 가지 말장난을 할 수 있잖아요.
네. / 뭐 “요즘 안녕하신가요?”, “안녕하세요”는 그냥 인사말이고 “안녕하신가요?” 하면은 정말 진짜로 괜찮은지 (별일 없냐…) 물어보는 거고
뭐, “누구의 안녕과 뭐 뭐를 위해서”, “건강과 안녕을 위해서”(위해서)라는 굉장히 딱딱하고 굉장히 문어체 같은 그런 말도 만들 수 있고…
네, 근데 확실히 예지 씨 말 듣고 나니까 그 “안녕”이라는 제가 평소에 그냥 무심코 자주 썼던 단어를 다시 한번 보게 되는 거 같아요. 네.
혹시 승완 씨는 좋아하는 단어 있어요?
저는 두 개 있어요.
어.
근데 두 개가 좀 비슷한 말이거든요. 제가 하나 말씀드릴 테니까 다른 하나를 맞혀 보세요.
네. / 어, 좋아요.
첫 번째는 마중이에요.
아, 그리고 하나는 배웅이죠.
네. 맞아요.
우와.
그 단어가 뭐, ‘발음이 좋다', 혹은 ‘단어의 생김새가 좋다' 이런 건 아니고 그냥 그 단어의 뜻 자체를 좋아하다 보니까 (뭔가 한국어 단어 중에 좋아하는 단어가 있냐고 물어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거 같아요.
네, 마중이 사실 누군가 저한테 올 때 제가 조금 더 그 사람한테 가까이 가서 이제 뭐, 어떤 반가움의 표시일 수가 있는 거잖아요.
배웅은 반대로 누군가 떠날 때 아쉬움을 표현할 수 있는 어떤, 그런 건데 근데 그게 단어 안에 딱 들어가 있고 녹아져 있으니까 그 단어를 쓰거나 들을 때 되게 좋은 거 같아요. (그렇네요.) 자주 쓰기도 하고. (네.)
마중 나가다, 마중 나오다, 배웅하다, (네.) 배웅하러 나가다 이런 거. (네.) 실제로 손님이 갈 때 이제 집 앞에 나가서 인사하는 거,
다른 문화에서도 있지만 단어가 딱 없는 언어들도 있으니까... (네.) 그렇네요. 그, 이렇게 두 분이 소개를 하면 저도 뭔가 하나 골라야 될 거 같은데… / 지금 빨리 한번, 아무거나.
뭐라도 만들어 내세요.
없어요. 좋아하는, 특별히 좋아하는 단어가 있는 건 아니고… / 네.
저는 그냥 다, 다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그러면 싫어하는 단어도 없어요?
없죠. 네, 그냥 필요한 단어들이니까 아무리 제가 싫어한다고 안 쓸 수는 없잖아요.
굉장히 실용적인 분이셨네요. / 네, 네.
근데 저도 싫어하거나 뭐, 그런 단어는 없는 거 같은데, 있으신가 봐요? (진짜요?)
어, 저는 있어요. / 뭐요?
저는 “먹어 치우다”라는 단어를 굉장히 안 좋아해요.
아.
그러니까 “먹어 치우다”가 막, 빠르게 먹는 그럴 때도 쓰이지만 그럴 때 말고
“음식물이 쓰레기가 되지 않게 먹어서 치워 버려라, 먹어서 없애 버려라”라는 뜻으로도 쓰이잖아요.
제가 이 단어를 왜 싫어하냐면 엄마가 맨날 저한테 “남아있는 반찬 좀 먹어 치워라”, “남아 있는 귤 좀 먹어 치워라”, “이거 먹어 치워야지” 하면서 막 드시는 거예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난 엄마가 너무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고, 내가 음식을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고
음미했으면 좋겠는데 자꾸 마치 제가 무슨 몸이 쓰레기통이라도 된 양 먹어서 치우라고 하니까.
아까우니까.
네.
그렇죠.
그래서 그 단어를 안 좋아하게 됐어요. (그렇죠.)
그 먹는 즐거움과 좀 굉장히 거리가 먼 그런 단어네요, (맞아요.) 표현이네요. (저도…)
의미나 실제로 그렇게 하는 거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 단어가 싫지는 않고…
그래요?
그것도 사실은 그 행동을 표현해야 되니까 만들어진 단어잖아요. / 음, 맞아요.
그래서 단어를 싫어하지는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