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그 남자, 그 여자
준호의 일기
2010년 6월 18일 금요일 맑음
오늘 초등학교 동창회가 있었다. 선영이가 나온다는 얘기에 아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회사에서도 하루 종일 동창회 생각에 일을 할 수 없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 부장님이 갑자기 오늘 저녁에 회식을 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가 봐야 한다고 말하고 서둘러서 회사를 빠져나왔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선영이가 어디에 있는지 둘러봤다. 아무리 둘러봐도 선영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때 누군가 선영이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거기엔 내가 상상한 것과는 너무 다른 여자가 앉아 있었다. 내 기억 속의 선영이는 하얀 얼굴에 큰 눈을 가진 귀여운 아이였다. 하지만 지금의 선영이는 조금 통통하고 얼굴도 하얀 편이 아니었다. 선영이를 만난다는 생각에 기대를 잔뜩 했는데 많이 달라진 모습에 실망했다.
나는 선영이 옆으로 가서 어색하게 인사를 한 후에 나를 기억하냐고 물었다. 나를 한참 보던 선영이가 미소를 지으면서 안다고 대답했다. 소풍갔을 때 내가 도시락을 집에 두고 와서 선영이가 자기 것을 나눠 줬던 일을 선영이도 기억하고 있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도 예뻐서 그 때부터 학교에 다니는 동안 계속 짝사랑을 했었다고 말하니까 선영이는 웃었다. 선영이의 웃는 모습을 보니까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선영이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 두 사람은 모임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왠지 모르게 어떤 희망 같은 것이 생긴다. 예전에는 오르지 못 할 나무였지만 이젠 내 키에 맞는 나무 같이 느껴진다. 다음 모임 때도 나올까? 예감 이 좋다.
선영이의 일기
2010년 6월 18일 금요일 맑음
오늘 처음으로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갔다. 예전부터 동창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렸을 때의 날 기억하는 아이들을 만나는 거 왠지 어색하고 자신이 없어서 모임에 나가지 않았었다.
며칠 전, 초등학교 인터넷 동창 모임 사이트에서 오늘 동창회를 한다는 쪽지가 왔다. 나갈까 말까 고민을 좀 하다가 주말 저녁이고 다른 계획도 없어서 이번엔 나가겠다고 했다. 오랜만에 만나면 어색할까 봐 걱정했는데 친구들을 만나보니까 금방 어색함이 사라졌다. 친구들은 외모가 많이 변하긴 했지만 옛날 얼굴이 조금씩은 남아 있어서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나를 환영해 주는 애들을 보면서 좀 더 일찍 동창회에 참석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옛날 추억을 떠올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한 아이가 내 옆으로 와서 인사를 했다.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다. 하지만 한참을 본 후에 준호인 것을 알았다. 초등학교 때 준호는 그렇게 눈에 띄는 아이가 아니었고 나와 별로 친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멋있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준호는 어렸을 때 내가 자기에게 도시락을 나눠준 일을 이야기하면서 그 때부터 나를 많이 좋아했었다고 했다. 우리는 모임이 끝날 때까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준호가 나에 대해서 작은 것까지 자세히 기억하고 있는 걸 보고 좀 놀랐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나를 보던 준호의 눈빛이 자꾸 생각났다. 왠지 가슴이 설렸다 옛날 일이지만 그렇게 멋있는 애가 날 좋아했었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다. 준호가 다음 모임에도 나올까? 혹시 여자 친구는 있을까? 준호와 더 친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