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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A collection of literary excerpts), 제인 정 트렌카, 「덧없는 환영들」 중에서

제인 정 트렌카, 「덧없는 환영들」 중에서

제인 정 트렌카, 「덧없는 환영들」 (중에서)

우리 한국인들은—한국인이 무엇이든 간에—20세기의 참사로부터 출현한 후 덜컹덜컹 흔들리고 근근이 살아가다가 방향을 잃고 혼란에 빠진 채, 남과 가족이 어떻게 다르고 친구와 적이 어떻게 다른지도 알지 못한 채 다음 세기를 맞았다. 우리는 백년도 안되는 시간에 서양인에게 폐쇄적이고 적대적인 나라에서 그들에게 제 아이들을 제공하는 나라로 변모했다. 또, 서울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빛나는 한강의 기적과 서울 하늘의 윤곽선을 수놓은 저 거대한 부가 가능했던 건 수많은 사람들이 참고 견뎠기 때문이었다. 여기 우리, 추방된 자들은 바로 그 일원이다. 그리고 이제 이곳에 돌아온 우리는 두 세기에 걸쳐 우리 어머니들의 마음을 부수고 우리 아버지들에게 죄를 덮어씌운 한국의 양심에 오점으로 남았다. 우리는 침묵을 맹세한 적 없고 우리의 가족들도 그렇지만, 우린 아직 거의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난 한국이 나에게 제공하는 단순하고 조용한 삶을 기꺼이 즐긴다. 이발소 앞 건조대에서 말라가는 하얀 수건들, 수건의 보풀 같은 천이 햇빛 속에 만들어내는 그 자잘한 고리 모양 그림자들, 참치캔 기름을 넣고 끓인 김치찌개를 맛볼 때 즉각 날카롭게 당겨오는 혀 밑의 감각, 한강의 냄새와 강변의 호박밭 위를 날아다니는 참새 떼, 산길을 걷다가 듣는, 바람에 댓잎 바스락거리는 소리...... 난 산속에 혼자 있을 때면 그 무엇도 나에게 이 나라 사람이냐고 묻지 않는다고, 어머니 대자연은 내가 한국인다운지 외국인다운지 따지지 않고 날 전적으로 받아준다고 공상해보지만, 내가 그곳에서 죽는다 해도 자연은 전적으로 무심할 터이다.(......)

난 나에게 조용히 혼자 지내는 법을 가르쳐준 한국을 사랑한다. 난 무언가를 되찾기 위해 싸워본 사람만이 아는 방식으로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이 날 사랑하지 않아도 난 한국을 사랑한다. (......)

이 나라를 오간 지 십일년이 되었고, 그동안 나도 많은 것을 배웠고, 이곳에 속하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지만, 한국인들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변함이 없다. "대한민국(Daehanminguk)이라고 할 줄 알아요?" "김치 좋아해요?" "한국 남자 좋아해요?" "아리랑 부를 줄 알아요?" (......)

난 한국인이 말하는, 한국인이 가져야 할 특성들이 제거된 사람이지만 그래도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에서 난 배가 덜 고프기 때문에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에서 난 덜 위험하다고 느끼기에 한국을 사랑한다.

이곳 한국은 나의 불편한 집이기에 한국을 사랑한다.

난 계속 슬프지만 한국을 사랑한다.

내가 태어난 곳이고 나의 모든 조상들이 태어난 곳이고 그들이 죽은 곳이고 내가 죽고 싶은 곳이기에 한국을 사랑한다.

난 한국인이기에 한국을 사랑한다.


제인 정 트렌카, 「덧없는 환영들」 중에서 Jane Chung Trenka, from "Illusions Without End" Jane Chung Trenka, en Las ilusiones de lo inesperado ジェーン・チョン・トレンカ、「曖昧な幻影たち」の中から

제인 정 트렌카, 「덧없는 환영들」 (중에서) Jane Chung Trenka, "Illusions of Nothingness" (of)

우리 한국인들은—한국인이 무엇이든 간에—20세기의 참사로부터 출현한 후 덜컹덜컹 흔들리고 근근이 살아가다가 방향을 잃고 혼란에 빠진 채, 남과 가족이 어떻게 다르고 친구와 적이 어떻게 다른지도 알지 못한 채 다음 세기를 맞았다. We Koreans-whatever Koreans are-emerged from the catastrophe of the 20th century, rattled and rudderless, disoriented and confused, and entered the next century not knowing how our family members differed from our friends and enemies. 우리는 백년도 안되는 시간에 서양인에게 폐쇄적이고 적대적인 나라에서 그들에게 제 아이들을 제공하는 나라로 변모했다. In less than a hundred years, we have gone from a country that was closed and hostile to Westerners to a country that offers them my children. 또, 서울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빛나는 한강의 기적과 서울 하늘의 윤곽선을 수놓은 저 거대한 부가 가능했던 건 수많은 사람들이 참고 견뎠기 때문이었다. The miracle of the shining Han River that made Seoul what it is today, and the vast wealth that outlines the Seoul sky, were only possible because so many people endured. 여기 우리, 추방된 자들은 바로 그 일원이다. We, the outcasts, are part of it. 그리고 이제 이곳에 돌아온 우리는 두 세기에 걸쳐 우리 어머니들의 마음을 부수고 우리 아버지들에게 죄를 덮어씌운 한국의 양심에 오점으로 남았다. And now here we are, a stain on the conscience of Korea, having spent two centuries breaking the hearts of our mothers and laying the blame on our fathers. 우리는 침묵을 맹세한 적 없고 우리의 가족들도 그렇지만, 우린 아직 거의 말하지 못한다. We never took a vow of silence, and neither did our families, but we can still barely speak.

그래서 난 한국이 나에게 제공하는 단순하고 조용한 삶을 기꺼이 즐긴다. So I am willing to enjoy the simple and quiet life that Korea offers me. 이발소 앞 건조대에서 말라가는 하얀 수건들, 수건의 보풀 같은 천이 햇빛 속에 만들어내는 그 자잘한 고리 모양 그림자들, 참치캔 기름을 넣고 끓인 김치찌개를 맛볼 때 즉각 날카롭게 당겨오는 혀 밑의 감각, 한강의 냄새와 강변의 호박밭 위를 날아다니는 참새 떼, 산길을 걷다가 듣는, 바람에 댓잎 바스락거리는 소리...... 난 산속에 혼자 있을 때면 그 무엇도 나에게 이 나라 사람이냐고 묻지 않는다고, 어머니 대자연은 내가 한국인다운지 외국인다운지 따지지 않고 날 전적으로 받아준다고 공상해보지만, 내가 그곳에서 죽는다 해도 자연은 전적으로 무심할 터이다.(......) The white towels drying on the drying rack in front of the barber shop, the tiny rings of shadows that the fluffy fabric of the towels creates in the sunlight, the sensation under my tongue that is immediately sharpened when I taste the kimchi stew simmered in tuna can oil, the smell of the Han River and the flocks of sparrows flying over the pumpkin patch by the river, the rustling of the leaves in the wind that I hear while walking on the mountain paths...... When I'm alone in the mountains, I daydream that nothing asks me if I'm a Korean or a foreigner, that Mother Nature accepts me wholly without regard to whether I'm a Korean or a foreigner, and that if I die there, Nature will be wholly indifferent.(......)

난 나에게 조용히 혼자 지내는 법을 가르쳐준 한국을 사랑한다. 난 무언가를 되찾기 위해 싸워본 사람만이 아는 방식으로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이 날 사랑하지 않아도 난 한국을 사랑한다. (......)

이 나라를 오간 지 십일년이 되었고, 그동안 나도 많은 것을 배웠고, 이곳에 속하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지만, 한국인들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변함이 없다. "대한민국(Daehanminguk)이라고 할 줄 알아요?" "김치 좋아해요?" "한국 남자 좋아해요?" "Do you like Korean men?" "아리랑 부를 줄 알아요?" "Do you know how to sing Arirang?" (......)

난 한국인이 말하는, 한국인이 가져야 할 특성들이 제거된 사람이지만 그래도 한국을 사랑한다. I am what Koreans say I am, stripped of the traits that Koreans are supposed to have, but I still love Korea.

한국에서 난 배가 덜 고프기 때문에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에서 난 덜 위험하다고 느끼기에 한국을 사랑한다. I love Korea because I feel less dangerous here.

이곳 한국은 나의 불편한 집이기에 한국을 사랑한다.

난 계속 슬프지만 한국을 사랑한다. I continue to be sad, but I love Korea.

내가 태어난 곳이고 나의 모든 조상들이 태어난 곳이고 그들이 죽은 곳이고 내가 죽고 싶은 곳이기에 한국을 사랑한다.

난 한국인이기에 한국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