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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의 고백 (Kim Hyun-hee's confession), 절망의 나날, 다섯 번째-101

절망의 나날, 다섯 번째-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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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날, 다섯 번째

죽어야 한다는 생각,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 등으로 심란하고 우울해 있는데 남자들 몇 명이 경찰의 안내를 받고 내 병실로 들어섰다.

나는 그들이 들어선 것을 알지 못하는 척 그대로 눈을 감고 모른 체했다.

“정신이 들었다는 걸 다 알고 있으니 눈을 떠요.”

갑자기 조선 말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조선말에 하마터면 눈을 뜨는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엉겁결에 그 말을 알아듣고 그대로 따를 번한 것이다. 거기에서 조선 사람을 만나리라는 마음의 준비가 전혀 없었던 탓에 나는 당황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긴장하면서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을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우선 조선말을 못 알아듣는 척하고 능청을 떨어야 하는 일이 중요했다. 말을 알아듣고도 못 알아들은 척 눈을 감고 있자니 눈꺼풀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는 듯했다. 외롭고 두려운 남의 나라에서 들려 온 조선말이 사실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내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 또한 조선말이라는 것을 잠깐 잊었던 것이었다.

조선말에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시 일본 말 소리가 들렸다. 나는 실눈을 살짝 떠서 그곳에 와 있는 사람을 살펴보았다. 그곳에 와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전에 리젠시 호텔로 찾아왔던 남조선대사관 성원과 공항에서 우리 려권을 조사했던 일본대사관 성원이었다. 그들을 알아본 순간 나는 더욱 더 눈을 뜰 용기가 나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쳤다.

‘이 남조선대사관 성원은 내가 북조선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조선인이라는 걸 그들이 어찌 알겠는가. 나를 알아볼 근거를 그들이 가지고 있을 리가 없어. '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마음을 재무장시켰다.

‘나를 떠보기 위해서 조선말을 써 본 것이겠지. 앞으로는 조선말이 나오면 귀담아 듣지 말아야겠다. ' 나는 혹시라도 무의식중에 조선말을 알아듣는 행동을 취하거나 다급한 순간에 내 입에서 조선말이 튀어 나올까봐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온 신경을 바짝 긴장해 정신을 차리고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때부터는 남조선대사관 성원이 말하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양 무시해 버리고 일본대사관 성원의 질문에만 고개 짓으로 응했다. 남조선대사관 성원은 자기의 유도성 발언에 내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가볍게 뺨까지 때리며 내 반응을 살폈다.

“눈을 뜨라니까......”

나는 고집스럽게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자 일본대사관 성원이 나에게 속사이듯 말했다.

“마유미 상, 몸은 좀 어때요? 우리는 마유미 상 신상에 대해서 조사하여 마유미를 도와주려는 것이오. 마음 편히 가지고 건강을 빨리 회복해요.”

나는 눈을 감은 채 머리만 끄덕여서 알아들었다는 시늉을 했다.

일본대사관 성원 역시 나를 깊이 의심하고 있으면서도 나를 동정하는 척 위로하는 척하며 떠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 행동이나 반응에서 무슨 꼬투리라도 잡으려고 예리한 눈빛으로 살펴보고 있음을 나는 안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입을 꽉 다문 채 전혀 반응이 없자 그들은 내 손과 발, 그리고 얼굴을 이리저리 자세히 관찰하다가 내 행동을 못마땅해 하면서 병실을 나가 버렸다. 나는 숨죽여 가만히 긴 한숨을 내뱉었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절망의 나날, 다섯 번째-101 Days of Despair, Fifth-101 Дни отчаяния, пятый -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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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날, 다섯 번째

죽어야 한다는 생각,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 등으로 심란하고 우울해 있는데 남자들 몇 명이 경찰의 안내를 받고 내 병실로 들어섰다. 死ななければならないという思い、これからどう対処していけばいいのかなど、不安で落ち込んでいると、何人かの男性が警察の案内で私の病室に入ってきた。

나는 그들이 들어선 것을 알지 못하는 척 그대로 눈을 감고 모른 체했다. 私は彼らが入ってきたことを知らないふりをして、そのまま目を閉じて知らないふりをした。

“정신이 들었다는 걸 다 알고 있으니 눈을 떠요.” "目が覚めたのは分かっているんだから、目を開けてください。"

갑자기 조선 말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胸が締め付けられる。 그 조선말에 하마터면 눈을 뜨는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 その朝鮮語に思わず目を見張るようなミスを犯しそうになった。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엉겁결에 그 말을 알아듣고 그대로 따를 번한 것이다. あまりに突然のことなので、あわててその言葉を理解し、そのまま従うしかなかったのだ。 거기에서 조선 사람을 만나리라는 마음의 준비가 전혀 없었던 탓에 나는 당황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背中に冷や汗が出た。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긴장하면서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을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気を引き締めて緊張しながら、自分が取るべき行動を即興で決めた。 우선 조선말을 못 알아듣는 척하고 능청을 떨어야 하는 일이 중요했다. まず、朝鮮語がわからないふりをして滑舌を落とすことが重要だった。 말을 알아듣고도 못 알아들은 척 눈을 감고 있자니 눈꺼풀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는 듯했다. 言葉が聞き取れなくても聞こえないふりをして目を閉じていると、まぶたがパッと痙攣するようだった。 외롭고 두려운 남의 나라에서 들려 온 조선말이 사실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孤独で恐ろしい他人の国から聞こえてきた朝鮮語が、実はどれほど嬉しかったことか。 내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 또한 조선말이라는 것을 잠깐 잊었던 것이었다. 私が最も警戒しなければならないのは、朝鮮語であることを一瞬忘れていたのだ。

조선말에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시 일본 말 소리가 들렸다. 朝鮮語に私が何の反応も示さないと、再び日本語の声が聞こえてきた。 나는 실눈을 살짝 떠서 그곳에 와 있는 사람을 살펴보았다. 私は糸目を少し開けて、そこに来ている人を確認した。 그곳에 와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전에 리젠시 호텔로 찾아왔던 남조선대사관 성원과 공항에서 우리 려권을 조사했던 일본대사관 성원이었다. そこに来ていたのは、以前リージェンシーホテルに来た韓国大使館の職員と、空港で私たちのパスポートを検査した日本大使館の職員だった。 그들을 알아본 순간 나는 더욱 더 눈을 뜰 용기가 나지 않았다. 彼らに気づいた瞬間、私はさらに目を開ける勇気が出なかった。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쳤다. 髪の毛がよだれかけ、胸がドキドキした。

‘이 남조선대사관 성원은 내가 북조선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조선인이라는 걸 그들이 어찌 알겠는가. 나를 알아볼 근거를 그들이 가지고 있을 리가 없어. ' 彼らが私を見分ける根拠を持っているはずがない』。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마음을 재무장시켰다. 私はドキドキする心を落ち着かせ、心を再装備した。

‘나를 떠보기 위해서 조선말을 써 본 것이겠지. '私を見張るために朝鮮語を使ったのだろう。 앞으로는 조선말이 나오면 귀담아 듣지 말아야겠다. ' これからは朝鮮語が出たら耳を傾けてはいけない。' 나는 혹시라도 무의식중에 조선말을 알아듣는 행동을 취하거나 다급한 순간에 내 입에서 조선말이 튀어 나올까봐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私は、もしかしたら無意識のうちに朝鮮語を理解する行動をとったり、急な瞬間に私の口から朝鮮語が飛び出してしまうのではないかという不安があった。 온 신경을 바짝 긴장해 정신을 차리고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全神経をピリピリさせて気を引き締めていなければならなかった。

그때부터는 남조선대사관 성원이 말하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양 무시해 버리고 일본대사관 성원의 질문에만 고개 짓으로 응했다. それからは、南朝鮮大使館の成員が話しかけても、全く聞き取れないように無視し、日本大使館の成員の質問に首をかしげながら答えるだけだった。 남조선대사관 성원은 자기의 유도성 발언에 내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가볍게 뺨까지 때리며 내 반응을 살폈다. 南朝鮮大使館の職員は、自分の誘導的な発言に私が全く反応しないので、軽く頬を叩いて私の反応を確認した。

“눈을 뜨라니까......” "目を開けろ......"

나는 고집스럽게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자 일본대사관 성원이 나에게 속사이듯 말했다. すると、日本大使館の職員が速攻で私に言った。

“마유미 상, 몸은 좀 어때요? 「まゆみさん、体調はどうですか? 우리는 마유미 상 신상에 대해서 조사하여 마유미를 도와주려는 것이오. 마음 편히 가지고 건강을 빨리 회복해요.” 安心して、早く健康を取り戻しましょう。"

나는 눈을 감은 채 머리만 끄덕여서 알아들었다는 시늉을 했다.

일본대사관 성원 역시 나를 깊이 의심하고 있으면서도 나를 동정하는 척 위로하는 척하며 떠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 행동이나 반응에서 무슨 꼬투리라도 잡으려고 예리한 눈빛으로 살펴보고 있음을 나는 안 보아도 알 수 있었다. 私の行動や反応から何かの糸口を掴もうと鋭い眼差しで見つめていることが、私は見なくてもわかった。

내가 입을 꽉 다문 채 전혀 반응이 없자 그들은 내 손과 발, 그리고 얼굴을 이리저리 자세히 관찰하다가 내 행동을 못마땅해 하면서 병실을 나가 버렸다. 私が口を閉ざしたまま全く反応しないので、彼らは私の手と足、そして顔をあちこち細かく観察し、私の行動が気に入らないのか、病室を出て行ってしまった。 나는 숨죽여 가만히 긴 한숨을 내뱉었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