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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홍길동전 (The Story of Hong Gildong), 2 장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다

2 장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다

홍 대감은 남달리 총명한 길동의 모습을 보며 매우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서자로 태어난 것을 못내 서운해했다. 길동은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 한 번 보면 모르는 것이 없었다. 영특한 길동을 누구나 칭찬했으며 홍 대감도 길동을 사랑했다.

그러나 정실부인이 아닌 첩에게서 태어난 서자였기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유 씨 부인의 아들인 인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처지였다. 그뿐만 아니라 재주가 좋아도 벼슬길이 막혀 있는 신세였다.

길동은 달 밝은 밤이면 뒤뜰을 서성거리며 자신의 신분을 한탄하였다. 바람은 쓸쓸히 불어오고 기러기 우는 소리에 마음이 더욱 심란해진 가을 저녁, 방 안에서 글을 읽던 길동은 책을 덮으며 한숨을 쉬었다.

“대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학문을 익혀 벼슬을 해 나라에 큰 공을 세우고 이름을 온 세상에 떨쳐야 하는데……. 어찌 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천한 인생인가? 이 모든 것이 서자에게는 허락되지 않으니 심장이 터질 것 같구나!”

말을 마친 길동은 답답한 마음에 마당에 내려와 검술을 시작했다. 마침 홍 대감이 달빛을 구경하던 중 길동이 칼을 휘두르는 것을 보았다.

“너는 무슨 흥이 넘쳐 밤이 깊도록 잠도 자지 않고 나와 있느냐?”

“소인, 달빛이 좋아 나왔습니다. 하늘이 만물을 만들 때 사람을 제일 귀하게 만들었지만 소인에게는 귀함이 없으니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홍 대감은 길동이의 말뜻을 짐작했으나 일부러 꾸짖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소인은 대감의 자식으로서 당당한 남자로 태어났지만,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피와 살을 나눈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어찌 제가 사람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길동이 눈물을 흘리며 말을 마치자, 홍 대감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 그러나 위로해 주면 건방져질까 봐 더욱 꾸짖었다.

“세상에 천한 출생이 너뿐이 아닌데 어찌 유별나게 구느냐?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거라. 또 그리하면 용서하지 않겠다.”

홍 대감의 말을 들은 길동은 땅에 엎드려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홍 대감이 돌아가고 길동은 방에 돌아와 슬픔에 빠져 있었다. 본래 재주가 뛰어나고 성품이 활발한 길동이었지만 서글픈 마음이 들 때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길동은 슬픔을 품은 채 어머니를 찾아가 통곡하였다.

“소자와 어머니는 전생에 인연이 깊어 어미와 자식 사이가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은혜는 여한이 없지만 천한 몸으로 태어난 소자의 팔자를 생각하면 품은 한은 깊어만 갑니다. 이제 소자는 집을 떠나려 하니 어머니께서는 소자를 걱정하지 마시고 몸 건강히 계십시오.”

아들의 말을 들은 춘섬도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그냥 두면 길동의 행동이 더욱 건방지게 될 것을 염려하여 알아듣도록 타일렀다.

“정승 집에 태어난 서자가 너뿐이 아닌데 어찌 좁은 마음을 먹어 어미를 놀라게 하느냐? 조금 기다리면 머지않아 대감이 어떤 결정을 내리실 것이다.”

“아버지와 형의 천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종들과 어린아이들까지 수군거리는 말은 참을 수 없는 고통입니다. 더구나 요즘 초란의 언행을 보면 우리 모자를 원수같이 보고 해칠 기회만 노리는 듯합니다. 소자 나간 뒤에 어머니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저로 인해 큰일이 생길까 걱정이 되니 어머니는 소자가 떠나는 것을 염려하지 마십시오.”

어머니 춘섬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몹시 슬퍼했다.


2 장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다 Kapitel 2 Den Vater nicht mehr Vater nennen können Chapter 2 Not being able to call your father your father Capítulo 2 No poder llamar padre a tu padre Chapitre 2 Ne pas pouvoir appeler son père son père

홍 대감은 남달리 총명한 길동의 모습을 보며 매우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서자로 태어난 것을 못내 서운해했다. 길동은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 한 번 보면 모르는 것이 없었다. 영특한 길동을 누구나 칭찬했으며 홍 대감도 길동을 사랑했다.

그러나 정실부인이 아닌 첩에게서 태어난 서자였기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유 씨 부인의 아들인 인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처지였다. 그뿐만 아니라 재주가 좋아도 벼슬길이 막혀 있는 신세였다.

길동은 달 밝은 밤이면 뒤뜰을 서성거리며 자신의 신분을 한탄하였다. 바람은 쓸쓸히 불어오고 기러기 우는 소리에 마음이 더욱 심란해진 가을 저녁, 방 안에서 글을 읽던 길동은 책을 덮으며 한숨을 쉬었다.

“대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학문을 익혀 벼슬을 해 나라에 큰 공을 세우고 이름을 온 세상에 떨쳐야 하는데……. 어찌 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천한 인생인가? 이 모든 것이 서자에게는 허락되지 않으니 심장이 터질 것 같구나!”

말을 마친 길동은 답답한 마음에 마당에 내려와 검술을 시작했다. 마침 홍 대감이 달빛을 구경하던 중 길동이 칼을 휘두르는 것을 보았다.

“너는 무슨 흥이 넘쳐 밤이 깊도록 잠도 자지 않고 나와 있느냐?”

“소인, 달빛이 좋아 나왔습니다. 하늘이 만물을 만들 때 사람을 제일 귀하게 만들었지만 소인에게는 귀함이 없으니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홍 대감은 길동이의 말뜻을 짐작했으나 일부러 꾸짖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소인은 대감의 자식으로서 당당한 남자로 태어났지만,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피와 살을 나눈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어찌 제가 사람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길동이 눈물을 흘리며 말을 마치자, 홍 대감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 그러나 위로해 주면 건방져질까 봐 더욱 꾸짖었다.

“세상에 천한 출생이 너뿐이 아닌데 어찌 유별나게 구느냐?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거라. 또 그리하면 용서하지 않겠다.”

홍 대감의 말을 들은 길동은 땅에 엎드려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홍 대감이 돌아가고 길동은 방에 돌아와 슬픔에 빠져 있었다. 본래 재주가 뛰어나고 성품이 활발한 길동이었지만 서글픈 마음이 들 때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길동은 슬픔을 품은 채 어머니를 찾아가 통곡하였다.

“소자와 어머니는 전생에 인연이 깊어 어미와 자식 사이가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은혜는 여한이 없지만 천한 몸으로 태어난 소자의 팔자를 생각하면 품은 한은 깊어만 갑니다. 이제 소자는 집을 떠나려 하니 어머니께서는 소자를 걱정하지 마시고 몸 건강히 계십시오.”

아들의 말을 들은 춘섬도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그냥 두면 길동의 행동이 더욱 건방지게 될 것을 염려하여 알아듣도록 타일렀다.

“정승 집에 태어난 서자가 너뿐이 아닌데 어찌 좁은 마음을 먹어 어미를 놀라게 하느냐? 조금 기다리면 머지않아 대감이 어떤 결정을 내리실 것이다.”

“아버지와 형의 천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종들과 어린아이들까지 수군거리는 말은 참을 수 없는 고통입니다. 더구나 요즘 초란의 언행을 보면 우리 모자를 원수같이 보고 해칠 기회만 노리는 듯합니다. 소자 나간 뒤에 어머니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저로 인해 큰일이 생길까 걱정이 되니 어머니는 소자가 떠나는 것을 염려하지 마십시오.”

어머니 춘섬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몹시 슬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