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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의 고백 (Kim Hyun-hee's confession), 절망의 나날, 두 번째-98

절망의 나날, 두 번째-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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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날, 두 번째

정신이 차츰 깨어나면서 나는 살아 있다는 생각에 절망했다.

별별 생각을 다 해보고 별 궁리를 다 짜내어 죽을 방법을 생각해봤지만 온몸이 꽁꽁 묶여 있어 꼼짝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죽었으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을 텐데 이런 저런 고민이 들었다.

평양을 출발한 후 공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해 아무런 의문이나 죄책감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민족적 사명인 조국통일을 위해 내가 임무를 완수했다고 생각하면 당장 영웅이 된 기분이었다.

‘나 하나 죽으면 그만큼 조국통일이 빨라진다. 그깟 목숨 이래도 한번 죽고 저래도 한번 죽는데 조국을 위해서 죽는 것이 백번 낫다! '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나 하나 죽는다는 문제만 생각했지 비행기나 그 속에 타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혀 염두에 두어 본 적이 없었다. 단지 그것은 나의 공작 임무일 뿐 누구의 아들,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버지 하는 식의 사람의 개념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붙잡힌 몸이 되고 보니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든간에 비행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죽였다는 생각이 앞섰고 단지 내가 해야 할 당연한 임무였을 뿐이라는 당당한 마음이 들지를 않았다.

‘어떻게 하면 비밀을 지킬 수 있을까? 완전한 길은 죽는 길밖에 없는데 어떻게 죽나? ' 차츰 정신이 맑아지자 나는 귀에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병실 안의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내가 의식을 회복하고 몸을 뒤척이는 기색을 보고 경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She is good.” “He died.”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김 선생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무런 고민 없이 먼저 간 김 선생이 부럽고 한편으로는 원망스럽고, 나 혼자만 살아나 적들에게 둘러싸인 것을 생각하니 그저 암담할 뿐이었다. 늘 함께 행동하다가 이제 나 혼자 남았다는 것을 아는 순간 심한 외로움마저 느껴졌다. 이 엄청난 사태를 나같이 어린 여자의 몸으로 어떻게 감당해 나가라는 말인가. 몸이 약해서 항상 비칠거리던 김 선생이 그렇게도 든든하고 소중한 존재였는지 새삼 깨달으며 지혜를 있는 대로 쥐어짜보았다. 도저히 대책은 서지 않고 두려울 따름이었다. 김 선생마저도 없는 이 마당에 버틸 힘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고 의지할 사람마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막내 동생 범수가 죽던 해, 휴가를 받아 집에 갔더니 어머니는 동생 병구완에 얼굴이 반쪽이 되고 폭삭 늙어 있었다. 어머니는 내게 귓속말로 ‘어찌나 답답한지 남몰래 랭수를 떠 놓고 천지신명께 우리 범수 병 좀 낫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하소연을 했다. 미신이나 종교가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 조선에서 그같은 행동은 대단한 용기가 없으면 하기 어렵다. 자식을 살려보려는 모성애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천지신명을 찾은 것이었다.

나는 이 생각이 문득 떠올라 ‘천지신명이 계시다면 제발 나 좀 도와주세요. 숨통이 지금 이 순간 딱 멈추어질 수만 있다면......'이라고 빌었다. 나는 누군지 모를 어떤 분을 향해 있는 정성을 다해 간절히 빌었다. 그렇게 절박한 순간에도 식구들의 얼굴은 더욱 생생하게 떠오르고 식구들 걱정이 되었다. 내가 비밀을 지키지 못하면 내 조국에도 먹칠을 하지만 내 가족에게도 피해가 간다는 걱정이었다. 이를 악물고 참으려 해도 눈물은 자꾸만 흘러내려 침대를 적셨다.

무서운 승냥이 떼들이 들끓는 무인도에 혼자 떨어졌으니 곧 내 온몸은 할퀴어지고 갈갈이 찢겨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땅으로 꺼질 수도 하늘로 솟아올라 사라질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절망의 나날, 두 번째-98 Tage der Verzweiflung, der zweite - 98 Days of Despair, Part Two - 98 Дни отчаяния, вторые -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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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날, 두 번째

정신이 차츰 깨어나면서 나는 살아 있다는 생각에 절망했다.

별별 생각을 다 해보고 별 궁리를 다 짜내어 죽을 방법을 생각해봤지만 온몸이 꽁꽁 묶여 있어 꼼짝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죽었으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을 텐데 이런 저런 고민이 들었다. ましてや、死ねば何も考えなかったのに、あれこれ悩んでしまいました。

평양을 출발한 후 공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해 아무런 의문이나 죄책감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平壌を出発して以来、公爵を遂行する過程で、私は自分がしたことに対して何の疑問も罪悪感も抱いたことがなかった。 민족적 사명인 조국통일을 위해 내가 임무를 완수했다고 생각하면 당장 영웅이 된 기분이었다. 民族の使命である祖国統一のために私が任務を果たしたと思うと、すぐに英雄になった気分になりました。

‘나 하나 죽으면 그만큼 조국통일이 빨라진다. 그깟 목숨 이래도 한번 죽고 저래도 한번 죽는데 조국을 위해서 죽는 것이 백번 낫다! ' たった一度の人生で一度死ぬなら、祖国のために死んだ方が百倍マシ!』。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나 하나 죽는다는 문제만 생각했지 비행기나 그 속에 타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혀 염두에 두어 본 적이 없었다. 私一人の死の問題ばかり考えていて、飛行機やその中に乗っている数え切れないほどの人たちのことは全く考えたことがなかった。 단지 그것은 나의 공작 임무일 뿐 누구의 아들,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버지 하는 식의 사람의 개념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ただそれは私の公爵の任務であって、誰の息子、誰の夫、誰の父というような人の概念では考えていなかったのである。 그러나 붙잡힌 몸이 되고 보니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든간에 비행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죽였다는 생각이 앞섰고 단지 내가 해야 할 당연한 임무였을 뿐이라는 당당한 마음이 들지를 않았다. しかし、捕らえられた身になってみると、理由や目的が何であれ、飛行機に乗っていた人々を殺したという思いが先行し、ただ自分がやるべき当然の任務であったという堂々とした気持ちになれなかった。

‘어떻게 하면 비밀을 지킬 수 있을까? 완전한 길은 죽는 길밖에 없는데 어떻게 죽나? ' 完全な道は死ぬしかないのに、どうやって死ぬのか? 차츰 정신이 맑아지자 나는 귀에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병실 안의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次第に意識がはっきりしてきた私は、耳の中の触覚を研ぎ澄まして病室の状況を把握しようと努力した。 내가 의식을 회복하고 몸을 뒤척이는 기색을 보고 경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私が意識を取り戻して寝返りを打っている様子を見て、警察官同士で話を交わした。

“She is good.” “He died.”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김 선생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무런 고민 없이 먼저 간 김 선생이 부럽고 한편으로는 원망스럽고, 나 혼자만 살아나 적들에게 둘러싸인 것을 생각하니 그저 암담할 뿐이었다. 何の悩みもなく先に行ったキム先生が羨ましくもあり、一方では恨めしくもあり、私一人だけ生き残って敵に囲まれていることを考えると、ただただ暗澹たる思いであった。 늘 함께 행동하다가 이제 나 혼자 남았다는 것을 아는 순간 심한 외로움마저 느껴졌다. いつも一緒に行動していたのに、もう一人になったことを知った瞬間、激しい孤独感さえ感じた。 이 엄청난 사태를 나같이 어린 여자의 몸으로 어떻게 감당해 나가라는 말인가. このとてつもない事態を、私のような若い女の体でどうやって乗り切れというのか。 몸이 약해서 항상 비칠거리던 김 선생이 그렇게도 든든하고 소중한 존재였는지 새삼 깨달으며 지혜를 있는 대로 쥐어짜보았다. 体が弱くていつも照れていたキム先生が、こんなに頼もしく、大切な存在だったのか、改めて気づき、知恵を絞ってみた。 도저히 대책은 서지 않고 두려울 따름이었다. どうしようもなく対策が立てられず、ただただ怖かった。 김 선생마저도 없는 이 마당에 버틸 힘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고 의지할 사람마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キム先生すらいないこの庭に耐える力は何もなく、頼れる人すら一人もいなかった。

막내 동생 범수가 죽던 해, 휴가를 받아 집에 갔더니 어머니는 동생 병구완에 얼굴이 반쪽이 되고 폭삭 늙어 있었다. 最年少の弟パムスさんが亡くなった年、休暇を取って家に帰ると、母は弟のビョングワンによって顔が半分になり、老け込んでいた。 어머니는 내게 귓속말로 ‘어찌나 답답한지 남몰래 랭수를 떠 놓고 천지신명께 우리 범수 병 좀 낫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하소연을 했다. 母は私にささやき声で、「あまりに悔しいので、こっそり冷水を浮かべて天地神明に私たちの凡水病を治してほしいと祈った」と下心を吐露しました。 미신이나 종교가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 조선에서 그같은 행동은 대단한 용기가 없으면 하기 어렵다. 迷信や宗教が絶対に許されない朝鮮で、そのような行動は相当な勇気がないとできない。 자식을 살려보려는 모성애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천지신명을 찾은 것이었다. 子を生かそうとする母性から、危険を冒して天地神明を求めたのである。

나는 이 생각이 문득 떠올라 ‘천지신명이 계시다면 제발 나 좀 도와주세요. 私はふと、「天地神明がいるのなら、どうか私を助けてください」と思いました。 숨통이 지금 이 순간 딱 멈추어질 수만 있다면......'이라고 빌었다. 息が今この瞬間だけ止まればいいのに......」と願った。 나는 누군지 모를 어떤 분을 향해 있는 정성을 다해 간절히 빌었다. 그렇게 절박한 순간에도 식구들의 얼굴은 더욱 생생하게 떠오르고 식구들 걱정이 되었다. そんな絶望的な瞬間にも、家族の顔がより鮮明に浮かび上がり、家族が心配になった。 내가 비밀을 지키지 못하면 내 조국에도 먹칠을 하지만 내 가족에게도 피해가 간다는 걱정이었다. 私が秘密を守れなかったら、私の祖国にも迷惑がかかるが、私の家族にも迷惑がかかるという心配があった。 이를 악물고 참으려 해도 눈물은 자꾸만 흘러내려 침대를 적셨다.

무서운 승냥이 떼들이 들끓는 무인도에 혼자 떨어졌으니 곧 내 온몸은 할퀴어지고 갈갈이 찢겨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恐ろしい鮫の群れがうようよいる無人島に一人で落ちたのだから、もうすぐ私の全身が掻き分けられ、引き裂かれるだろうと思った。 이제는 땅으로 꺼질 수도 하늘로 솟아올라 사라질 수도 없는 일이었다. もはや地面に消えることも、空に舞い上がることも、消えることもできないことだった。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