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극만으론 근본적인 정세를 되돌릴 수 없다
"인질극만으론 근본적인 정세를 되돌릴 수 없다"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어제 조선을 방문했습니다.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를 비롯한 슈미트 회장 일행의 표면적인 방문 목적은 지난해 11월부터 억류 중인 한 재미동포 사업가의 석방을 위한 것입니다. 여행사를 하고 있는 재미동포 배준호는 작년 11월 관광객을 이끌고 나선특구를 방문했다가 꽃제비를 촬영한 혐의로 체포돼 지금까지 억류돼 있습니다. 이전에 미국인을 인질로 잡아 재미를 봤던지라 장거리 미싸일 발사를 앞두고 있던 김정은 정권은 배준호가 미국국적임을 알고 생트집 잡아 인질로 삼아 유리한 국면으로 써먹으려 하고 있습니다.
핵시험이나 미사일 발사로 인한 정세를 미국인 여기자 인질사건으로 돌파하려 한 적이 있으며,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하지만 제재 분위기를 완화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의도 때문에 미국 당국은 슈미트 회장 일행의 이번 방문이 미국 정부와는 무관한 개인적 방문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글의 슈미트 회장까지 직접 방문했다는 점에서 인질로 잡아두고 있는 재미동포가 석방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문제는 이런 인질극이 오히려 조선을 비정상적인 국가로 각인시키는 심각한 부작용도 가져오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동안 조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테러와 마약, 핵무기 도발과 같은 부정적인 게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여기에다 가장 극악한 범죄인 인질극까지 추가됐습니다. 김정은은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해 슈미트 회장을 불러들였겠지만 결국에는 깡패집단의 나이 어린 수괴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슈미트 회장은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구글을 개발해 전 세계를 인터넷으로 통해 하나로 연결시켜 세계적인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이고, 반면에 조선은 김정은과 그 일가족, 외국인을 제외하곤 인터넷 연결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지구상 마지막 폐쇄 국가입니다. 그런 점 때문에 이번 슈미트 회장의 방문은 그 자체만으로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적극적인 개혁개방을 약속하거나 인터넷에 대한 통제를 과감하게 해제하겠다고 선언한다면 장거리 미싸일 발사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져올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는 물론 조선의 개혁개방을 돕기 위한 지원 움직임도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반면에 인질만 풀어주고 제재를 피하려는 지난날의 꼼수만 반복된다면 모처럼 조성된 기회가 덧없이 날아가고 아무런 정세변화도 가져올 수 없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이번 슈미트 회장의 방문을 계기로 인터넷을 전면적으로 개방해 조선 인민들과 세계를 하나로 소통시키는 것은 물론 근본적 정세변화의 돌파구를 열어 제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