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NG SUB] 파바로티 부럽지 않은 트바로티 김호중_김호중 자서전_김호중 인생 이야기ㅣ에세이ㅣ오디오북ㅣ책읽어주는라디오ㅣ책읽어주는남자
‘트바로티'라는 별명이 내겐 영광스럽다.
파바로티를 꿈꾸며 성악을 해온 것이 트롯을 한다고 묻히지 않고 오히려 강점이 된 것도 감사한 일이다. 성악과 트롯이 내 안에서 긍정적인 작용을 일으켜 더 완벽히 녹아날 때 내가 어떤 노래를 부를 수 있을지 가슴이 설레기도 한다. 오늘 레오의 책읽는 밤, 여러분께 읽어드릴 책은
《트바로티 김호중》 ‘파바로티 부럽지 않은 트바로티' 라는 소제목입니다. 그럼 본문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파바로티 부럽지 않은 트바로티
고딩 파바로티는 미스터트롯을 통해 트바로티가 되었다.
내 인생의 흐름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졸졸졸 흐르던 시냇물이 갑자기 커다란 강물이 된 기분 같다고나 할까. 강물은 흘러 어디로 가나. 바다를 향해 갈 것이다. 아직은 바다에 도달하기엔 이르다. 앞으로의 내 삶이 어떤 변곡점을 만날지 모르지만 지금은 강물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차게 행복하다. 흐르는 동안 바위도 만나고 굽이도 지겠지만 성실하게 나의 길을 만들면서 흐르다 보면 언젠가 드넓은 바다에 이를 날도 오지 않을까. 너무나 달라진 현실이 지금도 가끔 꿈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내가 불렀던 노래의 울림, 그 무대의 감각은 여전히 내 안에 생생히 살아 있다. 기쁨에 겨워 거리를 마구 뛰어다닌 날도 있었지만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고 울분을 참기도 했다. 살면서 느낀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노래에 담을 수 있다는 건 노래하는 사람이라서 누릴 수 있는 커다란 특권이자 행운일 것이다. 사랑할 때는 사랑 노래가 다 내 노래 같고 이별했을 때는 이별 노래가 다 내노래 같다. 감명받고 좋아했던 노래들엔 그때 느꼈던 나의 감정이 투영되어 있었다. 내가 선율과 리듬을 익히는 것만큼이나 가사를 열심히 읽고 상상하며 표현하려고 애쓰는 것도 노래는 결국 정서의 전달이기 때문이다. 의욕이 꺾인 날엔 용기를, 절망에 빠진 날엔 희망을,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땐 분노를 전해주는 노래를 들으며 나 또한 간절히 꿈을 꾸었다. 언젠가, 언젠가 반드시 나의 노래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트바로티 김호중은 하나의 장르다.”
이렇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
노래를 하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과연 내가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나 싶어, 감사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넙죽 받기엔 아무래도 과분한 칭찬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내가 부르는 노래는 다른 누구라도 부를 수 있는 노래지만 나처럼 부르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 말을 절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제일 잘 부른다는 뜻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부른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장사익 선생님이 부른 ‘봄날은 간다'는 다른 가수가 부른 버전과는 다르다. 노래에 ‘장사익'이 지문처럼 찍혀 있다.
최백호 선생님이 부른 ‘보고 싶은 얼굴'은 그냥 ‘최백호의 보고 싶은 얼굴'이다. 복사가 불가능하고 대체할 이가 없다.
이렇듯 나 역시 어떤 노래를 불러도 ‘김호중은 김 호중 스타일로 부른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바꿔 말하면 세상의 그 많은 가수들이 저마다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이 다르고 목소리가 다르고 개성이 다르듯, 수많은 가수들은 자신만의 노래를 부른다. 모든 가수들이 색깔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그분들이 다 하나의 장르이자 유일성을 가진 음악인이다.
내가 추구한 음악의 방향도 마찬가지다.
내 노래를 들었을 때 “어? 누구랑 비슷하네”라는 말을 듣는 것보다 딱 듣자마자 “김호중 노래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 이 말이 나에게는 최고의 칭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일성'은 내가 앞으로 걸을 음악 인생에서도 끝까지 놓지 않고 싶은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런 염원이 내 인생에서 성악에서 트롯으로 이어지는 곡선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성악과 트롯이 전혀 다른 장르처럼 생각할지 모르지만 음악이라는 세계 안에서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성악에서 트롯에 이르는 길은 성악을 버리고 트롯으로 오는 과정이 아니었다. 하나를 버리고 하나를 얻은 게 아니라 하나에 하나가 더해져 둘이 되거나 둘 그 이상이 되는 일이었다. 내가 그동안 온 힘을 다해 배우고 익힌 성악을 특징으로 갖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트롯과 포크 음악을 결합하는 시도를 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스터트롯에서 노래하면서 원래 내가 갖고 있던 색깔에 다른 색깔도 입혀보았다. 빨간색과 파란색만 갖고 있었는데 두 색깔이 합쳐져서 보라색도 갖게 되었고, 노란색과 초록색도 갖게 되었다. 미스터트롯에 도전한 덕분에 예전에 노래하던 스타일과 다른 것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찾으려고 노력한 결과였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짙어진다고 했던가.
내가 빛 속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어두운 소문도 무성해지는 듯하다. 성악을 하다가 안 되니까 트롯 무대로 왔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방송에 얼굴을 판 덕분에 유학까지 갔다 와놓고
또 방송에 나와서 트롯 앨범을 몇 장 내고 행사나 다니려는 기회주의자라는 말도 들었다.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이름값' 혹은 ‘인기값'을 치러야 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것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상처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작은 가시 같은 별것 아닌 말에 때론 창에 찔린 것처럼 아플 때가 있다. 이런 말이 들리면 씁쓸하지만 일일이 찾아다니며 해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라는 사람, 내가 부르는 노래가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기를 원한다는 것은 어린아이가 갖는 환상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 노래를 자주 듣는 사람이 있다면 내 노래라는 이유로 아예 듣지도 않는 사람 또한 있을 수 있다. 오해받고 싶진 않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까지 내가 억지로 바꿔 놓을 수는 없다. 누군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살지 않으면 된다. 그저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트바로티'라는 별명이 내겐 영광스럽다.
파바로티를 꿈꾸며 성악을 해온 것이 트롯을 한다고 묻히지 않고 오히려 강점이 된 것도 감사한 일이다. 성악과 트롯이 내 안에서 긍정적인 작용을 일으켜 더 완벽히 녹아날 때 어떤 노래를 부를 수 있을지 가슴이 설레기도 한다. 네, 성악과 트롯이 서로 긍정적인 작용을 일으켜서 새롭게 구성된다면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까요? 많은 분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주고 있는 《트바로티 김호중》 여기까지 읽어봤습니다. 레오의 책읽는 밤, 오늘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