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 이몽룡과 성춘향, 광한루에서 만나다
조선 시대 전라도 남원에 월매라는 기생이 살았어요. 월매는 젊은 시절에 유명한 기생이었지만 양반인성 참판과 결혼해 그의 첩이 되었어요. 그러나 결혼 후 계속 자식이 없어 근심으로 병을 얻게 되었어요.
월매가 성 참판에게 말했어요.
“제가 전생에 무슨 은혜를 받아서 대감과 부부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부모형제 하나 없는 저에게 자식도 없으니 앞으로 조상 무덤에 향은 누가 피우며 제가 죽은 뒤 제사는 누가 치르겠습니까? 유명한 절에 가서 기도하여 자식을 하나 얻으면 평생의 한을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날부터 성 참판 부부는 전국의 유명한 산을 돌며 백일 동안 신령님에게 빌고 또 빌었어요.
“신령님, 부디 아이 하나만 낳게 해 주세요.”
그들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열 달 후, 월매는 예쁜 딸을 낳았어요. 월매는 딸을 ‘봄 향기'라는 의미의 춘향이라고 부르며 보석처럼 귀하게 키웠어요. 춘향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글재주가 뛰어났고 점점 더 예의 바르고 예쁘게 자랐어요. 그래서 남원에서 춘향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한편 한양에는 이한림이라는 양반이 살았어요. 그는 조상 때부터 벼슬을 한 유명한 집안의 사람이었고 아들이 하나 있었어요. 아들의 이름을 꿈을 의미하는 ‘몽'과 용을 의미하는 ‘룡'이라는 이몽룡이라고 지었는데, 이한림의 아내가 몽룡을 낳기 전에 용꿈을 꾸었기 때문이었어요. 몽룡의 나이는 열여섯 살이고 부모 말씀을 잘 듣고 글재주도 좋았어요.
어느 날 몽룡이 하인인 방자를 불렀어요.
“방자야, 남원에서 경치가 좋은 곳이 어디냐?”
“공부하시는 도련님이 경치 좋은 곳을 찾아 뭐 하시게요?”
“그건 네가 몰라서 하는 말이다. 옛날부터 최고의 학자들이 경치 좋은 곳에 가서 구경하며 공부하지 않았더냐? 게다가 오늘은 단오가 아니냐? 잔소리 말고 어서 추천해 보아라.”
방자는 몽룡에게 남원의 경치 좋은 곳을 소개했어요.
“남원의 경치는 동쪽으로 가시면 선원사가 좋고, 서쪽으로는 관왕묘가, 남쪽에는 광한루 오작교, 영주각이 좋고, 북쪽에는 교룡산성이 좋으니 도련님이 가시고 싶은 곳을 정하십시오.”
“음, 광한루 오작교로 가자.”
몽룡은 먼저 아버지께 외출 허락을 받고 방자를 불러 당나귀를 준비시켰어요. 몽룡이 탄 당나귀를 방자가 끌고 구경 나갔어요. 광한루 근처에 도착했을 때 몽룡은 당나귀에서 내려 광한루에 올라갔어요. 주위를 살펴보니 경치가 아주 좋았어요.
춘향도 단오에 그네를 타려고 예쁘게 화장하고 비단 치마를 입고 향단이와 같이 광한루에 갔어요. 하얀 버선만 신고 버드나무 높은 곳에 매여 있는 그네 위에서 발을 구르는 춘향의 모습이 마치 선녀가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듯 아름다웠어요.
“방자야, 저 건너 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오락가락하는 하는 것이 무엇이냐? 자세히 보고 오너라.”
광한루에서 건너편을 바라보던 몽룡의 말에 방자가 살펴보고 돌아왔어요.
“이 마을 기생 월매의 딸 춘향입니다. 비록 어미가 기생이지만 춘향이는 콧대가 높아 기생을 하지 않고 여자가 갖춰야 할 예절을 다 배우고 글재주까지 뛰어나 여염집 규수와 다름없습니다.”
춘향이 궁금한 몽룡은 방자를 불러 춘향을 여기로 데리고 오라고 했어요.
“여봐라, 춘향아!”
“왜 그렇게 크게 소리쳐서 사람을 놀라게 해!”
방자가 크게 부르는 바람에 춘향은 깜짝 놀랐어요.
“얘, 일 났다. 일 났어. 사또의 아들인 우리 도련님이 광한루에 오셨다가 너 그네 타는 것을 보고 불러오란다.”
“도련님이 나를 어떻게 알고 부른단 말이냐? 네가 종달새처럼 수다스럽게 종알거렸구나!”
“아니다, 아니야. 이건 네 탓이야. 계집아이가 그네를 타려면 조용히 집 안에서 탈 것이지, 사람들 다 모이는 광한루에서 탈 건 뭐란 말이냐. 그 모습을 보고 도련님이 첫눈에 반했으니 어서 건너가자.”
“오늘은 단오가 아니냐? 다른 집 처녀들도 그네를 타고 있고. 또 내가 기생 딸이긴 하지만, 여염집 여자인데 함부로 오라고 부르다니……. 난 갈 수 없다.”
방자가 몽룡에게 이 말을 그대로 전하자 몽룡의 마음은 더욱 춘향에게 끌렸어요.
“도련님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춘향을 기생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잘한다기에 부르는 것이다. 여염집 여자를 부르는 것이 이상하기는 하나 잘못이라 생각지 말고 잠시 다녀가면 어떤가?' 하신다.”
그 말을 듣고 춘향이 못 이기는 체하며 방자를 따라 몽룡이 있는 광한루로 갔어요.
춘향은 누각에 사뿐사뿐 걸어 올라가 몽룡에게 인사했어요. 몽룡은 고운 태도로 단정히 앉는 춘향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어요.
‘마치 하늘나라의 선녀가 남원 땅에 내려온 것 같구나! 춘향의 얼굴과 태도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구나!'
춘향 또한 몽룡을 살펴보니 외모가 남달랐어요. 두 눈썹 사이가 높으니 이름을 널리 알릴 것이요, 이마, 코, 턱, 광대뼈가 잘 어울려 모였으니 크게 될 사람 같았어요. 춘향은 몽룡을 보고 첫눈에 반해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