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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A collection of literary excerpts), 김숨, 「간과 쓸개」 – Text to read

문학 (A collection of literary excerpts), 김숨, 「간과 쓸개」

고급 1 한국어의 lesson to practice reading

지금 본 레슨 학습 시작

「간과 쓸개」 김숨

저녁에는 '남원추어탕'이라는 식당에서 친구 김과 한, 그리고 정과 저녁 식사 연모임을 가졌다. 추어탕과 미꾸라지 튀김 한 접시, 소주를 주문했다. 미꾸라지 튀김이 나오기 전까지는 별 의미 없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수북하게 쌓인 미꾸라지 튀김은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바삭바삭해 보이는 게 오랜만에 입맛이 동했다. 미꾸라지 튀김을 한 개 집어서 베어 먹었다. 기름을 잔뜩 머금은 미꾸라지의 살과 뼈가 고소하게 씹혔다. 나는 소주를 한 잔 받아놓고 아껴가며 마셨다. 간암 환자 신세가 된 뒤로는 소주를 한 잔 이상 마신 적이 없었다. 미꾸라지 튀김을 대여섯 개 집어 먹었더니 배가 더부룩하게 불러왔다. 사이다 한 병을 시켜, 술을 한 잔도 못하는 정과 나누어 마셨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주방 앞을 지나다가, 노르스름한 튀김 반죽을 잔뜩 뒤집어쓰고 필사적으로 꿈틀거리는 미꾸라지를 보았다. 미꾸라지는 가차 없이 펄펄 끓는 기름 속으로 던져졌고, 금세 바싹 튀겨져서는 기름 위로 둥둥 떠 올랐다. 빈 접시를 치우러 들어온 종업원에게 한이 만 원을 선뜻 찔러주었다. "늙은이들이라고 괄시 말고 잘하라고 주는 거야! " 한은 역시나 쾌활하고 호방한 데가 있다. "어르신들도 참, 괄시는요, 친정아버지 같은 분들인데..."

큰며느리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종업원이 호들갑스럽게 웃었다. 종업원은 나이뿐만 아니라 생김도, 체구도 큰며느리와 흡사했다. 잠시 뒤 종업원은 서버스라며 미꾸라지 숙회를 한 접시 내왔다. 작은 접시였지만, 부추와 버무려진 숙회가 그래도 꽤나 수북했다. 종업원이 나가자 한이 좌중을 둘러보며 기어이 한마디했다. "메뉴판을 봐! 숙회 한 접시가 2만 원이잖어? 만 원으로 숙회 한 접시를 서비스 받았으니 만 원 이문을 본 셈이지 않어? 숙회 한 접시 시켜봐야 다 먹지도 못한다구. 딱 요만큼이면 돼. 추어탕에 튀김까지 먹었는데 얼마나 먹는다구? 안 그래? "노르스름한 튀김 반죽을 뒤집어쓰고 안간힘으로 뒤채던 미꾸라지가 내 머릿속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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