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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의 고백 (Kim Hyun-hee's confession), 나의 대학시절, 여덟 번째-28

나의 대학시절, 여덟 번째-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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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학시절, 여덟 번째

북조선에서는 모든 연료와 많은 동력을 석탄으로 해결한다. 그래서 매년 석탄 생산량을 높일 데 대한 당 방침이 나오고 그것을 위해 대대적으로 선전 활동을 벌린다.

내가 평양외국어대학에 입학하던 해에도, ‘전 인민이 떨쳐나서 석탄 전선을 지원하자'는 당 중앙의 방침이 나왔고 도시에서는 탄광에 물질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인민반을 통해 지원금이나 각종 물자를 걷어들였다. 제대 군인과 지방 중학교 졸업생들은 ‘무리 배치'로 탄광에 보냈으며 ‘제대군인 총각영웅 탄부되였네' 라는 노래도 만들어 보급했다. 탄부들의 영웅적인 작업 환경과 생활을 주제로 한 ‘안녕하십니까' ,‘탄전의 주인들' 이라는 영화를 만들어 관람시킨 후 ‘실효 투쟁'을 벌이기도 했고 중학생과 대학생들에게는 로력 지원에 앞장서 떨쳐나서라고 대대적으로 선동하기도 했다. 겨울방학이 다가오자 우리 학급 영숙이란 애가 다른 학급에서는 모두 탄광에 로력 지원을 나간다고 하는데 우리 학급만 떨어져선 안된다며 탄광 지원에 떨쳐나갈 것을 제기했다. 토론 끝에 우리 학급에서 8명이 12월 31일 평양 근교에 있는 삼신탄광으로 지원나가기로 결론지었다. 며칠 전 탄광에 다녀온 상급학년 남학생들에게 탄광에 가서 지원하는 방법을 물어 누구를 찾아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세히 알아 두었다.

우리는 12월 31일 저녁에 버스를 타고 삼신탄광을 찾아갔다. 뻐스가 평양 교외로 빠져 나가 검정투성이 길로 접어들면서 탄광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탄광이라 사방이 온통 시꺼멓게 석탄가루에 덮힌 것을 보고 덜컥 겁부터 났다.

우선 탄광 당위원회 사무실을 찾아가 당위원장을 만났다. 우리들은 지원 나왔으니 갱 안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 위원장은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갱 속으로 들어가려면 며칠동안 ‘안전규칙'을 암송하고 몸에 익혀 검열에 통과되여야 들어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우리가 당 중앙의 방침을 내세우며 사정하다시피 졸라댔더니 저녁시간 교대로 들어가도록 승낙하고 탄부 한 사람을 불러 우리를 떠맡겼다.

그 탄부는 우리에게 칸데라 불이 달린 모자와 허리에 차는 밥곽만한 크기의 바떼리, 검정색 작업복, 작업 운동화와 마스크를 지급하고 안전규칙을 교양하였다.

‘칸데라 불은 항상 착용할 것' ‘작업장 이외의 다른 갱 속으로 절대 들어가지 말것' ‘용변을 볼 때도 다른 갱으로 가지 말 것' 등 안전규칙을 준수할 것을 신신당부했다. 그는 용변을 본다고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른 굴로 갔다가 폐갱이 무너지거나 길을 못찾아 헤맨 례를 설명해 주었다. 이미 지원나와 있는 대학생들이 의외로 꽤 많았다.

우리 일행 중 녀자들만 따로 녀자 대기실로 안내되였다. 녀자 대기실 안은 온돌방으로 되여 있었는데 방 웃목에서는 녀자 대학생 몇 명이 정신없이 곯아떨어져 자고 있었다. 몹시 고단한 모양이였다. 한 구석에서는 몇 명의 녀학생들이 교대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느라고 야단 법석을 떨었다. 방을 가로질러 빨래줄이 매여져 있어 세탁한 옷을 널어 말리는 중이였다. 엉망진창인 대기실과 그 분위기를 보니 한심한 생각마저 들었다. 낯설고 한심한 분위기에 압도되여 괜스리 집 떠난 아이처럼 서글퍼지고 작업복을 갈아 입을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애들이 하는 대로 아무 생각없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마스크를 하고 칸데라 불 모자를 착용한 뒤 허리에 바떼리를 찼다. 복장을 다 갖추고 나니 마음도 안정되고 영화에서나 보아 온 영웅적인 탄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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