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ngQをより快適にするためCookieを使用しています。サイトの訪問により同意したと見なされます cookie policy.


image

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39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 - Part 3

Episode 39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 - Part 3

재고 목록을 다시 읽다가 흘러내리는 안경을 콧잔등 위로 밀어 올리는 그녀를 지켜보며 헨리는 데니즈가 바람직한 미국 여인의 전형이라고 생각했다. 당시는 히피들이 득세하던 시기로, '뉴스위크'에서 읽은 마리화나와 자유연애 기사로 불편했던 헨리의 마음은 데니즈만 한번 쳐다봐도 편안해졌다. "우리는 로마처럼 망해가고 있어." 올리브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미국이라는 빅치즈가 썩어버렸다고." 그러나 헨리는 온건파가 우세하다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언젠가 남편과 진정한 가정을 꾸리는 것만을 꿈꾸는 여자와 매일 약국에서 일했다. "저는 여성 해방 따윈 관심이 없어요." 데니즈가 헨리에게 말했다. "저는 집을 갖고, 침대를 정돈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렇지만 헨리 키터리지에게 딸이 있다면 (그는 딸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런 생각에 대해 주의를 주었을 것이다.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좋아, 침대를 정돈하렴. 하지만 머리를 쓸 방법을 찾아야지. 하지만 데니즈는 그의 딸이 아니었으므로 그는 가사를 돌보는 것도 고귀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그는 피붙이가 아닌 사람을 보살필 때 느끼는 자유로움이 어떤 것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헨리는 그녀의 꾸밈없는 태도를 좋아하고 그 순수한 꿈이 좋았지만, 그렇다고 데니즈와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천성이 과묵한 데니즈의 성품 때문에 그는 오히려 올리브를 전에 없이 더욱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올리브의 날카로운 의견과 탱탱한 가슴, 격렬한 감정 변화와 갑작스레 터져 나오는 큰 웃음은 그의 내면에 아프로독 격심한 욕정을 새로이 불러일으켰고, 때로 어둠 속에서 가쁜 숨을 몰아쉴 때 떠오르는 건 데니즈가 아니라 묘하게도 그녀의 젊은 사내의 격정이었다. 뭇 사내가 몸속 깊이 어둡고 이끼 낀 땅의 비밀을 간직한 여성들의 세계를 사랑하듯, 아내를 사랑하는 행위에서만은 헨리 키터리지도 다른 모든 사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세상에." 올리브는 제 몸에서 내려올 때면 진땀을 빼며 말했다.

헨지 키터리지도 그랬지만 헨리 시보도도 대학 때 풋볼을 했었다.

"재미있지 않았어요?" 어느 날, 젊은 헨리가 그에게 물었다. 평소보다 좀 일찍 데니즈를 데리러 온 헨리 시보도가 약국 안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관중석에서 소리치고, 패스해준 공이 내 눈앞으로 날아오고 나는 그 공을 잡아내고 말이죠. 아, 저는 풋볼이 정말 좋았어요." 빙긋 웃는 그의 맑은 얼굴은 굴절된 불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정말 좋았죠." "나는 자네만큼은 못 했던 거 같은데." 헨리 키터리지가 대꾸했다. 그는 뛰고 피하는 건 잘 했지만 공격적이지 않아 훌륭한 선수는 되지 못했다. 경기 때마다 두려워 했던 기억이 떠올라 부끄러웠다. 성적이 떨어져 풋볼을 그만둬야 했을 땐 일말의 안도감마저 들었다.

"아, 저도 그렇게 잘하진 못했어요." 헨리 시보도가 큰 손으로 머리 위를 쓸며 말했다. "그냥 좀 좋아했을 뿐이죠." "잘 했어요." 데니즈가 외투를 입으며 말했다. "정말 잘 했어요. 치어리더들이 헨리한테만 특별 응원을 보내기도 했는걸요." 데니즈는 수줍어하면서도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시보도, 시보도, 화이팅!" 문 쪽으로 가면서 헨리 시보도가 말했다. "저, 선생님과 사모님을 곧 저녁식사에 초대하려고요." "아, 무슨.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게." 얼마 전 데니즈는 올리브에게 단정한 작은 글씨체로 초대해줘서 고마웠다는 인사를 써 보냈다. 올리브는 카드를 흘깃 보더니 식탁 건너편 헨리에세 툭 쳤다.

"글씨체도 주인 만큼이나 조심스럽네." 올리브가 말했다. "내가 본 중에 제일 평범한 애야. 근게 걔는 피부색도 창백한데 왜 만날 회색하고 베이지색만 입는데?" "그러게." 그가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것처럼 맞장구치며 말했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맹추." 올리브가 말했다. 하지만 데니즈는 맹추가 아니었다. 그녀는 셈이 빠르고 약국에서 파는 의약품에 대해 헨리가 이야기해준 것은 모조리 기억했다. 데니즈는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했고, 분자 구조에 정통했다. 때로 그녀는 쉬는 시간에 약국 안쪽 방에서 머크 매뉴얼을 무릎에 놓고 들여다 보았다. 그녀는 안경 때문에 진지해보이는 아이 같은 얼굴로 매뉴얼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무릎을 세우고 어깨는 앞으로 숙인 자세였다.

귀엽군. 지나치다 문 틈으로 흘꿋 그녀를 볼 때마다 헨리는 생각하곤 했다. 그럴 때면 인사를 건넸다.

"별일 없어, 데니즈?" "아, 네. 별일 없어요." 그는 약병을 정리하고 타자로 라벨을 작성하면서 빙그레 웃었다. 데니즈의 천성은 아스피린이 COX2 효소와 반응하듯이 헨리의 천성에 쉽게 융화되었다. 헨리의 나날은 순조로웠다. 라디에이터의 쉭쉭대는 속삭임도, 누가 가게 안으로 들어설 때 나는 작은 벨 소리도, 마룻바닥의 삐걱입도, 금전 등록기가 '카칭'하고 열리는 소리도. 당시 그는 가끔씩 약국이 조용하고 원활리 돌아가는 건강한 자율신경계 같다고 생각했다.

저녁이면 아드레날린이 샘솟으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나는 종일 요리하고 청소하고 식구들 뒤치다꺼리나 하고!" 올리브가 비프 스튜 한 그릇을 헨리 앞에 탁 내려 놓으며 소리쳤다. "다들 목을 빼로 내가 뭘 해주기 만을 기다리잖아." 경계경보에 팔뚝의 살갗이 따끔거렸다.

"네가 집안일을 좀더 거들어야 할 것 같다." 헨리가 크리스토퍼에게 말했다.

"당신이 뭔데 애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얘가 사회 시간에 어떤 일을 겪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올리브가 이렇게 소리지르는 동안 크리스토퍼는 말없이 얼굴에 고소하다는 듯한 미소를 띄었다.

"원 참, 짐 오케이시가 당신보다 더 애를 안쓰러워 해." 올리브가 말했다. 그녀는 식탁을 내리치듯 탕 치며 냅킨 한 장을 놓았다.

"짐은 같은 학교 선생이고, 당신하고 크리스를 매일 보니까 그렇지! 대체 사회 시간이 뭐가 문젠데?" "빌어먹을 선생이 애를 들들 볶는 거지 뭐겠어. 짐 같으면 직감으로도 알겠구만!" 올리브가 말했다. "당신은 애를 매일 보면서 아무것도 몰라. '평범한 제인'하고 당신의 작은 세계에서 아주 편안하거든." "데니즈는 훌륭한 직원이야." 헨리가 대답했다. 하지만 아침이면 올리브의 어두운 기분은 걷혀 있는 때가 많았고, 그러면 헨리는 간밤에 사라진 것만 같던 희망을 다시 품고 일터로 차를 몰았다. 약국에서는 남자들을 이렇게 구박하지 않는다. 데니즈는 제리 매카시에게 대학에 갈 계획이냐고 물었다.

"몰라요. 안 갈 것 같은데." 소년의 얼굴은 홍조를 띠었다. 손목과 배가 통통하고 아직 독립하지 않고 부모 집에 얹혀사는 그는 데니즈를 좋아하거나, 그녀가 곁에 있으면 아이가 된 기분인지도 몰랐다.

"야간 수업을 들어." 데니즈가 밝게 말했다. "성탄절 지나자마자 신청할 수 있어. 한 과목만 듣는 거야. 그게 좋아." 데니즈가 고개를 끄덕이며 헨리를 쳐다보자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제리 데니즈 말이 맞다." 소년에 대해 별반 관심을 기울인 적이 없던 헨리가 말했다. "관심 있는 게 뭐지?" 소년이 거대한 어깨를 으쓱했다.

"분명 관심 가는 게 있을 텐데." "이런 거요." 소년은 최근에 자신이 뒷문으로 배달한 포장된 약 상자를 가리켰다. 그리하여 소년은 놀랍게도 과학을 수강 신청했고, 이듬해 봄에 그가 A학점을 받자 데니즈는 말했다.

"꼼짝 말고 거기 있어." 그녀는 슈퍼마켓에서 작은 상자에 담긴 케이크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헨리, 전화벨만 울리지 않으면 우리 축하 파티 해요." 제리는 입안에 케이크를 밀어넣으며 시험 직전 일요일에 미사에 가서 시험을 자라 보게 해달라고 기도 했다고 데니즈에게 말해다. 헨리는 천주교인들의 이런 점이 놀라웠다. 그래서 거의 이렇게 말 할 뻔 했다. 제리, 하느님이 너한테 A를 안겨준게 아니야, 네가 한 거지. 그러나 데니즈는 이렇게 말했다. "주일마다 미사에 가니?" 손가락에 묻은 설탕을 빨던 소년은 부끄러운 듯 대답했다. "이제부터 그럴거예요." 데니즈가 이 말에 소리내어 웃자 제리도 분홍빛으로 물든 얼굴을 빛내며 웃었다.

지금은 11월, 십수 년이 지나 일요일 아침에 머리를 빗을 때면 헨리는 빗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기 전에 검은 빗살에서 흰 머리칼을 몇 가닥씩 떼어내야 한다. 지금 그는 교회로 출발하기 전, 올리브를 위해 스토브 불을 켠다. "소문 좀 주워듣고 와." 올리브는 사과가 곤죽이 되어 끓고 있는 솥을 들여다보면서 스웨터 자락을 펴머 그에게 말한다. 끝물 사과로 소스를 만드는 중인데, 냄새가 잠시 그의 코끝에 와 닿는다. 트위트 재킷과 넥타이 차림으로 문밖에 나서는데 달콤하고 친숙한 향이 오래된 어떤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노력해볼게." 그가 대꾸한다. 요즘은 정장 차림으로 교회에 가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실은 이젠 한 줌 남짓한 사람들만 꼬박꼬박 교회에 간다. 헨리는 이 사실이 슬프고 걱정스럽다. 지난 오 년 동안 목사가 두 번이나 바뀌었는데, 둘 다 교인들을 감화시키지 못했다. 턱수염을 기르고 가운을 입지 않는 현재의 목사는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헨리는 생각한다. 젊고 아이를 계속 낳고 있으니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Episode 39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 - Part 3 Episode 39 - Elizabeth Strout "Olive Kittery" - Part 3

재고 목록을 다시 읽다가 흘러내리는 안경을 콧잔등 위로 밀어 올리는 그녀를 지켜보며 헨리는 데니즈가 바람직한 미국 여인의 전형이라고 생각했다. As Henry watched her rereading her inventory and pushing her running glasses over her nose, Henry thought Deniz was the epitome of a desirable American woman. 당시는 히피들이 득세하던 시기로, '뉴스위크'에서 읽은 마리화나와 자유연애 기사로 불편했던 헨리의 마음은 데니즈만 한번 쳐다봐도 편안해졌다. At that time, when hippies were dominated, Henry's heart, which was uncomfortable with marijuana and free love articles read in'Newsweek', became comfortable even looking at Denise once. "우리는 로마처럼 망해가고 있어." "We're dying like Rome." 올리브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미국이라는 빅치즈가 썩어버렸다고." 그러나 헨리는 온건파가 우세하다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언젠가 남편과 진정한 가정을 꾸리는 것만을 꿈꾸는 여자와 매일 약국에서 일했다. "저는 여성 해방 따윈 관심이 없어요." "I'm not interested in women's liberation." 데니즈가 헨리에게 말했다. "저는 집을 갖고, 침대를 정돈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렇지만 헨리 키터리지에게 딸이 있다면 (그는 딸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런 생각에 대해 주의를 주었을 것이다.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좋아, 침대를 정돈하렴. Okay, make the bed. 하지만 머리를 쓸 방법을 찾아야지. But you have to find a way to use your hair. 하지만 데니즈는 그의 딸이 아니었으므로 그는 가사를 돌보는 것도 고귀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그는 피붙이가 아닌 사람을 보살필 때 느끼는 자유로움이 어떤 것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헨리는 그녀의 꾸밈없는 태도를 좋아하고 그 순수한 꿈이 좋았지만, 그렇다고 데니즈와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천성이 과묵한 데니즈의 성품 때문에 그는 오히려 올리브를 전에 없이 더욱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올리브의 날카로운 의견과 탱탱한 가슴, 격렬한 감정 변화와 갑작스레 터져 나오는 큰 웃음은 그의 내면에 아프로독 격심한 욕정을 새로이 불러일으켰고, 때로 어둠 속에서 가쁜 숨을 몰아쉴 때 떠오르는 건 데니즈가 아니라 묘하게도 그녀의 젊은 사내의 격정이었다. 뭇 사내가 몸속 깊이 어둡고 이끼 낀 땅의 비밀을 간직한 여성들의 세계를 사랑하듯, 아내를 사랑하는 행위에서만은 헨리 키터리지도 다른 모든 사내와 다를 바가 없었다. Just as many men love the world of women who have kept the secrets of the dark and mossy land deep in their bodies, the only act of loving their wife was no different from Henry Kitary's than all other men.

"세상에." 올리브는 제 몸에서 내려올 때면 진땀을 빼며 말했다. Olive said, sweating away when it came down from my body.

헨지 키터리지도 그랬지만 헨리 시보도도 대학 때 풋볼을 했었다.

"재미있지 않았어요?" 어느 날, 젊은 헨리가 그에게 물었다. 평소보다 좀 일찍 데니즈를 데리러 온 헨리 시보도가 약국 안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관중석에서 소리치고, 패스해준 공이 내 눈앞으로 날아오고 나는 그 공을 잡아내고 말이죠. 아, 저는 풋볼이 정말 좋았어요." 빙긋 웃는 그의 맑은 얼굴은 굴절된 불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His smiling face seemed to emit a refracted light. "정말 좋았죠." "나는 자네만큼은 못 했던 거 같은데." 헨리 키터리지가 대꾸했다. 그는 뛰고 피하는 건 잘 했지만 공격적이지 않아 훌륭한 선수는 되지 못했다. He was good at running and avoiding, but he wasn't a great player because he wasn't aggressive. 경기 때마다 두려워 했던 기억이 떠올라 부끄러웠다. I was embarrassed to remember the memories I was afraid of every game. 성적이 떨어져 풋볼을 그만둬야 했을 땐 일말의 안도감마저 들었다.

"아, 저도 그렇게 잘하진 못했어요." 헨리 시보도가 큰 손으로 머리 위를 쓸며 말했다. Henry Sibodo said, sweeping over his head with his big hand. "그냥 좀 좋아했을 뿐이죠." "잘 했어요." 데니즈가 외투를 입으며 말했다. "정말 잘 했어요. 치어리더들이 헨리한테만 특별 응원을 보내기도 했는걸요." The cheerleaders even sent a special support to Henry." 데니즈는 수줍어하면서도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Denise added, shy and proud. "시보도, 시보도, 화이팅!" "Time signal, time signal, fighting!" 문 쪽으로 가면서 헨리 시보도가 말했다. As he went to the door, Henry Sibodo said. "저, 선생님과 사모님을 곧 저녁식사에 초대하려고요." "I'm going to invite you and my wife to dinner soon." "아, 무슨.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게." 얼마 전 데니즈는 올리브에게 단정한 작은 글씨체로 초대해줘서 고마웠다는 인사를 써 보냈다. Not long ago, Denise wrote a greeting to Olive saying that he was grateful for inviting him in neat small print. 올리브는 카드를 흘깃 보더니 식탁 건너편 헨리에세 툭 쳤다. Olive glanced at the card and struck Henry Esse across the table.

"글씨체도 주인 만큼이나 조심스럽네." 올리브가 말했다. "내가 본 중에 제일 평범한 애야. 근게 걔는 피부색도 창백한데 왜 만날 회색하고 베이지색만 입는데?" She has a pale skin tone, so why is she wearing only gray and beige to meet?" "그러게." 그가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것처럼 맞장구치며 말했다. As if he had ever thought of the same thing, he said confronting him.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맹추." 올리브가 말했다. 하지만 데니즈는 맹추가 아니었다. 그녀는 셈이 빠르고 약국에서 파는 의약품에 대해 헨리가 이야기해준 것은 모조리 기억했다. 데니즈는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했고, 분자 구조에 정통했다. Denise majored in animal husbandry at university, and was well versed in molecular structure. 때로 그녀는 쉬는 시간에 약국 안쪽 방에서 머크 매뉴얼을 무릎에 놓고 들여다 보았다. Sometimes during her break, she looked in a room inside the pharmacy with the Merck manual on her lap. 그녀는 안경 때문에 진지해보이는 아이 같은 얼굴로 매뉴얼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무릎을 세우고 어깨는 앞으로 숙인 자세였다.

귀엽군. 지나치다 문 틈으로 흘꿋 그녀를 볼 때마다 헨리는 생각하곤 했다. Whenever I glanced at her through the crack of the door, Henry used to think. 그럴 때면 인사를 건넸다.

"별일 없어, 데니즈?" "아, 네. 별일 없어요." 그는 약병을 정리하고 타자로 라벨을 작성하면서 빙그레 웃었다. He laughed as he sorted out the vials and typed labels. 데니즈의 천성은 아스피린이 COX2 효소와 반응하듯이 헨리의 천성에 쉽게 융화되었다. Denise's nature was easily fused to Henry's, just as aspirin reacts with the COX2 enzyme. 헨리의 나날은 순조로웠다. 라디에이터의 쉭쉭대는 속삭임도, 누가 가게 안으로 들어설 때 나는 작은 벨 소리도, 마룻바닥의 삐걱입도, 금전 등록기가 '카칭'하고 열리는 소리도. 당시 그는 가끔씩 약국이 조용하고 원활리 돌아가는 건강한 자율신경계 같다고 생각했다. At the time, he thought that sometimes pharmacies were like a healthy autonomic nervous system that was quiet and running smoothly.

저녁이면 아드레날린이 샘솟으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In the evening, there was a sense of tension with adrenaline gushing.

"나는 종일 요리하고 청소하고 식구들 뒤치다꺼리나 하고!" "I cook and clean all day long and keep my family behind!" 올리브가 비프 스튜 한 그릇을 헨리 앞에 탁 내려 놓으며 소리쳤다. "다들 목을 빼로 내가 뭘 해주기 만을 기다리잖아." "Everyone is waiting for me to do something by lifting their neck." 경계경보에 팔뚝의 살갗이 따끔거렸다. The skin of my forearm tingled at the alert.

"네가 집안일을 좀더 거들어야 할 것 같다." "I think you have to help with the housework a little more." 헨리가 크리스토퍼에게 말했다.

"당신이 뭔데 애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What are you doing to your kid? 얘가 사회 시간에 어떤 일을 겪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올리브가 이렇게 소리지르는 동안 크리스토퍼는 말없이 얼굴에 고소하다는 듯한 미소를 띄었다.

"원 참, 짐 오케이시가 당신보다 더 애를 안쓰러워 해." 올리브가 말했다. 그녀는 식탁을 내리치듯 탕 치며 냅킨 한 장을 놓았다. She slammed the table and laid a napkin.

"짐은 같은 학교 선생이고, 당신하고 크리스를 매일 보니까 그렇지! “Jim is a teacher at the same school, and I see you and Chris every day. 대체 사회 시간이 뭐가 문젠데?" "빌어먹을 선생이 애를 들들 볶는 거지 뭐겠어. “I guess the damn teacher is frying the kids. 짐 같으면 직감으로도 알겠구만!" 올리브가 말했다. "당신은 애를 매일 보면서 아무것도 몰라. '평범한 제인'하고 당신의 작은 세계에서 아주 편안하거든." I'm just'Jane' and I'm very comfortable in your little world." "데니즈는 훌륭한 직원이야." "Deniz is a great employee." 헨리가 대답했다. 하지만 아침이면 올리브의 어두운 기분은 걷혀 있는 때가 많았고, 그러면 헨리는 간밤에 사라진 것만 같던 희망을 다시 품고 일터로 차를 몰았다. 약국에서는 남자들을 이렇게 구박하지 않는다. Pharmacies don't condemn men like this 데니즈는 제리 매카시에게 대학에 갈 계획이냐고 물었다. Denise asked Jerry McCarthy if he was planning to go to college.

"몰라요. 안 갈 것 같은데." 소년의 얼굴은 홍조를 띠었다. 손목과 배가 통통하고 아직 독립하지 않고 부모 집에 얹혀사는 그는 데니즈를 좋아하거나, 그녀가 곁에 있으면 아이가 된 기분인지도 몰랐다.

"야간 수업을 들어." "Take a night class." 데니즈가 밝게 말했다. "성탄절 지나자마자 신청할 수 있어. "I can apply right after Christmas. 한 과목만 듣는 거야. I only take one subject. 그게 좋아." 데니즈가 고개를 끄덕이며 헨리를 쳐다보자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제리 데니즈 말이 맞다." 소년에 대해 별반 관심을 기울인 적이 없던 헨리가 말했다. Henry, who had never paid much attention to the boy, said. "관심 있는 게 뭐지?" 소년이 거대한 어깨를 으쓱했다. The boy shrugged a huge shoulder.

"분명 관심 가는 게 있을 텐데." "이런 거요." 소년은 최근에 자신이 뒷문으로 배달한 포장된 약 상자를 가리켰다. The boy pointed to the packaged medicine box he had recently delivered through the back door. 그리하여 소년은 놀랍게도 과학을 수강 신청했고, 이듬해 봄에 그가 A학점을 받자 데니즈는 말했다.

"꼼짝 말고 거기 있어." 그녀는 슈퍼마켓에서 작은 상자에 담긴 케이크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헨리, 전화벨만 울리지 않으면 우리 축하 파티 해요." 제리는 입안에 케이크를 밀어넣으며 시험 직전 일요일에 미사에 가서 시험을 자라 보게 해달라고 기도 했다고 데니즈에게 말해다. 헨리는 천주교인들의 이런 점이 놀라웠다. Henry was amazed at this point of the Catholics. 그래서 거의 이렇게 말 할 뻔 했다. 제리, 하느님이 너한테 A를 안겨준게 아니야, 네가 한 거지. Jerry, God didn't give you an A, you did it. 그러나 데니즈는 이렇게 말했다. But Denise said: "주일마다 미사에 가니?" "Do you go to Mass every Sunday?" 손가락에 묻은 설탕을 빨던 소년은 부끄러운 듯 대답했다. The boy, who had sucked the sugar on his finger, replied with shame. "이제부터 그럴거예요." 데니즈가 이 말에 소리내어 웃자 제리도 분홍빛으로 물든 얼굴을 빛내며 웃었다. As Denise laughed out loud at these words, Jerry also laughed, shining a pinkish face.

지금은 11월, 십수 년이 지나 일요일 아침에 머리를 빗을 때면 헨리는 빗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기 전에 검은 빗살에서 흰 머리칼을 몇 가닥씩 떼어내야 한다. 지금 그는 교회로 출발하기 전, 올리브를 위해 스토브 불을 켠다. Now he turns on the stove for olives before leaving for church. "소문 좀 주워듣고 와." 올리브는 사과가 곤죽이 되어 끓고 있는 솥을 들여다보면서 스웨터 자락을 펴머 그에게 말한다. 끝물 사과로 소스를 만드는 중인데, 냄새가 잠시 그의 코끝에 와 닿는다. He is making a sauce with an apple, and the smell touches his nose for a moment. 트위트 재킷과 넥타이 차림으로 문밖에 나서는데 달콤하고 친숙한 향이 오래된 어떤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He walks outside the door in a tweed jacket and tie, and the sweet and familiar scent evokes a certain old aspiration.

"노력해볼게." 그가 대꾸한다. 요즘은 정장 차림으로 교회에 가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실은 이젠 한 줌 남짓한 사람들만 꼬박꼬박 교회에 간다. 헨리는 이 사실이 슬프고 걱정스럽다. 지난 오 년 동안 목사가 두 번이나 바뀌었는데, 둘 다 교인들을 감화시키지 못했다. 턱수염을 기르고 가운을 입지 않는 현재의 목사는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헨리는 생각한다. 젊고 아이를 계속 낳고 있으니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I'm young and I'm still having kids, so I won't stay l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