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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라의 오디오북 (Novella Audio Books), 발가락이 닮았다 김동인 2/2ㅣ한글자막(CC), 한국단편소설오디오북ㅣ책 읽어주는 노벨라

발가락이 닮았다 김동인 2/2ㅣ한글자막(CC), 한국단편소설오디오북ㅣ책 읽어주는 노벨라

M이 결혼한 지 일년이 거의 된 어느날 저녁이었습니다

그와 나는 어떤 곳에서 저녁을 함께 먹고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이날 유난히 어둡고 무거웠습니다

그는 음식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술만 들이켜고 있었습니다

원래 말이 많지 않은 그가

이날은 더욱 입이 무거웠습니다

몹시 취해 더 술을 먹지 못 할 정도가 되어서

그는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충혈된 그의 눈은 무시무시하게 번뜩였습니다

이봐 친구 속이지 말고 진정으로 말해 줘

나한테 생식능력이 있겠어

글쎄 검사를 해봐야지

나는 대강 넘기려고 했습니다

그럼 한번 진찰 해 봐주게

왜 갑자기

그는 곧 대답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오려던 말을 삼켰습니다

그리고나서 다시 술을 한잔 먹은 뒤

눈을 푹 내려뜨며 말했습니다

아니 다른 게 아니라 내게 만약 생식 능력이 없다면

저 사람이 불쌍하지 않나

그래서 없는 게 판명되면 아직 젊었을때에 헤어져서

저 사람이 제 운명을 다시 개척할 때를 줘야지 않겠나

그래서 그러네

진찰을 해 봐야지

그럼 내가 언제 들리겠네

그 며칠 뒤 난 M의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문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검사를 해 볼 필요도 없습니다

M은 그 능력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M의 아내는 임신을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M이 검사 하겠다 던 마음을 짐작했습니다

그건 결코 그날의 제 말마따나

아내의 장래를 위해서 하려는 것이 아니고

아내에 대한 의혹 때문에 해 보려는 것이었겠죠

스스로도 완전히 모르는 바는 아니고

십중팔구 자신은 생식 불능자일텐데

자기 아내는 임신을 한 것입니다

생각하면 재미있는 연극입니다

생식능력이 없는 M은

그런 기색도 뵈지 않고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M에게로 시집을 온 새 아내는 임신을 했습니다

제 남편이 생식 불능자인 줄 모르는 아내는

뻐젓이 자기가 가진 죄의 씨를

M에게 자랑하고 있을 것입니다

일찍이 자기가 생식 불능자인지도 모르겠다는 점을

밝혀 주지 않은 M은

지금 이 의혹의 구렁텅이에서도

제 아내를 책할 권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가 검사를 하겠다곤 하나

검사를 해서 자기가 불구자인 것이 판명된 뒤엔

어떤 수단을 취할는지 짐작도 할 수가 없습니다

아내의 음행을 책하자면

자기의 사기적 행위를 폭로시키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고

그것을 감추자면 자신의 번민만 더욱 크게 할 것입니다

어느날 그는 검사를 하자고 왔습니다

그때 마침 환자가 몇 사람 밀려 있던 관계상

나는 그를 내 사무실에 가서 좀 기다리라고 하고

환자 처리를 다 하고 내려갔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나를 기다리지 않고 돌아가 버렸습니다

이튿날 그는 다시 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또 돌아가 버렸습니다

사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똑똑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검사를 한 뒤에 당연히 사멸해 있을 생식능력을

살아 있다고 하자니

그건 나의 과학적 양심이 허락지 않고

또 사멸했다고 하자니

이것은 한 사람의 일생을 망쳐 버리는

무서운 선고에 다름없습니다

M이라 하는 정당한 남편을 두고도

불의의 쾌락을 취하는 M의 아내는

분명히 책을 받을 여인이겠지요

그러나 또한 다른 쪽으로 이 사건 을 본다고 하면

내가 눈을 꾹 감고 그릇된 검안을 내린다면

그로 인해 절대로 불가능 하던 M이

슬하에 사랑스런 자식을 두고

거기서 노후의 위안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만사가 원만히 해결 될 것입니다

내가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갈랫길에 서서

나는 어느 쪽 길을 취해야 할지

판단을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가 사오 일 뒤에 저절로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날도 역시 침울한 얼굴로 찾아온 M에게 나는 의리상

오늘 검사해 보려고

하니 그는 간단히 대답했습니다

벌써 했어

어 그래 어디서

P병원에서

그래서 결과는

살았다데

나는 뜻 밖의 사실에 그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건 의외의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라기보다

오히려 살았다네 하는 그의 음성이 너무 침통하기 때문에

이렇게 대답하는 동안

나는 내가 하마터면 질 뻔했던

괴로운 임무에서 벗어난 안심을 느끼는 동시에

P병원에서의 의외의 결과에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 눈을 만난 M의 눈은

낭패한 듯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눈으로

그가 방금한 말이 거짓말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럼 그는 왜 거짓말을 하였나

자기의 아내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서

세상과 제 마음을 속여 가면서라도

자식을 슬하에 두기 위해서

나는 그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입을 열었습니다

무겁고 침울한 음성이었습니다

이봐 자네 이런 기분 알겠나

어떤

그는 잠시 쉬어서 말을 시작했습니다

월급쟁이가 월급을 받았네

받은 즉시 나와서 먹고 쓰고 사고

실컷 마음대로 돈을 썼네

막상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갑 속에 돈이 몇 푼 안 남아 있을 건 분명해

그렇지만 지갑을 못 열어 봐

열어 보기 전엔 어쩌면 아직은 꽤 많이 남아 있겠거니

하는 요행심도 붙일 수 있겠지만

당장에 열어 보면

몇 푼 안 남은게 사실로 나타나지 않겠어

그게 무서워서 아직 있거니 스스로 속이는거지

쌀도 사야지 나무도 사야지

열어 보면 그걸 살 돈이 없는 게

사실로 나타날 테니까

그래서 할 수 있는 대로 지갑에서 손을 멀리하고

제 집으로 돌아오네

그 기분 알겠나

나는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알겠어

그는 다시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나는 알았습니다

M은 검사도 해 보지 않은 것입니다

그는 무서워합니다

그는 검사를 피합니다

자기의 아내가 임신을 했습니다

그건 상식으로 판단하면

당연히 남편의 아이일 것입니다

거기 대해서 의심을 품을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의심을 품을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여인이 남편을 맞으면

원칙상 임신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니까요

이 의심할 필요가 없는 일을 의심하다가

향기롭지 못한 결과가 나타나면

이것은 자작지얼로서 원망을 할 곳이 없을 것입니다

벌의 둥지를 건드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십중팔구는 향기롭지 못한 결과가 나타날 검사를

M은 피한 것입니다

절망을 스스로 사지 않으려고

그리고 번민 가운데서도

끝끝내 일루의 희망을 붙여 두려고

M은 온전히 검사라는 위험한 벌의 둥지를

건드리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제 아내의 뱃속에 있는 자식에게 대해

억지로 애정을 가져 보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검사를 해서 정충이 살아 있다면 다행이지만

사멸했다면

그때부터 아내와의 사이에 생길

비극과 분노와 절망은 둘째 치고라도

일생을 슬하에 혈육이 없이 보내고

노후에 의탁할 곳을 가질 가능성 조차 없는

절망의 지위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무서운 일입니다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을 거부하고까지

이런 모험행위를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검사는 단념했지만

마음에 있는 의혹은 온전히 끄지 를 못한 모양이었습니다

그 후 어느 날 그는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식이 꼭 제 애비를 닮는다면 좋겠어

거기 대해 나는 닮는 예를

여러가지로 들어서 말해 주었습니다

그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여인이 아이를 가지면 걱정일 거야

아버지나 친할아비를 닮는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외가 쪽을 닮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안 닮으면

걱정 아니겠어

그냥 애비를 닮는게 제일이야 하하

나는 대답했습니다

글쎄 말이지 내 전문이 아니니까 제목은 기억 못 하지만

독일 소설 에 이런 거 있지 않았나

제목이 아버지인가 하는 희곡 말이야

자식을 낳았는데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몰라서

번민하는 그런 이야기 있지

그것도 아버지만 닮으면 문제가 없겠지

아 아 다 귀찮아

M의 아내가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아이가 반 년쯤 자랐습니다

어느 날 M은 그 아이를 몸소 안고

진찰을 받으러 나한테 왔습니다

기관지가 조금 상해 있었습니다

약을 받은 뒤에도 그냥 좀 앉아 있던 M은

묻지도 않는데 이런 말을했습니다

이녀석이 꼭 제 증조부님을 닮았다거든

그래

나는 그의 말에 적지 않은 흥미를 느끼면서

이렇게 응했습니다

내 눈으로 보자면

그 어린애와 M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바인데

그 애가 M의 할아버지를 닮았다는 것은 기이하니까요

어린애의 친가와 외가의 근친에서

아무도 비슷한 사람을 찾아내지못한 M의 친척은

하릴없이 예전의 죽은 조상을 들추어 낸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린애에게 커다란 의혹과

그보다는 더 커다란 희망

즉 의혹이 오해였던 걸 바라는 M은

손쉽게 그 말을 믿게 된 모양이 었습니다

적어도 믿으려고 마음을 먹게 된 것 같았습니다

내가 자기의 말에 흥미를 가지는 것을 본 M은

잠시 주저하더니

그가 준비해 온 둘쨋 말을 마침내 꺼냈습니다

게다가 날 닮은 데도 있어

어디

이거 봐

M은 어린애를 왼 팔로 가만히 옮겨 안으면서

오른손으로는 자신의 양말을 벗었습니다

내 발가락 봐

내 발가락은 다른 사람하고 달라서

가운데 발가락이 제일 길어 흔치 않은 발가락이야

그런데

M은 강보를 들치고

어린애의 발을가만히 꺼내어 놓았습니다

이녀석 발가락 좀 봐

꼭 내 발가락 아닌가 정말 닮았거든

M은 열심으로 찬성을 구하는 듯

내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얼마나 닮은 곳을 찾아 보았기에

발가락 닮은 것을 찾아 냈겠습니까

나는 M의 마음과 노력에 눈물겨웠습니다

커다란 의혹 가운데서

그 의혹을 어떻게든 삭여 보려는 M의 노력은

인생의 가장 요절할 비극이었습니다

M이 보라고 내어놓은 어린애의 발가락은 안 보고

오히려 얼굴만 한참 들여다 보고 있다가

나는 마침내 이렇게 말했습니다

발가락 뿐이 아니네 얼굴도 닮은데가 있어

그리고는

나의 얼굴로 날아오는

의혹과 희망이 섞인

그의 눈을 피하면서

돌아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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