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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21 - 존 크라카우어 (Jon Krakauer) - Part 4

Episode 21 - 존 크라카우어 (Jon Krakauer) - Part 4

나는 세계의 지붕에서 5 분도 채 머물지 않았다. 잠시 후 나는 걸음을 멈추고 우리가 올라온 코스인 동남능선을 사진에 담았다. 나는 정상으로 다가오고 있는 두 명의 등반대원에게 렌즈의 초점을 맞추다가 이제까지 용케 내 시선을 피한 뭔가를 발견했다. 한 시간 전 까지만 해도 쾌청했던 남쪽하늘에 걸린 구름 한 자락. 그 구름은 이제 푸모리와 아마다블랑, 그리고 에베레스트 주위에 늘어서 있는 좀 더 낮은 다른 봉우리들을 감싸고 있었다.

나중에 여섯 구의 시신을 찾아내고 나머지 둘을 찾는 작업을 포기한 뒤, 그리고 외과의사들이 우리팀 동료인 백 웨더스의 썩어들어가는 오른 손을 절단한 뒤, 사람들은 물었다. 기상이 악화되기 시작했는데 어째서 산 정산으로 오르던 사람들이 그런 불길한 징후들에 신경을 쓰지 않았느냐고. 어째서 베테랑급 히말라야 가이드들이 안전하게 에베레스트를 오르게 해준 댓가로 한 사람당 $65,000 라는 거금을 지불한 미숙한 아마추어들을 계속 정상으로 오르게 해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는가? 그 누구도 그 참사와 관련된 두 팀의 리더들을 대변해 줄 수 없다. 그들은 이미 죽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5 월 10 일 한낮에 살인적인 폭풍이 곧 다가오리라는 걸 암시해주는 징후들은 하나도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산소가 고갈돼 멍한 내 눈에 웨스턴쿵 위에 걸린 그 옅고, 성긴 구름은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찬연한 한낮의 햇살을 받아 빛나는 그 구름은 거의 매일 그 오후만 되면 그 골짜기에서 올라오곤하는 습한 상승기류와 다르지 않아보였다.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 평범한 구름. 정상에서 내려오기 시작했을 때 나는 몹시 초조했는데 그건 날씨 때문이 아니라 내 산소통에 부착된 계기의 바늘이 산소가 거의 바닥났다는 걸 알려줬기 때문이다. 나는 급히 내려가야만 했다. 에베레스트 동남능선 가운데 정상에 가까운 부분은 바위와 바람에 쓸린 눈으로 이루어진 눈차향들로 연속돼있는데 그 가는 능선은 산 정상과 그 보다 좀 더 낮은 사우스 서미트라는 봉우리 사이로 400m 가량 구불구불하게 뻗어있다. 그 톱니 모양의 능선은 중간에 별다는 장애물이 없어 어렵지 않게 나아갈 수 있지만 허공에 고스란히 노출돼 보기에는 좀 섬뜩하다. 산 정상을 떠나 골짜기로 부터 2000m 이상 솟아오른 낭떠러지 위를 15 분 간 조심조심 걷다보니 어느새 저 악명높은 힐러리 스텝에 이르렀다. 능선 중간에 움푹 패인 그곳을 통과하려면 어느정도의 기술을 동원해야 한다. 나는 고정 밧줄에 고리를 걸고 그 가파른 벼랑을 내려오려 하다가 놀라운 광경과 맞딱드렸다. 10m 아래에 있는 힐러리 스텝 밑바닥에서 열명도 넘는 사람들이 쭉 늘어서서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세 사람은 이미 내가 타고 내려가는 밧줄을 붙잡고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어 고리를 풀고 옆으로 비켜섰다. 그 좁은 길목에 잔뜩 몰려선 사람들은 세 팀의 대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뉴질랜드 출신의 유명한 가이드인 로브 홀이 돈을 내고 참여한 고객들을 이끌고 있는 팀, 나도 그의 팀 고객이었다. 미국인 가이드 스콧 피셔가 이끌고 있는 팀, 그리고 비영리적인 타이완 팀, 그 사람들은 고도 8000m에서는 누구나 따라야할 일종의 정석같은 것이 되다시피한 달팽이 처럼 느린 속도로 하나하나 스텝을 오르고 있었고, 그동안 나는 초조하게 내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내가 정상을 떠난 뒤 곧바로 내 뒤를 따른 해리스가 이내 그곳에 도착했다. 나는 탱크에 남아있는 산소를 아끼려는 생각에서 그에게 내 백팩에 손을 집어넣어 산소공급조절장치의 밸브를 잠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그렇게 했다. 그 다음 10 분 간 내 기분은 아주 상쾌했고, 머리는 씻은 듯이 맑아졌다. 피로감도 산소 공급을 받을 때보다 훨씬 덜 한듯 했다. 그러다 문득 숨이 막히면서 눈앞이 깜깜해졌고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나는 의식을 잃기 직전이었다. 산소부족으로 정신이 없던 해리스는 밸브를 잠근다는게 잘못해서 활짝열어 놓았고 그 바람에 얼마 남지 않은 귀중한 산소를 제 자리에 가만히 선채 허비해 버리고만 것이었다. 80m 아래에 있는 사우스 서미트에는 또다른 산소통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나, 거기까지 가려면 보충받을 산소도 없는 상태에서 동남능선 길 가운에 가장 위태롭게 노출된 길을 내려가야만 한다. 그리고 당장 우선은 그 사람들이 다 올라올 때 까지 기다려야 했다. 나는 이제 쓸모없게된 산소마스크를 벗어버리고 그 능선을 뒤덮고 있는 얼음판에다 아이스피케를 찍어둔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나는 내 곁을 지나가는 등반대원들에게 축하한다는 식의 상투적인 인사말을 던지면서도 속으로는 미칠 것 같은 심정이었다. '서둘러! 서두르란 말이야! 너희가 여기서 꾸물거리는 사이에 내 머리속에는 수백만개의 뇌세포가 죽어가고 있어!'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피셔 팀의 사람들이었으나 그 행렬이 거진 다 끝나갈 즈음 우리 팀 동료 두 사람도 나타났다. 로브 홀과 남바 야스코. 올해 47 이고 행동이 조신하고 말 수가 적은 편인 남바는 이제 40 분 뒤면 에베레스트를 오른 최고령의 여성이 될 것이다. 이른바 일곱 봉우리고 불리는 모든 대륙의 최고봉들을 모두 오른 두 번 째 일본 여성이 될 것이고, 몸무게는 비록 41kg 밖에 안 되지만 참새처럼 가냘픈 그 몸속에 무서운 결단력을 간직한 야스코는 정상에 오르겠다는 강렬한 갈망에 힘입어 이제까지 놀라울 정도로 꿋꿋하게 잘 올라왔다. 그 뒤에는 더그 한센이 스텝 꼭대기에 이르렀다. 우리 등반대의 또다른 대원인 더그는 시애틀 교외에서 우체국 직원으로 근무하는 사람으로 그 산에서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이제 다 왔어요!" 나는 짐짓 즐겁다는 듯이 소리쳤다. 피로에 지친 더그가 산소마스크를 쓴채 뭐라고 웅얼거렸지만 나는 무슨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내 손을 힘없이 잡아주고는 위로 터덜터덜 올라갔다. 그 행렬 맨 끝으로 올라온 이는 스콧 피셔였다. 우리 둘다 시애틀에 살고있어 나는 그전부터 그에 관해 대충은 알고 있었다. 피셔는 그 강인한 의지와 엄청난 에너지로 전설적인 명성을 지닌 사람이었으므로 나는 그가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나에게 인사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었을 때 얼굴이 형편없어 보이는 것에 적지않이 놀랐다.

"브루스!" 그는 억지로 쾌활한 척하면서 장난스럽게 소리쳤다. 그의 상표가 되다시피한 개구쟁이 같은 인사법, 내가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피셔는 좋다고 했다.

"오늘은 왠지 엉덩이가 좀 무거운 것 뿐이오. 별일 아니에요." 마침내 행렬이 끊기자 나는 오랜지색 밧출에 고리를 걸고는 아이스피케 위로 무너지듯 쓰러지는 피셔의 몸을 재빨리 돌아 밧줄을 타고 그 가파를 비탈을 내려갔다. 나는 세 시가 좀 지난 시각에 사우스 서미트에 도착했다. 안개의 옷자락들은 어느새 8511m의 로체봉 꼭대기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피라미드 모양의 에베레스트 정상 밑까지 육박해왔다. 이제 기상은 그다지 온화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새산소통을 움켜쥐고 조절장치와 연결시킨 뒤 점차 짙어져 가는 구름속으로 서둘러 내려갔다. 사우스 서미트를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가벼운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면서 시계가 아주 짧아졌다. 거기서 130m 위에 있는 티 없이 맑은 코발트 빛 하늘 밑에서 찬연한 햇살을 받아 빛나는 산 정상에서 내 동료들은 이 행성의 최정사에 오른 것을 기념하기 위해 국기를 펼져들고 사진을 찍으며 그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그들중에 누구도 자기 발 아래에서 끔찍한 지옥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 기나긴 하루가 끝날 즈음에는 1 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생사를 좌우할 만큼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다.

네, 잘 들어셨습니까? 이 장면은 클라이막스가 되는 부분이겠습니다. 나중에 여기까지 이르게 되는 과정을 존 크라카우어가 써나가는 데요, 차곡차곡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이제 왜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는가, 이 비극은 어떻게 드리웠는 가를 냉정한 시선으로 서술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역시도 사고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죠. 이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그런 부분까지도 정직하게 써내려 간 점이 인상적인 그런 책입니다. 자 [희박한 공기 속으로], 오늘은 존 크라카우어의 논픽션을 가지고 해봤는데요, 한번도 산악문학이라던가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져보지 않은 분들이라도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제가 시작하면서 그 칸첸중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갑론을박에 대해서 잠시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면 정말 8000m 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까마득하게 아래있는 사람들이 뭘 알고 있을까...이런 생각도 들기도 하고요. 또 한편으로, 8000m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우리는 단순히 숭고한 어떤 모험정신, 도전정신이라고만 생각을 해왔는데 이 책을 읽어보시면 거기에도 역시 장사와 상업, 비지니스, 홍보, 그다음에 자본주의...이런 것들로 이제는 많이 얼룩이 져 있구나..이런 것도 또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 이 그런 것에 숭고함 같은 것도 느낄 수가 있는데요. 이 존 크라카우어 같은 사람만 해도 이 등반에 참여하기 전에는 상업적인 등반에 나서는 사람들을 정말 산을 모독하는 사람들..돈은 많은데 쓸데가 없는 사람들.. 자기를 과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정도로 생각을 했고, 특히 그 가이드들을 따라서 많이 오르는 남서쪽 사면, 그 루트를 야크들이나, 그 야크라고 있죠? 티벳이나 네팔지역에 있는 그 소 처럼 생긴 짐승있죠? 야크나 다니는 길이라고 비웃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막상 올라가 보니까 거기에 와있는 사람들 모두가 나름의 진지한 내면적 욕구들을 가지고 거기에 와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이런 걸 읽다보면 마치 좋은 소설 처럼, 어떤 곳에서 단순한 진실, 악당이나 선인 이런 이분법적인 그런 구분이런 것은 존재하지 않고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있구나.. 단순하지 않구나.. 이런 것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자 오늘 김영하늬 '책 읽는 시간' 스물 한 번 째 에피소드는 뉴욕에서 녹음을 해서 보내드립니다. 이 팟캐스트 청취자께서 뉴욕으로 간 뒤에도 팟캐스트가 계속되느냐 궁금해하셨는데, 네 바로 이렇게 하려고 팟캐스트를 시작한 것이죠. 지구상 어디에 있든지 간에 책이 있고, 또 녹음할 수 있는 장비가 있으면 꼭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 그럼 지금까지 김영하였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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