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 용의 기운을 받고 태어나다
조선 시대 한양에 홍 대감이 살았는데 집안은 조상 대대로 높은 벼슬을 지낸 훌륭한 가문이었다. 홍대감은 어질고 덕이 많아 백성들이 존경하고 잘 따랐으며 임금님도 홍대감을 믿고 의지했다.
홍 대감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 인형은 정실부인에게 태어난 적자이고 둘째 길동은 서자였으나 총명하기가 남달랐다. 길동이 태어난 배경은 이러하다.
어느 날 홍 대감은 사랑방에 앉아 글을 읽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 경치 좋은 곳을 혼자 걷고 있었다. 숲속 이곳저곳을 한참 구경하다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앞에 이르렀다.
그런데 갑자기 홍 대감이 서 있는 바위가 소리를 내며 흔들리더니 푸른 용 한 마리가 물줄기를 타고 솟아올랐다. 용은 순식간에 홍 대감에게 달려들더니 피할 틈도 없이 입 속으로 쑤욱 들어왔다.
홍 대감은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났다. 신기한 꿈을 꾸고 난 홍 대감은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생각했다.
‘용꿈은 우리 집안에 귀한 아들이 태어날 좋은 꿈이야!'
홍 대감은 바로 정실부인인 유 씨부인의 방으로 갔다. 하지만 유 씨부인이 잠자리를 거절하여 방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홍 대감은 유 씨 부인이 데려온 종인 춘섬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게 되었다.
재주와 덕이 있는 춘섬은 홍 대감의 아이를 갖게 되고 열 달 내내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졌다. 나쁜 말이나 거친 행동을 삼가고 바르고 좋은 생각만 했다. 이런 춘섬을 좋게 여긴 홍 대감은 춘섬을 두 번째 부인으로 맞이하였다.
마침내 열 달이 지나고 춘섬은 아이를 낳았다. 용꿈을 꾸고 얻은 아이는 튼튼하고 잘생긴 사내아이였다. 신기하게도 아이의 왼쪽 다리에는 북두칠성 모양의 붉은 점 일곱 개가 있었다. 홍 대감은 아이에게 ‘길동'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길동은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글을 배울 나이가 되자 길동도 다른 아이들처럼 서당에 다녔다. 서당에는 좋은 집안 도령들이 많이 다녔는데 그 가운데 길동이 가장 똑똑했다. 훈장님은 길동을 볼 때마다 속으로 안타까워했다.
‘아까운 아이야. 서자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장차 크게 될 아이인데…….'
어느 날 길동은 같은 서당 도령들에게 매를 맞게 되었다. 자신들은 다 외우지 못한 어려운 책을 길동만 처음부터 끝까지 줄줄 외워 훈장님께 칭찬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자에다 나이까지 어린 길동이 형님뻘인 자신들보다 똑똑한 게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흥, 서자인 주제에 잘난 척하기는!”
“서당 다니며 글을 배운다고 다 같은 신분인 줄 아느냐? 네 아버지가 정승이면 뭐 하냐? 어머니가 천한 노비인데! 공부해 봐야 아무 소용없을걸!
도령들은 길동을 담벼락에 몰아붙이고는 마구 때렸다. 코피가 나도록 얻어맞고 돌아온 길동은 아무 잘못 없이 맞은 것도 억울했지만 그것보다 서자라는 말에 몹시 가슴이 아팠다.
‘서자! 서자는 내 아버지가 정승이어도, 내가 글을 배워도 아무 소용이 없구나.'
길동은 어깨를 들썩이며 한참을 울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울고만 있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자 마음을 다잡고 다시 서당을 오가며 더 열심히 공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