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장 놀부에게 도움을 거절당한 흥부
흥부는 그날부터 살 만한 곳을 계속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마침내 고향 근처 마을에서 쓰러져 가는 빈집을 발견했어요. 흥부는 간신히 그 집을 고쳐서 온 식구가 살 곳을 마련했어요. 비바람은 피할 수 있었지만 먹고 살 방법이 없었어요. 무슨 일이든지 가리지 않고 했지만 겨우 끼니를 거르지 않는 정도였어요.
흥부 아내도 흥부를 도와 쉬지 않고 일했지만 사는 것이 너무 힘들고 어려웠어요. 이들은 가난했지만, 자식만큼은 부자였어요. 부부 사이가 좋아 일 년에 꼭 한 번씩은 자식을 낳았더니 자식들이 모두 스물아홉이었어요.
“엄마, 배고파요.”
“엄마, 밥 주세요.”
이 많은 자식들이 눈만 뜨면 밥 달라, 젖 달라 울거나 짜증을 냈어요. 흥부 아내는 서럽게 울다가 흥부를 보고 말했어요.
“여보, 제발 잘사는 형님 댁에 가서 쌀 좀 얻어 오세요. 우리는 굶어 죽을지라도 불쌍한 내 새끼들은 살려야 되지 않겠어요.”
“형님 댁에 가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가도 쌀을 내주겠소?”
“주시고 안 주시고는 나중 문제고 우선은 한번 찾아 가 보세요. 이대로는 내 새끼들 다 굶어 죽겠어요.”
흥부는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쌀을 담을 자루 하나 메고 집을 나왔어요. 드디어 놀부 집에 도착해 ‘흠흠' 기침을 하며 안으로 들어갔어요. 하인인 마당쇠가 흥부를 막아섰지만 바로 흥부를 알아보고 인사했어요.
“아이고, 작은 서방님이시군요. 제가 서방님 얼굴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마당쇠는 흥부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닦았어요. 말을 하지 않아도 흥부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어요.
“형님은 방에 계시냐?”
마당쇠는 흥부를 방까지 데려다주고 얼른 뒤돌아섰어요.
“작은 서방님, 제가 모시고 왔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흥부는 방을 향해 말했어요.
“형님, 형님, 흥부 왔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대답이 없어 흥부가 한 번 더 형님을 부르자 문이 열렸어요. 그렇지만 놀부는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듯 흥부를 모른 척했어요.
“누구신지요?”
“접니다, 흥부. 제가 형님 떠나 살다 보니 이 모양이 되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불쌍히 여기시고, 저 좀 도와주십시오.”
흥부는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며 말하였어요.
“뭘 잘못 알고 온 것 같은데 나는 외아들이고 동생은커녕 피붙이 하나 없습니다.”
“형님, 제가 자주 인사 못 드려 화가 나신 모양인데 제가 이렇게 빌겠습니다. 아내와 어린 자식들이 굶어 죽게 생겼으니 먹을 것이라도 조금만 나누어 주십시오, 형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놀부의 담뱃대가 흥부에게 날아왔어요. 흥부는 깜짝 놀라 뒤로 넘어졌어요.
“이놈아, 내가 너 주려고 쌀을 쌓아 둔 것도 아니고, 너 주려고 돈을 모은 것도 아니다. 옷이라도 줬으면 좋겠지만, 내가 입은 옷이 전부라 벗어 줄 수 없다. 그러니 딴 데 가서 알아봐라.”
“형님, 제발 식은 밥이라도 주십시오.”
흥부가 나가지 않자, 놀부는 매를 들고 흥부를 사정없이 때렸어요. 옆에서 지켜보던 마당쇠는 발을 동동 구르며 걱정만 할 뿐 말릴 수 없었어요. 놀부를 말렸다가는 자기도 쫓겨날 게 뻔했어요.
흥부는 매를 피해 도망치다가 급한 마음에 부엌으로 들어갔어요.
그때 마침 놀부 아내는 주걱으로 밥을 푸고 있었어요. 며칠을 굶은 흥부는 구수한 밥 냄새를 맡자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형수님 옆으로 갔어요.
“형수님, 이 시동생에게 밥 한 그릇만 주십시오.”
그러자 바로 밥주걱이 흥부의 뺨으로 날아왔어요. 어찌나 세게 맞았는지 흥부는 볼에 불이 붙은 것처럼 화끈거렸어요. 손을 슬쩍 뺨에 대 보니 밥풀이 붙어 있어 그것을 얼른 입으로 집어넣었어요.
흥부는 형수님에게 밥풀이 많이 붙은 주걱으로 다른 쪽 뺨도 때려 달라고 하였어요. 놀부 아내는 그 말을 듣자마자 주걱을 내려놓고 부엌에서 불을 붙일 때 쓰는 부지깽이로 흥부를 실컷 때렸어요. 흥부는 차마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아픈 몸을 질질 끌고 간신히 놀부 집에서 도망쳐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