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구직자
서울의 한 대학에서 취업지도를 담당하는 김 아무개 (53) 교수는 최근 오랜만에 만난 여학생을 보고 깜짝 놀랐다.
통통하던 제자가 몸무게를 20㎏이나 줄인 뒤 머리카락이 절반 이상 빠져 있었던 것이다. 다이어트의 부작용이었다. "괜찮냐"고 묻는 교수에게 제자는 "가발을 쓰고 면접을 보고 있지만 곧 취직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김 교수가 가르치는 학과의 여자 대학원생 5명 중 4명은 최근 졸업을 앞두고 단체로 쌍꺼풀 수술을 했다. "원래 모습이 좋지 않냐"는 교수의 만류에 학생들은 "눈이 커야 취직에 유리하다"며 수술을 고집했다.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학점이 높아도 취직을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교수는 최근 사장 비서를 추천해달라는 한 대기업 계열사에 탁월한 외국어와 실무 능력을 갖춘 여학생 두 명을 소개했다가 되레 면박을 당했다. '이정도 외모로는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김 교수는 "잘생긴 애들은 취직이 되고, 실력 있고 덜 예쁜 애들은 거푸 떨어지는 현상이 최근 심해졌다"며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기업들의 '외모 중시' 풍조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여성 구직자들에게는 이 기준이 더 혹독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중견기업의 인사담당자는 "뚱뚱하거나 키가 160㎝ 이하인 여성은 면접에서 감점 처리한다"며 "남성과 달리 여성의 경우는 안경을 쓰거나 지나치게 수수한 것도 감점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이 꼭 예쁜 여성을 선호한다기보다 인상 좋은 여성을 뽑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남녀공학에 다니는 여대생 김윤조 (25) 씨는 "텔레비전 앵커도 남성은 좀 못생겼다 싶은 사람도 있지만 여성은 다 예쁘지 않냐"면서 "면접에서 느끼는 일반 기업들의 여성 외모 차별도 이에 못지 않은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취업전문업체 스카우트가 지난 9월말 기업 인사담당자 243명에게 '채용시 구직자의 외모가 영향을 미치는가'라고 물은 결과, 66.7%가 '그렇다'고 답해, 이 회사가 2년 전 조사했을 때와 견줘 무려 26.5%나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특히 73.7%의 인사담당자들은 '실력이 뛰어나지만 외모가 비호감형인 사람보다, 실력이 부족하지만 외모가 호감형인 사람을 택하겠다'고 답해, 외모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학점이나 영어성적, 면접 능력 등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객관적 기준의 변별력이 낮아지자, 외모와 인상을 포함한 주관적 요소들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신혜수 유엔여성차별철폐위 위원은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저 수준인 여성들의 경제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절실하다"며 "정부나 공기업이 앞장서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외모를 포함한 갖가지 성차별을 없애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