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원 초대소, 서른 아홉 번째-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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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원 초대소, 서른 아홉 번째
내가 중국 광주에 나가 그곳 주재 박창해 지도원 집에 있을때도 박지도원 부인이 또 모란꽃 소대 여 동무들에 대해 흉을 보았다.
“옥화동무가 이곳에 오기 전에 모란꽃 소대 출신 아이들 두 명이 이곳에 와 있었지요. 배짱만 키워 놓아서 그런지 자유주의가 많고 말도 많아요. 우리 애 아버지가 야단을 쳤더니 담당 지도원인데도 대드는 애들이야요. 한번은 우리 애 아버지와 싸우고 나서 없어져서 혼이 났더랬어요.”
그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모란꽃 소대 출신들이 말썽을 많이 피우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였다. 룡성 5호 초대소에서 중국어 교육을 받는 동안 성인애 사건 말고도 또 한 가지 사건이 있었다. 어느 날 운전수에 대한 집중적인 혁명화 교육을 위해 집체적으로 체조를 시킨다며 운전수들이 며칠 동안 보이지 않고 초대소 출입도 철저하게 통제하기 시작했다. 초대소 식모에게 그 리유를 물으니 리은혜라는 일본 일본 녀자 때문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조사부에는 외국인들만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과가 있다. 이 과에 소속된 운전수가 명절날 술에 취해 은혜를 찾아가 몸을 요구했는데 그녀가 완강히 거부하자 그 운전수가 그녀를 때렸으며, 억센 성격인 그녀는 울고불고 난리를 피워 결국 과에서 알게 되였다 한다. 그래서 담당 지도원과 당사자인 운전수는 철직되고 다른 운전수들에게는 혁명화하여 기강을 바로잡으려고 체조를 시킨다는 것이였다.
나는 그 소식을 전해 듣고 은혜와 헤여질 때 모습을 회상하며 그녀가 의지할 데 없는 외국인이며 더구나 랍치되어 왔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무시하는 것 같아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그녀가 몸가짐이 바르지 못하기 때문에 화를 자초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찌되였거나 우리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위한 전투에 임했다. 지도원이 꾸렸던 일과표가 있었지만 우리 3명은 밤을 새우다시피 하면서 중국어를 배웠다. 중간에 성인애는 그 문제로 떨어져 나갔지만 숙희와 나는 서로 경쟁심을 가지고 열심히 학습했다.
중국어 학습 교재는 <중국어 기초과문> 5권, <회화 강의안> 을 사용했고 중국 북경 방송을 들어 청취 능력을 배양하려 애썼다. 또 록음테이프를 리용해서 회화련습을 했고 행군시에도 짬을 내어 중국어로 회화 련습을 하는 기풍을 확립했다. 숙희와 나는 둘 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형 이여서 마음이 잘 맞았다.
‘영생의 불길', ‘간첩', ‘서태후의 궁전', ‘말을 방목하는 사람', ‘보이지 않는 그물', ‘소화', ‘진시황제', ‘T시 작전', ‘대하는 굽이친다' 등 중국 영화를 관람하여 청취력과 중국문화를 겸해서 학습하였다. 중국어를 학습하면서도 한편으로 정치사상 학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당 정책', ‘덕성 자료' 등을 열심히 읽었으며 ‘조선의 별 7,8부', ‘길', ‘사랑 사랑 내사랑', ‘철길따라 천만리', ‘소금', ‘헤어져 언제까지', ‘은비녀', ‘기다리지 말라', ‘청춘의 심장', ‘숲은 설레인다', ‘백두산', ‘묘향산에서 다시 만났네', ‘전화의 나날' 등 북조선 영화를 관람해 혁명성을 더욱 높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야간 행군을 하고 사격 명중률도 높여 나갔다. 전에 사격술이 떨어졌던 숙희도 그새 사격 수준이 상당히 발전 돼 있어 나의 경쟁의식을 자극시켰다.
6개월간의 집중적인 중국어 학습으로 어느 정도 일상적인 회화가 가능하게 되자 중국어 예비 시험을 치렀다. 두 사람 모두 6개월 학습한 수준 치고는 상당히 잘 하는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현지에 가서 어학 실습을 하기 위해 우리는 중국으로 떠나게 되였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