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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라의 오디오북 (Novella Audio Books), 노다지 김유정 1/2ㅣ한글자막(CC), 한국단편소설오디오북ㅣ책 읽어주는 노벨라

노다지 김유정 1/2ㅣ한글자막(CC), 한국단편소설오디오북ㅣ책 읽어주는 노벨라

안녕하세요

한박자 쉬어가는 곳

피어 노벨라예요

노벨라가 읽어드리는 김유정의 노다지 들으시면서

새로운 하루를 위해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기 바랍니다

노다지에서는 김유정만의 의성어 의태어를 퍽 많이 듣게 될거예요 2부도 잊지 마시고요

다 듣고나서 구독 알림도 꾹 꾹 눌러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믐 칠야 캄캄한 밤이었다

하늘에 별은 깨알같이 총총 박혔다

그 덕에 소나무 숲 속은 간신히 희미하다

험한 산중에도 우중충하고 구석배기 외딴 곳이다

버석소리만 나도 가슴이 덜렁한다

호랑이

깊은 산 속의 호랑이

온세상이 잠잠하다

가을은 이미 늦었다고 냉기가 모질다

이슬을 품은 가랑잎은 바시락바시락 날아들며 얼굴을 축인다 꽁보는 배낭을 옆으로 베고 풀 위에 꼬부리고 누웠다가 잠깐 깜박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몸서리가 몹시 쳐진다

형은 맞은편에 그저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양이다

형님 인제 시작해 볼까

아직 멀었네 좀 춥더라도 천천히 해야지

어둠 속에서 그 음성만 우렁차게

그러나 가만히 들릴 뿐이다

꽁보는 다시 옹송그리고 새우잠으로 눈을 감았다

밤 기운에 옷이 젖어 후줄근하다

아랫도리가 척 나간 듯이 감촉을 잃고 쑤실 따름이다

그대로 벌떡 일어나서 하품을 하고 으드들 떨었다

어디선지 자박자박 사라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꽁보는 정신이 번쩍 나서 눈을 굴린다

누가 오는 거 아냐

바람이겠지 지들이 설마 알라구

형의 그 대답에 적이 맘이 놓인다

곁에 형만 있으면야 몇 놈쯤 덤벼도 그리 쪼일 게 없다 옷 깃을 여미며 휘돌아 보았다

험하게 큰 바위가 반득이는 하늘을 찌를 듯이 삐쭉 솟았다 그 양 어깨로 자지레한 바위는

뭉글뭉글한 놈이 검은 구름 같다

그럼 이번에는 꿈인지 호랑인지 영문 모를

그런 험상궂은 대가리가 공중에 불끈 나타나 두리번거린다 사방은 모두 이따위 산에 둘러 쌓였다

바람은 뻔질나게 구르며 습기와 함께 낙엽을 풍긴다 을씨년스레 샘물은 쫄랑쫄랑

금방이라도 시커먼 산 중턱에서 호랑이 불이 보일 듯싶다 꼼짝 못할 함정에 든 듯이 소름이 쭉 돋는다

꽁보는 너무 서먹서먹하고 허전 해서 어깨를 으쓱 올린다 몹쓸놈의 산골도 다 많어

산골마다 모조리 요지경이람

이러고 보니 몹시 무서운 기억이 눈앞으로 번쩍 지난다 바로 작년 이맘때다

그날도 오늘처럼 밤을 이용해서 잠채를 하러 갔었다 회양 근방에서 가장 험하다는

지금처럼 무섭게 고요하고 낯선 산골을 기어 올랐다

꽁보 더펄이 그리고 또 다른 친구 셋

초저녁부터 내리는 보슬비가 웬일인지 그칠 줄을 모른다 붕 하고 난데없이 이는 바람에 안겨

비는 낙엽과 함께 몸에 부딪고 또 부딪고 했다

모두들 입 벌릴 기력조차 잃고 연신 부들부들 떨었다 방금 넘어올 듯 덩치 커다란 바위는

머리를 불쑥 내밀고 길을 막고 막고 한다

그놈을 끼고 캄캄한 절벽을 돌고나니

땀이 등줄기로 쪽 내려 흘렀다

게다가 언제 호랑이가 나타날지 알 수 없으니

가슴은 펄쩍 두근 거린다

그러나 하기는 이제 말이지 용케도 해먹긴 했다

아무렇든 다섯 놈이 서른 길이나 넘는 암굴에 들어가서

한 시간도 안 돼 광석을 두 포대나 실히 따올렸지만 문제는 분배에 있었다

어떻게 이놈을 나누면 서로 억울하지 않을까

꽁보는 금광에 남다른 이력이 있으니만큼

제가 선뜻 맡았다

부피를 대중해서

다섯사람 몫으로 차례대로 골고루 나눴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우스꽝스러운 놈이 또 있을까

이게 나눴다는거냐

어두운 구석에서 어떤 놈이 이렇게 쥐어박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제딴엔 욱기를 보이느라고 가래침을 뱉는다

그럼

꽁보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쪽을 뻔히 바라봤다

이건 우리가 늘 하는 격식인데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불평을 하다니

아니 요게 내 거야

그럼 누군 광석 벼락을 맞았나

아니 이 구덩이를 먼저 찾아낸 사람이 누군데

누구든 알 게 뭐 있나

금 있으니 땄고 땄으니 나눴지

알 게 없다

내가 없어도 내가 없어도 느들이 왔겠냐 이 새끼야 이런 쑥맥 봐

꿀돼지 제 욕심 채기로 너만 먹자는 거야 그럼

바로 이 말에 자식이 욱하고 들이 덤볐다

무지한 두 손으로 꽁보의 멱살을 잔뜩 움켜쥐고 흔들고 지랄을 한다

꽁보가 체구가 작고 좀팽이라

한창 얕본 모양이다

비를 맞아 가며 숨이 콕 막히도록 시달리니

꽁보도 화가 안 날 수 없다

저도 모르게 어느덧 감석을 손에 잡자

놈의 골통을 세게 팼다

그랬더니 이놈이 꼭 황소같이 식 하더니

꽁보를 돌 위에다 집어 던졌다

그리곤 깔고 앉더니

대뜸 연장을 들어 곁갈비뼈를 힉 하도록 아주 몹시 두들겨 팼다

죽지 않길 다행이지만 지금도 이게 가끔 도져서 몸을 못 쓰곤 한다 다음엔 왼쪽 어깨를 된통 맞았다

정신이 다 아찔했다

험하고 깊은 산속이라 그대로 죽여버릴 작정이 분명하다 세 번째엔 또다시 가슴을 겨누고 내려오는데

이젠 진짜 죽었구나 했다

참으로 지긋지긋하고 아슬한 순간이었다

그때 천행이랄까

대문짝처럼 크고 억센 더펄이가 비호같이 날아들었다 곧바로 그놈의 허리를 뒤에서 잡아 들더니

산비탈로 내던져 버렸다

그놈은 그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다

꽁보는 곧바로 채굴한 감석과 한꺼번에

더펄이 등에 업혀서 마을로 내려 왔던 것이다

현재 꽁보가 갖고 다니는 그 목숨은

더펄이 손에서 명줄을 받은

그때의 끄트머리다

더펄이를 형이라고 불렀고

형 대우를 깍듯이 하는 것도

까닭 없는 일은 아니었다

이 산골도 그 녀석의 산골과 똑 닮은

흉측스러운 낯짝을 가졌다

한번 휘돌아 보니 몸서리치던 그 장면이

다시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꽁보는 담배를 빡빡 피우며 시름없이 앉았다 몸 좀 녹이고 슬슬 시작 해볼까

더펄이도 추운지 떨리는 몸을 툭툭 털며 일어선다 시작할 수 있게 연장은 다 준비된 모양

저편으로 가서 훔척훔척하더니

배낭에서 막걸리 병과 돼지다 리를 꺼내 들고 온다 그래도 좀 데워야 할텐데

하고 그는 병마개를 이로 뽑더니

에이 그냥 먹자고 언제 데워 먹겠나

데웁시다

글쎄 그래두 좋구

근데 불을 폈다가 들키면 어쩌려고

저 바위 틈에다 가리고 핍시다

아우는 일어서서 가랑잎을 긁어 모았다

형은 더듬어 가며

죽은 소나무 가지를 뚝뚝 꺾어 한아름 안았다

병풍처럼 바위와 바위 사이에 틈이 있어

그 속으로 들어가서 불을 피웠다

커 그어 맛 좋다

형은 한잔을 쭉 들이켰다

칼로 돼지고기를 저며 들고 쩍쩍 씹는다

아까 술집 계집 봤나

왜유

어떻든가

아주 똑 부러지던데 고거 참

형은 눈을 불빛에 꿈벅거리며 싱글 싱글 웃는다 일년이면 열두 달 줄창 돌아만 다니는 신세였다

오늘은 서쪽으로 내일은 동쪽으로

조선 천지의 금광 치고 집적거리지 않은 곳이 없었다 언제나 나도 그런 계집 하나 만나 살림을 좀 해보누 하면 무거운 한숨이 절로 난다

거 마누라 있는게 한결 낫겠더군

하고 스스로도 열적을 만큼 어색한 소리를 하니까 글쎄요

하고 꽁보는 그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이날까지 같이 다녀도 그런 적이 없더니만

왜 별안간 계집 생각이 날까 별일이로군 하긴 저도 요즘 무륵무륵 그런 생각이 나긴 하지만

가을이 늦어서 그런지 홀아비 마주 앉기만 하면

나는 건 그 생각뿐

형님 장가들려고

어디 원 계집이 있나

글쎄

하고 꽁보는 그 말을 넘기려다

얼뜻 이런 생각을 했다

제 누이를 주면 어떨까

지금 그 누이가 충주 근방 어느 농군에게 출가해서

자식을 둘씩이나 낳았다만

매우 반반한 얼굴을 가졌다

그 누이를 준다면 형은 무척 반길테고

또한 목숨을 구해 준 그 은혜에 대한 보답도 되겠지 형님 내 누이를 줄까유

누이

썩 이쁘거든 형님이 보면 아마 담박에 반할거유 더펄이는 다음 말을 기다리며 다만 벙벙했다

불빛에 이글이글하고 검붉은 그 얼굴엔

만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누이에 대한 칭찬은 전부터 많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 속으로는 슬며시 생각이 달랐지만 차마 이렇다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던 터였다

어떻우

글쎄 그런데 살림하는 사람을 그리 되겠어 뒷심은 두면서도 어정쩡하게 물어봤다

그러고는 눈을 껌뻑거리면서

술을 따라서 아우에게 권하다가

반이나 엎질렀다

그야 돌려 빼면 그만이지 누가 뭐라 겠어

꽁보는 자신이 있는 듯 이렇게 선언했다

더펄이는 아주 좋았다

팔짱을 딱 지르고 눈을 감았다

나도 인제 계집 하나 안아 보는구나

아마 그 누이란 썩 이쁠 것이다

오동통하고 아양스럽고 이런 계집에 틀림없으리라

그럴 필요도 없건만

그는 벌떡 일어서서 괜히 주춤주춤하다가 다시 펄썩 앉는다

언제 가지

가만있어봐유 이거 해가지구 낼 갑시다

오늘 일만 잘 되면 내일로 곧 떠나도 좋다

충청도라야 강원도 역경을 지나 칠팔십 리 걸으면 그만이다 내일 하루 걸으면 모레 아침엔 누이집에 들러서

또 다른 금광으로 가리라 예정했다

그런데 이놈의 금을 언제나 좀 잡아 볼른지 아득한 일이었다 빌어먹을 거 언제쯤 재수가 좀 터보나

꽁보는 뜯고 있던 돼지 뼉다귀를 내던지며 이렇게 한탄했다 염려 말게 어떻게 되겠지

오늘은 꼭 노다지가 터질 테니 두고 보게나

그럼 좋겠수

그렇게되면 그만 들어 앉읍시다

이를 말인가 이게 참 할 노릇인가

이제 말이지

그들은 몇 번이나 이렇게 자위했는지 모른다

네가 노다지를 만나든 내가 만나든

둘이 똑같이 나눠 가지고 집을 사고 장가도 들고

술도 먹고 편히 살자고

그러나 여태껏 한 번이라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으니

맨날 헛소리가 되고 말 뿐이었다

닭 울 때도 되었네 인제 슬슬 가볼까

더펄이는 선뜻 일어서서 배낭을 짊어 메다가

꽁보를 바라보았다

몸이 또 도지는지 불 앞에서 오르르 떨고 있는 것이 퍽 측은했다 이거 보게 내 혼자 해갖고 올게 불이나 쬐고 거기 있겠나 뭘 갑시다

꽁보는 꼬물꼬물 일어서며 배낭을 멨다

그들은 발로 불을 비벼 끄고 그곳을 떠났다

산에 골을 엇비슷이 돌아 오르는 샛길이 놓여있다

좌우로는 솔 잣 밤 단풍

이런 나무들이 울창하게 꽉 들어박혔다

그 밑으로 자갈 아니면 불퉁바위가 여기저기 마냥 뒹굴었다 한갓 시커먼 그 암흑 속을 그들은 더듬고 기어오른다 풀숲의 이슬로 말미암아 바지는 축축이 젖었다 다리를 옮겨 놓을 때마다 철썩철썩 살에 붙으며

찬 기운이 쭉 끼친다

그리고 모진 바람은 뻔질 불어 내린다

붕 하고 능글차게 낙엽이 불어내리다가

뺑 하고 되알지게 솟아오른다

꽁보는 더펄이 뒤를 따라 오르며 달달 떨었다

이게 지랄인지 난장인지

세상에 정말 못 해먹을 건

금광 빼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금이 다 뭔지 요짓을 꼭 해야 한담

게다가 툭하면 서로 두들겨 죽이는 것이 일이고

참말이지 금쟁이치고 순한 놈 하나도 못 봤다 몸이 결릴 적마다 지겹던 과거를 연상하며

그는 또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자 맞은편 산 수풀에서 큰 불이 얼른거렸다

호랑이

이렇게 놀라서 더펄이 허리에 덥석 달라 붙으면서 저게 뭐유 하고 다르르 떨었다

저거 아 아니 지금은 없어졌네

눈이 어른거려서 헛걸 봤나보이

더펄이는 씸씸이 대답하고 천연스레 올라간다 다부진 그 태도에 좀 안심이 되는 듯싶지만

그래도 썩 편치는 못했다

왜 이리 오늘은 자꾸 겁이 나는지 까닭을 모르겠다 몸은 매시근하고 열로 인해 입이 바짝바짝 탄다 이것만 아니면 그럴 리 없을 것을

자네 안 되겠네 내 등에 업히게

하고 더펄이가 등을 돌려대자

그는 잠자코 배낭 위에 넙죽 업혔다

그래도 끽소리 없이 덜렁덜렁 올라가는 더펄이를 굽어보며

실팍한 그 몸이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니었다

불볕 내리는 복중처럼 씨근거리며

이마에 땀이 쫙 흘렀을 그때에야

비로소 더펄이는 산마루턱까지 이르렀다

꽁보를 내려놓고 땀을 씻으며 후 하고 숨을 돌린다

인제 얼마 안 남았겠지

조금만 내려가면 요 아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이 마을에 들른 것은 바로 오늘 점심 때다 지나서 그냥 가려하다가

뜻하지 않은 주막 주인 말에

귀가 번쩍 띄었던 것이다

저 산 너머 금광이 있는데

금이 푹푹 쏟아지는 화수분이라고

요즘엔 화약 허가를 내서 완전히 일을 하려고 지금은 부득이 잠시 휴광중이고

머지않아 다시 시작할 거다

그리고 금 도둑 맞을까봐 밤 낮 구별 없이

감시하는 중이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밤중에 누가 자지 않고 설마

하고 더펄이는 덜렁덜렁 내려 간다

꽁보는 그 꽁무니를 쿡쿡 찔렀다

그래도 사람의 일이니 조심해야 한다

좌우를 살펴보며 살금살금 몸을 사리고 내려온다

그들은 오 분쯤 내려왔다

정말로 커다란 구덩이 하나가 딱 나타났다

산중턱에 짚더미 같은 바위가 놓였고

그 옆으로 또 하나가 놓여 있다

그 가운데에 삐듬한 돌장벽을 끼고 구멍을 뚫은 것이다 가로는 한 발이 좀 못 되고 길이는 약 서 발 가량 성냥을 그어 대보니 깊이는 네 길이 넘겠다 함부로 쪼아 먹은 구뎅이라

꺼칠한게 광석 아닌 잡돌들도 제대로 못 치웠다 잠채를 염려해서 그리 두었겠지

사다리는 모조리 떼어가고 밍숭 밍숭한 돌벽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다시 한번 사방을 둘레둘레 돌아보았다

지척을 분간키 어렵지만 필경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음을 놓고 배낭에서 관솔을 꺼내어 불을 피웠다 더펄이가 먼저 장벽에 엎드려 뒤로 기어 내린다

꽁보는 불을 들고 조심성 있게 참참이 내려온다 한 길쯤 남았을 때 그만 발이 찍하고 더펄이는 떨어졌다 꿍 하고 무던히 골탕은 먹었지만

그대로 쓱싹 일어섰다

동이 트기 전에 얼른 금을 따야 될 것이다

여보게 아우 난 어딜 딸까

글쎄유 가만히 기슈

아우는 불을 들이대고 줄맥을 한번 쭉 훑었다 금광 일에는 난다 긴다 하는 야무진 금쟁이였다 썩 보더니

복판에는 동이 먹어 들어가고

양쪽 가장자리로 차차 줄이 생겨 있는 것을 알았다 형님은 저편 구석을 따봐유

아우는 이렇게 지시하고 저는 이쪽 구석으로 왔다 그러나 차마 그 틈바귀로 들어갈 생각이 안 난다 한 길이나 실히 되도록 쌓아 올린 받침 기둥이 금방 넘어올 듯이 위험 했다

밑에는 좀 자잘한 돌로 쌓았지만

그 위에는 제법 굵직굵직한 놈들이 얹혀있다 이게 무너지면 깩 소리도 못 하고 치여 죽는다 꽁보는 한참 생각했지만 별수없다

낯을 찌푸려 가며 배낭에서 망치와 타래징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파먹은 놈이길래

옴푹이 들어간 것이 일은 커녕 몸하나 놓을 데가 없다 마지못해 두 다리를 받침 기둥 쪽으로 쭉 뻗고 몸을 그 홈에 착 붙이고 망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돌에 뚫린 석혈 구덩이라 공기는 더욱 퀭했다 징 때리는 소리만 양쪽 벽에 무겁게 부딪친다 팡 팡

이렇게 몹시 귀를 울린다

거반 한 시간이 넘었다

그들은 광물이 섞이지 않은 잡돌외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다시 오 분이 지난다

십 분이 지난다

딱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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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박자 쉬어가는 곳

피어 노벨라예요

노벨라가 읽어드리는 김유정의 노다지 들으시면서

새로운 하루를 위해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기 바랍니다

노다지에서는 김유정만의 의성어 의태어를 퍽 많이 듣게 될거예요 2부도 잊지 마시고요

다 듣고나서 구독 알림도 꾹 꾹 눌러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믐 칠야 캄캄한 밤이었다

하늘에 별은 깨알같이 총총 박혔다

그 덕에 소나무 숲 속은 간신히 희미하다

험한 산중에도 우중충하고 구석배기 외딴 곳이다

버석소리만 나도 가슴이 덜렁한다

호랑이

깊은 산 속의 호랑이

온세상이 잠잠하다

가을은 이미 늦었다고 냉기가 모질다

이슬을 품은 가랑잎은 바시락바시락 날아들며 얼굴을 축인다 꽁보는 배낭을 옆으로 베고 풀 위에 꼬부리고 누웠다가 잠깐 깜박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몸서리가 몹시 쳐진다

형은 맞은편에 그저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양이다

형님 인제 시작해 볼까

아직 멀었네 좀 춥더라도 천천히 해야지

어둠 속에서 그 음성만 우렁차게

그러나 가만히 들릴 뿐이다

꽁보는 다시 옹송그리고 새우잠으로 눈을 감았다

밤 기운에 옷이 젖어 후줄근하다

아랫도리가 척 나간 듯이 감촉을 잃고 쑤실 따름이다

그대로 벌떡 일어나서 하품을 하고 으드들 떨었다

어디선지 자박자박 사라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꽁보는 정신이 번쩍 나서 눈을 굴린다

누가 오는 거 아냐

바람이겠지 지들이 설마 알라구

형의 그 대답에 적이 맘이 놓인다

곁에 형만 있으면야 몇 놈쯤 덤벼도 그리 쪼일 게 없다 옷 깃을 여미며 휘돌아 보았다

험하게 큰 바위가 반득이는 하늘을 찌를 듯이 삐쭉 솟았다 그 양 어깨로 자지레한 바위는

뭉글뭉글한 놈이 검은 구름 같다

그럼 이번에는 꿈인지 호랑인지 영문 모를

그런 험상궂은 대가리가 공중에 불끈 나타나 두리번거린다 사방은 모두 이따위 산에 둘러 쌓였다

바람은 뻔질나게 구르며 습기와 함께 낙엽을 풍긴다 을씨년스레 샘물은 쫄랑쫄랑

금방이라도 시커먼 산 중턱에서 호랑이 불이 보일 듯싶다 꼼짝 못할 함정에 든 듯이 소름이 쭉 돋는다

꽁보는 너무 서먹서먹하고 허전 해서 어깨를 으쓱 올린다 몹쓸놈의 산골도 다 많어

산골마다 모조리 요지경이람

이러고 보니 몹시 무서운 기억이 눈앞으로 번쩍 지난다 바로 작년 이맘때다

그날도 오늘처럼 밤을 이용해서 잠채를 하러 갔었다 회양 근방에서 가장 험하다는

지금처럼 무섭게 고요하고 낯선 산골을 기어 올랐다

꽁보 더펄이 그리고 또 다른 친구 셋

초저녁부터 내리는 보슬비가 웬일인지 그칠 줄을 모른다 붕 하고 난데없이 이는 바람에 안겨

비는 낙엽과 함께 몸에 부딪고 또 부딪고 했다

모두들 입 벌릴 기력조차 잃고 연신 부들부들 떨었다 방금 넘어올 듯 덩치 커다란 바위는

머리를 불쑥 내밀고 길을 막고 막고 한다

그놈을 끼고 캄캄한 절벽을 돌고나니

땀이 등줄기로 쪽 내려 흘렀다

게다가 언제 호랑이가 나타날지 알 수 없으니

가슴은 펄쩍 두근 거린다

그러나 하기는 이제 말이지 용케도 해먹긴 했다

아무렇든 다섯 놈이 서른 길이나 넘는 암굴에 들어가서

한 시간도 안 돼 광석을 두 포대나 실히 따올렸지만 문제는 분배에 있었다

어떻게 이놈을 나누면 서로 억울하지 않을까

꽁보는 금광에 남다른 이력이 있으니만큼

제가 선뜻 맡았다

부피를 대중해서

다섯사람 몫으로 차례대로 골고루 나눴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우스꽝스러운 놈이 또 있을까

이게 나눴다는거냐

어두운 구석에서 어떤 놈이 이렇게 쥐어박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제딴엔 욱기를 보이느라고 가래침을 뱉는다

그럼

꽁보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쪽을 뻔히 바라봤다

이건 우리가 늘 하는 격식인데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불평을 하다니

아니 요게 내 거야

그럼 누군 광석 벼락을 맞았나

아니 이 구덩이를 먼저 찾아낸 사람이 누군데

누구든 알 게 뭐 있나

금 있으니 땄고 땄으니 나눴지

알 게 없다

내가 없어도 내가 없어도 느들이 왔겠냐 이 새끼야 이런 쑥맥 봐

꿀돼지 제 욕심 채기로 너만 먹자는 거야 그럼

바로 이 말에 자식이 욱하고 들이 덤볐다

무지한 두 손으로 꽁보의 멱살을 잔뜩 움켜쥐고 흔들고 지랄을 한다

꽁보가 체구가 작고 좀팽이라

한창 얕본 모양이다

비를 맞아 가며 숨이 콕 막히도록 시달리니

꽁보도 화가 안 날 수 없다

저도 모르게 어느덧 감석을 손에 잡자

놈의 골통을 세게 팼다

그랬더니 이놈이 꼭 황소같이 식 하더니

꽁보를 돌 위에다 집어 던졌다

그리곤 깔고 앉더니

대뜸 연장을 들어 곁갈비뼈를 힉 하도록 아주 몹시 두들겨 팼다

죽지 않길 다행이지만 지금도 이게 가끔 도져서 몸을 못 쓰곤 한다 다음엔 왼쪽 어깨를 된통 맞았다

정신이 다 아찔했다

험하고 깊은 산속이라 그대로 죽여버릴 작정이 분명하다 세 번째엔 또다시 가슴을 겨누고 내려오는데

이젠 진짜 죽었구나 했다

참으로 지긋지긋하고 아슬한 순간이었다

그때 천행이랄까

대문짝처럼 크고 억센 더펄이가 비호같이 날아들었다 곧바로 그놈의 허리를 뒤에서 잡아 들더니

산비탈로 내던져 버렸다

그놈은 그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다

꽁보는 곧바로 채굴한 감석과 한꺼번에

더펄이 등에 업혀서 마을로 내려 왔던 것이다

현재 꽁보가 갖고 다니는 그 목숨은

더펄이 손에서 명줄을 받은

그때의 끄트머리다

더펄이를 형이라고 불렀고

형 대우를 깍듯이 하는 것도

까닭 없는 일은 아니었다

이 산골도 그 녀석의 산골과 똑 닮은

흉측스러운 낯짝을 가졌다

한번 휘돌아 보니 몸서리치던 그 장면이

다시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꽁보는 담배를 빡빡 피우며 시름없이 앉았다 몸 좀 녹이고 슬슬 시작 해볼까

더펄이도 추운지 떨리는 몸을 툭툭 털며 일어선다 시작할 수 있게 연장은 다 준비된 모양

저편으로 가서 훔척훔척하더니

배낭에서 막걸리 병과 돼지다 리를 꺼내 들고 온다 그래도 좀 데워야 할텐데

하고 그는 병마개를 이로 뽑더니

에이 그냥 먹자고 언제 데워 먹겠나

데웁시다

글쎄 그래두 좋구

근데 불을 폈다가 들키면 어쩌려고

저 바위 틈에다 가리고 핍시다

아우는 일어서서 가랑잎을 긁어 모았다

형은 더듬어 가며

죽은 소나무 가지를 뚝뚝 꺾어 한아름 안았다

병풍처럼 바위와 바위 사이에 틈이 있어

그 속으로 들어가서 불을 피웠다

커 그어 맛 좋다

형은 한잔을 쭉 들이켰다

칼로 돼지고기를 저며 들고 쩍쩍 씹는다

아까 술집 계집 봤나

왜유

어떻든가

아주 똑 부러지던데 고거 참

형은 눈을 불빛에 꿈벅거리며 싱글 싱글 웃는다 일년이면 열두 달 줄창 돌아만 다니는 신세였다

오늘은 서쪽으로 내일은 동쪽으로

조선 천지의 금광 치고 집적거리지 않은 곳이 없었다 언제나 나도 그런 계집 하나 만나 살림을 좀 해보누 하면 무거운 한숨이 절로 난다

거 마누라 있는게 한결 낫겠더군

하고 스스로도 열적을 만큼 어색한 소리를 하니까 글쎄요

하고 꽁보는 그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이날까지 같이 다녀도 그런 적이 없더니만

왜 별안간 계집 생각이 날까 별일이로군 하긴 저도 요즘 무륵무륵 그런 생각이 나긴 하지만

가을이 늦어서 그런지 홀아비 마주 앉기만 하면

나는 건 그 생각뿐

형님 장가들려고

어디 원 계집이 있나

글쎄

하고 꽁보는 그 말을 넘기려다

얼뜻 이런 생각을 했다

제 누이를 주면 어떨까

지금 그 누이가 충주 근방 어느 농군에게 출가해서

자식을 둘씩이나 낳았다만

매우 반반한 얼굴을 가졌다

그 누이를 준다면 형은 무척 반길테고

또한 목숨을 구해 준 그 은혜에 대한 보답도 되겠지 형님 내 누이를 줄까유

누이

썩 이쁘거든 형님이 보면 아마 담박에 반할거유 더펄이는 다음 말을 기다리며 다만 벙벙했다

불빛에 이글이글하고 검붉은 그 얼굴엔

만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누이에 대한 칭찬은 전부터 많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 속으로는 슬며시 생각이 달랐지만 차마 이렇다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던 터였다

어떻우

글쎄 그런데 살림하는 사람을 그리 되겠어 뒷심은 두면서도 어정쩡하게 물어봤다

그러고는 눈을 껌뻑거리면서

술을 따라서 아우에게 권하다가

반이나 엎질렀다

그야 돌려 빼면 그만이지 누가 뭐라 겠어

꽁보는 자신이 있는 듯 이렇게 선언했다

더펄이는 아주 좋았다

팔짱을 딱 지르고 눈을 감았다

나도 인제 계집 하나 안아 보는구나

아마 그 누이란 썩 이쁠 것이다

오동통하고 아양스럽고 이런 계집에 틀림없으리라

그럴 필요도 없건만

그는 벌떡 일어서서 괜히 주춤주춤하다가 다시 펄썩 앉는다

언제 가지

가만있어봐유 이거 해가지구 낼 갑시다

오늘 일만 잘 되면 내일로 곧 떠나도 좋다

충청도라야 강원도 역경을 지나 칠팔십 리 걸으면 그만이다 내일 하루 걸으면 모레 아침엔 누이집에 들러서

또 다른 금광으로 가리라 예정했다

그런데 이놈의 금을 언제나 좀 잡아 볼른지 아득한 일이었다 빌어먹을 거 언제쯤 재수가 좀 터보나

꽁보는 뜯고 있던 돼지 뼉다귀를 내던지며 이렇게 한탄했다 염려 말게 어떻게 되겠지

오늘은 꼭 노다지가 터질 테니 두고 보게나

그럼 좋겠수

그렇게되면 그만 들어 앉읍시다

이를 말인가 이게 참 할 노릇인가

이제 말이지

그들은 몇 번이나 이렇게 자위했는지 모른다

네가 노다지를 만나든 내가 만나든

둘이 똑같이 나눠 가지고 집을 사고 장가도 들고

술도 먹고 편히 살자고

그러나 여태껏 한 번이라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으니

맨날 헛소리가 되고 말 뿐이었다

닭 울 때도 되었네 인제 슬슬 가볼까

더펄이는 선뜻 일어서서 배낭을 짊어 메다가

꽁보를 바라보았다

몸이 또 도지는지 불 앞에서 오르르 떨고 있는 것이 퍽 측은했다 이거 보게 내 혼자 해갖고 올게 불이나 쬐고 거기 있겠나 뭘 갑시다

꽁보는 꼬물꼬물 일어서며 배낭을 멨다

그들은 발로 불을 비벼 끄고 그곳을 떠났다

산에 골을 엇비슷이 돌아 오르는 샛길이 놓여있다

좌우로는 솔 잣 밤 단풍

이런 나무들이 울창하게 꽉 들어박혔다

그 밑으로 자갈 아니면 불퉁바위가 여기저기 마냥 뒹굴었다 한갓 시커먼 그 암흑 속을 그들은 더듬고 기어오른다 풀숲의 이슬로 말미암아 바지는 축축이 젖었다 다리를 옮겨 놓을 때마다 철썩철썩 살에 붙으며

찬 기운이 쭉 끼친다

그리고 모진 바람은 뻔질 불어 내린다

붕 하고 능글차게 낙엽이 불어내리다가

뺑 하고 되알지게 솟아오른다

꽁보는 더펄이 뒤를 따라 오르며 달달 떨었다

이게 지랄인지 난장인지

세상에 정말 못 해먹을 건

금광 빼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금이 다 뭔지 요짓을 꼭 해야 한담

게다가 툭하면 서로 두들겨 죽이는 것이 일이고

참말이지 금쟁이치고 순한 놈 하나도 못 봤다 몸이 결릴 적마다 지겹던 과거를 연상하며

그는 또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자 맞은편 산 수풀에서 큰 불이 얼른거렸다

호랑이

이렇게 놀라서 더펄이 허리에 덥석 달라 붙으면서 저게 뭐유 하고 다르르 떨었다

저거 아 아니 지금은 없어졌네

눈이 어른거려서 헛걸 봤나보이

더펄이는 씸씸이 대답하고 천연스레 올라간다 다부진 그 태도에 좀 안심이 되는 듯싶지만

그래도 썩 편치는 못했다

왜 이리 오늘은 자꾸 겁이 나는지 까닭을 모르겠다 몸은 매시근하고 열로 인해 입이 바짝바짝 탄다 이것만 아니면 그럴 리 없을 것을

자네 안 되겠네 내 등에 업히게

하고 더펄이가 등을 돌려대자

그는 잠자코 배낭 위에 넙죽 업혔다

그래도 끽소리 없이 덜렁덜렁 올라가는 더펄이를 굽어보며

실팍한 그 몸이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니었다

불볕 내리는 복중처럼 씨근거리며

이마에 땀이 쫙 흘렀을 그때에야

비로소 더펄이는 산마루턱까지 이르렀다

꽁보를 내려놓고 땀을 씻으며 후 하고 숨을 돌린다

인제 얼마 안 남았겠지

조금만 내려가면 요 아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이 마을에 들른 것은 바로 오늘 점심 때다 지나서 그냥 가려하다가

뜻하지 않은 주막 주인 말에

귀가 번쩍 띄었던 것이다

저 산 너머 금광이 있는데

금이 푹푹 쏟아지는 화수분이라고

요즘엔 화약 허가를 내서 완전히 일을 하려고 지금은 부득이 잠시 휴광중이고

머지않아 다시 시작할 거다

그리고 금 도둑 맞을까봐 밤 낮 구별 없이

감시하는 중이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밤중에 누가 자지 않고 설마

하고 더펄이는 덜렁덜렁 내려 간다

꽁보는 그 꽁무니를 쿡쿡 찔렀다

그래도 사람의 일이니 조심해야 한다

좌우를 살펴보며 살금살금 몸을 사리고 내려온다

그들은 오 분쯤 내려왔다

정말로 커다란 구덩이 하나가 딱 나타났다

산중턱에 짚더미 같은 바위가 놓였고

그 옆으로 또 하나가 놓여 있다

그 가운데에 삐듬한 돌장벽을 끼고 구멍을 뚫은 것이다 가로는 한 발이 좀 못 되고 길이는 약 서 발 가량 성냥을 그어 대보니 깊이는 네 길이 넘겠다 함부로 쪼아 먹은 구뎅이라

꺼칠한게 광석 아닌 잡돌들도 제대로 못 치웠다 잠채를 염려해서 그리 두었겠지

사다리는 모조리 떼어가고 밍숭 밍숭한 돌벽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다시 한번 사방을 둘레둘레 돌아보았다

지척을 분간키 어렵지만 필경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음을 놓고 배낭에서 관솔을 꺼내어 불을 피웠다 더펄이가 먼저 장벽에 엎드려 뒤로 기어 내린다

꽁보는 불을 들고 조심성 있게 참참이 내려온다 한 길쯤 남았을 때 그만 발이 찍하고 더펄이는 떨어졌다 꿍 하고 무던히 골탕은 먹었지만

그대로 쓱싹 일어섰다

동이 트기 전에 얼른 금을 따야 될 것이다

여보게 아우 난 어딜 딸까

글쎄유 가만히 기슈

아우는 불을 들이대고 줄맥을 한번 쭉 훑었다 금광 일에는 난다 긴다 하는 야무진 금쟁이였다 썩 보더니

복판에는 동이 먹어 들어가고

양쪽 가장자리로 차차 줄이 생겨 있는 것을 알았다 형님은 저편 구석을 따봐유

아우는 이렇게 지시하고 저는 이쪽 구석으로 왔다 그러나 차마 그 틈바귀로 들어갈 생각이 안 난다 한 길이나 실히 되도록 쌓아 올린 받침 기둥이 금방 넘어올 듯이 위험 했다

밑에는 좀 자잘한 돌로 쌓았지만

그 위에는 제법 굵직굵직한 놈들이 얹혀있다 이게 무너지면 깩 소리도 못 하고 치여 죽는다 꽁보는 한참 생각했지만 별수없다

낯을 찌푸려 가며 배낭에서 망치와 타래징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파먹은 놈이길래

옴푹이 들어간 것이 일은 커녕 몸하나 놓을 데가 없다 마지못해 두 다리를 받침 기둥 쪽으로 쭉 뻗고 몸을 그 홈에 착 붙이고 망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돌에 뚫린 석혈 구덩이라 공기는 더욱 퀭했다 징 때리는 소리만 양쪽 벽에 무겁게 부딪친다 팡 팡

이렇게 몹시 귀를 울린다

거반 한 시간이 넘었다

그들은 광물이 섞이지 않은 잡돌외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다시 오 분이 지난다

십 분이 지난다

딱 그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