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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라의 오디오북 (Novella Audio Books), 등신불 김동리, 한국단편소설오디오북, 한국문학, 소설읽기, 오디오명작, Korean Novel, Korean Audio Book, (CC) ㅣ책읽어주는 여자 (1)

등신불 김동리, 한국단편소설오디오북, 한국문학, 소설읽기, 오디오명작, Korean Novel, Korean Audio Book, (CC) ㅣ책읽어주는 여자 (1)

안녕하세요 노벨라예요

오늘 읽어 드릴 이야기는 1961년 사상계에 발표된

김동리의 등신불 입니다

등신불은 양자강 북쪽에 있는 정원사의

금불각 속에 안치되어 있는 불상의 이름이다

등신금불 또는 그냥 금불이라고도 불렀다

그러니까 나는 이 등신불

등신금불로 불리워지는 불상에 대해

보고 듣고 한 그대로를 여기다 적으려 하거니와

그보다 먼저 내가 어떻게 해서 그 정원사라는

먼 이역의 고찰을 찾게 되었었는지

그것부터 이야기 해야겠다

내가 일본의 대정대학 재학 중에 학병으로 끌려 나간 것은

일구사삼년 이른 여름 내 나이 스물 세 살 나던 때였다

내가 소속된 부대는 북경에서 서주를 거쳐 남경에 도착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른 부대가 당도할 때까지 거기서 머무르게 되었다 처음엔 주둔이라기보다 대기에 속하는 편이었으나

다음 부대의 도착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나중에는 교체부대가 당도할 때까지 주둔군의 임무를 맡게 되었다

그때 우리는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만 대체로

인도지나나 인도네시아 방면으로가게 된다는 것을 어림으로 짐작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라도 오래 남경에 머물면 머물수록

그만치 우리의 목숨이 더 연장되는 거와 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교체부대가 하루라도 더 늦게 와 주었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은근히 빌고 있는 편이기도 했다 실상은 그냥 빌고 있는 심정만도 아니었다

더 나아가서 이 기회에 기어이 나는 나의 목숨을 건져 내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나는 이런 기회를 위하여 미리 약간의 준비까지 해 두었던 것이다 그것은 중국의 불교 학자로서 일본에와 유학을 하고 돌아 간 특히 대정대학 출신으로 사람들의 명단을 조사해 둔 일이 있었다

나는 숨겨둔 작은 쪽지에서 남경 진기수란 이름을 발견했을 때

야릇한 흥분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며 머리 속까지 횡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낯선 이역의 도시에서

더구나 나 같은 일본군에 소속된 한국 출신 학병의 몸으로써 그를 찾고 못 찾고 하는 일이

곧 내가 죽고 사는 판가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들 그때의 그러한 용기와 지혜를 내 속에서 나는 자아내지 못했을는지 모른다 나는 우리 부대가 앞으로 사흘 이내에 남경을 떠난다고 하는 그것도 확실한 정보가 아니고 누구의 입에선가 새어 나온 말이지만 조마조마한 고비에 정심원에 있는 포교사를 통하여 진기수씨가 남경 교외의 서공암이라는 작은암자에 독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내가 서공암에서 진기수씨를 찾게 된 것은 땅거미가 질 무렵 이었다 나는 그를 보자 합장을 올리며 무수히 머리를 수그림으로써 나의 절박한 사정과 그에 대한 경의를 먼저 표한 뒤 솔직하게 나의 처지와 용건을 털어 놓았다 그러나 평생 처음 보는 타국 청년 그것도 적군의 군복을 입은 나에게

그러한 협조를 쉽사리 약속해 줄 사람은 없었다 그의 두 눈이 약간 찡그러지며 입에서는 곧 거절의 선고가 내릴 듯한 순간 나는 미리 준비하고 갔던 흰 종이를 끄집어 내어 내 앞에 폈다 그리고는 바른편 손 식지 끝을 물어서 살을 떼어낸 다음 그 피로써 다음과 같이 썼다

원면살생 귀의불은

원컨대 살생을 면하게 하옵시며

부처님의 은혜 속에 귀의코자 하나이다

나는 이 여덟 글자의 혈서를 두손으로 받들어

그의 앞에 올린 뒤 다시 합장을했다

이것을 본 진기수씨는 분명히 얼굴 빛이 달라졌다 그것은 반드시 기쁜 빛이라 할 수는 없었으나 조금 전의 그 거절의 선고만은 가셔진 듯한 얼굴이었다 잠깐 동안 침묵이 흐른 뒤 진기수씨는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를 따라 오게

나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 갔다 깊숙한 골방이었다

진기수씨는 나를 그 컴컴한 골방 속에 들여 보내고 자기는 문을 닫고 도로 나가 버렸다

조금 뒤 그는 법의 한 벌을 가져와 방안으로 디밀며 이걸로 갈아 입게

하고 또다시 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제야 사는가 보다 하는 생각이

나의 가슴 속을 후끈하게 적셔 주는 듯 했다 내가 옷을 갈아 입고 났을 때 이번에는 또 간소한 저녁상이 디밀어졌다

나는 말없이 디밀어진 저녁상을

또한 그렇게 말없이 받아서 지체없이 다 먹어 치웠다 내가 빈 그릇을 문밖으로 내어놓자 밖에서 기다리고나 있었던 듯 이내 진기수씨가 어떤 늙은 중 하나를 데리고 들어왔다 이 분을 따라가게

소개장은 이분에게 맡겼어

큰절의 내 법사 스님한테 가는

나는 무조건 네 네 하며 곧장 머리를 끄덕일 뿐이었다 나를 살려 주려는 사람에게 무조건 나를 맡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길은 일본 병정들이 알지도 못하는 산속 지름길이야

한 백 리 남짓 되지만 오늘이 스무 하루니까 밤중 되면 달빛도 좀 있을 게구

그럼 불연 깊기를 나무관세음보살

그는 나를 향해 합장을 하며 머리를 수그렸다 나는 목이 콱 메어옴을 깨달았다

눈물이 핑 돈 채 나도 그를 향해 잠자코 합장을 올렸다 어둡고 험한 산길을 늙은 중 경암은 거침없이 걸었다 아무리 발에 익은 길이라 하지만

군데군데 나뭇가지가 걸리고 바닥이 패이고 돌이 솟고 게다가 굽이굽이 골짜기 계곡물이 가로지르는 우거진 수풀속의 지름길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쩌면 그렇게도 잘 뚫고 나가는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내가 믿는 것은 젊음 하나 뿐이련만 그는 이십 리나 삼십 리를 걸어도 힘에 부치어 쉬자고 할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쉴새 없이 손으로 이마의 땀을 씻어 가며 그의 뒤를 따랐으나 한참씩 가다 보면 어느덧 그를 어둠 속에 잃어 버리곤 했다

나는 몇 번이나 나뭇가지에 얼굴이 긁히우고 돌에 채여 무릎을 깨우고 하며 대사 대사 그를 불러야만 했다

그럴 때마다 경암은 혼잣말로 낮게 중얼거리며 나를 기다려 주는 것이나

내가 가까이 가면 또 아무 말도 없이 그냥 휙 돌아서서 걸음을 옮겨 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밤중도 훨씬 넘어 조각달이 수풀사이로 비쳐 들면서 나는 비로소 생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경암이 제 아무리 앞에서 달린다 하더라도 두 번 다시 그를 놓치지는 않으리라 맘속으로 다짐했다 이렇게 정세가 바뀌어졌음을 그도 느끼는지 내가 그의 곁으로 다가서자 그는 나를 흘낏 돌아다보더니 한 쪽 팔을 들어 먼데를 가리키며 반원을 그어 보이고는 이백 리 라고 했다 이렇게 지름길을 가지 않고 좋은길로 돌아가면 이백 리 길이라는 뜻인 듯했다 나는 한 마디 얻어들은 중국말로 쎄 쎄 하고 장단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했다 우리가 정원사 산문 앞에 닿았을 때는 이튿날 늦은 아침녘이었다

경암은 푸른 수풀 속에 거뭇거뭇 보이는 높은 기와집들을 손가락질로 가리키며 자랑스런 얼굴로 무어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또 고개를 끄덕이며 하오 하오 를 되풀이했다 산문을 지나 정문을 들어서니 산무데기 같은 큰 다락이 정면에 버티고 섰다 현판을 쳐다보니 태허루라고 씌어 있었다 태허루 곁을 돌아 안마당 어귀에 들어서니 정면 한 가운데 높직이 앉아 있는 가장 웅장한 건물이 법당이라고 짐작이 가나 그 양 옆으로 첩첩이 가로 세로 혹은 길쭉하게 눕고 혹은 높다랗게 서고 혹은 둥실하게 앉은 무수한 집들이 모두 무슨 이름에 어떠한 구실을 하는 것들인지 첫 눈엔 그저 황홀하고 얼떨떨할 뿐이었다 경암은 나를 데리고 그 첩첩이 둘러 앉은 집들 사이를 한참 돌더니

청정실이란 조그만 현판이 붙은 조용한 집 앞에 와서 기척을 했다

방문이 열리더니 한 스무 살이나 될락말락한 젊은 중이 얼굴을 내 밀며 알은 체를 한다 둘이서 한참동안 말을 주고 받고 한 끝에 경암이 나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머리가 하얗게 세고 키가 성큼하게 커 뵈는 노승이 미소 띤 얼굴로 경암과 나를 맞아 주었다 나는 말이 통하지 않으므로 노승 앞에 발을 모으고 서서 정중히 합장을 올렸다 어저께 진기수씨 앞에서 연거푸 머리를 수그리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한 번만 정중하게 머리를 수그려 절을 했던 것이다

노승은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자리를 가리킨 뒤 경암이 내어 드린 진기수씨의 편지를 펴 보았다 불은이로다

편지를 읽고 난 노승은 이렇게 말했다 그것도 그때는 알아듣지 못 했지만 나중에 가서 알고 보니 그랬다 그리고 이것도 나중에야 알게 된 일이지만 이 노승이 두어해 전까지 이 절의 주지를 지낸 원혜대사로 진기수씨가 말한 자기의 법사 스님이란 곧 이분이었던 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원혜대사의 주선으로 그가 거처하고 있는 청정실 바로 곁의

조그만 방 한 칸을 혼자서 쓸 수 있게 되었다 나를 그 방으로 인도해 준 원혜대사의 젊은 시봉은 저와 이웃이죠

하며 희고 넓적한 이를 드러내 보이며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자기 이름을 청운이라 부른다고 했다 나는 방 한 칸을 따로 쓰고 있었지만 결코 방안에 들어앉아 게으름을 피우지는 않았다 나를 죽을 고비에서 건져 준 진기수씨나 그의 법명은 혜운이었다 원혜대사의 은덕을 생각해서라도 나는 결코 남의 입에 오르내릴 짓을 해서는 안되리라고 결심했다 나는 아침 일찌기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예불을 끝내면 청운과 함께 청정실 안팎과 앞뒤의 복도와 뜰을 먼지 티끌 하나 없이 쓸고 닦았다 뿐만 아니라 다른 스님들을 따라 산에 가 약도 캐고 식량 준비도 거들었다 이 절에서도 전쟁 관계로 식량이 딸렸으므로 산중의 스님들은 여름부터 식용이 될 만한 풀잎과 나무 뿌리 같은 것들을 캐러 산으로 가곤 했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손발을 깨끗이 씻고 내 방에 끓어 앉아 불경을 읽거나 그렇지 않으면 청운에게 중국어를 배웠다 이것은 나의 열성에다 청운의 호의가 곁들어서 그런지 의외로 빨리 진척이 되어 사흘만에 이미 간단한 말로 물론몇 마디씩이지만 대화하는 흉내까지 낼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방에 혼자 있을 때라도 취침 시간 이외엔 방안에 번듯이 드러눕지 않도록 내 자신과 씨름을 했다 그렇게 버릇을 들이지 않으려고

나는 몇 번이나 내 자신에게 다짐을 놓았는지 모른다 졸음이 와서 정 견디기가 어려울 때는 밖으로 나와 어정대며 바람을 쐬곤 했다 처음엔 이렇게 막연히 어정대며 바람을 쐬던 것이 얼마 가지 않아 나는 어정대지 않게 되었다 으레껀 가는 곳이 정해지게 되었다

그것은 저 금불각이었던 것이다

여기서도 물론 나는 법당 구경을 먼저 했다 본존을 모셔 둔 곳이니 만큼

그 절의 풍도나 품격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 주는 곳이라는 까닭으로서 보다도 절 구경은 으레껀 법당이 중심이라는 종래의 습관 때문이라고 하는 편이 옳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법당에서 얻은 감명은

우리 나라의 큰 절이나 일본의 그것에 견주어 그렇게 자별하다고 할 것이 없었다

기둥이 더 굵대야 그저 그렇고 불상이 더 크대야 놀랄 정도는 아니요 그 밖에 채색이나 조각에 있어서도

한국이나 일본의 그것에 비하여 더 정교한 편은 아닌 듯 했다 다만 정면 한가운데 높직이 모셔져 있는 세 위의 금불상을 그대로 살아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힘겨룸을 시켜 본다면 한국이나 일본의 그것보다 더 놀라운 힘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나로서는 어디까지나 살아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힘 겨룸을 시켜 본다면 하는 가정에서 말한 것이지만 그네 들의 눈으로 보면 자기네의 부처님이 그만큼 더 거룩하게만 보일는지 모를 일이었다 더 쉽게 말하자면 내가 위에서 말한 더 놀라운 힘이 체력을 뜻하는 것이지만 그들의 눈에는 그것이 어떤 거룩한 법력이나 도력으로 비칠는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특히 이런 생각을 더 하게 된 것은 금불을 구경한 뒤였다 금불각 속에 모셔져 있는 등신금불을 보고 받은 깊은 감명이 그 절의 모든 것을

특히 법당에 모셔져 있는 세 위의 큰 불상을 거룩하게 느끼게 하는 어떤 압력 같은 것이 되어 나타났다고나 할까 물론 나는 청운이나 원혜대사로부터 금불각에 대하여 미리 들은 바도 없으면서

금불각이 앉은 자리라든가 그 집 구조로 보아 약간 특이한 느낌이 그 안의 등신불을 구경하기 전에 이미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법당 뒤곁에서 길 반 가량 높이의 돌계단을 올라가서

거기서부터 약 오륙십 미터 거리의 석대가 구축되고 그 석대가 곧 금불각에 이르는 길이 되어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더구나 그 석대가 똑같은 크기의 넓적넓적한 네모잽이 돌로 쌓아져 있는데 돌 위엔 보기 좋게 거뭇거뭇한 돌 옷이 입혀져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법당 뒤곁의 동북쪽 언덕을 보기 좋은 돌로 평평하게 쌓아서 석대를 만들고 그 위에 금불각을 세워 놓은 것이다

게다가 추녀와 현판을 모두 돌아가며 도금을 입히고 네 벽에 새긴 조상과 그림에 도금을 많이 써서 그야말로 밖에서는 보는 건물 그 자체부터 금빛이 현란했다 나는 본디 비단이나 종이나 나무나 쇠붙이 따위에 올린 금물이나 금박 같은 것을 웬지 거북해하는 성미라 금불각에 입혀져 있는 금빛에도

그러한 경계심과 반감 같은 것을 품고 대했지만

하여간 이렇게 석대를 쌓고 금칠을 하고 할 때는 그들로서 무엇인가 아끼고 위하는 마음의 표시를 하느라고 한 짓임에

틀림없을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 아끼고 위하는 것이 보나마나 대단한 것은 아니리라고 혼자 속으로 미리 단정을 내리고 있었다 나의 과거 경험으로 본다면

이런 것은 대개 어느 대왕이나 황제의 갸륵한 뜻으로 순금을 많이 넣어서 주조한 불상이라든가 또는 어느 천자가 어느 황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 친히 불사를 일으킨 연유의 불상이라든가 하는 따위 대왕이나 황제의 권리를 보여 주기 위한 금빛이 십상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이러한 생각은 그들이 이 금불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하여 좀처럼 문을 열어 주지 않는 것을 보고 더욱 굳어졌다 적어도 은화 다섯 냥 이상의 새전이 아니면 문을 여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선남 선녀의 큰 불공이 있을 때라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에도 본사 승려 이외에 금불각을 참례하는 자는 또 따로 새전을 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구나 신도들의 새전을 긁어모으기 위한 술책으로 좁쌀 만한 언턱거리를 가지고 연극을 꾸미고 있는 것임에 틀림이 없으리라고 나는 아주 단정을 하고 도로 내 방으로 돌아왔다가 그때 마침 청운이 중국어를 가르쳐 주려고 왔기에 저 금불각이란 게 뭐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물어 보았다

왜요

청운이 빙긋이 웃으며 도로 물었다

구경 갔더니 문을 안 열어 주던데

지금 같이 가 볼까요

뭐 담에 보지

담에라도 그럴 거예요

이왕 맘 난 김에 가 보시구려

청운이 은근히 권하는 빛이기도해서 나는 그렇다면 하고 그를 따라 나갔다 이번에는 청운이 숫제 금불각을 담당한 노승에게서 쇳대를 빌려와 손수 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문앞에 선 채 그도 합장을 올렸다

나는 그가 문을 여는 순간부터 미묘한 충격에 사로잡힌 채 그가 합장을 올릴 때도 그냥 멍하니 불상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우선 내가 예상한 대로 좀 두텁게 도금을 입힌 불상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내가 미리 예상했던 그러한 어떤 불상이 아니었다 머리 위에 향로를 이고 두 손을 합장한 고개와 등이 앞으로 좀 수그러지고 입도 조금 헤벌어진 그것은 불상이라고 할 수도 없는 형편없이 초라한 그러면서도 무언지 보는 사람의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사무치게 애절한 느낌을 주는 등신대의 결가부좌상이었다 그렇게 정연하고 단아하게 석대를 쌓고

추녀와 현판에 금물을 입힌 금불각 속에 안치되어 있음직한 아름답고 거룩하고 존엄성 있는

그러한 불상과는 하늘과 땅 사이 라고나 할까 너무도 거리가 멀고 어이가 없는 허리도 제대로 펴고 앉지 못한

머리 위에 조그만 향로를 얹은 채 우는 듯한 웃는 듯한 찡그린 듯한

오뇌와 비원이 서린 듯한 그러면서도 무어라고 형언할 수 없는

등신불 김동리, 한국단편소설오디오북, 한국문학, 소설읽기, 오디오명작, Korean Novel, Korean Audio Book, (CC) ㅣ책읽어주는 여자 (1) Dong-ri Kim, koreanisches Kurzgeschichten-Hörbuch, koreanische Literatur, Romanlesung, Audio-Meisterwerk, koreanischer Roman, koreanisches Hörbuch, (CC), und eine Frau, die liest (1) Head-headed Dong-ri Kim, Korean Short Fiction Audio Book, Korean Literature, Reading Novel, Audio Masterpiece, Korean Novel, Korean Audio Book, (CC) ㅣ A Woman Reading a Book (1) Dong-ri Kim, audiolibro coreano de relatos cortos, literatura coreana, lectura de novelas, obra maestra del audio, novela coreana, audiolibro coreano, (CC), y una mujer que lee (1) Dong-ri Kim, livre audio de nouvelles coréennes, littérature coréenne, lecture de roman, chef-d'œuvre audio, roman coréen, livre audio coréen, (CC), et une femme qui lit (1) バカ仏キム・ドンリ, 韓国短編小説オーディオブック, 韓国文学, 小説を読む, オーディオ名作, Korean Novel, Korean Audio Book, (CC) と本を読んでくれる女 (1) Dong-ri Kim, livro áudio de contos coreanos, literatura coreana, leitura de romances, obra-prima áudio, romance coreano, livro áudio coreano, (CC), e uma mulher que lê (1) Ким Донг-ри с головой, корейская короткометражная аудиокнига, корейская литература, роман для чтения, аудиошедевр, корейский роман, корейская аудиокнига, (CC) ㅣ Женщина, читающая книгу (1) Дон Рі Кім, корейське оповідання аудіокнига, корейська література, читання роману, аудіо-шедевр, корейський роман, корейська аудіокнига, (CC), і жінка, яка читає (1) Dong-ri Kim,韩国短篇小说有声读物,韩国文学,小说阅读,有声杰作,韩国小说,韩国有声读物,(CC),以及阅读的女人 (1)

안녕하세요 노벨라예요 Hello, I'm Novella Bonjour, je suis Novella. こんにちはノーベラです。 Привет, я Новелла

오늘 읽어 드릴 이야기는 1961년 사상계에 발표된 The story we are going to read today is a story published in the world of thought in 1961. L'histoire que nous allons lire aujourd'hui concerne la publication, en 1961, de la 今日読んでいる話は1961年に思想界に発表されました История, которую мы сегодня прочитаем, — это история, опубликованная в журнале «Мир мысли» в 1961 году.

김동리의 등신불 입니다 This is Kim Dong-ri's head-to-head lamp Voici Kim Dong-ri. キム・ドンリの背中の火です。 Это фара Ким Дон Ри.

등신불은 양자강 북쪽에 있는 정원사의 The Head Buddha is a gardener's temple in the north of the Yangtze River. Le Bouddha Dongsin est un jardinier. 等身火は、量子川の北にある庭師の O Buda Dongsin é um jardineiro Голова Будды — это храм садовника на севере реки Янцзы.

금불각 속에 안치되어 있는 불상의 이름이다 Der Name einer in einer goldenen Pagode aufbewahrten Buddha-Statue. It is the name of the statue of Buddha enshrined in the Golden Temple. Le nom d'un bouddha enchâssé dans un stupa d'or. 金仏閣の中に安置されている仏像の名前だ

등신금불 또는 그냥 금불이라고도 불렀다 It was also called a life-size gold bullion or just gold bullion.

그러니까 나는 이 등신불 Also werde ich dieses blöde Licht benutzen. So I'm this headlight Je vais donc utiliser ce stupide feu

등신금불로 불리워지는 불상에 대해 Über die Buddha-Statue mit dem Namen "Unehrenhafter Buddha About the Buddha statue called the Buddha statue Pour une statue de Bouddha qui est souvent appelée dharmakumbuddha

보고 듣고 한 그대로를 여기다 적으려 하거니와 Ich werde nicht aufschreiben, was ich gesehen und gehört habe. You try to write down what you have seen and heard.

그보다 먼저 내가 어떻게 해서 그 정원사라는 First of all, how did I become the gardener? それよりも先に、私がどうにかしてその庭師という

먼 이역의 고찰을 찾게 되었었는지 Have you been able to find a study in a distant place?

그것부터 이야기 해야겠다 I have to talk about it Deberíamos empezar por ahí

내가 일본의 대정대학 재학 중에 학병으로 끌려 나간 것은 I was taken away as a crane soldier while attending Daejeong University in Japan.

일구사삼년 이른 여름 내 나이 스물 세 살 나던 때였다 In the early summer of three years, when I was twenty-three years old 一九四三年の初夏、私の二十三歳の時だった。

내가 소속된 부대는 북경에서 서주를 거쳐 남경에 도착되었다 My unit arrived in Nanjing via Xuzhou from Beijing. 私が所属する部隊は北京から西州を経由して南京に到着した。 그리하여 우리는 다른 부대가 당도할 때까지 거기서 머무르게 되었다 So we stayed there until the other troops arrived. こうして私たちは、他の部隊が到着するまでそこに留まることになった。 처음엔 주둔이라기보다 대기에 속하는 편이었으나 At first, it was more of a standby rather than a garrison. 当初は駐留というよりは待機に属するものでしたが

다음 부대의 도착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When the next unit arrives later than expected

나중에는 교체부대가 당도할 때까지 주둔군의 임무를 맡게 되었다 Later, he assumed the role of the garrison until replacement units arrived.

그때 우리는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만 대체로 At that time, we do not have certain information, but generally

인도지나나 인도네시아 방면으로가게 된다는 것을 어림으로 짐작 하고 있었기 때문에 Because I was guessing at a rough estimate that I would go to India or Indonesia. インドシナやインドネシア方面へ行くことを大まかに予想していたので 하루라도 오래 남경에 머물면 머물수록 The longer you stay in Nanjing, the more 一日でも長く南京に滞在すればするほど

그만치 우리의 목숨이 더 연장되는 거와 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I just thought it would extend our lives. もうこのまま私たちの命が延びるような気がしていた。 따라서 교체부대가 하루라도 더 늦게 와 주었으면 하고 So, I wish the replacement squad would come a day later. そのため、交換部隊が一日でも早く来てほしいと思いつつも 마음속으로 은근히 빌고 있는 편이기도 했다 I was also secretly begging in my heart. 心の中でひそかに祈っていたこともあった。 실상은 그냥 빌고 있는 심정만도 아니었다 In fact, it wasn't just a feeling of wishing. 実は、ただ願う気持ちだけではなかった。

더 나아가서 이 기회에 기어이 나는 나의 목숨을 건져 내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Furthermore, on this occasion, I decided that I had to save my life. さらに、この機会に、私は自分の命を救い出さなければならないと決意した。

나는 이런 기회를 위하여 미리 약간의 준비까지 해 두었던 것이다 I had prepared a little in advance for this opportunity. 私はこのような機会のために、事前に少しの準備までしていたのだ。 그것은 중국의 불교 학자로서 일본에와 유학을 하고 돌아 간 특히 대정대학 출신으로 It is a Chinese Buddhist scholar who came back to Japan after studying abroad, especially from Daejeong University. それは、中国の仏教学者として日本に来て留学して帰った、特に大正大学出身で、仏教研究者として 사람들의 명단을 조사해 둔 일이 있었다 I had a list of people checked. 人の名簿を調べておいたことがあった

나는 숨겨둔 작은 쪽지에서 남경 진기수란 이름을 발견했을 때 When I found the name Nanjing Jin Ki-su in a small note that I had hidden 私は隠しておいた小さなメモで南京ジンギスという名前を見つけたときに

야릇한 흥분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며 머리 속까지 횡해지는 듯했다 My heart was pounding with strange excitement, and it seemed to go down to the depths of my head. エロい興奮で胸がドキドキし、頭の中まで横切るような感覚があった。 그러나 낯선 이역의 도시에서 But in an unfamiliar city しかし、見知らぬ異郷の街で

더구나 나 같은 일본군에 소속된 한국 출신 학병의 몸으로써 Moreover, as a Korean crane soldier belonging to the Japanese military like me, しかも、私と同じ日本軍に所属している韓国出身の学徒隊員の体として 그를 찾고 못 찾고 하는 일이 Finding him and not finding him 彼を探しても見つからず、探しても見つからないことが

곧 내가 죽고 사는 판가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들 Those who didn't think it was the difference between living and dying もうすぐ私の生死の分かれ目だと思っていなかった人たちにも 그때의 그러한 용기와 지혜를 내 속에서 나는 자아내지 못했을는지 모른다 I may not have evoked such courage and wisdom in myself at that time. あの時のような勇気と知恵を私の中で私は引き出せなかったかもしれない。 나는 우리 부대가 앞으로 사흘 이내에 남경을 떠난다고 하는 I have heard that our unit is leaving Nanjing within the next three days. 私は、私たちの部隊がこれから三日以内に南京を出発するという 그것도 확실한 정보가 아니고 누구의 입에선가 새어 나온 말이지만 It's not certain information, but it's a word leaking from someone's mouth. 조마조마한 고비에 정심원에 있는 포교사를 통하여 Through the missionary at Jeongshimwon in a nervous crisis 不安な峠に定心院にあるポー教士を通じて 진기수씨가 남경 교외의 서공암이라는 작은암자에 독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I found out that Jin Ki-soo was living alone in a small hermitage called Seogongam on the outskirts of Nanjing. 그날 내가 서공암에서 진기수씨를 찾게 된 것은 땅거미가 질 무렵 이었다 It was around dusk when I found Ki-soo Jin in Seogongam that day. その日、私が西空岩でジンギスさんを見つけたのは、夕暮れ時だった。 나는 그를 보자 합장을 올리며 무수히 머리를 수그림으로써 When I saw him, I raised my arms and drew my hair countless times. 私は彼を見ると合掌を上げ、無数に頭を垂れることによって 나의 절박한 사정과 그에 대한 경의를 먼저 표한 뒤 After expressing my urgency and respect for him first, 私の切羽詰まった事情とそれに敬意を表した後に 솔직하게 나의 처지와 용건을 털어 놓았다 I frankly confided my situation and business. 素直に自分の境遇や用件を打ち明けた。 그러나 평생 처음 보는 타국 청년 그것도 적군의 군복을 입은 나에게 But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a young man from a foreign country, even me in the military uniform of the enemy, しかし、生まれて初めて見る他国の青年、それも赤軍の軍服を着た私には

그러한 협조를 쉽사리 약속해 줄 사람은 없었다 No one could easily promise such cooperation. そんな協力を簡単に約束してくれる人はいなかった。 그의 두 눈이 약간 찡그러지며 입에서는 곧 거절의 선고가 내릴 듯한 순간 His eyes frowned slightly, and his mouth seemed as if a sentence of rejection was about to come. 彼の両目は少し眉をひそめ、口からはすぐに拒絶の宣告が出そうな瞬間。 나는 미리 준비하고 갔던 흰 종이를 끄집어 내어 내 앞에 폈다 I took out the white paper I had prepared in advance and laid it out in front of me. 私はあらかじめ用意して行っていた白い紙を取り出し、目の前に広げました。 그리고는 바른편 손 식지 끝을 물어서 살을 떼어낸 다음 Then, remove the flesh by biting the cool end of the hand on the right side. そして、右手の食指の先を噛んで肉をはがし、その後に 그 피로써 다음과 같이 썼다 With that blood he wrote:

원면살생 귀의불은 Raw cotton-killed ear fire 原綿殺生耳の火は

원컨대 살생을 면하게 하옵시며 Please save me from killing 願わくば殺生を免れさせ給え。

부처님의 은혜 속에 귀의코자 하나이다 I want to return to the grace of the Buddha. 仏の恩寵に帰依するものである。

나는 이 여덟 글자의 혈서를 두손으로 받들어 I hold these eight letters of blood with both hands 私はこの八文字の血書を両手で掲げて

그의 앞에 올린 뒤 다시 합장을했다 After putting it in front of him, he put his hands together again.

이것을 본 진기수씨는 분명히 얼굴 빛이 달라졌다 Jin Ki-soo, who saw this, clearly changed the color of his face. 그것은 반드시 기쁜 빛이라 할 수는 없었으나 It was not necessarily a happy light, but それは必ずしも喜ばしい光とは言えませんでしたが 조금 전의 그 거절의 선고만은 가셔진 듯한 얼굴이었다 The sentence of refusal just before had a face that seemed to have faded away. 잠깐 동안 침묵이 흐른 뒤 진기수씨는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After a moment of silence, Jin Ki-soo opened his mouth with a soft voice. 나를 따라 오게 come follow me 私を追いかけてきてください

나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 갔다 I immediately got up and followed him. 깊숙한 골방이었다 It was a deep alcove. 奥の奥の奥の奥の奥の奥の奥の奥の奥の奥の奥の奥の奥の奥の奥

진기수씨는 나를 그 컴컴한 골방 속에 들여 보내고 Jin Ki-soo took me into that dark room. ジン・ギスさんは私をその窮屈な床の間の中に入れて 자기는 문을 닫고 도로 나가 버렸다 He closed the door and went out on the road. 自分はドアを閉めてそのまま出て行ってしまった

조금 뒤 그는 법의 한 벌을 가져와 방안으로 디밀며 After a while he took a suit of law and pushed it into the room. 少し後、彼は法衣を一着持ってきて、部屋へ押し寄せながら 이걸로 갈아 입게 I'll change to this

하고 또다시 문을 닫고 나갔다 and closed the door again

나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I let out a sigh 私はため息をついた

이제야 사는가 보다 하는 생각이 The thought of living now 今更ながら、生きているんだなあという思いが

나의 가슴 속을 후끈하게 적셔 주는 듯 했다 It seemed to warmly wet the inside of my chest. 私の胸の奥をじんわりと濡らしてくれるような気がした 내가 옷을 갈아 입고 났을 때 이번에는 또 간소한 저녁상이 디밀어졌다 When I changed my clothes, this time a simple dinner was pushed back. 私が着替えを済ませると、今度はまたまた簡素な晩御飯がディムされた。

나는 말없이 디밀어진 저녁상을 I'm silently eating dinner

또한 그렇게 말없이 받아서 지체없이 다 먹어 치웠다 I also took it without a word and ate it all up without delay. 내가 빈 그릇을 문밖으로 내어놓자 밖에서 기다리고나 있었던 듯 It was like they were waiting outside when I put the empty bowl out the door. 이내 진기수씨가 어떤 늙은 중 하나를 데리고 들어왔다 Soon, Mr. Jin Ki-soo came in with one of the old men. やがてジンギスさんが、ある老人の一人を連れて入ってきた。 이 분을 따라가게 follow this guy この方を追いかけよう

소개장은 이분에게 맡겼어 The introduction was entrusted to this person. 紹介状はこの人に任せたよ

큰절의 내 법사 스님한테 가는 I go to my Buddhist monk in a big way 大寺院の私の住職のお坊さんに行く

나는 무조건 네 네 하며 곧장 머리를 끄덕일 뿐이었다 I just nodded my head straight up saying yes and no. 私は無条件に「はいはい」と素直にうなずくだけだった。 나를 살려 주려는 사람에게 무조건 나를 맡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I had no choice but to entrust myself to the person who wanted to save me.

길은 일본 병정들이 알지도 못하는 산속 지름길이야 The road is a shortcut in the mountains that Japanese soldiers do not even know about. この道は日本兵が知らない山奥の近道です。

한 백 리 남짓 되지만 오늘이 스무 하루니까 밤중 되면 달빛도 좀 있을 게구 It's only a hundred li, but today is twenty days, so there will be some moonlight in the middle of the night. 一百里余りだけど、今日が二十日だから、夜中になれば月明かりもあるだろう。

그럼 불연 깊기를 나무관세음보살 Then, the depth of fire is the Bodhisattva Tree Guanyin では、不燃の深さを木造観世音菩薩

그는 나를 향해 합장을 하며 머리를 수그렸다 He bowed his head, clasping his hands at me. 나는 목이 콱 메어옴을 깨달았다 I realized my throat was choking 私は喉の奥が詰まるのを実感しました。

눈물이 핑 돈 채 나도 그를 향해 잠자코 합장을 올렸다 With tears in my eyes, I silently put my hands on him. 涙がポロポロ流れる中、私も彼に向かって黙祷を捧げました。 어둡고 험한 산길을 늙은 중 경암은 거침없이 걸었다 As an old man, Kyungam walked relentlessly on a dark and rugged mountain road. 아무리 발에 익은 길이라 하지만 No matter how familiar the road is,

군데군데 나뭇가지가 걸리고 바닥이 패이고 돌이 솟고 Branches are jammed here and there, the floor is dented, and stones come up. 게다가 굽이굽이 골짜기 계곡물이 가로지르는 우거진 수풀속의 지름길을 In addition, there is a shortcut through the lush greenery that winds through the valley water.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쩌면 그렇게도 잘 뚫고 나가는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I was just amazed at how well he could break through in the pitch-black darkness. 내가 믿는 것은 젊음 하나 뿐이련만 그는 이십 리나 삼십 리를 걸어도 There is only one youth I believe in, but even if he walks twenty or thirty li, 힘에 부치어 쉬자고 할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There did not appear to be any sign of urging him to rest. 나는 쉴새 없이 손으로 이마의 땀을 씻어 가며 그의 뒤를 따랐으나 I followed him, constantly wiping the sweat from my forehead with my hands. 한참씩 가다 보면 어느덧 그를 어둠 속에 잃어 버리곤 했다 After a while, I used to lose him in the dark.

나는 몇 번이나 나뭇가지에 얼굴이 긁히우고 How many times have I been scratched by the branches 돌에 채여 무릎을 깨우고 하며 대사 대사 그를 불러야만 했다 I was stoned to wake my knees up and had to call the ambassador to him.

그럴 때마다 경암은 혼잣말로 낮게 중얼거리며 나를 기다려 주는 것이나 Every time that happens, Kyung-am mutters to herself and waits for me.

내가 가까이 가면 또 아무 말도 없이 그냥 휙 돌아서서 When I get close, you just turn around without saying a word 걸음을 옮겨 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to begin to take steps 밤중도 훨씬 넘어 조각달이 수풀사이로 비쳐 들면서 나는 비로소 생기를 얻기 시작했다 Long beyond the night, as the crescent moon shone through the bushes, I finally began to gain vitality. 이제부터는 경암이 제 아무리 앞에서 달린다 하더라도 From now on, no matter how much Kyungam runs in front of me, 두 번 다시 그를 놓치지는 않으리라 맘속으로 다짐했다 I vowed in my heart that I would never let him go again. 이렇게 정세가 바뀌어졌음을 그도 느끼는지 Does he feel that the situation has changed like this? 내가 그의 곁으로 다가서자 그는 나를 흘낏 돌아다보더니 As I approached him, he glanced back at me. 한 쪽 팔을 들어 먼데를 가리키며 반원을 그어 보이고는 이백 리 라고 했다 He raised one arm and pointed to the distance, drew a semicircle and said two hundred li. 이렇게 지름길을 가지 않고 좋은길로 돌아가면 이백 리 길이라는 뜻인 듯했다 It seemed to mean that if you go back to the good road without taking a shortcut like this, it will be two hundred li. 나는 한 마디 얻어들은 중국말로 쎄 쎄 하고 장단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했다 I used to nod my head in the Chinese language I had heard, chanting and chanting. 우리가 정원사 산문 앞에 닿았을 때는 이튿날 늦은 아침녘이었다 It was late the next morning when we reached the gardener's gate

경암은 푸른 수풀 속에 거뭇거뭇 보이는 높은 기와집들을 손가락질로 가리키며 Kyungam points with her finger at the tall tiled houses that are darkly visible in the green bushes. 자랑스런 얼굴로 무어라고 중얼거렸다 I mumbled something with a proud face. 나는 또 고개를 끄덕이며 하오 하오 를 되풀이했다 I nodded again and repeated Hao Hao. 산문을 지나 정문을 들어서니 산무데기 같은 큰 다락이 정면에 버티고 섰다 When I passed the prose gate and entered the main gate, a large attic like a mountain was standing in front of me. 현판을 쳐다보니 태허루라고 씌어 있었다 When I looked at the signboard, it was written Taeheoru. 태허루 곁을 돌아 안마당 어귀에 들어서니 Turning around Taeheoru and entering the courtyard, 정면 한 가운데 높직이 앉아 있는 가장 웅장한 건물이 법당이라고 짐작이 가나 Can you guess that the most magnificent building sitting tall in the middle of the front is the sanctuary? 그 양 옆으로 첩첩이 가로 세로 혹은 길쭉하게 눕고 On either side of it, lie down horizontally, vertically or elongatedly. 혹은 높다랗게 서고 혹은 둥실하게 앉은 무수한 집들이 모두 Or all the countless houses that stand tall or sit loosely 무슨 이름에 어떠한 구실을 하는 것들인지 What names do they serve? 첫 눈엔 그저 황홀하고 얼떨떨할 뿐이었다 At first glance, I was just ecstatic and bewildered. 경암은 나를 데리고 그 첩첩이 둘러 앉은 집들 사이를 한참 돌더니 Kyung-am took me around for a while between the houses the concubine was sitting around.

청정실이란 조그만 현판이 붙은 조용한 집 앞에 와서 기척을 했다 I came in front of a quiet house with a small signboard called Clean Room and made a mark.

방문이 열리더니 한 스무 살이나 될락말락한 젊은 중이 얼굴을 내 밀며 알은 체를 한다 The door opens, and a young man in his twenties, in his twenties, shows his face and pretends to be an egg. 둘이서 한참동안 말을 주고 받고 한 끝에 경암이 나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The two of us talked for a long time, and at the end, Kyung-am took me into the house. 방안에는 머리가 하얗게 세고 키가 성큼하게 커 뵈는 노승이 In the room, there is an old monk with white hair and a tall figure. 미소 띤 얼굴로 경암과 나를 맞아 주었다 He greeted me with a smile on his face. 나는 말이 통하지 않으므로 노승 앞에 발을 모으고 서서 정중히 합장을 올렸다 I can't speak, so I stood with my feet together in front of the old monk and politely raised my hands. 어저께 진기수씨 앞에서 연거푸 머리를 수그리던 것과는 달리 Unlike the day before yesterday, when I bowed my head in front of Mr. Jin Ki-soo,

이번에는 한 번만 정중하게 머리를 수그려 절을 했던 것이다 This time, he bowed politely with his head bowed only once.

노승은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자리를 가리킨 뒤 The old man nodded with a smile on his face and pointed to me. 경암이 내어 드린 진기수씨의 편지를 펴 보았다 I opened the letter from Ki-soo Jin, which Kyung-Am gave me. 불은이로다 this is fire

편지를 읽고 난 노승은 이렇게 말했다 After reading the letter, the old man said: 그것도 그때는 알아듣지 못 했지만 나중에 가서 알고 보니 그랬다 I didn't understand that at the time, but later I found out that it was. 그리고 이것도 나중에야 알게 된 일이지만 And this is something I only found out later. 이 노승이 두어해 전까지 이 절의 주지를 지낸 원혜대사로 This old monk, Wonhye, was the head of this temple until a couple of years ago. 진기수씨가 말한 자기의 법사 스님이란 곧 이분이었던 것이다 The monk Jin Ki-soo said was this man. 그날 저녁 나는 원혜대사의 주선으로 그가 거처하고 있는 청정실 바로 곁의 That evening, with the arrangement of Ambassador Won-hye, I was placed right next to the clean room he was living in.

조그만 방 한 칸을 혼자서 쓸 수 있게 되었다 I was able to use a small room by myself. 나를 그 방으로 인도해 준 원혜대사의 젊은 시봉은 The young Sibong of Ambassador Wonhye, who led me to that room, 저와 이웃이죠 me and my neighbor

하며 희고 넓적한 이를 드러내 보이며 빙긋이 웃었다 He smiled brightly, revealing his white, broad teeth.

그리고 자기 이름을 청운이라 부른다고 했다 And he said that he called his name Chungwoon. 나는 방 한 칸을 따로 쓰고 있었지만 결코 방안에 들어앉아 게으름을 피우지는 않았다 I had a separate room, but never sat in the room and was lazy. 나를 죽을 고비에서 건져 준 진기수씨나 그의 법명은 혜운이었다 Ki-soo Jin, who rescued me from death, or his legal name was Hye-Woon. 원혜대사의 은덕을 생각해서라도 나는 결코 남의 입에 오르내릴 짓을 해서는 안되리라고 결심했다 Even considering the grace of Ambassador Wonhye, I decided that I should never do anything that would come in the mouth of others. 나는 아침 일찌기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예불을 끝내면 청운과 함께 I wake up early in the morning to wash my face 청정실 안팎과 앞뒤의 복도와 뜰을 먼지 티끌 하나 없이 쓸고 닦았다 The inside and outside of the clean room, as well as the hallways and yards in front and behind, were swept and cleaned without a single speck of dust. 뿐만 아니라 다른 스님들을 따라 산에 가 약도 캐고 식량 준비도 거들었다 Not only that, he followed other monks to the mountains to gather medicine and help with food preparation. 이 절에서도 전쟁 관계로 식량이 딸렸으므로 Even in this temple, food was scarce because of the war. 산중의 스님들은 여름부터 식용이 될 만한 풀잎과 나무 뿌리 같은 것들을 캐러 산으로 가곤 했었다 The monks in the mountains used to go to the mountains to find edible grass leaves and tree roots from the summer.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손발을 깨끗이 씻고 When you return from work, wash your hands and feet 내 방에 끓어 앉아 불경을 읽거나 그렇지 않으면 청운에게 중국어를 배웠다 Boiled in my room and read Buddhist sutras or otherwise learned Chinese from Cheng Yun 이것은 나의 열성에다 청운의 호의가 곁들어서 그런지 의외로 빨리 진척이 되어 사흘만에 이미 간단한 말로 It progressed surprisingly quickly, and in three days it was already simple 물론몇 마디씩이지만 대화하는 흉내까지 낼 수 있게 되었다 Of course, it was only a few words, but I was able to imitate conversation

아무리 방에 혼자 있을 때라도 취침 시간 이외엔 방안에 번듯이 드러눕지 않도록 내 자신과 씨름을 했다 I struggled with myself so as not to lie down in the room. 그렇게 버릇을 들이지 않으려고 I don't want to get into that habit

나는 몇 번이나 내 자신에게 다짐을 놓았는지 모른다 I don't know how many times I made a promise to myself 졸음이 와서 정 견디기가 어려울 때는 밖으로 나와 어정대며 바람을 쐬곤 했다 When I was sleepy and couldn't bear it, I used to go out and get some fresh air. 처음엔 이렇게 막연히 어정대며 바람을 쐬던 것이 얼마 가지 않아 나는 어정대지 않게 되었다 At first, I was vaguely arrogant, but it didn't take long for me to become arrogant. 으레껀 가는 곳이 정해지게 되었다 The place to go has been decided

그것은 저 금불각이었던 것이다 it was that golden temple

여기서도 물론 나는 법당 구경을 먼저 했다 Here too, of course, I toured the courthouse first. 본존을 모셔 둔 곳이니 만큼 As it is the place where the main deity is enshrined

그 절의 풍도나 품격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 주는 곳이라는 까닭으로서 보다도 More than just because it is a place that most representatively shows the style and dignity of the temple. 절 구경은 으레껀 법당이 중심이라는 종래의 습관 때문이라고 하는 편이 옳았는지 모른다 Perhaps it would be more correct to say that temple visits are due to the old habit that the main hall is the main hall. 그러나 내가 법당에서 얻은 감명은 But the impression I got in the courthouse was

우리 나라의 큰 절이나 일본의 그것에 견주어 그렇게 자별하다고 할 것이 없었다 There was nothing that could be said to be so discriminating compared to the large temples in our country or those in Japan.

기둥이 더 굵대야 그저 그렇고 불상이 더 크대야 놀랄 정도는 아니요 The pillars are thicker. It's just that. The Buddha statues are bigger. It's not surprising. 그 밖에 채색이나 조각에 있어서도

한국이나 일본의 그것에 비하여 더 정교한 편은 아닌 듯 했다 It didn't seem like it was more sophisticated than that of Korea or Japan. 다만 정면 한가운데 높직이 모셔져 있는 세 위의 금불상을 However, in the middle of the front, there are three golden Buddha statues. 그대로 살아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힘겨룸을 시켜 본다면 If you treat him as a living person and force him to struggle 한국이나 일본의 그것보다 더 놀라운 힘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I thought that I could use more amazing power than that of Korea or Japan. 그러니까 나로서는 어디까지나 살아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힘 겨룸을 시켜 본다면 하는 가정에서 말한 것이지만 I said it in a family where I would try to force myself to compete. 그네 들의 눈으로 보면 자기네의 부처님이 그만큼 더 거룩하게만 보일는지 모를 일이었다 They didn't know that their Buddha could only look more holy when they saw it through their eyes. 더 쉽게 말하자면 내가 위에서 말한 더 놀라운 힘이 체력을 뜻하는 것이지만 To put it more simply, the more amazing power I mentioned above means stamina. 그들의 눈에는 그것이 어떤 거룩한 법력이나 도력으로 비칠는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In their eyes, it might be reflected by some holy dharma or spiritual power. 그리고 내가 특히 이런 생각을 더 하게 된 것은 금불을 구경한 뒤였다 And it was after seeing the Golden Buddha that I especially thought about this. 금불각 속에 모셔져 있는 등신금불을 보고 받은 깊은 감명이 I was deeply impressed by seeing the golden Buddha enshrined in the Golden Buddha. 그 절의 모든 것을 everything in the verse

특히 법당에 모셔져 있는 세 위의 큰 불상을 In particular, the three great Buddha statues enshrined in the main hall 거룩하게 느끼게 하는 어떤 압력 같은 것이 되어 나타났다고나 할까 It seems to have appeared as a kind of pressure that makes you feel holy. 물론 나는 청운이나 원혜대사로부터 금불각에 대하여 미리 들은 바도 없으면서 Of course, I had never heard anything about the Golden Buddha from Cheongun or Wonhye in advance.

금불각이 앉은 자리라든가 그 집 구조로 보아 약간 특이한 느낌이 Considering the seat of the Golden Buddha or the structure of the house, it has a slightly unusual feeling. 그 안의 등신불을 구경하기 전에 이미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It's not that I haven't lifted it before seeing the headlights inside.

그것은 무엇보다도 법당 뒤곁에서 길 반 가량 높이의 돌계단을 올라가서 It is, above all, by going up the half-high stone steps from the back side of the main hall.

거기서부터 약 오륙십 미터 거리의 석대가 구축되고 From there, a stone platform about fifty-five meters away was built. 그 석대가 곧 금불각에 이르는 길이 되어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I didn't even know it was because the stone pillar was going to be the road leading to the Golden Buddha. 더구나 그 석대가 똑같은 크기의 넓적넓적한 네모잽이 돌로 쌓아져 있는데 돌 위엔 보기 좋게 거뭇거뭇한 돌 옷이 입혀져 있었던 것이다 On top of the stone was a nice dark stone robe. 말하자면 법당 뒤곁의 동북쪽 언덕을 보기 좋은 돌로 평평하게 쌓아서 석대를 만들고 In other words, the hill to the northeast of the backside of the main hall was laid flat with beautiful stones to make a stone pedestal. 그 위에 금불각을 세워 놓은 것이다 A golden buddha was erected on it.

게다가 추녀와 현판을 모두 돌아가며 도금을 입히고 In addition, both the ugliness and the signboard are gilded in turns. 네 벽에 새긴 조상과 그림에 도금을 많이 써서 With a lot of plating on the statues and paintings on your walls 그야말로 밖에서는 보는 건물 그 자체부터 금빛이 현란했다 From the outside, the golden color of the building itself was dazzling. 나는 본디 비단이나 종이나 나무나 쇠붙이 따위에 올린 금물이나 금박 같은 것을 웬지 거북해하는 성미라 By nature, I am a shy mother who is uncomfortable with things like gold or gold placed on silk, paper, wood, or metal. 금불각에 입혀져 있는 금빛에도

그러한 경계심과 반감 같은 것을 품고 대했지만

하여간 이렇게 석대를 쌓고 금칠을 하고 할 때는 In any case, when you build a stone pedestal like this and gilt it, 그들로서 무엇인가 아끼고 위하는 마음의 표시를 하느라고 한 짓임에 Because they did it to show their feelings of cherishing and caring for something.

틀림없을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I can't help but see that it must be 그러면서도 나는 그 아끼고 위하는 것이 보나마나 대단한 것은 아니리라고 Still, I thought that the things that I cherish and care for would not be great at all. 혼자 속으로 미리 단정을 내리고 있었다 I was making my own decisions in advance 나의 과거 경험으로 본다면 From my past experience

이런 것은 대개 어느 대왕이나 황제의 갸륵한 뜻으로 This is usually the noble will of any great king or emperor. 순금을 많이 넣어서 주조한 불상이라든가 Buddha statues cast with a lot of pure gold 또는 어느 천자가 어느 황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 친히 Or a certain emperor himself to pray for the well-being of a certain empress 불사를 일으킨 연유의 불상이라든가 하는 따위 대왕이나 황제의 권리를 보여 주기 위한 금빛이 십상이었기 때문이었다 It was because gold was often used to show the rights of a great king or emperor. 나의 이러한 생각은 그들이 이 금불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하여 My thoughts are that they will increase the authority of this golden temple. 좀처럼 문을 열어 주지 않는 것을 보고 더욱 굳어졌다 It hardened even more when I saw that the door was rarely opened. 적어도 은화 다섯 냥 이상의 새전이 아니면 문을 여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It is said that there is no way to open the door unless it is at least five silver coins or more. 그렇지 않으면 어느 선남 선녀의 큰 불공이 있을 때라야만 한다는 것이다 Otherwise, it should be done only when there is a great disgrace between a good man and a good woman. 그리고 이때에도 본사 승려 이외에 금불각을 참례하는 자는 And even at this time, anyone other than the monks of the head office attends the Golden Temple. 또 따로 새전을 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Another thing to say is that you have to make a separate

그렇다면 더구나 신도들의 새전을 긁어모으기 위한 술책으로 Then, moreover, as a tactic to rake the new 좁쌀 만한 언턱거리를 가지고 연극을 꾸미고 있는 것임에 틀림이 없으리라고 There must be no doubt that he is decorating a play with a narrow jawline. 나는 아주 단정을 하고 도로 내 방으로 돌아왔다가 I came back to my room very neat and 그때 마침 청운이 중국어를 가르쳐 주려고 왔기에 At that time, Chungwoon came to teach me Chinese. 저 금불각이란 게 뭐지 what is that gold nugget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물어 보았다 asked as if nothing

왜요

청운이 빙긋이 웃으며 도로 물었다 Cheongwoon smiled and asked again.

구경 갔더니 문을 안 열어 주던데 I went to look and they didn't open the door.

지금 같이 가 볼까요

뭐 담에 보지

담에라도 그럴 거예요 Even on the wall

이왕 맘 난 김에 가 보시구려 This time, I want to go to Kim.

청운이 은근히 권하는 빛이기도해서 나는 그렇다면 하고 그를 따라 나갔다 It was also the light that Chungwoon secretly recommended, so I said yes and followed him. 이번에는 청운이 숫제 금불각을 담당한 노승에게서 쇳대를 빌려와 손수 문을 열어 주었다 This time, Cheongwoon borrowed an iron rod from the old monk who was in charge of the handmade gold Buddha and opened the door by hand. 그리고 문앞에 선 채 그도 합장을 올렸다 And standing in front of the door, he also raised his hands

나는 그가 문을 여는 순간부터 미묘한 충격에 사로잡힌 채 From the moment he opened the door, I was in a subtle shock. 그가 합장을 올릴 때도 그냥 멍하니 불상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When he raised his hands, he just stood there staring blankly at the statue of Buddha.

우선 내가 예상한 대로 좀 두텁게 도금을 입힌 불상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First of all, as I expected, there was no doubt that it was a rather thickly plated Buddha. 그러나 그것은 전혀 내가 미리 예상했던 그러한 어떤 불상이 아니었다 But it was not at all any kind of Buddha I had anticipated in advance. 머리 위에 향로를 이고 두 손을 합장한 with a censer over his head and his hands joined 고개와 등이 앞으로 좀 수그러지고 입도 조금 헤벌어진 The head and back are slightly bent forward, and the mouth is a little hazy. 그것은 불상이라고 할 수도 없는 형편없이 초라한 It is so shabby that it cannot even be called a Buddha image. 그러면서도 무언지 보는 사람의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Still, it seems to squeeze the heart of the beholder 사무치게 애절한 느낌을 주는 등신대의 결가부좌상이었다 It was a life-size, cross-legged seated statue that gave a terribly mournful feeling. 그렇게 정연하고 단아하게 석대를 쌓고 So orderly and elegantly, I built the stone pedestal,

추녀와 현판에 금물을 입힌 금불각 속에 안치되어 있음직한 It is likely to be enshrined in a golden temple with gold gilding on the ugliness and the signboard. 아름답고 거룩하고 존엄성 있는 beautiful, holy and dignified

그러한 불상과는 하늘과 땅 사이 라고나 할까 Can such a Buddha image be said to be between heaven and earth? 너무도 거리가 멀고 어이가 없는 허리도 제대로 펴고 앉지 못한

머리 위에 조그만 향로를 얹은 채 우는 듯한 웃는 듯한 찡그린 듯한 With a small incense burner on his head, as if crying, as if smiling, as if grimacing

오뇌와 비원이 서린 듯한 그러면서도 무어라고 형언할 수 없는 It seems like it is full of thoughts and desires, yet it is indescrib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