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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속죄와용서」 Pachinko 파친코 [Book 1. 고향]

「속죄와용서」 Pachinko 파친코 [Book 1. 고향]

파친코. Book 1. 고향

속죄와 용서.

일주일이 지났다. 양진과 선자, 이삭 세 사람은 이른 아침부터 연락선을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여자들은 솜을 덧댄 누비 외투 아래에 흰색 한복을 입었고, 광을 낸 구두를 신은 이삭은 깨끗하게 다려진 정장 위에 코트를 걸쳤다. 신 목사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그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 사람이 도착하자 교회 식모가 이삭을 알아보고 일행을 신 목사에게 안내했다.

"드디어 왔구나."

신 목사는 바닥에서 일어나 인사하며 새 사람을 맞이했다.

"어서 들어오세요."

양진과 선자는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교회에 온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양진은 고개를 들어 신 목사를 조심히 살펴보았다. 신 목사의 낡은 목사 가운은 마른 몸 때문에 너무 커 보이고 소매도 닳아 있었다. 그러나 목 부근에 흰색 목회자 칼라는 깨끗하고 빳빳했다. 신 목사는 어깨가 구부정했지만 주름진 목사 가운이 그것을 가려주는 것 같았다.

교회는 난방이 거의 되지 않았고, 신 목사의 방 한가운데에 화로 하나만 놓여 있었다. 식모가 손님들을 위해 방석 세 개를 가져와 그 주위에 놓아두었다. 세 사람은 신 목사가 앉을 때까지 자리에 앉지 못한 채 어색하게 서 있어야 했다. 신 목사가 자리에 앉자 이삭이 신 목사 옆에 앉았다. 양진과 선자는 우물쭈물하며 신 목사의 맞은편에 앉았다.

일행은 자리에 앉았으나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신 목사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나지막이 기도를 시작했다. 그는 기도를 끝내고 나서야 이삭이 결혼하려는 여자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젊은 목사가 다녀간 후, 신 목사는 많은 생각을 했다. 그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호세아서도 다시 읽어보았다. 회색 모직 정장을 입고 앉아 있는 우아한 청년과는 극단적으로 다른 느낌의 여자를 신 목사는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다부진 몸집과 둥그스름하고 수수한 얼굴을 한 여자는 겸손해서인지, 아니면 부끄러워서인지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 어디에서도 선지자 호세아가 결혼해야 했던 창녀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의 태도나 몸가짐에는 전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신 목사의 아버지는 관상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말했지만 신 목사는 아버지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눈으로 여자의 운명을 점쳐 본다고 하더라도 쉬운 삶을 살 여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아주 박복해 보이지도 않았다. 신 목사는 여자의 배를 흘낏 보았지만 풍성한 치마와 외투에 가려 임신했는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삭과 함께 일본에 가는 걸 어떻게 생각해?" 신 목사가 선자에게 물었다.

선자가 고개를 들었다 다시 내렸다. 그녀는 목사가 정확히 무슨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

신 목사와 백이삭은 무당이나 승려들의

주술에 흘릴 사람들 같지는 않았다.

"네 생각을 듣고 싶구나." 신 목사가 선자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뭐라고 말 좀 해보렴. 한마디도 않고 여기서 나갈 거야?"

이삭은 두 여자가 신 목사의 엄격한 어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목소리와 달리 신 목사의 마음은 그렇지 않으니까 걱정 말라고

두 사람을 안심시켜주고 싶었다.

양진은 딸의 무릎에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몇 가지 질문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신 목사가 두 사람에 대해

좋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선자야, 신 목사님께

백이삭 목사님이랑 결혼하는 걸 우째 생각하는지

말씀드려 봐레이." 선자는 입을 벌렸다가 다시 다 물었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증말 감사하지예.

백이삭 목사님이 힘드실낀데

그리 해준다 캐서 증말 감사해예.

지는 백 목사님을 위해

증말 열심히 일할 낍니더. 일본에서 더 잘 살 수 있게 뭔 일이라도

다 할 끼라예." 이삭은 눈살을 찌푸렸다.

선자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선자의 그런 마음을 듣게 되자 마음이 착잡해졌다. "알겠다."

신 목사는 양손을 맞잡았다. "이건 참으로 고통스러운 희생이야.

이삭은 좋은 가정에서 자란 훌륭한 청년이지.

내가 처한 상황이 그런데 결혼을 하려고 마음먹다니, 전혀 쉬운일이 아니야."

이삭이 그렇지 않다는 뜻으로 오른손을 살짝

들어 올렸지만 어른의 말씀을 존중해야 했으므로 조용히 있었다.

신 목사가 결혼을 반대하면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곤란해할 게 분명했다.

"이게 다 내가 자초한 일이라던데 사실이냐?"

신 목사가 선자에게 말했다.

이삭은 선자의 상처받은 표정을 계속 바라볼 수는 없었다.

빨리 여자들을 하숙집으로 다시 데려가고 싶었다.

"제가 진짜 큰 실수를 했습니더.

엄마랑 훌륭하신 백 목사님한테 짐이 돼서 정말로 죄송스러워예."

선자의 새까만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상처받은 선자는 평소보다 더 어린애처럼 보였다.

양진은 딸이 잘했든 잘못했든 상관없다는 듯 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러나 잇새로 새어 나오는 흐느낌을 참을 수는 없었다.

"신 목사님, 이 사람은 이미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요."

"이 아이는 자신의 죄를 깨닫고 용서를 구해야 해.

진정으로 회개 해야만 주님의 용서를 받을 수 있어."

신 목사는 단어를 신중하게 골라 말했다.

"이 사람도 그걸 원할 겁니다." 이삭은 선자가 이런 식으로

하나님께 다가서기를 원하지 않았다.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랐다.

신 목사는 선자를 유심히 살펴 보았다.

"정말, 죄를 용서받고 싶어?"

신 목사는 선자가 자신의 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순교자나 선지자가 되고자 하는 이 젊은이의 패기가 선자에게

자신의 죄에 대해 제대로 설명 했을까?

회개 하지 않은 죄 많은 여인과 어떻게 결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선지자 호세아에게 지시하신 일이기도 했다.

이삭은 그걸 알고 있었던 것인가?

"하나님의 눈에는 결혼도 하지 않은 남자와 함께하는 것은 큰 죄 란다.

그 남자는 어디 있니? 이삭이 왜 네 죗값을 치러야 하지? " 신 목사가 물었다.

선자는 붉어진 뺨에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으려고 했다.

모퉁이에 있던 교회 식모는 농아였지만 사람들의 입술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대충 알아차리고

외투 주머니에서 깨끗한 천을 꺼내

불쌍한 아이에게 건내주었다.

식모가 선자에게 얼굴을 닦으라고

몸짓으로 알려주자 선자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신 목사는 한숨을 쉬었다. 더 이상 소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성실한 젊은 목사를 보호해야 했다.

"아이 아버지는 어디 있지?"

"지도 모른다 카네예." 양진은 자신도 그 대답을 듣고 싶었지만 선자를 감싸야 했다.

"우리 애는 지가 한 일을 정말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예."

양진이 딸을 돌아보았다. "목사님한테, 하나님께 용서받고 싶다고 말씀드리거레이."

양진도 선자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무당에게 돈을 주고 농사가 잘 되게 해달라고 비는 것과

비슷한 의식이 아닐까?

백이삭은 한 번도 용서에 관해 말해준 적이 없었다.

"지를 용서해주실 수 있습니꺼?"

선자가 신 목사에게 물었다.

신 목사는 소녀가 가련하게 느껴졌다.

"얘야, 너를 용서하는 건 내가 아니란다."

신 목사가 대답했다. 선자는 계속 시선을 내리깔고 있을 수 없어서

신 목사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콧물과 눈물로 엉망이 된 선자의 얼굴은 보기가 흉했다.

"선자야, 네가 할 일은 주님께 용서해 달라고 말씀드리는 거란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빚을 갚아주셨지만

넌 여전히 용서를 구해야 해. 선한 마음을 되찾겠다고 약속해라.

회개하고 더 이상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단다, 얘야."

신 목사는 선자가 배우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순간 선자의 배 속에는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러다가 또다시 호세아의 창녀 아내 고멜이 떠올랐다.

수치심도 모르는 고멜은 나중에 호세아를 다시 속였다.

그 생각에 신 목사는 눈살이 찌푸려졌다.

"정말로 죄송합니더." 선자가 또다시 사과를 했다.

"다시는 그런 일 없을 낍니더. 다른 남자와 함께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끼라예."

"너도 이 청년과 결혼하고 싶은 거구나.

이삭은 너와 결혼해서 아이를 돌보고 싶다지만 그게 현명한 행동 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이삭이 너무 이상주의자라서 걱정이야.

이삭의 가족이 여기 없어서 내가 이삭이 잘 지내도록 보살펴야 한단다."

선자는 흐느낌을 억누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양진은 백이삭이 신 목사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한 이래로

두려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신 목사님, 저는 선자가 좋은 아내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이삭이 간청했다. "결혼을 허락해주시고 축복해세요.

목사님께서는 현명한 식견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겠지만,

이게 다 주님의 소망이라고 전 믿습니다. 저는 이 결혼이 선자와

아니라 제게도 유익하리라고 믿어요."

신 목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목사의 아내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

신 목사가 선자에게 물었다.

선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자의 숨소리가 다시 편해졌다.

"이 아이에게 말했나?" 신 목사가 이삭에게 물었다.

"전 부목사가 될 겁니다. 선자 씨에게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아요.

신도가 많지 않거든요. 게다가 선자 씨는 열심히 일하고 빨리 배워요."

이삭은 이렇게 말했지만 그 문제에 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평양에 있는 고향 교회를 담임하던 목사님의 아내는 아이를

여덟이나 낳아 기르면서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남편과 함께 고아를 돌보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했던 훌륭한 여인이었다.

그녀가 죽자 교구민들은 마치 어머니를 잃어버린 것처럼 구슬프게 울었다.

이삭과 선자, 양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넌 이 사람에게 충실하겠다고 맹세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큰 수치를 네 어머니와 돌아가신 네 아버지에게

안겨주게 될 거야.

주님께 용서를 구해야 하고, 일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믿음을 달라고 해야 한다.

완벽한 사람이 돼야 해, 일본에서 조선인들은 처신을 아주 잘 해야 한단다.

그들은 이미 우리를 업신여기고 있잖니. 우리를 더 나쁜 인간으로 매도할

빌미를 줘서는 안 돼.

나쁜 조선인 한 명이 다른 조선인 수천 명의 평판을 망치는 거야.

나쁜 기독교인 한 명이 수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상처를 주지.

그건 어디서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불신자들의 나라에서는 더 하단다. 내 말 알겠니?"

"지도, 정말로 용서받고 싶어예, 목사님." 선자가 말했다.

신 목사는 무릎을 꿇고 앉아 오른손을 선자의 어깨에 올렸다.

그러고는 선자와 이삭을 위해 한참 동안 기도했다.

기도가 끝나자, 신 목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자와 이삭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결혼 예배를 올려주었다.

그 의식은 몇 분 만에 끝나버렸다.

신 목사가 이삭과 선자를 데리고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관청과 경찰서로 간 사이,

양진은 시장을 향해 차분하지만 빠른 발걸음을 옮겼다.

양진은 마치 달리기라도 하듯 걸었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내내 양진은 신 목사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선자가 처한 이런 상황에서 더 나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어처구니 없고

배은망덕한 짓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양진은 원래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그래도 하나뿐인 자식에게는 더 나은 것을 해주고 싶었다.

말이 나온 김에 결혼식은 최대한 빨리 올리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오늘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양진은 고작 몇 분만에 끝나버렸던

자신의 형식적인 결혼식을 떠올렸다. "그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

양진은 스스로 되뇌었다.

양진은 쌀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미닫이문의 넓은 문틀을 두드리며 안을 살펴보았다.

가게 안에는 손님이 없었다. 줄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쌀가게 주인의 짚신

근처에서 살금살금 움직이며 나른한 울음소리를 냈다.

"아지매, 오랜만이네예." 쌀집 주인인 조 씨가 나와 양진을 보고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조 씨는 양진의 머리가 전보다 더

희끗해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잘 지내셔지예? 아지메하고 딸들도 잘 지냅니까? " 조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흰쌀 좀 있어예?" "중요한 손님이 왔는 가베예?

근데 팔 수 있는 게 없는데 우야지요?

흰쌀이 죄다 어데 가는가 아지매도 아시잖아예." 조 씨가 말했다.

"돈은 있습니더." 양진은 두 사람 사이에 놓인 탁자 위에

돈주머니를 올려놓았다.

2년 전 선자가 직접 파란 천에 노란 나비를 수놓아

생일 선물로 준 것이었다.

파란 돈주머니는 반쯤 차 있었고,

양진은 그 돈이면 충분하길 바랐다. 조 씨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양진에게 흰쌀을 팔고 싶지 않았다.

일본인에게 부르는 것과 똑같은 값을 양진에게 받아야하기 때문이었다.

"남은 게 너무 적어서 이키는 거 아닙니꺼.

일본인 손님이 왔는데 팔 게 없으면 곤란해서예.

아지매한테 안 팔고 싶어서 이키는 게 아니고예."

"오늘 딸이 결혼을 했습니다."

양진은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선자가예? 누구랑예? 누구랑 결혼했어예?

조 씨는 불구인 아버지의 손을 잡고 다니던 어린 소녀를 떠올려 보았다.

"선자가 약혼을 했는 줄은 몰랐네예. 오늘 결혼 했다고예?"

북쪽에서 온 목사랑했어예."

결핵에 걸렸다던 그 사람예? 그거 미친 짓 아입니꺼!

와 그런 남자한테 딸을 보냈어예? 그 남자는 곧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 아입니꺼."

"그 목사님이 선자를 오사카로 데려갈 낍니다.

그러면 남자들이 많은 하숙집에서 사는 것보다 덜 힘들 거 아닙니까."

양진이 말했다. 양진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고 조 씨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선자는 자기 둘째 딸보다 몇 살 어렸으니

분명 열여섯 살이나 열일곱 살쯤 되었을 것이다.

시집갈 만한 나이기는 했지만, 하필 왜 그런 남자에게 딸을 보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석탄 배달하는 준은 그 목사가 부유한 집안 출신이라고 했다.

그런데 선자는 자식에게 나쁜 피를 물려줄 수도 있는 여자가 아닌가?

누가 그런 여자를 원할까? 아무리 오사카에 여자가 많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 사람이 뭐 좋은 조건을 내걸었는갑지예?"

조 씨는 작은 돈주머니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양진은 그럴듯한 결혼 지참금을 줄 수 없는 형편이었다.

하숙집에는 노상 배가 고픈 어부들과 거두지 말았어야 했던

가난한 두 식모들이 있었다. 그들을 먹이고 나면

남는 것은 겨우 동전 몇 푼뿐이었다.

조 씨는 딸들을 시집보낸지 몇 년 되었다.

작년에는 작은딸의 사위가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쫓겨서

만주로 도망쳤다.

그래서 지금 조 씨는 사위가 그렇게 기를 쓰고

이 나라에서 쫓아내려 했던 부유한 일본인 손님들에게 가장 좋은 상품을

팔아서 그 훌륭한 애국자 사위의 자식들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

일본인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내일 당장 가게 문을 닫아야 하고,

조 씨 가족은 굶어 죽을 것이다.

"잔치 치를 만치 쌀이 필요하신 겁니꺼?"

조 씨는 양진이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지불할 건지 궁금해서 이렇게 물었다.

"언지예, 두 명 먹을 것만 있으면 됩니다."

조 씨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눈앞의 자그맣고 지친 여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팔 게 그래 많지가 않습니다."

조 씨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신랑 신부한테 고향 떠나기 전에 저녁으로 흰쌀밥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러니까네

고만큼만 있으면 되예." 양진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자

조 씨는 시선을 피했다. 조 씨는 여자들이 우는 걸 보는 게 싫었다.

할머니와 어머니, 아내, 딸들은 모두 끝없이 울었다.

여자들은 너무 많이 운다고 조 씨는 생각했다.

큰딸은 인쇄업자로 일하는 남자와 마을의 다른 쪽 동네에 살았고,

작은딸과 손자 셋은 아내와 함께 조 씨네 집에서 살았다.

조 씨는 딸과 손자들을 먹여 살리는 비용이 많이 든다고 불평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했고, 최고 가격을 지불하는 일본인들의 비위을 맞추며 살았다.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는 신세가 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조선인들이 헛간의 동물 취급을 당하는 먼 나라로 딸들을 보낸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자기 피붙이들을 그 개자식들에게 뺏긴 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양진은 지폐를 세서

탁자 위에 놓인 나무 쟁반에 올려 놓았다.

"작은 봉지도 하나 있으면 주시소.

흰쌀밥 실컷 먹게 해주고 남는 걸로는 떡도 만들 낍니다."

양진이 돈이 놓여 있는 쟁반을 조 씨 쪽으로 밀었다.

조 씨가 그래도 거절한다면 양진은 부산의 쌀집이란 쌀집은 모두 찾아다녀서라도

흰쌀을 구할 작정이었다.

선자가 결혼한 날 저녁만큼은 흰쌀밥을 꼭 먹여주고 싶었다.

"떡이예?" 조 씨는 팔짱을 끼고 크게 웃었다.

흰쌀로 만든 떡에 관해 떠들어대는 여자들 이야기를 들은 지가

얼마나 오래됐던가? 그 시절이 아주 멀게 느껴졌다.

"아저씨한테도 좀 갖다 드릴께예." 쌀집 주인이 이런 일을 대비해서

저장해둔 쌀을 찾으러 창고로 갔고, 양진은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속죄와용서」 Pachinko 파친코 [Book 1. 고향] "Sühne und Vergebung Pachinko [Buch 1. Heimatstadt] "Atonement and Forgiveness" Pachinko [Book 1. Hometown] " Expiación y Perdón Pachinko [Libro 1. Ciudad natal] 「贖罪與寬恕」彈珠機【第一冊.故鄉】

파친코.  Book 1.  고향

속죄와 용서. Plaster Atonement and Dragon Stone

일주일이 지났다. 양진과 선자, 이삭 세 사람은 이른 아침부터 연락선을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The three of them, Yang-jin, Seon-ja, and Isak, took a ferry early in the morning and headed for Busan. 여자들은 솜을 덧댄 누비 외투 아래에 흰색 한복을 입었고, The women wore white hanbok under a quilted wet cotton padded coat and polished shoes. 광을 낸 구두를 신은 이삭은 깨끗하게 다려진 정장 위에 코트를 걸쳤다. Isaac put on his polished shoes and put on his coat over a clean ironed suit. 신 목사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그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Pastor Shin finished breakfast and was waiting for them to come.

세 사람이 도착하자 교회 식모가 이삭을 알아보고 일행을 신 목사에게 안내했다. When the three arrived, the church maid recognized Isaac and guided the group to Pastor Shin.

"드디어 왔구나." "You're here at last."

신 목사는 바닥에서 일어나 인사하며 새 사람을 맞이했다.

"어서 들어오세요."

양진과 선자는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Yangjin and Seonja bowed their heads deeply. 교회에 온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It was the first time in my life that I came to church. 양진은 고개를 들어 신 목사를 조심히 살펴보았다. Yangjin raised his head and carefully examined Pastor Shin. 신 목사의 낡은 목사 가운은 마른 몸 때문에 너무 커 보이고 소매도 닳아 있었다. Pastor Shin's old minister's gown looked too big for his thin body and the sleeves were frayed. 그러나 목 부근에 흰색 목회자 칼라는 깨끗하고 빳빳했다. But the white ministerial collar around the neck was clean and crisp. 신 목사는 어깨가 구부정했지만 주름진 목사 가운이 그것을 가려주는 것 같았다. Pastor Shin's shoulders were stooped, but the wrinkled minister's gown seemed to cover it.

교회는 난방이 거의 되지 않았고, 신 목사의 방 한가운데에 화로 하나만 놓여 있었다. The church was barely heated, and there was only a hearth in the middle of Pastor Shin's room. 식모가 손님들을 위해 방석 세 개를 가져와 그 주위에 놓아두었다. The maid brought three cushions for the guests and placed them around them. 세 사람은 신 목사가 앉을 때까지 자리에 앉지 못한 채 어색하게 서 있어야 했다. The three had to stand awkwardly without being able to sit down until Pastor Shin sat down. 신 목사가 자리에 앉자 이삭이 신 목사 옆에 앉았다. When Pastor Shin sat down, Isak sat next to Pastor Shin. 양진과 선자는 우물쭈물하며 신 목사의 맞은편에 앉았다. Yangjin and Seonja hesitantly sat across from Pastor Shin.

일행은 자리에 앉았으나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The party sat down, but no one spoke. 신 목사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나지막이 기도를 시작했다. Pastor Shin didn't say anything else and started praying quietly. 그는 기도를 끝내고 나서야 이삭이 결혼하려는 여자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After he had finished praying, he took a closer look at the woman Isaac was about to marry. 젊은 목사가 다녀간 후, 신 목사는 많은 생각을 했다. After Pastor Young left, Pastor Shin thought a lot. 그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호세아서도 다시 읽어보았다. Before meeting them, I read the book of Hosea again. 회색 모직 정장을 입고 앉아 있는 우아한 청년과는 극단적으로 다른 느낌의 여자를 신 목사는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Pastor Shin looked at the woman who looked extremely different from the elegant young man sitting in a gray woolen suit without saying a word. 다부진 몸집과 둥그스름하고 수수한 얼굴을 한 여자는 겸손해서인지, A woman with a stocky body and a round and plain face is modest, 아니면 부끄러워서인지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Or maybe it was because he was shy, he had his eyes down. 그녀의 모습 어디에서도 선지자 호세아가 결혼해야 했던 Nowhere in her appearance did the prophet Hosea have to marry. 창녀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There was no prostitute to be found. 그녀의 태도나 몸가짐에는 전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신 목사의 아버지는 관상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말했지만 신 목사는 아버지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눈으로 여자의 운명을 점쳐 본다고 하더라도 But even if you can see a woman's destiny through her father's eyes, you can't tell her that 쉬운 삶을 살 여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She didn't look like a woman who would have an easy life. 그렇다고 아주 박복해 보이지도 않았다. But it didn't look like it was going to be a total bust. 신 목사는 여자의 배를 흘낏 보았지만 풍성한 치마와 외투에 가려 임신했는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삭과 함께 일본에 가는 걸 어떻게 생각해?" But even if you foretell a woman's fate through her father's eyes 신 목사가 선자에게 물었다.

선자가 고개를 들었다 다시 내렸다. 그녀는 목사가 정확히 무슨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 She wasn't sure exactly what the pastor did.

신 목사와 백이삭은 무당이나 승려들의

주술에 흘릴 사람들 같지는 않았다.

"네 생각을 듣고 싶구나." 신 목사가 선자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I'd like to hear your thoughts." Reverend Shin leaned in toward the Zen master.

"뭐라고 말 좀 해보렴. 한마디도 않고 여기서 나갈 거야?" "Say something. Are you going to walk out of here without saying a word?"

이삭은 두 여자가 신 목사의 엄격한 어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목소리와 달리 신 목사의 마음은 그렇지 않으니까 걱정 말라고 Don't worry, despite his voice, Reverend Shin's heart is not.

두 사람을 안심시켜주고 싶었다.

양진은 딸의 무릎에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몇 가지 질문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신 목사가 두 사람에 대해

좋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I didn't think I would have a bad feeling about it.

"선자야, 신 목사님께

백이삭 목사님이랑 결혼하는 걸 우째 생각하는지

말씀드려 봐레이." 선자는 입을 벌렸다가 다시 다 물었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증말 감사하지예. "Thank you.

백이삭 목사님이 힘드실낀데

그리 해준다 캐서 증말 감사해예.

지는 백 목사님을 위해

증말 열심히 일할 낍니더. 일본에서 더 잘 살 수 있게 뭔 일이라도

다 할 끼라예." 이삭은 눈살을 찌푸렸다. I'm done." Isaac frowned.

선자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I could understand why the Zen master would say that.

그럼에도 선자의 그런 마음을 듣게 되자 마음이 착잡해졌다. "알겠다." Nevertheless, it was heartening to hear the Zen master's sentiments. "I see."

신 목사는 양손을 맞잡았다. "이건 참으로 고통스러운 희생이야.

이삭은 좋은 가정에서 자란 훌륭한 청년이지.

내가 처한 상황이 그런데 결혼을 하려고 마음먹다니, 전혀 쉬운일이 아니야." It's not easy to get married when you're in the situation I'm in."

이삭이 그렇지 않다는 뜻으로 오른손을 살짝

들어 올렸지만 어른의 말씀을 존중해야 했으므로 조용히 있었다.

신 목사가 결혼을 반대하면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곤란해할 게 분명했다. It was clear that her parents and teachers would be embarrassed if Pastor Shin opposed her marriage.

"이게 다 내가 자초한 일이라던데 사실이냐?" "They say I brought this on myself, is that true?"

신 목사가 선자에게 말했다.

이삭은 선자의 상처받은 표정을 계속 바라볼 수는 없었다.

빨리 여자들을 하숙집으로 다시 데려가고 싶었다.

"제가 진짜 큰 실수를 했습니더.

엄마랑 훌륭하신 백 목사님한테 짐이 돼서 정말로 죄송스러워예."

선자의 새까만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상처받은 선자는 평소보다 더 어린애처럼 보였다.

양진은 딸이 잘했든 잘못했든 상관없다는 듯 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러나 잇새로 새어 나오는 흐느낌을 참을 수는 없었다. But I couldn't hold back the sobs that kept coming.

"신 목사님, 이 사람은 이미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요."

"이 아이는 자신의 죄를 깨닫고 용서를 구해야 해. "This child needs to realize his sin and ask for forgiveness.

진정으로 회개 해야만 주님의 용서를 받을 수 있어."

신 목사는 단어를 신중하게 골라 말했다. But he couldn't stand the sobs that leaked out of him.

"이 사람도 그걸 원할 겁니다." 이삭은 선자가 이런 식으로

하나님께 다가서기를 원하지 않았다. I didn't want to approach God.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랐다.

신 목사는 선자를 유심히 살펴 보았다.

"정말, 죄를 용서받고 싶어?"

신 목사는 선자가 자신의 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Pastor Shin wondered if the Zen master was truly aware of his sin.

순교자나 선지자가 되고자 하는 이 젊은이의 패기가 선자에게 This young man's ambition to be a martyr or a prophet led him to ask the prophet

자신의 죄에 대해 제대로 설명 했을까? Did he explain his sin properly?

회개 하지 않은 죄 많은 여인과 어떻게 결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선지자 호세아에게 지시하신 일이기도 했다. But that's exactly what God instructed the prophet Hosea to do.

이삭은 그걸 알고 있었던 것인가?

"하나님의 눈에는 결혼도 하지 않은 남자와 함께하는 것은 큰 죄 란다. "In God's eyes, it is a great sin to be with a man to whom you are not married.

그 남자는 어디 있니? 이삭이 왜 네 죗값을 치러야 하지? " 신 목사가 물었다. Where is the man, and why should Isaac pay for your sins?" Pastor Shin asked.

선자는 붉어진 뺨에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으려고 했다. But that was also what God had instructed the prophet Hosea to do.

모퉁이에 있던 교회 식모는 농아였지만 사람들의 입술을 읽을 수 있었다. The church lady around the corner was deaf, but she could read people's lips.

그녀는 지금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대충 알아차리고

외투 주머니에서 깨끗한 천을 꺼내

불쌍한 아이에게 건내주었다.

식모가 선자에게 얼굴을 닦으라고

몸짓으로 알려주자 선자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She knows roughly what's going on now

신 목사는 한숨을 쉬었다. 더 이상 소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성실한 젊은 목사를 보호해야 했다.

"아이 아버지는 어디 있지?"

"지도 모른다 카네예." 양진은 자신도 그 대답을 듣고 싶었지만 선자를 감싸야 했다. "I don't know, Kanye." Yang Jin wanted to hear the answer himself, but he had to wrap his arms around the Zen master.

"우리 애는 지가 한 일을 정말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예." "She's really sorry for what she did, yes."

양진이 딸을 돌아보았다. "목사님한테, 하나님께 용서받고 싶다고 말씀드리거레이." Yang Jin looked back at his daughter. "Tell the pastor that I want to be forgiven by God."

양진도 선자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무당에게 돈을 주고 농사가 잘 되게 해달라고 비는 것과 It's one thing to pay a shaman to make your farming year go well.

비슷한 의식이 아닐까? Isn't it a similar ritual?

백이삭은 한 번도 용서에 관해 말해준 적이 없었다.

"지를 용서해주실 수 있습니꺼?"

선자가 신 목사에게 물었다.

신 목사는 소녀가 가련하게 느껴졌다.

"얘야, 너를 용서하는 건 내가 아니란다."

신 목사가 대답했다. 선자는 계속 시선을 내리깔고 있을 수 없어서 Reverend Xin replied. The Zen master couldn't keep his gaze down, so he said

신 목사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콧물과 눈물로 엉망이 된 선자의 얼굴은 보기가 흉했다. His face, a mess of snot and tears, was unsightly.

"선자야, 네가 할 일은 주님께 용서해 달라고 말씀드리는 거란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빚을 갚아주셨지만

넌 여전히 용서를 구해야 해. 선한 마음을 되찾겠다고 약속해라.

회개하고 더 이상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단다, 얘야." Seonja's face, messed up with a runny nose and tears, is unsightly.

신 목사는 선자가 배우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Pastor Shin realized that the Zen master was eager to learn.

그 순간 선자의 배 속에는 아무 잘못도 없는 Jesus has repaid our light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러다가 또다시 호세아의 창녀 아내 고멜이 떠올랐다.

수치심도 모르는 고멜은 나중에 호세아를 다시 속였다.

그 생각에 신 목사는 눈살이 찌푸려졌다.

"정말로 죄송합니더." 선자가 또다시 사과를 했다.

"다시는 그런 일 없을 낍니더. 다른 남자와 함께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끼라예."

"너도 이 청년과 결혼하고 싶은 거구나. "You want to marry this young man, too.

이삭은 너와 결혼해서 아이를 돌보고 싶다지만 그게 현명한 행동 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이삭이 너무 이상주의자라서 걱정이야.

이삭의 가족이 여기 없어서 내가 이삭이 잘 지내도록 보살펴야 한단다."

선자는 흐느낌을 억누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양진은 백이삭이 신 목사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한 이래로 Ever since Yang Jin said that Baek Isaac needed to talk to Reverend Shin

두려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신 목사님, 저는 선자가 좋은 아내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이삭이 간청했다. "결혼을 허락해주시고 축복해세요. Isaac pleaded, "Please give me permission to marry and bless me.

목사님께서는 현명한 식견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겠지만, The pastor, in his wisdom, would say,

이게 다 주님의 소망이라고 전 믿습니다. 저는 이 결혼이 선자와 I believe this is all the Lord's desire, and I believe this marriage is a marriage of the good and the

아니라 제게도 유익하리라고 믿어요."

신 목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목사의 아내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

신 목사가 선자에게 물었다.

선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자의 숨소리가 다시 편해졌다.

"이 아이에게 말했나?" 신 목사가 이삭에게 물었다.

"전 부목사가 될 겁니다. 선자 씨에게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아요. "I'm going to be an associate pastor. I don't expect much from Mr. Sunja.

신도가 많지 않거든요. 게다가 선자 씨는 열심히 일하고 빨리 배워요." We don't have a lot of followers, and he's a hard worker and a quick learner."

이삭은 이렇게 말했지만 그 문제에 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평양에 있는 고향 교회를 담임하던 목사님의 아내는 아이를

여덟이나 낳아 기르면서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남편과 함께 고아를 돌보고 I'm going to be an assistant pastor. I don't expect much from Mr.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했던 훌륭한 여인이었다.

그녀가 죽자 교구민들은 마치 어머니를 잃어버린 것처럼 구슬프게 울었다. When she died, the parishioners wept as if they had lost their mother.

이삭과 선자, 양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Isaac, Sun Tzu, and Yang Jin sat in silence, not knowing what to do.

"넌 이 사람에게 충실하겠다고 맹세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큰 수치를 네 어머니와 돌아가신 네 아버지에게

안겨주게 될 거야. When she died, the parishioners wept bitterly as if they had lost their mother.

주님께 용서를 구해야 하고, 일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I need to ask the Lord for forgiveness and the courage to start a new life in Japan.

믿음을 달라고 해야 한다. You have to ask them to trust you.

완벽한 사람이 돼야 해, 일본에서 조선인들은 처신을 아주 잘 해야 한단다. You have to be perfect, and Koreans in Japan have to be very well behaved.

그들은 이미 우리를 업신여기고 있잖니. 우리를 더 나쁜 인간으로 매도할 They already look down on us. We don't need another

빌미를 줘서는 안 돼.

나쁜 조선인 한 명이 다른 조선인 수천 명의 평판을 망치는 거야.

나쁜 기독교인 한 명이 수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상처를 주지.

그건 어디서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불신자들의 나라에서는 더 하단다. 내 말 알겠니?"

"지도, 정말로 용서받고 싶어예, 목사님." 선자가 말했다.

신 목사는 무릎을 꿇고 앉아 오른손을 선자의 어깨에 올렸다.

그러고는 선자와 이삭을 위해 한참 동안 기도했다.

기도가 끝나자, 신 목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자와 이삭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결혼 예배를 올려주었다.

그 의식은 몇 분 만에 끝나버렸다. The ritual was over in a matter of minutes.

신 목사가 이삭과 선자를 데리고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관청과 경찰서로 간 사이,

양진은 시장을 향해 차분하지만 빠른 발걸음을 옮겼다.

양진은 마치 달리기라도 하듯 걸었다. Yang Jin walked as if he were running.

결혼식이 진행되는 내내 양진은 신 목사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The ceremony was over in a matter of minutes.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선자가 처한 이런 상황에서 더 나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어처구니 없고 It's ridiculous to hope for a better outcome in a situation like this for a good man.

배은망덕한 짓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양진은 원래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그래도 하나뿐인 자식에게는 더 나은 것을 해주고 싶었다. Still, I wanted to do better for my only child.

말이 나온 김에 결혼식은 최대한 빨리 올리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Speaking of which, we know that weddings are best done as soon as possible, so we've created a

있었지만, 그것이 오늘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but I never thought it would be today.

양진은 고작 몇 분만에 끝나버렸던 The Yangjin was over in a matter of minutes.

자신의 형식적인 결혼식을 떠올렸다. "그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 She thought back to her own formal wedding. "Yeah, maybe that doesn't matter."

양진은 스스로 되뇌었다.

양진은 쌀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미닫이문의 넓은 문틀을 두드리며 안을 살펴보았다.

가게 안에는 손님이 없었다. 줄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쌀가게 주인의 짚신

근처에서 살금살금 움직이며 나른한 울음소리를 냈다. Yangji paid for himself

"아지매, 오랜만이네예." 쌀집 주인인 조 씨가 나와 양진을 보고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조 씨는 양진의 머리가 전보다 더

희끗해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잘 지내셔지예? 아지메하고 딸들도 잘 지냅니까? " 조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흰쌀 좀 있어예?" "중요한 손님이 왔는 가베예?

근데 팔 수 있는 게 없는데 우야지요?

흰쌀이 죄다 어데 가는가 아지매도 아시잖아예." 조 씨가 말했다. You know where all the white rice goes." Mr. Zhao said.

"돈은 있습니더." 양진은 두 사람 사이에 놓인 탁자 위에

돈주머니를 올려놓았다.

2년 전 선자가 직접 파란 천에 노란 나비를 수놓아

생일 선물로 준 것이었다.

파란 돈주머니는 반쯤 차 있었고,

양진은 그 돈이면 충분하길 바랐다. 조 씨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양진에게 흰쌀을 팔고 싶지 않았다.

일본인에게 부르는 것과 똑같은 값을 양진에게 받아야하기 때문이었다. This was because I needed to get the same price from Yang Jin that I would pay a Japanese person.

"남은 게 너무 적어서 이키는 거 아닙니꺼. "I'm not winning because there's so little left.

일본인 손님이 왔는데 팔 게 없으면 곤란해서예. I have a Japanese customer and I don't want to have anything to sellYes.

아지매한테 안 팔고 싶어서 이키는 게 아니고예."

"오늘 딸이 결혼을 했습니다."

양진은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There are so few left, isn't it just 2 spaces?

"선자가예? 누구랑예? 누구랑 결혼했어예?

조 씨는 불구인 아버지의 손을 잡고 다니던 어린 소녀를 떠올려 보았다.

"선자가 약혼을 했는 줄은 몰랐네예. 오늘 결혼 했다고예?"

북쪽에서 온 목사랑했어예."

결핵에 걸렸다던 그 사람예? 그거 미친 짓 아입니꺼! That guy who said he had tuberculosis? That's crazy!

와 그런 남자한테 딸을 보냈어예? 그 남자는 곧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 아입니꺼."

"그 목사님이 선자를 오사카로 데려갈 낍니다.

그러면 남자들이 많은 하숙집에서 사는 것보다 덜 힘들 거 아닙니까." That would be less difficult than living in a boarding house with a lot of men."

양진이 말했다. 양진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고 조 씨도 Yang Jin said. Yang Jin was not telling the truth, and Mr. Cho was not telling the truth either.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I knew that.

선자는 자기 둘째 딸보다 몇 살 어렸으니

분명 열여섯 살이나 열일곱 살쯤 되었을 것이다.

시집갈 만한 나이기는 했지만, 하필 왜 그런 남자에게 딸을 보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석탄 배달하는 준은 그 목사가 부유한 집안 출신이라고 했다.

그런데 선자는 자식에게 나쁜 피를 물려줄 수도 있는 여자가 아닌가?

누가 그런 여자를 원할까? 아무리 오사카에 여자가 많지 않더라도 말이다. Who would want a girl like that? Even if there aren't many girls in Osaka.

"그 사람이 뭐 좋은 조건을 내걸었는갑지예?" "Did he offer you a good deal?"

조 씨는 작은 돈주머니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양진은 그럴듯한 결혼 지참금을 줄 수 없는 형편이었다. Yang Jin couldn't afford a plausible dowry.

하숙집에는 노상 배가 고픈 어부들과 거두지 말았어야 했던 Boardinghouses are filled with hungry fishermen on the streets, and with harvests that shouldn't have been harvested.

가난한 두 식모들이 있었다. 그들을 먹이고 나면

남는 것은 겨우 동전 몇 푼뿐이었다.

조 씨는 딸들을 시집보낸지 몇 년 되었다.

작년에는 작은딸의 사위가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쫓겨서 At Asok's house, I should not have gathered with the hungry Irvs.

만주로 도망쳤다.

그래서 지금 조 씨는 사위가 그렇게 기를 쓰고 So now Mr. Joe has a son-in-law who wears a flag like that.

이 나라에서 쫓아내려 했던 부유한 일본인 손님들에게 가장 좋은 상품을

팔아서 그 훌륭한 애국자 사위의 자식들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 I was selling it to feed the children of that fine patriot son-in-law.

일본인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내일 당장 가게 문을 닫아야 하고,

조 씨 가족은 굶어 죽을 것이다.

"잔치 치를 만치 쌀이 필요하신 겁니꺼?" "Do you need enough rice for a feast?"

조 씨는 양진이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지불할 건지 궁금해서 이렇게 물었다.

"언지예, 두 명 먹을 것만 있으면 됩니다."

조 씨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눈앞의 자그맣고 지친 여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팔 게 그래 많지가 않습니다." "I don't have that much to sell."

조 씨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신랑 신부한테 고향 떠나기 전에 저녁으로 흰쌀밥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러니까네

고만큼만 있으면 되예." 양진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자 That's all you need." Tears welled up in Yang Jin's eyes.

조 씨는 시선을 피했다. 조 씨는 여자들이 우는 걸 보는 게 싫었다.

할머니와 어머니, 아내, 딸들은 모두 끝없이 울었다. Grandmothers, mothers, wives, and daughters all cried endlessly.

여자들은 너무 많이 운다고 조 씨는 생각했다.

큰딸은 인쇄업자로 일하는 남자와 마을의 다른 쪽 동네에 살았고,

작은딸과 손자 셋은 아내와 함께 조 씨네 집에서 살았다.

조 씨는 딸과 손자들을 먹여 살리는 비용이 많이 든다고 불평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했고, 최고 가격을 지불하는 일본인들의 비위을 맞추며 살았다.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는 신세가 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조선인들이 헛간의 동물 취급을 당하는 먼 나라로 딸들을 보낸다는 건 And sending their daughters to a faraway country where they were treated like barnyard animals.

상상할 수도 없었다.

자기 피붙이들을 그 개자식들에게 뺏긴 다는 건 Losing your own blood to those sons of bitches means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양진은 지폐를 세서

탁자 위에 놓인 나무 쟁반에 올려 놓았다.

"작은 봉지도 하나 있으면 주시소.

흰쌀밥 실컷 먹게 해주고 남는 걸로는 떡도 만들 낍니다." To lose his blood to the dog's children

양진이 돈이 놓여 있는 쟁반을 조 씨 쪽으로 밀었다. It was unimaginable. Sunny was counting the meeting and the tree on the table

조 씨가 그래도 거절한다면 양진은 부산의 쌀집이란 쌀집은 모두 찾아다녀서라도 If Mr. Cho still refuses, Yang Jin will go to every rice restaurant in Busan.

흰쌀을 구할 작정이었다.

선자가 결혼한 날 저녁만큼은 흰쌀밥을 꼭 먹여주고 싶었다. The day the Zen master got married, he wanted to make sure he fed his wife white rice for dinner.

"떡이예?" 조 씨는 팔짱을 끼고 크게 웃었다.

흰쌀로 만든 떡에 관해 떠들어대는 여자들 이야기를 들은 지가

얼마나 오래됐던가? 그 시절이 아주 멀게 느껴졌다. Seorao was going to get white rice.

"아저씨한테도 좀 갖다 드릴께예." 쌀집 주인이 이런 일을 대비해서

저장해둔 쌀을 찾으러 창고로 갔고, 양진은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