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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 파라다이스 세븐 (오사카, 1960년 4월) 」 Pachinko 파친코 [Book 2. 조국]

「 파라다이스 세븐 (오사카, 1960년 4월) 」 Pachinko 파친코 [Book 2. 조국]

🎵

파친코. Book 2. 조국.

파라다이스 세븐.

오사카, 1960년 4월

지난 4년 동안 모자수는

고로의 파친코 게임장 여섯 곳을 관리하는 지배인으로 일했다.

고로는 연이어서 새로운 가게들을 빠르게 열었고,

그 때마다 모자수가 고로를 도왔다.

모자수는 이제 스무 살이 되었고,

파친코 게임장 일 이외에는 다른 것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고칠 필요가 있는 모든 것들을 수리할 수 있었다.

모자수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덕분에

고로는 새로운 가게 자리를 찾아 아다녔고,

자신의 성장하는 제국에 유용한 영감 넘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러한 아이디어들은 이상하게도 모두 성공했다.

사업에 있어서 고로는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행운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모자수의 공으로 믿었다.

4월의 어느 이른 아침, 모자수가 가장 최근에 연 파친코 게임장

'파라다이스 식스'의 관리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였다.

"좋은 아침. 차가 기다리고 있어.

새 옷을 맞추러 도토야마 씨의 가게에 데려다줄게.

가자." 고로가 말했다.

"네? 왜요? 올해와 내년에 입을 옷이 충분히 있는데요.

전 오사카에서 제일 옷 잘 입는 지배인이라고요."

모자수가 웃으면서 말했다.

형 노아와는 달리 모자수는 좋은 옷에 관심이 없었다.

사장님이 직원들의 외모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서 그가 원하는 잘 재단된 옷을 입는 것뿐이었다.

고로는 직원들이 자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했고,

직원들의 개인적인 위생 문제에도 엄격했다.

모자수는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도토야마 씨의 가게에 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신문사에 전화를 해서 직원 구인 광고를 내야 했다.

'파라다이스 식스'에는 마지막 교대 근무 시간에 일할 사람들이 필요했고,

'파라다이스 세븐'의 인테리어도 한 달 안에 끝날 예정이라서

그곳에서 일할 직원들도

구하기 시작해야 했다.

"지배인에 적합한 옷은 갖고 있겠지만

세븐의 운영자가 되려면 새 옷이 필요할 거야."

"예? 전 세븐의 운영자가 될 수 없어요!"

모자수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그건 오카다 씨 일이잖아요."

"오카다는 떠났어."

"뭐라고요? 왜요? 오카다 씨는 운영자가 되기를 고대하고 있었는데요."

"도둑질을 했어."

"네? 믿을 수가 없어요."

"진짜라니까." 고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현장에서 잡았어. 의심했던 일이 사실로 드러났지."

"끔찍한 일이군요." 모자수는 고로의 것을 훔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아버지의 것을 훔치는 것과 같았다.

"왜 그런 짓을 했죠?"

"도박 때문이야. 깡패들에게 빚을 졌더군.

오카다는 훔친 돈을 갚겠다고 했지만 손실이 너무 컸어.

게다가 오카다의 작은마누라가 오늘 아침에 찾아와서 대신 사과를 하더라니까.

임신을 했더라고. 마침내 여자가 임신을 했는데 일자리를 잃다니, 멍청한 놈."

"이런 제기랄."

모자수는 항상 아들을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오카다를 떠올렸다.

딸이라도 좋다고 했다. 오카다는 아이와 파친코에 미쳐 있었다.

고로가 도둑질로 오카다를 해고했다면 오카다가 제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오사카에서는 파친코 게임장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할 것이다.

고로의 것을 훔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카다 씨가 죄송하다고 말했나요?"

"물론이지. 아이처럼 울었어. 하지만 오사카를 떠나라고 말했지.

그 녀석 얼굴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네." 모자수는 항상 자신에게 친절했던 오카다가 안됐다고 생각했다.

오카다는 조선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를 두었지만

항상 자신은 열정적인 사람이라서

순수한 조선인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오카다 씨의 아내는 괜찮아요?"

모자수는 고로가 오카다의 두 여자 모두와 잘 지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응. 오카다의 아내와 작은마누라는 괜찮아.

하지만 오카다의 작은마누라에게 오카다가 다시는 이곳에 나타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뒀어.

다음번에는 그다지 좋게 대하지 않을 테니까."

모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토야마 씨 가게로 가자. 꿀꿀한 기분은 딱 질색이야.

도토야마 씨 가게 아가씨들을 만나면 기운이 날 거야."

고로가 말했다.

모자수는 사장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

새로 받을 급여에 관해서는 물어보지 않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고로는 이상할 정도로 돈 이야기를 하기 싫어했다.

운영자 급여는 지배인 급여보다 좋을 것이다.

모자수는 엄마에게 설탕과자 가게를 마련해 주려고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있었다.

조금만 더 저축하면 기차역 근처의 작은 가게를 살 수 있었다.

큰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고 있어서

큰엄마는 설탕과자를 만들 수가 없었다.

엄마와 할머니만 일을 했고,

노아는 도쿄의 와세다대학에서 3년째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돈을 더 벌 수 있다면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모자수는 생각했다.

토요일 저녁, 엄마에게 두둑한 급여 봉투를 건넬 때마다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는 모자수에게 용돈을 더 많이 주려고 했지만

모자수는 버스비만 받았다.

직원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고로 사장님이 일할 때 입을 옷까지 사줬기 때문에

모자수에게는 많은 돈이 필요 없었다.

모자수는 일주일 내내 일했고 밤이 되면 집에서 잠을 잤다.

일이 너무 늦게 끝날 때는 파친코 게임장에 있는 직원 숙소에서 잠을 잤다.

두 사람이 나가자 게임장 문이 닫혔다.

"사장님, 제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직원들이 오카다 씨의 말을 들었던 것처럼

제 말을 들으려고 할까요?" 모자수가 물었다.

모자수에게 야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파친코 게임장에서 오전이나 저녁 파트 지배인으로 일하는 건 즐거웠고,

모자수는 그 일을 잘해냈다.

운영자 일은 그보다 더 막중했다.

모두가 운영자를 우러러 보았다. 고로가 없을 때는 운영자가 책임을 졌다.

모자수와 달리 오카다는 서른다섯 살이었고, 야구선수처럼 키가 컸다.

"기분이 우쭐해지고 감사하기는 하지만 다른 운영자들 가운데서 . . . "

"입 좀 다물지 그래. 난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

넌 다른 운영자들보다 훨씬 영리해.

너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도 알고 있지.

세븐은 가장 중요한 가게야.

내가 다른 가게들을 점검하며 돌아다니는 동안 영리하게 대처할 수 있는 네가 필요해."

"하지만 세븐에는 직원들이 거의 50명이나 필요해요.

50명이나 되는 직원들을 어떻게 찾아요?"

실은 적어도 60명은 필요할 거야.

카운터를 볼 예쁘장한 여자애들 스무 명도 필요하고."

"정말요?"

모자수는 언제나 고로의 기괴한 계획들을 주저 없이 받아들였지만

이번에는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많은 직원들을 어떻게 찾아 . . . "

"넌 할 수 있어. 항상 그랬으니까.

네가 카운터에 두고 싶은 여자라면 어떤 여자라도 고용할 수 있어.

오키나와 사람이든 부라쿠민이든

조선인이든 일본인이든 상관없으니까 네가 알아서 고용해.

귀엽고 예쁘기만 하면 돼.

하지만 남자들을 겁줘서 쫓아버릴 정도로 추잡한 여자는 안 돼.

여자애들이 항상 중요하거든."

"숙소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낼 수 없을 텐데 . . . "

"넌 걱정이 너무 많아. 그래서 넌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지."

고로가 환하게 웃었다.

모자수는 고로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고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만큼 가게 일을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도토야마의 가게로 가는 차 안에서

운전사와 고로는 레슬링 이야기를 했고, 모자수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모자수는 다른 게임장들에서 어떤 직원들을 빼내올까 생각하다가

자신이 이미 운영자가 될 마음을 먹고 있음을 깨닫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고로는 절대 틀리는 법이 없었다.

모자수가 어떤 사람인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잘 알고 있었다.

모자수는 노아처럼 영리하지 않았다.

지금 노아는 도쿄의 와세다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있었고,

사전 없이도 영어로 된 두꺼운 소설책들을 읽을 수 있었다.

노아는 진짜 일본인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했다.

파친코 게임장에서는 일하기 싫어했다.

노아는 가족들이 설탕과자 가게를 사면

모자수가 가족과 함께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일본인들과 마찬가지로

파친코 게임장은 존경할 만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쟁 전에 직물공장이었던

나지막한 붉은 벽돌 건물 앞에 자동차가 멈춰 섰다.

커다란 감나무가 회색 금속재 문에 그늘을 드리웠다.

고로의 전속 유니폼 재단사인 도토야마는

이카이노 근처의 작업실 겸 집이었던 곳에서 이 가게로 이사 올 정도로 돈을 벌었다.

도토야마는 그녀의 아들 하루키, 다이스케와 함께 가게 뒤쪽의 방 세 개를 사용했고,

건물의 나머지는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도토야마는 주문받은 유니폼을 만들기 위해서

일주일에 6일 일하는 보조 직원을 대여섯 명 고용했다.

입소문이 나서 오사카의 다른 조선인 사업가들한테서도

주문을 받았고, 지금은 숯불구이 식당 유니폼과

간사이 지방의 다른 파친코 게임장 유니폼을 만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고로의 주문을 제일 먼저 처리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토야마를 추천해준 사람이 고로였기 때문이다.

고로가 벨을 울리자 도토야마가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수습생 여자가 따뜻하고 향기로운 차와

수입 밀로 만든 비스킷을 옻칠한 쟁반에 담아 가져왔다.

도토야마는 모자수를 거울 앞으로 데려가,

핀을 입에 문 채 모자수의 긴 팔 너비를 측정했다.

"볼 때마다 살이 빠지는구나." 도토야마가 말했다.

"그런가 봐요.

고로 사장님도 제가 더 많이 먹어야 한다고 말씀 하세요."

모자수가 대답했다.

고로는 비스킷을 우물거리고 녹차를 두 잔째 마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고로는 남색 천으로 싸인 쿠션이 있는 삼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도토야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웠다.

그리고 어떤 문제를 해결했을 때는 항상 기분이 훨씬 더 좋아졌다.

오카다가 도둑놈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일단 그를 쫓아냈고,

이제 모자수가 승진해 그 자리를 메울 것이다.

바람이 잘 통하는 커다란 작업실은 최근에 칠을 했지만

나무 바닥은 낡고 오래되었다.

매일 바닥을 닦았지만 아침에 작업하고 남은 천 쪼가리들과

실들이 작업대 주변에 어지럽게 떨어져 있었다.

채광창으로 비스듬하게 새어 들어온 햇빛을 받아

하얀 먼지 기둥이 작업실을 수놓았다.

길쭉한 작업실에는 재봉틀 여섯 대가 늘어서 있었고

재봉틀 한 대마다 여자아이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여자아이들은 가게에 들어온 남자들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가게에 들르는 젊은 남자에게 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자수는 점점 더 눈에 띄게 매력적인 남성으로 성장했다

그는 아버지의 결단력 있는 눈빛과 따뜻한 미소를 갖고 있었다.

게다가 잘 웃기도 했는데 그것이 고로가 모자수를 무척 좋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모자수는 변덕스럽지 않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모자수가 도토야마의 가게에서 만든 지배인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그의 옷을 만들었던 여자아이들은 모자수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런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들은 모자수에게 여자친구가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새로 온 아이가 있군." 고로가 가슴 위로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고로는 여자아이들을 조심스럽게 훑어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일어나서 여자아이들에게 다가가 깊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고로처럼 중요한 인물이 그런 행동을 하다니 우스운 일이었다.

여자아이들도 동시에 일어나서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고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코를 찡그려 웃기는 표정을 지었다.

"앉아, 다들 앉아." 고로가 말했다.

고로는 탄탄한 몸매에 유머 감각까지 갖춘 사람이었다.

여자들을 웃기려고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걸어 다니기도 하고,

웃기는 몸 짓으로 여자들과 시시덕거리기를 좋아했다.

누구나 고로를 기억했고, 고로가 자기를 좋아해주기를 바랐다.

고로는 실없는 사람처럼 굴기도 해서 그가 파친코 게임장 일곱 개를 소유할 정도로 힘 있고

부유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가끔 잊곤 했다.

고로가 한마디만 해도 웬만한 사람들은 오사카를 영원히 떠나야 했다.

"에리코 씨, 레이코 씨, 미도리 씨,

하나코 씨, 모토코 씨 맞죠?"

고로가 여직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정확하게 부르다니

새로 온 여직원 앞에 멈춰 섰다.

"고로입니다." 고로가 새로 온 여직원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손이 아주 사랑스럽네요."

"유미입니다."

젊은 여자가 재봉 작업을 방해하는 고로가 살짝 성가신 듯 대답했다.

도토야마는 적어놓은 치수를 보다가

고개를 들어 새로 온 여직원에게 인상을 찌푸렸다.

유미는 다른 직원들보다 훨씬 깔끔하게 재봉 했지만

종종 너무 냉담하게 굴었다.

혼자서 점심을 먹거나

휴식 시간에도 다른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책을 읽었다.

유미의 솜씨와 개인적인 성격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고로 사장을 존경하고

심지어는 그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는 사실에

비하면 그것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도토야마에게 고로 사장은 참으로 훌륭한 사람이었다.

고로가 여자아이들과 시시덕거리기 좋아하기는 했지만

부적절한 짓은 절대 하지 않았다.

고로는 다른 남자 손님들과는 달리 도토야마의 직원들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거나 나쁜 짓을 절대 하지 않았다.

유미는 도토야마의 가게에서 일한 지 두 달 정도 된 직원이었다.

도토야마는 유미의 이력서를 봐서 유미가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유미는 일본 이름을 사용했고 자신의 출신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도토야마는 직원이 자기 몫의 일을 해내기만 한다면

그 사람의 출신의 신경 쓰지 않았다.

유미는 깨끗한 피부에 가슴이 봉긋 솟은 우아한 여자아이였다.

기모노에 잘 어울리는 외모는 아니었지만

남자들이 좋아하는 굴곡있는 몸매의 소유자였다.

그렇다 보니 고로 사장이 유미를 주목하는 게 당연했다.

"고로 사장님. 그럼 모자수가 세븐의 새 운영자가 되는 건가요?"

도토야마가 물었다. "정말 멋진 일이네요."

모자수는 호기심과 경탄에 물든 재봉사들의 시선을 피하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유미는 계속 재봉 작업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유미는 계속 재봉 작업에만 몰두했다.

"네. 모자수에게 검은 정장 세 벌이 필요할 겁니다.

좋은 천으로 만들어주세요. 괜찮은 넥타이도 좀 필요할 겁니다.

다른 것들과 좀 다르게 만들어주세요.

좀 더 우아하고 원숙해 보이는 걸로요."

모자수는 삼면거울 앞에 서서 부지런히 일하고 있는 유미를 주시했다.

유미의 도담스러운 어깨와 긴 목이 꼭 백조 같았다.

도토야마가 모자수의 치수를 다 재자

남자들은 차로 돌아갔다.

"새로 온 유미라는 애가 아주 예뻐.

엉덩이도 끝내주고." 고로가 말했다.

모자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로가 웃었다. "열심히 일하는 소년도 드디어 여자에 관심이 생겼군!

유미는 너와 잘 어울릴 것 같아."

다음 주, 모자수가 옷을 가봉하려고 혼자서 도토야마의 가게에 도착했을 때,

도토야마는 손님과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유미에게 모자수의 정장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유미가 아직 덜 만들어진 옷을 모자수에게 건네주고

남색 커튼 뒤쪽의 탈의실을 가리켰다.

"감사합니다." 모자수가 일본어로 말했다.

유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도토야마가 시킨 일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며 냉담하게 서 있었다.

도토야마는 아직 작업실 저편에서 다른 손님을 상대하고 있었다.

유미는 모자수의 옷깃을 살펴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옷깃을 좀 손봐야 할 것 같았다.

"전 보쿠 모자수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유미는 옷깃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더니 표시를 해놓으려고 바늘꽂이에서 시침 핀 하나를 빼냈다.

"절 찌르려는 건 아니죠?" 모자수가 웃으며 말했다.

유미는 전체적인 상태를 살펴 보려고 모자수의 뒤로 돌아갔다.

"저와 말하기 싫으세요? 한마디도요?"

"손님과 이야기 하려고 여기서 일하는 게 아니에요.

옷이 맞는지 보는 게 제 일이죠."

"제가 저녁을 서면 몇 마디 건네줄 수 있겠죠?"

모자수는 고로가 여자들에게 써먹던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모자수는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이제는 파라다이스 세븐의 운영자가 되었다.

여자라면 그 지위에 혹할 거라고 모자수는 생각했다.

"감사하지만 저녁은 됐어요."

"먹기는 먹어야 하잖아요." 이것도 고로가 쓰는 판에 박힌 대사 가운데 하나였다.

"7시 30분쯤에 일이 끝나잖아요."

전에 유니폼을 가지러 여기 온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어요."

"일이 끝나면 학교에 가야 해요. 쓸데없는 짓을 할 시간이 없어요."

"제가 쓸데없는 사람인가요?"

"네." // 모자수는 유미에게 미소를 지었다.

유미는 모자수가 아는 사람들처럼 이야기하지 않았다.

"뭘 공부하는데요?" // "영어요."

"저도 영어 알아요. 제가 도와줄 수 있죠."

"당신은 영어 몰라요." // "Hello, Miss Yumi. My name is Moses Baek. How are you?"

모자수가 노아와 함께 영어책을 보고 연습했던 문장을 읊었다.

What kind of weather are you having in Tulsa, Oklahoma?

모자수가 오클라호마의 털사 날씨가 어떤지를 영어로 물었다.

"Is it rainy or dry? I like hamburgers. Do you like hamburgers? I work at a place called Paradise."

모자수가 유창하게 영어로 말했다.

"어디서 배웠어요? 당신은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했잖아요." 유미가 말했다.

"그건 어떻게 알아요?" 모자수가 미소를 지었다.

"됐어요, 그만 두죠." 유미가 다가오는 도토야마를 보고 말했다.

"유미 씨, 찰스 디킨스의 매혹적인 소설들을 좋아하나요?

찰스 디킨스는 우리 형이 좋아하는 작가예요.

디킨스의 책들은 아주 긴 것 같아요. 책에 그림도 없고요."

유미가 살짝 미소를 짓고는 도토야마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수선이 필요한 곳을 가리켰다.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재봉틀 앞으로 돌아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구나. 어떻게 지내니? 고로 사장님은 어때?"

모자수는 정중하게 대답했고, 도토야마가 시침 핀을 거의 다 꽂았을 때

몸을 돌리더니 조심스럽게 가봉해놓은 솔기를

뜯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등을 구부려서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아, 이런. 제가 멍청한 짓을 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모자수는 웃지 않으려고 애쓰는 유미를 힐끗 보며 말했다.

"내일이나 모레 다시 와도 될까요?

문 닫기 전에 들를 수 있을 거예요."

"어, 그래, 그렇게 해." 도토야마는 서로를 살펴보는 두 젊은이들의 눈빛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뜯어진 솔기만 바라보았다.

"내일 저녁에 다 끝내놓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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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Book 2. 조국.

파라다이스 세븐.

오사카, 1960년 4월

지난 4년 동안 모자수는

고로의 파친코 게임장 여섯 곳을 관리하는 지배인으로 일했다.

고로는 연이어서 새로운 가게들을 빠르게 열었고,

그 때마다 모자수가 고로를 도왔다.

모자수는 이제 스무 살이 되었고,

파친코 게임장 일 이외에는 다른 것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고칠 필요가 있는 모든 것들을 수리할 수 있었다.

모자수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덕분에

고로는 새로운 가게 자리를 찾아 아다녔고,

자신의 성장하는 제국에 유용한 영감 넘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러한 아이디어들은 이상하게도 모두 성공했다.

사업에 있어서 고로는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행운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모자수의 공으로 믿었다.

4월의 어느 이른 아침, 모자수가 가장 최근에 연 파친코 게임장

'파라다이스 식스'의 관리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였다.

"좋은 아침. 차가 기다리고 있어.

새 옷을 맞추러 도토야마 씨의 가게에 데려다줄게.

가자." 고로가 말했다.

"네? 왜요? 올해와 내년에 입을 옷이 충분히 있는데요.

전 오사카에서 제일 옷 잘 입는 지배인이라고요."

모자수가 웃으면서 말했다.

형 노아와는 달리 모자수는 좋은 옷에 관심이 없었다.

사장님이 직원들의 외모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서 그가 원하는 잘 재단된 옷을 입는 것뿐이었다.

고로는 직원들이 자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했고,

직원들의 개인적인 위생 문제에도 엄격했다.

모자수는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도토야마 씨의 가게에 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신문사에 전화를 해서 직원 구인 광고를 내야 했다.

'파라다이스 식스'에는 마지막 교대 근무 시간에 일할 사람들이 필요했고,

'파라다이스 세븐'의 인테리어도 한 달 안에 끝날 예정이라서

그곳에서 일할 직원들도

구하기 시작해야 했다.

"지배인에 적합한 옷은 갖고 있겠지만

세븐의 운영자가 되려면 새 옷이 필요할 거야."

"예? 전 세븐의 운영자가 될 수 없어요!"

모자수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그건 오카다 씨 일이잖아요."

"오카다는 떠났어."

"뭐라고요? 왜요? 오카다 씨는 운영자가 되기를 고대하고 있었는데요."

"도둑질을 했어."

"네? 믿을 수가 없어요."

"진짜라니까." 고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현장에서 잡았어. 의심했던 일이 사실로 드러났지."

"끔찍한 일이군요." 모자수는 고로의 것을 훔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아버지의 것을 훔치는 것과 같았다.

"왜 그런 짓을 했죠?"

"도박 때문이야. 깡패들에게 빚을 졌더군.

오카다는 훔친 돈을 갚겠다고 했지만 손실이 너무 컸어.

게다가 오카다의 작은마누라가 오늘 아침에 찾아와서 대신 사과를 하더라니까.

임신을 했더라고. 마침내 여자가 임신을 했는데 일자리를 잃다니, 멍청한 놈."

"이런 제기랄."

모자수는 항상 아들을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오카다를 떠올렸다.

딸이라도 좋다고 했다. 오카다는 아이와 파친코에 미쳐 있었다.

고로가 도둑질로 오카다를 해고했다면 오카다가 제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오사카에서는 파친코 게임장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할 것이다.

고로의 것을 훔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카다 씨가 죄송하다고 말했나요?"

"물론이지. 아이처럼 울었어. 하지만 오사카를 떠나라고 말했지.

그 녀석 얼굴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네." 모자수는 항상 자신에게 친절했던 오카다가 안됐다고 생각했다.

오카다는 조선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를 두었지만

항상 자신은 열정적인 사람이라서

순수한 조선인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오카다 씨의 아내는 괜찮아요?"

모자수는 고로가 오카다의 두 여자 모두와 잘 지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응. 오카다의 아내와 작은마누라는 괜찮아.

하지만 오카다의 작은마누라에게 오카다가 다시는 이곳에 나타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뒀어.

다음번에는 그다지 좋게 대하지 않을 테니까."

모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토야마 씨 가게로 가자. 꿀꿀한 기분은 딱 질색이야.

도토야마 씨 가게 아가씨들을 만나면 기운이 날 거야."

고로가 말했다.

모자수는 사장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

새로 받을 급여에 관해서는 물어보지 않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고로는 이상할 정도로 돈 이야기를 하기 싫어했다.

운영자 급여는 지배인 급여보다 좋을 것이다.

모자수는 엄마에게 설탕과자 가게를 마련해 주려고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있었다.

조금만 더 저축하면 기차역 근처의 작은 가게를 살 수 있었다.

큰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고 있어서

큰엄마는 설탕과자를 만들 수가 없었다.

엄마와 할머니만 일을 했고,

노아는 도쿄의 와세다대학에서 3년째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돈을 더 벌 수 있다면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모자수는 생각했다.

토요일 저녁, 엄마에게 두둑한 급여 봉투를 건넬 때마다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는 모자수에게 용돈을 더 많이 주려고 했지만

모자수는 버스비만 받았다.

직원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고로 사장님이 일할 때 입을 옷까지 사줬기 때문에

모자수에게는 많은 돈이 필요 없었다.

모자수는 일주일 내내 일했고 밤이 되면 집에서 잠을 잤다.

일이 너무 늦게 끝날 때는 파친코 게임장에 있는 직원 숙소에서 잠을 잤다.

두 사람이 나가자 게임장 문이 닫혔다.

"사장님, 제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직원들이 오카다 씨의 말을 들었던 것처럼

제 말을 들으려고 할까요?" 모자수가 물었다.

모자수에게 야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파친코 게임장에서 오전이나 저녁 파트 지배인으로 일하는 건 즐거웠고,

모자수는 그 일을 잘해냈다.

운영자 일은 그보다 더 막중했다.

모두가 운영자를 우러러 보았다. 고로가 없을 때는 운영자가 책임을 졌다.

모자수와 달리 오카다는 서른다섯 살이었고, 야구선수처럼 키가 컸다.

"기분이 우쭐해지고 감사하기는 하지만 다른 운영자들 가운데서 . . . "

"입 좀 다물지 그래. 난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

넌 다른 운영자들보다 훨씬 영리해.

너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도 알고 있지.

세븐은 가장 중요한 가게야.

내가 다른 가게들을 점검하며 돌아다니는 동안 영리하게 대처할 수 있는 네가 필요해."

"하지만 세븐에는 직원들이 거의 50명이나 필요해요.

50명이나 되는 직원들을 어떻게 찾아요?"

실은 적어도 60명은 필요할 거야.

카운터를 볼 예쁘장한 여자애들 스무 명도 필요하고."

"정말요?"

모자수는 언제나 고로의 기괴한 계획들을 주저 없이 받아들였지만

이번에는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많은 직원들을 어떻게 찾아 . . . "

"넌 할 수 있어. 항상 그랬으니까.

네가 카운터에 두고 싶은 여자라면 어떤 여자라도 고용할 수 있어.

오키나와 사람이든 부라쿠민이든

조선인이든 일본인이든 상관없으니까 네가 알아서 고용해.

귀엽고 예쁘기만 하면 돼.

하지만 남자들을 겁줘서 쫓아버릴 정도로 추잡한 여자는 안 돼.

여자애들이 항상 중요하거든."

"숙소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낼 수 없을 텐데 . . . "

"넌 걱정이 너무 많아. 그래서 넌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지."

고로가 환하게 웃었다.

모자수는 고로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고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만큼 가게 일을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도토야마의 가게로 가는 차 안에서

운전사와 고로는 레슬링 이야기를 했고, 모자수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모자수는 다른 게임장들에서 어떤 직원들을 빼내올까 생각하다가

자신이 이미 운영자가 될 마음을 먹고 있음을 깨닫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고로는 절대 틀리는 법이 없었다.

모자수가 어떤 사람인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잘 알고 있었다.

모자수는 노아처럼 영리하지 않았다.

지금 노아는 도쿄의 와세다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있었고,

사전 없이도 영어로 된 두꺼운 소설책들을 읽을 수 있었다.

노아는 진짜 일본인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했다.

파친코 게임장에서는 일하기 싫어했다.

노아는 가족들이 설탕과자 가게를 사면

모자수가 가족과 함께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일본인들과 마찬가지로

파친코 게임장은 존경할 만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쟁 전에 직물공장이었던

나지막한 붉은 벽돌 건물 앞에 자동차가 멈춰 섰다.

커다란 감나무가 회색 금속재 문에 그늘을 드리웠다.

고로의 전속 유니폼 재단사인 도토야마는

이카이노 근처의 작업실 겸 집이었던 곳에서 이 가게로 이사 올 정도로 돈을 벌었다.

도토야마는 그녀의 아들 하루키, 다이스케와 함께 가게 뒤쪽의 방 세 개를 사용했고,

건물의 나머지는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도토야마는 주문받은 유니폼을 만들기 위해서

일주일에 6일 일하는 보조 직원을 대여섯 명 고용했다.

입소문이 나서 오사카의 다른 조선인 사업가들한테서도

주문을 받았고, 지금은 숯불구이 식당 유니폼과

간사이 지방의 다른 파친코 게임장 유니폼을 만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고로의 주문을 제일 먼저 처리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토야마를 추천해준 사람이 고로였기 때문이다.

고로가 벨을 울리자 도토야마가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수습생 여자가 따뜻하고 향기로운 차와

수입 밀로 만든 비스킷을 옻칠한 쟁반에 담아 가져왔다.

도토야마는 모자수를 거울 앞으로 데려가,

핀을 입에 문 채 모자수의 긴 팔 너비를 측정했다.

"볼 때마다 살이 빠지는구나." 도토야마가 말했다.

"그런가 봐요.

고로 사장님도 제가 더 많이 먹어야 한다고 말씀 하세요."

모자수가 대답했다.

고로는 비스킷을 우물거리고 녹차를 두 잔째 마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고로는 남색 천으로 싸인 쿠션이 있는 삼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도토야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웠다.

그리고 어떤 문제를 해결했을 때는 항상 기분이 훨씬 더 좋아졌다.

오카다가 도둑놈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일단 그를 쫓아냈고,

이제 모자수가 승진해 그 자리를 메울 것이다.

바람이 잘 통하는 커다란 작업실은 최근에 칠을 했지만

나무 바닥은 낡고 오래되었다.

매일 바닥을 닦았지만 아침에 작업하고 남은 천 쪼가리들과

실들이 작업대 주변에 어지럽게 떨어져 있었다.

채광창으로 비스듬하게 새어 들어온 햇빛을 받아

하얀 먼지 기둥이 작업실을 수놓았다.

길쭉한 작업실에는 재봉틀 여섯 대가 늘어서 있었고

재봉틀 한 대마다 여자아이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여자아이들은 가게에 들어온 남자들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가게에 들르는 젊은 남자에게 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자수는 점점 더 눈에 띄게 매력적인 남성으로 성장했다

그는 아버지의 결단력 있는 눈빛과 따뜻한 미소를 갖고 있었다.

게다가 잘 웃기도 했는데 그것이 고로가 모자수를 무척 좋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모자수는 변덕스럽지 않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모자수가 도토야마의 가게에서 만든 지배인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그의 옷을 만들었던 여자아이들은 모자수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런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들은 모자수에게 여자친구가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새로 온 아이가 있군." 고로가 가슴 위로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고로는 여자아이들을 조심스럽게 훑어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일어나서 여자아이들에게 다가가 깊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고로처럼 중요한 인물이 그런 행동을 하다니 우스운 일이었다.

여자아이들도 동시에 일어나서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고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코를 찡그려 웃기는 표정을 지었다.

"앉아, 다들 앉아." 고로가 말했다.

고로는 탄탄한 몸매에 유머 감각까지 갖춘 사람이었다.

여자들을 웃기려고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걸어 다니기도 하고,

웃기는 몸 짓으로 여자들과 시시덕거리기를 좋아했다.

누구나 고로를 기억했고, 고로가 자기를 좋아해주기를 바랐다.

고로는 실없는 사람처럼 굴기도 해서 그가 파친코 게임장 일곱 개를 소유할 정도로 힘 있고

부유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가끔 잊곤 했다.

고로가 한마디만 해도 웬만한 사람들은 오사카를 영원히 떠나야 했다.

"에리코 씨, 레이코 씨, 미도리 씨,

하나코 씨, 모토코 씨 맞죠?"

고로가 여직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정확하게 부르다니

새로 온 여직원 앞에 멈춰 섰다.

"고로입니다." 고로가 새로 온 여직원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손이 아주 사랑스럽네요."

"유미입니다."

젊은 여자가 재봉 작업을 방해하는 고로가 살짝 성가신 듯 대답했다.

도토야마는 적어놓은 치수를 보다가

고개를 들어 새로 온 여직원에게 인상을 찌푸렸다.

유미는 다른 직원들보다 훨씬 깔끔하게 재봉 했지만

종종 너무 냉담하게 굴었다.

혼자서 점심을 먹거나

휴식 시간에도 다른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책을 읽었다.

유미의 솜씨와 개인적인 성격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고로 사장을 존경하고

심지어는 그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는 사실에

비하면 그것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도토야마에게 고로 사장은 참으로 훌륭한 사람이었다.

고로가 여자아이들과 시시덕거리기 좋아하기는 했지만

부적절한 짓은 절대 하지 않았다.

고로는 다른 남자 손님들과는 달리 도토야마의 직원들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거나 나쁜 짓을 절대 하지 않았다.

유미는 도토야마의 가게에서 일한 지 두 달 정도 된 직원이었다. Yumi was an employee who had been working at a shop in Totoyama for about two months.

도토야마는 유미의 이력서를 봐서 유미가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유미는 일본 이름을 사용했고 자신의 출신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도토야마는 직원이 자기 몫의 일을 해내기만 한다면

그 사람의 출신의 신경 쓰지 않았다.

유미는 깨끗한 피부에 가슴이 봉긋 솟은 우아한 여자아이였다.

기모노에 잘 어울리는 외모는 아니었지만

남자들이 좋아하는 굴곡있는 몸매의 소유자였다.

그렇다 보니 고로 사장이 유미를 주목하는 게 당연했다.

"고로 사장님. 그럼 모자수가 세븐의 새 운영자가 되는 건가요?"

도토야마가 물었다. "정말 멋진 일이네요."

모자수는 호기심과 경탄에 물든 재봉사들의 시선을 피하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유미는 계속 재봉 작업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유미는 계속 재봉 작업에만 몰두했다.

"네. 모자수에게 검은 정장 세 벌이 필요할 겁니다.

좋은 천으로 만들어주세요. 괜찮은 넥타이도 좀 필요할 겁니다.

다른 것들과 좀 다르게 만들어주세요.

좀 더 우아하고 원숙해 보이는 걸로요."

모자수는 삼면거울 앞에 서서 부지런히 일하고 있는 유미를 주시했다.

유미의 도담스러운 어깨와 긴 목이 꼭 백조 같았다.

도토야마가 모자수의 치수를 다 재자

남자들은 차로 돌아갔다.

"새로 온 유미라는 애가 아주 예뻐.

엉덩이도 끝내주고." 고로가 말했다. The ass is awesome too, Goro said

모자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로가 웃었다. "열심히 일하는 소년도 드디어 여자에 관심이 생겼군!

유미는 너와 잘 어울릴 것 같아."

다음 주, 모자수가 옷을 가봉하려고 혼자서 도토야마의 가게에 도착했을 때,

도토야마는 손님과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유미에게 모자수의 정장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유미가 아직 덜 만들어진 옷을 모자수에게 건네주고

남색 커튼 뒤쪽의 탈의실을 가리켰다.

"감사합니다." 모자수가 일본어로 말했다.

유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도토야마가 시킨 일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며 냉담하게 서 있었다.

도토야마는 아직 작업실 저편에서 다른 손님을 상대하고 있었다.

유미는 모자수의 옷깃을 살펴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옷깃을 좀 손봐야 할 것 같았다.

"전 보쿠 모자수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유미는 옷깃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더니 표시를 해놓으려고 바늘꽂이에서 시침 핀 하나를 빼냈다.

"절 찌르려는 건 아니죠?" 모자수가 웃으며 말했다.

유미는 전체적인 상태를 살펴 보려고 모자수의 뒤로 돌아갔다.

"저와 말하기 싫으세요? 한마디도요?"

"손님과 이야기 하려고 여기서 일하는 게 아니에요.

옷이 맞는지 보는 게 제 일이죠."

"제가 저녁을 서면 몇 마디 건네줄 수 있겠죠?"

모자수는 고로가 여자들에게 써먹던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모자수는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이제는 파라다이스 세븐의 운영자가 되었다.

여자라면 그 지위에 혹할 거라고 모자수는 생각했다.

"감사하지만 저녁은 됐어요."

"먹기는 먹어야 하잖아요." 이것도 고로가 쓰는 판에 박힌 대사 가운데 하나였다.

"7시 30분쯤에 일이 끝나잖아요."

전에 유니폼을 가지러 여기 온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어요."

"일이 끝나면 학교에 가야 해요. 쓸데없는 짓을 할 시간이 없어요."

"제가 쓸데없는 사람인가요?"

"네." // 모자수는 유미에게 미소를 지었다.

유미는 모자수가 아는 사람들처럼 이야기하지 않았다.

"뭘 공부하는데요?" // "영어요."

"저도 영어 알아요. 제가 도와줄 수 있죠."

"당신은 영어 몰라요." // "Hello, Miss Yumi. My name is Moses Baek. How are you?"

모자수가 노아와 함께 영어책을 보고 연습했던 문장을 읊었다.

What kind of weather are you having in Tulsa, Oklahoma?

모자수가 오클라호마의 털사 날씨가 어떤지를 영어로 물었다.

"Is it rainy or dry? I like hamburgers. Do you like hamburgers? I work at a place called Paradise."

모자수가 유창하게 영어로 말했다.

"어디서 배웠어요? 당신은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했잖아요." 유미가 말했다.

"그건 어떻게 알아요?" 모자수가 미소를 지었다.

"됐어요, 그만 두죠." 유미가 다가오는 도토야마를 보고 말했다.

"유미 씨, 찰스 디킨스의 매혹적인 소설들을 좋아하나요?

찰스 디킨스는 우리 형이 좋아하는 작가예요.

디킨스의 책들은 아주 긴 것 같아요. 책에 그림도 없고요."

유미가 살짝 미소를 짓고는 도토야마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수선이 필요한 곳을 가리켰다.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재봉틀 앞으로 돌아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구나. 어떻게 지내니? 고로 사장님은 어때?"

모자수는 정중하게 대답했고, 도토야마가 시침 핀을 거의 다 꽂았을 때

몸을 돌리더니 조심스럽게 가봉해놓은 솔기를

뜯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등을 구부려서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아, 이런. 제가 멍청한 짓을 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모자수는 웃지 않으려고 애쓰는 유미를 힐끗 보며 말했다.

"내일이나 모레 다시 와도 될까요?

문 닫기 전에 들를 수 있을 거예요."

"어, 그래, 그렇게 해." 도토야마는 서로를 살펴보는 두 젊은이들의 눈빛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뜯어진 솔기만 바라보았다.

"내일 저녁에 다 끝내놓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