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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 파친코 사장, 고로 (1956년 2월) 」 Pachinko 파친코 [Book 2. 조국]

「 파친코 사장, 고로 (1956년 2월) 」 Pachinko 파친코 [Book 2. 조국]

🎵

파친코.

Book 2. 조국. 파친코 사장, 고로.

1956년 3월.

고로는 뚱뚱하지만 매력 넘치는 조선 남자였고,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고로의 어머니는 제주도에서 전복을 따던 해녀였는데,

고로는 이카이노에 있는 그다지 크지 않은 자신의 집에서 혼자 살았다.

고로가 한때는 날렵하고 힘 좋은 수영선수였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웃긴 이야기를 늘어놓고,

부엌에서 직접 준비한 간식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모습 말고는 다른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고로의 두툼하고 둥그스름한 팔뚝과 부푼 배는 어딘지 모르게 멋들어지고 관능적으로 보였다.

깨끗하고 부드러운 구릿빛 피부 탓이거나

잘 빠진 양복을 차려입은 모습이 매끈한 물개를 닮아서 그런지도 몰랐다.

고로는 말솜씨가 좋아서 나무꾼한테도 목재를 팔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파친코 게임장 세 개로 돈을 많이 벌었지만

사치 하지 않고 검소하게 사는 걸 좋아했다.

그 대신 여자들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모자수는 육 개월 동안 고로가 소유한 파친코 게임장의

본점에서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다했다.

그러는 사이에 열여섯 살 소년은 세상일에 관해서

학교에서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돈 버는 일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한자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보다

열 배는 더 쉬웠다.

책과 시험을 잊고 살 수 있어서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몰랐다.

모자수가 일하는 곳의 거의 모든 사람이 조선 인이었다.

그래서 출신의 관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쓸데없는 이야기들은

오고가지 않았다.

학교에 다닐 때는 자신이 친구들의 괴롭힘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일상에서 그 비열한 놀림이 완전히 사라지자 이루 말할 수 없는 평화로움이 느꼈졌다.

모자수는 고로 밑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로

단 한번도 싸움을 하지 않았다

모자수는 토요일 저녁마다 봉급 봉투를 엄마에게 드리고

얼마의 용돈을 받았다.

선자는 생활비에 필요한 돈은 썼지만

모자수가 벌어다주는 돈은 가능하면 쓰지 않고 모았다.

모자수가 언젠가는 가게 주인이 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모자수는 매일 아침 일찍 일하러 가서

할 수 있는 한 가장 늦게까지 일했다.

담배꽁초를 치우거나 부엌일을 하는 소녀 가요코가 바쁠 때

그녀를 대신해서 더러운 찻잔을 씻어도 즐겁기만 했다.

동이 튼 지 두 시간도 채 안 되는 3월의 화창한 아침이었다.

모자수는 파친코 게임장 뒷문으로 들어갔다가 고로를 발견했다.

고로는 기계 하나를 골라서 핀을 조절하고 있었다.

매일 게임장 문을 열기 전에 고로는 고무를 씌운 작은 망치로 파친코 기계의

곧은 핀 몇 개를 부드럽게 두드렸다.

그 핀들을 아주 살짝 두드려서 배당금에 영향을 미치는

금속 공의 진로를 바꾸는 것이었다.

고로가 어떤 기계를 고를지,

어떤 핀을 어떤 방향으로 놓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 지역에는 잘 나가는 파친코 게임장이 몇 군데 더 있었지만 고로의 게임장이 제일 잘 됐다.

고로가 핀을 조절할 수 있는 감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핀을 약간만 조정해도

게임장 문을 닫기 전까지 파친코 기계를 연구했던

단골손님들을 다음 날 아침 절망에 빠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뜻밖의 근사한 횡재을 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할 수도

충분히 남아 있어서 또다시 운을 시험해보려는 손님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고로는 모자수에게 핀을 두드리는 법을 가르쳤고,

모자수는 생애 처음으로 훌륭한 학생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모자수가 기분 좋게 인사했다.

"오늘도 일찍 왔네. 좋은 현상이야.

가요코가 닭죽을 만들어놨으니까 너도 아침 좀 먹어라.

넌 덩치가 크지만 그래도 더 먹어야 해.

여자들은 뭔가 옮겨질 게 있는 두툼한 남자를 좋아하거든!"

고로가 눈썹을 치켜 올리고 호탕하게 껄껄 웃으며 말했다. "안 그러냐?"

모자수는 그 정도 놀림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미소만 지었다.

고로는 모자수가 여자 경험이 많은 아이라도 된 것처럼

그런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모자수는 여자와 자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늘 아침에 엄마가 국을 끓여주셔서 벌써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모자수가 고로 옆에 앉았다.

"어머니는 어떠시니?"

"좋아요. 잘 지내세요."

노아는 모자수가 파친코 게임장에서 일하는 걸 단호하게 반대했지만,

선자는 노아를 설득하면서까지 적극 허락했다.

선자는 모자수가 이카이노에서 널리 존경받는 고로 사장님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선자는 모자수가 다른 학생들과 너무 자주 싸우다가 다칠까 두려웠고,

결국에는 영원히 학교를 떠나도록 했던 것이다.

모자수는 학교를 마치지 못했지만 노아는 와세다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이 가족에게는 위안이 되었다.

적어도 아들 한 명은 아버지처럼 교육을 받을 테니까.

"가게는 어때? 설탕은 중독성이 있지.

돈 벌기 좋은 재료야, 그렇지?"

고로가 핀을 하나하나 부드럽게 두드리면서 웃었다.

모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자수는 엄마와 큰엄마, 할머니가 기차역 근처 야외시장에서 운영하는 설탕과자 노점상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세 사람은 정상적인 가게를 갖고 싶었지만

건물을 살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좋은 가게를 조선인에게 임대해 줄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모자수는 노아의 과외비와

엄마에게 아름다운 가게를 마련해줄 돈을 벌고 싶었다.

고로가 모자수에게 망치를 건넸다.

"한 번 해봐." 고로가 지켜보는 동안 모자수가 핀을 두드렸다.

"어젯밤에는 미유키를 만나서 술을 너무 마셨어.

모자수, 넌 나처럼 되지 마라.

쉬운 여자들을 상대하느라 자유로운 시간을 모두 낭비하지 마란 말이다."

고로가 웃으며 말했다.

"뭐, 아주 예쁜 여자는 예외지만. 하하."

"미유키 씨는 예쁘잖아요." 모자수가 말했다.

"그건 그렇지. 젖가슴과 배가 인어처럼 아름답지.

여자들은 정말 맛있어. 설탕과저처럼 말이야!

내가 한 여자에게 정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래야 할 이유도 없지.

모자수야, 너도 알겠지만 나한테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어.

부모님 생각을 하면 슬프지만

날 결혼시키려고 애쓰는 사람이 없는 셈이지."

고로는 그런 건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어젯밤에 누구와 있으니?" 고로가 물었다.

모자수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게임장 문을 닫을 때까지 여기 있었다는 걸 아시잖아요.

그 후에는 집에 갔죠."

"그럼 부엌 근처를 어슬렁대면서 가요코를 쫓아다니지도 않았다는 거네?"

"네." 모자수가 소리 내어 웃었다.

"아, 그래. 그럼 그건 나였나 보군.

가요코는 간지럼을 많이 타.

못생긴 편이 아니니 언젠가는 근사한 여자가 될 거야.

하지만 지금은 너무 어리지.

언젠가는 누군가가 그 애에게 화장품을 사다줄 거고, 그 때는 그 애도 우리를 떠날 테지.

여자들은 그런 거야."

모자수는 정기적으로 여배우들과 무용수들을 상대하는 사장이 왜 부엌일을 하는 소녀에게 관심을 갖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요쿄는 간질이기에 딱 좋은 애야.

간질이며 아주 귀엽게 웃거든."

고로가 무릎으로 모자수의 무릎을 쳤다.

"모자수, 난 너 같은 애들이랑 같이 일하는 게 좋아.

그럼 여기가 훨씬 활기찬 곳이 되거든."

고로는 모자수의 원기 왕성한 에너지가 좋아서 그를 본점에 둔 것이었다.

고로는 이제 자신의 모든 게임장의 많은 직원들을 둘 수 있었다.

처음 게임장을 내고 사장이 되어

모자수가 하는 일을 자신이 직접 다했던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옛일을 떠올리던 고로는 고개를 들어 모자수를 쳐다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모자수는 이상하다는듯 찌푸린 사장의 표정을 살펴봤다.

"매일 똑같은 흰색 셔츠와 검정 바지를 입는구나.

깨끗해 보이기는 하지만 경비원처럼 보여.

셔츠와 바지가 두 벌씩 있나 보군.

그렇지?" 고로가 상냥하게 말했다.

"네, 사장님." 모자수가 아래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엄마가 전날 밤에 셔츠를 다려주셨다.

나빠 보이지는 않았지만 고로 사장님의 말씀대로 중요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옷을 살 여윳돈은 없었다.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돈이 요셉 큰아버지의 의료비로 들어갔다.

"옷이 더 필요하겠다. 가자." 고로가 소리쳤다. "가요코, 모자수와 잠깐 나갔다 올게.

아무도 들여보내지 마. 알겠지?"

"네, 사장님." 가요코가 부엌에서 소리쳤다.

"하지만 볼 트레이를 밖으로 꺼내서 앞쪽을 닦아야 하는데요.

기계도 청소해야 하고, 가요코를 도와서 손을 닦는 수건을 . . . "

모자수가 아침에 할 일을 늘어 놓았지만 고로는 이미 문간에 서 있었다.

"모자수, 빨리 와! 하루 종일 시간이 있는 게 아냐.

그 꼴로 다니는 건 더 이상 안 돼."

고로는 혼란스러워하는 소년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작은 나무문을 연 여자는

손님인 고로 사장 옆에 서 있는 키 큰 소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모자수는 하루키의 엄마를 바로 알아보았다.

하루키의 집에 가본 적은 없었지만

거리에서 몇 차례 하루키의 엄마를 만나 인사를 드렸기 때문이다.

"도토야마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모자수가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모자수, 잘 지냈어? 어서 와.

네가 고로 사장님 밑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고로가 미소를 지었다. "착한 아이입니다.

너무 일찍 와서 죄송하군요, 도토야마 씨.

하지만 모자수한테 옷이 몇 벌 필요해서요."

안으로 들어간 모자수는 아주 작은 집 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삼분의 일밖에 안 되는 크기였다.

작은방 하나를 칸막이로 나누어서

앞쪽에 재봉틀과 재단용 인체모형, 작업대, 천들을 놓아둔 것이 보였다.

요리를 하고 있었는지

간장과 미린에서 나는 백단유 향 같은 냄새가 집 안에 가득했다.

방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하루키가 엄마와 동생과 함께 이렇게 좁은 곳에서 함께 산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하루키의 집에 오자 모자수는 친구가 더 그리웠다.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시작한 후로는 하루키를 만나지 못한 것이다.

"모자수는 새로운 오전 파트 지배인이 될 겁니다.

제일 어린 지배인이죠."

"예?" 모자수가 소리쳤다.

"그런데 지배인은 기계를 청소하고

손 닦는 수건과 차를 나르는 소년처럼 보여서는 안 되죠.

도토야마 씨, 모자수에게 적절한 재킷과 그에 . . 는 . . (recording error, missing text)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자수의 어깨와 팔 치수를 재려고 줄자를 풀었다.

그러고는 포장지를 재활용해서 만든

공책에 몽당연필로 치수를 기록했다.

"엄마, 엄마! 지금 나가도 돼요?"

들려오는 목소리로 보아서는 다 큰 성인남자 같았지만 간청하는 어조는 어린 소년의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아들이 호기심이 많아서요.

보통은 손님들이 이렇게 이른 아침에 오지 않거든요."

고로가 괜찮다고 손을 흔들면서 도토야마에게 아들을 보러 가보라고 했다.

도토야마가 잠깐 나가자 고로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저 아이는 . . . " 모자수는 하루키의 남동생에 관한 사연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학교에 다니는 하루키를 보지 못한 지

벌써 6개월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루키는 경찰관이 되고 싶어 했다.

모자수는 학교를 떠나기 전까지는 둘의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 학교였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모자수는 항상 일을 했기 때문에 하루키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방과 방 사이의 미닫이문이 종이와 얇은 나무 조각들로 만들어져 있어서

고로와 모자수는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다.

"다이스케, 엄마가 곧 돌아올게, 알겠지?

엄마는 옆방에 있어. 엄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

"엄마, 형이 학교에서 돌아왔어요?"

"아니, 아니야. 하루키는 겨우 한 시간 전에 학교에 갔잖아.

얌전하게 형을 기다려야 해. 한참 후에나 돌아올 거야.

엄마는 하루키의 좋은 친구에게 재킷을 몇 벌 만들어줘야 해.

여기서 조각그림 맞추기 하면서 얌전히 있을 수 있지?"

"모자수 형이에요?" 모자수는 자기 이름을 듣고 깜짝 놀라서 닫힌 문을 힐끗 쳐다보았다.

"엄마, 모자수 형을 만나고 싶어요.

조선인이잖아요. 만날 수 있어요?

형이 모자수 형은 욕을 잘 한다고 했어요.

그걸 듣고 싶어요!" 다이스케가 웃음을 터뜨렸다.

고로는 괜찮다고 모자수를 달래주려는 듯

모자수의 등을 토닥였다.

모자수는 고로의 측은해하는 마음과 친절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엄마! 엄마! 조선인 친구를 만나고 싶어요.

네, 엄마, 제발요?

갑자기 조용해졌고, 도토야마의 목소리가 구구거리는 새 울음소리처럼 나지막하게 들렸다.

"다이스케, 다이스케, 다이스케

도토야마가 다이스케의 이름을 거듭 불렀다.

하루키의 엄마는 아들이 조용해질 때까지 아이의 이름을 반복해서 불렀다.

넌 여기서 조각그림 맞추면서 얌전히 있어. 엄마를 도와줘야 해.

알겠지? 넌 착한 아이야. 하루키는 몇 시간 후에 집에 올 거야.

네가 조각그림을 얼마나 잘 맞추었는지 하루키가 보고 싶어 할걸."

"네, 엄마, 알겠어요.

먼저 팽이를 갖고 놀고 나서 할래요.

오늘 쌀밥을 먹을 수 있어요?

손님이 왔으니까 쌀밥을 먹을 수 있죠?

손님이 오면 가끔씩 쌀을 사잖아요.

커다란 주먹밥을 먹고 싶어요, 엄마."

"나중에, 다이스케. 나중에 이야기하자. 다이스케, 다이스케

다이스케." 도토야마가 웅얼거렸다.

도토야마는 작업실로 돌아와 사과를 했고, 고르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모자수는 처음으로 고로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고로는 도토야마에게 자주 웃어보였지만,

아래로 내리뜬 두 눈은 도토야마의 엄격하지만

부드러운 얼굴을 보면서 고통스러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이 아이에게 재킷 두 벌과 바지 두 벌,

적절한 겨울 코트 한 벌을 만들어주세요.

얘가 항상 허름한 옷을 걸치거든요.

전 제 직원들이

깔끔하게 잘 차려입은 모습을 손님들에게 보여주고 싶답니다."

고르는 도토야마에게 지폐 몇 장을 건네주었고,

모자수도 나가려고 돌아섰다.

모자수는 작은 방에서 친구의 흔적을 찾아 봤지만

사진이나 책, 혹은 이미지가 하나도 없었다.

커튼이 쳐진 옷 갈아 입는 곳 옆쪽 벽에 초상화 크기의 거울이 하나 있었다.

"오늘 늦게 가요코도 보낼 테니까

모자수의 유니폼과 어울리는 옷을 만들어주세요.

나는 가요코와 모자수가 서로 어울리게 줄무늬 타이를 하거나

줄무늬가 들어간 걸 걸쳤으면 해요.

지난달에 도쿄의 파친코 게임장에서 그런 유니폼을 봤어요.

가요코는 앞치마가 달린 깔끔한 드레스를 입어야 해요.

아침에 줄무늬를 넣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

뭐, 도토야마 씨에게 맡기면 되겠지요.

가요코의 유니폼도 두세 벌 만들어주세요.

튼튼한 옷이어야 합니다."

고로가 지폐를 몇 장 더 꺼내서 도토야마의 손에 올려놓았다.

도토야마가 고개를 숙이고 또 숙여 인사했다.

"너무 많아요." 도토야마가 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고로는 모자수에게 몸짓을 했다.

"우리는 이제 가봐야 합니다.

손님들이 파친코를 하고 싶어서 근질근질 . . (recording error)

"고로 사장님, 이번 주말까지 재킷과 바지를 완성할 수 있어요.

코트는 마지막에 만들게요.

모자수는 재킷을 입어보러 다시 와줘야 해. 삼 일 후에 들를 수 있겠어?"

모자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고로를 흘낏 쳐다봤다.

"빨리 와, 모자수. 손님들을 기다리게 하면 안돼."

모자수는 고로를 따라서 문을 나섰다.

지금쯤 아침 수업을 듣는라 고생하고 있을

친구의 흔적은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도토야마는 두 사람이 떠날 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두 사람이 모퉁이를 돌아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문간에 서 있었다.

그러고는 문을 꼭 닫고 잠갔다.

이번 달 방세와 식비를 대기에 충분한 돈이 수중에 들어왔다.

도토야마는 문 앞에 주저앉아서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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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Book 2. 조국. 파친코 사장, 고로.

1956년 3월.

고로는 뚱뚱하지만 매력 넘치는 조선 남자였고,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고로의 어머니는 제주도에서 전복을 따던 해녀였는데,

고로는 이카이노에 있는 그다지 크지 않은 자신의 집에서 혼자 살았다.

고로가 한때는 날렵하고 힘 좋은 수영선수였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웃긴 이야기를 늘어놓고, But telling funny stories,

부엌에서 직접 준비한 간식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모습 말고는 다른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It was hard to imagine anything other than devouring the snacks prepared in the kitchen.

고로의 두툼하고 둥그스름한 팔뚝과 부푼 배는 어딘지 모르게 멋들어지고 관능적으로 보였다.

깨끗하고 부드러운 구릿빛 피부 탓이거나

잘 빠진 양복을 차려입은 모습이 매끈한 물개를 닮아서 그런지도 몰랐다.

고로는 말솜씨가 좋아서 나무꾼한테도 목재를 팔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파친코 게임장 세 개로 돈을 많이 벌었지만

사치 하지 않고 검소하게 사는 걸 좋아했다.

그 대신 여자들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모자수는 육 개월 동안 고로가 소유한 파친코 게임장의

본점에서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다했다.

그러는 사이에 열여섯 살 소년은 세상일에 관해서

학교에서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돈 버는 일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한자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보다

열 배는 더 쉬웠다.

책과 시험을 잊고 살 수 있어서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몰랐다.

모자수가 일하는 곳의 거의 모든 사람이 조선 인이었다.

그래서 출신의 관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쓸데없는 이야기들은

오고가지 않았다.

학교에 다닐 때는 자신이 친구들의 괴롭힘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일상에서 그 비열한 놀림이 완전히 사라지자 이루 말할 수 없는 평화로움이 느꼈졌다. I felt an indescribable peace as the mean jokes from my daily life completely disappeared.

모자수는 고로 밑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로

단 한번도 싸움을 하지 않았다

모자수는 토요일 저녁마다 봉급 봉투를 엄마에게 드리고

얼마의 용돈을 받았다.

선자는 생활비에 필요한 돈은 썼지만

모자수가 벌어다주는 돈은 가능하면 쓰지 않고 모았다.

모자수가 언젠가는 가게 주인이 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모자수는 매일 아침 일찍 일하러 가서

할 수 있는 한 가장 늦게까지 일했다.

담배꽁초를 치우거나 부엌일을 하는 소녀 가요코가 바쁠 때

그녀를 대신해서 더러운 찻잔을 씻어도 즐겁기만 했다.

동이 튼 지 두 시간도 채 안 되는 3월의 화창한 아침이었다.

모자수는 파친코 게임장 뒷문으로 들어갔다가 고로를 발견했다.

고로는 기계 하나를 골라서 핀을 조절하고 있었다.

매일 게임장 문을 열기 전에 고로는 고무를 씌운 작은 망치로 파친코 기계의

곧은 핀 몇 개를 부드럽게 두드렸다.

그 핀들을 아주 살짝 두드려서 배당금에 영향을 미치는

금속 공의 진로를 바꾸는 것이었다.

고로가 어떤 기계를 고를지,

어떤 핀을 어떤 방향으로 놓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 지역에는 잘 나가는 파친코 게임장이 몇 군데 더 있었지만 고로의 게임장이 제일 잘 됐다.

고로가 핀을 조절할 수 있는 감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핀을 약간만 조정해도

게임장 문을 닫기 전까지 파친코 기계를 연구했던

단골손님들을 다음 날 아침 절망에 빠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뜻밖의 근사한 횡재을 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할 수도

충분히 남아 있어서 또다시 운을 시험해보려는 손님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고로는 모자수에게 핀을 두드리는 법을 가르쳤고,

모자수는 생애 처음으로 훌륭한 학생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모자수가 기분 좋게 인사했다.

"오늘도 일찍 왔네. 좋은 현상이야.

가요코가 닭죽을 만들어놨으니까 너도 아침 좀 먹어라.

넌 덩치가 크지만 그래도 더 먹어야 해.

여자들은 뭔가 옮겨질 게 있는 두툼한 남자를 좋아하거든!"

고로가 눈썹을 치켜 올리고 호탕하게 껄껄 웃으며 말했다. "안 그러냐?"

모자수는 그 정도 놀림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미소만 지었다.

고로는 모자수가 여자 경험이 많은 아이라도 된 것처럼

그런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모자수는 여자와 자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늘 아침에 엄마가 국을 끓여주셔서 벌써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모자수가 고로 옆에 앉았다.

"어머니는 어떠시니?"

"좋아요. 잘 지내세요."

노아는 모자수가 파친코 게임장에서 일하는 걸 단호하게 반대했지만,

선자는 노아를 설득하면서까지 적극 허락했다.

선자는 모자수가 이카이노에서 널리 존경받는 고로 사장님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선자는 모자수가 다른 학생들과 너무 자주 싸우다가 다칠까 두려웠고,

결국에는 영원히 학교를 떠나도록 했던 것이다.

모자수는 학교를 마치지 못했지만 노아는 와세다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이 가족에게는 위안이 되었다.

적어도 아들 한 명은 아버지처럼 교육을 받을 테니까.

"가게는 어때? 설탕은 중독성이 있지.

돈 벌기 좋은 재료야, 그렇지?"

고로가 핀을 하나하나 부드럽게 두드리면서 웃었다.

모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자수는 엄마와 큰엄마, 할머니가 기차역 근처 야외시장에서 운영하는 설탕과자 노점상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세 사람은 정상적인 가게를 갖고 싶었지만

건물을 살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좋은 가게를 조선인에게 임대해 줄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모자수는 노아의 과외비와

엄마에게 아름다운 가게를 마련해줄 돈을 벌고 싶었다.

고로가 모자수에게 망치를 건넸다.

"한 번 해봐." 고로가 지켜보는 동안 모자수가 핀을 두드렸다.

"어젯밤에는 미유키를 만나서 술을 너무 마셨어.

모자수, 넌 나처럼 되지 마라.

쉬운 여자들을 상대하느라 자유로운 시간을 모두 낭비하지 마란 말이다."

고로가 웃으며 말했다.

"뭐, 아주 예쁜 여자는 예외지만. 하하."

"미유키 씨는 예쁘잖아요." 모자수가 말했다.

"그건 그렇지. 젖가슴과 배가 인어처럼 아름답지.

여자들은 정말 맛있어. 설탕과저처럼 말이야!

내가 한 여자에게 정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래야 할 이유도 없지.

모자수야, 너도 알겠지만 나한테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어.

부모님 생각을 하면 슬프지만

날 결혼시키려고 애쓰는 사람이 없는 셈이지."

고로는 그런 건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어젯밤에 누구와 있으니?" 고로가 물었다.

모자수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게임장 문을 닫을 때까지 여기 있었다는 걸 아시잖아요.

그 후에는 집에 갔죠."

"그럼 부엌 근처를 어슬렁대면서 가요코를 쫓아다니지도 않았다는 거네?"

"네." 모자수가 소리 내어 웃었다.

"아, 그래. 그럼 그건 나였나 보군.

가요코는 간지럼을 많이 타.

못생긴 편이 아니니 언젠가는 근사한 여자가 될 거야.

하지만 지금은 너무 어리지.

언젠가는 누군가가 그 애에게 화장품을 사다줄 거고, 그 때는 그 애도 우리를 떠날 테지.

여자들은 그런 거야."

모자수는 정기적으로 여배우들과 무용수들을 상대하는 사장이 왜 부엌일을 하는 소녀에게 관심을 갖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요쿄는 간질이기에 딱 좋은 애야.

간질이며 아주 귀엽게 웃거든."

고로가 무릎으로 모자수의 무릎을 쳤다.

"모자수, 난 너 같은 애들이랑 같이 일하는 게 좋아.

그럼 여기가 훨씬 활기찬 곳이 되거든."

고로는 모자수의 원기 왕성한 에너지가 좋아서 그를 본점에 둔 것이었다.

고로는 이제 자신의 모든 게임장의 많은 직원들을 둘 수 있었다.

처음 게임장을 내고 사장이 되어

모자수가 하는 일을 자신이 직접 다했던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옛일을 떠올리던 고로는 고개를 들어 모자수를 쳐다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모자수는 이상하다는듯 찌푸린 사장의 표정을 살펴봤다.

"매일 똑같은 흰색 셔츠와 검정 바지를 입는구나.

깨끗해 보이기는 하지만 경비원처럼 보여.

셔츠와 바지가 두 벌씩 있나 보군.

그렇지?" 고로가 상냥하게 말했다.

"네, 사장님." 모자수가 아래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엄마가 전날 밤에 셔츠를 다려주셨다.

나빠 보이지는 않았지만 고로 사장님의 말씀대로 중요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옷을 살 여윳돈은 없었다.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돈이 요셉 큰아버지의 의료비로 들어갔다.

"옷이 더 필요하겠다. 가자." 고로가 소리쳤다. "가요코, 모자수와 잠깐 나갔다 올게.

아무도 들여보내지 마. 알겠지?"

"네, 사장님." 가요코가 부엌에서 소리쳤다.

"하지만 볼 트레이를 밖으로 꺼내서 앞쪽을 닦아야 하는데요.

기계도 청소해야 하고, 가요코를 도와서 손을 닦는 수건을 . . . "

모자수가 아침에 할 일을 늘어 놓았지만 고로는 이미 문간에 서 있었다.

"모자수, 빨리 와! 하루 종일 시간이 있는 게 아냐.

그 꼴로 다니는 건 더 이상 안 돼."

고로는 혼란스러워하는 소년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작은 나무문을 연 여자는

손님인 고로 사장 옆에 서 있는 키 큰 소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모자수는 하루키의 엄마를 바로 알아보았다.

하루키의 집에 가본 적은 없었지만 I've never been to Haruki's house

거리에서 몇 차례 하루키의 엄마를 만나 인사를 드렸기 때문이다.

"도토야마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모자수가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모자수, 잘 지냈어? 어서 와.

네가 고로 사장님 밑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고로가 미소를 지었다. "착한 아이입니다.

너무 일찍 와서 죄송하군요, 도토야마 씨.

하지만 모자수한테 옷이 몇 벌 필요해서요."

안으로 들어간 모자수는 아주 작은 집 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삼분의 일밖에 안 되는 크기였다.

작은방 하나를 칸막이로 나누어서

앞쪽에 재봉틀과 재단용 인체모형, 작업대, 천들을 놓아둔 것이 보였다.

요리를 하고 있었는지

간장과 미린에서 나는 백단유 향 같은 냄새가 집 안에 가득했다.

방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하루키가 엄마와 동생과 함께 이렇게 좁은 곳에서 함께 산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하루키의 집에 오자 모자수는 친구가 더 그리웠다.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시작한 후로는 하루키를 만나지 못한 것이다.

"모자수는 새로운 오전 파트 지배인이 될 겁니다.

제일 어린 지배인이죠."

"예?" 모자수가 소리쳤다.

"그런데 지배인은 기계를 청소하고

손 닦는 수건과 차를 나르는 소년처럼 보여서는 안 되죠.

도토야마 씨, 모자수에게 적절한 재킷과 그에 . . 는 . . (recording error, missing text)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자수의 어깨와 팔 치수를 재려고 줄자를 풀었다.

그러고는 포장지를 재활용해서 만든

공책에 몽당연필로 치수를 기록했다.

"엄마, 엄마! 지금 나가도 돼요?"

들려오는 목소리로 보아서는 다 큰 성인남자 같았지만 간청하는 어조는 어린 소년의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아들이 호기심이 많아서요.

보통은 손님들이 이렇게 이른 아침에 오지 않거든요."

고로가 괜찮다고 손을 흔들면서 도토야마에게 아들을 보러 가보라고 했다.

도토야마가 잠깐 나가자 고로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저 아이는 . . . " 모자수는 하루키의 남동생에 관한 사연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학교에 다니는 하루키를 보지 못한 지

벌써 6개월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루키는 경찰관이 되고 싶어 했다.

모자수는 학교를 떠나기 전까지는 둘의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 학교였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모자수는 항상 일을 했기 때문에 하루키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방과 방 사이의 미닫이문이 종이와 얇은 나무 조각들로 만들어져 있어서

고로와 모자수는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다.

"다이스케, 엄마가 곧 돌아올게, 알겠지?

엄마는 옆방에 있어. 엄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

"엄마, 형이 학교에서 돌아왔어요?"

"아니, 아니야. 하루키는 겨우 한 시간 전에 학교에 갔잖아.

얌전하게 형을 기다려야 해. 한참 후에나 돌아올 거야.

엄마는 하루키의 좋은 친구에게 재킷을 몇 벌 만들어줘야 해.

여기서 조각그림 맞추기 하면서 얌전히 있을 수 있지?"

"모자수 형이에요?" 모자수는 자기 이름을 듣고 깜짝 놀라서 닫힌 문을 힐끗 쳐다보았다.

"엄마, 모자수 형을 만나고 싶어요.

조선인이잖아요. 만날 수 있어요?

형이 모자수 형은 욕을 잘 한다고 했어요.

그걸 듣고 싶어요!" 다이스케가 웃음을 터뜨렸다.

고로는 괜찮다고 모자수를 달래주려는 듯

모자수의 등을 토닥였다.

모자수는 고로의 측은해하는 마음과 친절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엄마! 엄마! 조선인 친구를 만나고 싶어요.

네, 엄마, 제발요?

갑자기 조용해졌고, 도토야마의 목소리가 구구거리는 새 울음소리처럼 나지막하게 들렸다.

"다이스케, 다이스케, 다이스케

도토야마가 다이스케의 이름을 거듭 불렀다.

하루키의 엄마는 아들이 조용해질 때까지 아이의 이름을 반복해서 불렀다.

넌 여기서 조각그림 맞추면서 얌전히 있어. 엄마를 도와줘야 해.

알겠지? 넌 착한 아이야. 하루키는 몇 시간 후에 집에 올 거야.

네가 조각그림을 얼마나 잘 맞추었는지 하루키가 보고 싶어 할걸."

"네, 엄마, 알겠어요.

먼저 팽이를 갖고 놀고 나서 할래요.

오늘 쌀밥을 먹을 수 있어요?

손님이 왔으니까 쌀밥을 먹을 수 있죠?

손님이 오면 가끔씩 쌀을 사잖아요.

커다란 주먹밥을 먹고 싶어요, 엄마."

"나중에, 다이스케. 나중에 이야기하자. 다이스케, 다이스케

다이스케." 도토야마가 웅얼거렸다.

도토야마는 작업실로 돌아와 사과를 했고, 고르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모자수는 처음으로 고로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고로는 도토야마에게 자주 웃어보였지만,

아래로 내리뜬 두 눈은 도토야마의 엄격하지만

부드러운 얼굴을 보면서 고통스러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이 아이에게 재킷 두 벌과 바지 두 벌,

적절한 겨울 코트 한 벌을 만들어주세요.

얘가 항상 허름한 옷을 걸치거든요.

전 제 직원들이

깔끔하게 잘 차려입은 모습을 손님들에게 보여주고 싶답니다."

고르는 도토야마에게 지폐 몇 장을 건네주었고,

모자수도 나가려고 돌아섰다.

모자수는 작은 방에서 친구의 흔적을 찾아 봤지만

사진이나 책, 혹은 이미지가 하나도 없었다.

커튼이 쳐진 옷 갈아 입는 곳 옆쪽 벽에 초상화 크기의 거울이 하나 있었다.

"오늘 늦게 가요코도 보낼 테니까

모자수의 유니폼과 어울리는 옷을 만들어주세요.

나는 가요코와 모자수가 서로 어울리게 줄무늬 타이를 하거나

줄무늬가 들어간 걸 걸쳤으면 해요. I want you to wear something with stripes on it.

지난달에 도쿄의 파친코 게임장에서 그런 유니폼을 봤어요.

가요코는 앞치마가 달린 깔끔한 드레스를 입어야 해요.

아침에 줄무늬를 넣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

뭐, 도토야마 씨에게 맡기면 되겠지요.

가요코의 유니폼도 두세 벌 만들어주세요.

튼튼한 옷이어야 합니다."

고로가 지폐를 몇 장 더 꺼내서 도토야마의 손에 올려놓았다.

도토야마가 고개를 숙이고 또 숙여 인사했다.

"너무 많아요." 도토야마가 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고로는 모자수에게 몸짓을 했다.

"우리는 이제 가봐야 합니다.

손님들이 파친코를 하고 싶어서 근질근질 . . (recording error)

"고로 사장님, 이번 주말까지 재킷과 바지를 완성할 수 있어요.

코트는 마지막에 만들게요.

모자수는 재킷을 입어보러 다시 와줘야 해. 삼 일 후에 들를 수 있겠어?"

모자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고로를 흘낏 쳐다봤다.

"빨리 와, 모자수. 손님들을 기다리게 하면 안돼."

모자수는 고로를 따라서 문을 나섰다.

지금쯤 아침 수업을 듣는라 고생하고 있을

친구의 흔적은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도토야마는 두 사람이 떠날 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두 사람이 모퉁이를 돌아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문간에 서 있었다.

그러고는 문을 꼭 닫고 잠갔다.

이번 달 방세와 식비를 대기에 충분한 돈이 수중에 들어왔다.

도토야마는 문 앞에 주저앉아서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