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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 파친코 직원 (나가노, 1962년 4월) 」 Pachinko 파친코 [Book 2. 조국]

「 파친코 직원 (나가노, 1962년 4월) 」 Pachinko 파친코 [Book 2.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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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Book 2.

조국. 파친코 직원.

나가노, 1962년 4월.

노아는 나가노 기차역 근처의 카페에서 오래 머물 생각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한 것도 아니었다.

본래의 자신과는 달리 노아는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와세다를 떠난 이후로 하루하루가 이해할 수 없는 나날이었다.

노아에게 친절했던 중학교 교사 다무라 레이코 나가노 출신이었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항상 자신의 고향 마을이

온화하고 자애로운 일본인들이 사는 곳이라고 말했다.

노아는 눈보라가 심해서 학교에 갈 때는 가로등 불빛에 거의 볼 수 없어다던

선생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떠올랐다.

오사카에는 가끔씩 눈이 내렸지만

다무라 선생님이 말했던 눈보라 같은 눈은 내리지 않았다.

노아는 언제나 다무라 선생님의 고향에 가보고 싶었다.

노아의 마음속에서 그곳은 언제나 갓 내린 눈으로 뒤덮인 곳이었다.

오늘 아침, 기차역 매표창구에 남자가 어디로 갈 거냐고 물었을 때

노아는 "나가노행 표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가노에 도착했다.

어째서인지 이곳에서는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유명한 젠코지 신사로 소풍을 가서

친구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었다던 다무라 선생님의 학창시절 이야기도 떠올랐다.

노아는 카운터에서 멀지 않은 작은 테이블에 혼자 앉아서 홍차를 마셨다.

시장해진 노아는 오므라이스를 먹으면서 신사에 가볼까 생각했다.

비록 기독교인으로 자랐지만 노아는 불교도들을 존중했다.

특히 속세를 버리고 사는 이들이라서 더욱 존경심이 들었다.

노아가 교회에서 배운 대로라면 주님은 모든 곳에 계시는데

주님이 신사나 사당을 피하실까?

그런 곳들이 주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주님은 그런 것들을 숭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실까?

항상 그랬듯이 노아는 이삭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를 바랐다.

이삭을 생각하면 슬펐고, 생물학적 아버지인 한수를 생각하면 수치스러웠다.

고한수는 자신의 노력 이외의 다른 것들은 믿지 않았다.

하나님도, 예수님도, 부처님도, 천황도.

몸집 좋은 웨이터가 찻주전자를 가지고 왔다.

"불편한 점 없으신가요, 손님?" 웨이터가 노아의 찻잔을 채워지면서 물었다.

"식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요?

파가 너무 많이 들어갔나요? 항상 요리사에게 너무 많이 . . . "

"밥이 아주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노아는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지가

한참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렇게 대답했다.

올챙기 눈의 웨이터가 고르지 않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웨이터는 귀가 크고 귓볼이 두툼했다.

불교도들이 동경하는 신체적 특징이었다.

웨이터는 노아를 똑바로 응시했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이라면 예의상 시선을 피했을 텐데 말이다.

"여기에는 오래 머무르실 건가요?"

웨이터가 빈 의자 옆에 놓여있는 노아의 여행 방을 힐끗거렸다.

"네?" 노아는 웨이터의 사적인 질문에 깜짝 놀랐다.

"캐묻는 것처럼 여겨졌다면 죄송합니다.

어머니는 항상 제가 너무 호기심이 많아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씀하셨죠.

용서해주세요, 손님.

전 그냥 수다스러운 시골 소년일 뿐입니다."

웨이터가 웃으며 말했다. "손님을 이곳에서 본 적이 없어서요.

카페가 너무 조용해서 죄송해요. 보통은 손님들이 더 많이 있어요.

아주 흥미롭고 존경스러운 손님들이 저희 카페를 찾죠.

새로운 분을 만나면 질문에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어요.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아뇨, 괜찮습니다. 알고 싶어 하는 건 자연스러운 본능이죠. 이해합니다.

전 이곳에 잠시 머물려고 왔어요.

나가노에 관해서 좋은 이야기를 들어서 이곳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노아는 자신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나 쉬웠다.

나가노에서 살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안 될 게 뭐가 있겠는가?

일 년 정도 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도쿄나 오사카로는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것만은 확고했다.

"여기로 이사 온다고요? 여기서 살겠다고요? 정말로요?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나가노는 아주 특별한 곳이에요."

웨이터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제 가족들이 모두 여기 살아요.

저희는 항상 이곳에 살았죠. 8대가요.

전 제 가족 중에서 제일 멍청하지만요.

이건 작지만 제 카페예요. 어머니가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사주셨죠!"

웨이터가 웃었다. "다들 절 빙고라고 불러요.

빙고는 미국에서 건너온 게임인데, 전 그걸 한 번 해봤거든요."

"전 반입니다. 반 노부오예요." 노아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반 선생님, 반 선생님."

빙고가 기분 좋게 재잘거렸다.

"전 한때 도쿄에서 온 반 지에라는 키 작은 여자를 사랑했는데 그 여자는 절 사랑하지 않았어요.

당연한 일이죠! 사랑스러운 여자들은 절 사랑하지 않거든요.

키가 큰 제 아내는 사랑스럽지 않지만 절 사랑해요!"

빙고가 또다시 웃었다. "손님은 똑똑한 것 같아요.

나가노에 살고 싶어 하니까요.

도쿄에 딱 한 번 가봤는데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요.

지저분하고, 물가도 비싸고, 모든게 너무 빨라서 . . . "

웨이터가 말을 멈췄다.

"잠시만요. 혹시 도쿄에서 오신 건 아니죠? 그렇죠?"

"네, 전 간사이에서 왔어요."

"아, 간사이는 좋아요. 교토에 두 번 가봤는데, 저 같은 소박한 사람한테는 물가가 좀 비싸긴 하더라고요.

저 진짜 맛있는 우동을 좋아하는데,

거기서는 맛있는 우동을 적당한 가격에 사먹을 수 있죠.

전 씹는 맛이 나는 우동을 더 좋아해요."

노아가 미소를 지었다. 웨이터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무슨 일을 할 건가요? 남자는 일을 해야죠.

저희 엄마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에요."

빙고는 너무 앞서 나갔다는 사실에 당황에서 오른손으로 입을 막았다.

하지만 수다스러운 입을 막을 수가 없었다.

낯선 이방인이 너무 매력적이고 겸손해 보였다.

빙고는 조용한 사람들을 동경했다.

"간사이에서 좋아했던 일이 있나요?"

빙고가 드문드문 난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노아는 거의 먹지 않는 음식을 내려다보았다.

"음, 전 경리로 일했어요. 영어도 읽고 쓸 줄 알죠.

작은 사업체에서 경리를 구하거나 무역회사에서 서류를 번역하고 싶을 때 . . . "

"손님 같은 젊은 사람은 일할 곳이 많을 거예요.

한 번 생각해볼게요." 빙고 의 둥그런 얼굴이 심각해졌다.

빙고는 집게손가락으로 작은 턱을 톡톡 두드렸다.

"손님은 아주 똑똑해 보여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씀해주시다니 참 친절하신 분이네요."

노아가 미소를 지었다.

"음." 웨이터가 인상을 찌푸렸다.

"일자리를 까다롭게 고르시는 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장 일을 해야 한다면 마을 외곽에 파친코 게임장에서 사람을 구하고 있어요.

최근에 사무직은 그다지 흔하지 않거든요."

"파친코?" 노아는 기분이 상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웨이터는 노아가 조선인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노아가 조선인의 성인 보쿠를 말하기 전에는

그가 조선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와세다대학에서 가져온 신분증에는

반도 노부오라는 일본 이름이 적혀 있었다.

노아는 빙고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성에서 '도'를 왜 빼고 말했는지 자신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 실수를 바로잡기에는 너무 늦었다.

"파친코에 관해서는 잘 몰라요. 한 번도 해 . . . "

"아, 손님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해요.

거기 봉급이 많다고 들었거든요.

나가노 최고의 파친코 게임장 지배인인 다카노 씨는 훌륭한 신사예요.

평범한 파친코 게임장이라면 일하지 않으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코스모스 파친코는 이 지역의 유서 깊은 가문에서 운영하는 큰 게임장입니다.

기계도 아주 자주 바꾸죠! 하지만 외국인은 고용하지 않아요."

"네?"

"조선인이나 중국인을 고용하지 않지만 손님은 일본인이니까 상관없을 거예요."

빙고가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노아가 동의했다.

"다카노 씨는 항상 영리한 사무직원을 찾고 있어요. 봉급도 잘 주시고요.

하지만 외국인은 고용하지 않아요." 빙고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군요." 노아는 공감한다는 듯 말했다.

상대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때도 고개를 끄덕이는 법은 오래전에 배웠다.

그렇게 맞장구를 쳐주면 사람들이 계속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카노 씨는 여기 단골손님이에요. 오늘 아침에도 오셨죠.

매일 저기 창가 탁자에서 커피를 마셔요."

빙고가 그 자리를 가리켰다.

"블랙커피의 각설탕 두 개를 타서 드시죠.

우유는 넣지 않아요.

오늘 아침에는 저한테 이러시더라고요.

'빙고 씨, 좋은 직원을 찾기가 너무 힘들어서 두통이 가시지 않아.

여기 사는 멍청이들은 머리 대신 호박을 달고 다녀. 호박씨는 두뇌가 아니야."

웨이터는 두툼한 손가락들로 머리를 감싸 쥐고는

고뇌에 찬 다카노 씨를 우스꽝스럽게 흉내 냈다.

"거기 가서 다카노 씨에게 제가 손님을 보냈다고 말하는 게 어때요?"

빙고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것은 빙고가 제일 잘하는 일이었다.

사람들을 돕고 소개시켜주는 일 말이다.

이미 고등학교 친구들을 위해 결혼을 세 건이나 성사시켰다.

노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몇 년 후, 빙고는 자신이 나가노에서 처음으로 반 씨의 친구가 되었다고

모두에게 말하고 다녔다.

다카노의 사무실은 거대한 파친코 게임장에서

거의 두 블록 이나 떨어진 다른 건물에 있었다.

벽돌 건물의 보수적인 외양으로 봐서는

그 사무실의 용도를 알아내기가 어려웠다.

빙고가 편지지 한 장에 지도를 그려주지 않았더라면

찾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 건물에는 숫자 외에는 간판도 없었다.

파친코 게임장 지배인인 다카노 히데오는

날카로운 인상의 30대 후반의 일본인이었다.

아름다운 짙은 색 정장에 보라색 줄무늬 넥타이를 맺고

그와 어울리는 손수건을 상의 주머니에 꽂고 있었다.

그는 매주 동네 소년에게 구두들을 모두 거울처럼 반질반질하게 닦아놓으라고 돈을 주었다.

옷을 너무 잘 입고 있어서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옷 파는 사람의 훨씬 더 가까워 보였다.

다카노의 책상 뒤쪽에는 문 크기만 한 검은색 금고 두 개가 있었다.

다카노의 커다란 사무실 옆에는 대여섯 개 되는 작은 방들이 있었고,

그 방마다 하얀 셔츠를 입은 사무직원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직원들은 대부분 젊은 남자들과 수수한 얼굴의 사무직 아가씨들이었다.

다카노의 잘생긴 콧등에는 작은 혹에 있었고, 동그랗고 검은 두 눈은 아래로 처져 있었다.

다카노는 말을 단도직입적으로 했다.

"앉아요. 당신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비서가 그러더군요."

다카노가 말했다.

"제 이름은 반 노부오입니다. 카페의 빙고 씨한테서 여기서 직원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 최근에 도쿄에서 왔습니다."

"하! 빙고가 보냈다고요? 하지만 커피를 따라줄 사람은 필요 없는데요."

다카노는 커다란 책상 뒤에서 의자에 앉아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니까 빙고가 내 슬픈 한탄을 귀담아들었다는 거군.

주로 내가 그 녀석의 푸념을 들어줬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노아가 미소를 지었다.

눈앞의 남자는 상당히 다정해 보였다.

조선인을 미워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노아는 오늘 깨끗한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한수는 항상 남자는 매일 최상의 모습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인들에게는 특히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모든 상황에서, 심지어는 화를 내는 게 당연한 상황에서도

조선인은 또렷하고 차분하게 말해야 한다고 한수는 말했다.

"그건 그렇고, 빙고의 친구 분, 무슨 일을 할 수 있나요? 다카노가 물었다.

노아가 몸을 좀 더 곧추세워 앉았다.

"경리 일을 배웠고, 간사이의 임대회사에서 경리로 일했습니다.

집세를 걷고 장부를 기록하는 일을 몇 년 동안 하다가 대학에 가서 . . . "

"예? 대학? 정말입니까? 어느 대학에?"

"와세다대학입니다.

하지만 문학 학위를 받지 못했습니다.

3년동안 와세다대학에서 공부했습니다." 노아가 대답했다.

"문학?" 다카노가 고개를 흔들었다.

"일해야 할 때 책을 잃는 직원은 필요 없어요.

영리하고 단정하고 정직한 경리가 필요하죠.

매일 아침, 술에 취하지 않은 맑은 정신으로 일하러 나와야 하고,

여자 문제가 없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패배자는 필요 없어요.

그런 사람은 잘라버리죠." 다카노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고개를 기울였다.

노아는 훌륭한 사람 같았다.

왜 빙고가 이 사람을 자신에게 보냈는지 알 만했다.

"네, 당연히 그러시겠죠.

전 아주 귀한 자산이 될 만한 경리입니다. 편지도 아주 잘 쓰죠."

"겸손하기 도 해야지."

노아는 거만하게 굴었다고 사과하지 않았다.

"절 고용해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이름이 뭐라고 했죠?" // "반 노부오입니다."

"여기 사람이 아니군요."

"네 간사이 출신입니다."

"학교는 왜 그만뒀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학비를 댈 수 없어서 학교를 마치지 못했어요.

언젠가나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돈을 벌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 "돌아가셨습니다."

다카노는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외지 사람들의 말을 절대 믿지 않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문학 공부를 계속하려고 떠날 사람을 고용해서

훈련시켜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난 당신이 대학 교육을 마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계속 일할 경리가 필요하죠. 계속 일할 수 있나요?

처음에는 봉급을 많이 주지 않겠지만 그럭저럭 지낼 만한 정도는 될 겁니다.

근데 문학은 배워서 뭘 하려는 거요?

그런 건 돈이 되지 않아요.

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지만 당신을 수백 번 고용하거나 해고할 수 있어요.

당신 같은 세대는 참 어리석다니까."

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노아의 가족은 노아가 회사에서 일하기를 바란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고등학교 영어교사가 되는 것이 노아의 은밀한 꿈이었다.

노아는 와세다대학을 졸업하면 사립하교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공립학교에서는 조선인은 고용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그 법이 바뀔 거라고 생각했다.

노아는 일본시민이 되는 것도 생각해보았다.

적어도 과외교사로는 일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음, 지금은 대학교에 다닐 돈이 없으니까 일자리가 필요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곳의 있지 않겠군요.

그건 그렇고 어디에 살고 있나요?"

"오늘 나가노에 도착했어요.

하숙집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게임장 뒤쪽에 있는 공동숙소에서 잘 수 있어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과 한 방을 같이 써야 할 겁니다.

방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안돼 요. 여자들을 데려와도 안 되고요.

구내식당에서 세 끼를 먹을 수 있어요. 쌀밥을 원하는 만큼 많이요.

일주일에 두 번 고기가 나오고, 여자들과 어울리고 싶다면 뭐 그런 용도의 호텔이 있죠.

자유시간에는 뭘 하든 신경 쓰지 않아요.

하지만 회사 일을 제일 우선시해야 합니다.

난 아주 너그러운 지배인이지만

당신이 일을 망치면 돈 한 푼 주지 않고 즉각 해고할 겁니다."

노아는 동생 모자수도 직원들에게 저런 식으로 이야기하는지 궁금했다.

학교를 중퇴한 모자수와 다를 바 없이

자신도 파칭코 게임장에서 일할 거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기가 막혔다.

"오늘 당장 일을 시작할 수 있어요.

내 사무실 옆 사무실에서 이케다 씨를 찾아요.

회색 머리 남자예요. 그가 하라는 대로 하세요.

이케다 씨가 수석 회계사니까. 한 달 동안 당신을 고용해보죠.

일을 잘하면 그에 적절한 봉급을 줄 겁니다.

다른 경비가 안 드니까 돈을 상당히 많이 모을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 "가족들은 어디 출신인가요?"

"간사이요." 노아가 대답했다.

"아, 그건 아까 들었어요. 간사이 어디죠?"

"교토입니다." 노아가 대답했다.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나요?"

"두 분은 돌아가셨습니다." 노아는 질문을 그만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네, 그것도 들었어요. 그러니까 무슨 일을 하셨죠?"

"아버지는 우동 가게에서 일하셨어요."

"네?" 다카노가 아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우동 만드는 사람이 아들을 와세다에 보냈다고요?

"정말로요?"

노아는 자신이 거짓말을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외국인은 아니죠? 아니라고 맹세하세요."

노아는 그 질문에 놀라지 않은 척하려고 애썼다.

"절대 아닙니다. 전 일본인입니다."

"좋아요, 좋아. 이제 내 사무실을 나가서 이케다 씨를 만나봐요."

파친코 게임장의 공동숙소에는 60명이 잠들어 있었다.

첫째 날 밤, 노아는 제일 작은 방에서

망가지 모터처럼 코를 고는 나이든 직원과 함께 잠을 청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규칙적인 일상이 잡혀 나갔다.

아침에 일어나서 재빨리 세수를 했고,

목욕은 전날 밤에 공중목욕탕에서 했다.

그러고는 요리사가 쌀밥과 고등어, 차를 준비해 주는 구내식당으로 내려갔다.

노아는 꼼꼼하게 일을 처리했고,

영리한 경리를 만나본 적이 없는 이케다 씨를 자기 편으로 만들었다.

수습기간이 끝났지만 노아는 계속 일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후,

노아는 일본인 사장이 처음부터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첫 달 이후, 일본인 사장은 다카노에게 노아의 봉급을 올려주고

노아에게 더 좋은 방을 배정해주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노아에게 특혜를 준다고

소란을 떨지도 모르니까 그해 말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일본인 사장은 반 노부오가 조선인이라고 의심했지만,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면 상관없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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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Book 2.

조국. 파친코 직원.

나가노, 1962년 4월.

노아는 나가노 기차역 근처의 카페에서 오래 머물 생각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한 것도 아니었다.

본래의 자신과는 달리 노아는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와세다를 떠난 이후로 하루하루가 이해할 수 없는 나날이었다.

노아에게 친절했던 중학교 교사 다무라 레이코 나가노 출신이었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항상 자신의 고향 마을이

온화하고 자애로운 일본인들이 사는 곳이라고 말했다.

노아는 눈보라가 심해서 학교에 갈 때는 가로등 불빛에 거의 볼 수 없어다던

선생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떠올랐다.

오사카에는 가끔씩 눈이 내렸지만

다무라 선생님이 말했던 눈보라 같은 눈은 내리지 않았다.

노아는 언제나 다무라 선생님의 고향에 가보고 싶었다.

노아의 마음속에서 그곳은 언제나 갓 내린 눈으로 뒤덮인 곳이었다.

오늘 아침, 기차역 매표창구에 남자가 어디로 갈 거냐고 물었을 때

노아는 "나가노행 표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가노에 도착했다.

어째서인지 이곳에서는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유명한 젠코지 신사로 소풍을 가서

친구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었다던 다무라 선생님의 학창시절 이야기도 떠올랐다.

노아는 카운터에서 멀지 않은 작은 테이블에 혼자 앉아서 홍차를 마셨다.

시장해진 노아는 오므라이스를 먹으면서 신사에 가볼까 생각했다. Noah became hungry and thought about going to the shrine while eating omurice.

비록 기독교인으로 자랐지만 노아는 불교도들을 존중했다.

특히 속세를 버리고 사는 이들이라서 더욱 존경심이 들었다.

노아가 교회에서 배운 대로라면 주님은 모든 곳에 계시는데

주님이 신사나 사당을 피하실까?

그런 곳들이 주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주님은 그런 것들을 숭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실까?

항상 그랬듯이 노아는 이삭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를 바랐다.

이삭을 생각하면 슬펐고, 생물학적 아버지인 한수를 생각하면 수치스러웠다.

고한수는 자신의 노력 이외의 다른 것들은 믿지 않았다. Koh Hansu didn't believe in anything other than his own efforts.

하나님도, 예수님도, 부처님도, 천황도.

몸집 좋은 웨이터가 찻주전자를 가지고 왔다.

"불편한 점 없으신가요, 손님?" 웨이터가 노아의 찻잔을 채워지면서 물었다.

"식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요?

파가 너무 많이 들어갔나요? 항상 요리사에게 너무 많이 . . . "

"밥이 아주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노아는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지가

한참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렇게 대답했다.

올챙기 눈의 웨이터가 고르지 않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웨이터는 귀가 크고 귓볼이 두툼했다.

불교도들이 동경하는 신체적 특징이었다. It was a physical trait that Buddhists longed for.

웨이터는 노아를 똑바로 응시했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이라면 예의상 시선을 피했을 텐데 말이다.

"여기에는 오래 머무르실 건가요?"

웨이터가 빈 의자 옆에 놓여있는 노아의 여행 방을 힐끗거렸다.

"네?" 노아는 웨이터의 사적인 질문에 깜짝 놀랐다.

"캐묻는 것처럼 여겨졌다면 죄송합니다.

어머니는 항상 제가 너무 호기심이 많아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씀하셨죠.

용서해주세요, 손님.

전 그냥 수다스러운 시골 소년일 뿐입니다."

웨이터가 웃으며 말했다. "손님을 이곳에서 본 적이 없어서요.

카페가 너무 조용해서 죄송해요. 보통은 손님들이 더 많이 있어요.

아주 흥미롭고 존경스러운 손님들이 저희 카페를 찾죠.

새로운 분을 만나면 질문에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어요.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아뇨, 괜찮습니다. 알고 싶어 하는 건 자연스러운 본능이죠. 이해합니다.

전 이곳에 잠시 머물려고 왔어요.

나가노에 관해서 좋은 이야기를 들어서 이곳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노아는 자신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나 쉬웠다.

나가노에서 살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안 될 게 뭐가 있겠는가?

일 년 정도 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도쿄나 오사카로는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것만은 확고했다.

"여기로 이사 온다고요? 여기서 살겠다고요? 정말로요?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나가노는 아주 특별한 곳이에요."

웨이터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제 가족들이 모두 여기 살아요.

저희는 항상 이곳에 살았죠. 8대가요.

전 제 가족 중에서 제일 멍청하지만요.

이건 작지만 제 카페예요. 어머니가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사주셨죠!"

웨이터가 웃었다. "다들 절 빙고라고 불러요.

빙고는 미국에서 건너온 게임인데, 전 그걸 한 번 해봤거든요."

"전 반입니다. 반 노부오예요." 노아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반 선생님, 반 선생님."

빙고가 기분 좋게 재잘거렸다.

"전 한때 도쿄에서 온 반 지에라는 키 작은 여자를 사랑했는데 그 여자는 절 사랑하지 않았어요.

당연한 일이죠! 사랑스러운 여자들은 절 사랑하지 않거든요.

키가 큰 제 아내는 사랑스럽지 않지만 절 사랑해요!"

빙고가 또다시 웃었다. "손님은 똑똑한 것 같아요.

나가노에 살고 싶어 하니까요.

도쿄에 딱 한 번 가봤는데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요.

지저분하고, 물가도 비싸고, 모든게 너무 빨라서 . . . "

웨이터가 말을 멈췄다.

"잠시만요. 혹시 도쿄에서 오신 건 아니죠? 그렇죠?"

"네, 전 간사이에서 왔어요."

"아, 간사이는 좋아요. 교토에 두 번 가봤는데, 저 같은 소박한 사람한테는 물가가 좀 비싸긴 하더라고요.

저 진짜 맛있는 우동을 좋아하는데,

거기서는 맛있는 우동을 적당한 가격에 사먹을 수 있죠.

전 씹는 맛이 나는 우동을 더 좋아해요."

노아가 미소를 지었다. 웨이터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무슨 일을 할 건가요? 남자는 일을 해야죠.

저희 엄마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에요."

빙고는 너무 앞서 나갔다는 사실에 당황에서 오른손으로 입을 막았다.

하지만 수다스러운 입을 막을 수가 없었다.

낯선 이방인이 너무 매력적이고 겸손해 보였다. The stranger looked so attractive and humble

빙고는 조용한 사람들을 동경했다.

"간사이에서 좋아했던 일이 있나요?"

빙고가 드문드문 난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노아는 거의 먹지 않는 음식을 내려다보았다.

"음, 전 경리로 일했어요. 영어도 읽고 쓸 줄 알죠.

작은 사업체에서 경리를 구하거나 무역회사에서 서류를 번역하고 싶을 때 . . . "

"손님 같은 젊은 사람은 일할 곳이 많을 거예요.

한 번 생각해볼게요." 빙고 의 둥그런 얼굴이 심각해졌다.

빙고는 집게손가락으로 작은 턱을 톡톡 두드렸다.

"손님은 아주 똑똑해 보여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씀해주시다니 참 친절하신 분이네요."

노아가 미소를 지었다.

"음." 웨이터가 인상을 찌푸렸다.

"일자리를 까다롭게 고르시는 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장 일을 해야 한다면 마을 외곽에 파친코 게임장에서 사람을 구하고 있어요.

최근에 사무직은 그다지 흔하지 않거든요." Office jobs aren't that common these days.

"파친코?" 노아는 기분이 상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웨이터는 노아가 조선인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노아가 조선인의 성인 보쿠를 말하기 전에는

그가 조선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와세다대학에서 가져온 신분증에는

반도 노부오라는 일본 이름이 적혀 있었다.

노아는 빙고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성에서 '도'를 왜 빼고 말했는지 자신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 실수를 바로잡기에는 너무 늦었다.

"파친코에 관해서는 잘 몰라요. 한 번도 해 . . . "

"아, 손님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해요.

거기 봉급이 많다고 들었거든요.

나가노 최고의 파친코 게임장 지배인인 다카노 씨는 훌륭한 신사예요.

평범한 파친코 게임장이라면 일하지 않으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코스모스 파친코는 이 지역의 유서 깊은 가문에서 운영하는 큰 게임장입니다.

기계도 아주 자주 바꾸죠! 하지만 외국인은 고용하지 않아요."

"네?"

"조선인이나 중국인을 고용하지 않지만 손님은 일본인이니까 상관없을 거예요."

빙고가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노아가 동의했다.

"다카노 씨는 항상 영리한 사무직원을 찾고 있어요. 봉급도 잘 주시고요.

하지만 외국인은 고용하지 않아요." 빙고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군요." 노아는 공감한다는 듯 말했다.

상대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때도 고개를 끄덕이는 법은 오래전에 배웠다.

그렇게 맞장구를 쳐주면 사람들이 계속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카노 씨는 여기 단골손님이에요. 오늘 아침에도 오셨죠.

매일 저기 창가 탁자에서 커피를 마셔요."

빙고가 그 자리를 가리켰다.

"블랙커피의 각설탕 두 개를 타서 드시죠.

우유는 넣지 않아요.

오늘 아침에는 저한테 이러시더라고요. It's 1 o'clock for me this morning

'빙고 씨, 좋은 직원을 찾기가 너무 힘들어서 두통이 가시지 않아. 'Mr. Bingo, it's so hard to find a good employee, my headache doesn't go away.

여기 사는 멍청이들은 머리 대신 호박을 달고 다녀. 호박씨는 두뇌가 아니야."

웨이터는 두툼한 손가락들로 머리를 감싸 쥐고는

고뇌에 찬 다카노 씨를 우스꽝스럽게 흉내 냈다. He made a funny imitation of Takano-san, who was in agony.

"거기 가서 다카노 씨에게 제가 손님을 보냈다고 말하는 게 어때요?"

빙고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것은 빙고가 제일 잘하는 일이었다.

사람들을 돕고 소개시켜주는 일 말이다.

이미 고등학교 친구들을 위해 결혼을 세 건이나 성사시켰다.

노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몇 년 후, 빙고는 자신이 나가노에서 처음으로 반 씨의 친구가 되었다고

모두에게 말하고 다녔다.

다카노의 사무실은 거대한 파친코 게임장에서

거의 두 블록 이나 떨어진 다른 건물에 있었다.

벽돌 건물의 보수적인 외양으로 봐서는

그 사무실의 용도를 알아내기가 어려웠다.

빙고가 편지지 한 장에 지도를 그려주지 않았더라면

찾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 건물에는 숫자 외에는 간판도 없었다.

파친코 게임장 지배인인 다카노 히데오는

날카로운 인상의 30대 후반의 일본인이었다.

아름다운 짙은 색 정장에 보라색 줄무늬 넥타이를 맺고

그와 어울리는 손수건을 상의 주머니에 꽂고 있었다.

그는 매주 동네 소년에게 구두들을 모두 거울처럼 반질반질하게 닦아놓으라고 돈을 주었다.

옷을 너무 잘 입고 있어서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옷 파는 사람의 훨씬 더 가까워 보였다.

다카노의 책상 뒤쪽에는 문 크기만 한 검은색 금고 두 개가 있었다. Behind Takano's desk were two black safes the size of a door.

다카노의 커다란 사무실 옆에는 대여섯 개 되는 작은 방들이 있었고,

그 방마다 하얀 셔츠를 입은 사무직원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직원들은 대부분 젊은 남자들과 수수한 얼굴의 사무직 아가씨들이었다.

다카노의 잘생긴 콧등에는 작은 혹에 있었고, 동그랗고 검은 두 눈은 아래로 처져 있었다.

다카노는 말을 단도직입적으로 했다.

"앉아요. 당신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비서가 그러더군요."

다카노가 말했다.

"제 이름은 반 노부오입니다. 카페의 빙고 씨한테서 여기서 직원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 최근에 도쿄에서 왔습니다."

"하! 빙고가 보냈다고요? 하지만 커피를 따라줄 사람은 필요 없는데요."

다카노는 커다란 책상 뒤에서 의자에 앉아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니까 빙고가 내 슬픈 한탄을 귀담아들었다는 거군.

주로 내가 그 녀석의 푸념을 들어줬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노아가 미소를 지었다.

눈앞의 남자는 상당히 다정해 보였다.

조선인을 미워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노아는 오늘 깨끗한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한수는 항상 남자는 매일 최상의 모습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인들에게는 특히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모든 상황에서, 심지어는 화를 내는 게 당연한 상황에서도

조선인은 또렷하고 차분하게 말해야 한다고 한수는 말했다.

"그건 그렇고, 빙고의 친구 분, 무슨 일을 할 수 있나요? 다카노가 물었다.

노아가 몸을 좀 더 곧추세워 앉았다.

"경리 일을 배웠고, 간사이의 임대회사에서 경리로 일했습니다.

집세를 걷고 장부를 기록하는 일을 몇 년 동안 하다가 대학에 가서 . . . " After several years of paying rent and keeping books, I went to college.

"예? 대학? 정말입니까? 어느 대학에?"

"와세다대학입니다.

하지만 문학 학위를 받지 못했습니다.

3년동안 와세다대학에서 공부했습니다." 노아가 대답했다.

"문학?" 다카노가 고개를 흔들었다.

"일해야 할 때 책을 잃는 직원은 필요 없어요.

영리하고 단정하고 정직한 경리가 필요하죠.

매일 아침, 술에 취하지 않은 맑은 정신으로 일하러 나와야 하고,

여자 문제가 없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패배자는 필요 없어요.

그런 사람은 잘라버리죠." 다카노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고개를 기울였다.

노아는 훌륭한 사람 같았다.

왜 빙고가 이 사람을 자신에게 보냈는지 알 만했다.

"네, 당연히 그러시겠죠.

전 아주 귀한 자산이 될 만한 경리입니다. 편지도 아주 잘 쓰죠."

"겸손하기 도 해야지."

노아는 거만하게 굴었다고 사과하지 않았다.

"절 고용해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이름이 뭐라고 했죠?" // "반 노부오입니다."

"여기 사람이 아니군요."

"네 간사이 출신입니다."

"학교는 왜 그만뒀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학비를 댈 수 없어서 학교를 마치지 못했어요.

언젠가나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돈을 벌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 "돌아가셨습니다."

다카노는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외지 사람들의 말을 절대 믿지 않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문학 공부를 계속하려고 떠날 사람을 고용해서

훈련시켜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난 당신이 대학 교육을 마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계속 일할 경리가 필요하죠. 계속 일할 수 있나요?

처음에는 봉급을 많이 주지 않겠지만 그럭저럭 지낼 만한 정도는 될 겁니다.

근데 문학은 배워서 뭘 하려는 거요?

그런 건 돈이 되지 않아요.

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지만 당신을 수백 번 고용하거나 해고할 수 있어요.

당신 같은 세대는 참 어리석다니까."

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노아의 가족은 노아가 회사에서 일하기를 바란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고등학교 영어교사가 되는 것이 노아의 은밀한 꿈이었다.

노아는 와세다대학을 졸업하면 사립하교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공립학교에서는 조선인은 고용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그 법이 바뀔 거라고 생각했다.

노아는 일본시민이 되는 것도 생각해보았다.

적어도 과외교사로는 일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음, 지금은 대학교에 다닐 돈이 없으니까 일자리가 필요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곳의 있지 않겠군요.

그건 그렇고 어디에 살고 있나요?"

"오늘 나가노에 도착했어요.

하숙집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게임장 뒤쪽에 있는 공동숙소에서 잘 수 있어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과 한 방을 같이 써야 할 겁니다.

방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안돼 요. 여자들을 데려와도 안 되고요.

구내식당에서 세 끼를 먹을 수 있어요. 쌀밥을 원하는 만큼 많이요.

일주일에 두 번 고기가 나오고, 여자들과 어울리고 싶다면 뭐 그런 용도의 호텔이 있죠.

자유시간에는 뭘 하든 신경 쓰지 않아요.

하지만 회사 일을 제일 우선시해야 합니다.

난 아주 너그러운 지배인이지만

당신이 일을 망치면 돈 한 푼 주지 않고 즉각 해고할 겁니다."

노아는 동생 모자수도 직원들에게 저런 식으로 이야기하는지 궁금했다.

학교를 중퇴한 모자수와 다를 바 없이

자신도 파칭코 게임장에서 일할 거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기가 막혔다.

"오늘 당장 일을 시작할 수 있어요.

내 사무실 옆 사무실에서 이케다 씨를 찾아요.

회색 머리 남자예요. 그가 하라는 대로 하세요. He's a gray haired man. Do what he tells you to do.

이케다 씨가 수석 회계사니까. 한 달 동안 당신을 고용해보죠.

일을 잘하면 그에 적절한 봉급을 줄 겁니다.

다른 경비가 안 드니까 돈을 상당히 많이 모을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 "가족들은 어디 출신인가요?"

"간사이요." 노아가 대답했다.

"아, 그건 아까 들었어요. 간사이 어디죠?"

"교토입니다." 노아가 대답했다.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나요?"

"두 분은 돌아가셨습니다." 노아는 질문을 그만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네, 그것도 들었어요. 그러니까 무슨 일을 하셨죠?"

"아버지는 우동 가게에서 일하셨어요."

"네?" 다카노가 아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우동 만드는 사람이 아들을 와세다에 보냈다고요?

"정말로요?"

노아는 자신이 거짓말을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외국인은 아니죠? 아니라고 맹세하세요."

노아는 그 질문에 놀라지 않은 척하려고 애썼다.

"절대 아닙니다. 전 일본인입니다."

"좋아요, 좋아. 이제 내 사무실을 나가서 이케다 씨를 만나봐요."

파친코 게임장의 공동숙소에는 60명이 잠들어 있었다.

첫째 날 밤, 노아는 제일 작은 방에서

망가지 모터처럼 코를 고는 나이든 직원과 함께 잠을 청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규칙적인 일상이 잡혀 나갔다.

아침에 일어나서 재빨리 세수를 했고,

목욕은 전날 밤에 공중목욕탕에서 했다.

그러고는 요리사가 쌀밥과 고등어, 차를 준비해 주는 구내식당으로 내려갔다.

노아는 꼼꼼하게 일을 처리했고,

영리한 경리를 만나본 적이 없는 이케다 씨를 자기 편으로 만들었다.

수습기간이 끝났지만 노아는 계속 일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후,

노아는 일본인 사장이 처음부터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첫 달 이후, 일본인 사장은 다카노에게 노아의 봉급을 올려주고

노아에게 더 좋은 방을 배정해주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노아에게 특혜를 준다고

소란을 떨지도 모르니까 그해 말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일본인 사장은 반 노부오가 조선인이라고 의심했지만,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면 상관없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