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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파친코 ⎟ Book 1. 고향 ⎟ 신의 계시

파친코 ⎟ Book 1. 고향 ⎟ 신의 계시

파친코. Book 1. 고향.

신의 계시.

이삭은 형에게 보낼 편지를 다 쓴 다음 앉은뱅이 책상 앞에서 일어났다. 앞방의 좁은 창문을 열고 바깥의 상쾌한 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마셨다. 가슴이 아프지 않았다. 평생 동안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그가 일찍 죽을 거라고 말하곤 했다. 위장과 심장, 가슴에 심각한 병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어린 시절부터 이삭은 줄곧 아팠다. 당연하게도 이삭은 자신의 미래를 기대하지 않았다. 신학교를 졸업했을 때는 그 순간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이삭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이상하게도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도 이삭은 낙담하지 않았다. 이삭은 죽음에 익숙해져버렸고, 동시에 살아있을 동안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확신이 강해져 갔다.

큰형 사무엘은 아픈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요절했다. 시위에 나갔다가 체포당해 모진 고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큰형의 죽음을 계기로 이삭은 용감한 삶을 살겠노라 결심했다. 그는 젊은 시절 내내 가정교사와 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래도 고향의 교회에서 평신도 목사로 일하면서 다녔던 신학교 시절에는 어느 때보다 건강했다. 큰형은 살아있는 동안 신학교와 고향 교회의 빛나는 별 같은 존재였다. 이삭은 큰형이 어릴 적 자신의 다리가 되어주었던 것처럼 이제는 자기 마음속에 들어와 있다고 믿었다.

작은형 요셉은 사무엘이나 이삭처럼 신실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학교생활을 좋아하지 않았고, 기회가 생기자마자 다른 삶을 찾아 일본으로 떠나버렸다. 독학으로 기계공이 된 그는 지금 오사카에 있는 공장에서 감독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가족끼리 친분이 있었던 경희와 일본에서 결혼을 했고 아직 자식은 없었다. 이삭에게 오사카로 오라고 한 사람은 요셉이었다. 요셉은 이삭을 위해 교회 일을 찾아 놓았다고 했다. 이삭은 선자에게 청흔하려는 자신의 결정을 형인 요셉이라면 충분히 이해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요셉은 관대한 성격을 가진 열린 마음의 소유자였다. 이삭은 봉투에 주소를 쓴 다음 외투를 챙겨 입었다.

그는 쟁반을 들고 부엌문 앞으로 갔다. 부엌은 남자가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이었고 이삭이 직접 쟁반을 가져다줄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이삭은 항상 일하는 여자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선자는 흰 한복 위에 누비조끼를 입고 난로 근처에 앉아 무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나이보다 어려 보였고 자기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풍성한 치마를 입고 있어서 임신한 티가 나지 않았다. 여성의 몸이 바뀌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삭은 여자와 단둘이 있어본 적이 없었다.

선자가 쟁반을 받으려고 서둘러 일어섰다.

"저한테 주이소."

그는 쟁반을 그녀에게 건네면서 무슨 말이라도 한마디 하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선자가 그를 보았다.

"뭐 필요하신 거 있어예?"

"오늘 마을에 가려고요. 만날 사람이 있거든요."

선자는 이해한 것처럼 끄덕였다.

"석탄 갖다주시는 준 아저씨가 마을에 가실 낀데 목사님 데려다달라고 할까 예."

이삭이 미소를 지었다. 선자에게 동행을 청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용기가 사라졌다. "네. 아저씨가 괜찮다고 하시면요. 고맙습니다. 선자는 준 아저씨를 데려오기 위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교회는 버려진 학교를 개조한 낡은 목제 건물이었다. 준은 우체국 뒤에 있는 교회를 가리키고는 나중에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심부름 할 끼 있어가지고예. 편지는 제가 보내 놓을게예."

"신 목사님 아세요? 한번 만나 보실래요?

준이 웃었다. "교회는 딱 한 번 가봤십니더. 인자 됬십니더."

준은 돈을 요구하는 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주를 청하는 스님들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준이 생각하는 종교란 쓸데없이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일다운 일을 하기 싫어서 공으로 돈을 벌려는 짓거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평양에서 온 청년 목사는 게을러 보이지 않았고, 준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준은 그가 좋았다. 또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기도를 해 준다는 것도 좋았다.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벨시러운 일도 아닙니더. 제가 교회 안 다닌다꼬 화내시는 거 아니지예? 보시다시피, 백 목사님, 저는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쁜 사람도 아니거든예."

"아저씨가 좋은 분인 걸 제가 왜 모르겠어요. 길 잃은 저를 하숙집 으로 데리고 가주신 분도 아저씨잖아요. 너무 어지럽고 힘들어서 제 이름 석 자나 겨우 대던 저를 아저씨는 아무런 해코지도 하시지 않고 도와주셨잖아요."

석탄 배달부가 웃었다. 그는 칭찬받는 데 익숙하지 않은 듯 보였다. "목사님이 그 카시며는 그런 갑지예, 뭐." 그는 다시 웃었다. "끝나면 우체국 옆에 있는 만두집에서 기다리시소. 심부름을 끝내고 나서 그짝으로 갈게예."

교회 식모는 작은 몸에 비해 너무 크고 여기저기 기워 놓은 남자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농아인 그녀는 예배당 바닥을 빗자루로 쓸고 있었는데, 빗자루를 흔들 때마다 그녀의 몸도 덩달아 부드럽게 흔들렸다. 이삭의 조심스러운 발걸음이 예배당 바닥을 올리자, 여자는 그 기척에 하던 일을 멈추고 돌아섰다. 낡은 빗자루가 그녀의 다리를 스쳤다. 갑작스런 인기척에 놀란 여자는 빗자루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여자가 뭐라고 말했지만 이삭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신 목사님을 뵈러 왔어요." 이삭은 그녀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식모가 교회 뒤쪽으로 달려갔고, 곧 신 목사가 사무실에서 나왔다. 50대 초반인 그는 두꺼운 안경으로 깊은 갈색 눈을 가리고 있었다. 짧은 머리카락은 여전히 검었고, 흰 셔츠와 회색 바지는 잘 다려져 있었다. 절제되고 차분한 분위기의 사람이었다.

"어서 오세요." 신 목사는 서양식 옷을 입은 멋진 젊은이에게 미소를 지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백이삭입니다. 신학교 선생님들께서 목사님께 편지를 쓰신 줄로 압니다만."

"아, 백 목사!" 드디어 여기 와줬구먼! 이렇게 만나니 너무 좋네! 내 연구실이 저기 뒤쪽에 있어. "거기가 조금 더 따뜻하거든. 그리로 가세." 그는 식모에게 차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부산에 얼마나 오래 있었지? 언제 들를지 궁금했다네. 오사카에 있는 자매 교회로 가는 길인가?"

신 목사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빠르게 질문을 쏟아내는 바람에 이삭은 질문에 답할 틈이 거의 없었다. 신 목사는 평양에 있는 신학교의 초창기 졸업생이었고, 자신의 어린 후배를 만나게 된 것이 매우 기쁜 듯했다. 학교에서 이삭을 가르치던 교수들은 모두 신 목사의 졸업 동기 들이었다.

"머무를 곳은 있나?" 여기서 지낼 방을 마련해 줄 수도 있다네. 지금은 어디서 지내나?" 신 목사는 기분이 좋았다. 새로운 목사가 온 것은 오랜만이었다. 서구에서 온 선교사들은 식민지 정부의 단속 때문에 대부분 조선을 떠나버렸다. 목사가 되려는 청년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신 목사는 요즘 들어 부쩍 외로움을 느꼈다.

"편하게 머물다 가게."

이삭이 웃었다.

"더 일찍 연락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빨리 찾아뵙고 싶었는데 몸이 안 좋아지는 바람에 영도 부두 근처에 있는 하숙집에서 나오지를 못했어요. 김훈이라는 분의 미망인과 딸이 저를 잘 보살펴주었습니다. 혹시 목사님도 아시나요?"

신 목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영도 사람은 잘 몰라. 내 나중에 그리로 한번 찾아가지. 얼굴이 좋아 보이네, 조금 수척해 보이기는 해도. 요즘 배불리 먹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아참, 식사는 한 건가? 먹을 게 좀 있을 텐데.

"아니요, 먹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식모가 차를 가지고 왔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이삭의 안전한 도착에 감사하는 기도를 드렸다.

"오사카 갈 준비는 잘 되어 가는가?"

"네."

"좋아, 좋아."

나이 든 목사는 교회가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교회에 나오기를 두려워했다. 그것은 조선 도 그랬고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승인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캐나다에서 온 선교사들은 이미 조선을 떠나버렸다.

이삭은 이미 그런 슬픈 소식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시련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신학교 시절부터 그는 교수들과 정부의 탄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에 잠긴 이삭은 말이 없었다.

"괜찮나?" 신 목사가 물었다.

"목사님, 호세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어? 물론이지." 신 목사는 어리둥절하면서도 흔쾌히 대답했다.

"하나님께서는 선지자 호세아에게 창녀와 결혼하여 자기 자식이 아닌 아이들을 양육하게 하셨죠. 주님께서 그를 배반하는 백성들과의 결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선지자 호세아를 가르치기 위해 그렇게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요?" 이삭이 물었다. "그래 무엇보다도 그게 가장 큰 이유였지. 선지자 호세아는 주님의 요구에 순순히 따랐고." 신 목사가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이것은 그가 전에 설계한 적이 있는 이야기였다. "주님은 우리가 죄를 지을 때에도 계속해서 우리에게 헌신하시지. 계속해서 우리를 사랑하셔. 어떤 면에서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은 본질적으로 인내하는 결혼 생활 같기도 하고, 아버지나 어머니가 빗나간 아이에게 쏟아봇는 사랑과 닮았다고도 볼 수 있다네. 호세아는 사랑하기가 힘든 사람을 사랑해야 할 때 하나님과 같이 행동하라는 부름을 받았지. 우리가 죄를 지을 때는 사랑하기가 어려워. 재는 언제나 주님의 뜻을 어기는 것이야." 신 목사는 이삭의 얼굴을 주의 깊게 보구 그가 이해했는지 확인했다. 이삭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님이 어떤 것을 느끼시는지 우리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물론이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와 고통을 함께 나누지 않을 수 없어. 우리가 주님을 사랑한다면 단순히 주님을 흠모하거나 두려워하고, 주님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주님의 감정을 알아야 해. 주님은 우리의 죄 때문에 괴로워하실 게 분명하니까. 우리는 주님의 고뇌를 이해해야 하지. 주님은 우리와 함께 고난을 겪으시네. 주님은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으시지. 그걸 아는 게 우리에게는 위로가 되는 거야. 우리가 홀로 고통받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게 말일세." "목사님, 하숙집 아주머니와 딸이 제 목숨을 구했습니다. 결핵에 걸린 저를 석 딸이나 돌봐주었어요." 신 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들이 훌륭한 일을 했군. 고귀하고 친절한 일이야."

"그 딸이 임신 중인데 아이의 아버지에게 버림받았어요. 결혼도 하지 않아 아이에게 성을 물려줄 수도 없습니다." 신 목사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에게 청혼하려고요, 아내로 삼아 일본의 데려가고 싶습니다. 그녀가 좋다고 한다면 일본에 가기 전에 결혼할 겁니다. 저는-----" 신 목사는 오른손으로 입을 가렸다. 기독교인들은 기꺼이 자신의 재산과 자기 목숨까지 희생하곤 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했고, 결혼은 섣불리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성 바울과 성요한 "모든 것을 시험하라"고 말했다. "부모님께는 알려 드렸나?"

"아니요, 하지만 이해하실 겁니다. 저는 줄곧 결혼을 하지 않겠다 고 말씀드렸거든요. 부모님은 저에게 결혼은 기대도 하지 않으세요. 이 얘기를 들으시면 기뻐하실 거에요." 결혼은 왜 안 하겠다고 한 건가?"

"전 태어났을 때부터 허약해거든요. 지난 몇 년 동안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기로 오는 길에 다시 악화되었어요. 우리 가족 중에 제가 25살이 넘을 때까지 살 거라고 기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전 올해 스물여섯이고요." 이삭이 미소 지었다. "제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젊은 여자는 과부가 되고 아이들은 고아가 되어 버리겠지요." "그랬구먼." "전 진작에 죽었어야 했지만 이렇게 살아 있어요."

"자네가 살아 있어서 기쁘다네.하나님께 감사를." 신 목사는 젊은이에게 웃어주며 답했다. 하지만 자신을 희생하려는 어린 목사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믿기 어려웠다. 평양에 있는 친구들의 편지로 이삭에 지성과 유능함을 미리 알지 못했다면 신 목사는 이삭이 종교적 미치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아가씨는 무어라고 하든?"

"아직 얘기 못했어요. 하숙집 아주머니한테서 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게 어제였거든요. 그리고 어젰밤 저녁에 기도드리면서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요. 여자와 아이에게 제 성을 물려주는 겁니다. 성이 뭐 대수인가요? 전 그냥 자손을 족보에 올릴 수 있는 남자로 태어나는 은총을 입은 사람일 뿐인 걸요. 젊은 여자가 불한당에게 버림받은 것이 그 여자 잘못은 아니잖아요. 설령 나쁜 사람이 아닌 남자에게 버림받았다 해도 여자 탓은 아니죠. 태어날 아이는 무고합니다. 아이가 그런 고난을 겪고 사람들에게 배척당할 이유는 없지요." 신 목사는 이삭의 말에 부정할 수가 없었다.

"주님께서 제가 살도록 허락하신다면, 전 선자의 좋은 남편이자 아이의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선자?"

"네 하숙집 아주머니의 딸이에요."

"내 신앙은 선하고 내 의도도 옳지만-----"

"아이들은 모두 축복입니다. 성경에 나오다시피 남자와 여자는 자녀를 갖기 위해 꾸준히 기도 해야 했지요. 불임은 곧 하나님께 버림받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아닌가요? 제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갖지 않는다면 저는 그저 하나님의 은총을 받지 못하는 가여운 남자일 뿐입니다." 이삭은 전에는 이런 생각을 결코 입 밖으로 낸 적이 없었다. 아내와 가족을 원하는 마음은 낯설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신 목사는 젊은 목사를 향해 잔잔한 미소를 보냈다. 5년 전 자식 넷과 아내를 모두 콜레라로 잃은 후, 신 목사는 상실감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란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하는 모든 말들은 그저 어리석고 입에 발린 말들이었다. 신 목사는 실제로 가족을 잃고 서야 겨우 상실이 주는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다. 처자식은 모두 비참하게 세상을 떠났다. 하나님과 신학에 관해 그가 배운 모든 것들을 훨씬 추상적이고 개인적인 것이 되었다. 그의 믿음이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성격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마치 따뜻했던 방이 차갑게 식었어도 여전히 같은 방인 것은 틀림없는 것 처럼 말이다. 신 목사는 눈앞에 이상주의자가 신앙으로 눈을 빛내는 모습이 경탄스러웠다. 그러나 자신은 장로로서 이삭을 돌볼 의무가 있었다. "어제 아침 호세아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몇 시간 후, 하숙집 아주머니가 임신한 딸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주님은 저에게 말씀 하고 계셨어요.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지요. 이런 식으로 확실한 하나님의 의지는 느껴본 적이 없어요." 이삭은 신 목사와 함께 있는 이 자리에서는 그 사실을 밝혀도 안전하다 고 느꼈다. "목사님은 이런 일을 겪으신 적이 있나요?" 그는 신 목사의 눈에 의구심이 비치는지 살펴보았다.

"그래, 나도 그런 일을 겪었지. 하지만 항상 그렇게 생생한 것은 아니야. 성경을 읽을 때면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곤 하지. 나는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 하지만 우연이라는 것도 존재한다네. 우리는 그러한 것들에 열린 사고를 가져야 하지. 모든 것을 하나님의 계시로 여기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야. 어쩌면 하나님은 항상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실지도 몰라. 그저 우리가 그 음성을 듣는 법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 신 목사가 말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고백하는 것은 어색했지만, 그는 그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살아오는 동안 아이를 가진 채 버려진 소녀들을 세 명이나 알게 되었어요. 소녀들 중 둘은 자살했습니다. 나머지 한 명은 저희 집에서 식모로 일하던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은 가족들에게 남편이 이미 죽어버렸다고 말해야 했어요. 평생 거짓말이라곤 입에 담아 본 적이 없던 저희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습니다."

"그런 일은 자주 있다네. 특히나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말이야."

"하숙집 아주머니가 저를 살린 겁니다. 어쩌면 제 목숨이 그 가족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전 죽기 전에 중요한 일을 하고 싶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사무엘 형처럼요."

신 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신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사무엘이 독립운동가였다는 것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어쩌면 제 인생이 큰 의미가 될 수도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 소수의 사람들에게요. 어쩌면 제가 그 어린 여자와 아이를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또 그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일지도 모르죠. 저에게 가족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목사님이 어떻게 보시든 그건 큰 축복이 될 겁니다."

이 젊은 목사는 더 이상 설득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신 목사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자네가 무슨 짓을 버리기 전에 그 딸을 만나보고 싶구만. 그 어머니도."

"선자가 제 청흔을 받아들인다면 이리로 데려올게요. 그녀는 아직 절 잘 몰라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 신 목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난 결혼 전날까지 아내를 보지 못했어. 자네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써 보겠지만 결혼은 하나님 앞에서 맹세하는 진지한 언약이야. 자네도 알잖나. 가능하면 두 사람을 데려와."

이삭이 교회를 떠나기 전, 신 목사는 이삭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를 위해 기도했다.

이삭이 하숙집으로 돌아왔을 때, 정 씨 형제는 저녁상을 막 물리고 따뜻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여자들은 상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왐마, 목사님, 마을에 댕겨 오셨는갑서? 술 한잔하시드라고." 맏형인 곰보가 윙크를 하며 물었다. 이삭에게 술을 마시자고 하는 것은 형제들이 지난 몇 달간 꾸준히 해온 농담이었다.

"고기잡이는 어땠어요?"

막내인 뚱보가 실망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인어는 못 잡았당께요."

"그거 안 됐군요." 이삭이 말했다. "목사님, 저녁은 지금 드시겠습니꺼?" 양진이 물었다. "네, 감사합니다." 외출한 덕분에 이삭은 배가 고팠다. 먹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정 씨 형제는 일어나 앉을 생각이 없었지만 이삭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었다. 곰보는 오래된 친구처럼 이삭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하숙집에서, 특히 선량한 정 씨 형제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이삭은 자신이 인생의 대부분을 책에 파묻혀 지낸 병약한 학생이 아니라 진짜 남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반찬 몇 가지와 뜨거운 그릇에 넘칠 듯이 가득 담긴 국, 꾹꾹 눌러 퍼 담은 수수보리밥을 얹은 밥상을 들고 선자가 방에 들어왔다. 이삭이 고개를 속이고 기도하자 다른 사람들은 이삭이 기도를 마칠 때까지 어색하게 침묵을 지켰다.

"아따, 잘생긴 목사님헌티는 내보다 밥을 더 많이 주는 거 보쇼잉." 뚱보가 불평했다. "뭐 놀랄 일도 아니제." 그는 선자를 향해 일부러 화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선자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식사했어요?" 이삭은 자기 국그릇을 뚱보에게 건넸다. "여기 많이 있어요."

분별력 있는 둘째가 목사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렸다.

"아따, 이노무 자슥은 국 두 그릇에 밥도 세 그릇이나 먹었당께요. 이 자슥이 끼니를 놓치는 법이 어디 있을랑가요? 밥을 안 묵어불 며는 이 자슥 이거는 내 팔도 씹어 묵어불 것이당께. 완전 돼지 새끼아니겠능가."

뚱보가 형의 갈비뼈를 찔렀다

"왐마? 원래 힘씬 남자가 밥도 많이 묵고 그러는것이제! 인어들이 나를 더 좋아해 분께 행님이 질투하는 거 아니당가? 두고 보시랑께요. 나는 시장에서 이쁜 가시내 얻어가지고 결혼혀서 평생 돌봐달라 할텡께. 행님은 평생 자기 그물 자기가 꼬매면서 사쇼잉!"

곰보와 둘째가 크게 웃었지만 뚱보는 형들을 무시했다.

"밤이나 더 묵어야겠구마이. 나 묵을 밥 아직 남았능가요?" 뚱보가 선자에게 물었다.

"여자들 먹을 밥 좀 남겨 두드라고, 이 자슥아!" 곰부가 끼어들었다.

"여러분들 드실 건 충분한가요?" 이삭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하모예, 저희 먹을 거 충분해예. 걱정하지 마시소. 뚱보가 밥 더 묵고 잡다 카며는 더 주면 돼예" 양진이 이렇게 말하며 이삭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똥보는 멋쩍은 듯 했다.

"워메, 배도 인자 안 고프네잉. 담배나 피우야것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뱃잎을 꺼냈다.

"그래서 목사님은 오사카로 금방 떠나실랑가요? 아니면 우리랑 같이 배 타고 인어 찾을러 다니실라요잉? 이제는 튼튼하셔가지고 그물도 잘 끌어올리실 것 같은 디." 뚱보가 말했다. 그는 자기가 피우기 전에 먼저 큰형에게 곰방대를 건넸다. "아따 참말로 이래 이쁜 섬을 놔두고 거시기허게 춥은 도시로 갈라 하쇼잉?

이삭이 웃었다. "형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어요. 여행을 해도 되겠다 싶으면 바로 오사카에 있는 교회에 가려고요."

"영도에 있는 인어를 생각해보쇼." 뚱보가 부엌으로 향하고 있던 선자에게 손을 흔들었다. "일본 인어는 안 그럴 것이지라."

"그거 유혹적인 제안이네요. 어쩌면 오사카에 가면 인어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삭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목사님이 지금 농담을 하셔당가?" 뚱보가 바닥을 탕탕 두드리며 박장대소 했다.

이삭은 찻잔을 입가로 옮기며 미소 지었다.

"오사카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면 아내가 있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이고, 찻잔 내려 놓으시쇼잉. 새신랑한테 진짜 술이라도 부어드려 불 자고!" 곰보가 소리쳤다.

형제들은 크게 웃었고 목사도 따라 웃었다.

집은 작았고 남자들이 떠드는 소리는 여자들의 귀에다 들어왔다. 목사님이 아내를 원한다는 말에 동희는 갈망의 사로 잡혔고 복희는 미친여자 보듯이 그녀를 쏘아보았다. 부엌에서 선자는 저녁 쟁반을 치우고 있었다. 그녀는 커다란 놋쇠 대야 앞에 웅크리고 앉아 접시를 씻기 시작했다.


파친코 ⎟ Book 1. 고향 ⎟ 신의 계시 Pachinko ⎟ Buch 1. Heimatstadt ⎟ Göttliche Offenbarung Pachinko ⎟ Book 1. Hometown ⎟ Divine Revelation Pachinko ⎟ Libro 1. Ciudad natal ⎟ Revelación divina. Pachinko ⎟ Libro 1. Città natale ⎟ Rivelazione divina Пачинко ⎟ Книга 1. Родной город ⎟ Божественное откровение

파친코. Book 1. 고향.

신의 계시. コースターコグ

이삭은 형에게 보낼 편지를 다 쓴 다음 앉은뱅이 책상 앞에서 일어났다. 関係故郷 앞방의 좁은 창문을 열고 바깥의 상쾌한 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마셨다. 神に投稿 가슴이 아프지 않았다. 평생 동안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그가 일찍 죽을 거라고 말하곤 했다. 위장과 심장, 가슴에 심각한 병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어린 시절부터 이삭은 줄곧 아팠다. 당연하게도 이삭은 자신의 미래를 기대하지 않았다. 신학교를 졸업했을 때는 그 순간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이삭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When he graduated from seminary, Isaac himself was surprised that he had survived to that moment. 이상하게도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도 이삭은 낙담하지 않았다. Strangely enough, Isaac was not discouraged by the story of his inevitable death. 이삭은 죽음에 익숙해져버렸고, 동시에 살아있을 동안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확신이 강해져 갔다.

큰형 사무엘은 아픈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요절했다. 시위에 나갔다가 체포당해 모진 고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He was arrested and tortured to death after going to a protest. 큰형의 죽음을 계기로 이삭은 용감한 삶을 살겠노라 결심했다. 그는 젊은 시절 내내 가정교사와 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래도 고향의 교회에서 평신도 목사로 일하면서 다녔던 신학교 시절에는 어느 때보다 건강했다. Still, he was healthier than ever during his seminary years, when he worked as a lay pastor in his hometown church. 큰형은 살아있는 동안 신학교와 고향 교회의 빛나는 별 같은 존재였다. While he was alive, my oldest brother was a shining star of seminary and his home church. 이삭은 큰형이 어릴 적 자신의 다리가 되어주었던 것처럼 이제는 자기 마음속에 들어와 있다고 믿었다. Isaac believed that he was now in his heart, just as his older brother had been his bridge as a child.

작은형 요셉은 사무엘이나 이삭처럼 신실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학교생활을 좋아하지 않았고, 기회가 생기자마자 다른 삶을 찾아 일본으로 떠나버렸다. 독학으로 기계공이 된 그는 지금 오사카에 있는 공장에서 감독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A self-taught machinist, he was now working as a supervisor at a factory in Osaka. 가족끼리 친분이 있었던 경희와 일본에서 결혼을 했고 아직 자식은 없었다. He married Kyung-hee in Japan, a family friend, and they had no children. 이삭에게 오사카로 오라고 한 사람은 요셉이었다. With the death of his older brother, Isaac decided to play to live a brave life. 요셉은 이삭을 위해 교회 일을 찾아 놓았다고 했다. 이삭은 선자에게 청흔하려는 자신의 결정을 형인 요셉이라면 충분히 이해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He was cared for by a tutor and family, and had to spend time at home. 요셉은 관대한 성격을 가진 열린 마음의 소유자였다. Joseph was an open-minded man with a generous nature. 이삭은 봉투에 주소를 쓴 다음 외투를 챙겨 입었다.

그는 쟁반을 들고 부엌문 앞으로 갔다. 부엌은 남자가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이었고 이삭이 직접 쟁반을 가져다줄 필요도 없었다. Like his eldest brother used to be his leg when he was young, Isaac is now 하지만 이삭은 항상 일하는 여자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선자는 흰 한복 위에 누비조끼를 입고 난로 근처에 앉아 무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나이보다 어려 보였고 자기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풍성한 치마를 입고 있어서 임신한 티가 나지 않았다. I was wearing a flowy skirt so it didn't look like I was pregnant. 여성의 몸이 바뀌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삭은 여자와 단둘이 있어본 적이 없었다. Isaac had never been alone with a woman before.

선자가 쟁반을 받으려고 서둘러 일어섰다.

"저한테 주이소."

그는 쟁반을 그녀에게 건네면서 무슨 말이라도 한마디 하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선자가 그를 보았다.

"뭐 필요하신 거 있어예?"

"오늘 마을에 가려고요. 만날 사람이 있거든요."

선자는 이해한 것처럼 끄덕였다.

"석탄 갖다주시는 준 아저씨가 마을에 가실 낀데 목사님 데려다달라고 할까 예." "Mr. June, the man who brings me coal, is going to town, should I ask him to take me to the pastor?"

이삭이 미소를 지었다. 선자에게 동행을 청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용기가 사라졌다. "네. 아저씨가 괜찮다고 하시면요. 고맙습니다. "Yes, sir. If you say it's okay, thank you. 선자는 준 아저씨를 데려오기 위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교회는 버려진 학교를 개조한 낡은 목제 건물이었다. The church was an old wooden building that had been converted from an abandoned school. 준은 우체국 뒤에 있는 교회를 가리키고는 나중에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June pointed to the church behind the post office and promised to pick him up later.

"심부름 할 끼 있어가지고예. 편지는 제가 보내 놓을게예."

"신 목사님 아세요?  한번 만나 보실래요? "Do you know Pastor Shin? Would you like to meet him?

준이 웃었다. "교회는 딱 한 번 가봤십니더. 인자 됬십니더." June laughed. "You've only been to church once. You're a son of man."

준은 돈을 요구하는 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June didn't like places that asked for money. 그래서 시주를 청하는 스님들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준이 생각하는 종교란 쓸데없이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일다운 일을 하기 싫어서 To him, religion is a bunch of over-educated people who don't want to do work. 공으로 돈을 벌려는 짓거리에 불과했다. It was just a way to make money off the ball. 하지만 평양에서 온 청년 목사는 게을러 보이지 않았고, 준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준은 그가 좋았다.  또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기도를 해 준다는 것도 좋았다. June liked him, and she liked that someone was praying for her.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벨시러운 일도 아닙니더.  제가 교회 안 다닌다꼬 화내시는 거 아니지예? "It's not even funny. You're not mad at me because I don't go to church, are you? 보시다시피, 백 목사님, 저는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쁜 사람도 아니거든예."

"아저씨가 좋은 분인 걸 제가 왜 모르겠어요. "I don't know why I don't see that you're a good guy. 길 잃은 저를  하숙집 으로 데리고 가주신 분도 아저씨잖아요. 너무 어지럽고 힘들어서 제 이름 석 자나 겨우 대던 저를 아저씨는 아무런 해코지도 하시지 않고 도와주셨잖아요." I was so dizzy and exhausted, I could barely say my name, and you helped me without harming me."

석탄 배달부가 웃었다.  그는 칭찬받는 데 익숙하지 않은 듯 보였다. "목사님이 그 카시며는 그런 갑지예, 뭐." 그는 다시 웃었다. "끝나면 우체국 옆에 있는 만두집에서 기다리시소. 심부름을 끝내고 나서 그짝으로 갈게예."

교회 식모는 작은 몸에 비해 너무 크고 여기저기 기워 놓은 남자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농아인 그녀는 예배당 바닥을 빗자루로 쓸고 있었는데, 빗자루를 흔들 때마다 그녀의 몸도 덩달아 부드럽게 흔들렸다. 이삭의 조심스러운 발걸음이 예배당 바닥을 올리자, 여자는 그 기척에 하던 일을 멈추고 돌아섰다. Isaac's cautious steps raised the floor of the chapel, and the woman stopped what she was doing and turned around. 낡은 빗자루가 그녀의 다리를 스쳤다. 갑작스런 인기척에 놀란 여자는 빗자루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여자가 뭐라고 말했지만 이삭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신 목사님을 뵈러 왔어요." 이삭은 그녀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식모가 교회 뒤쪽으로 달려갔고, 곧 신 목사가 사무실에서 나왔다. 50대 초반인 그는 두꺼운 안경으로 깊은 갈색 눈을 가리고 있었다. He was in his early 50s, and thick glasses covered his deep brown eyes. 짧은 머리카락은 여전히 검었고, 흰 셔츠와 회색 바지는 잘 다려져 있었다. 절제되고 차분한 분위기의 사람이었다.

"어서 오세요."  신 목사는 서양식 옷을 입은 멋진 젊은이에게 미소를 지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백이삭입니다. 신학교 선생님들께서 목사님께 편지를 쓰신 줄로 압니다만."

"아, 백 목사!" 드디어 여기 와줬구먼! 이렇게 만나니 너무 좋네! 내 연구실이 저기 뒤쪽에 있어. "거기가 조금 더 따뜻하거든. 그리로 가세." 그는 식모에게 차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부산에 얼마나 오래 있었지? 언제 들를지 궁금했다네. 오사카에 있는 자매 교회로 가는 길인가?" Are you on your way to our sister church in Osaka?"

신 목사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빠르게 질문을 쏟아내는 바람에 이삭은 질문에 답할 틈이 거의 없었다. 신 목사는 평양에 있는 신학교의 초창기 졸업생이었고, 자신의 어린 후배를 만나게 된 것이 매우 기쁜 듯했다. Pastor Shin was an early graduate of the seminary in Pyongyang, and he was thrilled to meet his younger colleague. 학교에서 이삭을 가르치던 교수들은 모두 신 목사의 졸업 동기 들이었다.

"머무를 곳은 있나?" 여기서 지낼 방을 마련해 줄 수도 있다네. 지금은 어디서 지내나?" 신 목사는 기분이 좋았다. I was using a b car, and every time I shake it, her body gets bigger. 새로운 목사가 온 것은 오랜만이었다. 서구에서 온 선교사들은 식민지 정부의 단속 때문에 대부분 조선을 떠나버렸다. 목사가 되려는 청년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신 목사는 요즘 들어 부쩍 외로움을 느꼈다. Pastor Shin had been feeling a little lonely lately.

"편하게 머물다 가게." "Make yourself at home."

이삭이 웃었다.

"더 일찍 연락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빨리 찾아뵙고 싶었는데 몸이 안 좋아지는 바람에 영도 부두 근처에 있는 하숙집에서 나오지를 못했어요. Pastor Shin came by boat 김훈이라는 분의 미망인과 딸이 저를 잘 보살펴주었습니다. 혹시 목사님도 아시나요?" In his early fifties, he had thick glasses covering his deep brown eyes.

신 목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영도 사람은 잘 몰라. 내 나중에 그리로  한번 찾아가지. I'll have to check it out later. 얼굴이 좋아 보이네, 조금 수척해 보이기는 해도. You look good, even if you do look a little shabby. 요즘 배불리 먹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아참, 식사는 한 건가?  먹을 게 좀 있을 텐데. By the way, have you eaten? You should have something to eat.

"아니요, 먹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식모가 차를 가지고 왔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이삭의 안전한 도착에 감사하는 기도를 드렸다.

"오사카 갈 준비는 잘 되어 가는가?"

"네."

"좋아, 좋아."

나이 든 목사는 교회가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교회에 나오기를 두려워했다. 그것은 조선 도 그랬고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승인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This was because the government wouldn't approve it. 캐나다에서 온 선교사들은 이미 조선을 떠나버렸다.

이삭은 이미 그런 슬픈 소식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시련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신학교 시절부터 그는 교수들과 정부의 탄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에 잠긴 이삭은 말이 없었다.

"괜찮나?" 신 목사가 물었다.

"목사님, 호세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Pastor, can we talk about Hosea?"

"어? 물론이지." 신 목사는 어리둥절하면서도 흔쾌히 대답했다. Most missionaries from the West were sent to Korea because of the crackdown by the colonial government.

"하나님께서는 선지자 호세아에게 창녀와 결혼하여 자기 자식이 아닌 아이들을 양육하게 하셨죠. 주님께서 그를 배반하는 백성들과의 결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선지자 호세아를 가르치기 위해 그렇게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I believe the Lord did this to teach the prophet Hosea to feel connected to the people who were betraying him. 그런가요?" 이삭이 물었다. "그래 무엇보다도 그게 가장 큰 이유였지. 선지자 호세아는 주님의 요구에 순순히 따랐고." 신 목사가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이것은 그가 전에 설계한 적이 있는 이야기였다. This was a story he had designed before. "주님은 우리가 죄를 지을 때에도 계속해서 우리에게 헌신하시지. "The Lord continues to be committed to us, even when we sin. 계속해서 우리를 사랑하셔. 어떤 면에서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은 본질적으로 인내하는 결혼 생활 같기도 하고, 아버지나 어머니가 빗나간 아이에게 쏟아봇는 사랑과 닮았다고도 볼 수 있다네. 호세아는 사랑하기가 힘든 사람을 사랑해야 할 때 하나님과 같이 행동하라는 부름을 받았지. Hosea was called to act like God when he had to love someone who was hard to love. 우리가 죄를 지을 때는 사랑하기가 어려워. When we sin, it's hard to love. 재는 언제나 주님의 뜻을 어기는 것이야." Ashes are always against the will of the Lord." 신 목사는 이삭의 얼굴을 주의 깊게 보구 그가 이해했는지 확인했다. Pastor Shin watched Isaac's face carefully to make sure he understood. 이삭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님이 어떤 것을 느끼시는지 우리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Isaac nodded. "Do you think it's important for us to understand what God feels?" "물론이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와 고통을 함께 나누지 않을 수 없어. 우리가 주님을 사랑한다면 단순히 주님을 흠모하거나 두려워하고, 주님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주님의 감정을 알아야 해. We need to know how He feels, not ask Him for what we want. 주님은 우리의 죄 때문에 괴로워하실 게 분명하니까. 우리는 주님의 고뇌를 이해해야 하지. 주님은 우리와 함께 고난을 겪으시네. 주님은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으시지. 그걸 아는 게 우리에게는 위로가 되는 거야. It's comforting for us to know that. 우리가 홀로 고통받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게 말일세." It's nice to know that we're not suffering alone." "목사님, 하숙집 아주머니와 딸이 제 목숨을 구했습니다. 결핵에 걸린 저를 석 딸이나 돌봐주었어요." She took care of my three daughters when I had tuberculosis." 신 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들이 훌륭한 일을 했군. 고귀하고 친절한 일이야." "They did a great thing. It's a noble and kind thing to do."

"그 딸이 임신 중인데 아이의 아버지에게 버림받았어요. 결혼도 하지 않아 아이에게 성을 물려줄 수도 없습니다." Pastor, can we talk about the place ah? 신 목사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에게 청혼하려고요, 아내로 삼아 일본의 데려가고 싶습니다. "I want to propose to her, make her my wife, and take her to Japan. 그녀가 좋다고 한다면 일본에 가기 전에 결혼할 겁니다. 저는-----" 신 목사는 오른손으로 입을 가렸다. Pastor Shin covered his mouth with his right hand. 기독교인들은 기꺼이 자신의 재산과 자기 목숨까지 희생하곤 했다. Prophet so that the Lord can feel his decision with the people who betray him. 하지만 거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했고, 결혼은 섣불리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But there had to be a good reason for it, and marriage was not something to be taken lightly. 성 바울과 성요한 "모든 것을 시험하라"고  말했다. St. Paul and St. John the Baptist said, "Test everything." "부모님께는 알려 드렸나?"

"아니요, 하지만 이해하실 겁니다. 저는 줄곧 결혼을 하지 않겠다 고 말씀드렸거든요. I've always said I'm not going to get married. 부모님은 저에게 결혼은 기대도 하지 않으세요. 이 얘기를 들으시면 기뻐하실 거에요." 결혼은 왜 안 하겠다고 한 건가?" Why did you say you weren't going to get married?"

"전 태어났을 때부터 허약해거든요. 지난 몇 년 동안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기로 오는 길에 다시 악화되었어요. 우리 가족 중에 제가 25살이 넘을 때까지 살 거라고 기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No one in my family expected me to live past the age of 25. 전 올해 스물여섯이고요." 이삭이 미소 지었다. "제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젊은 여자는 과부가 되고 아이들은 고아가 되어 버리겠지요." "그랬구먼." "전 진작에 죽었어야 했지만 이렇게 살아 있어요."

"자네가 살아 있어서 기쁘다네.하나님께 감사를." 신 목사는 젊은이에게 웃어주며 답했다. 하지만 자신을 희생하려는 어린 목사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믿기 어려웠다. Most of all, I couldn't believe it. 평양에 있는 친구들의 편지로 이삭에 지성과 유능함을 미리 알지 못했다면 신 목사는 이삭이 종교적 미치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아가씨는 무어라고 하든?"

"아직 얘기 못했어요. 하숙집 아주머니한테서 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게 어제였거든요. It was only yesterday that the boarding house lady told me about her daughter. 그리고 어젰밤 저녁에 기도드리면서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요. 여자와 아이에게 제 성을 물려주는 겁니다. 성이 뭐 대수인가요? To know that it's not 전 그냥 자손을 족보에 올릴 수 있는 남자로 태어나는 은총을 입은 사람일 뿐인 걸요. I'm just a guy who was blessed to be born a man who can put his offspring on the genealogy. 젊은 여자가 불한당에게 버림받은 것이 그 여자 잘못은 아니잖아요. It's not her fault that the young woman was abandoned by the bad guy. 설령 나쁜 사람이 아닌 남자에게 버림받았다 해도 여자 탓은 아니죠. It's not the woman's fault if she gets dumped by a man who isn't a bad person. 태어날 아이는 무고합니다. The child to be born is innocent. 아이가 그런 고난을 겪고 사람들에게 배척당할 이유는 없지요." There's no reason for a child to go through that and be ostracized by people." 신 목사는 이삭의 말에 부정할 수가 없었다.

"주님께서 제가 살도록 허락하신다면, 전 선자의 좋은 남편이자 아이의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선자?"

"네 하숙집 아주머니의 딸이에요."

"내 신앙은 선하고 내 의도도 옳지만-----" "My faith is good and my intentions are right, but-----"

"아이들은 모두 축복입니다. "All children are a blessing. 성경에 나오다시피 남자와 여자는 자녀를 갖기 위해 꾸준히 기도 해야 했지요. 불임은 곧 하나님께 버림받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He used to sacrifice his own life, but there had to be a good reason. 아닌가요? 제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갖지 않는다면 저는 그저 하나님의 은총을 받지 못하는 가여운 남자일 뿐입니다." Isn't that right? If I don't get married and don't have children, I'm just a poor man who doesn't have God's favor." 이삭은 전에는 이런 생각을 결코 입 밖으로 낸 적이 없었다. Isaac had never voiced this idea before. 아내와 가족을 원하는 마음은 낯설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Wanting a wife and family felt strange and good at the same time. 신 목사는 젊은 목사를 향해 잔잔한 미소를 보냈다. 5년 전 자식 넷과 아내를 모두 콜레라로 잃은 후, 신 목사는 상실감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란 것을 깨달았다. After losing all four of his children and his wife to cholera five years ago, Pastor Shin realized that loss is an indescribable feeling. 사람들이 하는 모든 말들은 그저 어리석고 입에 발린 말들이었다. All the things people were saying were just stupid, lip service. 신 목사는 실제로 가족을 잃고 서야 겨우 상실이 주는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다. It wasn't until Pastor Shin actually lost a family member that he understood the pain of loss. 처자식은 모두 비참하게 세상을 떠났다. 하나님과 신학에 관해 그가 배운 모든 것들을 훨씬 추상적이고 개인적인 것이 되었다. Everything he had learned about God and theology became much more abstract and personal. 그의 믿음이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성격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마치 따뜻했던 방이 차갑게 식었어도 여전히 같은 방인 것은 틀림없는 것 처럼 말이다. It's like a room that was warm and then cooled down, but it's still the same room. 신 목사는 눈앞에 이상주의자가 신앙으로 눈을 빛내는 모습이 경탄스러웠다. Pastor Shin marveled at the idealist in front of him, his eyes shining with faith. 그러나 자신은 장로로서 이삭을 돌볼 의무가 있었다. "어제 아침 호세아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몇 시간 후, 하숙집 아주머니가 임신한 딸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주님은 저에게 말씀 하고 계셨어요.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지요. 이런 식으로 확실한 하나님의 의지는 느껴본 적이 없어요." 이삭은 신 목사와 함께 있는 이 자리에서는 그 사실을 밝혀도 안전하다 고 느꼈다. I should have died when I got hit, but this is how I'm alive "목사님은 이런 일을 겪으신 적이 있나요?" 그는 신 목사의 눈에 의구심이 비치는지 살펴보았다. He looked at Pastor Shin to see if he could see the doubt in his eyes.

"그래, 나도 그런 일을 겪었지. 하지만 항상 그렇게 생생한 것은 아니야. 성경을 읽을 때면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곤 하지. 나는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 하지만 우연이라는 것도 존재한다네. I know what you're saying, but there are such things as coincidences. 우리는 그러한 것들에 열린 사고를 가져야 하지. We have to be open to those things. 모든 것을 하나님의 계시로 여기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야. It's a dangerous idea to think of everything as a revelation from God. 어쩌면 하나님은 항상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실지도 몰라. Maybe God has been speaking to us all along. 그저 우리가 그 음성을 듣는 법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 Maybe we just don't know how to listen to that voice." 신 목사가 말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고백하는 것은 어색했지만, 그는 그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살아오는 동안 아이를 가진 채 버려진 소녀들을 세 명이나 알게 되었어요. "I've known three girls in my life who were abandoned with children. 소녀들 중 둘은 자살했습니다. Two of the girls committed suicide. 나머지 한 명은 저희 집에서 식모로 일하던 사람이었어요. The other was a woman who used to work as a maid at my house. 그 사람은 가족들에게 남편이 이미 죽어버렸다고 말해야 했어요. She had to tell her family that her husband was already dead. 평생 거짓말이라곤 입에 담아 본 적이 없던 저희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습니다." My mother, who had never told a lie in her life, made me say that."

"그런 일은 자주 있다네.  특히나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말이야."

"하숙집 아주머니가 저를 살린 겁니다. 어쩌면 제 목숨이 그 가족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Maybe my life will help that family. 전 죽기 전에 중요한 일을 하고 싶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사무엘 형처럼요."

신 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신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사무엘이 독립운동가였다는 것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어쩌면 제 인생이 큰 의미가 될 수도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 소수의 사람들에게요. Not to many people, but to a few. 어쩌면 제가 그 어린 여자와 아이를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또 그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일지도 모르죠. 저에게 가족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목사님이 어떻게 보시든 그건 큰 축복이 될 겁니다."

이 젊은 목사는 더 이상 설득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The young pastor seemed to be beyond persuasion. 신 목사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자네가 무슨 짓을 버리기 전에 그 딸을 만나보고 싶구만.  그 어머니도." "I'd like to meet that daughter before you throw anything away, and her mother, too."

"선자가 제 청흔을 받아들인다면 이리로 데려올게요. 그녀는 아직 절 잘 몰라요." She doesn't know me yet."

"그건 중요하지 않아." 신 목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난 결혼 전날까지 아내를 보지 못했어. 자네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써 보겠지만 I'll try to understand your mind, but 결혼은 하나님 앞에서 맹세하는 진지한 언약이야. 자네도 알잖나. 가능하면 두 사람을 데려와."

이삭이 교회를 떠나기 전, 신 목사는 이삭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를 위해 기도했다.

이삭이 하숙집으로 돌아왔을 때, 정 씨 형제는 저녁상을 막 물리고 따뜻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When Isaac returned to the boarding house, the Chung brothers were sprawled out on the warm floor, having just finished their dinner. 여자들은 상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왐마, 목사님, 마을에 댕겨 오셨는갑서? 술 한잔하시드라고." 맏형인 곰보가 윙크를 하며 물었다. 이삭에게 술을 마시자고 하는 것은 형제들이 지난 몇 달간 꾸준히 해온 농담이었다.

"고기잡이는 어땠어요?" It is as if there is no doubt that it is still the same room.

막내인 뚱보가 실망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인어는 못 잡았당께요."

"그거 안 됐군요." 이삭이 말했다. "That's too bad," Isaac said. "목사님, 저녁은 지금 드시겠습니꺼?" 양진이 물었다. "네, 감사합니다." 외출한 덕분에 이삭은 배가 고팠다. 먹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It felt good to have the desire to eat.

정 씨 형제는 일어나 앉을 생각이 없었지만 이삭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었다. Brother Jung didn't want to get up and sit down, but he made room for Isaac. 곰보는 오래된 친구처럼 이삭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하숙집에서,  특히 선량한 정 씨 형제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이삭은 자신이 인생의 대부분을 책에 파묻혀 지낸 병약한 학생이 아니라 진짜 남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Staying at the boarding house, especially with the good-natured Chung brothers, made Isaac feel like a real man, not the sickly student who had spent most of his life buried in books. 반찬 몇 가지와 뜨거운 그릇에 넘칠 듯이 가득 담긴 국, 꾹꾹 눌러 퍼 담은 수수보리밥을 얹은 밥상을 들고 선자가 방에 들어왔다. The Zen master entered the room with a few side dishes, a hot bowl overflowing with soup, and a table topped with scooped-up millet rice. 이삭이 고개를 속이고 기도하자 다른 사람들은 이삭이 기도를 마칠 때까지 어색하게 침묵을 지켰다.

"아따, 잘생긴 목사님헌티는 내보다 밥을 더 많이 주는 거 보쇼잉." "Aha, handsome Pastor Hunty is giving me more food than me." 뚱보가 불평했다. "뭐 놀랄 일도 아니제." The fat man complained. "I'm not surprised." 그는 선자를 향해 일부러 화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He gave the Zen master a deliberately angry look, 선자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I know what you're talking about, but there's also the coincidence.

"식사했어요?" 이삭은 자기 국그릇을 뚱보에게 건넸다. "여기 많이 있어요."

분별력 있는 둘째가 목사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렸다. The sensible second tugged on the pastor's arm, stopping him.

"아따, 이노무 자슥은 국 두 그릇에 밥도 세 그릇이나 먹었당께요. 이 자슥이 끼니를 놓치는 법이 어디 있을랑가요? How could you possibly miss a meal with this? 밥을 안 묵어불 며는 이 자슥 이거는 내 팔도 씹어 묵어불 것이당께. If I don't eat, I'll chew my arm off, too. 완전 돼지 새끼아니겠능가." You must be a pig."

뚱보가 형의 갈비뼈를 찔렀다

"왐마? 원래 힘씬 남자가 밥도 많이 묵고 그러는것이제! "Wow, a strong man who eats a lot of food! 인어들이 나를 더 좋아해 분께 행님이 질투하는 거 아니당가? The mermaids like me better. Aren't you jealous of Boone? 두고 보시랑께요. 나는 시장에서 이쁜 가시내 얻어가지고 결혼혀서 평생 돌봐달라 할텡께. We'll see. I'll get a pretty thorn from the market, marry her, and ask her to take care of me for life. 행님은 평생 자기 그물 자기가 꼬매면서 사쇼잉!" You'll be sashaying around in your own net all your life!"

곰보와 둘째가 크게 웃었지만 뚱보는 형들을 무시했다.

"밤이나 더 묵어야겠구마이. 나 묵을 밥 아직 남았능가요?"  뚱보가 선자에게 물었다. "I guess I'll have to stay another night, huh? Do you have any food left for me?" asked the fat man.

"여자들 먹을 밥 좀 남겨 두드라고, 이 자슥아!" 곰부가 끼어들었다. "Save some food for the ladies, you bastard!" interrupted Gombu.

"여러분들 드실 건 충분한가요?" 이삭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하모예, 저희 먹을 거 충분해예. 걱정하지 마시소. "Hamoye, we have enough to eat, don't worry. 뚱보가  밥 더 묵고 잡다 카며는 더 주면 돼예" I'll give the fat man more room and board and more fare." 양진이 이렇게 말하며 이삭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Yang Jin said, easing Isaac's worries.

똥보는 멋쩍은 듯 했다.

"워메, 배도 인자 안 고프네잉.  담배나 피우야것다." Not for many, but for a few. 그는 주머니에서 담뱃잎을 꺼냈다.

"그래서 목사님은 오사카로 금방 떠나실랑가요? 아니면 우리랑 같이 배 타고 인어 찾을러 다니실라요잉? 이제는 튼튼하셔가지고 그물도 잘 끌어올리실 것 같은 디."  뚱보가 말했다. 그는 자기가 피우기 전에 먼저 큰형에게 곰방대를 건넸다. He handed his big brother a bong before he smoked his own. "아따 참말로 이래 이쁜 섬을 놔두고 거시기허게  춥은 도시로 갈라 하쇼잉? "How dare you leave this beautiful island and go to a freezing cold city?

이삭이 웃었다. "형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어요. 여행을 해도 되겠다 싶으면 바로 오사카에 있는 교회에 가려고요." As soon as I realize I can travel, I'm going to go to a church in Osaka."

"영도에 있는 인어를 생각해보쇼." 뚱보가 부엌으로 향하고 있던 선자에게 손을 흔들었다. "일본 인어는 안 그럴 것이지라." "A Japanese mermaid wouldn't do that."

"그거 유혹적인 제안이네요. "That's a tempting offer. 어쩌면 오사카에 가면 인어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Maybe I should go to Osaka and look for mermaids."

이삭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목사님이 지금 농담을 하셔당가?" 뚱보가 바닥을 탕탕 두드리며 박장대소 했다.

이삭은 찻잔을 입가로 옮기며 미소 지었다.

"오사카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면 아내가 있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If I'm going to start a new life in Osaka, I might as well have a wife."

"아이고, 찻잔 내려 놓으시쇼잉. 새신랑한테 진짜 술이라도 부어드려 불 자고!" 곰보가 소리쳤다. "Oh, put down the teacup, Shishouying. Pour the new groom a real drink and let him sleep!" Gombo shouted.

형제들은 크게 웃었고 목사도 따라 웃었다.

집은 작았고 남자들이 떠드는 소리는 여자들의 귀에다 들어왔다. 목사님이 아내를 원한다는 말에 동희는 갈망의 사로 잡혔고 복희는 미친여자 보듯이 그녀를 쏘아보았다. When Dong-hee heard that the pastor wanted a wife, she was seized with longing, and Bok-hee looked at her like a crazy woman. 부엌에서 선자는 저녁 쟁반을 치우고 있었다. 그녀는 커다란 놋쇠 대야 앞에 웅크리고 앉아 접시를 씻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