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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파친코 ⎟ Book 1. 고향 ⎟ 신이 주신 선물

파친코 ⎟ Book 1. 고향 ⎟ 신이 주신 선물

파친코, Book 1, 고향.

신이 주신 선물.

추 약사는 일주일에 한번씩 양진의 하숙집에 왕진을 왔다. 그러는 사이 백이삭의 상태는 점점 좋아졌다. 추 약사는 이 평양 출신의 목사가 회복되어 가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백 목사는 이제 다 나은 것처럼 보였다.

"누워만 있기에는 너무 건강해 보이는데? 추 약사가 말했다. "그래도 아직은 일어나면 안 된데이."

추 약사가 이삭 옆에 앉았다. 창문 틈새로 들어온 찬바람이 추 약사의 하얀 앞머리를 살짝 들어올렸다. 그는 두꺼운 이불을 이삭의 어깨 위로 덮어주었다. "따뜻하나?"

"네. 선생님과 아주머니께 빚을 졌네요."

"너무 말랐네." 추 약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살이 좀 쪄야겠데이. 얼굴에 살이 하나도 없다 아이가. 여기 음식이 입에 잘 안 맞나?"

추 약사의 말에 양지는 질책이라도 받은 것처럼 움찔했다. "식사는 아주 잘 나와요." 이삭이 황급히 답했다. "제가 내는 식비보다 더 많이 먹고 있어요. 집보다 여기 음식이 더 좋은걸요." 이삭은 복도에 서 있던 양진과 선자에게 미소를 지었다.

추 약사가 바짝 다가와 이삭의 가슴에 청진기를 갖다댔다. 호흡은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와 비슷하게 강하고 또 안정적으로 들렸다. 목사는 이제 아주 건강해 보였다.

"기침 한번 해 봐레이"

추 약사는 목사의 가슴에서 나는 소리에 신중하게 귀를 기울였다. "좋아지긴 했지만서도 지금까지 줄곧 아팠던 사람이 결핵까지 걸린거 아이가. 그러니 조심해야제."

"네. 하지만 지금은 훨씬 나아진 것 같아요. 선생님, 오사카에 있는 교회에 언제 갈 수 있는지 편지로 알리고 싶어요. 제가 떠날 수 있을까요? 형이 꼭 선생님 허락을 먼저 받고 오라고 했거든요." 이삭은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눈을 감았다.

"평양에서 출발할 때는 의사가 혼자서 오사카로 여행에도 된다 카드나?"

"갈 수 있다고는 하셨지만 의사 선생님과 어머니가 제 여행을 적극 찬성한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집을 나섰을 땐 그 어느 때보다 건강했어요. 뭐 지금 이렇게 됐으니 할 말이 없지만요. 그 분들 말씀을 들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오사카의 교회에서 빨리 와 달라고 해서요."

"의사가 가지 말라고 캤는데 왔다는 거네." 추 약사는 웃었다. "젊은 사람들은 갇혀가 지내는 거를 못 하제. 지금 또 떠나고 싶은데 이번에는 내 허락을 받고 싶다는 거 아이가. 여행 중에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우얄라꼬? 아니며는 일본에 도착해서 다시 아프면 우짤낀데?" 추 약사는 고개를 지었다. "우야면 좋겠노?" 잡지는 못하겠지마는 그래도 쫌 기다려야 한데이."

"얼마나 오래요?"

"적어도 이 주일. 아니모 삼 주는 있어야제."

이삭은 양진과 선자를 훑어보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에게 짐이 된 걸로 모자라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기까지 했으니 . . .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무도 전염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정말 죄송해요."

양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백 목사는 모범적인 손님이었다. 예의바른 목사가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다른 하숙집 사람들의 행동거지가 훨씬 나아졌다. 게다가 목사는 방세도 거르지 않고 제때 냈다. 양진은 목사의 건강이 크게 좋아져서 마음이 놓였다.

추 약사가 청진기를 치웠다.

"서둘러가 집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데이. 북쪽보다는 그래도 여기 날씨가 폐에 더 낫다 아이가. 오사카 날씨는 여기하고 비슷하그든. 일본은 겨울이 그래 안 춥다."

이삭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삭이 오사카에 가기 위해 부모님께 동의를 얻으려 했을 때도 따뜻한 기후가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면 오사카의 교회에 편지를 써도 될까요? 제 형에게도요?"

"배를 타고 시모노세키로 가서 기차 탈끼제?" 추 약사가 물었다. 하루도 더 걸리는 여행이었다.

이삭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추 약사가 떠나도 좋다는 뜻을 내비치자 이삭은 속이 후련해졌다.

"밖에는 나가봤나?"

"마당까지만요. 나가는 게 좋지 않다고 하셔서요."

"이제는 괜찮다. 매일 두 번 산책 나가레이. 다리 힘을 길러야 하니까. 거의 석 달은 누워 지냈다 아이가." 추 약사가 양진에게 다가갔다. "환자가 시장까지 갈 수 있는지 봐주이소, 혼자 보내면 안 뒵니데이. 자빠질 수도 있으니까예." 추 약사는 이삭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다음 주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다음날 아침, 이삭은 성경 공부와 기도를 끝내고 마루에서 혼자 아침 식사를 했다. 하숙인들은 이미 나가고 없었다. 이삭은 오사카에 갈 수 있을 만큼 건강해진 것 같았고 어서 떠날 준비를 하고 싶었다. 일본 으로 향하기 전에 부산 교회의 목사님을 방문하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 괜히 찾아갔다가 병을 옮길까 봐 걱정돼서 찾아갈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이삭의 다리는 예전처럼 휘청거리지 않았다. 이삭은 방에서 맏형 사무엘이 어렸을 때 가르쳐준 가벼운 체조를 했다. 살면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낸 이삭은 그다지 확실한 방법은 아니더라도 체력을 단련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양진이 아침상을 치우러 왔다. 이삭은 양진이 가져다준 보리차를 마시며 감사 인사를 했다.

"산책을 하고 싶은데,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이삭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오늘은 몸 상태가 아주 좋아요. 멀리 가지 않을 거예요."

양진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닭장 속의 귀한 수탉처럼 그를 가둬둘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양진은 그가 쓰러지기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집 주변은 황량하니 인적이 드물었다. 그가 해변을 걷다가 무슨 일이 생겨도 그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터였다.

"목사님 혼자 가시면 안 됩니더." 하숙인 들은 일하러 나갔거나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볼일을 보러 나갔다. 목사와 동행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삭이 입술을 깨물었다. 다리 힘을 키우지 못하면 떠나는 날도 늦어질 게 뻔했다.

"이런 부탁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네요 . . ." 이삭이 잠시 말을 멈췄다. "바쁘시겠지만 잠깐만 저랑 같이 산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다 큰 성인 남자가 여자에게 해변을 산책시켜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이삭은 오늘 외출하지 못하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못 가진다고 하셔도 괜찮아요. 해변 근처에서 잠깐만 거닐다 올게요. 몇분만요."

이삭은 허약한 탓에 어릴 때부터 특별한 보살핌을 받았다. 가정교사와 집안 하인들이 늘 그와 함께했다. 날씨가 좋아도 이삭이 산책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을 때는 하인이 나 형이 이삭을 업고 다녔다. 의사가 바람을 쐬라고 말하면 정원사가 이삭을 지게에 태워서 과수원에 데려가 낮은 가지에서 사과를 따게 해주었다. 그때 그 사과의 달콤한 냄새가 코끝에 맴도는 것 같았다. 두 손에 쥐었던 붉은 과일의 묵직한 무게와 아삭하고 한입 깨물어먹는 순간 하얀 즙이 손목을 타고 흘러내렸던 감각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삭은 집이 그리웠다. 그는 지금 자신이 바깥나들이를 시켜 달라고 조르던 허약한 아이로 되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양진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작고 거친 손을 무릎에 접어둔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여자가 가족이 아닌 사람과 산책하는 것은 적절한 행동이 아니었다. 자신이 이삭 보다 나이가 많아서 추한 소문이 날 일은 없겠지만, 양진은 아버지나 남편이 아닌 남자와 산책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이삭은 양진의 곤란한 표정을 힐끗 훔쳐보았다. 또 폐를 끼치게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주머니께선 이미 많은 것을 해주셨는데 . . . 제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군요."

양진은 등을 곧게 폈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해변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한 적이 없었다. 훈이는 다리와 등 때문에 짧은 인생 동안 심한 고통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장애에 대해 불평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훈이가 처리해야 할 일은 늘 많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힘을 아껴야 했다. 훈이도 평범한 소년처럼 달려 보고 싶었을 것이다. 영도의 다른 어린애들처럼 소금기 섞인 짠 공기를 들이마시며 갈매기를 쫓고 싶었을 것이다.

"제가 참 이기적이죠?" 이삭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삭은 함께 가 줄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양진이 일어났다. "그래 나가시면 춥습니더. 외투 입으시야지예. 제가 가져올게예."

짙은 해초 냄새가 공기중에 감돌고 있었다. 파도는 해변가에 솟아오른 바위들에 부딪혀 부서지며 허공에 하얀 포말을 힡뿌렸다. 파랑과 회색이 뒤섞인 황량한 풍경 속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두 사람의 머리 위를 맴도는 하얀 갈매기들뿐이었다. 오랫동안 작은 방에 갇혀 있다시피 한 이삭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광경이었다. 아침 햇살이 아무것도 쓰지 않은 이삭의 머리 위로 따뜻하게 내려앉았다. 이삭은 술에 취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명절에 만취해서 춤을 추는 농부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삭은 눈앞의 풍경에 취해 있었다.

이삭은 가죽 신발을 벗어 손에 쥐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그 크고 마른 몸에는 이제 아픈 기색이라곤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남들처럼 튼튼해진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진 듯했다.

"고맙습니다." 이삭은 시선을 양진이 있는 쪽으로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그의 창백한 얼굴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이삭은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양진은 미소 짓고 있는 청년을 훑어보았다. 이삭이 지니고 있는 어린애 같은 순수함은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가 없는 것이었고, 그것은 양진의 보호본능을 자극했다.

"아주머니는 정말 친절하세요." 그녀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 저 손을 휘휘 저었다. 양진은 가슴이 답답했다. 이렇게 산책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해야 할 일들은 넘쳐나는데 이렇게 바깥에 나와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가슴을 묵직하게 짓누르는 무언가가 형체를 이루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예,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예?"

"선자 씨는 괜찮나요?"

양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해변을 걷고 있었지만 양진은 전혀 알 수 없는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는 더 이상 그녀의 집 뒤에 있는 해변 같지 않았다. 젊은 목사와 함께 있다는 것이 양진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고 몽롱한 기운에 취하게 했다. 그러나 목사의 예상치 못한 질문은 얄팍했던 몽상을 깨트려 버렸다. 이 사람은 선자에 관해 뭘 알고 있는 걸까? 얼마 후면 선자의 배가 불러오겠지만 지금은 그다지 티가 나는 것 같지 않았다. 목사는 어떻게 생각할까?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인가? "아를 가져십니더." 양진은 젊은 목사에게는 이 이야기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남편과 떨어져 있어서 힘들겠군요."

"남편은 없어예."

이삭은 아이 아버지를 일본 광산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흔한 일이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럼 아이 아버지는 -----"

"말을 안 할라꼬 합니더."

선자는 그 남자가 이미 결혼을 해서 자식까지 둔 사람이라고 했다. 양지는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목사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 창피했다. 이삭의 눈에 양지는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체념한 여자처럼 보였다. 글을 모르는 하숙인들은 이삭에게 신문을 가져와 내용을 묻곤 했는데, 신문에 실린 기사들은 하나같이 슬픈 이야기들뿐이었다. 이삭은 망가지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슬픔과 불행에 짓눌리는 기분이 들었다. 조선은 20년이 넘도록 식민통치를 받고 있었고 그 어디에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다들 포기에 익숙해져버렸다.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죠."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예. 아 인생이 망가져 버려십니 더. 전에도 결혼하기 어려웠는데 인자는 . . ."

이삭은 양진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선자 아버지 몸이 성치 않았거든예. 사람들이 우리 아를 꺼려합니더."

"그랬군요."

"결혼 안 하고 혼자 사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남편 없이 알을 낳다 니요. 이웃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낍니더. 성도 없는 아는 우찌 되겠습니까? 아를 우리 족보에 올릴 수도 없는데 말입니더."

양진이 남에게 자기 생각을 이렇게 자유롭게 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지만 그 속도는 조금씩 느려졌다.

양진은 선자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어떻게든 하고 싶은 마음에 머리를 쥐어짰지만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혼도 하지 않은 두 언니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고,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다. 의지할 만한 남자 형제는 한 명도 없었다.

이삭은 양진의 말에 그리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고양이 있는 교회에서도 이런 일은 이따금 벌어졌다. 교회에서는 온갖 일들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어떤 일도 용서받을 수 있었으니까.

"아이 아버지는 어디 있는지 모르는 건가요?"

"몰라예. 선자가 말을 안 합니더. 아 얘기는 아무한테도 한 적이 없어예. 사람들 얘기를 들어주는 게 목사님 일이라는 건 알지만서도 저는 예수쟁이도 아닌데 . . . 이런 얘기까지 해서 죄송해예."

"아주머니가 제 목숨을 구해주신 걸요. 아주머니가 돌봐주시지 않았다면 전 진작에 죽었을 겁니다. 어느 하숙집 주인이 손님에게 그런 일을 해주겠어요?"

"선자 아부지도 결핵으로 죽었어예. 목사님은 젊으니까 오래 사셔야 지예."

그들은 계속 걸었다. 양진은 햇빛을 받아 초록빛으로 일렁이는 바다 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그녀는 갑자기 피로가 몰려와 주저앉고 싶었다.

"선자 씨에게 제가 안다는 사실을 말해도 될까요? 제가 선자 씨와 이야기해보는 건 어떨까요?"

"안 놀라셨어예?"

"전혀요. 전자 씨는 책인감이 아주 강한 여성인 것 같아요.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을 겁니다. 아주머니, 지금은 괴로우시겠지만 아이는 신이 주신 선물이에요."

양진은 여전히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주머니, 하나님을 믿으시나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선자 아부지는 교회 댕기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꼬 했어예. 독립을 위해 싸운 애국자들도 많다꼬예. 맞습니꺼?

"맞아요. 평양의 있는 신학교 선생님들은 독립을 위해 싸웠습니다. 제 큰형은 1919년에 세상을 떠났죠."

"목사님도 독립운동을 하십니꺼? 양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훈이는 위험하니 까 운동가들에게 방을 내주지 말라고 말했다. "목사님 행님처럼예?"

"사무엘 형은 목사였습니다. 형은 저를 그리스도께 인도했죠. 훌륭한 남자였어요. 두려움 없이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었죠."

양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훈이는 조선이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을 돌보는 것이 라고 믿었다.

"선자 아부지는 다른 사람 말은 따르고 싶어하지 않았어예. 예수님도, 부처님도, 황제도, 심지어는 조선인 지도자도예."

"그랬군요."

"여기서는 끔찍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더."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다스리시지만 우리는 그분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죠. 때로는 그분이 행하시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좌절하기도 하죠."

양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들, 즉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이삭은 자신이 좋아하는 로마서 구절을 들려줬다. 하지만 양진이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순간, 이삭은 자신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양진과 그 딸이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머니 마음고생이 심하시겠어요. 저는 자식이 없지만, 부모도 자녀에게서 상처를 받곤 한다고 생각해요."

이삭의 말에도 양진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오늘 목사님이 이래 쬐매라도 산책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예." 양진이 말았다.

"하나님을 믿지 않으신다 해도 이해합니다."

"목사님네 가족은 제사 지내시나예?"

"아뇨." 이삭은 미소 지었다. 그의 가족 중에서 죽은 자를 위해서 제를 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알고 있던 다른 개신교 신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선자 아부지는 제사를 지낼 필요가 없다꼬 캤지만 저는 아직도 그 사람이 좋아했던 음식을 만들어서 제사를 지냅니더. 시부모님하고 제 자신을 위해서예. 시부모님은 제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예. 도 분은 저한테 엄청 잘해주셨습니더. 저는 시부모님 모덤뿐만 아니라 죽은 우리 자식들 무덤도 깨끗하게 돌보고 있습니더. 귀신은 안 믿지만 그래도 저세상 간 사람들 한테 넋두리라도 늘어놓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예. 우짜면 그게 신일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더. 좋은 신이라면 제 자식들을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을 낍니더. 그런 신은 믿을 수가 없어예. 제 자식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 . ."

"맞아요. 그 애들은 아무 잘못도 없죠." 이삭은 그녀를 바라보며 신중하게 말했다.

"하지만 하나님이 만일 우리가 옳고 선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행하신다면 우주의 창조자가 되지 못하셨을 겁니다. 우리의 꼭두각시가 되고 말았겠죠. 그런 분은 하나님이 아니지요.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이 많답니다."

양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점차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목사님이 선자하고 얘기를 하신다고 하면 아마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더. 우째서인지는 몰라도 그냥 그럴 것 같아예."

"내일 선자 씨에게 함께 산책하자고 부탁해볼게요."

양진이 돌아섰고 이삭은 그 옆을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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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Book 1, 고향.

신이 주신 선물. pedestal 9 sponsorship hometown God-given gift

추 약사는 일주일에 한번씩 양진의 하숙집에 왕진을 왔다. Pharmacist Chu made a ⟨medical⟩ house call to Yangjin's boarding house once a week. 그러는 사이 백이삭의 상태는 점점 좋아졌다. Meanwhile, Baek Isaac's condition was improving. 추 약사는 이 평양 출신의 목사가 회복되어 가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Pharmacist Chu was genuinely happy to see the pastor from Pyongyang on the road to recovery. 백 목사는 이제 다 나은 것처럼 보였다. Pastor White seemed to be all better now.

"누워만 있기에는 너무 건강해 보이는데?  추 약사가 말했다. "You look too healthy to be lying around," said Pharmacist Chu. "그래도 아직은 일어나면 안 된데이."

추 약사가 이삭 옆에 앉았다. 창문 틈새로 들어온 찬바람이 추 약사의 하얀 앞머리를 살짝 들어올렸다. 그는 두꺼운 이불을 이삭의 어깨 위로 덮어주었다. "따뜻하나?"

"네.  선생님과 아주머니께 빚을 졌네요."

"너무 말랐네."  추 약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살이 좀 쪄야겠데이.  얼굴에 살이 하나도 없다 아이가. 여기 음식이 입에 잘 안 맞나?"

추 약사의 말에 양지는 질책이라도 받은 것처럼 움찔했다. "식사는 아주 잘 나와요." 이삭이 황급히 답했다. "제가 내는 식비보다 더 많이 먹고 있어요. 집보다 여기 음식이 더 좋은걸요." 이삭은 복도에 서 있던 양진과 선자에게 미소를 지었다.

추 약사가 바짝 다가와 이삭의 가슴에 청진기를 갖다댔다. 호흡은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와 비슷하게 강하고 또 안정적으로 들렸다. 목사는 이제 아주 건강해 보였다.

"기침 한번 해 봐레이"

추 약사는 목사의 가슴에서 나는 소리에 신중하게 귀를 기울였다. "좋아지긴 했지만서도 지금까지 줄곧 아팠던 사람이 결핵까지 걸린거 아이가. 그러니 조심해야제." "He's better, but he's been sick all this time, and now he's got tuberculosis, so you have to be careful."

"네. 하지만 지금은 훨씬 나아진 것 같아요. 선생님, 오사카에 있는 교회에 언제 갈 수 있는지 편지로 알리고 싶어요. 제가 떠날 수 있을까요? 형이 꼭 선생님 허락을 먼저 받고 오라고 했거든요." My brother told me to make sure I asked your permission first." 이삭은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눈을 감았다.

"평양에서 출발할 때는 의사가 혼자서 오사카로 여행에도 된다 카드나?" "When you leave Pyongyang, do you have a card that says the doctor can travel to Osaka by himself?"

"갈 수 있다고는 하셨지만 의사 선생님과 어머니가 제 여행을 적극 찬성한 건 아니었어요. "They said I could go, but my doctor and my mom weren't exactly supportive of my trip. 하지만 집을 나섰을 땐 그 어느 때보다 건강했어요. But when I left the house, I was healthier than ever. 뭐 지금 이렇게 됐으니  할 말이 없지만요. Well, now that we're here, there's nothing to say. 그 분들 말씀을 들었어야 했는데. I should have listened to them. 하지만 오사카의 교회에서 빨리 와 달라고 해서요." But the church in Osaka asked me to come quickly."

"의사가 가지 말라고 캤는데 왔다는 거네." "He's here even though his doctor told him not to go." 추 약사는 웃었다.  "젊은 사람들은 갇혀가 지내는 거를 못 하제. Pharmacist Chu laughed. "Young people can't handle being locked up. 지금 또 떠나고 싶은데 이번에는 내 허락을 받고 싶다는 거 아이가. 여행 중에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우얄라꼬? What else happens on the trip, uh-oh? 아니며는 일본에 도착해서 다시 아프면 우짤낀데?" 추 약사는 고개를 지었다. Pharmacist Chu shook his head. "우야면 좋겠노?"  잡지는 못하겠지마는 "Would you like to be a woo-woo?" You can't catch me, but I'm not going to. 그래도 쫌 기다려야 한데이." We'll have to wait a while though."

"얼마나 오래요?"

"적어도 이 주일. 아니모 삼 주는 있어야제."

이삭은 양진과 선자를 훑어보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에게 짐이 된 걸로 모자라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기까지 했으니 . . .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As if it weren't bad enough that you were a burden to me, you put everyone in danger . . . I really have nothing to say to you. 아무도 전염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정말 죄송해요."

양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백 목사는 모범적인 손님이었다. It wasn't enough that I was a burden to you, so I even put everyone in danger. 예의바른 목사가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다른 하숙집 사람들의 행동거지가 훨씬 나아졌다. The presence of a polite minister actually made the other boarders' behavior much better. 게다가 목사는 방세도 거르지 않고 제때 냈다. And the pastor didn't skip rent, he paid it on time. 양진은 목사의 건강이 크게 좋아져서 마음이 놓였다. Yang Jin was relieved that the pastor's health had improved significantly.

추 약사가 청진기를 치웠다.

"서둘러가 집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데이. 북쪽보다는 그래도 여기 날씨가 폐에 더 낫다 아이가. Still, the weather here is better for your lungs than up north, kid. 오사카 날씨는 여기하고 비슷하그든. 일본은 겨울이 그래 안 춥다."

이삭은 고개를 끄덕였다. Yangji was relieved because the pastor's health improved greatly. 이삭이 오사카에 가기 위해 부모님께 동의를 얻으려 했을 때도 따뜻한 기후가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면 오사카의 교회에 편지를 써도 될까요? 제 형에게도요?"

"배를 타고 시모노세키로 가서 기차 탈끼제?" 추 약사가 물었다.  하루도 더 걸리는 여행이었다. Pharmacist Chu asked. It was another day's journey.

이삭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추 약사가 떠나도 좋다는 뜻을 내비치자 이삭은 속이 후련해졌다. Isaac nodded. Isaac was relieved when Dr. Chu finally gave him the green light to leave.

"밖에는 나가봤나?" The warm climate helped a lot.

"마당까지만요. 나가는 게 좋지 않다고 하셔서요." "Just as far as the yard, because you said it's not a good idea to go out."

"이제는 괜찮다. 매일 두 번 산책 나가레이.  다리 힘을 길러야 하니까. 거의 석 달은 누워 지냈다 아이가."  추 약사가 양진에게 다가갔다. "환자가 시장까지 갈 수 있는지 봐주이소, 혼자 보내면 안 뒵니데이. "See if the patient can make it to the market, you can't send him alone. 자빠질 수도 있으니까예." 추 약사는 이삭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다음 주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다음날 아침, 이삭은 성경 공부와 기도를 끝내고 마루에서 혼자 아침 식사를 했다. 하숙인들은 이미 나가고 없었다. It's been almost three months or five 이삭은 오사카에 갈 수 있을 만큼 건강해진  것 같았고 어서 떠날 준비를 하고 싶었다. 일본 으로 향하기 전에 부산 교회의 목사님을 방문하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 괜히 찾아갔다가 병을 옮길까 봐 걱정돼서 찾아갈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이삭의 다리는 예전처럼 휘청거리지 않았다. But now Isaac's legs weren't wobbly like they used to be. 이삭은 방에서 맏형 사무엘이 어렸을 때 가르쳐준 가벼운 체조를 했다. In his room, Isaac did some light gymnastics that his oldest brother Samuel had taught him as a child. 살면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낸 이삭은 그다지 확실한 방법은 아니더라도 체력을 단련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Having spent most of his life indoors, Isaac had to learn to be physically fit, albeit in a less obvious way.

양진이 아침상을 치우러 왔다. 이삭은 양진이 가져다준 보리차를 마시며 감사 인사를 했다. Isaac sipped the barley tea Yang Jin had brought him and thanked him.

"산책을 하고 싶은데,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이삭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오늘은 몸 상태가 아주 좋아요. 멀리 가지 않을 거예요." But now Isaac's legs don't stagger like they used to.

양진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닭장 속의 귀한 수탉처럼 그를 가둬둘 수는 없었다. We couldn't keep him locked up like a prized rooster in a coop. 그렇지만 양진은 그가 쓰러지기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But Yang Jin was worried that he might collapse. 집 주변은 황량하니 인적이 드물었다. The area around the house was deserted and uninhabited. 그가 해변을 걷다가 무슨 일이 생겨도 그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터였다. If something happened to him while he was walking on the beach, there would be no one to help him.

"목사님 혼자 가시면 안 됩니더." 하숙인 들은 일하러 나갔거나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볼일을 보러 나갔다. The boarders went out to work or to run errands they didn't really want to know about. 목사와 동행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삭이 입술을 깨물었다. 다리 힘을 키우지 못하면 떠나는 날도 늦어질 게 뻔했다. Isaac bit his lip. If he didn't build up his leg strength, he'd delay his departure.

"이런 부탁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네요 . . ." "I don't know if I can ask you to do this . . ." 이삭이 잠시 말을 멈췄다. "바쁘시겠지만 잠깐만 저랑 같이 산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I know you're busy, but would you mind taking a walk with me for a few minutes?" 다 큰 성인 남자가 여자에게 해변을 산책시켜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니 Around the house, this barren person was rare.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It was a ridiculous thing to do, 이삭은 오늘 외출하지 못하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못 가진다고 하셔도 괜찮아요. "If you say you can't, that's okay. 해변 근처에서 잠깐만 거닐다 올게요. 몇분만요."

이삭은 허약한 탓에 어릴 때부터 특별한 보살핌을 받았다. Because of his fragility, Isaac received special care from an early age. 가정교사와 집안 하인들이 늘 그와 함께했다. 날씨가 좋아도 이삭이 산책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을 때는 When the weather wasn't nice enough for Isaac to go for a walk, the 하인이 나 형이 이삭을 업고 다녔다. A servant or my brother carried Isaac. 의사가 바람을 쐬라고 말하면 정원사가 이삭을 지게에 태워서 과수원에 데려가 When the doctor tells you to get some air, the gardener puts Isaac on a forklift and takes him to the orchard. 낮은 가지에서 사과를 따게 해주었다. 그때 그 사과의 달콤한 냄새가 코끝에 맴도는 것 같았다. 두 손에 쥐었던 붉은 과일의 묵직한 무게와 아삭하고 한입 깨물어먹는 순간 하얀 즙이 손목을 타고 흘러내렸던 감각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삭은 집이 그리웠다. 그는 지금 자신이 바깥나들이를 시켜 달라고 조르던 He now realized that he was the one who had been begging to be taken outside. 허약한 아이로 되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양진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작고 거친 손을 무릎에 접어둔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여자가 가족이 아닌 사람과 산책하는 것은 적절한 행동이 아니었다. 자신이 이삭 보다 나이가 많아서 추한 소문이 날 일은 없겠지만, If the doctor wants the wind to leak, the gardener will glean and take him to the class. 양진은 아버지나 남편이 아닌 남자와 산책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이삭은 양진의 곤란한 표정을 힐끗 훔쳐보았다. 또 폐를 끼치게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주머니께선 이미 많은 것을 해주셨는데 . . . 제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군요."

양진은 등을 곧게 폈다. Yang Jin straightened his back. 그녀는 남편과 함께 해변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한 적이 없었다. 훈이는 다리와 등 때문에 짧은 인생 동안 심한 고통을 받았다. Hoonie suffered severely during his short life because of his legs and back. 그는 자신의 장애에 대해 불평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훈이가 처리해야 할 일은 늘 많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힘을 아껴야 했다. But there was always more for Hoon to do, and he had to conserve his energy to do it. 훈이도 평범한 소년처럼 달려 보고 싶었을 것이다. 영도의 다른 어린애들처럼 소금기 섞인 짠 공기를 들이마시며 갈매기를 쫓고 싶었을 것이다. I would have loved to chase seagulls while breathing in the salty air like every other kid in Youngido.

"제가 참 이기적이죠?" 이삭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삭은 함께 가 줄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I'm sorry." Isaac figured he'd wait for someone to come with him.

양진이 일어났다. "그래 나가시면 춥습니더. 외투  입으시야지예. 제가 가져올게예."

짙은 해초 냄새가 공기중에 감돌고 있었다. 파도는 해변가에 솟아오른 바위들에 부딪혀 부서지며 허공에 하얀 포말을 힡뿌렸다. The waves crashed against the rocks jutting out from the beach, sending white foam into the air. 파랑과 회색이 뒤섞인 황량한 풍경 속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두 사람의 머리 위를 맴도는 하얀 갈매기들뿐이었다. The only thing visible in the barren landscape of blues and grays were the white seagulls circling overhead. 오랫동안 작은 방에 갇혀 있다시피 한 이삭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광경이었다. The sight was too much for Isaac, who had been confined to a small room for so long. 아침 햇살이 아무것도 쓰지 않은 이삭의 머리 위로 따뜻하게 내려앉았다. The morning sun shone warmly down on Isaac's shirtless head. 이삭은 술에 취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명절에 만취해서 춤을 추는  농부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But for this moment, I felt like I understood what it was like to be a farmer dancing drunk on a holiday. 이삭은 눈앞의 풍경에 취해 있었다.

이삭은 가죽 신발을 벗어 손에 쥐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그 크고 마른 몸에는 이제 아픈 기색이라곤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There seemed to be no sign of pain left in his tall, thin body as he walked slowly. 남들처럼 튼튼해진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진 듯했다. Like other children in Yeongdo, breathing in the salty air mixed with salt,

"고맙습니다." 이삭은 시선을 양진이 있는 쪽으로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Thank you," Isaac said without turning his gaze to Yang Jin. 그의 창백한 얼굴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His pale face shone in the morning light. 이삭은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Isaac closed his eyes and took a deep breath.

양진은 미소 짓고 있는 청년을 훑어보았다. Yang Jin glanced at the smiling young man. 이삭이 지니고 있는 어린애 같은 순수함은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가 없는 것이었고, Isaac's childlike innocence was something he couldn't hide, even if he wanted to, 그것은 양진의 보호본능을 자극했다. It stirred Yang Jin's protective instincts.

"아주머니는 정말 친절하세요." 그녀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 저 손을 휘휘 저었다. She didn't know what to say, so she waved that hand in the air. 양진은 가슴이 답답했다. 이렇게 산책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Yang Jin felt his chest tighten. There was no time for this walk. 해야 할 일들은 넘쳐나는데 이렇게 바깥에 나와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It was frustrating to be out in the open with so much to do. 가슴을 묵직하게 짓누르는 무언가가 형체를 이루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Something weighing heavily on my chest took shape, and I felt like it was going to burst out at any moment.

"예,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Yeah, can I ask you something?"

"예?" Ayan was only a seagull

"선자 씨는 괜찮나요?"

양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해변을 걷고 있었지만 양진은 전혀 알 수 없는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In the morning, the flesh sat down warmly on Isaac's head. 여기는 더 이상 그녀의 집 뒤에 있는 해변 같지 않았다. This was no longer the beach behind her house. 젊은 목사와 함께 있다는 것이 양진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고 몽롱한 기운에 취하게 했다. But for this moment, I'm drunk and dancing on the holidays 그러나 목사의 예상치 못한 질문은 얄팍했던 몽상을 깨트려 버렸다. 이 사람은 선자에 관해 뭘 알고 있는 걸까? What does this guy know about Zen? 얼마 후면 선자의 배가 불러오겠지만 지금은 그다지 티가 나는 것 같지 않았다. Sooner or later, the Zen master's ship would come calling, but for now, it didn't seem like it. 목사는 어떻게 생각할까?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인가? "아를 가져십니더." "Thou shalt have ah." 양진은 젊은 목사에게는 이 이야기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남편과 떨어져 있어서 힘들겠군요." "It must be hard being away from your husband."

"남편은 없어예."

이삭은 아이 아버지를 일본 광산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His pale face was shining case in the morning 흔한 일이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It wasn't unreasonable to think so, as it was commonplace.

"그럼 아이 아버지는 -----" "Then the child's father is -----"

"말을 안 할라꼬 합니더." "He won't talk."

선자는 그 남자가 이미 결혼을 해서 자식까지 둔 사람이라고 했다. The sage said that the man was already married and had children. 양지는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목사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 창피했다. 이삭의 눈에 양지는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체념한 여자처럼 보였다. 글을 모르는 하숙인들은 이삭에게 신문을 가져와 내용을 묻곤 했는데, 신문에 실린 기사들은 하나같이 슬픈 이야기들뿐이었다. 이삭은 망가지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슬픔과 불행에 짓눌리는 기분이 들었다. Isaac felt crushed by the grief and misery of the broken and hurting. 조선은 20년이 넘도록 식민통치를 받고 있었고 그 어디에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다들 포기에 익숙해져버렸다.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죠." Young-ji did not answer. The two of them were trying to explain, but Yang-ji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예. 아 인생이 망가져 버려십니 더. "I don't know what's going to happen. Oh my life is ruined. 전에도 결혼하기 어려웠는데 인자는 . . ." It was hard to get married before, and the factor was . ."

이삭은 양진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Isaac didn't immediately understand what Yang Jin was saying.

"선자 아버지 몸이 성치 않았거든예. 사람들이 우리 아를 꺼려합니더." People don't want to talk to us."

"그랬군요."

"결혼 안 하고 혼자 사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남편 없이 알을 낳다 니요. 이웃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낍니더. The neighbors will point fingers at you for laying eggs without a husband. 성도 없는 아는 우찌 되겠습니까? Would you be an Uchiha without a last name? 아를 우리 족보에 올릴 수도 없는데 말입니더." We can't even put him on our family tree."

양진이 남에게 자기 생각을 이렇게 자유롭게 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지만 그 속도는 조금씩 느려졌다. A woman who had a hard time because she was away from her husband

양진은 선자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어떻게든 하고 싶은 마음에 Ever since Yang Jin found out that Sun-ja was pregnant, he wanted to do something about it. 머리를 쥐어짰지만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I racked my brain, but nothing came to mind. 결혼도 하지 않은 두 언니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고,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다. It was a common occurrence, so it's unreasonable to think like that. 의지할 만한 남자 형제는 한 명도 없었다.

이삭은 양진의 말에 그리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고양이 있는 교회에서도 이런 일은 이따금 벌어졌다. Sunda said that the man was already married and had children. 교회에서는 온갖 일들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In the church, you could see and hear all sorts of things. 그곳에서는 어떤 일도 용서받을 수 있었으니까.

"아이 아버지는 어디 있는지 모르는 건가요?"

"몰라예. 선자가 말을 안 합니더. 아 얘기는 아무한테도 한 적이 없어예. I haven't told anyone about this. 사람들 얘기를 들어주는 게 목사님 일이라는 건 알지만서도 저는 예수쟁이도 아닌데 . . . I know it's a pastor's job to listen to people, but I'm not even a Jesus person . . . 이런 얘기까지 해서 죄송해예."

"아주머니가 제 목숨을 구해주신 걸요. I felt crushed. 아주머니가 돌봐주시지 않았다면 If she hadn't taken care of it 전 진작에 죽었을 겁니다. I would have been dead a long time ago. 어느 하숙집 주인이 손님에게 그런 일을 해주겠어요?" What boarding house owner would do that to a guest?"

"선자 아부지도 결핵으로 죽었어예. "The Prophet Abu-Jihad died of tuberculosis, too. 목사님은 젊으니까 오래 사셔야 지예." It was difficult for you to get married too.

그들은 계속 걸었다. 양진은 햇빛을 받아 초록빛으로 일렁이는 바다 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그녀는 갑자기 피로가 몰려와 주저앉고 싶었다.

"선자 씨에게 제가 안다는 사실을 말해도 될까요? 제가 선자 씨와 이야기해보는 건 어떨까요?"

"안 놀라셨어예?"

"전혀요. 전자 씨는 책인감이 아주 강한 여성인 것 같아요.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을 겁니다. 아주머니, 지금은 괴로우시겠지만 아이는 신이 주신 선물이에요."

양진은 여전히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주머니, 하나님을 믿으시나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선자 아부지는 교회 댕기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꼬 했어예. She shook her head. "The Good Father said church-goers aren't bad people, yeah. 독립을 위해 싸운 애국자들도 많다꼬예. 맞습니꺼?

"맞아요. 평양의 있는 신학교 선생님들은 독립을 위해 싸웠습니다. 제 큰형은 1919년에 세상을 떠났죠."

"목사님도 독립운동을 하십니꺼? 양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훈이는 위험하니 까 운동가들에게 방을 내주지 말라고 말했다. "목사님 행님처럼예?"

"사무엘 형은 목사였습니다. 형은 저를 그리스도께 인도했죠. 훌륭한 남자였어요. 두려움 없이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었죠." He was a great guy, fearless and kind to everyone."

양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훈이는 조선이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을 돌보는 것이 라고 믿었다.

"선자 아부지는 다른 사람 말은 따르고 싶어하지 않았어예. You saved me 예수님도, 부처님도, 황제도, 심지어는 조선인 지도자도예." Jesus, Buddha, emperors, and even Korean leaders."

"그랬군요."

"여기서는 끔찍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더."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다스리시지만 우리는 그분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죠. The grandson's father also died of blood. 때로는 그분이 행하시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좌절하기도 하죠." So it's frustrating."

양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들, 즉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For we know that all things work together for good to them that love God, to them who are the called according to his purpose." 이삭은 자신이 좋아하는 로마서 구절을 들려줬다. 하지만 양진이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But he realized that Yang Jin wasn't feeling anything. 그 순간, 이삭은 자신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양진과 그  딸이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In that moment, Isaac realized that Yang Jin and her daughter would not be able to love God if he did not help them.

"아주머니 마음고생이 심하시겠어요. 저는 자식이 없지만, 부모도 자녀에게서 상처를 받곤 한다고 생각해요." I don't have kids, but I think parents get hurt by their kids, too."

이삭의 말에도 양진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Isaac's words didn't stop Yang Jin from feeling sad.

"오늘 목사님이 이래 쬐매라도 산책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예." 양진이 말았다. "It's a good thing I can go for a walk today, even if the pastor is like this." Yang Jin said.

"하나님을 믿지 않으신다 해도 이해합니다." "I understand if you don't believe in God."

"목사님네 가족은 제사 지내시나예?" "Is your family practicing priests?"

"아뇨."  이삭은 미소 지었다. 그의 가족 중에서 죽은 자를 위해서 제를 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No." Isaac smiled. No one in his family raised offerings for the dead. 그가 알고 있던 다른 개신교 신자들도 마찬가지였다. There are also many patriots who fought for independence.

"선자 아부지는 제사를 지낼 필요가 없다꼬 캤지만 저는 아직도 그 사람이 좋아했던 음식을 만들어서 제사를 지냅니더. I still pay my respects by making his favorite foods. 시부모님하고 제 자신을 위해서예. For my in-laws and myselfYes. 시부모님은 제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예. 도 분은 저한테 엄청 잘해주셨습니더. Do Boon has been very good to me. 저는 시부모님 모덤뿐만 아니라 죽은 우리 자식들 무덤도 깨끗하게 돌보고 있습니더. I'm not only keeping my in-laws' graves clean, but also the graves of our deceased children. 귀신은 안 믿지만 그래도 저세상 간 사람들 한테 넋두리라도 늘어놓으면 I don't believe in ghosts, but I do believe that if you talk to people who have passed on, you're going to get a lot of attention. 기분이 좋아지거든예. 우짜면 그게 신일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더. If you're an idiot, you might as well be God. 좋은 신이라면 제 자식들을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을 낍니더. A good God wouldn't let my children die. 그런 신은 믿을 수가 없어예. 제 자식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 . ."

"맞아요.  그 애들은 아무 잘못도 없죠." 이삭은 그녀를 바라보며 신중하게 말했다.

"하지만 하나님이 만일 우리가 옳고 선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But if God does not give us everything we think is right and good and 행하신다면 우주의 창조자가 되지 못하셨을 겁니다. Even the Joseon Dynasty is a map of Sado 우리의 꼭두각시가 되고 말았겠죠. That's right, Hyosun has a lot of things going on. 그런 분은 하나님이 아니지요.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이 많답니다."

양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점차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목사님이 선자하고 얘기를 하신다고 하면 아마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더. 우째서인지는 몰라도 그냥 그럴 것  같아예."

"내일 선자 씨에게 함께 산책하자고 부탁해볼게요."

양진이 돌아섰고 이삭은 그 옆을 따라 걸었다. Yang Jin turned around and Isaac walked beside 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