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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파친코 ⎟ Book 1. 고향 ⎟ 몰래한 사랑 (part 2 of 2)

파친코 ⎟ Book 1. 고향 ⎟ 몰래한 사랑 (part 2 of 2)

파친코. Book 1. 고향.

몰래한 사랑 (2/2).

그로부터 삼 일 후, 선자는 다시 한수를 만났다. 빨래를 혼자서 하겠다고 식모들을 설득하는 것은 별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한수는 이번에도 바위 옆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검은색 띠가 둘러진 밝은 색 모자를 쓴 한수는 아주 우아해 보였다. 한수는 바위 옆에서 선자를 만나는 게 일상적인 일인 것처럼 행동했지만 선자는 누군가에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다. 엄마나 복희, 그리고 동희에게 한수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 때문에 죄책감이 느껴졌다. 선자와 한수는 검은 바위에 앉아서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갑자기 한수가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을 때는 무슨 생각을 하니?"

선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가 없었다. 하숙집에서는 항상 할 일이 넘쳐났고, 선자는 엄마가 빈둥거리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선자는 한수에게 항상 바쁘다고 대답했다가 곧이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너무나 익숙해져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도 해낼 수 있는 일이 많았다. 선자는 아무 생각 없이 감자를 깎거나 바닥을 닦을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요즘에는 그렇게 조용히 일할 때면 머릿속 가득 한수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한수에게 할 수는 없었다.

한수가 떠나기 직전에 선자에게 좋은 친구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선자는 한수가 좋은 친구라고 말했다. 한수는 선자가 곤란해 처했을 때 도와줘쓰니까. 한수는 그 대답에 미소를 짓고 선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며칠에 한 번씩 만났고, 선자는 빨래와 집안일을 점점 더 빨리 끝냈다. 그 바람에 선자가 해변이나 시장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머무는지를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선자는 시장이나 해변으로 가기 전에 잘 닦아 놓은 냄비 뚜껑에 자기 모습을 비춰보며 단단히 땋아둔 머리를 매만졌다. 선자는 어떻게 해야 사랑스럽게 꾸밀 수 있는지도 몰랐고, 한수처럼 대단한 남자 뿐 아니라 평범한 남자를 유혹하는 법도 몰랐다.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깨끗하고 단정한 차림을 하려고 노력했다.

한수를 만나면 만날수록 한수의 존재는 선자의 마음속에 점점 더 생생하게 새겨졌다. 한수는 선자가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장소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이야기들은 선자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한수는 오사카에 살고 있었다. 오사카는 일본에서 가장 큰 항구 도시라서 돈만 있으면 원하는 것을 모두 살 수 있고, 모든 집에 전기가 들어오며 남방기가 있어서 겨울에도 따뜻하다고 한수가 말했다. 도쿄는 경성보다 더 분주한 도시라서 사람과 가게, 식당, 극장도 더 많다고 했다.

한수는 만주와 평양에도 가 봤다. 한수는 그 모든 곳을 선자에게 설명해주면서 언젠가는 함께 가 보자고 말했다. 하지만 선자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뭐라고 대꾸하지는 않았다. 한수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한수와 함께 있을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 그저 좋았다. 한수는 출장을 다녀오면 아름다운 색깔의 사탕과 달콤한 비스킷을 선자에게 사다 주었다. 한수는 엄마가 아이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것처럼 사탕을 까서 선자 의 입에 넣어주었다. 선자는 그렇게 달콤한 것을 맛본 적이 없었다. 딱딱한 분홍색 사탕은 미국에서, 버터 비스킷은 영국에서 수입한 것이었다. 선자는 엄마한테 들키고 싶지 않아서 사탕 포장지를 집 바깥에 조심스럽게 버렸다.

선자는 한수의 이야기와 경험에 매료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먼 곳에서 온 어부들이나 노동자들의 모험담보다 훨씬 더 독특했다. 선자 와 한수의 관계는 한층 더 새롭고도 강력해졌고 그것은 선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것이었다. 한수를 만나기 전에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 상대가 없었다. 하숙인들의 웃기는 습관들이 나 엄마 밑에서 일하는 언니들과 주고받은 대화될, 아버지에 대한 추억들, 선자 자신의 내밀한 궁금증들을 이야기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영도와 부산 바깥 세상에 대해 물어볼 사람이 생겼다. 한수는 선자의 일상을 귀 기울여 들어주었고 심지어는 선자에게 꿈이 뭔지 물어보았다. 이따금씩 선자가 사람을 다루는 법을 몰라 곤란해하거나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한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했다. 한수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내 놓았다. 두 사람은 선자 엄마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일을 할 때의 한수는 낯설게 느껴졌다. 선자 와 함께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선자와 함께 있을 때 한수는 선자의 친구이자 오빠였다. 선자의 머리에서 빨래 보따리를 내려주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넌 빨래를 이고 오는 모습도 정말 우아해." 한수가 곧고 건강한 선자의 목덜미를 감탄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 한번은 한수가 두툼한 두 손으로 선자의 목 뒤쪽을 만졌다. 선자는 그 손길에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선자에게는 그 느낌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선자는 항상 한수가 보고 싶었다. 한수 오빠는 또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까? 아니면 어떤 질문을 할까? 내가 집에서 하숙인들 시중을 들거나 엄마 옆에서 잠들 때 한수 오빠는 뭐 뭘 할까? 하지만 선자는 이런 질문들을 그에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속에만 묻어 두었다.

선자와 한수가 몰래 만난 지 석 달이 지나자 두 사람은 서로에게 점점 더 익숙해졌다. 가을이 되자 시원하고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었지만 선자는 그 바람이 전혀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9월 초에는 닷새 동안이나 비가 내린 후에야 날이 개었다. 양진이 선자에게 내일 아침에 태종대 숲으로 버섯을 따러 가자고 했다. 선자는 버섯 따는 일을 좋아했다. 해변에서 한수와 만날 때가 다가오자, 선자는 자신이 일상적인 일에서 벗어나 뭔가 다른 일을 하러 간다고 한수에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한층 들떠 있었다. 한수는 여행을 다니며 새로운 것들을 자주 보았지만, 선자는 매일 반복되는 일에서 벗어난 뭔가를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선자는 흥분해서 내일 아침 식사 후에 버섯을 따러 갈 거라는 계획을 한수에게 털어놓았다. 한수는 잠시 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겨 선자를 바라보았다.

"내가 말이지 버섯과 약초 뿌리는 아주 귀신같이 잘 찾아내는 사람이야.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지. 내가 어렸을 때는 몇 시간씩 버섯과 약초를 찾아다녔어. 봄에는 고사리를 따서 말렸찌. 새총으로 토끼를 잡아먹기도 했고. 한번은 해지기 전에 꿩 한 쌍을 잡기도 했단다. 덕분에 오랜만에 고기를 먹었지. 아버지가 엄청 기뻐했어." 한수의 얼굴표정이 부드러워 졌다.

"우리가 함께 갈 수도 있지. 거기선 얼마나 있을 거니?"

"오빠야도 가고 싶어예?"

일주일에 두 번씩 30분 정도 한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그런데 하루 종일 그와 함께 보낼 수 있다니, 선자는 그런 일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둘이 함께 있다가 누군가에게 들키면 어떻게 될까? 선자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선자는 한수에게 그건 안 된다고 말해야 했지만 함께 가겠다는 한수를 막을 수도 없었다.

"여기서 만나자. 난 이만 시장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 한수가 이번에는 마치 잔뜩 흥분한 어린 소년이 된 것처럼 선자에게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버섯을 엄청 많이 딸 수 있을 거야. 분명해."

두 사람은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게 섬 바깥쪽을 따라 걸었다. 해안선는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우아해 보였다. 두 사람이 섬 반대쪽 숲에 다다르자 어마어마하게 큰 소나무와 단풍나무, 전나무들이 마치 나들이옷을 입은 것처럼 금색과 붉은색으로 치장하고 그들을 맞이했다. 한수는 오사카에서 살았던 이야기를 했다. 일본인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지금이야 그들이 조선인들을 이기고 있지만 원래 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한수는 조선인들이 서로 싸우지만 않는다면, 일본을 점령하고 일본인들에게 나쁜 짓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디를 가든 썩어빠진 사람들이 있어.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 아니야. 아주 나쁜 사람을 보고 싶니? 그럼 평범한 사람은 상상도 못할 성공을 안겨줘 봐. 언제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한번 보는 거야."

선자는 한수가 이야기할 때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말을 모두 다 기억하려고 애썼다. 그의 모습을 모두 다 간직해 두고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선자는 어렸을 때 모으곤 했던 예쁜 돌멩이처럼 한수의 이야기들을 보물처럼 간직했다. 한수는 선자의 손을 잡고서 잊을 수 없는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었고, 선자는 그의 이야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선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와 사상이 많았고, 경험도 없이 배우려고애쓰는 것이 때로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선자는 돼지 내장에 속을 채워 넣어 순대를 만들 듯이 한수의 이야기를 머릿속에 구겨 넣었다. 무식한 여자처럼 보이기 싫어서 한수의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선자는 한글이나 일본어를 몰랐다. 아버지한테서 간단한 덧셈과 뺄셈을 배워서 돈을 헤아릴 수는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선자나 선자 엄마는 자기 이름도 쓸 줄 몰랐다.

한수는 버섯을 담으려고 커다란 보자기를 가져왔다. 벗어 따기 소풍에 신이 난 한수의 모습에 선자도 기분이 더 좋아졌다. 하지만 선자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들킬까 봐 걱정스러웠다. 두 사람이 친구라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없다고들 했다. 한수가 선자와 결혼하고 싶다면 선자 엄마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한수는 그러지 않았다. 사실 석 달 전에 선자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본 이후, 한수는 그런 주제를 다시는 꺼내지 않았다. 선자는 한수가 여자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으려고 했다. 한수 같은 남자가 여자를 찾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사실 선자는 한수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게 항상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숲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숲에 들어선 선자는 여기는 평소에 한수와 만나던 해변보다 더 고립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숲은 나지막한 바위들과 청록색 물이 펼쳐저 탁 트인 바다와는 달랐다. 마치 나뭇잎으로 둘러싸여 어두컴컴한 거인의 집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선자는 새소리가 들려서 어떤 새인지 알아보려고 고개를 들었다. 그때 한수의 얼굴이 선자의 눈에 들어왔다. 한수의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오빠야, 괜찮아예?"

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수는 여기까지 걸어오는 내내 여행과 일에관해서 이야기했는데 다채로운 나뭇잎과 울퉁불퉁한 나무둥치 앞에서는 말이 없어졌다. 한수는 오른손을 선자의 등의 갖다대고 선자의 땋은 머리끝을 어루만졌다. 그러고는 선자의 등을 쓰다듬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치웠다.

한수는 어렸을 때 이후로 숲에 오지 않았다. 오사카에서 교활한 거리의 아이들과 함께 사기를 치고 도둑질을 일삼았던 거친 십 대가 되기 전의 일이었다. 일본으로 가기 전에는 나무가 우거진 제주의 산들이 그의 안식처였다. 그는 한라산의 구석구석에 있는 모든 나무를 알고 있었다. 가느다란 다리로 고상한 척 교태를 부리며 걷던 작은 사슴도 생각 났다. 짙게 풍기던 귤꽃 향기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 영도의 숲에는 그런 것들이 전혀 없었는데도 말이다.

"가자." 한수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한수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한수는 버섯 찾기 선수였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잔뜩 찾아내서 요리법까지 알려주었다.

"굶으면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방법을 알게 돼." 한수가 웃었다. "난 굶주리는 게 싫어. 그건 그렇고 버섯이 많이 있다는 곳은 어디야? 어느쪽으로 가면 되니?"

"몇분 더 가야 됩니다. 엄마가 어렸을 때 비가 억수로 오고 난 다음 날이면 거기서 버섯을 땄다 캤어예. 엄마는 이 근처 출신이거든예."

"바구니가 좀 작은 것 같구나. 바구니를 두 개는 들고 왔어야 했는데. 그래야 버섯을 잔뜩 따서 말려 놨다가 겨울 내내 먹지. 내일 또 와야겠는데."

선자가 한수에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오빠야, 오빠야는 아직 버섯 있는 데를 보지도 못했잖아예!"

두 사람이 선자 엄마의 비밀 공간에 도착하자, 눈앞에는 선자 아버지가 좋아하던 갈색 버섯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한수가 즐겁다는 듯 활짝 웃었다. "내 말이 맞았지? 저녁 먹을 준비를 해올 걸 그랬어. 다음에는 여기서 점심을 먹자. 이거 너무 쉬운데!" 말을 마치자마자 한수는 버섯을 한 움큼 집어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바구니에 던져 넣었다. 바구니가 가득 차자 손수건에도 버섯을 올렸다. 손수건 위에도 버섯이 수북하게 쌓였을 때, 선자가 허리춤에 묶어 놓았던 앞치마를 풀어서 버섯을 더 많이 모았다.

"이걸 다 우예 들고 가야 할지 모르겠어예. 제가 욕심쟁이가 됐나 봐예."

"그 정도로 욕심쟁이가 되지는 않아."

한수가 선자에게 다가갔다. 선자는 한수의 몸에서 나는 비누 냄새와 머릿기름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한수는 깨끗하게 면도를 한 잘 생긴 남자였다. 선자는 한수의 티끌 하나 없이 하얀 옷을 좋아했다. 왜 그런 것이 중요했을까? 하숙집 남자들은 더러울 수밖에 없었다. 일을 하다 보면 모든 것이 다 더러워졌고, 아무리 씻어도 윗도리와 바지에서 생선 냄새를 지울 수가 없었다. 선자의 아버지는 선자에게 그런 피상적인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했다. 입은 것이나 가진 것은 그 사람의 마음과 성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도 했다. 선자가 깊이 숨을 들이쉬자 한수에 냄새가 상쾌한 숲 속 향기 와 뒤섞여 속으로 들어왔다. 한수가 선자의 저고리 안으로 두 손을 슬그머니 넣었지만 선자는 말리지 않았다. 한수는 선자의 옷고름을 풀고 저고리를 벗겼다. 선자는 조용히 신음하기 시작했고, 한수가 선자를 끌어 당겨 안으며 나지막하게 달래는 소리를 했다. 선자는 한수가 달래는 대로 가만히 몸을 맡겼다. 한수가 선자를 땅바닥에 부드럽게 눕혔다.

"오빠가 여기 있어. 괜찮아. 다 괜찮아."

한수의 두 손은 선자의 엉덩이를 내내 단단히 잡고 있었다. 한수는 선자가 나뭇가지와 나뭇잎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려고 애썼지만 선자의 다리 뒤쪽은 숲 속의 부스러기에 쓸려 빨갛게 부어올랐다. 마침내 두 사람의 몸이 떨어졌고 한수는 손수건으로 선자의 피를 깨끗하게 닦아주었다.

"네 몸은 정말 예뻐. 꼭 잘 익은 과일 같다."

선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선자는 그저 마치 갓난아기처럼 한수를 핥았다. 한수가 그녀의 안에서 움직이는 동안 선자는 그 날카롭고도 생생한 고통에 깜짝 놀랐다. 점차 통증이 사라지자 그것이 고맙게 느껴졌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노랗고 빨간 나뭇잎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한수는 선자가 옷을 챙겨 입는 것을 도와주었다.

"사랑스러운 내 선자."

두 사람이 다시 몸을 섞을 때도 한수는 같은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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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Book 1. 고향.

몰래한 사랑 (2/2).

그로부터 삼 일 후, 선자는 다시 한수를 만났다. 빨래를 혼자서 하겠다고 식모들을  설득하는 것은 별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한수는 이번에도 바위 옆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검은색 띠가 둘러진 밝은 색 모자를 쓴 한수는 아주 우아해 보였다. 한수는 바위 옆에서 선자를 만나는 게 일상적인 일인 것처럼 행동했지만 선자는 누군가에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다. Convincing Singh Mood was no big deal. 엄마나 복희, 그리고 동희에게 한수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 때문에 죄책감이 느껴졌다. 선자와 한수는 검은 바위에 앉아서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갑자기 한수가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을 때는 무슨 생각을 하니?"

선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가 없었다. 하숙집에서는 항상 할 일이 넘쳐났고, 선자는 엄마가 빈둥거리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There was always plenty to do at the boarding house, and he never saw his mother idle. 선자는 한수에게 항상 바쁘다고 대답했다가 곧이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There were times when I felt like I was doing nothing, even though I was working. 너무나 익숙해져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도 해낼 수 있는 일이 많았다. 선자는 아무 생각 없이 감자를 깎거나 바닥을 닦을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요즘에는 그렇게 조용히 일할 때면 머릿속 가득 한수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한수에게 할 수는 없었다.

한수가 떠나기 직전에 선자에게 좋은 친구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Just before Hansoo left, he asked the Zen master what he thought a good friend looked like. 선자는 한수가 좋은 친구라고 말했다. The Zen master said that Han Shuo was a good friend. 한수는 선자가 곤란해 처했을 때 도와줘쓰니까. Hansu helps the Zen master when he's in trouble. 한수는 그 대답에 미소를 짓고 선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며칠에 한 번씩 만났고, 선자는 빨래와 집안일을 점점 더 빨리 끝냈다. 그 바람에 선자가 해변이나 시장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머무는지를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선자는 시장이나 해변으로 가기 전에 잘 닦아 놓은 냄비 뚜껑에 자기 모습을 비춰보며 단단히 땋아둔 머리를 매만졌다. 선자는 어떻게 해야 사랑스럽게 꾸밀 수 있는지도 몰랐고, 한수처럼 대단한 남자 뿐 아니라 평범한  남자를 유혹하는 법도 몰랐다. She didn't know how to make herself lovely, and she didn't know how to seduce ordinary men, not just great men like Han Shu.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깨끗하고 단정한 차림을 하려고 노력했다. Still, I tried to dress as cleanly and neatly as I could.

한수를 만나면 만날수록 한수의 존재는 선자의 마음속에 점점 더 생생하게 새겨졌다. 한수는 선자가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장소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이야기들은 선자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한수는 오사카에 살고 있었다. 오사카는 일본에서 가장 큰 항구 도시라서 돈만 있으면 원하는 것을 모두 살 수 있고, 모든 집에 전기가 들어오며 남방기가 있어서 겨울에도 따뜻하다고 한수가 말했다. 도쿄는 경성보다 더 분주한 도시라서 사람과 가게, 식당, 극장도 더 많다고 했다.

한수는 만주와 평양에도 가 봤다. 한수는 그 모든 곳을 선자에게 설명해주면서 언젠가는 함께 가 보자고 말했다. 하지만  선자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뭐라고 대꾸하지는 않았다. 한수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한수와 함께 있을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 그저 좋았다. I just loved imagining that I could be with Hansoo for much longer than I was traveling with him. 한수는 출장을 다녀오면 아름다운 색깔의 사탕과 달콤한 비스킷을 선자에게 사다 주었다. 한수는 엄마가 아이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것처럼 사탕을 까서 선자 의 입에 넣어주었다. 선자는 그렇게 달콤한 것을 맛본 적이 없었다. 딱딱한 분홍색 사탕은 미국에서, 버터 비스킷은 영국에서 수입한 것이었다. 선자는 엄마한테 들키고 싶지 않아서 사탕 포장지를 집 바깥에 조심스럽게 버렸다. I didn't know how to seduce not only men but also ordinary men.

선자는 한수의 이야기와 경험에 매료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먼 곳에서 온 어부들이나 노동자들의 모험담보다 훨씬 더 독특했다. 선자 와 한수의 관계는 한층 더 새롭고도 강력해졌고 그것은 선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것이었다. told stories about people 한수를 만나기 전에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 상대가 없었다. 하숙인들의 웃기는 습관들이 나 엄마 밑에서 일하는 언니들과 주고받은 대화될, The funny habits of the boarders will be the conversations I have with my sisters who work for my mom, 아버지에 대한  추억들, 선자 자신의 내밀한 궁금증들을 이야기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영도와 부산 바깥 세상에 대해 물어볼 사람이 생겼다. Hansoo said that it is warm even in winter because of the southern spirit. 한수는 선자의 일상을 귀 기울여 들어주었고 심지어는 선자에게 꿈이 뭔지 물어보았다. 이따금씩 선자가 사람을 다루는 법을 몰라 곤란해하거나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한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했다. 한수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내 놓았다. 두 사람은 선자 엄마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일을 할 때의 한수는 낯설게 느껴졌다. 선자 와 함께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But I didn't say anything 선자와 함께 있을 때 한수는 선자의 친구이자 오빠였다. 선자의 머리에서 빨래 보따리를 내려주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넌 빨래를 이고 오는 모습도 정말 우아해." 한수가 곧고 건강한 선자의 목덜미를  감탄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 "You are so graceful when you carry the laundry." Han Shuo said, looking admiringly at the nape of the Zen master's straight, healthy neck. 한번은 한수가 두툼한 두 손으로 선자의 목 뒤쪽을 만졌다. At one point, Hansu touched the back of the Zen master's neck with both of his thick hands. 선자는 그 손길에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선자에게는  그 느낌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For the Zen master, the feeling was too traumatic.

선자는 항상 한수가 보고 싶었다. Sun Tzu always missed Han Shuo. 한수 오빠는 또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까? Who else would Hansu talk to? 아니면 어떤 질문을 할까? Or what questions would you ask? 내가 집에서 하숙인들 시중을 들거나 엄마 옆에서 잠들 때 한수 오빠는 뭐 뭘 할까? What does Hansu do when I'm at home tending to the boarders or sleeping next to my mom? 하지만 선자는 이런 질문들을 그에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속에만 묻어 두었다.

선자와 한수가 몰래 만난 지 석 달이 지나자 두 사람은 서로에게 점점 더 익숙해졌다. 가을이 되자 시원하고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었지만 선자는 그 바람이 전혀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9월 초에는 닷새 동안이나 비가 내린 후에야 날이 개었다. In early September, the sun came out only after five days of rain. 양진이 선자에게 내일 아침에 태종대 숲으로 버섯을 따러 가자고 했다. 선자는 버섯  따는 일을 좋아했다. 해변에서 한수와 만날 때가 다가오자, 선자는 자신이 일상적인 일에서 벗어나 뭔가 다른 일을 하러 간다고 한수에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한층 들떠 있었다. Sun Tzu was even more excited to be able to tell Han Shu that he was going to do something different from his daily routine. 한수는 여행을 다니며 새로운 것들을 자주 보았지만, 선자는 매일 반복되는 일에서 벗어난 뭔가를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It was the first time he had done something outside of his daily routine.

선자는 흥분해서 내일 아침 식사 후에 버섯을 따러 갈 거라는 계획을 한수에게 털어놓았다. 한수는 잠시 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겨 선자를 바라보았다.

"내가 말이지 버섯과 약초 뿌리는 아주 귀신같이 잘 찾아내는 사람이야. "You know, I'm a pretty good mushroom and herb root hunter.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지. 내가 어렸을 때는 몇 시간씩 버섯과 약초를 찾아다녔어. 봄에는 고사리를 따서 말렸찌. In the spring, I picked ferns and dried them. 새총으로  토끼를  잡아먹기도 했고. 한번은 해지기 전에 꿩 한 쌍을 잡기도 했단다. Once, I even caught a pair of pheasants before nightfall. 덕분에 오랜만에 고기를 먹었지.  아버지가 엄청 기뻐했어." When working in the market, Hansoo felt unfamiliar. 한수의 얼굴표정이 부드러워 졌다.

"우리가 함께 갈 수도 있지.  거기선 얼마나 있을 거니?" "We could go together. How long will you be there?"

"오빠야도 가고 싶어예?"

일주일에 두 번씩 30분 정도 한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그런데 하루 종일 그와 함께 보낼 수 있다니, 선자는 그런 일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둘이 함께 있다가 누군가에게 들키면 어떻게 될까? 선자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선자는 한수에게 그건 안 된다고 말해야 했지만 함께 가겠다는 한수를 막을 수도 없었다. Sun Tzu should have told Han Shuo that he couldn't do that, but he couldn't stop Han Shuo from going with him.

"여기서 만나자.  난 이만 시장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 "Meet me here. I'd better get back to the market." 한수가 이번에는 마치 잔뜩 흥분한 어린 소년이 된 것처럼 선자에게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버섯을 엄청 많이 딸 수 있을 거야.  분명해." "We're going to get a lot of mushrooms, that's for sure."

두 사람은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게 섬 바깥쪽을 따라 걸었다. 해안선는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우아해 보였다. So I just buried it in my mind 두 사람이 섬 반대쪽 숲에 다다르자 어마어마하게 큰 소나무와 단풍나무, 전나무들이 마치 나들이옷을 입은 것처럼 금색과 붉은색으로 치장하고 그들을 맞이했다. The fir trees greeted them, decked out in gold and red, as if they were dressed for a day out. 한수는 오사카에서 살았던 이야기를 했다. 일본인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지금이야 그들이 조선인들을 이기고 있지만 원래 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He said they were beating the Koreans now, but no one likes to lose. 한수는 조선인들이 서로 싸우지만 않는다면, 일본을 점령하고 일본인들에게 나쁜 짓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디를 가든 썩어빠진 사람들이 있어. "Everywhere you look, there are rotten people.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 아니야. 아주 나쁜 사람을 보고 싶니? 그럼 평범한 사람은 상상도 못할 성공을 안겨줘 봐. Then give me success that the average person can't imagine. 언제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한번 보는 거야." Let's see what they do when they're free to do whatever they want."

선자는 한수가 이야기할 때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말을 모두 다 기억하려고 애썼다. 그의 모습을 모두 다 간직해 두고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선자는 어렸을 때 모으곤 했던 예쁜 돌멩이처럼 한수의 이야기들을 보물처럼 간직했다. I am the one who finds mushrooms and herbs very ghostly. 한수는 선자의 손을 잡고서 잊을 수 없는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었고, 선자는 그의 이야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선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와 사상이 많았고, 경험도 없이 배우려고애쓰는 것이 때로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선자는 돼지 내장에 속을 채워 넣어 순대를 만들 듯이 한수의 이야기를 머릿속에 구겨 넣었다. But the Zen master crumpled Han Shuo's story in his head, like stuffing pork intestines to make sundae. 무식한 여자처럼 보이기 싫어서 한수의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I didn't want to seem like an ignorant woman, so I tried to understand Hansoo's story. 선자는 한글이나 일본어를 몰랐다. 아버지한테서 간단한 덧셈과 뺄셈을 배워서 돈을 헤아릴 수는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선자나 선자 엄마는 자기 이름도 쓸 줄 몰랐다.

한수는 버섯을 담으려고 커다란 보자기를 가져왔다. 벗어 따기 소풍에 신이 난 한수의 모습에 선자도 기분이 더 좋아졌다. 하지만 선자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들킬까 봐 걱정스러웠다. 두 사람이 친구라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없다고들 했다. 한수가 선자와 결혼하고 싶다면 선자 엄마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한수는 그러지 않았다. 사실 석 달 전에 선자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본 이후,  한수는 그런 주제를 다시는 꺼내지 않았다. 선자는 한수가 여자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으려고 했다. Sun-ja tried not to imagine Hansoo hanging out with women. 한수 같은 남자가 여자를 찾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It shouldn't be hard for a guy like Hansoo to find a girl. 사실 선자는 한수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게 항상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In fact, she always thought it was strange that Hansoo was interested in her.

숲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숲에 들어선 선자는 여기는 평소에 한수와 만나던 해변보다 더 고립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숲은 나지막한 바위들과 청록색 물이 펼쳐저 탁 트인 바다와는 달랐다. 마치 나뭇잎으로 둘러싸여 어두컴컴한 거인의  집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선자는 새소리가 들려서 어떤 새인지 알아보려고 고개를 들었다. The Zen master heard a bird and looked up to see what it was. 그때 한수의 얼굴이 선자의 눈에 들어왔다. 한수의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오빠야, 괜찮아예?" He said there is no need to criticize the Japanese.

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수는 여기까지 걸어오는 내내 여행과 일에관해서 이야기했는데 다채로운 나뭇잎과 울퉁불퉁한 나무둥치 앞에서는 말이 없어졌다. 한수는 오른손을 선자의 등의 갖다대고  선자의 땋은 머리끝을 어루만졌다. 그러고는 선자의 등을 쓰다듬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치웠다.

한수는 어렸을 때 이후로 숲에 오지 않았다. 오사카에서 교활한 거리의 아이들과 함께 사기를 치고 도둑질을 일삼았던 거친 십 대가 되기 전의 일이었다. This was before I became a wild teenager who stole. 일본으로 가기 전에는 나무가 우거진 제주의 산들이 그의 안식처였다. 그는 한라산의 구석구석에 있는 모든 나무를 알고 있었다. 가느다란 다리로 고상한 척 교태를 부리며 걷던 작은 사슴도 생각 났다. 짙게 풍기던 귤꽃 향기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Seonja is like a pretty stone that he did when he was young 이 영도의 숲에는 그런 것들이 전혀 없었는데도 말이다. There were none of those things in the forests of Yungdo.

"가자." 한수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한수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한수는 버섯 찾기 선수였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잔뜩 찾아내서 요리법까지 알려주었다.

"굶으면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방법을 알게 돼." 한수가 웃었다. "난 굶주리는 게 싫어. 그건 그렇고 버섯이 많이 있다는 곳은 어디야?  어느쪽으로 가면 되니?"

"몇분 더 가야 됩니다. 엄마가 어렸을 때 비가 억수로 오고 난 다음 날이면 거기서 버섯을 땄다 캤어예. 엄마는 이 근처 출신이거든예."

"바구니가 좀 작은 것 같구나.  바구니를 두 개는 들고 왔어야 했는데. 그래야 버섯을 잔뜩 따서 말려 놨다가 겨울 내내 먹지. That way, I can pick a bunch of mushrooms, dry them, and eat them all winter long. 내일 또 와야겠는데."

선자가 한수에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오빠야, 오빠야는 아직 버섯 있는 데를 보지도 못했잖아예!"

두 사람이 선자 엄마의 비밀 공간에 도착하자, 눈앞에는 선자 아버지가 좋아하던 갈색 버섯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한수가 즐겁다는 듯 활짝 웃었다. "내 말이 맞았지? 저녁 먹을 준비를 해올 걸 그랬어. I should have gotten dinner ready. 다음에는 여기서 점심을 먹자. 이거 너무 쉬운데!" 말을 마치자마자 한수는 버섯을 한 움큼 집어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바구니에 던져 넣었다. 바구니가 가득 차자 손수건에도 버섯을 올렸다. Seonja tried not to imagine Hansoo hanging out with women. 손수건 위에도 버섯이 수북하게 쌓였을 때, 선자가 허리춤에 묶어 놓았던 앞치마를 풀어서 버섯을 더 많이 모았다.

"이걸 다 우예 들고 가야 할지 모르겠어예.   제가 욕심쟁이가 됐나 봐예." "I don't know if I should take all of this with me. Maybe I'm being greedy."

"그 정도로 욕심쟁이가 되지는 않아." Seonja, who entered the forest, is more isolated than the beach where Han Soo-ah usually met.

한수가 선자에게 다가갔다. Han Shuo approached the Zen master. 선자는 한수의 몸에서 나는 비누 냄새와 머릿기름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한수는 깨끗하게 면도를 한 잘 생긴 남자였다. 선자는 한수의 티끌 하나 없이 하얀 옷을 좋아했다. 왜 그런 것이 중요했을까? 하숙집 남자들은 더러울 수밖에 없었다. 일을 하다 보면 모든 것이 다 더러워졌고, 아무리 씻어도 윗도리와 바지에서 생선 냄새를 지울 수가 없었다. 선자의 아버지는 선자에게 그런 피상적인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했다. 입은 것이나 가진 것은 그 사람의 마음과 성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도 했다. 선자가 깊이 숨을 들이쉬자 한수에 냄새가 상쾌한 숲 속 향기 와 뒤섞여 속으로 들어왔다. A bunch of colorful leaves and no words in front of a bumpy tree trunk 한수가 선자의 저고리 안으로 두 손을 슬그머니 넣었지만 선자는 말리지 않았다. Hansoo placed his right hand on Seonja's back and caressed the other end of the former's hair. 한수는 선자의 옷고름을 풀고 저고리를 벗겼다. Then he stroked the back of the sage and carefully moved the temple away. 선자는 조용히 신음하기 시작했고, 한수가 선자를 끌어 당겨 안으며 나지막하게 달래는 소리를 했다. 선자는 한수가 달래는 대로 가만히 몸을 맡겼다. The Zen master soothed Han Shuo and remained still. 한수가 선자를 땅바닥에 부드럽게 눕혔다. It happened before I became a rough teen

"오빠가 여기 있어.  괜찮아.  다 괜찮아."

한수의 두 손은 선자의 엉덩이를 내내 단단히 잡고 있었다. 한수는 선자가 나뭇가지와 나뭇잎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려고 애썼지만 I also remembered the little deer who was walking with slender legs pretending to be noble. 선자의 다리 뒤쪽은 숲 속의 부스러기에 쓸려 빨갛게 부어올랐다. The scent of education flowers, which had a thick air, came to mind vividly. 마침내 두 사람의 몸이 떨어졌고 한수는 손수건으로 선자의 피를 깨끗하게 닦아주었다.

"네 몸은 정말 예뻐.  꼭 잘 익은 과일 같다."

선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선자는 그저 마치 갓난아기처럼  한수를 핥았다. 한수가 그녀의 안에서 움직이는 동안 선자는 그 날카롭고도 생생한 고통에 깜짝 놀랐다. 점차 통증이 사라지자 그것이 고맙게 느껴졌다. I was grateful for that as the pain gradually faded.

잠시 후 두 사람은 노랗고 빨간 나뭇잎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한수는 선자가 옷을 챙겨 입는 것을 도와주었다.

"사랑스러운 내 선자."

두 사람이 다시 몸을 섞을 때도 한수는 같은 말을 했다. When the two mingled again, Hansu said the same 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