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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파친코 ⎟ Book 1. 고향 ⎟혹독한 시련 (오사카, 1939년)

파친코 ⎟ Book 1. 고향 ⎟혹독한 시련 (오사카, 1939년)

🎵

🎼

파친코. Book 1.

고향. 혹독한 시련.

오사카, 1939년.

요셉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문 앞에서 두 발을 떡 벌리고 섰다.

여섯 살짜리 조카가 일주일 내내 기다렸던 사탕을 노리고

달려들게 뻔했기 때문이다.

요셉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문을 천천히 밀어서 열었다.

하지만 조용했다.

거실엔 아무도 없었다. 요셉은 미소를 지었다.

아하, 요 녀석이 숨어 있구나!

"여보, 나왔어."

요셉이 부엌을 향해 소리쳤다.

사탕 봉지를 외투 주머니에서 꺼내며 연극하듯이 말했다.

"아허, 노아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

집에 없나 본데. 그럼 노아한테 줄 사탕을 내가 먹을 수 있겠는 걸.

아니면 노아 동생에게 줘도 되겠어.

오늘 우리 모자수가 아주 운이 좋네.

처음으로 사탕 맛을 보겠어. 아무리 어려도 사탕을 먹을 수 있겠지!

모자수가 태어난 지 벌써 한 달이 됐으니 노아 형처럼 이 큰아버지와

레슬링을 할 수 있을 거야.

모자수도 강해지려면 이 호박 사탕을 먹어야 하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요셉은 쪼글쪼글한 사탕 포장지를 찢어

보란 듯이 펼쳐서 사탕을 입에 넣는 척했다.

"이야, 이거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서 제일 맛있는 거잖아!

"여보, 이리 나와 봐. 당신도 좀 먹어봐!

진짜 맛있어!" 요셉이 평소에 노아가 잘 숨는 옷장과 문 뒤를 확인하면서

사탕 씹는 소리를 냈다.

노아는 갓난아기인 동생 모자수 이야기만 들어도

바로 튀어나올 아이였다.

원래는 얌전한 아이였는데 최근에는 틈만 나면

동생을 꼬집으며 말썽을 부렸다.

요셉은 부엌을 살펴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난로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반찬들이 문 옆의 작은 탁자에 놓여 있었고, 밥솥은 텅 비어 있었다.

요셉이 집에 도착할 무렵이면 항상 저녁이 준비되어 있었다.

물을 붓고 감자와 양파를 썰어서 넣어 놓은

반쯤 찬 국 냄비는 불에 올리기만 하면 되는 상태였다.

요셉은 토요일 저녁 식사를 제일 좋아했다.

일요일에는 일을 하러 나가지 않아도 되고,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토요일 저녁을 느긋하게 먹고 나면 가족 모두가 함께 목욕탕에 갔다.

요셉은 부엌 뒷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었지만

더러운 홈통밖에 보이지 않았다.

옆집인 돼지 아줌마네 큰딸은 식구들 저녁을 준비하느라 바빠서

열린 창문 밖을 힐끗거리지도 않았다.

요셉은 식구들이 모두 시장에 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거실 바닥 방석에 앉아 신문 하나를 펼쳐들었다.

전쟁에 관한 기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이 농촌 경제에 기술적 진보를 가져와 중국을 구제할 것이다.

일본이 서방 제국주의의 치명적인 손아귀에서 아시아를 보호 할 것이다.

일본의 두려움 없는 진정한 우방국가인 독일만이

서방의 악당들에게 맞서 싸우고 있다.'

요셉은 이런 기사들을 믿지 않았다. 허위 선전은 피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요셉은 매일 신문 서너 개를 읽으면서

서로 다른 사실들과 중복되는 사실들 가운데서 몇가지 진실을 찾아냈다.

오늘 밤에는 모든 신문에 똑같은 이야기들이 실렸다.

전날 밤에 검열자들이 유독 열심히 일을 한 모양이었다.

조용한 집안에 혼자 있자 요셉은 불안해졌다.

저녁을 먹고 싶었다. 경희가 시장에 뭔가를 사러 갔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자와 노아, 갓난아기까지 나갈 리는 없었다.

이삭은 분명히 교회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을 것이다.

요셉은 신발을 신었다.

거리로 나갔지만 아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교회에 도착했는데도 동생이 보지 않았다.

교회 뒤쪽 사무실에는 평소처럼 바닥에 앉아서 고개를 숙인 채

기도하며 중얼거리는 여자들밖에 없었다.

요셉은 여자들이 고개를 들 때까지 한참 동안 기다려다가 말을 걸었다.

"죄송하지만 백 목사님이나

류 목사님을 보셨어요?"

거의 매일 저녁 교회에 오는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백 목사의 형을 알아보았다.

"백 목사님이 잡혀갔어요."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주머니가 소리쳤다.

"류 목사님과 중국인 후도 잡혀갔고요. 그 분들을 도와 드려야 . . . "

"뭐라고요?"

"경찰이 오늘 아침에 그분들을 잡아갔어요.

다들 신토 신사에 참배하러 갔는데 관리하던 사람이 후가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해야 할 때 주기도문을 외우는 걸 알아챘어요.

경찰이 후를 신문했고, 후는

신사참배 의식이 우상숭배라고 말하면

더 이상 신사참배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어요.

류 목사님은 후가 잘 몰라서 한 소리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고 경찰을 설득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후가 류 목사님의 말에 반박했어요.

백 목사님도 설명하려고 했지만 후가 용광로로 걸어 들어갔죠.

사드락과 메삭, 아벳느고처럼 말이에요! 그 이야기 아시죠?"

"네, 네." 요셉은 여자들의 종교적 흥분에 짜증이 나서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럼 다들 경찰서에 있나요?" 여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셉은 밖으로 달려 나갔다.

노아가 경찰서 계단에 앉아서 잠든 동생을 안고 있었다.

"큰 아버지, 동생이 너무 무거워요."

노아가 큰 아버지를 보자 안심이 되었는지 샐쭉 웃으며 소근거렸다.

"넌 아주 훌륭한 형이구나, 노아.

큰엄마는 어디 계시니?" 요셉이 물었다.

"안에요." 노아가 손을 움직일 수가 없어서 고갯짓으로 경찰서를 가리켰다.

"큰아버지, 모자수를 안아줄 수 있어요?

팔이 너무 아파요."

"조금만 더 여기서 기다릴 수 있지?

곧 돌아오마. 아니면 엄마를 보내줄게."

"모자수를 꼬집지 않고 잘 안고 있으면 엄마가 사탕을 준다고 했어요.

애들은 안에 들어가면 안 된데요."

노아가 또박또박 말했다. "하지만 배가 고파요.

여기에 아주, 아주 오래 있었어요."

큰아버지도 사탕을 줄게. 곧 돌아오마."

요셉이 말했다.

"하지만 큰아버지, 동생이 . . ."

"알아, 노아. 하지만 넌 아주 힘이 세잖니."

노아는 제일 좋아하는 큰아버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어깨를 곧추세우고 똑바로 앉았다.

요셉은 경찰서 문을 막 열려고 하다가 노아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큰아버지 모자수가 울면 어떡하죠?"

"모자수를 안고 걸어 다니면서 노래를 불러주거라.

큰아버지가 어린 널 재웠듯이 말이야. 기억나지?"

"아니요, 기억 안 나요."

노아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곧 나올게." 경찰은 이삭을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

여자들은 경찰서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선자는 몇 분마다 밖으로 나가서 노아와 모자수가 잘 있는지 확인했다.

아이들은 경찰서에 들어올 수 없었고,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경희뿐이라서 경희가 안내 데스크 근처에 남아 있어야 했다.

요셉이 대기실로 들어갔을 때

경희가 숨을 급히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경희 옆에 앉아 있는 선자는 웅크린 채 울고 있었다.

"이삭이 여기 잡혀 있어?" 요셉이 물었다.

경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말해야 해요."

경희가 선자의 등을 계속 토닥거리며서 말했다.

"누가 엿들을지도 몰라요."

"교회 아줌마들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줬어.

그 중국 사람은 참배를 하다가 왜 그런 소동을 일으킨 거야?" 요셉이 속삭였다.

고국에서 식민 정부는

기독교인들을 모아서 매일 아침마다 신사참배를 시켰다.

여기에서는 자원한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 번만 그런 일을 시켰다.

"벌금을 내게 될까?"

"아닌것 같아요. 경찰관이 집으로 가라고 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기다리겠다고 해서 . . ."

"이삭은 감옥에서 견딜 수 없어. 그건 불가능해." 요셉이 말했다.

요셉은 안내 데스크에 가서

양어깨를 축 내려뜨리고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제 동생은 건강이 좋지 않아요, 선생님.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답니다.

동생은 감옥에서 지내기 어려울 거에요.

결핵에 걸렸다가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동생이 집으로 갔다가 내일 다시 경찰서에 와서 심문을 받을 수는 없을까요?"

요셉이 공손한 일본으로 물어보았다.

경찰은 그런 호소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정중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감옥은 조선인들과 중국인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들의 가족들 말을 빌자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건강이 안 좋아서 감옥에서 지낼 수 없었다.

문제아 동생을 위해 간청하는 형이

안됐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 목사는 오랫동안 갇혀 있어야 했다.

그런 종교 운동가들은 언제나 그랬다.

전시에는 국가 안보를 위해서 말썽 꾼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말은 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조선인들은 문제를 일으키고 나서 변명을 했으니까.

"여자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그 목사는 심문을 받고 있고,

당신들은 그를 만날 수 없어요. 이건 시간 낭비입니다."

"선생님, 제 동생은 어떤 식으로든

천황폐하나 정부에 저항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일에는 관여한 적이 없어요.

제 동생은 정치에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장담하는데 . . . "

"지금은 면회를 할 수 없어요. 당신 동생은 모든 죄목이 벗겨지면

풀려나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경찰이 정중하게 미소를 지었다.

"모고한 사람을 여기에 가둬두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경찰은 정말 그렇게 믿었다.

그는 일본 정부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나요?

요셉은 지갑이 든 주머니를 두드리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

"나나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경찰을 짜증스럽게 말했다.

"뇌물을 먹을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그랬다가는 당신 동생의 죄가 더 중해지니까요.

당신 동생과 그 동료들은

천황폐하께 충성을 맹세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건 중죄입니다."

"무슨 해를 끼치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제 어리석은 말을 용서해주세요.

경관님을 모욕하려고 했던 게 아닙니다."

요셉은 이삭을 풀어주기만 한다면

경찰서 바닥에 배를 대고 기어갈 수도 있었다.

용감한 사무엘 형이었다면 대담하고도 위엄 있게 경찰에게 맞섰겠 지만

요셉은 자신이 영웅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경찰이 뇌물을 요구했더라면 더 많은 돈을 빌리고 집이라도 팔았을 것이다.

요셉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거나

뭔가 더 위대한 이상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은 무의미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살아남아 가족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경찰은 안경을 고쳐 쓰면서 요셉의 어깨 너머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곳에는 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자들을 집으로 데려갈 수 있겠죠?

여기는 여자들이 있을 곳이 못 됩니다.

남자아이와 갓난아기는 바깥에 있어요.

당신네들은 항상 저녁에도 아이들을 길거리에서 놀게 놔두더군요.

아이들은 집에 있어야 해요.

당신이 아이들을 . . . (big gap in the audio reading) . . .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성가시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 . . (another gap with missing dialogue) . . .

오늘 밤에 경찰이 참을성 있게 대답했다.

"내일 아침에 가져오세요.

옷과 음식을 가 (audio missing, skips in error) . . . 경찰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사려 깊었다.

"안타깝 . . . (gap in audio recording, skips in error) . . . 요셉은 눈앞의 정복 경찰관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그냥 싫어하는 일을 하고 있는 한 남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한 주가 끝날 무렵이라 지쳐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어쩌면 이 사람도 저녁을 먹고 목욕을 하고 싶을지도 몰랐다.

요셉은 이성적인 사람이라서

모든 일본 경찰들을 악당으로 취급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고 생각했다.

점잖은 사람들이 동생을 감시하고 있을 거라고 믿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상황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럼 내일 아침에 필요한 물건을 가져오겠습니다."

요셉이 경찰의 신중한 눈빛을 훔쳐보면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별말씀을요." 경찰이 고개를 살짝 까닥거렸다.

노아는 이제 사탕을 모두 먹고 밖에 나가 놀 수 있었다.

선자가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요셉은 경희의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경희은 좁은 담요로 모자수를 등에 업고 서 있었다.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경희가 조용히 물었다.

"누구한테 연락해?"

"캐나다 선교사들을 어때요? 몇 년 전에 그 사람들을 만났잖아요.

기억하죠? 아주 좋은 사람들이 었죠.

이삭은 그들이 정기적으로 교회에 돈을 보내준다고 했어요.

어쩌면 그들이 경찰에게

목사님들이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말해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

경희가 작게 원을 그리며 돌자

모자수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옹알거렸다.

"그들에게 어떻게 연락하지?"

"편지를 쓰면 어때?"

"그들에게 조선어로 편지를 써도 될까? 그들이 편지를 받아 답장 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이삭이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아 있을 수 . . . "

그때 선자가 들어와서 경희의 등에 업힌 모자수를 풀어 내려서

젖을 먹이려고 부엌으로 데려갔다.

보리밥 냄새가 작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선교사들이 조선어를 알 것 같지 않아요.

일본어로 편지 쓰는 걸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요?" 경희가 물었다.

요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편지를 쓰는 건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만 전쟁이 한창인 이때에

경찰이 캐나다 선교사의 말에 신경 쓸 리가 없었다.

게다가 편지가 도착하려면 적어도 한 달이 넘게 걸릴 것이다.

선자가 모자수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 사람한테 필요한 걸 좀 챙길게예.

내일 아침에 가져갈 수 있지예?

선자가 물었다.

"내가 일하러 가기전에 갖다 줄게." 요셉이 말했다.

당신 사장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할 수 있어요?

일본 사람 이야기라면 들어주지 않을까요? 경희가 물었다.

"시마무라 씨는 절대 감옥에 갇힌 사람을 도와주지 않아.

기독교인들은 반역자라고 생각하거든.

삼일운동을 일으킨 사람들이 기독교인들이니까.

모든 일본인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지.

내가 교회에 다닌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어. 그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

내가 저항운동에 연루됐다고 생각하면 당장 날 해고할 사람이야.

그럼 우리는 어떡하겠어? 나 같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어."

그 후로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선자는 길거리에서 놀고 있는 노아를 불렀다.

이제 밥먹을 시간이었다.

파친코 ⎟ Book 1. 고향 ⎟혹독한 시련 (오사카, 1939년) Pachinko ⎟ Buch 1. Heimatstadt ⎟ Harte Prüfungen (Osaka, 1939) Pachinko ⎟ Book 1. Hometown ⎟ Harsh Trials (Osaka, 1939) Pachinko ⎟ Libro 1. Ciudad natal ⎟ Duros juicios (Osaka, 1939). Pachinko ⎟ Libro 1. Città natale ⎟ Prove difficili (Osaka, 1939) Пачинко ⎟ Книга 1. Родной город ⎟ Суровые испытания (Осака,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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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Book 1.

고향. 혹독한 시련. Hometown Gokdo Khan Syllabic

오사카, 1939년.

요셉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문 앞에서 두 발을 떡 벌리고 섰다.

여섯 살짜리 조카가 일주일 내내 기다렸던 사탕을 노리고

달려들게 뻔했기 때문이다.

요셉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문을 천천히 밀어서 열었다.

하지만 조용했다.

거실엔 아무도 없었다. 요셉은 미소를 지었다.

아하, 요 녀석이 숨어 있구나!

"여보, 나왔어."

요셉이 부엌을 향해 소리쳤다.

사탕 봉지를 외투 주머니에서 꺼내며 연극하듯이 말했다.

"아허, 노아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

집에 없나 본데. 그럼 노아한테 줄 사탕을 내가 먹을 수 있겠는 걸.

아니면 노아 동생에게 줘도 되겠어.

오늘 우리 모자수가 아주 운이 좋네.

처음으로 사탕 맛을 보겠어. 아무리 어려도 사탕을 먹을 수 있겠지!

모자수가 태어난 지 벌써 한 달이 됐으니 노아 형처럼 이 큰아버지와

레슬링을 할 수 있을 거야.

모자수도 강해지려면 이 호박 사탕을 먹어야 하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요셉은 쪼글쪼글한 사탕 포장지를 찢어

보란 듯이 펼쳐서 사탕을 입에 넣는 척했다.

"이야, 이거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서 제일 맛있는 거잖아!

"여보, 이리 나와 봐. 당신도 좀 먹어봐!

진짜 맛있어!" 요셉이 평소에 노아가 잘 숨는 옷장과 문 뒤를 확인하면서

사탕 씹는 소리를 냈다.

노아는 갓난아기인 동생 모자수 이야기만 들어도

바로 튀어나올 아이였다.

원래는 얌전한 아이였는데 최근에는 틈만 나면

동생을 꼬집으며 말썽을 부렸다.

요셉은 부엌을 살펴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난로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반찬들이 문 옆의 작은 탁자에 놓여 있었고, 밥솥은 텅 비어 있었다.

요셉이 집에 도착할 무렵이면 항상 저녁이 준비되어 있었다.

물을 붓고 감자와 양파를 썰어서 넣어 놓은

반쯤 찬 국 냄비는 불에 올리기만 하면 되는 상태였다.

요셉은 토요일 저녁 식사를 제일 좋아했다.

일요일에는 일을 하러 나가지 않아도 되고,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토요일 저녁을 느긋하게 먹고 나면 가족 모두가 함께 목욕탕에 갔다.

요셉은 부엌 뒷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었지만

더러운 홈통밖에 보이지 않았다.

옆집인 돼지 아줌마네 큰딸은 식구들 저녁을 준비하느라 바빠서

열린 창문 밖을 힐끗거리지도 않았다.

요셉은 식구들이 모두 시장에 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거실 바닥 방석에 앉아 신문 하나를 펼쳐들었다.

전쟁에 관한 기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이 농촌 경제에 기술적 진보를 가져와 중국을 구제할 것이다.

일본이 서방 제국주의의 치명적인 손아귀에서 아시아를 보호 할 것이다.

일본의 두려움 없는 진정한 우방국가인 독일만이

서방의 악당들에게 맞서 싸우고 있다.'

요셉은 이런 기사들을 믿지 않았다. 허위 선전은 피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요셉은 매일 신문 서너 개를 읽으면서

서로 다른 사실들과 중복되는 사실들 가운데서 몇가지 진실을 찾아냈다.

오늘 밤에는 모든 신문에 똑같은 이야기들이 실렸다.

전날 밤에 검열자들이 유독 열심히 일을 한 모양이었다.

조용한 집안에 혼자 있자 요셉은 불안해졌다.

저녁을 먹고 싶었다. 경희가 시장에 뭔가를 사러 갔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자와 노아, 갓난아기까지 나갈 리는 없었다.

이삭은 분명히 교회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을 것이다.

요셉은 신발을 신었다.

거리로 나갔지만 아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교회에 도착했는데도 동생이 보지 않았다.

교회 뒤쪽 사무실에는 평소처럼 바닥에 앉아서 고개를 숙인 채

기도하며 중얼거리는 여자들밖에 없었다.

요셉은 여자들이 고개를 들 때까지 한참 동안 기다려다가 말을 걸었다.

"죄송하지만 백 목사님이나

류 목사님을 보셨어요?"

거의 매일 저녁 교회에 오는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백 목사의 형을 알아보았다.

"백 목사님이 잡혀갔어요."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주머니가 소리쳤다.

"류 목사님과 중국인 후도 잡혀갔고요. 그 분들을 도와 드려야 . . . "

"뭐라고요?"

"경찰이 오늘 아침에 그분들을 잡아갔어요.

다들 신토 신사에 참배하러 갔는데 관리하던 사람이 후가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해야 할 때 주기도문을 외우는 걸 알아챘어요.

경찰이 후를 신문했고, 후는

신사참배 의식이 우상숭배라고 말하면

더 이상 신사참배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어요.

류 목사님은 후가 잘 몰라서 한 소리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고 경찰을 설득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후가 류 목사님의 말에 반박했어요.

백 목사님도 설명하려고 했지만 후가 용광로로 걸어 들어갔죠.

사드락과 메삭, 아벳느고처럼 말이에요! 그 이야기 아시죠?" 4 Drago is black and like 90 Nu, you know the story

"네, 네." 요셉은 여자들의 종교적 흥분에 짜증이 나서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럼 다들 경찰서에 있나요?" 여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셉은 밖으로 달려 나갔다.

노아가 경찰서 계단에 앉아서 잠든 동생을 안고 있었다.

"큰 아버지, 동생이 너무 무거워요."

노아가 큰 아버지를 보자 안심이 되었는지 샐쭉 웃으며 소근거렸다.

"넌 아주 훌륭한 형이구나, 노아.

큰엄마는 어디 계시니?" 요셉이 물었다.

"안에요." 노아가 손을 움직일 수가 없어서 고갯짓으로 경찰서를 가리켰다.

"큰아버지, 모자수를 안아줄 수 있어요?

팔이 너무 아파요."

"조금만 더 여기서 기다릴 수 있지?

곧 돌아오마. 아니면 엄마를 보내줄게."

"모자수를 꼬집지 않고 잘 안고 있으면 엄마가 사탕을 준다고 했어요.

애들은 안에 들어가면 안 된데요."

노아가 또박또박 말했다. "하지만 배가 고파요.

여기에 아주, 아주 오래 있었어요."

큰아버지도 사탕을 줄게. 곧 돌아오마."

요셉이 말했다.

"하지만 큰아버지, 동생이 . . ."

"알아, 노아. 하지만 넌 아주 힘이 세잖니."

노아는 제일 좋아하는 큰아버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어깨를 곧추세우고 똑바로 앉았다.

요셉은 경찰서 문을 막 열려고 하다가 노아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큰아버지 모자수가 울면 어떡하죠?"

"모자수를 안고 걸어 다니면서 노래를 불러주거라.

큰아버지가 어린 널 재웠듯이 말이야. 기억나지?"

"아니요, 기억 안 나요."

노아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곧 나올게." 경찰은 이삭을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

여자들은 경찰서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선자는 몇 분마다 밖으로 나가서 노아와 모자수가 잘 있는지 확인했다.

아이들은 경찰서에 들어올 수 없었고,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경희뿐이라서 경희가 안내 데스크 근처에 남아 있어야 했다.

요셉이 대기실로 들어갔을 때

경희가 숨을 급히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경희 옆에 앉아 있는 선자는 웅크린 채 울고 있었다.

"이삭이 여기 잡혀 있어?" 요셉이 물었다.

경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말해야 해요."

경희가 선자의 등을 계속 토닥거리며서 말했다.

"누가 엿들을지도 몰라요."

"교회 아줌마들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줬어.

그 중국 사람은 참배를 하다가 왜 그런 소동을 일으킨 거야?" 요셉이 속삭였다.

고국에서 식민 정부는

기독교인들을 모아서 매일 아침마다 신사참배를 시켰다.

여기에서는 자원한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 번만 그런 일을 시켰다.

"벌금을 내게 될까?"

"아닌것 같아요. 경찰관이 집으로 가라고 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기다리겠다고 해서 . . ."

"이삭은 감옥에서 견딜 수 없어. 그건 불가능해." 요셉이 말했다.

요셉은 안내 데스크에 가서

양어깨를 축 내려뜨리고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제 동생은 건강이 좋지 않아요, 선생님.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답니다.

동생은 감옥에서 지내기 어려울 거에요.

결핵에 걸렸다가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동생이 집으로 갔다가 내일 다시 경찰서에 와서 심문을 받을 수는 없을까요?"

요셉이 공손한 일본으로 물어보았다.

경찰은 그런 호소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정중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감옥은 조선인들과 중국인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들의 가족들 말을 빌자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건강이 안 좋아서 감옥에서 지낼 수 없었다.

문제아 동생을 위해 간청하는 형이

안됐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 목사는 오랫동안 갇혀 있어야 했다.

그런 종교 운동가들은 언제나 그랬다.

전시에는 국가 안보를 위해서 말썽 꾼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말은 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조선인들은 문제를 일으키고 나서 변명을 했으니까.

"여자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그 목사는 심문을 받고 있고,

당신들은 그를 만날 수 없어요. 이건 시간 낭비입니다."

"선생님, 제 동생은 어떤 식으로든

천황폐하나 정부에 저항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일에는 관여한 적이 없어요.

제 동생은 정치에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장담하는데 . . . "

"지금은 면회를 할 수 없어요. 당신 동생은 모든 죄목이 벗겨지면

풀려나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경찰이 정중하게 미소를 지었다.

"모고한 사람을 여기에 가둬두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경찰은 정말 그렇게 믿었다.

그는 일본 정부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나요?

요셉은 지갑이 든 주머니를 두드리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

"나나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경찰을 짜증스럽게 말했다.

"뇌물을 먹을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그랬다가는 당신 동생의 죄가 더 중해지니까요.

당신 동생과 그 동료들은

천황폐하께 충성을 맹세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건 중죄입니다."

"무슨 해를 끼치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제 어리석은 말을 용서해주세요.

경관님을 모욕하려고 했던 게 아닙니다."

요셉은 이삭을 풀어주기만 한다면

경찰서 바닥에 배를 대고 기어갈 수도 있었다.

용감한 사무엘 형이었다면 대담하고도 위엄 있게 경찰에게 맞섰겠 지만

요셉은 자신이 영웅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경찰이 뇌물을 요구했더라면 더 많은 돈을 빌리고 집이라도 팔았을 것이다.

요셉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거나

뭔가 더 위대한 이상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은 무의미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살아남아 가족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경찰은 안경을 고쳐 쓰면서 요셉의 어깨 너머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곳에는 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자들을 집으로 데려갈 수 있겠죠?

여기는 여자들이 있을 곳이 못 됩니다.

남자아이와 갓난아기는 바깥에 있어요.

당신네들은 항상 저녁에도 아이들을 길거리에서 놀게 놔두더군요.

아이들은 집에 있어야 해요.

당신이 아이들을 . . . (big gap in the audio reading) . . .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성가시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 . . (another gap with missing dialogue) . . .

오늘 밤에 경찰이 참을성 있게 대답했다.

"내일 아침에 가져오세요.

옷과 음식을 가 (audio missing, skips in error) . . . 경찰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사려 깊었다.

"안타깝 . . . (gap in audio recording, skips in error) . . . 요셉은 눈앞의 정복 경찰관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그냥 싫어하는 일을 하고 있는 한 남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한 주가 끝날 무렵이라 지쳐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어쩌면 이 사람도 저녁을 먹고 목욕을 하고 싶을지도 몰랐다.

요셉은 이성적인 사람이라서

모든 일본 경찰들을 악당으로 취급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고 생각했다.

점잖은 사람들이 동생을 감시하고 있을 거라고 믿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상황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럼 내일 아침에 필요한 물건을 가져오겠습니다."

요셉이 경찰의 신중한 눈빛을 훔쳐보면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별말씀을요." 경찰이 고개를 살짝 까닥거렸다.

노아는 이제 사탕을 모두 먹고 밖에 나가 놀 수 있었다.

선자가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요셉은 경희의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경희은 좁은 담요로 모자수를 등에 업고 서 있었다.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경희가 조용히 물었다.

"누구한테 연락해?"

"캐나다 선교사들을 어때요? 몇 년 전에 그 사람들을 만났잖아요.

기억하죠? 아주 좋은 사람들이 었죠.

이삭은 그들이 정기적으로 교회에 돈을 보내준다고 했어요.

어쩌면 그들이 경찰에게

목사님들이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말해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

경희가 작게 원을 그리며 돌자

모자수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옹알거렸다.

"그들에게 어떻게 연락하지?"

"편지를 쓰면 어때?"

"그들에게 조선어로 편지를 써도 될까? 그들이 편지를 받아 답장 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이삭이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아 있을 수 . . . "

그때 선자가 들어와서 경희의 등에 업힌 모자수를 풀어 내려서

젖을 먹이려고 부엌으로 데려갔다.

보리밥 냄새가 작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선교사들이 조선어를 알 것 같지 않아요.

일본어로 편지 쓰는 걸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요?" 경희가 물었다.

요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편지를 쓰는 건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만 전쟁이 한창인 이때에

경찰이 캐나다 선교사의 말에 신경 쓸 리가 없었다.

게다가 편지가 도착하려면 적어도 한 달이 넘게 걸릴 것이다.

선자가 모자수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 사람한테 필요한 걸 좀 챙길게예.

내일 아침에 가져갈 수 있지예?

선자가 물었다.

"내가 일하러 가기전에 갖다 줄게." 요셉이 말했다.

당신 사장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할 수 있어요?

일본 사람 이야기라면 들어주지 않을까요? 경희가 물었다.

"시마무라 씨는 절대 감옥에 갇힌 사람을 도와주지 않아.

기독교인들은 반역자라고 생각하거든.

삼일운동을 일으킨 사람들이 기독교인들이니까.

모든 일본인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지.

내가 교회에 다닌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어. 그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

내가 저항운동에 연루됐다고 생각하면 당장 날 해고할 사람이야.

그럼 우리는 어떡하겠어? 나 같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어."

그 후로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선자는 길거리에서 놀고 있는 노아를 불렀다.

이제 밥먹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