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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 노아의 가족 (나가노, 1969년 1월) 」 Pachinko 파친코 [Book 2. 조국]

「 노아의 가족 (나가노, 1969년 1월) 」 Pachinko 파친코 [Book 2.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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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Book 2. 조국. 노아의 가족. 나가노, 1969년 1월.

'코스모스 파친코' 사무실은

철제 캐비닛들과들과 책상들 사이사이에

사무직원들이 꽉 들어차 있어 꼭 미로 같았다.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가구들 속에서

문서정리부 책임자인 이와무라 리사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사실 전통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리사는 얼굴과 몸매가 꽤 매력적인 여자였다.

하지만 냉담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주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여자는 아니었다.

그 젊은 여자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거나

매력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것처럼 보였다.

항상 단정한 하얀 블라우스에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저렴한 검은 색 폴리에스테르 치마를 입었다.

거기에다 나이 든 여자나 신는 검정색 가죽 구두를 신었다.

겨울에는 회색 카디건 두 개 중 하나를

망토처럼 어깨에 걸치고 다녔고,

장신구라고는 종종 확인해보는 저렴한 은색 손목시계뿐이었다.

물론 어디 갈 곳이 있어서 시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일을 할 때는 도움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았다.

상사의 요구를 정확하게 예측해서 누가 재촉하지 않아도 알아서 처리했다.

노아는 거의 7년 동안 나가노에서 반 노부오라는 일본인으로 살았다.

코스모스 파친코 사장을 위해 부지런히 일하며

눈에 띄지 않는 소박한 인생을 꾸려나갔다.

노아는 가치 있는 일꾼이었고,

사장은 노아의 일에 간섭하거나 노아를 구속하려고 하지 않았다.

사장이 매년 1월에 노아에게

보너스를 주면서 꺼내는 유일한 잔소리는 결혼이었다.

노아 같은 나이와 지위의 남자는

자기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설교를 매년 했다.

노아는 자신을 고용했던 다카노가 사업 확장을 위해

나고야로 간 이후로 코스모스 파친코의 책임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친코 게임장 기숙사에서 살았고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한수에게 받았던 와세다대학 수업료와 방세는 모두 갚았지만

엄마에게는 아직도 매달 돈을 보내고 있었다.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자신에게 돈을 쓰지 않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장의 새해 설교를 듣고 났을 때

노아는 사장의 말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실은 리사를 눈여겨보고 있던 참이었다.

리사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슬픈 추문이 있는 중산층 집안 출신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

리사가 열네 살쯤 됐을 때 동네 병원 의사였던 사랑하는 아버지가

독감 유행 시기에 환자 두 명에게 적절하지 못한 약을 처방해서 사망에 이르게 했다.

그 일로 의사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남은 가족은 오명과 가난에 시달리게 되었다.

리사는 사실상 결혼할 수가 없었다.

가족 중에 자살한 사람이 있으며

집안에 정신 병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게다가 더 나쁜 것은 리사의 아버지가 너무나 수치스러운 일을 저질러서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소문이었다.

친척들도 장례식에 오지 않았고 더 이상 리사와 리사의 어머니를 찾아오지 않았다.

리사의 어머니는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볼 일을 보러 나가는 일도 없었다.

리사가 고등학교를 마쳤을 때

리사 아버지의 예전 환자였던 다카노가 리사를 서무로 고용했다.

노아는 리사에게 관심을 갖기 전에

그녀의 아름다운 글씨체에 먼저 관심을 보였다.

숫자 2를 그렇게 쓰는 여자와는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리사의 손끝에서 나란히 나오는 선들은

기호의 획들을 담아놓은 보이지 않는 상자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리사가 명세서에 평범한 글을 써놓아도

노아는 멈춰 서서 그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처럼 우아하게 글자를 쓰는 손 끝에 담긴 춤추는 영혼을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겨울날 저녁, 노아가 리사에게

저녁을 함께 먹자고 제의했을 때 리사는 충격을 받아 이렇게 대꾸했다.

"진심이에요?" 직원들 사이에 반 노부오는 화제의 중심이 되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거의 한결같은 태도 때문에

그에게 흥미를 가졌던 여자들도 오래전에 포기해버렸다.

식사를 두 번 같이하고, 아니 두 번도 같이하지 않아서

리사는 노아와 사랑에 빠져버렸고, 매우 내성적인 두 사람은 그 해 겨울에 결혼했다.

신혼 첫날밤, 리사는 겁에 질렸다.

"아플까요?"

"그럴 땐 그만하라고 말해줘. 당신을 아프게 하느니 내가 아픈게 나아, 여보."

두 사람은 그렇게 진정한 애정을 맛보고 나서야

얼마나 오랫동안 외롭게 살았는지를 깨달았다.

리사는 임신을 하면서 일을 그만두었고,

훌륭한 파친코 직원이었던 것처럼 유능하게 가정을 꾸려나갔다.

처음에는 쌍둥이 딸을 낳았고, 일 년 후에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 막내딸을 출산했다.

노아는 매달 이틀 동안 일 때문에 출장을 떠났지만

그 외에는 일주일에 6일 동안 코스모스에서 일하며 가정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술을 마시지 않았고 나이트클럽 같은 데에 가지도 않았다.

경찰을 접대하거나 파친코 기계 판매자들의 접대를 받지도 않았다.

노아는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이었고,

세금에서 기계 허가증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모든 사업 문제를 다룰 수 있었다.

게다가 탐욕스럼지도 않았다.

코스모스 사장은 노아가 술집에 드나들지 않아서 좋아했다.

당연히 리사는 감사했다.

남자를 낚아채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술집 마담에게

남편의 애정을 빼앗기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으니까.

모든 일본인 엄마들처럼 리사도 아이들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했고,

네 아이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리사는 건사할 어린 식구들이 많아서

가족 이외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었다.

아버지의 자살로 평범한 중산층 사회에서 쫓겨났지만,

이제는 그에 걸맞은 자신만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다시 만들어냈다.

결혼생활은 안정적이었고, 8년이라는 세월이 빠르게 흘러갔다.

노아 부부는 한 번도 다투지 않았다.

노아는 사랑했던 대학 시절의 여자친구만큼 리사를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다른 누군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노아는 새로운 가족들에게 항상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아내와 아이들을 두 번째 얻은 기회처럼 소중하게 여겼지만,

현재 자신이 새롭게 태어나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조선인으로 살았던 삶이 아직도 노아의 가슴속에 새카맣고

묵직한 바위처럼 박혀 있었다.

자신의 정체가 들통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하지만 영어 소설책을 읽는 것만은 그만둘 수가 없었다.

결혼한 후에는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지 않았다.

이제는 저렴한 식당에서 혼자 점심을 먹었다.

점심 식사 후에는 하루에 30분 동안 디킨스와 트롤럽, 혹은 괴테의 책을 다시 읽으며

자신이 본래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떠올렸다.

쌍둥이 두 딸이 일곱 살이 된 봄이었다.

가족은 일요일 날 마쓰마토 성으로 소풍을 갔다.

리사가 점점 더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드는 그녀의 어머니를 위해 계획한 나들이었다.

아이들은 집으로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어서 엄청 좋아했다.

의사의 미망인 이와무라는 결코 괜찮은 여자가 아니었다.

사실은 도움이 안 되는 사람에 가까웠다.

부드럽고 창백한 뺨에 선천적으로 붉은 입술,

염색한 검은 머리가 여전히 아이처럼 예쁜 사람이었다.

이와무라는 수수한 원피스에 카디건을 걸치고, 맨 위 단추만 잠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항상 생일 선물에 실망한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 어려 있었다.

그렇지만 절대 무지한 사람은 아니었다.

의사의 아내였고, 남편의 죽음으로 소중한 사회적 야망을 잃어버렸지만

유일한 자식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런 딸이 파친코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는지

부도덕한 사업에 종사하는 남자와 결혼했다.

이제는 더 이상의 신분 상승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다.

이와무라는 반 노부오를 처음 만났을 때

그 남자의 과거가 평범하지 않을 거라고 짐작했다.

반 노부오에게는 가족이 없었으니까. 반 노부오는 틀림없이 외국인이었다.

정체가 의심스러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예의 바른 태도 이면에 깔린 아련한 뭔가가 느껴져서 사랑하는 남편이 떠올랐다.

그래서 아무도 진실을 알아내지 못하는 한은

사위의 출신을 모르는 척해야 할 것만 같았다.

마쓰모토 성 앞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 지역에서 유명한 인기 안내원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하는 성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숱이 적은 하얀 눈썹에 등이 살짝 굽은

나이 많은 안내원이 이젤을 가져와서

포스터 크기만 한 사진들과 시각 자료들을 전시했다.

주먹밥 반쪽 외에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은 노아의 셋째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안내원을 향해 달려갔다.

리사는 빈 도시락을 챙겨 놓고

노아에게 고이치 옆에 서라고 했다.

여섯 살 된 작은 남자아이 고이치는 아주 잘생긴 얼굴에 두상도 예뻤다.

낯선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아서 누구와도 이야기를 잘했다.

한번은 시장에서 채소장수에게

엄마가 지지난주에 가지를 태웠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른들은 고이치와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실례합니다. 실례합니다!" 고이치는 성의 역사를 설명하는 안내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 사이로 작은 몸을 들이밀면서 소리 쳤다.

사람들은 아이가 맨 앞에 설 수 있도록 자리를 내줬다.

안내원이 고이치에게 미소를 짓고 설명을 계속했다.

고이치는 입을 살짝 벌린 채 안내원의 설명을 집중해서 들었고,

그동안 아이의 아버지는 뒤에 서 있었다.

안내원이 이젤에 전시해둔 다음 사진을 향해 몸을 돌렸다.

낡은 흑백 사진 속에서

마쓰모토 성은 무너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관중들이 그 유명한 사진에 숨을 헉하고 들이마셨다.

그 사진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관광객들과 아이들은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 웅장한 성이 이만큼 기울었을 때

모두가 다다 가스케의 저주를 떠올렸죠!"

안내원이 강조하려는 듯 거의 감겨 있던 두 눈을 크게 떴다.

그 지역 어른들은 잘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노에서는 부당한 세금에 반발해서 조쿄 소동을 주도했다가

어린 두 아들을 비롯한 27명과 함께

처형당한 17세기의 마쓰모토 촌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저주가 뭐예요?" 고이치가 물었다.

노아는 하고 싶을 때마다 질문을 던져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주의를 줬는데도

아이가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자 인상을 찌푸렸다.

"저주?" 안내원은 극적인 효과를 내려고 잠시 말을 멈췄다.

"저주는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거야.

도덕적인 힘이 담긴 저주가 가장 끔찍하지!

다다 가스케는 이 성에서

착취당하는 나가노의 선한 사람들을 구하려고 했을 뿐인데 부당하게 처형당했어!

다다 가스케는 죽음을 앞두고 탐욕스러운 미즈노 일족에게 저주를 걸었지!"

안내원은 자신의 이야기에 완전히 도취된 것 같았다.

고이치는 다른 질문하고 싶었지만 옆에 서 있는 쌍둥이 누나들이

오른쪽 팔꿈치 아래를 살짝 꼬집는 바람에 그만뒀다.

누나들은 고이치가 말을 너무 많이 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온 가족이 눈에 불을 켜고 고이치를 감시했다.

"다다 가스케가 죽은 지 거의 200년이 흐른 후,

지배층 모든 권력을 동원해서 그 순교자의 영혼을 달래 저주를 풀려고 했죠.

그게 효과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 성이 아직 똑바로 서 있으니까요!"

안내원은 극적으로 양손을 들어 올려 뒤쪽의 건물을 가르켰다.

관중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고이치는 포스터 크기만 한 기울어진 성 사진을 응시했다.

"어떻게요?" 어떻게 저주를 풀죠? 고이치가 참지 못하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누나 우메코가 고이치의 발을 밟았지만 고이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배층은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 다다 가스케가 순교자였다고 선언했고,

그에게 사후의 이름을 내렸죠. 동상도 만들었고요.

결국에는 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죠!"

고이치가 다시 입을 열었지만 이번에는 노아가 다가가

아들을 부드럽게 안아서 장모와 함께 벤치에 앉아 있는 아내에게 데려갔다.

고이치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지만 아직도 누가 안아주는 걸 좋아했다.

관중들이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였어요, 그렇죠?"

"그래." 노아가 대답했다.

노아는 아이를 안을 때마다 항상 모자수를 떠올렸다.

모자수는 둥근 머리를 노아의 어깨에 기댄 채

그의 팔 안에서 쉽게 잠들곤 했다.

"내가 저주를 걸 수도 있어요?" 고이치가 물었다.

"뭐라고?" 누구한테 저주를 걸고 싶은데?"

"우메코요. 누나가 일부러 내 발을 밟았어요."

"그건 누나가 나빴지만 저주를 받을 만큼 잘못한 건 아니야. 알았지?"

"하지만 저주를 풀 수도 있잖아요?"

"아, 그건 그렇게 쉬운게 아냐. 고이치.

다른 사람이 너한테 저주를 걸면 어떡할 거니?"

"그러네요." 고이치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누구보다 사랑하는 엄마를 발견하고 미소를 지었다.

리사는 자신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웨터를 뜨고 있었다.

소풍 가방들이 리사의 발치에 놓여 있었다.

노아의 가족은 성 주변을 걸어 다녔고, 아이들이 지루해하기 시작했을 때

약속한 대로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 노아의 가족 (나가노, 1969년 1월) 」 Pachinko 파친코 [Book 2. 조국] "Noahs Familie (Nagano, Januar 1969) Pachinko [Buch 2. Mutterland] Pachinko [Buch 2. Mutterland "Noah's Family (Nagano, January 1969) Pachinko [Book 2. Motherland] Pachinko [Book 2. "La familia de Noé" (Nagano, enero de 1969) Pachinko [Libro 2. Motherland] Pachinko [Libro 2. Motherland "La famiglia di Noè (Nagano, gennaio 1969)" Pachinko [Libro 2. Motherland]

🎵

파친코. Book 2. 조국. 노아의 가족. 나가노, 1969년 1월.

'코스모스 파친코' 사무실은

철제 캐비닛들과들과 책상들 사이사이에

사무직원들이 꽉 들어차 있어 꼭 미로 같았다.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가구들 속에서

문서정리부 책임자인 이와무라 리사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사실 전통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In fact, by traditional standards

리사는 얼굴과 몸매가 꽤 매력적인 여자였다. Lisa was a pretty attractive woman with a pretty face and body.

하지만 냉담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주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여자는 아니었다.

그 젊은 여자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거나 The young woman is as inconspicuous or

매력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것처럼 보였다.

항상 단정한 하얀 블라우스에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저렴한 검은 색 폴리에스테르 치마를 입었다.

거기에다 나이 든 여자나 신는 검정색 가죽 구두를 신었다.

겨울에는 회색 카디건 두 개 중 하나를

망토처럼 어깨에 걸치고 다녔고,

장신구라고는 종종 확인해보는 저렴한 은색 손목시계뿐이었다.

물론 어디 갈 곳이 있어서 시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Of course, she didn't check her watch because she had somewhere to go.

일을 할 때는 도움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았다.

상사의 요구를 정확하게 예측해서 누가 재촉하지 않아도 알아서 처리했다. Accurately foreseeing the boss's needs, she handled tasks without being pushed to do so.

노아는 거의 7년 동안 나가노에서 반 노부오라는 일본인으로 살았다.

코스모스 파친코 사장을 위해 부지런히 일하며

눈에 띄지 않는 소박한 인생을 꾸려나갔다. He led a simple, inconspicuous life.

노아는 가치 있는 일꾼이었고,

사장은 노아의 일에 간섭하거나 노아를 구속하려고 하지 않았다.

사장이 매년 1월에 노아에게 The president tells Noah every January

보너스를 주면서 꺼내는 유일한 잔소리는 결혼이었다.

노아 같은 나이와 지위의 남자는

자기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설교를 매년 했다.

노아는 자신을 고용했던 다카노가 사업 확장을 위해

나고야로 간 이후로 코스모스 파친코의 책임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친코 게임장 기숙사에서 살았고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Nevertheless, he lived in the dormitory of the Pachinko game room and ate in the cafeteria.

한수에게 받았던 와세다대학 수업료와 방세는 모두 갚았지만

엄마에게는 아직도 매달 돈을 보내고 있었다.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자신에게 돈을 쓰지 않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장의 새해 설교를 듣고 났을 때

노아는 사장의 말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실은 리사를 눈여겨보고 있던 참이었다.

리사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슬픈 추문이 있는 중산층 집안 출신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 Everyone knew that she came from a middle-class family with a sad scandal.

리사가 열네 살쯤 됐을 때 동네 병원 의사였던 사랑하는 아버지가

독감 유행 시기에 환자 두 명에게 적절하지 못한 약을 처방해서 사망에 이르게 했다. During the flu epidemic, two patients were prescribed the wrong drug, leading to death.

그 일로 의사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남은 가족은 오명과 가난에 시달리게 되었다.

리사는 사실상 결혼할 수가 없었다.

가족 중에 자살한 사람이 있으며

집안에 정신 병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게다가 더 나쁜 것은 리사의 아버지가 너무나 수치스러운 일을 저질러서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소문이었다.

친척들도 장례식에 오지 않았고 더 이상 리사와 리사의 어머니를 찾아오지 않았다.

리사의 어머니는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볼 일을 보러 나가는 일도 없었다.

리사가 고등학교를 마쳤을 때

리사 아버지의 예전 환자였던 다카노가 리사를 서무로 고용했다. Takano, a former patient of Risa's father, hired Risa as a secretary.

노아는 리사에게 관심을 갖기 전에

그녀의 아름다운 글씨체에 먼저 관심을 보였다.

숫자 2를 그렇게 쓰는 여자와는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I had no choice but to fall in love with a woman who wrote the number 2 like that.

리사의 손끝에서 나란히 나오는 선들은

기호의 획들을 담아놓은 보이지 않는 상자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리사가 명세서에 평범한 글을 써놓아도

노아는 멈춰 서서 그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처럼 우아하게 글자를 쓰는 손 끝에 담긴 춤추는 영혼을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For he could recognize the dancing soul at the tip of her hand that wrote so gracefully.

어느 겨울날 저녁, 노아가 리사에게

저녁을 함께 먹자고 제의했을 때 리사는 충격을 받아 이렇게 대꾸했다.

"진심이에요?" 직원들 사이에 반 노부오는 화제의 중심이 되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거의 한결같은 태도 때문에

그에게 흥미를 가졌던 여자들도 오래전에 포기해버렸다.

식사를 두 번 같이하고, 아니 두 번도 같이하지 않아서 We ate together twice, no, not even twice

리사는 노아와 사랑에 빠져버렸고, 매우 내성적인 두 사람은 그 해 겨울에 결혼했다.

신혼 첫날밤, 리사는 겁에 질렸다.

"아플까요?"

"그럴 땐 그만하라고 말해줘. 당신을 아프게 하느니 내가 아픈게 나아, 여보."

두 사람은 그렇게 진정한 애정을 맛보고 나서야

얼마나 오랫동안 외롭게 살았는지를 깨달았다.

리사는 임신을 하면서 일을 그만두었고,

훌륭한 파친코 직원이었던 것처럼 유능하게 가정을 꾸려나갔다.

처음에는 쌍둥이 딸을 낳았고, 일 년 후에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 막내딸을 출산했다.

노아는 매달 이틀 동안 일 때문에 출장을 떠났지만

그 외에는 일주일에 6일 동안 코스모스에서 일하며 가정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술을 마시지 않았고 나이트클럽 같은 데에 가지도 않았다.

경찰을 접대하거나 파친코 기계 판매자들의 접대를 받지도 않았다.

노아는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이었고,

세금에서 기계 허가증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모든 사업 문제를 다룰 수 있었다. he was able to handle all complex business issues, from taxes to machine permits.

게다가 탐욕스럼지도 않았다.

코스모스 사장은 노아가 술집에 드나들지 않아서 좋아했다.

당연히 리사는 감사했다.

남자를 낚아채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술집 마담에게

남편의 애정을 빼앗기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으니까.

모든 일본인 엄마들처럼 리사도 아이들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했고,

네 아이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리사는 건사할 어린 식구들이 많아서

가족 이외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었다.

아버지의 자살로 평범한 중산층 사회에서 쫓겨났지만,

이제는 그에 걸맞은 자신만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다시 만들어냈다.

결혼생활은 안정적이었고, 8년이라는 세월이 빠르게 흘러갔다.

노아 부부는 한 번도 다투지 않았다.

노아는 사랑했던 대학 시절의 여자친구만큼 리사를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다른 누군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노아는 새로운 가족들에게 항상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아내와 아이들을 두 번째 얻은 기회처럼 소중하게 여겼지만,

현재 자신이 새롭게 태어나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조선인으로 살았던 삶이 아직도 노아의 가슴속에 새카맣고

묵직한 바위처럼 박혀 있었다.

자신의 정체가 들통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There wasn't a day when he wasn't caught in the fear that his identity might be revealed.

하지만 영어 소설책을 읽는 것만은 그만둘 수가 없었다. But he couldn't stop reading English novels.

결혼한 후에는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지 않았다. After marriage, I did not eat in the cafeteria.

이제는 저렴한 식당에서 혼자 점심을 먹었다.

점심 식사 후에는 하루에 30분 동안 디킨스와 트롤럽, 혹은 괴테의 책을 다시 읽으며

자신이 본래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떠올렸다.

쌍둥이 두 딸이 일곱 살이 된 봄이었다.

가족은 일요일 날 마쓰마토 성으로 소풍을 갔다.

리사가 점점 더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드는 그녀의 어머니를 위해 계획한 나들이었다.

아이들은 집으로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어서 엄청 좋아했다.

의사의 미망인 이와무라는 결코 괜찮은 여자가 아니었다.

사실은 도움이 안 되는 사람에 가까웠다.

부드럽고 창백한 뺨에 선천적으로 붉은 입술, Congenital red lips on soft, pale cheeks,

염색한 검은 머리가 여전히 아이처럼 예쁜 사람이었다.

이와무라는 수수한 원피스에 카디건을 걸치고, 맨 위 단추만 잠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항상 생일 선물에 실망한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 어려 있었다.

그렇지만 절대 무지한 사람은 아니었다.

의사의 아내였고, 남편의 죽음으로 소중한 사회적 야망을 잃어버렸지만

유일한 자식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런 딸이 파친코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는지 Wasn't it enough for such a daughter to start working in Pachinko?

부도덕한 사업에 종사하는 남자와 결혼했다.

이제는 더 이상의 신분 상승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다.

이와무라는 반 노부오를 처음 만났을 때

그 남자의 과거가 평범하지 않을 거라고 짐작했다.

반 노부오에게는 가족이 없었으니까. 반 노부오는 틀림없이 외국인이었다.

정체가 의심스러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예의 바른 태도 이면에 깔린 아련한 뭔가가 느껴져서 사랑하는 남편이 떠올랐다. But behind that polite attitude, I felt something vague and reminded me of my beloved husband.

그래서 아무도 진실을 알아내지 못하는 한은

사위의 출신을 모르는 척해야 할 것만 같았다.

마쓰모토 성 앞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 지역에서 유명한 인기 안내원이 A popular guide who is famous in the area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하는 성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숱이 적은 하얀 눈썹에 등이 살짝 굽은

나이 많은 안내원이 이젤을 가져와서

포스터 크기만 한 사진들과 시각 자료들을 전시했다. Poster-sized photographs and visual materials were displayed.

주먹밥 반쪽 외에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은 노아의 셋째 아이가 Noah's third child ate almost nothing but half a rice ball

자리에서 일어나 안내원을 향해 달려갔다.

리사는 빈 도시락을 챙겨 놓고

노아에게 고이치 옆에 서라고 했다.

여섯 살 된 작은 남자아이 고이치는 아주 잘생긴 얼굴에 두상도 예뻤다.

낯선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아서 누구와도 이야기를 잘했다.

한번은 시장에서 채소장수에게

엄마가 지지난주에 가지를 태웠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른들은 고이치와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실례합니다. 실례합니다!" 고이치는 성의 역사를 설명하는 안내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 사이로 작은 몸을 들이밀면서 소리 쳤다.

사람들은 아이가 맨 앞에 설 수 있도록 자리를 내줬다.

안내원이 고이치에게 미소를 짓고 설명을 계속했다.

고이치는 입을 살짝 벌린 채 안내원의 설명을 집중해서 들었고,

그동안 아이의 아버지는 뒤에 서 있었다.

안내원이 이젤에 전시해둔 다음 사진을 향해 몸을 돌렸다.

낡은 흑백 사진 속에서

마쓰모토 성은 무너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관중들이 그 유명한 사진에 숨을 헉하고 들이마셨다. The crowd gasped and inhaled at the famous photo.

그 사진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관광객들과 아이들은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 웅장한 성이 이만큼 기울었을 때 "When this majestic castle leaned this far

모두가 다다 가스케의 저주를 떠올렸죠!" Everyone remembered Dada Gassuke's curse!"

안내원이 강조하려는 듯 거의 감겨 있던 두 눈을 크게 떴다.

그 지역 어른들은 잘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노에서는 부당한 세금에 반발해서 조쿄 소동을 주도했다가

어린 두 아들을 비롯한 27명과 함께

처형당한 17세기의 마쓰모토 촌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No one was unaware of the execution of the 17th-century village chief Matsumoto.

"저주가 뭐예요?" 고이치가 물었다.

노아는 하고 싶을 때마다 질문을 던져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주의를 줬는데도 Noah had warned him several times not to ask questions whenever he wanted to.

아이가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자 인상을 찌푸렸다.

"저주?" 안내원은 극적인 효과를 내려고 잠시 말을 멈췄다.

"저주는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거야.

도덕적인 힘이 담긴 저주가 가장 끔찍하지! Curse of moral power is the most terrifying!

다다 가스케는 이 성에서

착취당하는 나가노의 선한 사람들을 구하려고 했을 뿐인데 부당하게 처형당했어!

다다 가스케는 죽음을 앞두고 탐욕스러운 미즈노 일족에게 저주를 걸었지!" Before his death, Tada Kasuke cursed the greedy Mizuno clan!"

안내원은 자신의 이야기에 완전히 도취된 것 같았다. The docent seemed completely intoxicated with his story.

고이치는 다른 질문하고 싶었지만 옆에 서 있는 쌍둥이 누나들이

오른쪽 팔꿈치 아래를 살짝 꼬집는 바람에 그만뒀다. he stopped when they pinched the bottom of his right elbow slightly.

누나들은 고이치가 말을 너무 많이 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온 가족이 눈에 불을 켜고 고이치를 감시했다. The whole family kept their eyes open to watch over Koichi.

"다다 가스케가 죽은 지 거의 200년이 흐른 후,

지배층 모든 권력을 동원해서 그 순교자의 영혼을 달래 저주를 풀려고 했죠. He used all the power of the ruling class to appease the martyr's soul and lift the curse.

그게 효과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 성이 아직 똑바로 서 있으니까요!" That seems to have worked. Because this castle is still standing upright!"

안내원은 극적으로 양손을 들어 올려 뒤쪽의 건물을 가르켰다.

관중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고이치는 포스터 크기만 한 기울어진 성 사진을 응시했다. Koichi stared at a picture of a tilted castle the size of a poster.

"어떻게요?" 어떻게 저주를 풀죠? 고이치가 참지 못하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누나 우메코가 고이치의 발을 밟았지만 고이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배층은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 다다 가스케가 순교자였다고 선언했고,

그에게 사후의 이름을 내렸죠. 동상도 만들었고요.

결국에는 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죠!" In the end, they had no choice but to admit the truth!"

고이치가 다시 입을 열었지만 이번에는 노아가 다가가 Koichi opened his mouth again, but this time Noah approached

아들을 부드럽게 안아서 장모와 함께 벤치에 앉아 있는 아내에게 데려갔다.

고이치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지만 아직도 누가 안아주는 걸 좋아했다.

관중들이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였어요, 그렇죠?"

"그래." 노아가 대답했다.

노아는 아이를 안을 때마다 항상 모자수를 떠올렸다. Whenever Noah held a child, he always remembered Mozasu.

모자수는 둥근 머리를 노아의 어깨에 기댄 채

그의 팔 안에서 쉽게 잠들곤 했다. He used to fall asleep easily in his arms.

"내가 저주를 걸 수도 있어요?" 고이치가 물었다.

"뭐라고?" 누구한테 저주를 걸고 싶은데?"

"우메코요. 누나가 일부러 내 발을 밟았어요." "Umekoyo. My sister deliberately stepped on my foot."

"그건 누나가 나빴지만 저주를 받을 만큼 잘못한 건 아니야. 알았지?"

"하지만 저주를 풀 수도 있잖아요?"

"아, 그건 그렇게 쉬운게 아냐. 고이치. "Oh, it's not that easy. Koichi.

다른 사람이 너한테 저주를 걸면 어떡할 거니?"

"그러네요." 고이치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누구보다 사랑하는 엄마를 발견하고 미소를 지었다. he smiled when he encountered his mother who he loved more than anyone else.

리사는 자신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웨터를 뜨고 있었다. Lisa was knitting a sweater while talking to her mother.

소풍 가방들이 리사의 발치에 놓여 있었다.

노아의 가족은 성 주변을 걸어 다녔고, 아이들이 지루해하기 시작했을 때

약속한 대로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