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 use cookies to help make LingQ better. By visiting the site, you agree to our cookie policy.


image

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재회 그리고 새로운 생활 (오사카, 1933년 4월) 」 Pachinko, author Min Jin Lee. 파친코, 이미정 옮김 [Book 1. 고향]

「재회 그리고 새로운 생활 (오사카, 1933년 4월) 」 Pachinko, author Min Jin Lee. 파친코, 이미정 옮김 [Book 1. 고향]

🎵

파친코. Book 1. 고향. 재회 그리고 새로운 생활.

오사카 1933년 4월.

백요셉은 체종을 한쪽 발에서 다른 쪽 발로 바꿔 가면서 오사카 기차역을 왔다 갔다 했다. 마치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 같았다. 친구와 함께 왔다면 산들 바람을 쐬면서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혼자였다. 요셉은 원래 자연스럽게 누구하고나 말을 섞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일본어가 아무리 능숙해져도 조선인 특유의 억양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어떤 일본인에게 다가가도 정중한 미소를 얻어낼 수 있는 외모였지만 뭐라고 한마디만 해도 조선인 이라는 게 탄로나 환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결국 그는 조선인이었고, 불행하게도 일본인에게 있어 조선인은 성격이 얼마나 좋든 간에 교활하고 영악한 종족이었다.

공정하고 마음이 착한 일본인도 많았지만 그들도 외국인을 경계했다. 특히 똑똑한 사람들을 조심해야 해. 그런 조선인은 타고난 말썽꾼들이 야. 요셉은 일본에서 10년 이상 살면서 그런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그만큼 한심한 소리도 없다고 생각하고 넘겨버렸다. 오사카 역의 순찰원은 요셉의 불안한 모습을 주시했지만, 열차 도착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이 범죄는 아니었다.

경찰은 요셉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요셉의 행동거지와 옷차림으로 봐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일본인과 조선인을 구별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모든 조선인은 그게 헛소리라를 걸 알고 있었다. 누구든지 일본인을 흉내 낼 수 있었다. 요셉은 오사카의 단정한 노동자처럼 수수한 바지에 서양식 셔츠, 조금도 닳지 않은 무거운 모직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오래전 부모님이 평양에 양복점에서 특별히 주문해준 값비싼 양복은 한쪽으로 치워뒀다.

지난 6년 동안 요셉은 서른 명의 소녀와 남자 둘이 일하는 비스킷 공장에서 감독관으로 일해왔다. 일터에서는 깔끔하게 차려입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상사인 시마무라 씨보다 옷을 잘 입을 필요는 없었다. 시마무라 씨는 요셉을 대신할 사람은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고 아침마다 말하고 냈다. 매일 시모노세키에서 출발하는 열차와 제주도에서 오는 배들은 배고픈 조선인들을 오사카로 불러들였고, 시마무라 씨는 그중에서 제일 괜찮은 일꾼을 데려다 쓸 수 있었다.

요셉은 동생이 도착하는 일요일에 일을 쉴 수 있다는것에 감사했다. 아내 경희는 집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따라왔을 것이다. 두 사람은 이삭이 어떤 소녀와 결혼했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 소녀가 처한 상황은 충격적이었지만, 이삭의 결정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가족들은 이삭의 이타적인 행동에 익숙했다. 이삭은 어렸을 때부터 기회만 생기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식과 물건을 모두 내주는 아이였다. 그 어린 소년은 어린 시절을 병상에서 책을 읽으며 보냈다. 옻칠한 대추나무 쟁반에 담긴 풍성한 식사가 빈 그릇이 되어 부엌으로 돌아왔지만, 아이는 늘 젓가락처럼 비쩍 마른 상태였다. 이삭이 하인들에게 자기 밥을 푸짐하게 덜어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결혼은 지나친 것처럼 보였다. 다른 남자의 아이 아버지가 되겠다니! 아내 경희는 그 여자가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때까지는 섣불리 판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삭과 매우 닮은 아내는 흠이 있는 사람에게 다정한 사람이었다.

시모노세키 열차가 역에 도착하자 기다리던 군중들이 조직적으로 정확하게 흩어졌다. 짐꾼 들은 특실 승객을 돕기 위해 달려갔다. 요셉 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이삭이 우뚝 서 있었다. 회색 중절모가 이삭의 아름다운 머리 위에 비딱하게 얹혀 있었고, 거북등껍질테 안경은 곧은 코에 낮게 걸려 있었다. 이삭은 주위 사람들을 훑어보다가 요셉을 발견하고는 앙상한 오른손을 높이 들어 흔들었다.

요셉이 이삭에게 달려갔다.

소년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 이삭은

요셉이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모습보다 훨씬 더 앙상했다.

창백한 피부는 좀 더 올리브빛을 띠었고, 부드럽게 미소 짓는

눈 주위에 주름이 잡혔다.

이삭은 큰형 사무엘을 신기할 정도로 많이 닮은 모습이었다.

가족의 재단사가 손수 만든 서구식 정장이 이삭의 핼쑥한 몸에

헐렁하게 걸쳐져 있었다.

요셉이 11년 전에 두고 떠났던 수줍음 많고 병약한 소년은

어느새 키가 큰 신사로 자라 있었다.

최근에 크게 앓아서 그런지 몸이 더 수척해진 것 같았다.

요셉은 빼빼마른 동생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부모님은 어떻게 저 아이를 오사카에 보낼 수 있었을까?

내가 왜 저 아이에게 오사카로 오라고 고집을 부렸을까?

요셉은 두 팔로 동생을 끌어안았다.

일본에서 요셉이 친밀하게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아내뿐이었다.

이제는 이렇게 혈육이 곁에 있는 것이다.

요셉은 귓가에 닿는 동생의 까칠한 피부를 느낄 수 있는 것이

기쁘고 또 좋았다.

동시에 어리게만 생각했던 동생 얼굴에 수염이나 있어서

요셉은 깜짝 놀랐다.

많이 컸구나! 두 사람은 서로를 마지막으로 본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는 생각에 웃음을 터뜨렸다.

"형." 이삭이 말했다.

"이삭, 드디어 왔구나. 정말 기뻐." 이삭은 활짝 웃으며

형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나보다 훨씬 커졌잖아. 건방지게 말이야!"

이삭은 일부러 사과하는 척하며 허리를 굽혔다.

선자는 보따리를 들고 서 있었다. 형제들의

편안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자 마음이 놓였다.

이삭의 형 요셉은 재미있는 사람 같았다.

요셉의 농담을 듣고 있자니 하숙생 뚱보가 살짝 떠올랐다.

뚱보는 선자가 이삭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거실 바닥에서 철퍼덕 소리를 내며 기절하는 척했다.

그러다가 잠시 후에 선자의 손에

2엔을 쥐어 주며 오사카에 가서 남편과 맛있는 것을 사 먹으라고 했다.

2엔은 뚱보가 이틀을 일해서 버는 돈보다 큰 금액이었다.

"일본에서 달콤한 떡을 묵을 때 영도에서 외로움과 슬픔에 젖어

널 그리워할 날을 잊지 말으라고. 이 뚱보의 맴이 낚싯바늘에 걸린

어린 새끼 농어의 입처럼 얼마나 찢어질 듯 아플지 생각해보드라고 잉."

뚱보는 주먹으로 눈을 문지르고 엉엉 소리 내며 우는 척했다.

다른 정 씨 형제들이 뚱보에게 입 다물라고 말하더니, 두 사람도

결혼 선물이라며 그녀에게 2엔을 주었다.

"게다가 결혼까지 했지!" 요셉은 이삭 옆의 작은 소녀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선자는 요셉에게 인사를 했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요셉이 말했다.

"예전엔 아버지를 따라 다니던 아주 작은 아이였는데.

다섯 살인가 여섯 살쯤 됐을 때죠?

나 기억나요?" 선자는 기억을 떠올려봤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고개를 흔들었다.

"당신 아버지를 아주 잘 기억하고 있어요.

돌아가셨다니 참 안타깝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참 좋았어요.

당신 아버지는 말수는 적었지만 신중하게 말씀하시는 분이셨죠.

그리고 당신 어머니는 요리 솜씨가 정말 좋아고요."

선자는 눈을 내리깔았다. "저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가 너그럽게 절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달라 하셨어예."

"당신과 당신 어머니는 이삭의 생명을 구했어요.

선자 씨, 고마워요. 우리 가족은

당신 가족에게 무척 감사하고 있어요."

요셉은 무거운 짐을 이삭한테서 받아들었고,

이삭은 선자의 보따리를 들었다.

요셉은 선자의 배가 부른 것을 알아차렸지만

임신을 한 것이 확실해 보이지는 않았다.

요셉은 역 출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녀는 몸을 함부로 굴리는 여자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말이 많지도 않았다.

너무 겸손하고 평범해 보여서 요셉은

그녀가 아는 사람에게 강간당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을 당했다면 잘못된 행실로 남자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비난받았을 수도 있다.

"형수님은 어디 있어요?"

이삭은 존경하는 형수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집에서 식사 준비 중이야. 배고프니?

이웃 사람들은 우리 주방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질투가 나서 죽으려고 할 거다."

이삭은 존경하는 형수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선자는 자신의 옷차림을 힐끗꺼리는 해인들의 시선에

윗옷을 더 바짝 끌어당겼다.

여기에는 한복을 입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형수님은 훌륭한 요리사야."

이삭은 선자에게 형수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요셉은 사람들이 선자를 힐끗거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새 옷이 필요할 것 같았다.

"집에 가자! 요셉은 바로 두 사람을 역 바깥으로 데리고 나왔다.

오사카 역 맞은편에는 노면 전차가 잔뜩 오갔고,

보행자들이 떼거리로 주출입구를 드나들었다.

선자는 조심스럽게 군중들을 헤쳐나가는 형제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들이 전차를 향해 걸어갈 때 선자는

잠시 뒤돌아서서 기차역을 바라보았다.

서양식 건축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돌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거대한 짐승 같았다.

그녀가 크다고 생각했던 시모노세키 역은 이 거대한 구조물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자들의 걸음이 빨라서 선자는 그들을 따라잡으려고

종종걸음을 쳐야 했다. 전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선자는 이미 상상 속에서 오사카에 와본 적이 있었다.

시모노세키행 여객선과 오사카 열차,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소년을 앞질러 갈 수 있는 전차도 상상 속에서는 벌써 타 보았다.

쌩쌩 스쳐지나가는 자동차들은 한수가 말했던 것처럼

바퀴달린 금속 황소 같아 보였다.

선자는 시골 처녀였지만 이 모든 것을 한수의 이야기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복을 입은 개표원과 출입국 관리자, 짐꾼,

전차, 전기 렘프, 등유 난로나 전화기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자는 새로운 땅에서 싹을 틔워 햇살을 받으려고

곧게 피어나는 묘목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

요셉은 선자를 전차 뒤쪽에 하나 남은 빈 좌석으로 데려가 앉히고

선자는 이삭한테서 보따리를 받아들어 무릎에 올렸다.

형제는 나란히 서서 가족들의 소식을 나누었다.

선자는 남자들의 대화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보따리를 가슴과 배에 바싹 끌어안고,

소지품을 감싼 천에서 배어나오는

고향의 향기를 들이마셨다.

오사카 시내의 넓은 거리에는 낮은 벽돌 건물과

멋진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부산에 정착한 일본인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이곳에는 훨씬 더 많았다.

역에는 멋진 서양 옷을 입은 청년들이 많아서

이삭이 옷이 낡고 케케묵은 것처럼 보였다.

화려한 기모노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들을 동희가 봤다면

그 탁월한 색과 자수에 감탄했을 것이다.

부산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가난한 일본인들도 있었다.

그 남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에 침을 뱉었다.

선자는 전차를 타고 가는 길이 아주 짧게 느껴졌다.

일행은 조선인들이 사는 빈민가 이카이노에서 내렸다.

요셉이 사는 동네는 전철 안에서 본 멋진 집들이나 풍경과

전혀 다른 곳이었다.

동물 냄새가 음식 냄새는 물론 화장실 냄새보다도 더 지독하게 났다.

선자는 코와 입을 가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카이노는 일종의 잘못 만들어진 마을이었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판잣집들은 모두 똑같이 값싼 자재들로

엉성하게 지어져 있었다.

현관 계단을 깨끗하게 청소해놓거나 창문을 반질반질하게 닦아 놓은 집도

군데군데 있었지만, 대부분의 집들은 엉망으로 망가져 있었다.

무광택 신문지와 타르지가 창문 안쪽을 덮고 있었고,

지붕에 사용된 금속은 녹슬어 있었다.

집들은 거주자들이 값싼 자재나 주운 자재로 직접 지어 올려

오두막이나 텐트와 다를 바가 없었다.

임시로 만든 강철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봄날치고는 따뜻한 저녁이었다. 넝마를 반쯤 걸친 아이들은 술에 취해

골목에서 잠든 남자를 무시한 채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요셉의 집에서 멀지 않은 현관 계단에서는 어린아이가 변을 보고 있었다.

요셉과 경희는 지붕이 약간 뾰족한 상자 같은 오두막집에 살았다.

오두막집의 나무틀은 골이 진 강철로 덮여 있었다.

금속 덮개가 있는 합판 이 현관문이었다.

"이곳은 돼지들과 조선인들만 살 수 있는 곳이야."

요셉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고향집 같지 않지?"

"아니, 우리는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이삭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불편을 끼쳐서 미안해."

선자는 요셉과 그의 아내가 얼마나 가난한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공장 감독이 이렇게 가난한 곳에서 산다는 것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본인들은 괜찮은 땅을 조선인들에게 임대해주지 않아.

난 8년 전에 이 집을 샀어. 이곳에서 집을 소유한 조선인은 우리 뿐일 거야.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지."

"왜?" 이삭이 물었다. "집주인이라는게 알려지면 좋을 게 없어.

여기서 집주인은 나쁜 놈들이거든.

모두가 집주인을 싫어해. 나는

여기로 이사 왔을 때 아버지가 준 돈으로 이 집을 샀어.

지금은 이 집을 살 여유가 없지."

창문에 타르지를 바른 옆집에서 꿀꿀거리는 돼지 소리가 들렸다.

"이웃집에서 돼지를 길러. 아이들도 함께 살지."

"아이들이 몇 명 이야?"

아이 넷과 돼지 세 마리."

"다 한집에 있어?" 이삭이 속삭이듯 물었다.

요셉이 눈썹을 치켜 올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집값이 그렇게 비쌀 리가 없어." 이삭이 말했다.

이삭은 선자와 아기를 위해 집을 빌릴 계획이었다.

"세입자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새로 지불해야 해.

식품 가격도 고향에서보다 훨씬 비싸고."

한수는 오사카에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선자는 크게 놀라고 있었다.

그때 부엌으로 이어진 옆문이 열리더니 경희가 바깥을 내다보았다.

경희가 들고 있던 양동이를 문 옆에 내려놓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어머나! 거기 서서 뭐하고 있어요? 들어와요, 어서!

세상에! 경희는 이삭에게 달려가 이삭의 얼굴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너무 행복해요. 드디어 왔네요."

"아멘." 경희는 이삭을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고,

이삭은 그런 경희가 자기 얼굴을 어루만지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내가 집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봤던 모습 그대로네요!

어서 집 안으로 들어와요!"

그녀는 장난스럽게 이삭에게 명령하고는 선자를 돌아보았다.

"동생이 있었으면 하고 얼마나 간절하게 원했는지 몰라요.

여기서는 같은 여자끼리 이야기할 수가 없어서

얼마나 외로웠는지 모른답니다."

경희가 말했다. "기차를 타지 못했을까 봐 걱정했어요.

기분이 어때요? 피곤해요? 배고프죠?

경희는 선자의 손을 잡고 남자들을 따라갔다.

선자는 이렇게 따뜻한 대접을 받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경희는 감 씨처럼 빛나는 눈과 아름다운 입매,

하얀 작약 같은 피부를 가진 아름다운 여자였다.

선자보다 12살이 많았지만 훨씬 더 매력적이고 활기차 보였다.

부드러운 검은 머리를 나무 핀으로

곱게 말아 올리고 옅은 파란색 서양식 옷 위에 면 앞치마를 두르고 있어서,

서른한살 먹은 주부라기보다는 마치 여학생처럼 보였다.

경희는 등유 난로 위에 놓인 놋쇠 찻주전자로 손을 뻗었다.

"역에서 마실 것이나 먹을 것을 사줬어요?"

경희가 남편에게 물으며 테라코타 컵 네 잔에 차를 따랐다.

"가능한 한 빨리 집에 왔다고 했잖아!"

요셉이 웃으며 답했다. "정말 못 쓸 사람이네! 됐어요, 뭐.

지금은 너무 행복해서 잔소리도 하기 싫네요.

서방님 가족을 집에 데려왔으니 됐어요."

경희는 선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년은 판판한 얼굴에 쌍꺼풀이 없는 가는 눈,

조그마한 몸집을 가진 평범한 여자처럼 보였다.

선자는 못생긴 것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여자도 아니었다.

선자의 얼굴과 목, 발목은 심하게 부어 있었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희는 그런 그녀가 안쓰러워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선자의 땋아 내린 두 갈래 머리카락은

평범한 삼으로 만든 끈으로 묶여 있었다.

선자의 불룩 솟아있는 배를 보며

경희는 배 속의 아이가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경희가 차를 건네주자 선자는 떨리는 두 손으로

컵을 받아들며 고개를 숙였다.

"춥죠? 옷을 많이 입지 않았네요."

경희는 낮은 밥상 근처에 방석을 내려놓고 선자를 거기에 앉혔다.

그러고는 선자의 무릎 위에 초록색 이불을 덮어주었다.

선자는 뜨거운 보리차를 홀짞거렸다.

외관과 달리 집 안은 편안했다.

많은 하인이 있는 집안에서 자란 경희는 남편을 위해

집을 청결하고 사람의 마음을 끄는 장소로 꾸미라고 배웠다.

단둘뿐이지만 두 사람이 사는 집에는

다다미 여섯 장짜리 방이 세 칸이나 있었다.

다다미 두 장짜리 방에서 열 명이 같이 자야하는

이 동네의 수준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경희와 그녀의 남편이 자란 고향 의 웅장한 집에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것이었다.

경희와 요셉은 아들과 함께 조선의 경성으로 이주한다는 아주 가난한 일본인 과부 한테서 이 집을 샀다.

이카이노에는 아주 다양한 조선인들이 살았고,

두 사람은 그런 사람들 틈에서

사기와 범죄를 조심하는 법을 배웠다.

"아무한테도 돈을 빌려 주지 마."

요셉은 자신의 말에 어리둥절해하는 이삭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먹고 나서 얘기하는 게 어때요?"

다들 금방 도착했잖아요." 경희가 간청했다.

"여분의 돈이나 귀중품이 있다면 알려줘. 따로 보관해줄게.

난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어. 여기 사는 사람들은

모두 돈과 옷, 살 곳과 음식이 필요해.

네가 그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어.

우리가 어떤 식으로 자라났든 상관없어.

우리는 교회에 기부를 해왔고

교회는 사람들에게 가진 것을 나누어 줘야만 했지.

넌 여기 상황이 어떤지 잘 이해하지 못할 거야.

이웃들과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게 좋아.

집 안에 낯선 사람을 절대 들이지 말고."

요셉이 이삭과 선자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이 규칙들을 지켜주면 좋겠어.

넌 관대한 사람이지만 그래서 위험할 수 있어. 우리한테

여분의 돈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면 우리 집에 도둑이 들 거야.

우리 넉넉하지 않아. 이삭, 항상 조심해야 해.

기부를 시작하면 결코 멈출 수가 없어. 여기 사람들 중에

일부는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해.

돈이 떨어지면 여자들은 필사적이 되지. 나는 그들을 비난하지 않아.

하지만 우리는 우리 부모님과 경희 부모님을 먼저 돌봐야 해."

"나 때문에 곤경에 처한 적이 있어서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경희가 말했다.

"무슨 뜻이에요?" 이삭이 물었다.

"내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이웃들에게 음식을 나눠줬어요. 그러자 사람들이 매일 음식을 달라고 오더라고요.

내가 남편의 다음 날 점심으로 음식을 보관해두는 걸 다들 이해하지 못했죠.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이 우리 집에 침입해 들어와서

마지막 남은 감자 봉지를 가져갔어요.

그들은 자기들이 한 짓이 아니라고 했지만 . . ."

"그들은 굶주리고 있었군요." 이삭은 이해하려고 애쓰며 말했다.

요셉은 화가 난 것 같았다. "우리 모두 굶주리고 있어.

그들은 도둑질을 한 거야.

그들이 조선인이라고 우리 친구는 아니야. 다른 조선인들을 조심해야 해.

나쁜 사람들은 경찰이 우리들의 불만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아.

우리 집은 두 번이나 털렸어. 경희는 보석을 잃어버렸고."

요셉은 다시 경고하는 눈빛으로 이삭을 바라보았다.

"여자들은 하루 종일 집안에 있어.

그래서 나는 돈이나 다른 귀중품들을 절대 집에 두지 않아."

경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음식을 나눠 줬다고 결혼반지와 어머니의 옥 머리핀, 팔찌를

도둑맞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두 번째로 도둑이 든 후, 요셉은 며칠 동안 그녀에게 화를 냈다.

"생선을 구울 게요. 먹으면서 이야기 하는게 어때요."

그녀는 미소를 짓고 뒷문 옆의 작은 부엌으로 향했다.

"저도 도울까예." 선자가 물었다.

경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선자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경희가 속삭였다. "이웃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에요. 남편은 신중하게 행동하라고 그런 거예요.

그이가 그런 일들을 더 잘 알고 있죠.

그이는 우리가 여기 사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기를 바라요.

하지만 난 그렇지 않을 거예요. 나는 혼자서 너무 외롭게 지냈어요.

당신이 와서 정말 좋아요.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겠죠!"

경희의 눈빛이 빛났다. "이 집에서 아이가 태어날 거고, 난 큰엄마가 될거예요.

이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겠어요."

경희의 아름다운 얼굴 위로 비통한 감정이 선명하게 드러났지만,

고난과 가난을 겪으면서 경희는 훨씬 더 강해졌다.

오랜 세월 동안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이삭은 선자에게 경희와 요셉이 원하는 모든 것은 아이라고 말했다.

부엌에는 난로와 빨래통 하나, 도마가 있을 뿐이었다.

영도의 부엌에 비하면 아주 좁은 공간이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설 자리는 충분했지만 많이 움직일 수는 없었다.

선자는 소매를 걷어올리고 바닥에 있는 임시변통의 개수대에서

호스로 손을 씻었다.

야채를 삶고 생선을 구워야 했다.

"선자야." 경희가 선자의 팔에 가볍게 손을 댔다.

"이제부터 언니 동생 사이로 지내자."

이미 마음속 깊이 헌신이 뿌리 내린 어린 소녀는

경희의 말에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는 경희가 준비해둔 요리가 펼쳐져 있었다.

그것을 보자 선자는 오늘 처음 허기를 느꼈다.

경희가 냄비 뚜껑을 집어들어 흰쌀밥을 보여주었다.

"오늘만이야. 동생이 여기 온 첫날이니까.

이제 이곳이 동생 집이야."

[음악]

[음악]

「재회 그리고 새로운 생활 (오사카, 1933년 4월) 」 Pachinko, author Min Jin Lee. 파친코, 이미정 옮김 [Book 1. 고향] "Wiedersehen und neues Leben (Osaka, April 1933)" Pachinko, Autor Min Jin Lee. Pachinko, übersetzt von Min Jin Lee [Buch 1. Heimatstadt]. "Reunion and New Life (Osaka, April 1933)" Pachinko, author Min Jin Lee. Pachinko, translated by Min Jin Lee [Book 1. Hometown]. "Reunión y nueva vida (Osaka, abril de 1933)" Pachinko, autor Min Jin Lee. Pachinko, traducción de Min Jin Lee [Libro 1. Ciudad natal]. "Riunione e nuova vita (Osaka, aprile 1933)" Pachinko, autore Min Jin Lee. Pachinko, tradotto da Min Jin Lee [Libro 1. Città natale]. "Воссоединение и новая жизнь (Осака, апрель 1933 г.)" Пачинко, автор Мин Джин Ли. Пачинко, перевод Мин Джин Ли [Книга 1. Родной город].

🎵

파친코. Book 1. 고향. 재회 그리고 새로운 생활.

오사카 1933년 4월.

백요셉은 체종을 한쪽 발에서 다른 쪽 발로 바꿔 가면서 오사카 기차역을 왔다 갔다 했다. 마치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 같았다. 친구와 함께 왔다면 산들 바람을 쐬면서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혼자였다. If I had come with a friend, I would have been sitting still and enjoying the breeze, but now I am alone. 요셉은 원래 자연스럽게 누구하고나 말을 섞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일본어가 아무리 능숙해져도 조선인 특유의 억양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어떤 일본인에게 다가가도 정중한 미소를 얻어낼 수 있는 외모였지만 He looked like he could get a polite smile no matter how close he was to any Japanese, but even if he said a single word, it was discovered that he was a Korean and the hospitality disappeared. 뭐라고 한마디만 해도 조선인 이라는 게 탄로나 환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결국 그는 조선인이었고, 불행하게도 일본인에게 있어 조선인은 성격이 얼마나 좋든 간에 교활하고 영악한 종족이었다.

공정하고 마음이 착한 일본인도 많았지만 그들도 외국인을 경계했다. While many Japanese people are fair and kind-hearted, they are also wary of foreigners. 특히 똑똑한 사람들을 조심해야 해. You have to be especially careful with the smart ones. 그런 조선인은 타고난 말썽꾼들이 야. Those Koreans are natural troublemakers. 요셉은 일본에서 10년 이상 살면서 그런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Joseph had heard that phrase many times in his 10-plus years in Japan, but he didn't take it to heart. 그만큼 한심한 소리도 없다고 생각하고 넘겨버렸다. I thought that was pretty pathetic and let it go. 오사카 역의 순찰원은 요셉의 불안한 모습을 주시했지만, 열차 도착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이 범죄는 아니었다.

경찰은 요셉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요셉의 행동거지와 옷차림으로 봐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일본인과 조선인을 구별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모든 조선인은 그게 헛소리라를 걸 알고 있었다. claimed, but all Koreans knew it was bullshit 누구든지 일본인을 흉내 낼 수 있었다. 요셉은 오사카의 단정한 노동자처럼 수수한 바지에 서양식 셔츠, 조금도 닳지 않은 무거운 모직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오래전 부모님이 평양에 양복점에서 특별히 주문해준 값비싼 양복은 한쪽으로 치워뒀다. A long time ago, my parents ordered an expensive suit from a tailor in Pyongyang.

지난 6년 동안 요셉은 서른 명의 소녀와 남자 둘이 일하는 비스킷 공장에서 감독관으로 일해왔다. For the past six years, Joseph has worked as a supervisor in a biscuit factory that employs thirty girls and two boys. 일터에서는 깔끔하게 차려입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It was enough to just be neatly dressed at work. 상사인 시마무라 씨보다 옷을 잘 입을 필요는 없었다. You didn't have to dress better than the founder Shimamura-shi 시마무라 씨는 요셉을 대신할 사람은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고 아침마다 말하고 냈다. Mr. Shimamura told him every morning that he could always find a replacement for Joseph. 매일 시모노세키에서 출발하는 열차와 제주도에서 오는 배들은 배고픈 조선인들을 오사카로 불러들였고, Daily trains from Shimonoseki and ships from Jeju Island brought hungry Koreans to Osaka, 시마무라 씨는 그중에서 제일 괜찮은 일꾼을 데려다 쓸 수 있었다. Mr. Shimamura was able to get the best workers out of them.

요셉은 동생이 도착하는 일요일에 일을 쉴 수 있다는것에 감사했다. 아내 경희는 집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따라왔을 것이다. Otherwise, I would have followed it. 두 사람은 이삭이 어떤 소녀와 결혼했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 소녀가 처한 상황은 충격적이었지만, 이삭의 결정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The girl's situation was shocking, but Isaac's decision was not surprising. 가족들은 이삭의 이타적인 행동에 익숙했다. 이삭은 어렸을 때부터 기회만 생기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식과 물건을 모두 내주는 아이였다. 그 어린 소년은 어린 시절을 병상에서 책을 읽으며 보냈다. The young boy spent his childhood reading books in his hospital bed. 옻칠한 대추나무 쟁반에 담긴 풍성한 식사가 빈 그릇이 되어 부엌으로 돌아왔지만, 아이는 늘 젓가락처럼 비쩍 마른 상태였다. 이삭이 하인들에게 자기 밥을 푸짐하게 덜어 주었던 것이다. Isaac gave his servants a generous portion of his rice.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결혼은 지나친 것처럼 보였다. 다른 남자의 아이 아버지가 되겠다니! I'm going to father another man's child! 아내 경희는 그 여자가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때까지는 섣불리 판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His wife, Kyung-hee, said she wouldn't judge the woman until she got to know her better. 이삭과 매우 닮은 아내는 흠이 있는 사람에게 다정한 사람이었다. His wife, who was very much like Isaac, was a flawed person who was kind to flawed people.

시모노세키 열차가 역에 도착하자 기다리던 군중들이 조직적으로 정확하게 흩어졌다. 짐꾼 들은 특실 승객을 돕기 위해 달려갔다. 요셉 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이삭이 우뚝 서 있었다. Isaac stood tall, one head taller. 회색 중절모가 이삭의 아름다운 머리 위에 비딱하게 얹혀 있었고, 거북등껍질테 안경은 곧은 코에 낮게 걸려 있었다. 이삭은 주위 사람들을 훑어보다가 요셉을 발견하고는 앙상한 오른손을 높이 들어 흔들었다.

요셉이 이삭에게 달려갔다.

소년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 이삭은

요셉이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모습보다 훨씬 더 앙상했다.

창백한 피부는 좀 더 올리브빛을 띠었고, 부드럽게 미소 짓는

눈 주위에 주름이 잡혔다.

이삭은 큰형 사무엘을 신기할 정도로 많이 닮은 모습이었다.

가족의 재단사가 손수 만든 서구식 정장이 이삭의 핼쑥한 몸에

헐렁하게 걸쳐져 있었다.

요셉이 11년 전에 두고 떠났던 수줍음 많고 병약한 소년은

어느새 키가 큰 신사로 자라 있었다. grew up to be a great gentleman

최근에 크게 앓아서 그런지 몸이 더 수척해진 것 같았다.

요셉은 빼빼마른 동생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부모님은 어떻게 저 아이를 오사카에 보낼 수 있었을까?

내가 왜 저 아이에게 오사카로 오라고 고집을 부렸을까? Why did I insist that she come to Osaka?

요셉은 두 팔로 동생을 끌어안았다.

일본에서 요셉이 친밀하게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아내뿐이었다.

이제는 이렇게 혈육이 곁에 있는 것이다. Now, blood and blood are by my side like this

요셉은 귓가에 닿는 동생의 까칠한 피부를 느낄 수 있는 것이 Joseph could feel his brother's rough skin against his ear, and he realized that the

기쁘고 또 좋았다.

동시에 어리게만 생각했던 동생 얼굴에 수염이나 있어서

요셉은 깜짝 놀랐다.

많이 컸구나! 두 사람은 서로를 마지막으로 본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는 생각에 웃음을 터뜨렸다.

"형." 이삭이 말했다.

"이삭, 드디어 왔구나. 정말 기뻐." 이삭은 활짝 웃으며

형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나보다 훨씬 커졌잖아. 건방지게 말이야!"

이삭은 일부러 사과하는 척하며 허리를 굽혔다.

선자는 보따리를 들고 서 있었다. 형제들의

편안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자 마음이 놓였다.

이삭의 형 요셉은 재미있는 사람 같았다.

요셉의 농담을 듣고 있자니 하숙생 뚱보가 살짝 떠올랐다.

뚱보는 선자가 이삭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거실 바닥에서 철퍼덕 소리를 내며 기절하는 척했다.

그러다가 잠시 후에 선자의 손에

2엔을 쥐어 주며 오사카에 가서 남편과 맛있는 것을 사 먹으라고 했다.

2엔은 뚱보가 이틀을 일해서 버는 돈보다 큰 금액이었다.

"일본에서 달콤한 떡을 묵을 때 영도에서 외로움과 슬픔에 젖어

널 그리워할 날을 잊지 말으라고. 이 뚱보의 맴이 낚싯바늘에 걸린

어린 새끼 농어의 입처럼 얼마나 찢어질 듯 아플지 생각해보드라고 잉."

뚱보는 주먹으로 눈을 문지르고 엉엉 소리 내며 우는 척했다.

다른 정 씨 형제들이 뚱보에게 입 다물라고 말하더니, 두 사람도

결혼 선물이라며 그녀에게 2엔을 주었다.

"게다가 결혼까지 했지!" 요셉은 이삭 옆의 작은 소녀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선자는 요셉에게 인사를 했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요셉이 말했다.

"예전엔 아버지를 따라 다니던 아주 작은 아이였는데.

다섯 살인가 여섯 살쯤 됐을 때죠?

나 기억나요?" 선자는 기억을 떠올려봤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I remember her, I tried to remember her, but nothing came to mind.

고개를 흔들었다.

"당신 아버지를 아주 잘 기억하고 있어요.

돌아가셨다니 참 안타깝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참 좋았어요.

당신 아버지는 말수는 적었지만 신중하게 말씀하시는 분이셨죠.

그리고 당신 어머니는 요리 솜씨가 정말 좋아고요."

선자는 눈을 내리깔았다. "저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가 너그럽게 절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달라 하셨어예."

"당신과 당신 어머니는 이삭의 생명을 구했어요.

선자 씨, 고마워요. 우리 가족은

당신 가족에게 무척 감사하고 있어요."

요셉은 무거운 짐을 이삭한테서 받아들었고,

이삭은 선자의 보따리를 들었다.

요셉은 선자의 배가 부른 것을 알아차렸지만

임신을 한 것이 확실해 보이지는 않았다.

요셉은 역 출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녀는 몸을 함부로 굴리는 여자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말이 많지도 않았다. The girl didn't look like a wimpy woman, and she didn't even care about Marie.

너무 겸손하고 평범해 보여서 요셉은

그녀가 아는 사람에게 강간당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을 당했다면 잘못된 행실로 남자의 오해를 If that happened, blame him for causing a misunderstanding of the man by his wrong conduct.

불러일으켰다고 비난받았을 수도 있다.

"형수님은 어디 있어요?"

이삭은 존경하는 형수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집에서 식사 준비 중이야. 배고프니?

이웃 사람들은 우리 주방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질투가 나서 죽으려고 할 거다."

이삭은 존경하는 형수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선자는 자신의 옷차림을 힐끗꺼리는 해인들의 시선에

윗옷을 더 바짝 끌어당겼다.

여기에는 한복을 입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형수님은 훌륭한 요리사야."

이삭은 선자에게 형수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요셉은 사람들이 선자를 힐끗거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새 옷이 필요할 것 같았다.

"집에 가자! 요셉은 바로 두 사람을 역 바깥으로 데리고 나왔다.

오사카 역 맞은편에는 노면 전차가 잔뜩 오갔고,

보행자들이 떼거리로 주출입구를 드나들었다.

선자는 조심스럽게 군중들을 헤쳐나가는 형제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들이 전차를 향해 걸어갈 때 선자는

잠시 뒤돌아서서 기차역을 바라보았다.

서양식 건축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돌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거대한 짐승 같았다.

그녀가 크다고 생각했던 시모노세키 역은 이 거대한 구조물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자들의 걸음이 빨라서 선자는 그들을 따라잡으려고

종종걸음을 쳐야 했다. 전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I had to walk a lot. A train was approaching.

선자는 이미 상상 속에서 오사카에 와본 적이 있었다.

시모노세키행 여객선과 오사카 열차,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소년을 앞질러 갈 수 있는 전차도 상상 속에서는 벌써 타 보았다.

쌩쌩 스쳐지나가는 자동차들은 한수가 말했던 것처럼

바퀴달린 금속 황소 같아 보였다.

선자는 시골 처녀였지만 이 모든 것을 한수의 이야기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복을 입은 개표원과 출입국 관리자, 짐꾼,

전차, 전기 렘프, 등유 난로나 전화기에 대해 알고 Chariot shogi lem reveals the fact that he knows about kerosene stoves

있다는 사실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자는 새로운 땅에서 싹을 틔워 햇살을 받으려고

곧게 피어나는 묘목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

요셉은 선자를 전차 뒤쪽에 하나 남은 빈 좌석으로 데려가 앉히고

선자는 이삭한테서 보따리를 받아들어 무릎에 올렸다.

형제는 나란히 서서 가족들의 소식을 나누었다.

선자는 남자들의 대화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보따리를 가슴과 배에 바싹 끌어안고,

소지품을 감싼 천에서 배어나오는

고향의 향기를 들이마셨다.

오사카 시내의 넓은 거리에는 낮은 벽돌 건물과

멋진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부산에 정착한 일본인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이곳에는 훨씬 더 많았다.

역에는 멋진 서양 옷을 입은 청년들이 많아서

이삭이 옷이 낡고 케케묵은 것처럼 보였다.

화려한 기모노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들을 동희가 봤다면

그 탁월한 색과 자수에 감탄했을 것이다.

부산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가난한 일본인들도 있었다.

그 남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에 침을 뱉었다.

선자는 전차를 타고 가는 길이 아주 짧게 느껴졌다.

일행은 조선인들이 사는 빈민가 이카이노에서 내렸다. The party got off at the Ika Mermaid, a slum where Koreans live.

요셉이 사는 동네는 전철 안에서 본 멋진 집들이나 풍경과

전혀 다른 곳이었다.

동물 냄새가 음식 냄새는 물론 화장실 냄새보다도 더 지독하게 났다.

선자는 코와 입을 가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카이노는 일종의 잘못 만들어진 마을이었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판잣집들은 모두 똑같이 값싼 자재들로 The shabby shacks are all sloppy with equally cheap materials.

엉성하게 지어져 있었다.

현관 계단을 깨끗하게 청소해놓거나 창문을 반질반질하게 닦아 놓은 집도

군데군데 있었지만, 대부분의 집들은 엉망으로 망가져 있었다.

무광택 신문지와 타르지가 창문 안쪽을 덮고 있었고,

지붕에 사용된 금속은 녹슬어 있었다.

집들은 거주자들이 값싼 자재나 주운 자재로 직접 지어 올려

오두막이나 텐트와 다를 바가 없었다.

임시로 만든 강철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봄날치고는 따뜻한 저녁이었다. 넝마를 반쯤 걸친 아이들은 술에 취해

골목에서 잠든 남자를 무시한 채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요셉의 집에서 멀지 않은 현관 계단에서는 어린아이가 변을 보고 있었다.

요셉과 경희는 지붕이 약간 뾰족한 상자 같은 오두막집에 살았다. Joseph and the Inspector lived in a hut that looked like a oxen with a slightly pointed roof.

오두막집의 나무틀은 골이 진 강철로 덮여 있었다.

금속 덮개가 있는 합판 이 현관문이었다.

"이곳은 돼지들과 조선인들만 살 수 있는 곳이야."

요셉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고향집 같지 않지?"

"아니, 우리는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이삭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불편을 끼쳐서 미안해."

선자는 요셉과 그의 아내가 얼마나 가난한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공장 감독이 이렇게 가난한 곳에서 산다는 것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본인들은 괜찮은 땅을 조선인들에게 임대해주지 않아.

난 8년 전에 이 집을 샀어. 이곳에서 집을 소유한 조선인은 우리 뿐일 거야.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지."

"왜?" 이삭이 물었다. "집주인이라는게 알려지면 좋을 게 없어.

여기서 집주인은 나쁜 놈들이거든.

모두가 집주인을 싫어해. 나는

여기로 이사 왔을 때 아버지가 준 돈으로 이 집을 샀어.

지금은 이 집을 살 여유가 없지."

창문에 타르지를 바른 옆집에서 꿀꿀거리는 돼지 소리가 들렸다.

"이웃집에서 돼지를 길러. 아이들도 함께 살지."

"아이들이 몇 명 이야?"

아이 넷과 돼지 세 마리."

"다 한집에 있어?" 이삭이 속삭이듯 물었다.

요셉이 눈썹을 치켜 올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집값이 그렇게 비쌀 리가 없어." 이삭이 말했다.

이삭은 선자와 아기를 위해 집을 빌릴 계획이었다.

"세입자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새로 지불해야 해. New tenants must repay at least half of their income

식품 가격도 고향에서보다 훨씬 비싸고."

한수는 오사카에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선자는 크게 놀라고 있었다.

그때 부엌으로 이어진 옆문이 열리더니 경희가 바깥을 내다보았다.

경희가 들고 있던 양동이를 문 옆에 내려놓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어머나! 거기 서서 뭐하고 있어요? 들어와요, 어서!

세상에! 경희는 이삭에게 달려가 이삭의 얼굴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너무 행복해요. 드디어 왔네요."

"아멘." 경희는 이삭을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고,

이삭은 그런 경희가 자기 얼굴을 어루만지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내가 집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봤던 모습 그대로네요!

어서 집 안으로 들어와요!"

그녀는 장난스럽게 이삭에게 명령하고는 선자를 돌아보았다.

"동생이 있었으면 하고 얼마나 간절하게 원했는지 몰라요.

여기서는 같은 여자끼리 이야기할 수가 없어서

얼마나 외로웠는지 모른답니다."

경희가 말했다. "기차를 타지 못했을까 봐 걱정했어요.

기분이 어때요? 피곤해요? 배고프죠?

경희는 선자의 손을 잡고 남자들을 따라갔다.

선자는 이렇게 따뜻한 대접을 받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경희는 감 씨처럼 빛나는 눈과 아름다운 입매,

하얀 작약 같은 피부를 가진 아름다운 여자였다.

선자보다 12살이 많았지만 훨씬 더 매력적이고 활기차 보였다.

부드러운 검은 머리를 나무 핀으로

곱게 말아 올리고 옅은 파란색 서양식 옷 위에 면 앞치마를 두르고 있어서,

서른한살 먹은 주부라기보다는 마치 여학생처럼 보였다.

경희는 등유 난로 위에 놓인 놋쇠 찻주전자로 손을 뻗었다.

"역에서 마실 것이나 먹을 것을 사줬어요?"

경희가 남편에게 물으며 테라코타 컵 네 잔에 차를 따랐다.

"가능한 한 빨리 집에 왔다고 했잖아!"

요셉이 웃으며 답했다. "정말 못 쓸 사람이네! 됐어요, 뭐.

지금은 너무 행복해서 잔소리도 하기 싫네요.

서방님 가족을 집에 데려왔으니 됐어요."

경희는 선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년은 판판한 얼굴에 쌍꺼풀이 없는 가는 눈,

조그마한 몸집을 가진 평범한 여자처럼 보였다.

선자는 못생긴 것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여자도 아니었다.

선자의 얼굴과 목, 발목은 심하게 부어 있었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희는 그런 그녀가 안쓰러워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선자의 땋아 내린 두 갈래 머리카락은

평범한 삼으로 만든 끈으로 묶여 있었다.

선자의 불룩 솟아있는 배를 보며

경희는 배 속의 아이가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경희가 차를 건네주자 선자는 떨리는 두 손으로

컵을 받아들며 고개를 숙였다.

"춥죠? 옷을 많이 입지 않았네요."

경희는 낮은 밥상 근처에 방석을 내려놓고 선자를 거기에 앉혔다.

그러고는 선자의 무릎 위에 초록색 이불을 덮어주었다.

선자는 뜨거운 보리차를 홀짞거렸다.

외관과 달리 집 안은 편안했다.

많은 하인이 있는 집안에서 자란 경희는 남편을 위해

집을 청결하고 사람의 마음을 끄는 장소로 꾸미라고 배웠다.

단둘뿐이지만 두 사람이 사는 집에는

다다미 여섯 장짜리 방이 세 칸이나 있었다.

다다미 두 장짜리 방에서 열 명이 같이 자야하는 Unheard of in the waters of this neighborhood, where 10 people sleep together in a 2 tatami room.

이 동네의 수준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경희와 그녀의 남편이 자란 고향 의 웅장한 집에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것이었다.

경희와 요셉은 아들과 함께 조선의 경성으로 이주한다는 아주 가난한 일본인 과부 한테서 이 집을 샀다. Kyunghee and Yoseb bought this house from a very poor Japanese widow who said they were moving to Gyeongseong, Joseon with their son.

이카이노에는 아주 다양한 조선인들이 살았고, Kyunghee and Yoseb bought this house from a very poor Japanese widow who said they were moving to Gyeongseong, Joseon with their son.

두 사람은 그런 사람들 틈에서

사기와 범죄를 조심하는 법을 배웠다.

"아무한테도 돈을 빌려 주지 마."

요셉은 자신의 말에 어리둥절해하는 이삭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먹고 나서 얘기하는 게 어때요?"

다들 금방 도착했잖아요." 경희가 간청했다.

"여분의 돈이나 귀중품이 있다면 알려줘. 따로 보관해줄게.

난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어. 여기 사는 사람들은

모두 돈과 옷, 살 곳과 음식이 필요해.

네가 그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어.

우리가 어떤 식으로 자라났든 상관없어.

우리는 교회에 기부를 해왔고

교회는 사람들에게 가진 것을 나누어 줘야만 했지.

넌 여기 상황이 어떤지 잘 이해하지 못할 거야.

이웃들과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게 좋아.

집 안에 낯선 사람을 절대 들이지 말고."

요셉이 이삭과 선자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이 규칙들을 지켜주면 좋겠어.

넌 관대한 사람이지만 그래서 위험할 수 있어. 우리한테

여분의 돈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면 우리 집에 도둑이 들 거야.

우리 넉넉하지 않아. 이삭, 항상 조심해야 해.

기부를 시작하면 결코 멈출 수가 없어. 여기 사람들 중에

일부는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해.

돈이 떨어지면 여자들은 필사적이 되지. 나는 그들을 비난하지 않아. Girls are desperate I don't blame them

하지만 우리는 우리 부모님과 경희 부모님을 먼저 돌봐야 해."

"나 때문에 곤경에 처한 적이 있어서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This guy is saying this because he's been in trouble because of me.

경희가 말했다.

"무슨 뜻이에요?" 이삭이 물었다.

"내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이웃들에게 음식을 나눠줬어요. 그러자 사람들이 매일 음식을 달라고 오더라고요.

내가 남편의 다음 날 점심으로 음식을 보관해두는 걸 다들 이해하지 못했죠. That I keep food for my husband's next day's lunch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이 우리 집에 침입해 들어와서

마지막 남은 감자 봉지를 가져갔어요.

그들은 자기들이 한 짓이 아니라고 했지만 . . ."

"그들은 굶주리고 있었군요." 이삭은 이해하려고 애쓰며 말했다.

요셉은 화가 난 것 같았다. "우리 모두 굶주리고 있어.

그들은 도둑질을 한 거야.

그들이 조선인이라고 우리 친구는 아니야. 다른 조선인들을 조심해야 해.

나쁜 사람들은 경찰이 우리들의 불만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아.

우리 집은 두 번이나 털렸어. 경희는 보석을 잃어버렸고."

요셉은 다시 경고하는 눈빛으로 이삭을 바라보았다.

"여자들은 하루 종일 집안에 있어.

그래서 나는 돈이나 다른 귀중품들을 절대 집에 두지 않아."

경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음식을 나눠 줬다고 결혼반지와 어머니의 옥 머리핀, 팔찌를

도둑맞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두 번째로 도둑이 든 후, 요셉은 며칠 동안 그녀에게 화를 냈다.

"생선을 구울 게요. 먹으면서 이야기 하는게 어때요."

그녀는 미소를 짓고 뒷문 옆의 작은 부엌으로 향했다.

"저도 도울까예." 선자가 물었다.

경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선자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경희가 속삭였다. "이웃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에요. 남편은 신중하게 행동하라고 그런 거예요.

그이가 그런 일들을 더 잘 알고 있죠.

그이는 우리가 여기 사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기를 바라요.

하지만 난 그렇지 않을 거예요. 나는 혼자서 너무 외롭게 지냈어요.

당신이 와서 정말 좋아요.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겠죠!"

경희의 눈빛이 빛났다. "이 집에서 아이가 태어날 거고, 난 큰엄마가 될거예요.

이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겠어요."

경희의 아름다운 얼굴 위로 비통한 감정이 선명하게 드러났지만, On the beautiful face of the wonder, bitter emotions were clearly visible, but suffering

고난과 가난을 겪으면서 경희는 훨씬 더 강해졌다.

오랜 세월 동안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이삭은 선자에게 경희와 요셉이 원하는 모든 것은 아이라고 말했다.

부엌에는 난로와 빨래통 하나, 도마가 있을 뿐이었다.

영도의 부엌에 비하면 아주 좁은 공간이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설 자리는 충분했지만 많이 움직일 수는 없었다.

선자는 소매를 걷어올리고 바닥에 있는 임시변통의 개수대에서 The master rolled up his sleeves and put his hands into the lake for makeshift repairs on the floor.

호스로 손을 씻었다.

야채를 삶고 생선을 구워야 했다.

"선자야." 경희가 선자의 팔에 가볍게 손을 댔다.

"이제부터 언니 동생 사이로 지내자."

이미 마음속 깊이 헌신이 뿌리 내린 어린 소녀는

경희의 말에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는 경희가 준비해둔 요리가 펼쳐져 있었다.

그것을 보자 선자는 오늘 처음 허기를 느꼈다.

경희가 냄비 뚜껑을 집어들어 흰쌀밥을 보여주었다.

"오늘만이야. 동생이 여기 온 첫날이니까.

이제 이곳이 동생 집이야."

[음악]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