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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 하루키의 비밀 (요코하마, 1974년 7월) 」 Pachinko 파친코 [Book 2. 조국]

「 하루키의 비밀 (요코하마, 1974년 7월) 」 Pachinko 파친코 [Book 2.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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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Book 2. 조국.

하루키의 비밀. 요코하마, 1974년 7월.

도토야마 하루키는 엄마의 가게 관리책임자인

아야메와 결혼했다.

자신의 의지보다는 엄마가 원했기 때문에 한 결혼이었지만,

그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

하루키의 엄마가 위암 판정을 받아 더 이상 가게를 운영하지도,

하루키의 동생 다이스케를 돌보지도 못하게 됐을 때

아야메는 정확하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았다.

아야메는 2년 동안 가게를 능숙하게 운영했고,

아픈 시어머니를 간호했으며, 다이스케를 잘 보살폈다.

도토야마가 심한 고통 끝에 마침내 사망했을 때

하루키는 지친 아내에게 엄마의 가게를 어떻게 해야할지 물었다가 아야메 대답에 깜짝 놀랐다.

"가게를 팔고 요코하마로 이사 가요.

더 이상 오사카에서 살기 싫어요.

전 가게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당신 어머니를 실망시킬 수 없어서 그 일을 했던 것뿐이었어요.

돈 걱정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잖아요.

자유 시간이 있다면 케으크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다이스케가 케이크를 좋아하잖아요.

전 집에서 다이스케를 돌볼 거예요."

하루키는 아내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지만 거절할 수도 없었다.

하루키는 가게를 처분한 돈과

유산으로 받은 돈을 합쳐서 요코하마의 오래된 공동묘지 근처의

방 세 개짜리 주택을 샀다.

아야메를 위해서 2인용 붙박이 오븐도 설치했다.

모자수와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요코하마 경찰서장이 하루키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하루키에게 오사카에서 했던 업무와 똑같은 일을

요코하마에서 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모자수와 솔로몬은 하루키가 마침내 요코하마로 이사 와서 당연히 기뻤다.

하지만 하루키가 요코하마에 도착했는데도

솔로몬은 하루키의 집에 가거나 하루키의 남동생을 만날 수 없었다.

하루키의 남동생이 아이들을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다이스케는 거의 서른 살이 되었지만

정신 연령은 다섯 살이나 여섯 살에 불과했다.

시끄러운 소음과 사람들, 밝은 빛에 당황했기 때문에

바깥에 자주 나갈 수 없었다.

엄마가 병에 걸려 돌아가신 것은 다이스케에게 커다란 재앙이었다.

하지만 도토야마 밑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아야메는 다이스케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아야메는 새로운 집에서 다이스케가 익숙해질 수 있게

규칙적인 일정을 짰다.

요코하마에는 외국인들이 많아서 일주일에 5일 동안 집에 와서

다이스케를 돌봐줄 수 있는 미국인 특수교사를 고용할 수 있었다.

다이스케는 일반 학교에 갈 수도 없었고,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혼자 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아야메는 그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사람들의 기대치가 아주 낮더라도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루키는 아야메의 사려 깊은 생각에 감사했다.

어떤 문제든지 척척 해결하고, 조금의 불평도 없이

그렇게 많은 새로운 일들을 처리하는 아내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야메는 하루키 보다 다섯 살 더 많았고,

뿌리 깊이 보수적인 불교 가정의 장녀로 자랐다.

하루키는 아야메가 엄격하게 교육을 받아서

유독 잘 참고 인내할 줄 안다고 생각했다.

엄마한테서 아야메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지만

하루키는 자신이 그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다이스케는 이른 오후에 낮잠을 자고 일어나 늦게 점심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에디스 선생님과 함께 세 시간 동안 집에서 수업을 하고,

게임을 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이스케가 수업을 받을 때

아야메는 대중목욕탕에 갔다가 장을 보러 갔다.

요코하마의 7월 날씨는 고향의 기온보다 온화했고,

아야메는 목욕 후에 걸어 다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목욕 후의 상쾌함이 거리의 먼지와 습기 때문에 사라졌지만

아야메는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았다.

에디스 선생님의 수업이 끝나기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 넘게 남아 있었다.

그래서 아야메는 공동묘지 옆의 나무가 우거진 공원을 가로지르는

훨씬 더 푸르른 길로 들어섰다.

아직 황혼이 내려앉지 않아서

대낮의 푸르스름한 빛이 남아 있었다.

나무 아래에서 아야메는 상큼하고 즐거운 기분을 만끽했다.

저녁 식사로 다이스케가 좋아하는 닭꼬치 몇 개를 사갈 생각이었다.

집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노부부가 하는 닭꼬치 가판대가 있었다.

상록수 숲을 거닐자 나뭇가지들이 가볍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야메는 어린 시절부터 새들을 좋아했다.

보통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커다란 검은 까마귀도 좋아했다.

아야메는 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곳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자

큼직한 나무동치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잘생긴 남자가 보였다.

남자의 바지가 무릎까지 내려가 있었고,

또 다른 남자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머리를 까닥거리고 있었다.

아야메는 숨을 멈추고 조용히 큰길로 물러났다.

남자들은 아야메를 보지 못했다.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아야메는 걸음을 더 빠르게 재촉했다.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

마른 풀이 샌들을 신은 맨발을 찔렀다.

아야메는 행인들이 다니는 보도 가장자리에 다다를 때까지 뛰었다.

공동묘지 맞은편의 복잡한 거리에서는

아무도 아야메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아야메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언제 마지막으로 남편과 관계를 했던가?

남편의 어머니가 제안해서 두 사람은 결혼을 했다.

짧은 연애기간 동안 하루키는 사려 깊고 상냥하게 행동했다.

결혼했을 때 아야메는 처녀가 아니었다.

이전에 두 남자와 관계를 맺은 적이 있었지만

두 남자 모두 아야메와 결혼하려고 하지 않았다.

몇 달 동안 끈질기게 구애했던 직물 유통업자도 있었지만

아야메는 그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와 함께 모텔에 가지 않았다.

결혼하고 싶어서 남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했는데

유부남과는 잠자리를 같이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었다.

다른 남자들과 달리 하루키는 결코 모텔에 가자고 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의 어머니와 함께 일하기 때문에 어색해서 그렇다고

아야메는 나름 결론을 내렸다.

아야메는 하루키의 고상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관계를 가졌다.

처음에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서 정기적으로 관계를 가졌다.

하루키는 빠르고 깨끗하게 관계를 가지면서

한 달 중 때가 아닐 때는 아야메의 뜻을 존중해주었다.

2년 동안 아이를 가지려고 시도했지만 아이가 들어서지 않았다.

급기야 의사들은 아야메가 불임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다이스케를 아들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후로 두 사람은 다시는 사랑을 나누지 않았다.

아야메는 섹시한 여자가 되려고 애써 본 적이 없었고,

하루키 도 성욕을 풀려고 아야메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아야메는 다이스케의 일정에 따라 일찍 잠들었고,

하루키는 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잠자는 시간이 달라서 정기적으로 관계를 가질 수도 없었다.

아야메 자신은 성욕이 없어서 그런다 치더라도

보통의 남자들은 여자와는 달리 성욕을 풀어야 한다는 사실쯤은 아야메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이 아내와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맺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관계였다.

하루키가 자신과 더 이상 관계를 갖지 않는다면 그건 자신 탓이라고 아야메는 생각했다.

그녀는 남편보다 나이가 더 많았다.

누르스름한 얼굴은 평범한데다 둥글둥글했고,

너무 말라서 팔다리가 막대기 같았다.

몸무게를 늘려보려고 사탕을 최대한 많이 먹었지만 몸무게는 늘지 않았다.

어릴 때는 오빠들이 가슴이 바닥보다 더 납작하다고 놀렸다.

마음만 먹는다면 중학교 여학생들이 있는 옷을 입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야메는 매일 습관적으로

직접 뜨개질한 많은 점퍼스커트 가운데 하나를 입었다.

천과 색깔이 다양한 중간 길이의 점퍼스커트들을 갖고 있었다.

여름에는 리넨이나 시어서커로 점퍼스커트를 만들었다.

다이스케가 좋아하는 닭꼬치 가판대에 도착했을 때

아야메는 목욕용품이 들어 있는 천 가방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러고는 노파에게 파와 함께 구운 닭 날개 와 내장, 살코기를 달라고 했다.

연기 나는 가판대 뒤쪽에 있던 여자가 닭고기를 싸줄 때

아야메는 나무에 기대 있던 남자의 황홀경에 빠진 얼굴을 떠올렸다.

하루키는 아내가 자기 앞에 무릎을 꿇고 않기를 바랄까?

물론 아야메도 남녀 간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D.H. 로런스의 소설들을 읽기는 했다.

서른일곱 살의 아야메는 자신이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었다.

하루키가 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알면 당황스러워할까?

아야메는 하루키의 어머니한테서 생일 선물로 받은 가느다란 손목시계 작은 앞면을 확인했다.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까지 아직 40분이 남아 있었다.

아야메는 왔던 길로 돌아갔다.

상록수 숲에 돌아가자 두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어도 다섯 커플이 보였다.

여자들과 남자들이 좀 더 한적한 곳에서 함께 누워 있었고, 바지를 입지 않은 두 남자는 속삭이면서 서로를 쓰다듬고 있었다.

한 커플은 갈색 고기포장지를 깔고 누워 있어서 두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포장지 소리가 들렸다.

키가 큰 여자 한 명이 아야메가 쳐다본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을 주무르는 남자의 손길에 온몸을 내맡긴 채 두 눈을 감고 쾌락의 신음소리를 냈다.

키가 큰 여자는 아야메가 지켜봐주기를 원하는 것 같았고,

아야메는 대담하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연인들이 조용하게 내뱉는 신음소리가 새들이 짝을 부르는 소리 같았다.

아야메는 저녁 식사를 기다리고 있을 다이스케를 떠올렸다.

그로부터 사흘 후,

아야메는 오랫동안 목욕을 하고 나서 묘지 뒤쪽에 공원으로 곧장 향했다.

그곳에서 전에 봤던 남자와 여자를 알아봤다.

다른 사람들은 혼자 온 아야메에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은 서로에게 비밀 상대였기 때문에

아야메는 그들 사이에 있는 게

오히려 안전하다고 느꼈다.

아야메가 떠나려고 할 때 사랑스러운 여자가 다가왔다.

"왜 이렇게 일찍 와요? 저녁에는 더 멋져요."

아야메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지만

대답하지 않으면 무례해보일 것 같았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런 짓을 해보고 싶다면 나중에 와야 사람들이 더 많아요."

여자가 웃었다. 이런 일 해보고 싶지 않아요?"

아야메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 난 . . . 아니에요."

"돈만 있으면 내가 해줄게요. 난 여자들과 하는 걸 더 좋아해요."

아야메가 숨을 멈췄다.

여자는 통통한 몸매가 예쁘장했고, 뺨에 생기가 돌았다.

이탈리아 그림에 나오는 여사들의 팔처럼 하얀 팔이 아름답고 부드러웠다.

갈색 의 조젯 블라우스에

남색 스커트를 입은 여자는 매력적인 사무직 여성처럼 보였다.

여자가 아야메의 왼손을 잡아 자기 블라우스 속으로 넣었다.

아야메는 커다란 젖꼭지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난 목과 어깨 사이의 이 뼈를 좋아해요.

당신 정말 귀엽네요. 날 만나러 와요. 난 저녁에 여기 있어요.

오늘은 만남이 있어서 일찍 왔는데 상대가 좀 늦네요.

난 보통 저기 덤불 근처에 있어요."

여자가 깔깔거렸다. "난 입에 넣는 걸 좋아해요."

여자가 혓바닥으로 자기 입술을 적셨다.

"장난감을 가져올 수도 있어요." 여자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말했다.

깜짝 놀란 아야메는 고개를 끄덕이고 집으로 걸어갔다.

왼손이 타는 것만 같았다.

아야메는 그 왼손으로 예전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쇄골을 쓰다듬었다.

그 후 3개월 동안, 아야메는 목욕탕으로 가는 옛날 길로 다녔고,

목욕탕에서 곧장 시장 거리로 가서 장을 봤다.

다이스케의 일정에 맞춰 집에 갔고, 목욕탕에서 목욕을 할 때는 그 여자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야메는 무지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기이한 짓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일을 이렇게 늦은 나이에

더 알고 싶어지는 것이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남편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열심히 일하는 정중한 사람이었다.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다아스케에게는 깊은 애정을 보였다.

시간이 좀 나면 조선인 친구 모자수와 그의 아들 솔로몬을 보러 갔다.

또 동생을 데리고 공원을 산책하거나 목욕탕에 데리고 가서

아야메가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줬다.

가끔씩 세 사람은 매번 똑같은 숯불구이 식당에 갔고,

그곳 주인은 가족끼리 오붓하게 식사할 수 있는 뒤쪽의 방을 내줬다.

다이스케는 불판에 구운 요리를 좋아했다.

다이스케가 밤에 잠들고 나면 그녀에게 고요한 밤이 찾아왔다.

아야메는 요리 책을 보거나 바느질 관련 잡지를 읽었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코바늘뜨기를 했다.

아야메가 무진 애를 썼지만 이제는 목욕탕에서뿐만 아니라

하루종일 그 여자 생각이 떠올랐다.

스펀지케이크를 굽거나 가구의 먼지를 털 때도 그 여자를 생각했다.

블라우스 차림의 그 여자가 아주 건강하고

즐거워 보였다는 사실에 무척 혼란스러웠다.

윤락녀에 관한 감상적인 영화들에 나오는 여자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 여자는 백화점에서 파는 값비싼 멜론처럼 달콤했다.

11월 말의 토요일 저녁이었다.

다이스케가 평상시보다 훨씬 일찍 잠들었다.

하루키는 바쁜 업무 때문에 야근을 하느라 아직 귀가하지 않았다.

아야메는 거실에서 영국의 제빵 기법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지만

정신이 산만해서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결국 책을 덮고 일찌감치 목욕을 하고 왔는데도

한 번 더 목욕을 하러 가기로 했다.

아야메가 집을 나섰을 때 다이스케는 조용히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아야메는 온탕에 몸을 담근 채

그 숲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얼굴을 봤을 수도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남편에게 사랑을 나누자고 요구할 용기를 낼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손가락 끝이 끔찍하게 쭈글쭈글해졌을 때

아야메는 탕을 나와 옷을 입고 머리를 빗었다.

밖으로 나오자 밝게 빛나는 가로등들이 아야메를 반겼다.

아야메는 묘지 쪽으로 걸었다.

추위 속에서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연인들이 많았다.

커플들은 다른 사람들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며 서로 자위를 했다.

발가벗은 나체들이 커다란 나무들 아래에서 뒤엉켰다.

남자들이 한 줄로 늘어서면 상대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까딱거렸다.

아야메는 남자들의 얼굴을 지켜보면서 흥분했다.

아야메는 하루키가 자신을 두 팔로 끌어안고 격렬하게 가져주기를 바랐다.

저녁 하늘에는 옅은 빛과

이지러진 작은 달, 희미하게 그 흩뿌려진 겨울날의 별들밖에 없었다.

아야메는 남자들과 여자들을 지나쳐 걸어갔다.

인상적인 오크 나무 옆에서 두 남자가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키가 큰 남자는 회색 정장 차림이었는데

어린 남자를 두 팔로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 회색 정장은 아야메가 남편을 위해 만들어 준 것과 흡사했다.

아야메는 점점 가까이 다가가서 남자를 살펴보았다.

키가 큰 남자는 흥분으로 헐떡이는 하얀 러닝셔츠 차림의 젊은 남자에게 몸을 맡긴 채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아야메는 나무 뒤로 몸을 숨긴 채 정사에 빠져 있는 남자를 지켜보았다.

그 남자는 자신의 남편이 맞았다.

하루키였다.

하루키와 하얀 러닝셔츠 차림의 젊은 남자는 일을 끝내고 나서 말없이 옷을 입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누거나

잘 가라는 작별 인사를 건네지도 않았다.

그냥 그저 뒤돌아서서 각자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아야메는 하루키가 젊은 남자에게 돈을 주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관계를 갖기 전에 주었을 수도 있었다.

아야메는 그런 관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설령 젊은 남자가 돈을 받고 그런 일을 했다 한들

뭐 달라질 게 있을까 싶었다.

아야메는 숨 가쁘게 성관계에 빠져든 커플한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오래된 나무뿌리에 걸터앉았다.

쭈글쭈글해줬던 손가락 끝이 다시 부드러워졌다.

하루키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루키가 아야메보다 먼저 집에 도착한다면

아야메는 목욕탕에 있었다고 말해야 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지 않은가.

"안녕."

여자는 이번에는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고, 하얀 블라우스가 어둠 속에서 반짝거려 천사처럼 보였다.

"돈 가져왔어요?"

여자가 웅크려서 아야메와 눈높이를 맞추고, 젖이라도 먹이라는 것처럼 가슴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블라우스 앞섶을 열고, 와이어 브래지어 위로 가슴을 꺼냈다.

여자는 아름다웠다.

아야메는 임신할 수도 없고

사랑받을 수도 없는 자신의 말라빠진 몸뚱이를 돌아보았다.

왜 자신은 그토록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얼굴을 가질 수 없는지 궁금했다.

"나중에 돈을 줘도 돼요."

여자가 아야메 끈으로 졸라매는 가방을 힐끗 쳐다보았다.

"착한 아기처럼 목욕을 했네요.

아주 깨끗해요. 자, 이리 와요.

여기에 입을 대 봐요. 난 그걸 좋아하거든요.

그러고 나서 내가 당신한테 해 줄게요.

우리 아가, 겁을 먹은 것 같네?

이건 기분 좋고 달콤할 거예요."

여자가 아야메의 오른손을 잡아 자신의 치마를 밀어 올렸다.

아야메는 처음으로 다른 여자의 감촉을 느꼈다.

부드럽고 안락한 느낌이었다.

"괜찮아요?"

여자가 무릎을 꿇고 좀 더 가까이 다가와서

아야메의 왼손을 잡아 넷째 손가락을 자기 입에 넣고는 아야메의 무릎 위로 올라갔다.

여자가 아야메의 젖은 머리카락 냄새를 킁킁 맡았다.

"샴푸를 마실 수도 있겠는걸. 냄새가 아주 좋아요.

나와 사랑을 나누면 기분이 좋을 거예요. 천국에 간 기분이 될걸요."

아야메는 여자의 따뜻한 온기에 몸을 묻었다.

여자가 입을 벌리면서 아야메의 가방을 끌어당겼다.

"여기에 돈이 있어요? 난 돈이 많이 필요해요.

이 엄마가 우리 아가에게 예쁘게 보이려면 살 게 많아요."

아야메가 흠칫 놀라서 여자를 밀쳐냈다.

그러자 여자가 바닥에 등을 대고 넘어졌다.

"역겨워. 역겹다고." 아야메가 일어섰다.

"야, 이 빼빼 마른 늙은 화냥년아!" 여자가 소리쳤다.

아야메는 멀리서도 여자의 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너 같은 년은 돈을 내야 사랑받을 수 있어!"

아야메는 목욕탕으로 달려갔다.

아야메가 집에 도착했을 때

하루키가 동생에게 간식을 준비해주고 있었다.

"다녀왔어요." 아야메가 조용히 말했다.

"어디 있었어, 아야메?" 다이스케가 걱정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물었다.

다이스케는 한쪽이 처진 창백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아주 어린아이처럼 특별한 눈으로 기쁨을 표현할 줄 알고 꾸밈이 없는 여윈 남자였다.

다이스케가 입고 있는 노란색 잠옷은 아야메가 아침에 다려준 것이었다.

하루키는 아야메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소를 지었다.

전에는 동생이 혼자 있는 모습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이스케는 잠에서 깨어나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었다.

하루키는 아야메가 늦어서 미안해할까 봐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목욕탕에 갔다 왔어, 다이스케. 늦어서 미안해.

자고 있는 줄 알고, 추워서 다시 목욕을 하러 간 거야."

"무서웠어. 무서웠다고." 다이스케의 눈에서 눈물이 차올랐다.

"엄마가 보고 싶어." 아야메는 하루키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하루키는 아직 정장 차림 그대로였다.

다이스케가 아야메에게 다가가자

하루키는 부엌 조리대 옆에서 센베이 과자 상자를 치웠다.

"아야메는 깨끗해. 목욕을 했어.

아야메는 깨끗해. 목욕을 했어.

다이스케는 아야메가 목욕하고 돌아왔을 때

반복해서 부르기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지금 피곤해?" 아야메가 다이스케에게 물었다.

"아니." // "책 읽어줄까?" // "내."

하루키는 낡은 기차에 관한 그림책을

다이스케에게 읽어주는 아야메를 거실에 남겨둔 채 나갔고,

아야메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잘자라는 인사를 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 하루키의 비밀 (요코하마, 1974년 7월) 」 Pachinko 파친코 [Book 2. 조국] "Das Geheimnis von Haruki (Yokohama, Juli 1974) Pachinko [Buch 2. Mutterland] Pachinko [Buch 2. "The Secret of Haruki (Yokohama, July 1974) by Pachinko [Book 2. Motherland]. "El secreto de Haruki" (Yokohama, julio de 1974) Pachinko [Libro 2. Motherland] Pachinko [Libro 2. Motherland]. "Le secret de Haruki (Yokohama, juillet 1974) Pachinko [Livre 2. Patrie] Pachinko [Livre 2. "Il segreto di Haruki" (Yokohama, luglio 1974) Pachinko [Libro 2. Madrepatria] Pachinko [Libro 2. 「春树的秘密(横滨,1974年7月)」弹珠机【第2册.祖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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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Book 2. 조국.

하루키의 비밀. 요코하마, 1974년 7월.

도토야마 하루키는 엄마의 가게 관리책임자인

아야메와 결혼했다.

자신의 의지보다는 엄마가 원했기 때문에 한 결혼이었지만,

그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

하루키의 엄마가 위암 판정을 받아 더 이상 가게를 운영하지도, Haruki's mother was diagnosed with stomach cancer and is no longer running the store.

하루키의 동생 다이스케를 돌보지도 못하게 됐을 때

아야메는 정확하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았다.

아야메는 2년 동안 가게를 능숙하게 운영했고,

아픈 시어머니를 간호했으며, 다이스케를 잘 보살폈다.

도토야마가 심한 고통 끝에 마침내 사망했을 때

하루키는 지친 아내에게 엄마의 가게를 어떻게 해야할지 물었다가 아야메 대답에 깜짝 놀랐다.

"가게를 팔고 요코하마로 이사 가요.

더 이상 오사카에서 살기 싫어요.

전 가게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당신 어머니를 실망시킬 수 없어서 그 일을 했던 것뿐이었어요.

돈 걱정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잖아요.

자유 시간이 있다면 케으크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다이스케가 케이크를 좋아하잖아요.

전 집에서 다이스케를 돌볼 거예요."

하루키는 아내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지만 거절할 수도 없었다.

하루키는 가게를 처분한 돈과

유산으로 받은 돈을 합쳐서 요코하마의 오래된 공동묘지 근처의

방 세 개짜리 주택을 샀다.

아야메를 위해서 2인용 붙박이 오븐도 설치했다.

모자수와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Shortly after speaking with Mohsan on the phone, I realized that the

요코하마 경찰서장이 하루키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하루키에게 오사카에서 했던 업무와 똑같은 일을

요코하마에서 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모자수와 솔로몬은 하루키가 마침내 요코하마로 이사 와서 당연히 기뻤다.

하지만 하루키가 요코하마에 도착했는데도

솔로몬은 하루키의 집에 가거나 하루키의 남동생을 만날 수 없었다.

하루키의 남동생이 아이들을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다이스케는 거의 서른 살이 되었지만

정신 연령은 다섯 살이나 여섯 살에 불과했다.

시끄러운 소음과 사람들, 밝은 빛에 당황했기 때문에

바깥에 자주 나갈 수 없었다.

엄마가 병에 걸려 돌아가신 것은 다이스케에게 커다란 재앙이었다.

하지만 도토야마 밑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아야메는 다이스케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아야메는 새로운 집에서 다이스케가 익숙해질 수 있게

규칙적인 일정을 짰다. she made a regular schedule.

요코하마에는 외국인들이 많아서 일주일에 5일 동안 집에 와서

다이스케를 돌봐줄 수 있는 미국인 특수교사를 고용할 수 있었다.

다이스케는 일반 학교에 갈 수도 없었고,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혼자 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아야메는 그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사람들의 기대치가 아주 낮더라도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루키는 아야메의 사려 깊은 생각에 감사했다.

어떤 문제든지 척척 해결하고, 조금의 불평도 없이

그렇게 많은 새로운 일들을 처리하는 아내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야메는 하루키 보다 다섯 살 더 많았고,

뿌리 깊이 보수적인 불교 가정의 장녀로 자랐다.

하루키는 아야메가 엄격하게 교육을 받아서

유독 잘 참고 인내할 줄 안다고 생각했다. I thought I knew how to be very patient and patient.

엄마한테서 아야메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지만

하루키는 자신이 그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다이스케는 이른 오후에 낮잠을 자고 일어나 늦게 점심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에디스 선생님과 함께 세 시간 동안 집에서 수업을 하고,

게임을 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이스케가 수업을 받을 때

아야메는 대중목욕탕에 갔다가 장을 보러 갔다.

요코하마의 7월 날씨는 고향의 기온보다 온화했고,

아야메는 목욕 후에 걸어 다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목욕 후의 상쾌함이 거리의 먼지와 습기 때문에 사라졌지만 The freshness after bathing was lost due to the dust and moisture of the street.

아야메는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았다.

에디스 선생님의 수업이 끝나기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 넘게 남아 있었다.

그래서 아야메는 공동묘지 옆의 나무가 우거진 공원을 가로지르는

훨씬 더 푸르른 길로 들어섰다.

아직 황혼이 내려앉지 않아서

대낮의 푸르스름한 빛이 남아 있었다.

나무 아래에서 아야메는 상큼하고 즐거운 기분을 만끽했다.

저녁 식사로 다이스케가 좋아하는 닭꼬치 몇 개를 사갈 생각이었다. I was thinking of buying some of Daisuke's favorite yakitori for dinner.

집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노부부가 하는 닭꼬치 가판대가 있었다.

상록수 숲을 거닐자 나뭇가지들이 가볍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As she walked through the evergreen forest, she heard the slight rustling of the branches.

아야메는 어린 시절부터 새들을 좋아했다.

보통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커다란 검은 까마귀도 좋아했다. she also liked the big black crow, which children are usually afraid of.

아야메는 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곳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Ayame cautiously approached the densely wooded area.

소리가 나는 곳으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자

큼직한 나무동치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잘생긴 남자가 보였다.

남자의 바지가 무릎까지 내려가 있었고,

또 다른 남자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머리를 까닥거리고 있었다. another man sat kneeling in front of him, his head bobbing and fluttering.

아야메는 숨을 멈추고 조용히 큰길로 물러났다.

남자들은 아야메를 보지 못했다.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아야메는 걸음을 더 빠르게 재촉했다.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

마른 풀이 샌들을 신은 맨발을 찔렀다.

아야메는 행인들이 다니는 보도 가장자리에 다다를 때까지 뛰었다.

공동묘지 맞은편의 복잡한 거리에서는

아무도 아야메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아야메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언제 마지막으로 남편과 관계를 했던가? When was the last time I had sex with my husband?

남편의 어머니가 제안해서 두 사람은 결혼을 했다. The couple got married at the suggestion of the husband's mother

짧은 연애기간 동안 하루키는 사려 깊고 상냥하게 행동했다. During their brief love affair, Haruki was thoughtful and kind.

결혼했을 때 아야메는 처녀가 아니었다. When she got married, Ayame was not a virgin.

이전에 두 남자와 관계를 맺은 적이 있었지만

두 남자 모두 아야메와 결혼하려고 하지 않았다. Neither man wanted to marry Ayame.

몇 달 동안 끈질기게 구애했던 직물 유통업자도 있었지만

아야메는 그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와 함께 모텔에 가지 않았다.

결혼하고 싶어서 남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했는데

유부남과는 잠자리를 같이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었다.

다른 남자들과 달리 하루키는 결코 모텔에 가자고 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의 어머니와 함께 일하기 때문에 어색해서 그렇다고

아야메는 나름 결론을 내렸다. Ayame came to her own conclusion.

아야메는 하루키의 고상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Ayame couldn't help but admire Haruki's noble and polite attitude.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관계를 가졌다.

처음에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서 정기적으로 관계를 가졌다. At first, they wanted to have children, so they had regular relations.

하루키는 빠르고 깨끗하게 관계를 가지면서

한 달 중 때가 아닐 때는 아야메의 뜻을 존중해주었다. He respected Ayame's will when it wasn't the right time of the month.

2년 동안 아이를 가지려고 시도했지만 아이가 들어서지 않았다.

급기야 의사들은 아야메가 불임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다이스케를 아들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후로 두 사람은 다시는 사랑을 나누지 않았다.

아야메는 섹시한 여자가 되려고 애써 본 적이 없었고, Ayame never tried to be a sexy woman,

하루키 도 성욕을 풀려고 아야메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아야메는 다이스케의 일정에 따라 일찍 잠들었고,

하루키는 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Haruki stayed up late and went to bed late.

그렇게 잠자는 시간이 달라서 정기적으로 관계를 가질 수도 없었다.

아야메 자신은 성욕이 없어서 그런다 치더라도 Even though Ayame herself had no sexual desire,

보통의 남자들은 여자와는 달리 성욕을 풀어야 한다는 사실쯤은 아야메도 알고 있었다. Ayame knew that normal men, unlike women, had to release their sexual desires.

그렇기 때문에 남편이 아내와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맺는 것이 That's why husbands have regular sexual intercourse with their wives.

훨씬 더 바람직한 관계였다.

하루키가 자신과 더 이상 관계를 갖지 않는다면 그건 자신 탓이라고 아야메는 생각했다. If Haruki and she stopped having sex, it was her fault, Ayame thought.

그녀는 남편보다 나이가 더 많았다.

누르스름한 얼굴은 평범한데다 둥글둥글했고,

너무 말라서 팔다리가 막대기 같았다.

몸무게를 늘려보려고 사탕을 최대한 많이 먹었지만 몸무게는 늘지 않았다.

어릴 때는 오빠들이 가슴이 바닥보다 더 납작하다고 놀렸다.

마음만 먹는다면 중학교 여학생들이 있는 옷을 입을 수도 있었다. If she wanted to, she could wear the same clothes as middle school girls.

하지만 아야메는 매일 습관적으로

직접 뜨개질한 많은 점퍼스커트 가운데 하나를 입었다.

천과 색깔이 다양한 중간 길이의 점퍼스커트들을 갖고 있었다.

여름에는 리넨이나 시어서커로 점퍼스커트를 만들었다.

다이스케가 좋아하는 닭꼬치 가판대에 도착했을 때

아야메는 목욕용품이 들어 있는 천 가방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러고는 노파에게 파와 함께 구운 닭 날개 와 내장, 살코기를 달라고 했다. Then he asked the old woman for chicken wings, intestines, and lean meat, grilled with green onions.

연기 나는 가판대 뒤쪽에 있던 여자가 닭고기를 싸줄 때

아야메는 나무에 기대 있던 남자의 황홀경에 빠진 얼굴을 떠올렸다.

하루키는 아내가 자기 앞에 무릎을 꿇고 않기를 바랄까?

물론 아야메도 남녀 간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D.H. 로런스의 소설들을 읽기는 했다.

서른일곱 살의 아야메는 자신이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었다.

하루키가 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알면 당황스러워할까?

아야메는 하루키의 어머니한테서 생일 선물로 받은 가느다란 손목시계 작은 앞면을 확인했다.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까지 아직 40분이 남아 있었다.

아야메는 왔던 길로 돌아갔다.

상록수 숲에 돌아가자 두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어도 다섯 커플이 보였다.

여자들과 남자들이 좀 더 한적한 곳에서 함께 누워 있었고, 바지를 입지 않은 두 남자는 속삭이면서 서로를 쓰다듬고 있었다.

한 커플은 갈색 고기포장지를 깔고 누워 있어서 두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포장지 소리가 들렸다.

키가 큰 여자 한 명이 아야메가 쳐다본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을 주무르는 남자의 손길에 온몸을 내맡긴 채 두 눈을 감고 쾌락의 신음소리를 냈다.

키가 큰 여자는 아야메가 지켜봐주기를 원하는 것 같았고, The tall woman seemed to want Ayame to watch,

아야메는 대담하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연인들이 조용하게 내뱉는 신음소리가 새들이 짝을 부르는 소리 같았다.

아야메는 저녁 식사를 기다리고 있을 다이스케를 떠올렸다.

그로부터 사흘 후, three days later

아야메는 오랫동안 목욕을 하고 나서 묘지 뒤쪽에 공원으로 곧장 향했다.

그곳에서 전에 봤던 남자와 여자를 알아봤다. I recognized a man and a woman I had met there before.

다른 사람들은 혼자 온 아야메에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은 서로에게 비밀 상대였기 때문에

아야메는 그들 사이에 있는 게

오히려 안전하다고 느꼈다.

아야메가 떠나려고 할 때 사랑스러운 여자가 다가왔다.

"왜 이렇게 일찍 와요? 저녁에는 더 멋져요." "Why are you here so early? It's even nicer in the evening."

아야메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지만

대답하지 않으면 무례해보일 것 같았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런 짓을 해보고 싶다면 나중에 와야 사람들이 더 많아요."

여자가 웃었다. 이런 일 해보고 싶지 않아요?"

아야메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 난 . . . 아니에요."

"돈만 있으면 내가 해줄게요. 난 여자들과 하는 걸 더 좋아해요."

아야메가 숨을 멈췄다.

여자는 통통한 몸매가 예쁘장했고, 뺨에 생기가 돌았다.

이탈리아 그림에 나오는 여사들의 팔처럼 하얀 팔이 아름답고 부드러웠다. Her white arms were beautiful and soft, just like the arms of women in Italian paintings.

갈색 의 조젯 블라우스에 in a brown georgette blouse

남색 스커트를 입은 여자는 매력적인 사무직 여성처럼 보였다. The woman in the navy blue skirt looked like an attractive office worker.

여자가 아야메의 왼손을 잡아 자기 블라우스 속으로 넣었다.

아야메는 커다란 젖꼭지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Ayame could feel the soft touch of her large nipples.

"난 목과 어깨 사이의 이 뼈를 좋아해요.

당신 정말 귀엽네요. 날 만나러 와요. 난 저녁에 여기 있어요.

오늘은 만남이 있어서 일찍 왔는데 상대가 좀 늦네요.

난 보통 저기 덤불 근처에 있어요."

여자가 깔깔거렸다. "난 입에 넣는 걸 좋아해요."

여자가 혓바닥으로 자기 입술을 적셨다.

"장난감을 가져올 수도 있어요." 여자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말했다.

깜짝 놀란 아야메는 고개를 끄덕이고 집으로 걸어갔다.

왼손이 타는 것만 같았다.

아야메는 그 왼손으로 예전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쇄골을 쓰다듬었다.

그 후 3개월 동안, 아야메는 목욕탕으로 가는 옛날 길로 다녔고, For the next three months, Ayame followed the old road to the bathhouse,

목욕탕에서 곧장 시장 거리로 가서 장을 봤다.

다이스케의 일정에 맞춰 집에 갔고, 목욕탕에서 목욕을 할 때는 그 여자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야메는 무지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기이한 짓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일을 이렇게 늦은 나이에

더 알고 싶어지는 것이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남편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열심히 일하는 정중한 사람이었다.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다아스케에게는 깊은 애정을 보였다. Although he did not come home often, he showed deep affection for Dasuke.

시간이 좀 나면 조선인 친구 모자수와 그의 아들 솔로몬을 보러 갔다.

또 동생을 데리고 공원을 산책하거나 목욕탕에 데리고 가서

아야메가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줬다.

가끔씩 세 사람은 매번 똑같은 숯불구이 식당에 갔고, Sometimes the three of them went to the same charcoal-grilled restaurant,

그곳 주인은 가족끼리 오붓하게 식사할 수 있는 뒤쪽의 방을 내줬다.

다이스케는 불판에 구운 요리를 좋아했다.

다이스케가 밤에 잠들고 나면 그녀에게 고요한 밤이 찾아왔다. After Daisuke fell asleep at night, a quiet night came to her.

아야메는 요리 책을 보거나 바느질 관련 잡지를 읽었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코바늘뜨기를 했다.

아야메가 무진 애를 썼지만 이제는 목욕탕에서뿐만 아니라

하루종일 그 여자 생각이 떠올랐다.

스펀지케이크를 굽거나 가구의 먼지를 털 때도 그 여자를 생각했다.

블라우스 차림의 그 여자가 아주 건강하고

즐거워 보였다는 사실에 무척 혼란스러웠다.

윤락녀에 관한 감상적인 영화들에 나오는 여자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Totally different from the women in the sentimental movies about prostitutes.

그 여자는 백화점에서 파는 값비싼 멜론처럼 달콤했다.

11월 말의 토요일 저녁이었다.

다이스케가 평상시보다 훨씬 일찍 잠들었다.

하루키는 바쁜 업무 때문에 야근을 하느라 아직 귀가하지 않았다. Haruki hasn't come home yet because he's been working overtime because of his busy work.

아야메는 거실에서 영국의 제빵 기법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지만

정신이 산만해서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결국 책을 덮고 일찌감치 목욕을 하고 왔는데도 Finally, she closed the book, and even though she had come back from taking a bath

한 번 더 목욕을 하러 가기로 했다. Decided to take another bath

아야메가 집을 나섰을 때 다이스케는 조용히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아야메는 온탕에 몸을 담근 채

그 숲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얼굴을 봤을 수도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남편에게 사랑을 나누자고 요구할 용기를 낼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손가락 끝이 끔찍하게 쭈글쭈글해졌을 때

아야메는 탕을 나와 옷을 입고 머리를 빗었다.

밖으로 나오자 밝게 빛나는 가로등들이 아야메를 반겼다.

아야메는 묘지 쪽으로 걸었다.

추위 속에서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연인들이 많았다. Even in the cold, there were too many lovers to count

커플들은 다른 사람들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며 서로 자위를 했다. Couples masturbated to each other as they watched others make love.

발가벗은 나체들이 커다란 나무들 아래에서 뒤엉켰다.

남자들이 한 줄로 늘어서면 상대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While men stood in a row, their partners knelt in front of them

머리를 까딱거렸다.

아야메는 남자들의 얼굴을 지켜보면서 흥분했다.

아야메는 하루키가 자신을 두 팔로 끌어안고 격렬하게 가져주기를 바랐다. Ayame wanted Haruki to grab her and passionately take her with both arms.

저녁 하늘에는 옅은 빛과 In the evening sky, there is still light

이지러진 작은 달, 희미하게 그 흩뿌려진 겨울날의 별들밖에 없었다.

아야메는 남자들과 여자들을 지나쳐 걸어갔다.

인상적인 오크 나무 옆에서 두 남자가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키가 큰 남자는 회색 정장 차림이었는데 The tall man was in a gray suit.

어린 남자를 두 팔로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 회색 정장은 아야메가 남편을 위해 만들어 준 것과 흡사했다. The gray suit resembled the one Ayame had made for her husband.

아야메는 점점 가까이 다가가서 남자를 살펴보았다.

키가 큰 남자는 흥분으로 헐떡이는 하얀 러닝셔츠 차림의 젊은 남자에게 몸을 맡긴 채 A tall man leans over to a young man in a white sweatshirt, panting with excitement.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아야메는 나무 뒤로 몸을 숨긴 채 정사에 빠져 있는 남자를 지켜보았다. Ayame hid behind a tree and watched the man in love.

그 남자는 자신의 남편이 맞았다.

하루키였다.

하루키와 하얀 러닝셔츠 차림의 젊은 남자는 일을 끝내고 나서 말없이 옷을 입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누거나

잘 가라는 작별 인사를 건네지도 않았다.

그냥 그저 뒤돌아서서 각자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아야메는 하루키가 젊은 남자에게 돈을 주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관계를 갖기 전에 주었을 수도 있었다. It could have been given before they had sex.

아야메는 그런 관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 Ayame wasn't quite sure how these kinds of interactions were done.

설령 젊은 남자가 돈을 받고 그런 일을 했다 한들 Even if a young man was paid to do such a thing

뭐 달라질 게 있을까 싶었다. she wondered what difference it made

아야메는 숨 가쁘게 성관계에 빠져든 커플한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오래된 나무뿌리에 걸터앉았다.

쭈글쭈글해줬던 손가락 끝이 다시 부드러워졌다.

하루키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He had no choice but to wait for Haruki to disappear.

하루키가 아야메보다 먼저 집에 도착한다면

아야메는 목욕탕에 있었다고 말해야 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지 않은가. but that wasn't true

"안녕."

여자는 이번에는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고, 하얀 블라우스가 어둠 속에서 반짝거려 천사처럼 보였다.

"돈 가져왔어요?"

여자가 웅크려서 아야메와 눈높이를 맞추고, 젖이라도 먹이라는 것처럼 가슴을 들어 올렸다. The woman crouched down to eye level with Ayame, and lifted her chest as if to give her breast milk.

그러고는 블라우스 앞섶을 열고, 와이어 브래지어 위로 가슴을 꺼냈다. Then she opened the front of her blouse and pulled out her chest over the wire bra.

여자는 아름다웠다.

아야메는 임신할 수도 없고

사랑받을 수도 없는 자신의 말라빠진 몸뚱이를 돌아보았다. She looked back at her scrawny body that could not be loved.

왜 자신은 그토록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얼굴을 가질 수 없는지 궁금했다.

"나중에 돈을 줘도 돼요."

여자가 아야메 끈으로 졸라매는 가방을 힐끗 쳐다보았다. The woman glanced at Ayame's bag tied with a string.

"착한 아기처럼 목욕을 했네요.

아주 깨끗해요. 자, 이리 와요.

여기에 입을 대 봐요. 난 그걸 좋아하거든요.

그러고 나서 내가 당신한테 해 줄게요.

우리 아가, 겁을 먹은 것 같네? Baby, you look scared

이건 기분 좋고 달콤할 거예요."

여자가 아야메의 오른손을 잡아 자신의 치마를 밀어 올렸다.

아야메는 처음으로 다른 여자의 감촉을 느꼈다.

부드럽고 안락한 느낌이었다.

"괜찮아요?"

여자가 무릎을 꿇고 좀 더 가까이 다가와서

아야메의 왼손을 잡아 넷째 손가락을 자기 입에 넣고는 아야메의 무릎 위로 올라갔다.

여자가 아야메의 젖은 머리카락 냄새를 킁킁 맡았다.

"샴푸를 마실 수도 있겠는걸. 냄새가 아주 좋아요.

나와 사랑을 나누면 기분이 좋을 거예요. 천국에 간 기분이 될걸요."

아야메는 여자의 따뜻한 온기에 몸을 묻었다.

여자가 입을 벌리면서 아야메의 가방을 끌어당겼다.

"여기에 돈이 있어요? 난 돈이 많이 필요해요.

이 엄마가 우리 아가에게 예쁘게 보이려면 살 게 많아요." This mother has a lot to live for to look pretty to my baby."

아야메가 흠칫 놀라서 여자를 밀쳐냈다.

그러자 여자가 바닥에 등을 대고 넘어졌다.

"역겨워. 역겹다고." 아야메가 일어섰다.

"야, 이 빼빼 마른 늙은 화냥년아!" 여자가 소리쳤다.

아야메는 멀리서도 여자의 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Ayame could hear the woman's hoarse voice from afar.

"너 같은 년은 돈을 내야 사랑받을 수 있어!" "A bitch like you has to pay to be loved!"

아야메는 목욕탕으로 달려갔다. Ayame ran to the public baths.

아야메가 집에 도착했을 때

하루키가 동생에게 간식을 준비해주고 있었다. Haruki was preparing snacks for his younger brother.

"다녀왔어요." 아야메가 조용히 말했다. "I'm back." Ayame said quietly.

"어디 있었어, 아야메?" 다이스케가 걱정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물었다.

다이스케는 한쪽이 처진 창백한 얼굴이었다. Daisuke had a pale face with one side drooping.

하지만 아주 어린아이처럼 특별한 눈으로 기쁨을 표현할 줄 알고 꾸밈이 없는 여윈 남자였다.

다이스케가 입고 있는 노란색 잠옷은 아야메가 아침에 다려준 것이었다. The yellow pajamas Daisuke was wearing had been ironed by Ayame in the morning.

하루키는 아야메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소를 지었다.

전에는 동생이 혼자 있는 모습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이스케는 잠에서 깨어나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었다. Daisuke woke up crying looking for his mother.

하루키는 아야메가 늦어서 미안해할까 봐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Haruki didn't say that, fearing that Ayame would be sorry for being late.

"목욕탕에 갔다 왔어, 다이스케. 늦어서 미안해.

자고 있는 줄 알고, 추워서 다시 목욕을 하러 간 거야." I thought he was sleeping, so he went back to bathing because it was cold."

"무서웠어. 무서웠다고." 다이스케의 눈에서 눈물이 차올랐다.

"엄마가 보고 싶어." 아야메는 하루키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하루키는 아직 정장 차림 그대로였다.

다이스케가 아야메에게 다가가자

하루키는 부엌 조리대 옆에서 센베이 과자 상자를 치웠다.

"아야메는 깨끗해. 목욕을 했어.

아야메는 깨끗해. 목욕을 했어.

다이스케는 아야메가 목욕하고 돌아왔을 때

반복해서 부르기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지금 피곤해?" 아야메가 다이스케에게 물었다.

"아니." // "책 읽어줄까?" // "내."

하루키는 낡은 기차에 관한 그림책을

다이스케에게 읽어주는 아야메를 거실에 남겨둔 채 나갔고, he left Ayame reading to Daisuke in the living room and left.

아야메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잘자라는 인사를 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Ayame nodded at him as he said goodnight before going to b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