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 use cookies to help make LingQ better. By visiting the site, you agree to our cookie policy.


image

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고난의 길」 Pachinko 파친코 [Book 1. 고향]

「고난의 길」 Pachinko 파친코 [Book 1. 고향]

🎵

🎼

파친코 Book 1

고향. 고난의 길

다음 날 아침 일찍, 이삭은 요셉이 그려준 약도를 보고 한국장로교회를 찾아갔다.

비스듬히 기운 목적 건물은

번라한 시장통에서 몇 발 자국 떨어진 이카이노 뒤쪽 거리에 있었다.

다른 건물과 구별되는 표식이라고는

갈색 나무문에 그려진 초라한 하얀색 십자가뿐이었다.

젊은 교회 관리인, 후가 이삭을 교회 사무실로 안내했다.

후는 류 목사가 어릴 때부터 키운 만주 출신의 고아였다.

류 목사는 한 남매와 상담 중이었고 후와 이삭은

사무실 문 옆에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낮은 톤으로 말하는 젊은 여자의 이야기를 류 목사는

자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고 있었다.

"나중에 다시 방문 할까요." 이삭이 후에게 조용히 물었다.

"아닙니다, 목사님."

후는 사무적인 태도로 조심스럽게 새로 온 목사를 관찰했다.

백이삭 목사는 건강이 안 좋아 보였다.

후는 남자의 확연하게 잘생긴 얼굴에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한창때의 남자는 체격이 그보다 훨씬 더 건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류 목사는 나이가 들어 몸집이 작아졌지만, 한때 훨씬 더 건장했고,

먼 거리를 달릴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축구도 능숙하게 잘했다.

나이를 먹은 그는 지금 백내장과 녹내장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류 목사님이 아침마다 목사님 소식이 없는지 물어보셨어요.

목사님이 언제 오시는지 몰랐거든요.

어제 도착하신 걸 알았다면 제가 역으로 마중을 나갔을 텐데 말이죠.

일본어와 조선어에 모두 능통한 후는 스무 살이 넘지도 않은 나이였지만

행동거지나 말투가 훨씬 나이 든 사람 같았다.

후는 깃을 젖힌 낡은 하얀 셔츠를 갈색 모직 바지에

단정히 넣고, 여기저기 기워진 파란색 스웨터를 걸치고 있었다.

그가 입고 있는 것들은 캐나다 선교사들이 남기고 간 몇 안 되는 겨울옷이었다.

이삭이 몸을 돌려 기침을 했다.

"얘야, 누구와 같이 있는 거니?

류 목사가 목소리가 들리는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묵직한 뿔테 안경을 얼굴에 좀 더 가까이 닿게 밀어 올렸지만

그래 봤자 시야가 더 밝아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류 목사의 눈을 가리는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표정은

차분하고 단호 해 보였다. 류 목사는

문 옆에 있는 형체들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청각은 아직 살아 있어 그중 한 사람이 누군지는 알아차렸다.

일본인 장교가 교회에 버리고 가 본인이 직접 키운 후였다.

그러나 후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의 목소리는 낯설었다.

"백 목사님이에요." 후가 말했다.

류 목사 옆 바닥에 앉아 있던 남매가 돌아보고 꾸벅 인사를 했다.

류 목사는 도무지 해결될 기미가 없어 보이는

남매와의 상담을 그만 끝내고 싶었다.

"이삭, 이리로 와주게나. 내가 그쪽으로 가기가 힘들어서 말이야."

이삭이 그 말을 순순히 따랐다. "드디어 왔구나. 할렐루야!"

류 목사가 오른손을 이삭의 머리에 가볍게 얹었다. "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어젯밤에 오사카에 도착했어요." 이삭이 말했다.

류 목사의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가 은빛으로 빛났다.

류 목사는 시력을 거의 잃었음에도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고

곧게 앉은 자세는 안정적이었다.

"이리 가까이 오게." 이삭이 가까이 다가가자 류 목사는

먼저 이삭의 두 손을 꼭 잡고 나서 두툼한 손바닥으로 이삭의 얼굴을 감쌌다.

남매는 아무 말도 없이 멍하니 있었다.

후는 문 옆에 무릎 꿇고 앉아서 류 목사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잘 알겠지만 자네는 나에게 보내진 걸세."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네가 마침내 여기 와 줘서 기쁘다네. 아내를 데려왔나?

후가 자네 편지를 읽어 줬어."

"네, 오늘은 집에 있지만 일요일에는 데리고 나오겠습니다."

"그래,그래." 늙음 목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도들도 모두 자네가 와서 매우 기뻐할 거야.

아 참, 이 사람들을 만나봐야지!" 남매가 이삭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느 때보다

류 목사가 행복해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 두 사람은 가족 문제를 상담하러 날 찾아와서."

류 목사가 이삭에게 말하고 는 남매를 바라보았다.

누나는 짜증을 숨기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동생과 누나는 제주도의 시골 마을 출신이었고,

도시 출신 젊은이들처럼 딱딱하게 굴지도 않았다.

까무스름히 그을린 피부에 굵고 검은 머리카락을 한 누나는

매우 순진한 매력을 풍기는 상당히 예쁜 여자였다.

하얀 셔츠 단추를 깃까지 꼭 잠갔고

남색 빛깔의 몸빼 바지를 입고 있었다.

"여기는 새로오신 백이삭 부목사님이란다.

부목사님께 상담을 부탁드려 볼까?"

류 목사는 남매에게

반박의 여지를 조금도 남겨주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삭이 남매에게 미소를 지었다.

누나는 스무 살쯤 되어 보였고 남동생은 그보다 어렸다.

남매의 문제는 복잡했지만 평범한 것이었다.

남동생과 누나는 돈 문제로 싸우고 있었다.

누나가 일하는 직물 공장의 일본인 관리자한테서

선물로 돈을 받았다고 했다.

두 사람의 아버지보다도 나이가 많은 그 일본인 관리자는

기혼남의 아이가 다섯이었다.

그 관리자가 누나라는 여자를 식당에 데려갔고 장신구들과 돈을 주었다.

여자는 그돈 전부를 고향으로 돌아간

가난한 삼촌과 부모님께 보냈다.

그런데 남동생은 누나가 자기 봉급보다 많은 것을 받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고 누나의 생각은 달랐다.

"그 남자가 누나한테서 뭘 원하겠어요?"

남동생이 이삭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 "누나는 그 돈을 받지 말았어야 했어요.

이건 죄예요." 류 목사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두 사람이 태도에

지쳤는지 고개를 축 떨어뜨렸다.

누나는 이곳에 와서 어린 남동생의 비난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 화가 나 있었다.

"일본인들이 우리 삼촌의 농장을 빼앗아 갔어요.

우리는 일자리가 없어져서 집에서 일할 수가 없고요.

일본인 남자랑 같이 저녁을 먹어주는 조건으로 준 돈을 좀 받는 게

해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가능하다면 그가 주는 돈의 두 배도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는 그 정도로 많은 돈을 주지는 않죠."

"그 남자는 뭔가를 바라는 거야. 저질이라고."

남동생이 역겹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요시카와 씨가 날 만지게 둔 적은 한 번도 없어. 난 그냥 앉아서 미소 지으며

그의 가족과 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야."

누나는 남자에게 술을 따라주고 남자가 사준 입술연지를 발랐다가

집에 들어가기 전에

문질러 지웠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 남자는 누나와 놀아나려고 돈을 주는 거야. 그건 창녀나 하는 짓이라고."

이제는 남동생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정숙한 여자는 유부남과 식당에 가지 않아! 우리가 일본에서 일하는 동안은

내가 집안을 책임지고 누나를 지켜야 한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어.

누나가 나이가 더 많은 게 무슨 상관이야? 누나는 여자고 난 남자야.

이런 일을 계속 두고 볼 수는 없어. 내가 허락 못해!"

남동생은 열아홉 살인 누나보다 네 살이 더 어렸다.

남매는 이카이노의 복잡거리는 집에서 먼 친척과 함께 살고 있었다.

나이가 많은 그 여자 친척은 방값을 제때 받기만 하면

남매에게 간섭하지 않았다. 교회에 오지 않는 여자라서

류 목사는 그 여자를 몰랐다.

"아버지와 엄마는 고향에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어.

삼촌은 자기 아내와 자식을 먹여 살릴 수가 없고.

상황이 이러니 할 수만 있다면 내 손도 팔아버릴 거야.

하나님께서는 내가 부모님을 존경하기를 바라셔.

부모님을 돌보는 게 죄는 아니잖아.

그 대가로 내가 수치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면 . . . "

누나가 울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우리 기도의 답으로

요시카와 씨를 보내주신 게 아닐까?"

누나는 자신의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인 류 목사를 바라보았다.

이런 종류의 합리회는 흔했다.

나쁜 행동을 선한 행동으로 탈바꿈 시키고 싶어 하는 열망은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자신이 저지른 부장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다는

확실한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나님께서 젊은 여자가 몸을 팔아서

계율을 따르기를 바랄 리가 없지 않은가.

결과가 좋다고 해서 저지른 죄악을 씻어 낼 수는 없었다.

"아이고." 류 목사가 한숨을 쉬었다.

"너희들의 그 작은 어깨에 이 세상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니

참으로 힘들겠구나.

부모님은 네가 그 돈을 어디서 얻었는지 알고 계시니?"

"제 봉급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제 봉급으로는 방세와 생활비도 간신히 내는 형편이에요.

남동생은 학교에 다녀야 하고요. 엄마는 제가 책임지고

동생이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하라고 하셨죠.

동생은 공부를 그만두고 일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건 멀리 내다봤을 때 어리석은 짓이에요.

그랬다가는 항상 지금처럼 끔찍한 일자리밖에 못 얻는다고요.

일본어를 읽고 쓰는 법을 모르면 말이죠."

이삭은 누나라는 여자의 명쾌한 생각에 깜짝 놀랐다.

여자는 그 문제를 깊이 생각해봤던 모양이었다.

이삭은 눈앞에 여자보다 몇 살 더 나이를 먹었지만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돈을 벌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자기 봉급을 단 한 푼도 들여본 적이 없었다.

고향의 교회에서 평목사로 잠시 일했을 때는 교회 형편이 좋지 못한데다

신도들의 요구는 벅찰 만큼 많아서 봉급을 받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도 돈을 벌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 교회에서 일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고용 조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 혼자라하면 얼마를 받든 상관없었지만 이제는 가족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항상 주머니에 돈이 있었고,

부모님이나 형에게 말만 하면 언제든지 쉽게 돈을 융통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얼마나 벌고 쓰는지에 신경을 써본 일이 없었다. 눈앞의 젊은 이들을 보고 있자니

이삭은 자신이 참으로 이기적인 바보 같았다.

"류 목사님, 목사님이 결정을 내려주세요.

누나가 제 말을 듣지 않아요. 누나가 일을 끝내고 어디에 가는지를

제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어요. 누나가 계속 그 늙은 놈팡이를 만난다면

그 남자가 뭔가 끔찍하지 짓을 할 거예요.

누나가 무슨 일을 당하든지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거고요.

누나는 제 말을 들어야 해요." 남동생이 조용히 말했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요."

누나가 고개를 숙였다.

누나는 류 목사가 자신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랐다.

일요일 아침은 그녀에게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교회는 그녀가 기분 좋게 지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요시카와 씨와는 나쁜 짓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요시카와 씨의 아내가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른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요시카와 씨는 종종 그녀의 손을 잡고 싶어 했는데

그게 그다지 해로운 일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순수한 행동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동생이 식사를 챙겨줘야 해서 못 간다고 했다.

그녀는 동생이 식사를 챙겨줘야 해서 못 간다고 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건 맞아."

류 복사가 이렇게 말문을 열자

여자는 눈에 띄게 안심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미덕에도 신경을 써야하지. 그건 돈 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거니까.

네 몸은 성령이 머무는 신성한 곳이란다.

네 남동생이 걱정하는 건 당연한 거야.

우리의 믿음 과는 별개로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네가 결혼할 때는 순결과

명예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이 세상은 부도덕한 여자를 혹독하게 비난한단다.

설령 실수로 그런 짓을 저질렀다 해도 말이야.

잘못된 일이지만 이 죄 많은 세상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단다." 류 목사가 말했다.

"하지만 동생이 학교를 그만둘 수는 없어요, 목사님.

엄마한테 약속했는데 . . . "

"네 동생은 아직 어려. 나중에 다시 학교에 갈 수도 있어."

류 목사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렇게 반박했다.

이 말에 남동생의 표정이 살아났다.

남동생은 목사님이 그런 제안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터였다.

그는 학교가 싫었다. 일본인들 교사들한테서는 멍청한 아이 취급을 받았고,

옷차림과 억양 때문에 매일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기 때문이었다.

남동생은 가능한 돈을 많이 벌 계획이었다.

그러면 누나가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곳에서 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번 돈을 제주도에 보낼 수도 있었다.

누나가 흐느꼈다. 류 목사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차분하게 말했다.

"네 말이 맞아.

네 동생이 학교에 다닐 수 있다면 더 좋을 거야.

일이 년이라도 읽고 쓰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좋겠지.

교육보다 더 나은 것은 당연히 없으니까.

우리나라에는 우리를 이끌어줄 교육받은 새로운 세대가 필요해."

누나는 류 목사가 자기판을 들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요시카와 를 계속 만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 어리석은 늙은이한테서는 좀약 냄새가 났다.

그녀가 여기 오사카에 온 것은 숭고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그녀가 일을 하고 동생이 학교를 다니면

그들에게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지리라고 믿었다.

이삭은 류 목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류 목사는 상대의 마음을 읽어주면서도 상대를 단호하게 이끌어주는

남다른 능력의 소유자였다.

"요시카와가 지금은 그냥 너와 같이 지내고 싶을 뿐

다른 것은 원하지 않겠지만

나중에는 다른 것들을 바랄지도 모른단다.

그때가 되면 너는 그에게 빚을 졌다는 죄책감에

그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일자리를 잃을까 봐 두려워질 수도 있고, 그 때는 이미 너무 늦어서 돌이킬 수 없을 거야.

넌 지금 네가 그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그런 사람일까?"

우리가 착취 당했다고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그런 사람일까?"

이삭은 류 목사의 연민과 지혜가 담긴 이야기에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류 목사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이 남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이삭, 이 아이들을 축복해주겠나?"

류 목사가 물었고 이삭은 남매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남매는 더 이상 다투지 않고 교회를 떠났다.

두 사람은 일요일 아침에 예배를 드리러 돌아올 것이 분명했다.

밖에 나가 있었던 후가 짜장면 세 그릇을 들고 돌아왔다.

세 사람은 식전 기도를 올린 후

의자도 없이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상도 따로 없어서 후가 버려진 나무상자로 만든 나지막한 임시 밥상에

그릇을 올려놓고 먹어야 했다.

싸늘한 방안에는 방석 한 장 보이지 않았다.

이삭은 이 열악한 환경의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항상 자신은 그런 자질구레한 일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있자니 불편함을 감추기가 힘들었다.

"먹어보게. 후는 훌륭한 요리사야. 후가 없으면 난 배를 곯을 거야."

류 목사가 이렇게 말하고는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까 그 여자가 요시카와 씨와

그만 만날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 아이가 임신을 하면 요시카와에게 버림받을 거야.

그러면 남동생도 학교를 다니지 못하겠지.

그 일본인 관리자는 젊은 여자와 함께 다니면

자기가 사랑에 빠졌다는 느낌에 젖어 들고 싶어하는

어리석고 늙은 낭만주의자일 뿐이야.

뭐지않아 그 아이와 자고 나면 흥미를 잃어버리겠지.

남녀 관계는 뭐 그다지 이해하기 어려운 게 아니야.

그 아이는 일본인 관리자를 그만 만나야 하고

남동생은 일자리를 찾아야 해.

그 아이는 지금 다니는 직장도 즉시 바꾸어야 하고,

둘이 벌면 생활비와 부모님께 드릴 돈을 충분히 벌 수 있어."

이삭은 류 목사의 달라진 어조에 깜짝 놀랐다.

류 목사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차가워서

거의 오만하게 들리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문제를 진지하게 고심하는 것처럼

조용히 짜장면을 먹었다.

류 목사가 이삭을 바라보았다.

"이런 일을 아주 많이 봤어.

여자아이들은 나긋나긋해 보이는 그런 남자들을

쥐고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자기들이 저지른 실수의 쓰디쓴 대가를 치르는 건 결국 그 여자애들이 야.

하나님은 그 아이들을 용서하시지만

이 세상은 그렇지 않지."

"네." 이삭이 웅얼거렸다.

"자네 아내는 어떤가? 자네 형 집에는 둘이 지낼 만한 공간이 충분한가?"

"네, 형님이 방을 내 줬어요.

아내는 곧 출산할 예정입니다."

"아주 빠른데! 정말 좋은 소식이네."

류 목사가 기쁘게 말했다.

"진짜 좋은 소식이네요." 후가 처음으로 젊은이답게 흥분해서 말했다.

매일 교회 뒤쪽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하루 일과 중

후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다.

일본에 오기 전 큰 고아원에서 살아 후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좋아 했다.

"형은 어디에 살지?"

"여기서 몇 분 안 걸리는 곳입니다.

괜찮은 집을 구하기가 꽤 어려운 것 같더군요."

이삭의 말에 류 목사가 웃었다.

조선인들에게는 아무도 집을 빌려 주지 않아. 이곳 목사가 됐으니

자네도 이곳에서 조선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볼 수 있을 걸세.

상상하지 못한 광경을 보게 될거라는 얘기야.

두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방에서

열두 식구가 살면서 일을 나가는 남자들과

나머지 가족들이 교대로 잠을 잔다네.

돼지와 닭도 집 안에서 기르고 말이야.

수돗물도 없어. 난방도 되지 않고.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이 더럽다고 생각하지만

이곳에서는 더러운 꼴로 살수 밖에 없어.

서울에서 온 양반들이 거지꼴이 되는 걸 많이 봤다네.

목욕탕에 갈 돈도 없이 넝마를 걸치고 살고,

신발이 없어서 시장에서 짐꾼으로 일하지도 못해.

그들은 갈 곳이 없어.

일자리와 돈이 있는 사람도 살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아.

몇몇 사람들은 불법 거주를 하고 있어."

"일본 회사에서 데려온 사람들은 회사에서 살 곳을 내주지 않습니까?"

"흣카이도 같은 곳에는 광산이나 대규모 공장에 수용소가 딸려있지만

가족들은 거기서 잘 수가 없어.

수용소라고 별반 나은 것도 아니고 말일세.

주거 상태가 비참하기는 마찬가지지."

류 목사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또 다시 류 목사의 어조가 차갑게 느껴져서 이삭은 깜짝 놀랐다.

조금 전 남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이 겪는 고난을 걱정하던 목사와는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목사님은 어디에서 지내십니까?" 이삭이 물었다.

"이 사무실에서 지내지. 저 구석에서."

류 목사가 난로 옆을 가리켰다. "후는 저쪽 구석에서 자고."

"요나 침구가 안 보이는데 . . . "

"벽장 안에 있어. 후가 매일 밤마다 잠자리를 폈다가 아침에 치우지.

자네도 여기 머물러야 한다면 자네와 자네 식구 자리도 만들어줄 수 있어.

그것도 자네 보수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기와 함께 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교회 건물은 아기가 살기에는 외풍이 심했다.

"식사는 어떻게 하십니까?"

"후가 건물 뒤쪽 화로에서 식사 준비를 해.

거기에 수돗물이 나오는 부엌 비슷한 게 있거든.

별채가 이 건물 뒤에 있지. 고맙게도

선교사들이 마련해놨더라고."

"가족은 없으세요?" 이삭이 류 목사에게 물었다.

"아내는 우리가 여기 도착하고 2년 후에 세상을 떠났어.

그게 15년 전이군.

아이는 없었고. 하지만 내게는 아들 같은 후가 있어.

나에게는 후가 축복 같은 아이지.

이제 자네가 우리 두 사람을 축복해주러 왔고."

후는 자기 이야기가 나오자 기뻐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돈은 좀 갖고 있나?" 류 목사가 물었다.

"안 그래도 그 말씀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이삭은 후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지 몰라 망설였지만,

후가 류 목사의 눈과 같아서 자리를 뜰 수 없음을 깨달았다.

류 목사가 고개를 치켜들더니 냉철한 장사꾼처럼 단호하게 말했다.

"자네 보수는 월 15엔이야.

한 사람이 먹고 살기에도 충분하지 않은 돈이지. 후와 나는 보수를 받지 않아.

캐나다 교회에서 지원을 좀 해주지만

그게 꾸준하지가 않아. 우리 신도들은

많은 것을 낼 수 없고. 그래도 괜찮겠나?"

이삭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형 집에서 사는 데에 얼마가 필요한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형에게 자신뿐만 아니라 아내와 아이까지 먹여 살려 달라고 부탁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나?" 류 목사가 이삭을 고용하려 한 것은

그 점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이삭의 가족은 평양에 땅을 가지고 있었고

이삭의 추천사에 부유한 집안 출신이라는 점이 기재 되어 있었다.

이삭의 보수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류 목사는 이미 이삭이 평목사로 일할 때

보수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삭은 병약해서 든든한 일꾼은 되지 못하겠지만 류 목사는

이삭의 가족이 교회를 재정적으로 후원 해주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게 . . . 어 . . . .

형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어? 그래?"

"게다가 지금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요."

"알겠네." 후는 놀란 데다 수치심 까지 느끼는 젊은 목사가 안쓰러워 보였다.

"부모님은 세금을 내려고 토지의 상당 부분을 팔고 있고,

상황은 자꾸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형이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보내드리고 있어요.

형은 아마 형수님 가족도 부양하고 있을 겁니다."

류 목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예상했던 상황은 아니었다.

류 목사의 기대와는 달리 이삭의 가족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식민 정부의 지독하게 무서운 세금에 시달리고 있었다.

류 목사는 이삭이 자기 몸 하나는 건사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게다가 시력이 심하게 나빠진 자신을 도와 설교문을 작성하고

지역 관리들과 행정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만큼

일본어에 능통한 목사가 필요 했다.

"헌금이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그걸로 . . . " 이삭이 말을 꺼냈다.

"그건 안 돼." 류 목사가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요일 아침 예배에 정기적으로 나오는 신도는

75명에서 80명 정도였지만

전체 헌금의 상당 부분을 채워주는 부유한 신도는

대여섯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하루에 두 끼도 연명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후가 밥상에서 빈 그릇들을 집어 들며 말했다.

"늘 그렇듯 주님께서 보살펴주실 겁니다."

"그래, 아들아, 네 말이 맞구나." 류 목사는 후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류 목사는 늘 그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주고 싶어 했다.

지성과 뛰어난 소질을 타고 난 이 아이는 훌륭한 학자는 물론

목사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자네도 많이 실망했겠지."

이삭을 위로하는 류 목사의 어조가 좀 전에

남매의 누나에게 이야기 했을 때와 똑같았다.

"전 이 일자리를 얻게 돼서 감사하게 여기고 있어요, 목사님.

보수문제는 가족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당연히 후의 말이 맞아요. 주님께서 준비해주실 겁니다."

이삭이 말했다.

🎵 "일용할 모든 것을 내려주시는

신실하신 주님 나의 구주!"

류 목사가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노래했다.

"주님께서 우리 교회를 위해 자네를 준비해주셨지.

주님께서는 분명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모두 돌봐주실 거야."


「고난의 길」 Pachinko 파친코 [Book 1. 고향] "Der Weg der Not Pachinko [Buch 1. Heimatstadt] "The Road of Hardship Pachinko Pachinko [Book 1. Hometown] "El camino de las penurias Pachinko" [Libro 1. Ciudad natal]. "Дорога трудностей" Пачинко [Книга 1. Родной город].

🎵

🎼

파친코 Book 1

고향. 고난의 길

다음 날 아침 일찍, 이삭은 요셉이 그려준 약도를 보고 한국장로교회를 찾아갔다.

비스듬히 기운 목적 건물은

번라한 시장통에서 몇 발 자국 떨어진 이카이노 뒤쪽 거리에 있었다.

다른 건물과 구별되는 표식이라고는

갈색 나무문에 그려진 초라한 하얀색 십자가뿐이었다.

젊은 교회 관리인, 후가 이삭을 교회 사무실로 안내했다. Guided the young church janitor, olfactory, to the church office

후는 류 목사가 어릴 때부터 키운 만주 출신의 고아였다.

류 목사는 한 남매와 상담 중이었고 후와 이삭은

사무실 문 옆에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낮은 톤으로 말하는 젊은 여자의 이야기를 류 목사는

자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고 있었다.

"나중에 다시 방문 할까요." 이삭이 후에게 조용히 물었다.

"아닙니다, 목사님."

후는 사무적인 태도로 조심스럽게 새로 온 목사를 관찰했다.

백이삭 목사는 건강이 안 좋아 보였다.

후는 남자의 확연하게 잘생긴 얼굴에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한창때의 남자는 체격이 그보다 훨씬 더 건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류 목사는 나이가 들어 몸집이 작아졌지만, 한때 훨씬 더 건장했고,

먼 거리를 달릴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축구도 능숙하게 잘했다.

나이를 먹은 그는 지금 백내장과 녹내장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류 목사님이 아침마다 목사님 소식이 없는지 물어보셨어요.

목사님이 언제 오시는지 몰랐거든요.

어제 도착하신 걸 알았다면 제가 역으로 마중을 나갔을 텐데 말이죠.

일본어와 조선어에 모두 능통한 후는 스무 살이 넘지도 않은 나이였지만

행동거지나 말투가 훨씬 나이 든 사람 같았다. The way he behaved and the way he spoke, he looked much older.

후는 깃을 젖힌 낡은 하얀 셔츠를 갈색 모직 바지에 After that, the old hey shirt with the technique turned on, brown or something, that is, pants

단정히 넣고, 여기저기 기워진 파란색 스웨터를 걸치고 있었다.

그가 입고 있는 것들은 캐나다 선교사들이 남기고 간 몇 안 되는 겨울옷이었다.

이삭이 몸을 돌려 기침을 했다.

"얘야, 누구와 같이 있는 거니?

류 목사가 목소리가 들리는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묵직한 뿔테 안경을 얼굴에 좀 더 가까이 닿게 밀어 올렸지만

그래 봤자 시야가 더 밝아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류 목사의 눈을 가리는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표정은

차분하고 단호 해 보였다. 류 목사는

문 옆에 있는 형체들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청각은 아직 살아 있어 그중 한 사람이 누군지는 알아차렸다.

일본인 장교가 교회에 버리고 가 본인이 직접 키운 후였다.

그러나 후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의 목소리는 낯설었다.

"백 목사님이에요." 후가 말했다.

류 목사 옆 바닥에 앉아 있던 남매가 돌아보고 꾸벅 인사를 했다.

류 목사는 도무지 해결될 기미가 없어 보이는

남매와의 상담을 그만 끝내고 싶었다.

"이삭, 이리로 와주게나. 내가 그쪽으로 가기가 힘들어서 말이야."

이삭이 그 말을 순순히 따랐다. "드디어 왔구나. 할렐루야!"

류 목사가 오른손을 이삭의 머리에 가볍게 얹었다. "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어젯밤에 오사카에 도착했어요." 이삭이 말했다.

류 목사의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가 은빛으로 빛났다.

류 목사는 시력을 거의 잃었음에도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고

곧게 앉은 자세는 안정적이었다.

"이리 가까이 오게." 이삭이 가까이 다가가자 류 목사는

먼저 이삭의 두 손을 꼭 잡고 나서 두툼한 손바닥으로 이삭의 얼굴을 감쌌다.

남매는 아무 말도 없이 멍하니 있었다.

후는 문 옆에 무릎 꿇고 앉아서 류 목사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잘 알겠지만 자네는 나에게 보내진 걸세." Well you know, you were sent to me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네가 마침내 여기 와 줘서 기쁘다네. 아내를 데려왔나?

후가 자네 편지를 읽어 줬어."

"네, 오늘은 집에 있지만 일요일에는 데리고 나오겠습니다."

"그래,그래." 늙음 목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도들도 모두 자네가 와서 매우 기뻐할 거야.

아 참, 이 사람들을 만나봐야지!" 남매가 이삭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느 때보다

류 목사가 행복해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 두 사람은 가족 문제를 상담하러 날 찾아와서."

류 목사가 이삭에게 말하고 는 남매를 바라보았다.

누나는 짜증을 숨기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동생과 누나는 제주도의 시골 마을 출신이었고,

도시 출신 젊은이들처럼 딱딱하게 굴지도 않았다.

까무스름히 그을린 피부에 굵고 검은 머리카락을 한 누나는

매우 순진한 매력을 풍기는 상당히 예쁜 여자였다.

하얀 셔츠 단추를 깃까지 꼭 잠갔고 Sleep tight until you button up your iron shirt, and wear indigo colored trousers.

남색 빛깔의 몸빼 바지를 입고 있었다.

"여기는 새로오신 백이삭 부목사님이란다.

부목사님께 상담을 부탁드려 볼까?"

류 목사는 남매에게

반박의 여지를 조금도 남겨주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삭이 남매에게 미소를 지었다.

누나는 스무 살쯤 되어 보였고 남동생은 그보다 어렸다.

남매의 문제는 복잡했지만 평범한 것이었다.

남동생과 누나는 돈 문제로 싸우고 있었다.

누나가 일하는 직물 공장의 일본인 관리자한테서

선물로 돈을 받았다고 했다.

두 사람의 아버지보다도 나이가 많은 그 일본인 관리자는

기혼남의 아이가 다섯이었다.

그 관리자가 누나라는 여자를 식당에 데려갔고 장신구들과 돈을 주었다.

여자는 그돈 전부를 고향으로 돌아간

가난한 삼촌과 부모님께 보냈다.

그런데 남동생은 누나가 자기 봉급보다 많은 것을 받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고 누나의 생각은 달랐다.

"그 남자가 누나한테서 뭘 원하겠어요?"

남동생이 이삭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 "누나는 그 돈을 받지 말았어야 했어요.

이건 죄예요." 류 목사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두 사람이 태도에

지쳤는지 고개를 축 떨어뜨렸다.

누나는 이곳에 와서 어린 남동생의 비난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 화가 나 있었다.

"일본인들이 우리 삼촌의 농장을 빼앗아 갔어요.

우리는 일자리가 없어져서 집에서 일할 수가 없고요.

일본인 남자랑 같이 저녁을 먹어주는 조건으로 준 돈을 좀 받는 게

해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가능하다면 그가 주는 돈의 두 배도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는 그 정도로 많은 돈을 주지는 않죠."

"그 남자는 뭔가를 바라는 거야. 저질이라고."

남동생이 역겹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요시카와 씨가 날 만지게 둔 적은 한 번도 없어. 난 그냥 앉아서 미소 지으며

그의 가족과 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야."

누나는 남자에게 술을 따라주고 남자가 사준 입술연지를 발랐다가

집에 들어가기 전에

문질러 지웠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 남자는 누나와 놀아나려고 돈을 주는 거야. 그건 창녀나 하는 짓이라고."

이제는 남동생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정숙한 여자는 유부남과 식당에 가지 않아! 우리가 일본에서 일하는 동안은

내가 집안을 책임지고 누나를 지켜야 한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어.

누나가 나이가 더 많은 게 무슨 상관이야? 누나는 여자고 난 남자야.

이런 일을 계속 두고 볼 수는 없어. 내가 허락 못해!"

남동생은 열아홉 살인 누나보다 네 살이 더 어렸다.

남매는 이카이노의 복잡거리는 집에서 먼 친척과 함께 살고 있었다.

나이가 많은 그 여자 친척은 방값을 제때 받기만 하면

남매에게 간섭하지 않았다. 교회에 오지 않는 여자라서

류 목사는 그 여자를 몰랐다.

"아버지와 엄마는 고향에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어.

삼촌은 자기 아내와 자식을 먹여 살릴 수가 없고.

상황이 이러니 할 수만 있다면 내 손도 팔아버릴 거야.

하나님께서는 내가 부모님을 존경하기를 바라셔.

부모님을 돌보는 게 죄는 아니잖아.

그 대가로 내가 수치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면 . . . "

누나가 울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우리 기도의 답으로

요시카와 씨를 보내주신 게 아닐까?"

누나는 자신의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인 류 목사를 바라보았다.

이런 종류의 합리회는 흔했다.

나쁜 행동을 선한 행동으로 탈바꿈 시키고 싶어 하는 열망은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자신이 저지른 부장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다는

확실한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나님께서 젊은 여자가 몸을 팔아서

계율을 따르기를 바랄 리가 없지 않은가.

결과가 좋다고 해서 저지른 죄악을 씻어 낼 수는 없었다. I couldn't look at the sins committed just because the results were good

"아이고." 류 목사가 한숨을 쉬었다.

"너희들의 그 작은 어깨에 이 세상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니

참으로 힘들겠구나.

부모님은 네가 그 돈을 어디서 얻었는지 알고 계시니?"

"제 봉급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제 봉급으로는 방세와 생활비도 간신히 내는 형편이에요.

남동생은 학교에 다녀야 하고요. 엄마는 제가 책임지고

동생이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하라고 하셨죠.

동생은 공부를 그만두고 일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건 멀리 내다봤을 때 어리석은 짓이에요.

그랬다가는 항상 지금처럼 끔찍한 일자리밖에 못 얻는다고요.

일본어를 읽고 쓰는 법을 모르면 말이죠."

이삭은 누나라는 여자의 명쾌한 생각에 깜짝 놀랐다.

여자는 그 문제를 깊이 생각해봤던 모양이었다.

이삭은 눈앞에 여자보다 몇 살 더 나이를 먹었지만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돈을 벌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자기 봉급을 단 한 푼도 들여본 적이 없었다.

고향의 교회에서 평목사로 잠시 일했을 때는 교회 형편이 좋지 못한데다

신도들의 요구는 벅찰 만큼 많아서 봉급을 받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도 돈을 벌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 교회에서 일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고용 조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 혼자라하면 얼마를 받든 상관없었지만 이제는 가족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항상 주머니에 돈이 있었고,

부모님이나 형에게 말만 하면 언제든지 쉽게 돈을 융통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얼마나 벌고 쓰는지에 신경을 써본 일이 없었다. 눈앞의 젊은 이들을 보고 있자니

이삭은 자신이 참으로 이기적인 바보 같았다.

"류 목사님, 목사님이 결정을 내려주세요.

누나가 제 말을 듣지 않아요. 누나가 일을 끝내고 어디에 가는지를

제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어요. 누나가 계속 그 늙은 놈팡이를 만난다면

그 남자가 뭔가 끔찍하지 짓을 할 거예요.

누나가 무슨 일을 당하든지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거고요.

누나는 제 말을 들어야 해요." 남동생이 조용히 말했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요."

누나가 고개를 숙였다.

누나는 류 목사가 자신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랐다.

일요일 아침은 그녀에게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교회는 그녀가 기분 좋게 지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요시카와 씨와는 나쁜 짓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요시카와 씨의 아내가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른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요시카와 씨는 종종 그녀의 손을 잡고 싶어 했는데

그게 그다지 해로운 일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순수한 행동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동생이 식사를 챙겨줘야 해서 못 간다고 했다.

그녀는 동생이 식사를 챙겨줘야 해서 못 간다고 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건 맞아."

류 복사가 이렇게 말문을 열자

여자는 눈에 띄게 안심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미덕에도 신경을 써야하지. 그건 돈 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거니까.

네 몸은 성령이 머무는 신성한 곳이란다.

네 남동생이 걱정하는 건 당연한 거야.

우리의 믿음 과는 별개로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네가 결혼할 때는 순결과

명예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이 세상은 부도덕한 여자를 혹독하게 비난한단다.

설령 실수로 그런 짓을 저질렀다 해도 말이야.

잘못된 일이지만 이 죄 많은 세상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단다." 류 목사가 말했다.

"하지만 동생이 학교를 그만둘 수는 없어요, 목사님.

엄마한테 약속했는데 . . . "

"네 동생은 아직 어려. 나중에 다시 학교에 갈 수도 있어."

류 목사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렇게 반박했다.

이 말에 남동생의 표정이 살아났다.

남동생은 목사님이 그런 제안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터였다.

그는 학교가 싫었다. 일본인들 교사들한테서는 멍청한 아이 취급을 받았고,

옷차림과 억양 때문에 매일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기 때문이었다.

남동생은 가능한 돈을 많이 벌 계획이었다.

그러면 누나가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곳에서 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번 돈을 제주도에 보낼 수도 있었다.

누나가 흐느꼈다. 류 목사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차분하게 말했다.

"네 말이 맞아.

네 동생이 학교에 다닐 수 있다면 더 좋을 거야.

일이 년이라도 읽고 쓰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좋겠지.

교육보다 더 나은 것은 당연히 없으니까.

우리나라에는 우리를 이끌어줄 교육받은 새로운 세대가 필요해." Our country needs a new, educated generation to lead us.

누나는 류 목사가 자기판을 들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요시카와 를 계속 만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 어리석은 늙은이한테서는 좀약 냄새가 났다.

그녀가 여기 오사카에 온 것은 숭고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그녀가 일을 하고 동생이 학교를 다니면

그들에게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지리라고 믿었다.

이삭은 류 목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Isaac couldn't help but marvel as he listened to the story of Lee Mok-si.

류 목사는 상대의 마음을 읽어주면서도 상대를 단호하게 이끌어주는

남다른 능력의 소유자였다.

"요시카와가 지금은 그냥 너와 같이 지내고 싶을 뿐

다른 것은 원하지 않겠지만

나중에는 다른 것들을 바랄지도 모른단다.

그때가 되면 너는 그에게 빚을 졌다는 죄책감에

그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일자리를 잃을까 봐 두려워질 수도 있고, 그 때는 이미 너무 늦어서 돌이킬 수 없을 거야.

넌 지금 네가 그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그런 사람일까?"

우리가 착취 당했다고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그런 사람일까?"

이삭은 류 목사의 연민과 지혜가 담긴 이야기에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류 목사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이 남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이삭, 이 아이들을 축복해주겠나?"

류 목사가 물었고 이삭은 남매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남매는 더 이상 다투지 않고 교회를 떠났다.

두 사람은 일요일 아침에 예배를 드리러 돌아올 것이 분명했다.

밖에 나가 있었던 후가 짜장면 세 그릇을 들고 돌아왔다.

세 사람은 식전 기도를 올린 후

의자도 없이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상도 따로 없어서 후가 버려진 나무상자로 만든 나지막한 임시 밥상에

그릇을 올려놓고 먹어야 했다.

싸늘한 방안에는 방석 한 장 보이지 않았다.

이삭은 이 열악한 환경의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항상 자신은 그런 자질구레한 일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있자니 불편함을 감추기가 힘들었다.

"먹어보게. 후는 훌륭한 요리사야. 후가 없으면 난 배를 곯을 거야."

류 목사가 이렇게 말하고는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까 그 여자가 요시카와 씨와

그만 만날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 아이가 임신을 하면 요시카와에게 버림받을 거야.

그러면 남동생도 학교를 다니지 못하겠지.

그 일본인 관리자는 젊은 여자와 함께 다니면

자기가 사랑에 빠졌다는 느낌에 젖어 들고 싶어하는

어리석고 늙은 낭만주의자일 뿐이야.

뭐지않아 그 아이와 자고 나면 흥미를 잃어버리겠지.

남녀 관계는 뭐 그다지 이해하기 어려운 게 아니야.

그 아이는 일본인 관리자를 그만 만나야 하고

남동생은 일자리를 찾아야 해.

그 아이는 지금 다니는 직장도 즉시 바꾸어야 하고,

둘이 벌면 생활비와 부모님께 드릴 돈을 충분히 벌 수 있어."

이삭은 류 목사의 달라진 어조에 깜짝 놀랐다.

류 목사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차가워서

거의 오만하게 들리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문제를 진지하게 고심하는 것처럼

조용히 짜장면을 먹었다.

류 목사가 이삭을 바라보았다.

"이런 일을 아주 많이 봤어.

여자아이들은 나긋나긋해 보이는 그런 남자들을 Girls can grab and shake those guys who look slick

쥐고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자기들이 저지른 실수의 쓰디쓴 대가를 치르는 건 결국 그 여자애들이 야.

하나님은 그 아이들을 용서하시지만

이 세상은 그렇지 않지."

"네." 이삭이 웅얼거렸다.

"자네 아내는 어떤가? 자네 형 집에는 둘이 지낼 만한 공간이 충분한가?"

"네, 형님이 방을 내 줬어요.

아내는 곧 출산할 예정입니다."

"아주 빠른데! 정말 좋은 소식이네."

류 목사가 기쁘게 말했다.

"진짜 좋은 소식이네요." 후가 처음으로 젊은이답게 흥분해서 말했다. As excited as the survey was, he said, every day you run behind the church and take the children.

매일 교회 뒤쪽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하루 일과 중

후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다.

일본에 오기 전 큰 고아원에서 살아 후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좋아 했다.

"형은 어디에 살지?"

"여기서 몇 분 안 걸리는 곳입니다.

괜찮은 집을 구하기가 꽤 어려운 것 같더군요."

이삭의 말에 류 목사가 웃었다.

조선인들에게는 아무도 집을 빌려 주지 않아. 이곳 목사가 됐으니

자네도 이곳에서 조선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볼 수 있을 걸세.

상상하지 못한 광경을 보게 될거라는 얘기야.

두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방에서

열두 식구가 살면서 일을 나가는 남자들과

나머지 가족들이 교대로 잠을 잔다네.

돼지와 닭도 집 안에서 기르고 말이야.

수돗물도 없어. 난방도 되지 않고.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이 더럽다고 생각하지만

이곳에서는 더러운 꼴로 살수 밖에 없어.

서울에서 온 양반들이 거지꼴이 되는 걸 많이 봤다네.

목욕탕에 갈 돈도 없이 넝마를 걸치고 살고,

신발이 없어서 시장에서 짐꾼으로 일하지도 못해.

그들은 갈 곳이 없어.

일자리와 돈이 있는 사람도 살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아.

몇몇 사람들은 불법 거주를 하고 있어."

"일본 회사에서 데려온 사람들은 회사에서 살 곳을 내주지 않습니까?"

"흣카이도 같은 곳에는 광산이나 대규모 공장에 수용소가 딸려있지만

가족들은 거기서 잘 수가 없어.

수용소라고 별반 나은 것도 아니고 말일세.

주거 상태가 비참하기는 마찬가지지."

류 목사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또 다시 류 목사의 어조가 차갑게 느껴져서 이삭은 깜짝 놀랐다.

조금 전 남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이 겪는 고난을 걱정하던 목사와는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목사님은 어디에서 지내십니까?" 이삭이 물었다.

"이 사무실에서 지내지. 저 구석에서."

류 목사가 난로 옆을 가리켰다. "후는 저쪽 구석에서 자고."

"요나 침구가 안 보이는데 . . . "

"벽장 안에 있어. 후가 매일 밤마다 잠자리를 폈다가 아침에 치우지.

자네도 여기 머물러야 한다면 자네와 자네 식구 자리도 만들어줄 수 있어. I can make you and your 19th place if you have to stay.

그것도 자네 보수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기와 함께 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교회 건물은 아기가 살기에는 외풍이 심했다.

"식사는 어떻게 하십니까?"

"후가 건물 뒤쪽 화로에서 식사 준비를 해.

거기에 수돗물이 나오는 부엌 비슷한 게 있거든.

별채가 이 건물 뒤에 있지. 고맙게도

선교사들이 마련해놨더라고."

"가족은 없으세요?" 이삭이 류 목사에게 물었다.

"아내는 우리가 여기 도착하고 2년 후에 세상을 떠났어.

그게 15년 전이군.

아이는 없었고. 하지만 내게는 아들 같은 후가 있어.

나에게는 후가 축복 같은 아이지.

이제 자네가 우리 두 사람을 축복해주러 왔고."

후는 자기 이야기가 나오자 기뻐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돈은 좀 갖고 있나?" 류 목사가 물었다.

"안 그래도 그 말씀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이삭은 후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지 몰라 망설였지만,

후가 류 목사의 눈과 같아서 자리를 뜰 수 없음을 깨달았다.

류 목사가 고개를 치켜들더니 냉철한 장사꾼처럼 단호하게 말했다.

"자네 보수는 월 15엔이야.

한 사람이 먹고 살기에도 충분하지 않은 돈이지. 후와 나는 보수를 받지 않아.

캐나다 교회에서 지원을 좀 해주지만

그게 꾸준하지가 않아. 우리 신도들은

많은 것을 낼 수 없고. 그래도 괜찮겠나?"

이삭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형 집에서 사는 데에 얼마가 필요한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형에게 자신뿐만 아니라 아내와 아이까지 먹여 살려 달라고 부탁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나?" 류 목사가 이삭을 고용하려 한 것은 Can I get help from my family? Pastor Lee tried to hire Isaac.

그 점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이삭의 가족은 평양에 땅을 가지고 있었고

이삭의 추천사에 부유한 집안 출신이라는 점이 기재 되어 있었다.

이삭의 보수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류 목사는 이미 이삭이 평목사로 일할 때

보수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삭은 병약해서 든든한 일꾼은 되지 못하겠지만 류 목사는

이삭의 가족이 교회를 재정적으로 후원 해주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게 . . . 어 . . . .

형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어? 그래?"

"게다가 지금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요."

"알겠네." 후는 놀란 데다 수치심 까지 느끼는 젊은 목사가 안쓰러워 보였다.

"부모님은 세금을 내려고 토지의 상당 부분을 팔고 있고,

상황은 자꾸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형이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보내드리고 있어요.

형은 아마 형수님 가족도 부양하고 있을 겁니다."

류 목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예상했던 상황은 아니었다.

류 목사의 기대와는 달리 이삭의 가족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식민 정부의 지독하게 무서운 세금에 시달리고 있었다.

류 목사는 이삭이 자기 몸 하나는 건사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게다가 시력이 심하게 나빠진 자신을 도와 설교문을 작성하고

지역 관리들과 행정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만큼

일본어에 능통한 목사가 필요 했다.

"헌금이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그걸로 . . . " 이삭이 말을 꺼냈다.

"그건 안 돼." 류 목사가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No, Pastor Ryu shook his head violently.

일요일 아침 예배에 정기적으로 나오는 신도는

75명에서 80명 정도였지만

전체 헌금의 상당 부분을 채워주는 부유한 신도는 The given Shinto, who fills a significant portion of the total offering,

대여섯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하루에 두 끼도 연명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후가 밥상에서 빈 그릇들을 집어 들며 말했다.

"늘 그렇듯 주님께서 보살펴주실 겁니다."

"그래, 아들아, 네 말이 맞구나." 류 목사는 후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류 목사는 늘 그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주고 싶어 했다.

지성과 뛰어난 소질을 타고 난 이 아이는 훌륭한 학자는 물론

목사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자네도 많이 실망했겠지."

이삭을 위로하는 류 목사의 어조가 좀 전에

남매의 누나에게 이야기 했을 때와 똑같았다.

"전 이 일자리를 얻게 돼서 감사하게 여기고 있어요, 목사님.

보수문제는 가족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당연히 후의 말이 맞아요. 주님께서 준비해주실 겁니다."

이삭이 말했다.

🎵 "일용할 모든 것을 내려주시는

신실하신 주님 나의 구주!"

류 목사가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노래했다.

"주님께서 우리 교회를 위해 자네를 준비해주셨지.

주님께서는 분명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모두 돌봐주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