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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엄마가 된 소녀 」 Pachinko 파친코 [Book 1. 고향]

「엄마가 된 소녀 」 Pachinko 파친코 [Book 1. 고향]

🎵

파친코. Book 1. 고향.

엄마가 된 소녀.

"대체 그 돈 어디서 난 거야?"

요셉이 취소된 약속어음을 움켜쥐면서 소리쳤다.

"선자가 어머니한테서 받은 시계를 팔았어요." 경희가 대답했다.

이 거리에서는 언제나 매일 밤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거나 아이가 울었다.

하지만 이 집에서는 그렇게 시끄러운 소리가 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쉽게 화를 내지 않는 요셉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선자는 거실 뒤쪽 구석에 딱 붙어 서서 고개를 숙인 채 바위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눈물이 선자의 붉어진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삭은 아직 교회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200엔이 넘는 회중시계를 가지고 있었단 말이야?

이삭도 그걸 알고 있어?"

요셉이 선자에게 소리쳤다.

경희가 두 손을 들어 올리고 요셉과 선자 사이에 끼어들었다.

"어머니한테서 받았대요. 아기를 위해서 팔아 쓰라고요."

선자는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어서 벽을 따라 미끄러져 내렸다.

골반과 등에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선자는 두 눈을 꼭 감고 머리를 두 팔에 묻었다.

"시계를 어디에 판 거야?"

"야채 가게 옆에 있는 전당포요." 경희가 말했다.

"정신 나갔어? 대체 어떤 여자가 전당포에 간대?"

요셉이 선자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여자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지?"

바닥에 앉은 선자가 요셉을 올려다보며 간청했다. "언니 잘못이 아닙니더."

전당포에 가도 되는지 이삭에게 물어봤어?"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예요?

동생은 그냥 우리를 도우려고 그랬던 거 잖아요.

게다가 임신한 상태라고요. 동생을 가만히 내버려둬요."

경희는 선자가 요셉에게 말대답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선자의 시선을 피했다.

요셉은 선자가 이삭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왜 아주버니가 모든 비용을 다 치러야 한단 말인가?

왜 그가 모든 돈을 관리해야 하지?

지난번에는 선자가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소리를 해서 요셉과 말다툼을 한 적도 있었다.

"선자는 우리를 걱정한 거예요.

선자가 그 아름다운 시계를 팔아서 저도 마음이 안 좋아요.

하지만 선자를 이해하려고 해보세요, 여보." 경희가 요셉의 한쪽 팔을 부드럽게 잡았다.

"멍청한 여자들 같으니라고!

그 거리를 지날 때마다 마주칠 텐데

이제 그 남자들을 어떻게 보라는 거야?

어리석은 여자들이 내 빚을 갚았다는 사실을 그 놈들은 다 알고 있는데!

불알도 없는 놈 취급을 받게 생겼다고."

요셉은 한번도 그렇게 상스러운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경희는 그가 선자를 모욕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요셉은 선자를 멍청하고 어리석은 여자라고 했다.

경희도 선자의 행동을 막지 않았기 때문에 비난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 빚은 갚는 것이 더 현명한 행동이었고

경희가 일을 할 수 있었다면 저축도 가능했을 것이다.

선자는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아랫배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고, 통증은 더욱 심해져만 갔다.

선자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여보, 제발, 이해해주세요." 경희가 말했다.

요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자의 두 다리는 거리에 술주정뱅이처럼 벌어져 있었고, 두 손이 부푼 배를 겨우 받치고 있었다.

선자의 어머니가 어떻게 금시계를 갖고 있었을까?

오래전이었지만 요셉은 선자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었다.

선자의 아버지 훈이는 남에게 빌린 작은 집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가난한 부부의 아들에다 몸도 성치 못했다.

그의 아내가 어디서 그렇게 비싼 물건을 얻었을까?

그들의 하숙생들은 주로 어부거나 생선 시장에서 일하는 일꾼들이었다.

선자가 어머니한테서 30엔이나 40엔짜리 금반지 몇 개를 받았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면 10엔짜리 옥반지라거나.

선자가 훔친 시계일까? 이삭이 도둑이나 창녀와 결혼을 한 걸까?

요셉은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어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삭은 집에 돌아와서 울고 있는 여자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좀더 조리 있는 설명을 듣고 싶어서 이삭은 두 여자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러고는 여자들의 뚝뚝 끊어지는 설명을

귀 기울여 들었다.

"그래서 형은 어디로 갔어요? 이삭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원래는 이렇게 나가지 않아요 .

그 사람이 이렇게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 . . "

경희는 선자의 기분을 더 이상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말을 멈췄다.

"형은 괜찮을 거예요."

이삭이 이렇게 말하고는 선자를 돌아보았다.

"당신이 고향에서 그렇게 귀한 걸 가져왔는지 몰랐어요.

어머니한테서 받았다고요?" 이삭이 주저하며 물었다.

선자가 여전히 울고 있어서 경희가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이삭이 다시 선자를 바라보았다.

"당신 어머니가 어디서 그 시계를 얻었어요?" 이삭이 물었다.

안 물어 봤어예. 아마 누가 돈 대신 준 거겠지예."

"그렇군요." 이삭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경희가 선자의 열이 나는 이마를 쓰다듬었다.

그이에게 잘 설명해 주시겠어요?"

경희가 이삭에게 부탁했다.

"도련님은 저희가 왜 이런 일을 했는지 이해하시죠?"

"네, 그럼요. 형은 저희를 도우려고 그 돈을 빌린 거잖아요.

선자는 그 빚을 갚으려고 시계를 팔았고요.

그러니까 선자는 우리가 여기 올 수 있게 도우려고 시계를 판 셈이죠.

여기 오는 데 필요한 입국 허가증은 비싸니까 요.

형이 그 돈을 어떻게 그처럼 빨리 구했겠어요?

제가 먼저 그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 . .

제가 너무 순진하고 아이 같아서 형이 언제나 저를 돌봐주고 있네요.

선자가 그 시계를 팔아야 했다니

안타깝지만 일단 빚은 갚는 게 낫죠.

형에게 도 잘 이야기 할게요, 형수님.

다들 걱정 말아요." 이삭이 여자들에게 말했다.

경희가 그제야 기분이 좀 나아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마치 찌르는 듯한 경련이 선자의 옆구리에 잃었다.

선자는 뒤로 쓰러질 것만 같아 입술을 깨물었다.

"으 . . . 으 . . . " "아니? 이건 . . . ?"

선자의 다리를 타고 따뜻한 물이 흘러내렸다.

"산파를 불러와야 할까요?" 이삭이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이 거리 아래쪽으로 세 집 건너에 사는 옥자 언니를 불러와요."

경희가 말하자 이삭이 밖으로 달려 나갔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경희가 선자의 손을 잡고 선자를 달랬다.

"동생은 이제 엄마가 할 일을 하는 거야.

여자들은 고통을 겪는 거 알지?

아, 선자야, 네가 아프니까 내 마음도 너무 아파." 경희가 선자를 위해 기도했다.

"주님, 제발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 . . "

선자는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막으려고 치마를 움켜쥐고 입 안에 넣었다.

계속해서 칼에 찔리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선자는 입 안의 거친 천을 세게 깨물었다.

"엄마, 엄마."

선자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산파인 옥자는 제주도 출신의 쉰 살 먹은 조선인이었고,

이 빈민가에서 많은 아이들을 받았다.

고모한테서 훈련을 잘 받은 옥자는 산파 일과 간호 일,

그리고 아기 돌보는 일을 해서 자신의 아이들을 먹여 살렸다.

여섯 아이의 아버지 남편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

남편이라는 작자는 살아 있기는 했지만 언제나 술에 취해 살았다.

옥자는 산파 일을 하지 않을 때는

공장이나 시장으로 일하러 나가는 동네 여자들의 아이들을 봐줬다.

이번 출산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남자아이는 길쭉하니 잘생겼고,

산고는 어린 엄마에게는 끔찍하기 짝이 없었겠지만 짧게 끝난 편이었다.

또 고맙게도 아이가 한밤에 나온 것이 아니어서

산파의 저녁 준비를 약간 방해했을 뿐이었다.

자는 함께 사는 며느리가 또 보리 밥을 태우지 않았기를 바랐다.

"쉬, 쉬, 잘했어."

옥자가 아직도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는 이제 막 엄마가 된 소녀를 달랬다.

"아들이 아주 튼튼하고 잘생겼어.

이 검은 머리 좀 봐! 자네는 이제 좀 쉬어야 해.

곧 있으면 아이에게 젖을 물려야 하니까."

옥자가 떠나려고 일어서기 전에 말했다.

"에구, 이 망할 놈의 무릎 같으니라고."

옥자는 산모의 가족들에게 돈을 찾아올 시간을 주려고

무릎과 정강이를 문지르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경희가 옥자에게 3엔을 건네주었다. 옥자는 덤덤하게 돈을 받았다.

"궁금한 게 있으면 날 불러." 경희가 옥자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경희는 마치 자신이 엄마가 된 것 같았다. 아기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경희는 아기의 새까만 머리와 작은얼굴,

짙은 남빛이 감도는 눈동자를 마주하자 심장이 짜릿해지는 것 같았다.

아이는 경희에게 성경 속에 나오는 삼손을 떠올리게 했다.

경희는 배추를 절일 때 쓰는 망가진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 아이를 씻기고 나서

깨끗한 수건으로 감싸 이삭에게 건내주었다.

"이제 도련님이 아버지가 됐어요.

아주 잘생겼죠?" 경희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 작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큰 기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전 선자에게 줄 미역국을 끓여야겠어요.

선자는 바로 국을 먹어야 하거든요."

경희는 아이를 안고 있는 이삭을

거실에 내버려둔 채 선자를 보러 갔지만

선자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경희는 부엌에서 마른 미역을 차가운 물에 담가놓고

남편이 빨리 돌아오기를 기도했다.

다음날 아침,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희는 밤새 잠들지 못했다.

요셉이 전날 밤에 집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삭도 자지 않고 기다리려고 했지만,

경희가 다음 날 아침에 설교를 해야 하고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교회에서 일해야 하니까 잠을 자라고 했다.

선자는 아주 깊이 잠들어서 코까지 골았고, 거의 뒤척이지도 않았다.

경희는 요셉을 기다리면서 부엌을 청소하고, 아침을 준비하고,

아기 옷을 바느질했다.

그러면서도 몇 분마다 창밖을 힐끗거렸다.

이삭이 아침을 다 먹었을 때 요셉이 담배 냄새를 풍기며 들어왔다.

더러워진 안경을 쓴 요셉의 얼굴은 까칠해 보였다.

경희는 남편을 보자마자 부엌으로 가서 아침을 준비했다.

"형, 괜찮아 ?" 이삭이 일어섰다.

요셉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가 태어나서. 남자아이야." 이삭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삭의 말에도 요셉은 아무 대꾸없이

나지막한 아카시아 나무 밥상 옆 바닥에 앉았다.

그 밥상은 고향에서 가져온 몇 안 되는 물건 중 하나였다.

요셉은 밥상을 만지면서 부모님을 떠올렸다.

경희가 요셉 앞에 음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당신이 나한테 화가 난 거 알아요. 하지만 당신도 뭔가를 좀 먹고 쉬어야죠."

경희가 요셉의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형,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해.

선자는 아직 어려. 그냥 우리가 걱정됐던 거야.

사실 그 빚은 내가 진 거나 마찬가지고 . . . . "

"우리 가족은 내가 알아서 다 돌볼 수 있어." 요셉이 말했다.

"알아. 하지만 내가 형에게 예상치 못햇던 짐을 지웠고,

형을 이런 상황으로 몰아넣었어.

단 내 잘못이야. 선자는 우리를 도우려고 했던 거야."

요셉이 두 손을 맞잡았다.

요셉은 이삭의 말에 반대하거나 이삭에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동생의 슬픈 얼굴은 요셉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삭은 우수한 예술작품처럼 보호해야 하는 존재였다.

요셉은 밤새도록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조선인들이 자주 찾는 술집에서

도부로쿠 한병을 마시면서 병약한 이삭을

오사카로 데려온 것이 잘한 짓인지 고민했다.

이삭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선자가 좋은 여자가 아니라는 게 밝혀진다면

이삭은 어떻게 될까?

경희는 이미 선자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었고,

아이까지 태어나면 한 명을 더 책임져야 했다.

양가 부모님도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복잡한 술집에서는 남자들이 술을 마시며

던지는 농담 소리가 크게 울려댔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에서 술냄새를 풍기는 사람들 중

돈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이 낯설고 살기 힘든 땅에서 가족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요셉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형, 형은 아주 좋은 사람이야.

향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잘 알고 있어." 이삭이 말했다.

요셉은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선자를 용서해줄 거지?

선자가 먼저 형을 찾아가지 않은 걸 용서해줄래?

형에게 빚지게 한 날 용서 해줄 거지?

우리를 용서해줄 수 있지?"

요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 고리대금업자한테서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거나

집에서 부업을 하는 아내들에게 염치없이 붙어사는 다른 남자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게 생겼다.

아내와 동생의 임신한 아내가 훔친 것일지도 모르는 시계로

자신의 빚을 갚았으니까.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넌 일하러 가야지? 일요일이야." 요셉이 말했다.

"응, 그래야지. 형수님이 선자와 아이를 보살펴주겠다고 하셨어."

"어서 가봐." 요셉이 말했다.

요셉은 그들을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를 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요셉은 집 밖으로 나서는 이삭을 따라나가 동생의 손을 잡았다.

"넌 이제 아버지가 됐어."

"응." 이삭이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정말 잘됐어." 요셉이 말했다.

"형이 아이 이름을 지어 줘.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서 답장을 기다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

여기서는 형이 우리집 가장이니까 . . . " 이삭이 말했다.

"내가 아이 이름을 지어서는 안 되지."

"아니, 형이 지어줘야해."

요셉은 숨을 들이쉬고 텅 빈 거리를 바라보다 이삭에게 시선을 돌렸다. "노아."

"노아." 이삭이 요셉을 따라 말하며 미소 지었다. "좋아, 근사한 이름이야."

"노아는 하나님께 복종하고 하나님이 요구히신 일을 행했지.

불가능한 일임을 알면서도 하나님을 믿었어."

"오늘은 형이 설교를 해야겠는데."

이삭이 형의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형제는 교회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키가 크고 약하지만 결단력이 있는 한 남자와 키가 작지만 강인하고

재빠른 한 남자가 나란히 걸었다.


「엄마가 된 소녀 」 Pachinko 파친코 [Book 1. 고향] "Das Mädchen, das Mutter wurde" Pachinko Pachinko [Buch 1. Heimatstadt] "The Girl Who Became a Mother" Pachinko [Book 1. Hometown] "La niña que se convirtió en madre" Pachinko Pachinko [Libro 1. Ciudad na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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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Book 1. 고향.

엄마가 된 소녀.

"대체 그 돈 어디서 난 거야?"

요셉이 취소된 약속어음을 움켜쥐면서 소리쳤다.

"선자가 어머니한테서 받은 시계를 팔았어요." 경희가 대답했다.

이 거리에서는 언제나 매일 밤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거나 아이가 울었다.

하지만 이 집에서는 그렇게 시끄러운 소리가 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쉽게 화를 내지 않는 요셉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선자는 거실 뒤쪽 구석에 딱 붙어 서서 고개를 숙인 채 바위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눈물이 선자의 붉어진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삭은 아직 교회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200엔이 넘는 회중시계를 가지고 있었단 말이야?

이삭도 그걸 알고 있어?"

요셉이 선자에게 소리쳤다.

경희가 두 손을 들어 올리고 요셉과 선자 사이에 끼어들었다.

"어머니한테서 받았대요. 아기를 위해서 팔아 쓰라고요."

선자는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어서 벽을 따라 미끄러져 내렸다.

골반과 등에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선자는 두 눈을 꼭 감고 머리를 두 팔에 묻었다.

"시계를 어디에 판 거야?"

"야채 가게 옆에 있는 전당포요." 경희가 말했다.

"정신 나갔어? 대체 어떤 여자가 전당포에 간대?"

요셉이 선자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여자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지?"

바닥에 앉은 선자가 요셉을 올려다보며 간청했다. "언니 잘못이 아닙니더."

전당포에 가도 되는지 이삭에게 물어봤어?"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예요?

동생은 그냥 우리를 도우려고 그랬던 거 잖아요.

게다가 임신한 상태라고요. 동생을 가만히 내버려둬요."

경희는 선자가 요셉에게 말대답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선자의 시선을 피했다.

요셉은 선자가 이삭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왜 아주버니가 모든 비용을 다 치러야 한단 말인가?

왜 그가 모든 돈을 관리해야 하지?

지난번에는 선자가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소리를 해서 요셉과 말다툼을 한 적도 있었다.

"선자는 우리를 걱정한 거예요.

선자가 그 아름다운 시계를 팔아서 저도 마음이 안 좋아요.

하지만 선자를 이해하려고 해보세요, 여보." 경희가 요셉의 한쪽 팔을 부드럽게 잡았다.

"멍청한 여자들 같으니라고!

그 거리를 지날 때마다 마주칠 텐데

이제 그 남자들을 어떻게 보라는 거야?

어리석은 여자들이 내 빚을 갚았다는 사실을 그 놈들은 다 알고 있는데!

불알도 없는 놈 취급을 받게 생겼다고." That I'm being treated like a bratless bastard

요셉은 한번도 그렇게 상스러운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경희는 그가 선자를 모욕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요셉은 선자를 멍청하고 어리석은 여자라고 했다.

경희도 선자의 행동을 막지 않았기 때문에 비난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 빚은 갚는 것이 더 현명한 행동이었고

경희가 일을 할 수 있었다면 저축도 가능했을 것이다.

선자는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아랫배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고, 통증은 더욱 심해져만 갔다. It got even worse

선자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여보, 제발, 이해해주세요." 경희가 말했다.

요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자의 두 다리는 거리에 술주정뱅이처럼 벌어져 있었고, 두 손이 부푼 배를 겨우 받치고 있었다.

선자의 어머니가 어떻게 금시계를 갖고 있었을까?

오래전이었지만 요셉은 선자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었다.

선자의 아버지 훈이는 남에게 빌린 작은 집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가난한 부부의 아들에다 몸도 성치 못했다.

그의 아내가 어디서 그렇게 비싼 물건을 얻었을까?

그들의 하숙생들은 주로 어부거나 생선 시장에서 일하는 일꾼들이었다.

선자가 어머니한테서 30엔이나 40엔짜리 금반지 몇 개를 받았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면 10엔짜리 옥반지라거나. If I could understand it

선자가 훔친 시계일까? 이삭이 도둑이나 창녀와 결혼을 한 걸까?

요셉은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어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삭은 집에 돌아와서 울고 있는 여자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좀더 조리 있는 설명을 듣고 싶어서 이삭은 두 여자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러고는 여자들의 뚝뚝 끊어지는 설명을

귀 기울여 들었다.

"그래서 형은 어디로 갔어요? 이삭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원래는 이렇게 나가지 않아요 .

그 사람이 이렇게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 . . "

경희는 선자의 기분을 더 이상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말을 멈췄다.

"형은 괜찮을 거예요."

이삭이 이렇게 말하고는 선자를 돌아보았다.

"당신이 고향에서 그렇게 귀한 걸 가져왔는지 몰랐어요.

어머니한테서 받았다고요?" 이삭이 주저하며 물었다.

선자가 여전히 울고 있어서 경희가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이삭이 다시 선자를 바라보았다.

"당신 어머니가 어디서 그 시계를 얻었어요?" 이삭이 물었다.

안 물어 봤어예. 아마 누가 돈 대신 준 거겠지예."

"그렇군요." 이삭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경희가 선자의 열이 나는 이마를 쓰다듬었다.

그이에게 잘 설명해 주시겠어요?"

경희가 이삭에게 부탁했다.

"도련님은 저희가 왜 이런 일을 했는지 이해하시죠?"

"네, 그럼요. 형은 저희를 도우려고 그 돈을 빌린 거잖아요.

선자는 그 빚을 갚으려고 시계를 팔았고요.

그러니까 선자는 우리가 여기 올 수 있게 도우려고 시계를 판 셈이죠.

여기 오는 데 필요한 입국 허가증은 비싸니까 요. The entry permit you need to get here is expensive.

형이 그 돈을 어떻게 그처럼 빨리 구했겠어요?

제가 먼저 그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 . .

제가 너무 순진하고 아이 같아서 형이 언제나 저를 돌봐주고 있네요.

선자가 그 시계를 팔아야 했다니

안타깝지만 일단 빚은 갚는 게 낫죠.

형에게 도 잘 이야기 할게요, 형수님.

다들 걱정 말아요." 이삭이 여자들에게 말했다.

경희가 그제야 기분이 좀 나아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마치 찌르는 듯한 경련이 선자의 옆구리에 잃었다.

선자는 뒤로 쓰러질 것만 같아 입술을 깨물었다.

"으 . . . 으 . . . " "아니? 이건 . . . ?"

선자의 다리를 타고 따뜻한 물이 흘러내렸다.

"산파를 불러와야 할까요?" 이삭이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이 거리 아래쪽으로 세 집 건너에 사는 옥자 언니를 불러와요."

경희가 말하자 이삭이 밖으로 달려 나갔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경희가 선자의 손을 잡고 선자를 달랬다.

"동생은 이제 엄마가 할 일을 하는 거야.

여자들은 고통을 겪는 거 알지?

아, 선자야, 네가 아프니까 내 마음도 너무 아파." 경희가 선자를 위해 기도했다.

"주님, 제발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 . . "

선자는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막으려고 치마를 움켜쥐고 입 안에 넣었다.

계속해서 칼에 찔리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선자는 입 안의 거친 천을 세게 깨물었다.

"엄마, 엄마."

선자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산파인 옥자는 제주도 출신의 쉰 살 먹은 조선인이었고,

이 빈민가에서 많은 아이들을 받았다.

고모한테서 훈련을 잘 받은 옥자는 산파 일과 간호 일, A contractor well trained by his aunt is 3 files and 1 garner.

그리고 아기 돌보는 일을 해서 자신의 아이들을 먹여 살렸다.

여섯 아이의 아버지 남편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 The father of six children and his husband were almost dead.

남편이라는 작자는 살아 있기는 했지만 언제나 술에 취해 살았다.

옥자는 산파 일을 하지 않을 때는

공장이나 시장으로 일하러 나가는 동네 여자들의 아이들을 봐줬다. looked after women's children

이번 출산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남자아이는 길쭉하니 잘생겼고, For a boy, Dil Zhu Khan is handsome, and the business district is terrible for a young mother.

산고는 어린 엄마에게는 끔찍하기 짝이 없었겠지만 짧게 끝난 편이었다.

또 고맙게도 아이가 한밤에 나온 것이 아니어서

산파의 저녁 준비를 약간 방해했을 뿐이었다.

자는 함께 사는 며느리가 또 보리 밥을 태우지 않았기를 바랐다.

"쉬, 쉬, 잘했어."

옥자가 아직도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는 이제 막 엄마가 된 소녀를 달랬다.

"아들이 아주 튼튼하고 잘생겼어.

이 검은 머리 좀 봐! 자네는 이제 좀 쉬어야 해.

곧 있으면 아이에게 젖을 물려야 하니까."

옥자가 떠나려고 일어서기 전에 말했다.

"에구, 이 망할 놈의 무릎 같으니라고."

옥자는 산모의 가족들에게 돈을 찾아올 시간을 주려고

무릎과 정강이를 문지르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경희가 옥자에게 3엔을 건네주었다. 옥자는 덤덤하게 돈을 받았다.

"궁금한 게 있으면 날 불러." 경희가 옥자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If you have any questions, Sir Paula thanked Okja.

경희는 마치 자신이 엄마가 된 것 같았다. 아기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경희는 아기의 새까만 머리와 작은얼굴,

짙은 남빛이 감도는 눈동자를 마주하자 심장이 짜릿해지는 것 같았다. When we met, my heart felt thrilled

아이는 경희에게 성경 속에 나오는 삼손을 떠올리게 했다.

경희는 배추를 절일 때 쓰는 망가진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 아이를 씻기고 나서

깨끗한 수건으로 감싸 이삭에게 건내주었다.

"이제 도련님이 아버지가 됐어요.

아주 잘생겼죠?" 경희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 작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큰 기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전 선자에게 줄 미역국을 끓여야겠어요.

선자는 바로 국을 먹어야 하거든요."

경희는 아이를 안고 있는 이삭을

거실에 내버려둔 채 선자를 보러 갔지만

선자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경희는 부엌에서 마른 미역을 차가운 물에 담가놓고

남편이 빨리 돌아오기를 기도했다.

다음날 아침,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희는 밤새 잠들지 못했다.

요셉이 전날 밤에 집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삭도 자지 않고 기다리려고 했지만,

경희가 다음 날 아침에 설교를 해야 하고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교회에서 일해야 하니까 잠을 자라고 했다.

선자는 아주 깊이 잠들어서 코까지 골았고, 거의 뒤척이지도 않았다.

경희는 요셉을 기다리면서 부엌을 청소하고, 아침을 준비하고,

아기 옷을 바느질했다.

그러면서도 몇 분마다 창밖을 힐끗거렸다.

이삭이 아침을 다 먹었을 때 요셉이 담배 냄새를 풍기며 들어왔다.

더러워진 안경을 쓴 요셉의 얼굴은 까칠해 보였다.

경희는 남편을 보자마자 부엌으로 가서 아침을 준비했다.

"형, 괜찮아 ?" 이삭이 일어섰다.

요셉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가 태어나서. 남자아이야." 이삭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삭의 말에도 요셉은 아무 대꾸없이

나지막한 아카시아 나무 밥상 옆 바닥에 앉았다.

그 밥상은 고향에서 가져온 몇 안 되는 물건 중 하나였다.

요셉은 밥상을 만지면서 부모님을 떠올렸다.

경희가 요셉 앞에 음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당신이 나한테 화가 난 거 알아요. 하지만 당신도 뭔가를 좀 먹고 쉬어야죠."

경희가 요셉의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형,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해.

선자는 아직 어려. 그냥 우리가 걱정됐던 거야.

사실 그 빚은 내가 진 거나 마찬가지고 . . . . "

"우리 가족은 내가 알아서 다 돌볼 수 있어." 요셉이 말했다.

"알아. 하지만 내가 형에게 예상치 못햇던 짐을 지웠고,

형을 이런 상황으로 몰아넣었어.

단 내 잘못이야. 선자는 우리를 도우려고 했던 거야."

요셉이 두 손을 맞잡았다.

요셉은 이삭의 말에 반대하거나 이삭에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동생의 슬픈 얼굴은 요셉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삭은 우수한 예술작품처럼 보호해야 하는 존재였다.

요셉은 밤새도록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조선인들이 자주 찾는 술집에서

도부로쿠 한병을 마시면서 병약한 이삭을

오사카로 데려온 것이 잘한 짓인지 고민했다.

이삭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선자가 좋은 여자가 아니라는 게 밝혀진다면

이삭은 어떻게 될까?

경희는 이미 선자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었고,

아이까지 태어나면 한 명을 더 책임져야 했다.

양가 부모님도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복잡한 술집에서는 남자들이 술을 마시며

던지는 농담 소리가 크게 울려댔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에서 술냄새를 풍기는 사람들 중

돈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이 낯설고 살기 힘든 땅에서 가족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요셉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형, 형은 아주 좋은 사람이야.

향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잘 알고 있어." 이삭이 말했다.

요셉은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선자를 용서해줄 거지?

선자가 먼저 형을 찾아가지 않은 걸 용서해줄래?

형에게 빚지게 한 날 용서 해줄 거지?

우리를 용서해줄 수 있지?"

요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 고리대금업자한테서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거나

집에서 부업을 하는 아내들에게 염치없이 붙어사는 다른 남자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게 생겼다.

아내와 동생의 임신한 아내가 훔친 것일지도 모르는 시계로

자신의 빚을 갚았으니까.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넌 일하러 가야지? 일요일이야." 요셉이 말했다.

"응, 그래야지. 형수님이 선자와 아이를 보살펴주겠다고 하셨어."

"어서 가봐." 요셉이 말했다.

요셉은 그들을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를 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요셉은 집 밖으로 나서는 이삭을 따라나가 동생의 손을 잡았다.

"넌 이제 아버지가 됐어."

"응." 이삭이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정말 잘됐어." 요셉이 말했다.

"형이 아이 이름을 지어 줘.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서 답장을 기다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

여기서는 형이 우리집 가장이니까 . . . " 이삭이 말했다.

"내가 아이 이름을 지어서는 안 되지."

"아니, 형이 지어줘야해."

요셉은 숨을 들이쉬고 텅 빈 거리를 바라보다 이삭에게 시선을 돌렸다. "노아."

"노아." 이삭이 요셉을 따라 말하며 미소 지었다. "좋아, 근사한 이름이야."

"노아는 하나님께 복종하고 하나님이 요구히신 일을 행했지.

불가능한 일임을 알면서도 하나님을 믿었어."

"오늘은 형이 설교를 해야겠는데."

이삭이 형의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형제는 교회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키가 크고 약하지만 결단력이 있는 한 남자와 키가 작지만 강인하고

재빠른 한 남자가 나란히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