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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 더러운 피」 Pachinko 파친코 [Book 2. 조국]

「 더러운 피」 Pachinko 파친코 [Book 2. 조국]

🎵

파친코. Book 2. 조국. 더러운 피.

한수가 차에 올라탔을 때 젊은 연인은 식당 문 옆에 서 있었다.

아키코와 노아는 한수가 앉아 있는 자동차 뒷자리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운전사가 자동차 뒷문을 닫고 두 사람에게 인사하더니

운전대에 앉아 한수를 모셔갔다.

"네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어."

한수가 이미 떠나고 없는데도 아키코는 예의 바른 일본인 여학생처럼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고 사장님은 멋진 분이던데.

그분을 만나서 기뻤어."

"너는 거짓말을 했어." 노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노아는 뭔가 끔찍한 말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서 아무 말도 싫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난 . . . 널 식사에 초대하지 않았어.

고 사장님에게 왜 그렇게 말한 거지? 식사 자리가 엉망이 될 수도 있었어.

그분은 우리 가족에게 중요한 사람이야. 내 교육 을 후원해주고 있고.

난 그 분에게 많은 빚을 졌어."

"아무 일도 없었잖아.

환상적인 초밥집에서 가족끼를 가진 평범한 식사였다고.

별일도 아니었잖아. 나는 그런 식당에 여러 번 가봤어.

내 처신도 아주 완벽했고. 그분은 날 좋아했어."

아키코가 짜증을 내는 노아를 보고 어리둥절해하면서 말했다.

아키코는 항상 어른들의 환심을 사는 데 자신이 있었다.

"내가 부끄러워?" 아키코가 웃으면서 말했다.

보통 때는 아주 차분하고

조용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던 노아와 말다툼을 하고 있으니까

이상하게도 기뻤다.

노아는 너무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키코는 초대받지 않았어도 이번 식사 자리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노아의 화를 돋우려고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그와 관계된 사람들을 알고 싶어할 정도로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노아는 기뻐해야 마땅했다.

"넌 절대 날 데려오지 않았을 거야. 난 여기 올 권리가 있어."

아키코가 노아의 팔을 어루만져지만 노아는 그 손길을 피해 물러났다.

"아키코, 넌 왜, 왜 항상 네 권리만 주장하니? 왜 항상 우위를 잡으려고 해?

나한테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사람에게

널 언제 어디서 소개해줄지를 왜 내가 결정할 수 없는건지?

난 절대 너한테 이런 짓을 하지 않아. 네 사생활을 존중해줄 거라고."

노아가 더듬거리며 말하다가 한 손으로 자기 입을 막았다.

아키코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노아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안된다고 말하는 남자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노아의 뺨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노아는 말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노아는 사회학 교과서의 어려운 단락을 설명해 주거나

통계학 숙제를 도와주던 그 남자와 똑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아키코의 온화하고 현명한 노아가 분노하고 있었다.

"대체 이유가 뭐야? 네가 조선인이라는 게 부끄러운 거야?"

"뭐라고?" 노아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노아는 누가 듣는 사람이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노아는 아키코가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키코는 점점 차분해져서 조용히 말했다.

"네가 조선인이라도 난 아무렇지 않아.

네가 조선인이라서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해.

나는 그런 거에 신경 쓰지 않아.

무지한 사람이나 인종차별주의자인 우리 부모님이라면 다르겠지만. 난 네가 조선인이라서 좋아.

조선인들은 영리하고 열심히 일하거든.

남자들은 아주 잘생겼고."

아키코가 유혹하는 것처럼 노아에게 미소를 지었다.

"네가 당황한 거 알아. 내 말 들어봐. 네가 원한다면 우리 가족을 모두 만나볼 수 있게 해줄게.

우리 가족들이 훌륭한 조선인을 만날 수 있다니 운이 좋은 것 같아.

널 만나 보면 우리 가족들도 달라져서 . . . "

"됐어." 노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더 이상은 안되겠어. 이제 그만하자."

아키코가 노아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섰다.

나이든 여자가 지나가면서 두 사람을 힐끗러렸지만

아키코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노아야, 왜 그렇게 화를 내?"

내가 널 최고라고 생각하는 거 알잖아. 집에 가자. 가서 사랑이나 나누자."

"노아가 아키코를 노려보았다.

아키코는 항상 그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노아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환상적인 외국인의 모습을 노아한테서 찾는 것만 같았다.

아키코는 모두가 싫어하는 사람과

같이 어울려준다는 이유로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노아는 그녀가 좋은 사람이자 교육받은 사람,

자유로운 사람임을 증명해주는 존재였다.

노아는 아키코와 함께 있을 때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 누구와 함께 있을 때도 조선인이니 일본인이니 하는 국적에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자기 자신으로 있고 싶었다.

그게 무슨 의미든 상관없었다.

가끔씩은 자신을 잊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아키코와 함께 있을 때는 절대 불가능했다.

"네 짐을 싸서 너희 집으로 보낼게. 더 이상 널 보고 싶지 않아.

다시는 날 찾아오지 마."

"노아, 그게 무슨 소리야?" 아키코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이게 내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조선인의 기질이야?"

아키코가 웃었다. // "너와 나는 함께 할 수 없어."

"왜?" // 함께할 수 없으니까." 다른 이유는 생각나지 않았다.

노아는 아키코에게 자신이 몸소 습득한 불공평한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키코는 자신이 그녀의 부모님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테니까.

노아를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그냥 조선인으로 보는 것이

나쁜 조선인으로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모를 테니까.

아키코는 노아의 인간성을 볼 수 없었다.

노아는 그것이 바로 자신이 가장 원했던 것임을 깨달았다.

조선인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 되고 싶었다.

"그 사람은 네 아버지야, 그렇지?

너와 똑 닮았던데. 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어.

그냥 그 사람에게 날 소개해주고 싶지 않았던 거지.

그 사람이 야쿠자라는 사실도 숨기고 싶었던 거야.

야쿠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 터무니없이 비싼 차에다

제복을 입은 운전사까지 데리고 다니겠어?

어마어마하게 큰 네 방도 어떻게 구해줄 수 있겠어?

우리 아버지도 그런 방을 구할 수 없어. 무역회사를 가지고 있어도 말이야!

말해봐, 노아. 난 단지 너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을 뿐인데

어떻게 나한테 화를 낼 수 있니?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난 신경 안 써.

그건 중요하지 않아. 네가 조선인이라도 상관없어. 내 맘 모르겠어?"

노아는 돌아서서 걸었다.

자신의 이름을 고함쳐 불러대는 아키코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걸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완전히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서 계속 걸었다.

노아는 아키코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진작부터 아키코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을지도 모르지만

그 현실을 직시할 수 없었다.

그냥 그럴 수가 없었다.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노아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 플랫폼으로 향했다.

쓰러질 것만 같았다.

노아는 오사카로 가는 기차를 탔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 저녁이었다.

큰엄마가 문을 열어 주고는 깜짝 놀랐다.

노아는 마음이 심란해서 엄마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큰아바지는 뒷방에서 잠들어 있었고, 엄마는 앞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노아는 외투를 벗지 않았다.

선자가 문으로 나왔을 때 노아는 밖에 나가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와 그라노? 무슨 일 있나?" 선자가 신발을 신으면서 물었다.

(recording error)는 대답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서 엄마를 기다렸다.

노아가 엄마를 주택가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들이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 곳으로 이끌었다.

"사실이에요? 고한수에 관한 이야기요."

노아가 엄마에게 물었다.

"왜 그 사람이 내 학비를 대주고 항상 우리 주위에 있는 거죠?

엄마와 그 사람이 . . . " 이렇게 말하는 게 빙 둘러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쉬웠다.

선자는 빛바랜 외투 단추를 채우고 있다가 걸음을 멈추고는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요셉의 말이 옳았다.

한수가 아들의 학비를 대도록 두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노아는 매일 일을 해야 했고, 번 돈의 일부를 조금씩 모아야 했고,

아침에 눈이 벌겋게 될 정도로 매일 밤 공부를 했다.

그러다 마침내 와세다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했다.

그런데 어떻게 선자가 거절할 수 있었을까?

대출도 할 수 없었다. 도와줄 수 있는 다른 사람도 없어(recording skip)

선자는 언제나 한수가 노아의 인생에 끼어들까 봐 두려웠다.

그 돈 때문에 노아가 한수에게 묶이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그 돈을 어떻게 받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노아 같은 아이는, 그렇게 열심히 일한 아이는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이룰 자격이 있었다.

노아의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노아가 훌륭한 학생이라고 말했고,

그 누구보다도 영리하다고 했다.

"당신 나라의 자랑거리"라는 교사들의 말에

선자의 남편 이삭은 무척이나 기뻐했다.

이삭은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가치 없는 인간으로 취급하고,

더럽고 위험하고

천한 일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이삭은 노아가 뛰어난 기량으로 조선인들을 도울 것이라고,

어느 누구도 노아를 경시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배우라고 노아를 격려했고,

훌륭한 아들인 노아에게 최고가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

이삭은 아들을 너무나 사랑했다.

선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입 안이 바싹 말랐다.

이삭이 노아에게 이름을 지어준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그가 우리를 보호해준 것이 얼마나 선한 일이었는지, 하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어떻게 아버지를 배신할 수가 있냐고요?"

노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자는 노아가 이삭의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설명하려고 했다.

"나는 니 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고한수를 만났데이.

처음엔 고한수가 결혼한 사람인지 몰랐다.

그때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얼라였고, 고한수가 나하고 결혼할 기라고 믿었데이.

하지만 그 사람은 그럴 수 없었다.

이미 결혼한 사람이었으니까. 니를 임신했을 때 니 아버지 이삭이 우리 하숙집에 묵고 있었데이.

이삭은 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나하고 결혼한 기다.

백이삭은 니를 자기 아들로 삼고 싶어 했단 말이다.

피는 중요하지 않다고 캤다.

이해할 수 있겠나? 젊을 때는 심각한 실수를 할 수 있데이.

나쁜 사람을 믿을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난 니를 가져서 무척 감사했다.

나와 결혼해준 니 아버지에게도 감사하고 . . . "

"아뇨." 노아는 엄마를 경멸 어린 시선으로 쏘아보았다.

"전 그런 실수를 이해할 수 없어요.

왜 더 빨리 말씀해주시지 않았나요? 누가 또 알고 있죠?"

노아의 목소리가 점점 더 차가워졌다.

누구한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데이.

내 말 좀 들어봐라. 노아야, 니 아버지가 되기로 한 사람은 백 . . . "

노아는 선자의 말을 듣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럼 큰아버지와 큰엄마도 아나요?"

아무도 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노아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런 얘기는 안했다."

"모자수는요? 모자수는 백이삭의 아들이에요? 나와 닮지 않았죠."

선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는 아버지를 백이삭이라고 불렀다.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럼 내 이부동생은 . . . "

"난 니 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고한수를 만났고, 언제나 니 아버지에게 충실해데이. 내 남편은 백이삭뿐인 기라.

고한수는 니 아버지가 감옥에 갇혀을 때 우리를 찾아낸 기다.

우리한테 돈이 없다고 걱정해서 . . . "

선자는 언제나 노아가 진실을 알아낼까 봐 두려워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아가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노아는 영리하고 언제나 순한 아이었으니까.

한 번도 걱정을 시키지 않았던 아이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선자 앞에 서 있는 젊은이는 차가운 금속 같았고,

선자가 자신에게 어떤 사람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선자를 바라보았다.

노아는 너무나 어지러운 듯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그래서 항상 그 사람이 우리를 도와줬군요.

그래서 전쟁 중에도 우리가 지낼 농장을 찾아줬고요.

그 때문에 우리한테 필요한 걸 갖다줬어요."

"널 잘 살게 해주고 싶었던 기다.

널 도와주고 싶어가지고. 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 아이가.

내는 그 사람이 오래전에 알았던 사람에 불과하데이."

"그 사람이 야쿠자라는 거 알아요? 야쿠자 맞죠?"

"그건 아니다. 난 그런건 모르는데이.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

내가 그 사람을 만났을 때는 오사카에 사는 생선 중매상이었데이.

일본인 회사를 위해 조선에서 생선을 사간다 캤다.

그 사람은 늘 사업가였데이. 건설회사와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건 그게 다데이. 그 외에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

그 사람하고 이야기를 거의 안 했다. 넌 . . . "

"야쿠자는 일본에서 가장 더러운 인간이에요.

그들은 폭력배에 범죄자라고요.

가게 주인들을 협박하죠. 마약을 팔고, 매춘부들을 관리해요.

무고한 사람들에게 해를 가하고요.

최악의 조선인들이 바로 그런 폭력배들이에요.

내가 야쿠자의 돈을 받아서 학교를 다녔어요.

그게 용납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이 더러운 오명은 절대 씻어낼 수가 없어요.

절대 밝은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요.

더러운 것에서 어떻게 깨끗한 것을 만들 수 있겠어요?

그런데 엄마가 날 더럽게 만들었어요."

노아는 바로 이 말을 엄마에게 하려고 했다는 것처럼 조용히 말했다.

"전 평생 동안 제 피가 조선인의 것이라는 일본인들의 말을 들었어요.

조선인들은 화를 잘 내고 폭력적이고

교활하고 거짓말을 잘하는 범죄자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견뎌야 했어요.

백이삭처럼 정직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어요.

절대 목소리를 높인 적도 없었죠.

하지만 이 피는, 제 피는 조선인의 것이죠.

그런데 이제는 이 피가 야쿠자의 피라는 걸 알았어요.

제가 무슨 일을 해도 바꿀 수 없는 사실이죠.

차라리 제가 태어나지 않는 게 나았을 거예요.

어떻게 엄마가 제 인생을 망쳐놓을 수가 있죠?

어떻게 그렇게 경솔하게 행동할 수 있냐고요?

어리석은 엄마에, 범죄자 아버지라니. 난 저주받았어요."

선자는 충격을 받아 노아를 쳐다봤다.

노아가 어린 소년이었다면 입 다물고 행동을 조심하라고,

부모에게 무례하게 굴지 말라고 야단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어떻게 야쿠자를 옹호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어느 곳에서나 조직적인 범죄자였고 나쁜 짓을 일삼았다.

하지만 선자는 많은 조선인들이 다른 일자리가 없어서

그들 밑에서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부와 좋은 회사들은 조선인들을 고용하지 않았다.

교육받은 조선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일을 해야 했다.

동네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친절하고 훨씬 더 존경스러운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선자는 아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노아는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하고, 거리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 사람이었으니까.

자신처럼 그렇게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어리석다고 생각했으니까.

노아는 이해하지 못했다. 시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가질 수 없었다.

"노아야, 날 용서하거레이.

엄마가 미안하데이.

난 그냥 니가 학교에 가기를 바랐을 뿐이다.

니가 얼마나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지 알았으니까. 니가 얼마나 열심히 . . . "

"엄마가, 엄마가 제 인생을 앗아갔어요.

전 더 이상 제가 아니에요."

노아가 손가락으로 엄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노아는 돌아서서 기차역으로 뛰어갔다.


「 더러운 피」 Pachinko 파친코 [Book 2. 조국] "Schmutziges Blut" Pachinko Pachinko [Buch 2. Mutterland] "Dirty Blood" Pachinko Pachinko [Book 2. The Motherland] "Sangre sucia" Pachinko Pachinko [Libro 2. Moth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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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Book 2. 조국. 더러운 피.

한수가 차에 올라탔을 때 젊은 연인은 식당 문 옆에 서 있었다.

아키코와 노아는 한수가 앉아 있는 자동차 뒷자리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운전사가 자동차 뒷문을 닫고 두 사람에게 인사하더니

운전대에 앉아 한수를 모셔갔다.

"네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어."

한수가 이미 떠나고 없는데도 아키코는 예의 바른 일본인 여학생처럼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고 사장님은 멋진 분이던데.

그분을 만나서 기뻤어."

"너는 거짓말을 했어." 노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노아는 뭔가 끔찍한 말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서 아무 말도 싫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난 . . . 널 식사에 초대하지 않았어.

고 사장님에게 왜 그렇게 말한 거지? 식사 자리가 엉망이 될 수도 있었어.

그분은 우리 가족에게 중요한 사람이야. 내 교육 을 후원해주고 있고.

난 그 분에게 많은 빚을 졌어."

"아무 일도 없었잖아.

환상적인 초밥집에서 가족끼를 가진 평범한 식사였다고.

별일도 아니었잖아. 나는 그런 식당에 여러 번 가봤어.

내 처신도 아주 완벽했고. 그분은 날 좋아했어." My wife was so perfect and 9 minutes liked me

아키코가 짜증을 내는 노아를 보고 어리둥절해하면서 말했다.

아키코는 항상 어른들의 환심을 사는 데 자신이 있었다.

"내가 부끄러워?" 아키코가 웃으면서 말했다.

보통 때는 아주 차분하고

조용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던 노아와 말다툼을 하고 있으니까

이상하게도 기뻤다.

노아는 너무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키코는 초대받지 않았어도 이번 식사 자리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노아의 화를 돋우려고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그와 관계된 사람들을 알고 싶어할 정도로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노아는 기뻐해야 마땅했다.

"넌 절대 날 데려오지 않았을 거야. 난 여기 올 권리가 있어."

아키코가 노아의 팔을 어루만져지만 노아는 그 손길을 피해 물러났다.

"아키코, 넌 왜, 왜 항상 네 권리만 주장하니? 왜 항상 우위를 잡으려고 해?

나한테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사람에게

널 언제 어디서 소개해줄지를 왜 내가 결정할 수 없는건지?

난 절대 너한테 이런 짓을 하지 않아. 네 사생활을 존중해줄 거라고."

노아가 더듬거리며 말하다가 한 손으로 자기 입을 막았다.

아키코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노아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안된다고 말하는 남자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노아의 뺨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Noah's cheeks were flushed red.

노아는 말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노아는 사회학 교과서의 어려운 단락을 설명해 주거나

통계학 숙제를 도와주던 그 남자와 똑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아키코의 온화하고 현명한 노아가 분노하고 있었다.

"대체 이유가 뭐야? 네가 조선인이라는 게 부끄러운 거야?" What the hell is the reason, are you embarrassed to be Korean

"뭐라고?" 노아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노아는 누가 듣는 사람이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노아는 아키코가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키코는 점점 차분해져서 조용히 말했다.

"네가 조선인이라도 난 아무렇지 않아.

네가 조선인이라서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해.

나는 그런 거에 신경 쓰지 않아.

무지한 사람이나 인종차별주의자인 우리 부모님이라면 다르겠지만. 난 네가 조선인이라서 좋아.

조선인들은 영리하고 열심히 일하거든.

남자들은 아주 잘생겼고."

아키코가 유혹하는 것처럼 노아에게 미소를 지었다.

"네가 당황한 거 알아. 내 말 들어봐. 네가 원한다면 우리 가족을 모두 만나볼 수 있게 해줄게.

우리 가족들이 훌륭한 조선인을 만날 수 있다니 운이 좋은 것 같아.

널 만나 보면 우리 가족들도 달라져서 . . . "

"됐어." 노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더 이상은 안되겠어. 이제 그만하자."

아키코가 노아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섰다.

나이든 여자가 지나가면서 두 사람을 힐끗러렸지만

아키코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노아야, 왜 그렇게 화를 내?"

내가 널 최고라고 생각하는 거 알잖아. 집에 가자. 가서 사랑이나 나누자."

"노아가 아키코를 노려보았다.

아키코는 항상 그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노아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환상적인 외국인의 모습을 노아한테서 찾는 것만 같았다.

아키코는 모두가 싫어하는 사람과

같이 어울려준다는 이유로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노아는 그녀가 좋은 사람이자 교육받은 사람,

자유로운 사람임을 증명해주는 존재였다.

노아는 아키코와 함께 있을 때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 누구와 함께 있을 때도 조선인이니 일본인이니 하는 국적에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자기 자신으로 있고 싶었다.

그게 무슨 의미든 상관없었다.

가끔씩은 자신을 잊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아키코와 함께 있을 때는 절대 불가능했다.

"네 짐을 싸서 너희 집으로 보낼게. 더 이상 널 보고 싶지 않아.

다시는 날 찾아오지 마."

"노아, 그게 무슨 소리야?" 아키코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이게 내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조선인의 기질이야?"

아키코가 웃었다. // "너와 나는 함께 할 수 없어."

"왜?" // 함께할 수 없으니까." 다른 이유는 생각나지 않았다.

노아는 아키코에게 자신이 몸소 습득한 불공평한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키코는 자신이 그녀의 부모님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테니까.

노아를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그냥 조선인으로 보는 것이

나쁜 조선인으로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모를 테니까.

아키코는 노아의 인간성을 볼 수 없었다.

노아는 그것이 바로 자신이 가장 원했던 것임을 깨달았다.

조선인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 되고 싶었다.

"그 사람은 네 아버지야, 그렇지?

너와 똑 닮았던데. 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어.

그냥 그 사람에게 날 소개해주고 싶지 않았던 거지.

그 사람이 야쿠자라는 사실도 숨기고 싶었던 거야.

야쿠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 터무니없이 비싼 차에다

제복을 입은 운전사까지 데리고 다니겠어?

어마어마하게 큰 네 방도 어떻게 구해줄 수 있겠어?

우리 아버지도 그런 방을 구할 수 없어. 무역회사를 가지고 있어도 말이야!

말해봐, 노아. 난 단지 너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을 뿐인데

어떻게 나한테 화를 낼 수 있니?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난 신경 안 써.

그건 중요하지 않아. 네가 조선인이라도 상관없어. 내 맘 모르겠어?"

노아는 돌아서서 걸었다.

자신의 이름을 고함쳐 불러대는 아키코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걸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완전히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서 계속 걸었다.

노아는 아키코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진작부터 아키코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을지도 모르지만

그 현실을 직시할 수 없었다.

그냥 그럴 수가 없었다.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노아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 플랫폼으로 향했다.

쓰러질 것만 같았다.

노아는 오사카로 가는 기차를 탔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 저녁이었다.

큰엄마가 문을 열어 주고는 깜짝 놀랐다.

노아는 마음이 심란해서 엄마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큰아바지는 뒷방에서 잠들어 있었고, 엄마는 앞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노아는 외투를 벗지 않았다.

선자가 문으로 나왔을 때 노아는 밖에 나가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와 그라노? 무슨 일 있나?" 선자가 신발을 신으면서 물었다.

(recording error)는 대답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서 엄마를 기다렸다.

노아가 엄마를 주택가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들이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 곳으로 이끌었다.

"사실이에요? 고한수에 관한 이야기요."

노아가 엄마에게 물었다.

"왜 그 사람이 내 학비를 대주고 항상 우리 주위에 있는 거죠?

엄마와 그 사람이 . . . " 이렇게 말하는 게 빙 둘러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쉬웠다.

선자는 빛바랜 외투 단추를 채우고 있다가 걸음을 멈추고는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요셉의 말이 옳았다.

한수가 아들의 학비를 대도록 두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노아는 매일 일을 해야 했고, 번 돈의 일부를 조금씩 모아야 했고,

아침에 눈이 벌겋게 될 정도로 매일 밤 공부를 했다.

그러다 마침내 와세다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했다.

그런데 어떻게 선자가 거절할 수 있었을까?

대출도 할 수 없었다. 도와줄 수 있는 다른 사람도 없어(recording skip)

선자는 언제나 한수가 노아의 인생에 끼어들까 봐 두려웠다.

그 돈 때문에 노아가 한수에게 묶이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그 돈을 어떻게 받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노아 같은 아이는, 그렇게 열심히 일한 아이는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이룰 자격이 있었다.

노아의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노아가 훌륭한 학생이라고 말했고,

그 누구보다도 영리하다고 했다.

"당신 나라의 자랑거리"라는 교사들의 말에

선자의 남편 이삭은 무척이나 기뻐했다.

이삭은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가치 없는 인간으로 취급하고,

더럽고 위험하고

천한 일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이삭은 노아가 뛰어난 기량으로 조선인들을 도울 것이라고,

어느 누구도 노아를 경시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배우라고 노아를 격려했고,

훌륭한 아들인 노아에게 최고가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

이삭은 아들을 너무나 사랑했다.

선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입 안이 바싹 말랐다.

이삭이 노아에게 이름을 지어준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그가 우리를 보호해준 것이 얼마나 선한 일이었는지, 하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어떻게 아버지를 배신할 수가 있냐고요?"

노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자는 노아가 이삭의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설명하려고 했다.

"나는 니 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고한수를 만났데이.

처음엔 고한수가 결혼한 사람인지 몰랐다.

그때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얼라였고, 고한수가 나하고 결혼할 기라고 믿었데이. At that time, I was an ignorant of the world, and I believed that Go Han-soo was going to marry me.

하지만 그 사람은 그럴 수 없었다.

이미 결혼한 사람이었으니까. 니를 임신했을 때 니 아버지 이삭이 우리 하숙집에 묵고 있었데이.

이삭은 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나하고 결혼한 기다.

백이삭은 니를 자기 아들로 삼고 싶어 했단 말이다.

피는 중요하지 않다고 캤다.

이해할 수 있겠나? 젊을 때는 심각한 실수를 할 수 있데이.

나쁜 사람을 믿을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난 니를 가져서 무척 감사했다.

나와 결혼해준 니 아버지에게도 감사하고 . . . "

"아뇨." 노아는 엄마를 경멸 어린 시선으로 쏘아보았다.

"전 그런 실수를 이해할 수 없어요.

왜 더 빨리 말씀해주시지 않았나요? 누가 또 알고 있죠?"

노아의 목소리가 점점 더 차가워졌다.

누구한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데이.

내 말 좀 들어봐라. 노아야, 니 아버지가 되기로 한 사람은 백 . . . "

노아는 선자의 말을 듣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럼 큰아버지와 큰엄마도 아나요?"

아무도 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노아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런 얘기는 안했다."

"모자수는요? 모자수는 백이삭의 아들이에요? 나와 닮지 않았죠."

선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는 아버지를 백이삭이라고 불렀다.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럼 내 이부동생은 . . . "

"난 니 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고한수를 만났고, 언제나 니 아버지에게 충실해데이. 내 남편은 백이삭뿐인 기라.

고한수는 니 아버지가 감옥에 갇혀을 때 우리를 찾아낸 기다.

우리한테 돈이 없다고 걱정해서 . . . "

선자는 언제나 노아가 진실을 알아낼까 봐 두려워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아가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노아는 영리하고 언제나 순한 아이었으니까.

한 번도 걱정을 시키지 않았던 아이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선자 앞에 서 있는 젊은이는 차가운 금속 같았고,

선자가 자신에게 어떤 사람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선자를 바라보았다.

노아는 너무나 어지러운 듯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그래서 항상 그 사람이 우리를 도와줬군요.

그래서 전쟁 중에도 우리가 지낼 농장을 찾아줬고요.

그 때문에 우리한테 필요한 걸 갖다줬어요."

"널 잘 살게 해주고 싶었던 기다.

널 도와주고 싶어가지고. 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 아이가.

내는 그 사람이 오래전에 알았던 사람에 불과하데이."

"그 사람이 야쿠자라는 거 알아요? 야쿠자 맞죠?"

"그건 아니다. 난 그런건 모르는데이.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

내가 그 사람을 만났을 때는 오사카에 사는 생선 중매상이었데이.

일본인 회사를 위해 조선에서 생선을 사간다 캤다.

그 사람은 늘 사업가였데이. 건설회사와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건 그게 다데이. 그 외에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

그 사람하고 이야기를 거의 안 했다. 넌 . . . "

"야쿠자는 일본에서 가장 더러운 인간이에요.

그들은 폭력배에 범죄자라고요.

가게 주인들을 협박하죠. 마약을 팔고, 매춘부들을 관리해요.

무고한 사람들에게 해를 가하고요.

최악의 조선인들이 바로 그런 폭력배들이에요.

내가 야쿠자의 돈을 받아서 학교를 다녔어요.

그게 용납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이 더러운 오명은 절대 씻어낼 수가 없어요.

절대 밝은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요.

더러운 것에서 어떻게 깨끗한 것을 만들 수 있겠어요?

그런데 엄마가 날 더럽게 만들었어요."

노아는 바로 이 말을 엄마에게 하려고 했다는 것처럼 조용히 말했다.

"전 평생 동안 제 피가 조선인의 것이라는 일본인들의 말을 들었어요.

조선인들은 화를 잘 내고 폭력적이고

교활하고 거짓말을 잘하는 범죄자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견뎌야 했어요.

백이삭처럼 정직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어요.

절대 목소리를 높인 적도 없었죠.

하지만 이 피는, 제 피는 조선인의 것이죠.

그런데 이제는 이 피가 야쿠자의 피라는 걸 알았어요.

제가 무슨 일을 해도 바꿀 수 없는 사실이죠.

차라리 제가 태어나지 않는 게 나았을 거예요.

어떻게 엄마가 제 인생을 망쳐놓을 수가 있죠?

어떻게 그렇게 경솔하게 행동할 수 있냐고요?

어리석은 엄마에, 범죄자 아버지라니. 난 저주받았어요."

선자는 충격을 받아 노아를 쳐다봤다.

노아가 어린 소년이었다면 입 다물고 행동을 조심하라고,

부모에게 무례하게 굴지 말라고 야단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어떻게 야쿠자를 옹호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어느 곳에서나 조직적인 범죄자였고 나쁜 짓을 일삼았다.

하지만 선자는 많은 조선인들이 다른 일자리가 없어서

그들 밑에서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부와 좋은 회사들은 조선인들을 고용하지 않았다.

교육받은 조선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일을 해야 했다.

동네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친절하고 훨씬 더 존경스러운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선자는 아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노아는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하고, 거리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 사람이었으니까.

자신처럼 그렇게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어리석다고 생각했으니까.

노아는 이해하지 못했다. 시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가질 수 없었다.

"노아야, 날 용서하거레이.

엄마가 미안하데이.

난 그냥 니가 학교에 가기를 바랐을 뿐이다.

니가 얼마나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지 알았으니까. 니가 얼마나 열심히 . . . "

"엄마가, 엄마가 제 인생을 앗아갔어요.

전 더 이상 제가 아니에요." I am no longer me."

노아가 손가락으로 엄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노아는 돌아서서 기차역으로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