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 use cookies to help make LingQ better. By visiting the site, you agree to our cookie policy.


image

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첫날밤 」 Pachinko 파친코 [Book 1. 고향]

「첫날밤 」 Pachinko 파친코 [Book 1. 고향]

🎵

파친코. Book 1. 고향. 첫날밤.

식사 후에 네 사람은 남탕과 여탕이 따로 있는

공중목욕탕으로 향했다.

목욕하러 온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경희와 선자를 무시했다. 예상했던 일이어서 선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긴 여행으로 쌓인 먼지를 문질러 닦아내고

한참 동안 비누칠을 하고 나자 기분이 한결 상쾌해졌다.

일행은 깨끗한 속옷에 외출복을 입고 집으로 향했다.

깨끗하게 목욕도 했으니 이제 잘 준비가 끝난 셈이었다. 요셉은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오사카에서 사는 것은 힘들 게 분명했지만 점점 더 나아질 것이었다.

쓰디쓴 씨앗으로도 맛있는 죽을 만들어 낼

자신이 있었다.

일본인들이야 자기들 좋을대로 생각하겠지만,

살아남아서 성공하면 그만이었다.

이제는 네 명이 되었고, 곧 있으면 다섯 명이 될 거라고,

그리고 그들은 다 함께 있으니 더 강해질 거라고

경희가 말했다. " 그렇죠?"

경희는 선자와 팔짱을 끼고

남자들 뒤를 바싹 쫓아 걸었다.

요셉이 동생에게 경고를 했다.

"정치적인 문제들이나 노동 조직에 관계된 것들, 그리고

그 밖에 다른 쓸데없는 것들하고는 엮이지 마. 고개 숙이고 일만 해.

독립운동이니 사회주의니 하는 짓거리에 휩쓸리거나 휘둘리지 말라는 얘기야.

경찰이 너한테서 그런 낌새만 맡아도 널 체포해서 감옥에 넣어버릴 거야.

그런 일을 많이 봤어."

이삭은 너무 어린 데다 몸이 좋지 않은 탓에 삼일운동에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삭이 다녔던 평양의 신학대학 졸업생들 중

대다수가 삼일운동을 주도했다.

많은 신학대학 교수들도 1919년에 거리를 행진했다.

"여기에 독립운동가들이 많아?"

"응, 그런 것 같아. 도쿄에는 더 많고, 몇몇은

만주의 숨어있어. 어쨌든 일단 잡혀갔다 하면 죽는 거야.

운이 좋으면 추방당하고 말겠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어.

내 지붕 밑에서는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런 일을 하라고 널 오사카로 불러들인 게 아니니까. 넌 교회에서 일을 하러 온 거야."

이삭은 목소리를 높이는 요셉을 뜷어지게 쳐다봤다.

운동가들과는 일분일초도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 알았지?

요셉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너 혼자가 아니야. 아내와 아이를 생각해야지."

오사카로 떠날 수 있을 만큼 건강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삭은 식민 통치에 대항해 싸우는 애국자들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고향에서는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심지어는 이삭의 부모님도 새로운 토지 조사로 부여된 세금 때문에

재산의 일부를 팔아야했다. 요셉은 지금도 부모님에게 돈을 보내고 있었다.

이삭은 압제에 저항하는 것이 기독교인들은 행동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몇 달 사이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상은 일과 선자에게 밀려

부수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해야 했다.

이삭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요셉은 불안했다.

헌병대는 네가 포기하거나 항복할 때까지 널 괴롭힐 거야.

게다가 넌 건강도 좋지 않잖아.

다시 아프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여기서 체포된 사람들을 많이 봤어.

조선과는 달라요. 여기 판사들은 모두 일본인이야.

경찰도 일본인이고. 법은 공평하지도 명확하지도 않아.

독립운동과 단체의 조선인들을 항상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양쪽을 오가는 스파이들이 있거은. 시 토론 모임에도 스파이들이 있어.

당연히 교회에도 있고. 결국에는

모든 운동가들이 익는 족족 가는 과일처럼 저들 손에 떨어진다고 봐야 해.

일단 잡혔다 하면 저들이 자백사에 서명하라고 강요할 거야.

내 말 알겠어?"

요셉이 걸음을 늦추며 말했다. 뒤따르던 경희가 남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여보,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이삭은 그런일이 휩쓸리지 않을 거예요.

이삭이 여기 온 첫날밤을 이렇게 망치지 말아요."

요셉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터질 것 같은 불안감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 불안을 털어내려면 동생에게 경고를 해야 했다.

요셉은 일본인들에게 짓밟하지 않았던 그 시절이

얼마나 좋았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나라를 빼앗겼을 때 요셉의 나이는 열 살이었다.

하지만 사무엘 형이 용감하게 싸우다 순교자로 생을 마감했던 것처럼

요셉도 그 길을 갈 수는 없었다. 압제에 저항하는 일은

가족이 없는 젊은이들의 몫이었다.

"네가 또 아프거나 말썽에 휘말리면 부모님이 날 죽이려고 할 거야.

네 양심에 맡기마. 내가 죽기를 바라니?"

이삭은 왼팔을 흔들어 형의 어깨에 걸치고 형을 끌어안았다.

"내 말 듣고 있니?" 요셉이 조용히 말했다.

"착하게 굴게. 형 말도 잘 듣고.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어. 자꾸 그렇게 걱정하면 머리가 하얗게 세거나

그나마 남아 있는 머리카락도 다 빠져버릴걸."

요셉이 웃었다. 그래, 이런 게 필요했다.

이래서 동생을 가까이 두고 싶었다. 그를 잘 알고

심지어는 놀려 먹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 곁에 있는 게 좋았다.

아내는 요셉의 보물이었지만 날 때부터 자신을 알고 지냈던 사람과는 달랐다.

그런 동생을 이런 혼탁한 시국에서 자칫하면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요셉은 겁에 질렸다.

그래서 동생이 오사카에 도착한 첫날부터 동생에게 훈계를 늘어놓았던 것이다.

"진짜 일본식 목욕탕이었어.

아주 근사하더라고.

이게 이 나라의 좋은 점이야. 그렇지?" 이삭이 말했다.

요셉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음속으로

이삭이 어떤 해도 입지 않기를 기도했다.

동생이 도착했을 때는 그저 순수하게 기쁘기만 했지만

그 감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다른 누군가를 걱정한다는 게 어떤 건지

예전에는 실감하지 못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경희가 이삭과 선자에게

기차역 근처에 유명한 국수집이 있다면서 꼭 한 번 데려가겠다고 약속했다.

일행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경희가 불을 켰고, 선자는

이제 이곳이 자신이 살 곳임을 되새겼다.

바깥의 거리는 어둡고 고요했지만,

작은 판잣집은 밝고 깨끗했다.

이삭과 선자는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갔고,

경희는 그들 뒤로 문을 닫아주며 잘 자라고 인사했다.

창문 없는 방은 요 하나와 옷장 대용인 판판하고 납작한 트렁크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널찍했다.

사방은 깨끗한 벽지로 도배되어 있었고,

다다미도 누군가가 손으로 일일이 쓸어서 닦아 놓은 상태였다.

경희가 새 솜을 넣어서 누비이불을 도톰하게 부풀려 놓았다.

경희와 여셉의 방에 있는 것보다 훨씬 좋은 등유 난방기도 있었는데,

그 일정하게 웅웅거리는 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제 이삭과 선자는 한 요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잠들어야 했다.

선자가 집을 떠나기 전날 밤, 선자의 엄마는

선자가 처음 겪는 일이기라도 한 것처럼

선자에게 부부 관계에 관해서 설명해줬다.

남편이 아내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말해주며,

임신 중에도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남편을 즐겁게 해줘야 한데이.

남자들은 고것을 해야 하는 기라.

천장에 걸린 작은 전구 하나가 희미한 빛을 방 안에 드리웠다.

선자가 그 전구를 힐끗 쳐다보자

이삭도 고개를 들었다. "피곤하겠군요." 이삭이 말했다.

"저는 괜찮아예."

선자는 개어져 있는 요와 이불을 바닥에 펴려고 등을 움크렸다.

이제 남편이 된 이삭 옆에서 같이 잠을 자야 했다.

잠자리 준비는 빠르게 끝났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외출복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선자가 옷 보따리에서 잠옷을 꺼냈다.

엄마가 낡은 속옷 두 벌로 만든

잠옷 이었다.

선자는 양손에 잠옷을 들고서 요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불을 끄는 게 좋을까요?"

이삭이 물었다. "네."

이삭이 전등이 달린 끈을 잡아당기자 딸깍 소리가 나면서 불이 꺼져다.

그럼에도 장지문 하나를 사이에 둔 옆방에서

흘러 나오는 희미한 불빛이

방 안을 물들였다.

얇은 벽 전 너머 거리에서

행인들이 시끄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옆문 너머에서는 이따금씩 돼지 울음소리가 들렸다.

거리가 저 바깥이 아니라 방 안에 있는 것만 같았다.

이삭은 속옷만 남겨둔 채 옷을 벗었다.

선자는 벌써 몇 달 동안이나 이삭의 목욕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이미 익숙한 모습이었다.

선자는 이삭이 구토에 설사를 하고 기침을 하며

피를 토하는 모습을 모두 보았다.

갓 결혼한 남편이 젊은 아내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아픈 모습을 이미 선자는 보고 만 것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갓 결혼한 대부분의 신혼부부들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함께 지냈고, 보다 더 친밀한 시간을 보냈다.

두 사람은 모두 깊이 감춰두었던 서로의 추한 모습을 목격했다.

이미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니 어색할 게 없잖아.

이삭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삭은 한 번도 여자 옆에 누워서 자본 적이 없었다.

이삭은 이 밤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선자가 외출복을 벗었다.

조금전 목욕탕에서 둥그스름한 가슴 아래부터 치골까지

세로로 길게 이어진 짙은 임신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던

선자는 재빨리 잠옷을 입었다.

이삭과 선자는 금방 목욕을 마친 아이들처럼 비누 향을 풍기면서

파랗고 하얀 이불 아래로 재빨리 미끄러져 들어갔다.

선자는 이삭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삭이 병을 앓으며 시작되었고,

그 후 수치스러운 일을 저지른 선자는 이삭에게 구원받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집에 도착한 두 사람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경희가 두 사람을 위해 꾸며준 방에 누워서 선자는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그때 자신이 한수를 되찾으려고 애썼다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젠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선자는 이삭과 아이에게 헌신하고 싶었다.

그러자면 한수를 잊어야 했다.

"행님네 식구들이 정말 친절하시네예."

"부모님께도 당신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아버지는 형님이랑 닮았죠.

선한 성품에 정직한 분이에요.

어머니는 현명하시고요. 내성적으로 보이지만

목숨을 걸고라도 당신을 지켜주실 분이시죠.

어머니는 형수님이 옳다고 생각하셔서

항상 형수님 편을 들어요." 이삭이 나지막하게 웃었다.

선자는 이삭의 어머니가 어떤 분이실까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삭이 선자의 베개 쪽으로 머리를 가까이 기울이자

선자는 숨이 턱 막혀 왔다.

지금 날 원하는 걸까?

그게 가능할까? 선자는 이런저런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삭은 선자가 불안할 때면 앞을 더 잘 보려는 것처럼

이마를 찌푸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삭은 선자와 함께 있는게 좋았다.

선자는 유능하고 침착한 여자였다.

이삭은 특히 선자의 무기력 하지 않은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것은 이삭 자신도 무기력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항상 분별력 있게 행동하지는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한때 지적하셨던 자신의

'비현실적인 성격'과 선자의 유능함은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부산에서 오사카까지 오는 길은

임신부는 말할 것도 없이 누구에게나 힘든 여행이었다.

그런데도 선자는 불평이나 심술궂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이삭이 깜빡하고 먹을 것을 챙기지 않거나 코트를 걸치지 않아도

질책의 기미 하나 없이 일일이 챙겨주었다.

이삭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을 하면서 그 사람의 목소리에 담긴 불안을 파악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선자는 살아남는 법을 아는 것 같았고, 그것은

이삭이 언제나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이삭은 선자가 필요했다. 남자에게는 아내가 필요했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요. 가슴이 욱신거리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아요."

이삭이 말했다.

"목욕탕에 다녀와서 그런가 보네예.

저녁도 잘 먹었고예. 이렇게 잘 먹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예.

이달의 두 번이나 흰쌀밥을 먹어서 부자가 된 것 같습니더."

이삭이 웃었다. "매일 당신에게 흰쌀밥을 먹여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으로 먹고 자고 입는 것에 관심을 두어서는

안 될 노릇이 었지만, 이제는 결혼했으니

선자에게 필요한 것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이삭은 생각했다.

"언지예, 그런 걸 바라는 게 아니라예.

그냥 좀 놀라서 그랬지예.

그렇게 사치스러운 건 먹지 않아도 됩니더."

선자는 이삭이 자신을 되바라진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속으로 자신을 꾸짖었다.

"나도 흰쌀밥을 좋아해요."

이삭은 먹을 것에 관심을 보인 적이 거의 없었음에도 이렇게 말했다.

이삭은 선자를 달래주려고 선자의 어깨를 만지고 싶었지만,

걸친 게 거의 없는 몸으로 가까이 누워 있던 터라

양손을 옆구리에 딱 붙혔다.

옷을 제대로 걸치고 있었더라면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자는 계속 이야기하고 싶었다. 어둠 속에서

이삭에게 속삭이는 게 훨씬 편했다.

여객선이나 기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더 많았지만

그 때는 어색하기만 했다.

"아주버니가 참 재미있는 분이시내예.

엄마한테 들었는데 아주버니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셔서

아버지가 많이 웃었다고 . . . "

"공평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요셉 형이 제일 가깝게 느껴졌어요.

어릴 때 형은 학교에 가기 싫어해서 많이 혼났답니다.

형은 읽기와 쓰기를 힘들어했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기억력이 좋았어요.

한 번 들은 건 절대 잊어버리지 않았고,

일단 조금이라도 들었다하면 대부분의 언어를 익힐 수 있었죠.

형은 중국어와 영어, 러시아어도 조금씩 알아요.

기계 도 잘 고쳤어요. 마을 사람들은 모두 형을 좋아했고,

형이 일본으로 가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아버지는 형이 의사가 되기를 바랐지만

형은 가만히 앉아 공부하는 데는 소질이 없어서

그 서원을 들어드릴 수가 없었죠.

학교 선생님들은 항상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고 형을 꾸짖었어요.

형은 아파서 집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 자기이길 바라고 했어요.

나는 집으로 찾아오는 학교 선생님들한테 수업을 들었는데

가끔씩 형은 나한테 자기 일을 떠넘기고

친구들과 함께 낚시를 가거나 수영을 하러 갔어요.

형은 아버지랑 싸우기 싫어서 오사카로 온 것 같아요.

큰돈을 벌고 싶은데 다 자신이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정직한 조선인들이

매일 재산을 잃어버리는 조선에서는 돈을 벌 방도가 보이지 않았죠."

이삭의 목소리가 잦아들자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리의 소음에 귀를 기울였다.

한 여자가 아이들에게 집에 들어오라고 소리쳤다.

술에 취한 몇몇 남자들은 음정이 맞지 않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아리랑, 아아

아아 아리랑, 아라리요 . . . "

곧이어 요셉의 코고는 소리와 경희의 가볍고 나지막한 숨소리가 마치

그들이 바로 옆에 누워 있기라도 한 것처럼 생생하게 들렸다.

이삭이 오른손을 선자의 배에 올렸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선자는 아이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이삭은

종종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아이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에요." 이삭이 말했다.

"네, 저도 그래 생각합니더."

"배가 따뜻하네요."

선자의 양 손바닥은 굳은살이 잡혀 거칠었지만 배는

질 좋은 천처럼 부드럽고 탱글탱글했다.

이제 아내와 함께 있으니 좀 더 자신감을 가져야 했지만

좀처럼 그럴 수가 없었다.

이삭의 양 다리 사이 물건이 잔뜩 성이 나서 치솟아올랐다.

어렸을 때부터 아침마다 항상 겪던 일이었지만

지금 이렇게 여자 옆에 누워 있자니 느낌이 달랐다.

물론 이런 일을 상상하기는 했지만 살을 맞댄 여자의 온기와 숨결을 직접 느끼니 기분이 묘했다.

또한 여자가 자기를 싫어하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삭의 양손이 조심스레 선자의 가슴을 감쌌다.

봉긋하고 예쁜 가슴이었다.

선자의 숨소리가 달라졌다.

선자는 긴장을 풀려고 애썼다.

한수의 손길은 이처럼 부드럽고 조심스럽지 않았다.

해변에서 한수를 만날 때면 언제나 급하게 관계를 맺어서

선자는 정상적인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지 못했다.

불편한 삽입 후에 한수의 얼굴에

만족감과 고마움이 어리는 것을 확인하면

선자는 빨리 차가운 바닷물에 그곳을 씻고 싶었다.

한수는 선자의 턱과 목을 쓰다듬곤 했고 선자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도 좋아했다.

선자는 머리를 다시 땋느라 집에 늦게 돌아가기도 했다.

선자는 머리를 다시 땋느라 집에 늦게 돌아가기도 했다.

지금 선자의 몸속에는 한수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아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아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선자가 두 눈을 뜨자 이삭도 눈을 떴다.

이삭이 선자의 젖꼭지를 어루만지며 선자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선자는 이삭의 손길을 빠르게 달아올랐다.

"여보." 이삭이 속삭였다. 이삭은 이제 선자의 남편이었고,

선자는 이삭을 사랑할 것이었다.

[음악]


「첫날밤 」 Pachinko 파친코 [Book 1. 고향] "Erste Nacht" Pachinko Pachinko [Buch 1. Heimatstadt] "First Night" Pachinko Pachinko [Book 1. Hometown] "Primera Noche" Pachinko Pachinko [Libro 1. Ciudad natal]

🎵 growl

파친코. Book 1. 고향. 첫날밤.

식사 후에 네 사람은 남탕과 여탕이 따로 있는

공중목욕탕으로 향했다.

목욕하러 온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경희와 선자를 무시했다. 예상했던 일이어서 선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긴 여행으로 쌓인 먼지를 문질러 닦아내고

한참 동안 비누칠을 하고 나자 기분이 한결 상쾌해졌다.

일행은 깨끗한 속옷에 외출복을 입고 집으로 향했다.

깨끗하게 목욕도 했으니 이제 잘 준비가 끝난 셈이었다. 요셉은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오사카에서 사는 것은 힘들 게 분명했지만 점점 더 나아질 것이었다.

쓰디쓴 씨앗으로도 맛있는 죽을 만들어 낼

자신이 있었다.

일본인들이야 자기들 좋을대로 생각하겠지만,

살아남아서 성공하면 그만이었다.

이제는 네 명이 되었고, 곧 있으면 다섯 명이 될 거라고,

그리고 그들은 다 함께 있으니 더 강해질 거라고

경희가 말했다. " 그렇죠?"

경희는 선자와 팔짱을 끼고

남자들 뒤를 바싹 쫓아 걸었다.

요셉이 동생에게 경고를 했다.

"정치적인 문제들이나 노동 조직에 관계된 것들, 그리고

그 밖에 다른 쓸데없는 것들하고는 엮이지 마. 고개 숙이고 일만 해.

독립운동이니 사회주의니 하는 짓거리에 휩쓸리거나 휘둘리지 말라는 얘기야.

경찰이 너한테서 그런 낌새만 맡아도 널 체포해서 감옥에 넣어버릴 거야.

그런 일을 많이 봤어."

이삭은 너무 어린 데다 몸이 좋지 않은 탓에 삼일운동에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삭이 다녔던 평양의 신학대학 졸업생들 중

대다수가 삼일운동을 주도했다.

많은 신학대학 교수들도 1919년에 거리를 행진했다.

"여기에 독립운동가들이 많아?"

"응, 그런 것 같아. 도쿄에는 더 많고, 몇몇은

만주의 숨어있어. 어쨌든 일단 잡혀갔다 하면 죽는 거야.

운이 좋으면 추방당하고 말겠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어.

내 지붕 밑에서는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런 일을 하라고 널 오사카로 불러들인 게 아니니까. 넌 교회에서 일을 하러 온 거야."

이삭은 목소리를 높이는 요셉을 뜷어지게 쳐다봤다.

운동가들과는 일분일초도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 알았지?

요셉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너 혼자가 아니야. 아내와 아이를 생각해야지."

오사카로 떠날 수 있을 만큼 건강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삭은 식민 통치에 대항해 싸우는 애국자들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고향에서는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심지어는 이삭의 부모님도 새로운 토지 조사로 부여된 세금 때문에

재산의 일부를 팔아야했다. 요셉은 지금도 부모님에게 돈을 보내고 있었다.

이삭은 압제에 저항하는 것이 기독교인들은 행동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몇 달 사이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상은 일과 선자에게 밀려

부수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해야 했다.

이삭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요셉은 불안했다.

헌병대는 네가 포기하거나 항복할 때까지 널 괴롭힐 거야.

게다가 넌 건강도 좋지 않잖아.

다시 아프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여기서 체포된 사람들을 많이 봤어.

조선과는 달라요. 여기 판사들은 모두 일본인이야.

경찰도 일본인이고. 법은 공평하지도 명확하지도 않아.

독립운동과 단체의 조선인들을 항상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양쪽을 오가는 스파이들이 있거은. 시 토론 모임에도 스파이들이 있어.

당연히 교회에도 있고. 결국에는

모든 운동가들이 익는 족족 가는 과일처럼 저들 손에 떨어진다고 봐야 해.

일단 잡혔다 하면 저들이 자백사에 서명하라고 강요할 거야. Once you get caught, they'll sign 104 and force you to do it.

내 말 알겠어?"

요셉이 걸음을 늦추며 말했다. 뒤따르던 경희가 남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여보,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이삭은 그런일이 휩쓸리지 않을 거예요.

이삭이 여기 온 첫날밤을 이렇게 망치지 말아요."

요셉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터질 것 같은 불안감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 불안을 털어내려면 동생에게 경고를 해야 했다.

요셉은 일본인들에게 짓밟하지 않았던 그 시절이

얼마나 좋았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나라를 빼앗겼을 때 요셉의 나이는 열 살이었다.

하지만 사무엘 형이 용감하게 싸우다 순교자로 생을 마감했던 것처럼

요셉도 그 길을 갈 수는 없었다. 압제에 저항하는 일은

가족이 없는 젊은이들의 몫이었다.

"네가 또 아프거나 말썽에 휘말리면 부모님이 날 죽이려고 할 거야.

네 양심에 맡기마. 내가 죽기를 바라니?"

이삭은 왼팔을 흔들어 형의 어깨에 걸치고 형을 끌어안았다.

"내 말 듣고 있니?" 요셉이 조용히 말했다.

"착하게 굴게. 형 말도 잘 듣고. Kindly, boldly, listen carefully to what hyung says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어. 자꾸 그렇게 걱정하면 머리가 하얗게 세거나

그나마 남아 있는 머리카락도 다 빠져버릴걸."

요셉이 웃었다. 그래, 이런 게 필요했다.

이래서 동생을 가까이 두고 싶었다. 그를 잘 알고

심지어는 놀려 먹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 곁에 있는 게 좋았다.

아내는 요셉의 보물이었지만 날 때부터 자신을 알고 지냈던 사람과는 달랐다.

그런 동생을 이런 혼탁한 시국에서 자칫하면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요셉은 겁에 질렸다.

그래서 동생이 오사카에 도착한 첫날부터 동생에게 훈계를 늘어놓았던 것이다.

"진짜 일본식 목욕탕이었어.

아주 근사하더라고.

이게 이 나라의 좋은 점이야. 그렇지?" 이삭이 말했다.

요셉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음속으로

이삭이 어떤 해도 입지 않기를 기도했다. I prayed that Isaac would not suffer any harm.

동생이 도착했을 때는 그저 순수하게 기쁘기만 했지만

그 감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다른 누군가를 걱정한다는 게 어떤 건지

예전에는 실감하지 못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경희가 이삭과 선자에게

기차역 근처에 유명한 국수집이 있다면서 꼭 한 번 데려가겠다고 약속했다.

일행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경희가 불을 켰고, 선자는

이제 이곳이 자신이 살 곳임을 되새겼다.

바깥의 거리는 어둡고 고요했지만,

작은 판잣집은 밝고 깨끗했다.

이삭과 선자는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갔고,

경희는 그들 뒤로 문을 닫아주며 잘 자라고 인사했다.

창문 없는 방은 요 하나와 옷장 대용인 판판하고 납작한 트렁크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널찍했다.

사방은 깨끗한 벽지로 도배되어 있었고,

다다미도 누군가가 손으로 일일이 쓸어서 닦아 놓은 상태였다.

경희가 새 솜을 넣어서 누비이불을 도톰하게 부풀려 놓았다.

경희와 여셉의 방에 있는 것보다 훨씬 좋은 등유 난방기도 있었는데,

그 일정하게 웅웅거리는 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제 이삭과 선자는 한 요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잠들어야 했다.

선자가 집을 떠나기 전날 밤, 선자의 엄마는

선자가 처음 겪는 일이기라도 한 것처럼

선자에게 부부 관계에 관해서 설명해줬다.

남편이 아내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말해주며, Husbands tell their wives what to expect

임신 중에도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남편을 즐겁게 해줘야 한데이.

남자들은 고것을 해야 하는 기라.

천장에 걸린 작은 전구 하나가 희미한 빛을 방 안에 드리웠다.

선자가 그 전구를 힐끗 쳐다보자

이삭도 고개를 들었다. "피곤하겠군요." 이삭이 말했다.

"저는 괜찮아예."

선자는 개어져 있는 요와 이불을 바닥에 펴려고 등을 움크렸다.

이제 남편이 된 이삭 옆에서 같이 잠을 자야 했다.

잠자리 준비는 빠르게 끝났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외출복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선자가 옷 보따리에서 잠옷을 꺼냈다.

엄마가 낡은 속옷 두 벌로 만든

잠옷 이었다.

선자는 양손에 잠옷을 들고서 요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불을 끄는 게 좋을까요?"

이삭이 물었다. "네."

이삭이 전등이 달린 끈을 잡아당기자 딸깍 소리가 나면서 불이 꺼져다.

그럼에도 장지문 하나를 사이에 둔 옆방에서

흘러 나오는 희미한 불빛이

방 안을 물들였다.

얇은 벽 전 너머 거리에서

행인들이 시끄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옆문 너머에서는 이따금씩 돼지 울음소리가 들렸다.

거리가 저 바깥이 아니라 방 안에 있는 것만 같았다.

이삭은 속옷만 남겨둔 채 옷을 벗었다.

선자는 벌써 몇 달 동안이나 이삭의 목욕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이미 익숙한 모습이었다.

선자는 이삭이 구토에 설사를 하고 기침을 하며

피를 토하는 모습을 모두 보았다.

갓 결혼한 남편이 젊은 아내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아픈 모습을 이미 선자는 보고 만 것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갓 결혼한 대부분의 신혼부부들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함께 지냈고, 보다 더 친밀한 시간을 보냈다.

두 사람은 모두 깊이 감춰두었던 서로의 추한 모습을 목격했다.

이미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니 어색할 게 없잖아.

이삭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삭은 한 번도 여자 옆에 누워서 자본 적이 없었다.

이삭은 이 밤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선자가 외출복을 벗었다.

조금전 목욕탕에서 둥그스름한 가슴 아래부터 치골까지

세로로 길게 이어진 짙은 임신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던

선자는 재빨리 잠옷을 입었다.

이삭과 선자는 금방 목욕을 마친 아이들처럼 비누 향을 풍기면서

파랗고 하얀 이불 아래로 재빨리 미끄러져 들어갔다.

선자는 이삭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삭이 병을 앓으며 시작되었고,

그 후 수치스러운 일을 저지른 선자는 이삭에게 구원받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집에 도착한 두 사람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경희가 두 사람을 위해 꾸며준 방에 누워서 선자는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그때 자신이 한수를 되찾으려고 애썼다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젠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선자는 이삭과 아이에게 헌신하고 싶었다.

그러자면 한수를 잊어야 했다.

"행님네 식구들이 정말 친절하시네예."

"부모님께도 당신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아버지는 형님이랑 닮았죠.

선한 성품에 정직한 분이에요.

어머니는 현명하시고요. 내성적으로 보이지만

목숨을 걸고라도 당신을 지켜주실 분이시죠.

어머니는 형수님이 옳다고 생각하셔서

항상 형수님 편을 들어요." 이삭이 나지막하게 웃었다.

선자는 이삭의 어머니가 어떤 분이실까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삭이 선자의 베개 쪽으로 머리를 가까이 기울이자

선자는 숨이 턱 막혀 왔다.

지금 날 원하는 걸까?

그게 가능할까? 선자는 이런저런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삭은 선자가 불안할 때면 앞을 더 잘 보려는 것처럼

이마를 찌푸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삭은 선자와 함께 있는게 좋았다.

선자는 유능하고 침착한 여자였다.

이삭은 특히 선자의 무기력 하지 않은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것은 이삭 자신도 무기력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항상 분별력 있게 행동하지는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한때 지적하셨던 자신의

'비현실적인 성격'과 선자의 유능함은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부산에서 오사카까지 오는 길은

임신부는 말할 것도 없이 누구에게나 힘든 여행이었다.

그런데도 선자는 불평이나 심술궂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이삭이 깜빡하고 먹을 것을 챙기지 않거나 코트를 걸치지 않아도

질책의 기미 하나 없이 일일이 챙겨주었다.

이삭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을 하면서 그 사람의 목소리에 담긴 불안을 파악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선자는 살아남는 법을 아는 것 같았고, 그것은

이삭이 언제나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이삭은 선자가 필요했다. 남자에게는 아내가 필요했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요. 가슴이 욱신거리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아요."

이삭이 말했다.

"목욕탕에 다녀와서 그런가 보네예.

저녁도 잘 먹었고예. 이렇게 잘 먹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예.

이달의 두 번이나 흰쌀밥을 먹어서 부자가 된 것 같습니더."

이삭이 웃었다. "매일 당신에게 흰쌀밥을 먹여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으로 먹고 자고 입는 것에 관심을 두어서는

안 될 노릇이 었지만, 이제는 결혼했으니

선자에게 필요한 것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이삭은 생각했다.

"언지예, 그런 걸 바라는 게 아니라예.

그냥 좀 놀라서 그랬지예.

그렇게 사치스러운 건 먹지 않아도 됩니더." You don't have to eat something so luxurious.

선자는 이삭이 자신을 되바라진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The fleet thought inwardly, hoping that Isaac wouldn't think of himself as a bald woman.

속으로 자신을 꾸짖었다.

"나도 흰쌀밥을 좋아해요."

이삭은 먹을 것에 관심을 보인 적이 거의 없었음에도 이렇게 말했다.

이삭은 선자를 달래주려고 선자의 어깨를 만지고 싶었지만,

걸친 게 거의 없는 몸으로 가까이 누워 있던 터라 He came close to me with almost nothing on, so I put my hands on my side

양손을 옆구리에 딱 붙혔다. caught

옷을 제대로 걸치고 있었더라면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If I had been properly dressed, I wouldn't have hesitated.

선자는 계속 이야기하고 싶었다. 어둠 속에서

이삭에게 속삭이는 게 훨씬 편했다.

여객선이나 기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더 많았지만

그 때는 어색하기만 했다.

"아주버니가 참 재미있는 분이시내예.

엄마한테 들었는데 아주버니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셔서

아버지가 많이 웃었다고 . . . "

"공평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요셉 형이 제일 가깝게 느껴졌어요.

어릴 때 형은 학교에 가기 싫어해서 많이 혼났답니다.

형은 읽기와 쓰기를 힘들어했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기억력이 좋았어요.

한 번 들은 건 절대 잊어버리지 않았고,

일단 조금이라도 들었다하면 대부분의 언어를 익힐 수 있었죠.

형은 중국어와 영어, 러시아어도 조금씩 알아요.

기계 도 잘 고쳤어요. 마을 사람들은 모두 형을 좋아했고,

형이 일본으로 가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아버지는 형이 의사가 되기를 바랐지만

형은 가만히 앉아 공부하는 데는 소질이 없어서

그 서원을 들어드릴 수가 없었죠.

학교 선생님들은 항상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고 형을 꾸짖었어요.

형은 아파서 집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 자기이길 바라고 했어요.

나는 집으로 찾아오는 학교 선생님들한테 수업을 들었는데

가끔씩 형은 나한테 자기 일을 떠넘기고

친구들과 함께 낚시를 가거나 수영을 하러 갔어요.

형은 아버지랑 싸우기 싫어서 오사카로 온 것 같아요.

큰돈을 벌고 싶은데 다 자신이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정직한 조선인들이

매일 재산을 잃어버리는 조선에서는 돈을 벌 방도가 보이지 않았죠."

이삭의 목소리가 잦아들자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When Isaac's voice faded, the two didn't say anything to the noise of the street.

거리의 소음에 귀를 기울였다.

한 여자가 아이들에게 집에 들어오라고 소리쳤다.

술에 취한 몇몇 남자들은 음정이 맞지 않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아리랑, 아아

아아 아리랑, 아라리요 . . . "

곧이어 요셉의 코고는 소리와 경희의 가볍고 나지막한 숨소리가 마치

그들이 바로 옆에 누워 있기라도 한 것처럼 생생하게 들렸다.

이삭이 오른손을 선자의 배에 올렸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선자는 아이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이삭은

종종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아이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에요." 이삭이 말했다.

"네, 저도 그래 생각합니더."

"배가 따뜻하네요."

선자의 양 손바닥은 굳은살이 잡혀 거칠었지만 배는

질 좋은 천처럼 부드럽고 탱글탱글했다.

이제 아내와 함께 있으니 좀 더 자신감을 가져야 했지만

좀처럼 그럴 수가 없었다.

이삭의 양 다리 사이 물건이 잔뜩 성이 나서 치솟아올랐다. The thing between the legs of Isaac was so angry that it went up.

어렸을 때부터 아침마다 항상 겪던 일이었지만

지금 이렇게 여자 옆에 누워 있자니 느낌이 달랐다.

물론 이런 일을 상상하기는 했지만 살을 맞댄 여자의 온기와 숨결을 직접 느끼니 기분이 묘했다.

또한 여자가 자기를 싫어하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삭의 양손이 조심스레 선자의 가슴을 감쌌다.

봉긋하고 예쁜 가슴이었다.

선자의 숨소리가 달라졌다.

선자는 긴장을 풀려고 애썼다.

한수의 손길은 이처럼 부드럽고 조심스럽지 않았다.

해변에서 한수를 만날 때면 언제나 급하게 관계를 맺어서

선자는 정상적인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지 못했다.

불편한 삽입 후에 한수의 얼굴에

만족감과 고마움이 어리는 것을 확인하면

선자는 빨리 차가운 바닷물에 그곳을 씻고 싶었다.

한수는 선자의 턱과 목을 쓰다듬곤 했고 선자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도 좋아했다.

선자는 머리를 다시 땋느라 집에 늦게 돌아가기도 했다.

선자는 머리를 다시 땋느라 집에 늦게 돌아가기도 했다.

지금 선자의 몸속에는 한수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아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아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선자가 두 눈을 뜨자 이삭도 눈을 떴다.

이삭이 선자의 젖꼭지를 어루만지며 선자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선자는 이삭의 손길을 빠르게 달아올랐다.

"여보." 이삭이 속삭였다. 이삭은 이제 선자의 남편이었고,

선자는 이삭을 사랑할 것이었다.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