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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무대: 2016 10월 - 11월, 용필 오빠 콘서트 가는 길 (2016/11/04) (2)

남규 너 더 밟아. 콘서트 늦으면 안 돼!

E 자동차 속도 더 높이는 소리.

남규 밟고 있는데 자꾸 막히잖아. 저 놈의 차들은 다 어딜 가는 거야. 이런 날은 우리 용필이형 콘서트 가라고 나오지를 말지.

일화 (독하게) 누구 닮았는지 사촌이 큰집 식구들에 빌붙어서. 눈치도 없고 뻔뻔하고.

이화 (참으며) 일화 언니, 아버지는 원래 삼형제 중에 맏이셨는데, 막내 작은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부부가 돌아가셨고, 가운데 은철이 작은 아버지, 그니까 내 생부는 그후 공사판에서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도 이미 돌아가셔서 우리 친척은 한 명도 없어. 남은 건 우리 셋 밖에 없는데 한 형제로 지내면 안 되는 거냐?

일화 (어이없는 듯 크게 웃으며) 얘 또 나 웃기네.

이화 (벌컥) 사촌 사촌! 어렸을 때부터 언니한테 제일 많이 들은 그 소리 지겹다. 그래, 언니 엄마 친 딸인 건 아는데, 상처 되는 소리나 하고 싶어?

일화 (부르르 하는) 상처? 네가 상처를 알아? 나는 어려서부터 상처만 받고 살았어. 엄마하고 너 때문에! 너만 아니었어도 난 명재 오빠랑 결혼도 할 수 있었고 이렇게 안 살고 있다고!

남규 (경적 빵빵, 신경질 내는) 아 웃고 좀 갑시다. 나는 제 시간에 도착 못할까 봐 걱정 돼 죽겠구만.

E 이화 휴대폰 벨.

이화 엄마도 나도 항상 언니한테 미안했다고. 언니가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길 바랐다고.

일화 (더 흥분해서 소리치는) 엄마랑 네가 뭘 그래!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해!

남규 누구 전화예요! 이화누나, 매형이 누나 콘서트 보내놓고 걱정돼서 한 거 아니야?

이화 (헐떡이며, 전화 받는) 여보세요. 응. 좀 늦었지만 맞춰서 도착하겠지. 걱정 마 잘 놀다 갈게. 그리고 전화하지 마. 차 안이야. 응. 끊어. (전화 끊는다) 거짓말? 평생 언니 걱정만 하는 내가 거짓말이라고? 내 언니니까 행복하길 바라는 거지. 내 언니니까!

E 이화 휴대폰 벨.

일화 (더 독기 품은) 네가 어떻게 내 동생이냐고!

남규 이화누나 매형 전화 또 왔어.

이화 (전화 받으며 화내는) 차 안이니까 전화하지 말랬잖아. (하다 무섭게 화내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전화하지 말라고! (전화 끊는다) 남규 이화누나. 왜 매형한테 그래?

일화 내 걱정? 야.

너나 똑바로 살아! 방금 전화는 딴 남자라는 거 옆에 있는 나한테까지 다 들렸어!

이화 (기분 나쁜) 딴 남자? 방금 전화 남편이 아닌 게 맞는데 딴 남자라니? 내가 그럼 외도라도 하고 있단 말이야?

일화 지 엄마 닮아서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게 뭐? 엄마가 우리 셋을 바르게 키웠어? 네가 바라?

이화 (화난) 뭐! 지 엄마!

남규 (화난) 큰누나!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이화 누난 그런 거 아니라는데!

일화 아닌 것 좋아하네. 그 유전자가 어디 가?

이화 (화나서 울며) 내가... 아무리 사촌이어도.. 이건 아니지!

일화 (분해서) 엄만 이화가 저렇게 문젠데 항상 나만 뭐라고 하며 혼냈다고. 너 기억해 안 해? 고등학교 때 TV에선 연일 용필 오빠가 <비련>을 부르고 있었고, 여자 팬들이 악쓰며 자지러지던 그 더운 여름날 밤 마루에서 나 엄마한테 오지게도 맞았던 거. 그것도 용필 오빠 편지 때문에!

이화 (울며. 오기로) 근데 그게 뭐. 어쨌다고 언니야!

M 회상으로 가는. 용필 오빠의 <비련> - “기도하는 사랑의 손길로 떨리는 그대는 안고~ ” E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소리. E 개 짖는 소리 멍멍. 회초리 때리는 소리.

엄마 (회초리 때리는) 고등일화 (회초리 맞으며) 이건 조용필 편지잖아요. 가수 조용필.

고등이화 (애원하며) 엄마 일화언니 때리지 말아요. 팬레터 보냈더니 용필 오빠가 답장 보내준 거예요. 처음 받아본 편지예요.

중등남규 (우는) 엄마.

엄마 (회초리 때리며) 가수가 됐든 가수 할아비가 됐든 남자는 안 돼. 고등학생이 남자 편지를 받어?

고등이화 엄마. 그 편지엔 아무 말도 없어요. 그냥 가수가 팬한테 보내는 형식적인 거예요.

고등일화 (편지 보이며) 봐요 엄마. 내용에 이상한 말도 없어요.

엄마 (계속 회초리 때리며) 안 그래도 일화 니가 대추나무집 명재를 좋아한다고 온 동네에 소문이 났는디! 행실을 어찌고 하고 댕기기에 그런 말이 나오냔 말이여!

고등일화 (아파서) 엄마!

중등남규 엄마. 큰누나 그만 때려요. 엄마.

고등이화 명재 오빤 여자애들이 다 좋아해요. 언니가 이상한 행실을 한 게 아니에요.

엄마 (회초리 더 때리며) 벌써부터 남자 좋아하다가 니도 작은 엄마맹키로 나중에 바람나서 신세 망치고 ?어?

고등일화 그건 작은 엄마잖아! 이화 엄마! 왜 내가 바람이 나?

엄마 여자는 행실이 첫째라 했냐 안 했냐. 어이? 벌써부터 그런 소문이나 몰고 댕긴다는 건 싹수가 노랗다는 것이여. 아버지 없이 컸다는 소리나 듣고 ?어?

고등이화 엄마 일화언니는 속으로만 좋아한 거라니까요. 언니 그만 바지 내려. 그리고 무조건 잘못했다 빌어. 용필 오빠한테 팬레터도 그만 보내고. 언니 다리 멍들어서 치마도 못 입겠어.

고등일화 (밀어버리며) 넌 저리 가! 이게 다 너 때문이니까!

고등이화 언니... 고등일화 바람나서 도망간 건 니네 엄만데 왜 나만 죽어나야 돼! (하며 분해서 운다) 엄마 지금 동생한테 뭔 짓이여! 고등일화 다 너 때문이라고!

E 자동차 급브레이크 소리.

남규 미치고 환장하겠네. 또 막히네. 콘서트 시작할 텐데. 누나들 저 운동장에 불빛 보이죠? 저기가 콘서트 장이에요.

일화 (분한) 엄만... 남자 때문에 문제 생긴 건 이화였는데!

이화 (화내는) 맘대로 생각하라구. 난 죽어도 떳떳한 사람이니까. 남규야 얼른 가. 곧 콘서트 시작한다구.

E 자동차 다시 움직이는 소리.

남규 아 풀리네. 곧 도착할 거야. 조금만 기다려요.

일화 남규 너 이화 여기서 내려 놔. 지 엄마 행실 닮은 애랑은 콘서트 못가니까.

남규 이화 누나 정말 다른 남자 있고 그런 거 아니지?

이화 남규 너까지 그럴래?

일화 시끄러 빨리 내려 놔!

남규 어따 내려놓고 가! 조용필이라면 꺼뻑 죽었던 사람들이 공연장을 앞두고! 그날 엄만 이화누나까지 회초리 하셨다고!

일화 야 이 자식아. 그럼 날 내려 놔!

이화 (소리치는) 제발 그분 이야기 그만 해. 그분도 사정이 있어서 그랬겠지. 자식 떼어놓고 남편도 버리고 도망가서 행복했겠냐? 우리 그거 이해할 나이잖아. 대신 난 엄마 밑에서 언니랑 남규랑 행복하게 살았다고!

일화 이제라도 니네 엄마 찾아가라고! 남의 식구 귀찮게 좀 하지 말고!

이화 (화나서 거의 우는) 난 이집 딸인데 자꾸 어디를 가라는 거야!

E 다시 울리는 이화 휴대폰 벨.

남규 (화나서 경적 빵~ 누르며) 누집 자식 그게 뭐가 중요한데요!

이화 (우는) 내가 언니 모든 걸 빼앗아서 미안한데, 일화 (O.L) 나 일부러 너한테 상처 주려고 골라서 하는 거야. 남규 이화누나 울지마. (계속 울리는 전화 벨). 누나 전화 좀 받아. 누구야 이 상황에. 아이 참(이화 휴대폰 주워서 대신 받으며) 여보세요.

이화 (울부짖는) 받지마 남규 이화누님 휴대폰입니다. 지금 누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 명재 (F) 너 혹시 남규? 남규 네? 누누구세요?

명재 (F) .....나 대추나무집 명재형이야.

남규 (놀라며) 명재 형 일화 뭐? 명재 오빠...?

이화 (울며) 우리가 이렇게 싸우는 거 보고 돌아가신 엄마 얼마나 슬프시겠냐.

명재 (F) 오랜만이다. 반갑다.

남규 ...형도 건강하시죠?

명재 (F) (헛기침)...흐음..저어...이화랑 어디 가고 있냐?

남규 네.

누나들이랑 조용필 콘서트 가고 있어요.

명재 (F) 그래...일화도 같이.. 남규 네. 명재 (F) 좀 바꿔줄래?

남규 잠시만요. 큰누나 명재 형이 좀 바꿔달라는데?

일화 (떨리는) 날? 정말? (전화 주고 받으며) 여여보세, (하는데) 이화 (전화 빼앗아) 안 돼! (휴대폰에 대고) 야. 우리 언니가 너랑 어울릴 거라 생각했어? 다신 전화하지 말랬지! (하며 전화 끊어버린다) 일화 너 미쳤어? 남규 이화누나!

이화 절대 안된다구!

일화 야. 너도 명재 오빠 좋아했어?

이화 (갑갑해서 거의 우는) 아니야 그런 거.

일화 근데 왜 끊어. 난 명재 오빠 만나고 싶은데! 혹시 아까 그 전화도 명재 오빠였어?

이화 이 자식은 왜 자꾸 전화질이야.

일화 뭐?

명재 오빠랑 그런 사이였어?

이화 그런 게 아니라고.

일화 (분노) 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내가 그 오빠 좋아했단 거 알면서! 너도 네 엄마처럼 남자라면 가족도 뭣도 다 필요 없어?

이화 (화난) 그래! 그 오빠가 내 전화번호 알고 있는 건 맞아. 근데 나 그 자식 싫어. 처음 우리 횟집에 손님으로 찾아왔을 때는 아는 동네 오빠라 너무 반가웠는데.. 나중에는 그게 아니더라고. 술만 취하면 밤늦게 찾아와서 와이프랑 살기 싫다는 둥 너무 외롭다는 둥...지저분하게 지분거리고.. 남규 뭐! 일화 거짓말 집어 쳐! 네 엄마도 그런 거짓말로 우리 작은 아버지를 속여먹다 도망갔니?

남규 큰누나!

이화 뭐라구 언니?

일화 너랑 네 엄마! 죽을 때까지 용서 못해!

이화 (폭발하고 우는) 그 사람이 왜 내 엄마야? 언니 네 엄마야.

일화 용서 못한다구!

이화 그 작은엄마..... 남규 그래도 그 말은 안 돼 이화누나! 이화 내 엄마가 아니라 언니 너를 낳아준 엄마라고.

일화 (정지) ..뭐?

남규 안 돼 이화 누나!

이화 (펑펑 운다) 일화 무슨 소리야? 뭐가 어쨌다고?

이화 (펑펑 운다) 일화 무슨 소리냐구. 남규 너 차 세워. 세워!

E 자동차 달려가 서는 소리.

남규 큰누나. .. 일화 다시 말해 봐 이화 너. 다시!

이화 (펑펑 울며) 그 작은 엄마가 언니 엄마야. 우리 엄만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막내 작은 엄마고. 우리 아버진 부부가 같이 돌아가신 막내 작은 아버지라고!

일화 뭐!! 이화 생각 안 나냐고! 우리 고등학교 때 용필 오빠 노래 <못찾겠다 꾀꼬리>에 한참 미쳐 있던 가을 날 은철이 작은 아버지가 찾아오신 거. M 회상으로 가는. 용필 오빠의 <못찾겠다 꾀꼬리> -“지금의 내 나이는 찾을 때도 됐는데 보일 때도 됐는데 얘들아 얘들아 얘들아 얘들~” E 괘종시계소리 댕댕~. 귀뚜라미 소리.

엄마 일화를 데꼬가겄다고라?

은철 네 형수님. 지난여름에도 그래서 들렀던 거예요.

엄마 절대 그건 안되제! 키울 수 없은께 핏덩이를 나한테 떠넘기고 떠날 땐 언제고 인자 와서 달라고라? 일화 내가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내 딸이랑께요.

중등남규 엄마 일화 누나 떠나요?

고등이화 아니야. 일화 언니 안 떠나. 가만 있어 남규야.

은철 제 자식이잖아요.

엄마 인자는 새 여자도 만났은께 애들도 낳을 거 아니요. 막노동으로 그 식구들 책임지기도 힘들 텐께 일화는 잊으씨요. 일화 아제 딸인 거 지금도 모르고 있고 내가 아제보다 그 새엄마보다 더 잘 키울 텐께. 내 비록 넉넉하게 키우진 못해도 여느집 딸들보다 똑바로 키우고 있은께 동생들이랑 여그서 살게 해주란 말이요.

중등남규 (애원) 네 작은 아버지.

고등이화 그렇게 해줘요 작은 아버지. 일화 언니 내 언니예요.

중등남규 내 큰누나예요.

은철 (꺽꺽 운다) 형수님.. 다 내가 못 나서... 일화 엄마가 일화 낳고 딴 놈하고 눈만 안 맞았어도.... 엄마 그 소리도 됐소. 그 일은 인자 일화하고는 상관이 없는 일인께.

은철 이화야. 남규야.

내가 염치가 없어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구나.

남규.이화 작은 아버지... 은철 (또 꺽꺽) 죄송해요 형수님. 이화야. 우리 일화랑 잘 지내야 한다.

고등이화 우린 모두 우리 엄마 자식들인 걸요.

E 미닫이 문 밀고 들어오는 소리.

고등일화 (ON되며) 다녀왔습니다.

고등이화 일화 언니!

중등남규 큰누나!

엄마 기집애가 어디를 밤늦게까지 싸돌아댕기고 인자 와?

고등일화 영숙이네 집에 숙제하러 갔다가 늦었어. 어?

오셨어요 작은 아버지?

은철 (일화 손잡으며) 일화야... 큰엄마, 아니 엄마 말씀 잘 듣고 잘 살아야 한다. 작은 아버지가 다 미안하구나.. (꺽꺽) 고등일화 (어리둥절)....네... 은철 (꺽꺽) 일화야.. 일화 뭐? 이화 (울며) 남규만 엄마 자식이고 언니하고 난 둘 다 작은 집 자식들이라고. 언니는 둘째네. 나는 막내네. 이제 알겠어?

일화 말도 안돼... 이화 평생 이 말은 입에 안 담으려고 했는데.. 언니 네가 하도 나를 몰아세우니까 나도 모르게... 미안해 언니. 미안해 남규야.

일화 (몰아붙이는) 남규 너도 알고 있었어?

남규 (한숨) 응. 엄마는 큰누나가 알면 상처 받는다고. 절대 입 밖으로 내지 말라고 하셔서 우리도 당연히 누날 한 핏줄로 생각하고 자랐는데 왜 이런 사단을 만들어 두 사람!

일화 (노발대발) 어떻게 나만 모를 수가 있어!

이화 그니까 왜 나보고 우리 엄마 김옥심 여사를 내 엄마가 아니라고 해! 왜 낳아준 분 찾아가라 해! 그러지 않았음 이런 사단은 없었잖아.

일화 어떻게 나만 몰랐냐구!

이화 나는 우리 엄마 김옥심 여사가 아닌 사람을 엄마라고 하는 것부터가 죄스러웠단 말이야. 우리 엄마가 우릴 어떻게 키우셨는데!

일화 말도 안 돼!

남규 엄마는 두 누나 모두 똑같이 사랑하셨다고요 큰누나.

이화 친딸이라고 생각했기에 회초리를 든 거고, 동생을 대신해 야단을 치신 거야. 엄만 한 번도 언니를 미워한 적 없는데 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엉엉. 남규야.

일화 이건 아니야. 다 아니야!

다 꺼져 다! 꼴도 보기 싫어! 내가 어떻게 은철이 작은 아버지 자식이야! 이화 너도 꺼지라고 재수없으니까!

이화 (울며) 언니.

남규 큰누나!

일화 다 꺼지라고! 이화 그래도 내가 싫어? 알았어. 내릴게. (하며 울며 내린다) 남규 이화 누나! 가지 마! (따라 내린다) E 지나가는 차량들 소리. 차문 닫고 뛰어나오는 소리.

남규 (잡으며) 안 돼 이화 누나!

이화 (울며) 미안하다 남규야. 네가 언니 데리고 콘서트 잘 다녀와.

남규 조금만 가면 용필이 형 볼 수 있는데 여기서 돌아가는 게 어딨어? 저 누난 쌓인 게 많아서 그래. 잘 풀렸으면 그랬겠어? 힘드니까 옛날 일이 한이 된 거라고. 누나가 참아야지. 어쨌든 우린 형제잖아.

이화 일화 언니는 내가 진짜 미울 거야. 밉겠지. 우린 처음부터 사촌지간이었고, 따지고 보면 사촌은 친형제도 아닌데.

남규 누나!

이화 남규 네가 언니 데리고 잘 다녀와. 갈게. (하고 뛰어간다) 남규 이화 누나! M 브릿지 .

남규 (화나서 운전대 치며) 이게 뭐예요! 맏이가 돼가지고 오랜만에 모여서!

일화 (흥분 참으며) 나 이제 맏이 아니잖아. 너하고도 사촌이지.

남규 뭐라고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요 막걸리라고 해요?

일화 나는 지금 너도 밉고 이화도 밉고 엄마도 밉고, 아니 큰엄마도 미우니까 입 다물고 다시 용필 오빠 콘서트장이나 가라고! 출발해!

남규 어떻게 큰엄마라는 말이 그렇게 쉽게 나와요? 오십 년을 친엄마로 알고 엄마라고 불렀던 분을? 지금 콘서트가 머릿속에 들어와요?

일화 듣기 싫어. 가란 말이야. 콘서트 장으로!

E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 자동차 출발하는 소리.

남규 어디 혼자 가서 실컷 용필 오빠~ 부르고 악 쓰고 놀아 봐요. 나는 내려주고 집에 갈 테니까.

일화 뭐?

날 콘서트 장에 내려주고 가겠다고?

남규 그럼 여기서 내려드려요? 각자 여기서 자기 집으로 흩어지게?

일화 나를 어따 놓고 가겠다는 거야! 친누나 아니라고 그 콘서트 장엘 혼자 들어가라고?

남규 나 한 번도 누나들 사촌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했죠. 엄마도 누나들을 한 번도 조카들로 생각 한 적 없듯이.

일화 왜 나만 몰랐냐고 자식아! 어떻게 엄마는, 아니 어떻게 큰엄마는 날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어!

남규 누난 정말 엄마한테 원망 밖에 없어요?

일화 그래서 내 엄마가 아니었던 거야. 큰엄마였던 거라고!

남규 (신경질적으로 경적 빵~ 누르며) 그 말 진심이에요?

일화 그래! 그래서 항상 나만 미워했던 거라고!

남규 엄마는 누나 미워한 적 없다고요. 오히려 맏인데 큰누나한테 아무것도 못해줘서 더 평생 가슴 아파 하셨지.

일화 이게 다 큰집에서 컸기 때문이야. 암튼 얼른 가! 콘서트 가서 용필 오빠랑 소리 지르며 실컷 노래하며 이 설움 다 날려버릴 테니까!

M 브릿지.

E. 달리는 자동차 안 일화.남규 (한동안 불편한 침묵) 일화 노래나 틀어! 남규 맘대로 하시든가요.


남규 너 더 밟아. 콘서트 늦으면 안 돼!

E 자동차 속도 더 높이는 소리.

남규 밟고 있는데 자꾸 막히잖아. 저 놈의 차들은 다 어딜 가는 거야. 이런 날은 우리 용필이형 콘서트 가라고 나오지를 말지.

일화 (독하게) 누구 닮았는지 사촌이 큰집 식구들에 빌붙어서. 눈치도 없고 뻔뻔하고.

이화 (참으며) 일화 언니, 아버지는 원래 삼형제 중에 맏이셨는데, 막내 작은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부부가 돌아가셨고, 가운데 은철이 작은 아버지, 그니까 내 생부는 그후 공사판에서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도 이미 돌아가셔서 우리 친척은 한 명도 없어. 남은 건 우리 셋 밖에 없는데 한 형제로 지내면 안 되는 거냐?

일화 (어이없는 듯 크게 웃으며) 얘 또 나 웃기네.

이화 (벌컥) 사촌 사촌! 어렸을 때부터 언니한테 제일 많이 들은 그 소리 지겹다. 그래, 언니 엄마 친 딸인 건 아는데, 상처 되는 소리나 하고 싶어?

일화 (부르르 하는) 상처? 네가 상처를 알아? 나는 어려서부터 상처만 받고 살았어. 엄마하고 너 때문에! 너만 아니었어도 난 명재 오빠랑 결혼도 할 수 있었고 이렇게 안 살고 있다고!

남규 (경적 빵빵, 신경질 내는) 아 웃고 좀 갑시다. 나는 제 시간에 도착 못할까 봐 걱정 돼 죽겠구만.

E 이화 휴대폰 벨.

이화 엄마도 나도 항상 언니한테 미안했다고. 언니가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길 바랐다고.

일화 (더 흥분해서 소리치는) 엄마랑 네가 뭘 그래!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해!

남규 누구 전화예요! 이화누나, 매형이 누나 콘서트 보내놓고 걱정돼서 한 거 아니야?

이화 (헐떡이며, 전화 받는) 여보세요. 응. 좀 늦었지만 맞춰서 도착하겠지. 걱정 마 잘 놀다 갈게. 그리고 전화하지 마. 차 안이야. 응. 끊어. (전화 끊는다) 거짓말? 평생 언니 걱정만 하는 내가 거짓말이라고? 내 언니니까 행복하길 바라는 거지. 내 언니니까!

E 이화 휴대폰 벨.

일화 (더 독기 품은) 네가 어떻게 내 동생이냐고!

남규 이화누나 매형 전화 또 왔어.

이화 (전화 받으며 화내는) 차 안이니까 전화하지 말랬잖아. (하다 무섭게 화내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전화하지 말라고! (전화 끊는다)

남규 이화누나. 왜 매형한테 그래?

일화 내 걱정? 야. 너나 똑바로 살아! 방금 전화는 딴 남자라는 거 옆에 있는 나한테까지 다 들렸어!

이화 (기분 나쁜) 딴 남자? 방금 전화 남편이 아닌 게 맞는데 딴 남자라니? 내가 그럼 외도라도 하고 있단 말이야?

일화 지 엄마 닮아서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게 뭐? 엄마가 우리 셋을 바르게 키웠어? 네가 바라?

이화 (화난) 뭐! 지 엄마!

남규 (화난) 큰누나!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이화 누난 그런 거 아니라는데!

일화 아닌 것 좋아하네. 그 유전자가 어디 가?

이화 (화나서 울며) 내가... 아무리 사촌이어도.. 이건 아니지!

일화 (분해서) 엄만 이화가 저렇게 문젠데 항상 나만 뭐라고 하며 혼냈다고. 너 기억해 안 해? 고등학교 때 TV에선 연일 용필 오빠가 <비련>을 부르고 있었고, 여자 팬들이 악쓰며 자지러지던 그 더운 여름날 밤 마루에서 나 엄마한테 오지게도 맞았던 거. 그것도 용필 오빠 편지 때문에!

이화 (울며. 오기로) 근데 그게 뭐. 어쨌다고 언니야!

 

M 회상으로 가는. 용필 오빠의 <비련> - “기도하는 사랑의 손길로 떨리는 그대는 안고~ ”

E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소리.

E 개 짖는 소리 멍멍. 회초리 때리는 소리.

엄마 (회초리 때리는)

고등일화 (회초리 맞으며) 이건 조용필 편지잖아요. 가수 조용필.

고등이화 (애원하며) 엄마 일화언니 때리지 말아요. 팬레터 보냈더니 용필 오빠가 답장 보내준 거예요. 처음 받아본 편지예요.

중등남규 (우는) 엄마.

엄마 (회초리 때리며) 가수가 됐든 가수 할아비가 됐든 남자는 안 돼. 고등학생이 남자 편지를 받어?

고등이화 엄마. 그 편지엔 아무 말도 없어요. 그냥 가수가 팬한테 보내는 형식적인 거예요.

고등일화 (편지 보이며) 봐요 엄마. 내용에 이상한 말도 없어요.

엄마 (계속 회초리 때리며) 안 그래도 일화 니가 대추나무집 명재를 좋아한다고 온 동네에 소문이 났는디! 행실을 어찌고 하고 댕기기에 그런 말이 나오냔 말이여!

고등일화 (아파서) 엄마!

중등남규 엄마. 큰누나 그만 때려요. 엄마.

고등이화 명재 오빤 여자애들이 다 좋아해요. 언니가 이상한 행실을 한 게 아니에요.

엄마 (회초리 더 때리며) 벌써부터 남자 좋아하다가 니도 작은 엄마맹키로 나중에 바람나서 신세 망치고 ?어?

고등일화 그건 작은 엄마잖아! 이화 엄마! 왜 내가 바람이 나?

엄마 여자는 행실이 첫째라 했냐 안 했냐. 어이? 벌써부터 그런 소문이나 몰고 댕긴다는 건 싹수가 노랗다는 것이여. 아버지 없이 컸다는 소리나 듣고 ?어?

고등이화 엄마 일화언니는 속으로만 좋아한 거라니까요. 언니 그만 바지 내려. 그리고 무조건 잘못했다 빌어. 용필 오빠한테 팬레터도 그만 보내고. 언니 다리 멍들어서 치마도 못 입겠어.

고등일화 (밀어버리며) 넌 저리 가! 이게 다 너 때문이니까!

고등이화 언니...

고등일화 바람나서 도망간 건 니네 엄만데 왜 나만 죽어나야 돼! (하며 분해서 운다)

엄마 지금 동생한테 뭔 짓이여!

고등일화 다 너 때문이라고!

 

E 자동차 급브레이크 소리.

남규 미치고 환장하겠네. 또 막히네. 콘서트 시작할 텐데. 누나들 저 운동장에 불빛 보이죠? 저기가 콘서트 장이에요.

일화 (분한) 엄만... 남자 때문에 문제 생긴 건 이화였는데!

이화 (화내는) 맘대로 생각하라구. 난 죽어도 떳떳한 사람이니까. 남규야 얼른 가. 곧 콘서트 시작한다구.

E 자동차 다시 움직이는 소리.

남규 아 풀리네. 곧 도착할 거야. 조금만 기다려요.

일화 남규 너 이화 여기서 내려 놔. 지 엄마 행실 닮은 애랑은 콘서트 못가니까.

남규 이화 누나 정말 다른 남자 있고 그런 거 아니지?

이화 남규 너까지 그럴래?

일화 시끄러 빨리 내려 놔!

남규 어따 내려놓고 가! 조용필이라면 꺼뻑 죽었던 사람들이 공연장을 앞두고! 그날 엄만 이화누나까지 회초리 하셨다고!

일화 야 이 자식아. 그럼 날 내려 놔!

이화 (소리치는) 제발 그분 이야기 그만 해. 그분도 사정이 있어서 그랬겠지. 자식 떼어놓고 남편도 버리고 도망가서 행복했겠냐? 우리 그거 이해할 나이잖아. 대신 난 엄마 밑에서 언니랑 남규랑 행복하게 살았다고!

일화 이제라도 니네 엄마 찾아가라고! 남의 식구 귀찮게 좀 하지 말고!

이화 (화나서 거의 우는) 난 이집 딸인데 자꾸 어디를 가라는 거야!

E 다시 울리는 이화 휴대폰 벨.

남규 (화나서 경적 빵~ 누르며) 누집 자식 그게 뭐가 중요한데요!

이화 (우는) 내가 언니 모든 걸 빼앗아서 미안한데,

일화 (O.L) 나 일부러 너한테 상처 주려고 골라서 하는 거야.

남규 이화누나 울지마. (계속 울리는 전화 벨). 누나 전화 좀 받아. 누구야 이 상황에. 아이 참(이화 휴대폰 주워서 대신 받으며) 여보세요.

이화 (울부짖는) 받지마

남규 이화누님 휴대폰입니다. 지금 누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

명재 (F) 너 혹시 남규?

남규 네? 누누구세요?

명재 (F) .....나 대추나무집 명재형이야.

남규 (놀라며) 명재 형

일화 뭐? 명재 오빠...?

이화 (울며) 우리가 이렇게 싸우는 거 보고 돌아가신 엄마 얼마나 슬프시겠냐.

명재 (F) 오랜만이다. 반갑다.

남규 ...형도 건강하시죠?

명재 (F) (헛기침)...흐음..저어...이화랑 어디 가고 있냐?

남규 네. 누나들이랑 조용필 콘서트 가고 있어요.

명재 (F) 그래...일화도 같이..

남규 네.

명재 (F) 좀 바꿔줄래?

남규 잠시만요. 큰누나 명재 형이 좀 바꿔달라는데?

일화 (떨리는) 날? 정말? (전화 주고 받으며) 여여보세, (하는데)

이화 (전화 빼앗아) 안 돼! (휴대폰에 대고) 야. 우리 언니가 너랑 어울릴 거라 생각했어? 다신 전화하지 말랬지! (하며 전화 끊어버린다)

일화 너 미쳤어?

남규 이화누나!

이화 절대 안된다구!

일화 야. 너도 명재 오빠 좋아했어?

이화 (갑갑해서 거의 우는) 아니야 그런 거.

일화 근데 왜 끊어. 난 명재 오빠 만나고 싶은데! 혹시 아까 그 전화도 명재 오빠였어?

이화 이 자식은 왜 자꾸 전화질이야.

일화 뭐? 명재 오빠랑 그런 사이였어?

이화 그런 게 아니라고.

일화 (분노) 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내가 그 오빠 좋아했단 거 알면서! 너도 네 엄마처럼 남자라면 가족도 뭣도 다 필요 없어?

이화 (화난) 그래! 그 오빠가 내 전화번호 알고 있는 건 맞아. 근데 나 그 자식 싫어. 처음 우리 횟집에 손님으로 찾아왔을 때는 아는 동네 오빠라 너무 반가웠는데.. 나중에는 그게 아니더라고. 술만 취하면 밤늦게 찾아와서 와이프랑 살기 싫다는 둥 너무 외롭다는 둥...지저분하게 지분거리고..

남규 뭐!

일화 거짓말 집어 쳐! 네 엄마도 그런 거짓말로 우리 작은 아버지를 속여먹다 도망갔니?

남규 큰누나!

이화 뭐라구 언니?

일화 너랑 네 엄마! 죽을 때까지 용서 못해!

이화 (폭발하고 우는) 그 사람이 왜 내 엄마야? 언니 네 엄마야.

일화 용서 못한다구!

이화 그 작은엄마.....

남규 그래도 그 말은 안 돼 이화누나!

이화 내 엄마가 아니라 언니 너를 낳아준 엄마라고.

일화 (정지) ..뭐?

남규 안 돼 이화 누나!

이화 (펑펑 운다)

일화 무슨 소리야? 뭐가 어쨌다고?

이화 (펑펑 운다)

일화 무슨 소리냐구. 남규 너 차 세워. 세워!

E 자동차 달려가 서는 소리.

남규 큰누나. ..

일화 다시 말해 봐 이화 너. 다시!

이화 (펑펑 울며) 그 작은 엄마가 언니 엄마야. 우리 엄만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막내 작은 엄마고. 우리 아버진 부부가 같이 돌아가신 막내 작은 아버지라고!

일화 뭐!! !

이화 생각 안 나냐고! 우리 고등학교 때 용필 오빠 노래 <못찾겠다 꾀꼬리>에 한참 미쳐 있던 가을 날 은철이 작은 아버지가 찾아오신 거.

 

M 회상으로 가는. 용필 오빠의 <못찾겠다 꾀꼬리> -“지금의 내 나이는 찾을 때도 됐는데 보일 때도 됐는데 얘들아 얘들아 얘들아 얘들~”

E 괘종시계소리 댕댕~. 귀뚜라미 소리.

엄마 일화를 데꼬가겄다고라?

은철 네 형수님. 지난여름에도 그래서 들렀던 거예요.

엄마 절대 그건 안되제! 키울 수 없은께 핏덩이를 나한테 떠넘기고 떠날 땐 언제고 인자 와서 달라고라? 일화 내가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내 딸이랑께요.

중등남규 엄마 일화 누나 떠나요?

고등이화 아니야. 일화 언니 안 떠나. 가만 있어 남규야.

은철 제 자식이잖아요.

엄마 인자는 새 여자도 만났은께 애들도 낳을 거 아니요. 막노동으로 그 식구들 책임지기도 힘들 텐께 일화는 잊으씨요. 일화 아제 딸인 거 지금도 모르고 있고 내가 아제보다 그 새엄마보다 더 잘 키울 텐께. 내 비록 넉넉하게 키우진 못해도 여느집 딸들보다 똑바로 키우고 있은께 동생들이랑 여그서 살게 해주란 말이요.

중등남규 (애원) 네 작은 아버지.

고등이화 그렇게 해줘요 작은 아버지. 일화 언니 내 언니예요.

중등남규 내 큰누나예요.

은철 (꺽꺽 운다) 형수님.. 다 내가 못 나서... 일화 엄마가 일화 낳고 딴 놈하고 눈만 안 맞았어도....

엄마 그 소리도 됐소. 그 일은 인자 일화하고는 상관이 없는 일인께.

은철 이화야. 남규야. 내가 염치가 없어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구나.

남규.이화 작은 아버지...

은철 (또 꺽꺽) 죄송해요 형수님. 이화야. 우리 일화랑 잘 지내야 한다.

고등이화 우린 모두 우리 엄마 자식들인 걸요.

E 미닫이 문 밀고 들어오는 소리.

고등일화 (ON되며) 다녀왔습니다.

고등이화 일화 언니!

중등남규 큰누나!

엄마 기집애가 어디를 밤늦게까지 싸돌아댕기고 인자 와?

고등일화 영숙이네 집에 숙제하러 갔다가 늦었어. 어? 오셨어요 작은 아버지?

은철 (일화 손잡으며) 일화야... 큰엄마, 아니 엄마 말씀 잘 듣고 잘 살아야 한다. 작은 아버지가 다 미안하구나.. (꺽꺽)

고등일화 (어리둥절)....네...

은철 (꺽꺽) 일화야..

 

일화 뭐?

이화 (울며) 남규만 엄마 자식이고 언니하고 난 둘 다 작은 집 자식들이라고. 언니는 둘째네. 나는 막내네. 이제 알겠어?

일화 말도 안돼...

이화 평생 이 말은 입에 안 담으려고 했는데.. 언니 네가 하도 나를 몰아세우니까 나도 모르게... 미안해 언니. 미안해 남규야.

일화 (몰아붙이는) 남규 너도 알고 있었어?

남규 (한숨) 응. 엄마는 큰누나가 알면 상처 받는다고. 절대 입 밖으로 내지 말라고 하셔서 우리도 당연히 누날 한 핏줄로 생각하고 자랐는데 왜 이런 사단을 만들어 두 사람!

일화 (노발대발) 어떻게 나만 모를 수가 있어!

이화 그니까 왜 나보고 우리 엄마 김옥심 여사를 내 엄마가 아니라고 해! 왜 낳아준 분 찾아가라 해! 그러지 않았음 이런 사단은 없었잖아.

일화 어떻게 나만 몰랐냐구!

이화 나는 우리 엄마 김옥심 여사가 아닌 사람을 엄마라고 하는 것부터가 죄스러웠단 말이야. 우리 엄마가 우릴 어떻게 키우셨는데!

일화 말도 안 돼!

남규 엄마는 두 누나 모두 똑같이 사랑하셨다고요 큰누나.

이화 친딸이라고 생각했기에 회초리를 든 거고, 동생을 대신해 야단을 치신 거야. 엄만 한 번도 언니를 미워한 적 없는데 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엉엉. 남규야.

일화 이건 아니야. 다 아니야!

다 꺼져 다! 꼴도 보기 싫어! 내가 어떻게 은철이 작은 아버지 자식이야! 이화 너도 꺼지라고 재수없으니까!

이화 (울며) 언니.

남규 큰누나!

일화 다 꺼지라고! !

이화 그래도 내가 싫어? 알았어. 내릴게. (하며 울며 내린다)

남규 이화 누나! 가지 마! (따라 내린다)

E 지나가는 차량들 소리. 차문 닫고 뛰어나오는 소리.

남규 (잡으며) 안 돼 이화 누나!

이화 (울며) 미안하다 남규야. 네가 언니 데리고 콘서트 잘 다녀와.

남규 조금만 가면 용필이 형 볼 수 있는데 여기서 돌아가는 게 어딨어? 저 누난 쌓인 게 많아서 그래. 잘 풀렸으면 그랬겠어? 힘드니까 옛날 일이 한이 된 거라고. 누나가 참아야지. 어쨌든 우린 형제잖아.

이화 일화 언니는 내가 진짜 미울 거야. 밉겠지. 우린 처음부터 사촌지간이었고, 따지고 보면 사촌은 친형제도 아닌데.

남규 누나!

이화 남규 네가 언니 데리고 잘 다녀와. 갈게. (하고 뛰어간다)

남규 이화 누나!

 

M 브릿지 .

남규 (화나서 운전대 치며) 이게 뭐예요! 맏이가 돼가지고 오랜만에 모여서!

일화 (흥분 참으며) 나 이제 맏이 아니잖아. 너하고도 사촌이지.

남규 뭐라고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요 막걸리라고 해요?

일화 나는 지금 너도 밉고 이화도 밉고 엄마도 밉고, 아니 큰엄마도 미우니까 입 다물고 다시 용필 오빠 콘서트장이나 가라고! 출발해!

남규 어떻게 큰엄마라는 말이 그렇게 쉽게 나와요? 오십 년을 친엄마로 알고 엄마라고 불렀던 분을? 지금 콘서트가 머릿속에 들어와요?

일화 듣기 싫어. 가란 말이야. 콘서트 장으로!

E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 자동차 출발하는 소리.

남규 어디 혼자 가서 실컷 용필 오빠~ 부르고 악 쓰고 놀아 봐요. 나는 내려주고 집에 갈 테니까.

일화 뭐? 날 콘서트 장에 내려주고 가겠다고?

남규 그럼 여기서 내려드려요? 각자 여기서 자기 집으로 흩어지게?

일화 나를 어따 놓고 가겠다는 거야! 친누나 아니라고 그 콘서트 장엘 혼자 들어가라고?

남규 나 한 번도 누나들 사촌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했죠. 엄마도 누나들을 한 번도 조카들로 생각 한 적 없듯이.

일화 왜 나만 몰랐냐고 자식아! 어떻게 엄마는, 아니 어떻게 큰엄마는 날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어!

남규 누난 정말 엄마한테 원망 밖에 없어요?

일화 그래서 내 엄마가 아니었던 거야. 큰엄마였던 거라고!

남규 (신경질적으로 경적 빵~ 누르며) 그 말 진심이에요?

일화 그래! 그래서 항상 나만 미워했던 거라고!

남규 엄마는 누나 미워한 적 없다고요. 오히려 맏인데 큰누나한테 아무것도 못해줘서 더 평생 가슴 아파 하셨지.

일화 이게 다 큰집에서 컸기 때문이야. 암튼 얼른 가! 콘서트 가서 용필 오빠랑 소리 지르며 실컷 노래하며 이 설움 다 날려버릴 테니까!

 

M 브릿지.

E. 달리는 자동차 안

일화.남규 (한동안 불편한 침묵)

일화 노래나 틀어!

남규 맘대로 하시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