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 use cookies to help make LingQ better. By visiting the site, you agree to our cookie policy.


image

KBS 무대: 2016 10월 - 11월, 용필 오빠 콘서트 가는 길 (2016/11/04) (1)

용필 오빠 콘서트 가는 길 (2016/11/04) (1)

제목 : 용필 오빠 콘서트 가는 길

* 작의

우리가 조용필에 열광하는 것은, 조용필 노래를 들으며 컸고 조용필과 추억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가족도 굳이 한 핏줄이 아닐지라도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함께 하며 한집에서 부대끼고 살았다면 가족인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한집에서 자랐지만 한 명은 사촌이라는 이유로 가족이 될 수도 없고 가족으로도 인정하지 않는 삼남매가 있다. 서로 상처가 많은 이들이 어릴 적 좋아했던 조용필 콘서트에 가기 위해 만난다. 이들은 한 핏줄보다 더 진한 가족애를 찾을 수 있을까. 삼남매의 험난한 용필 오빠 콘서트 가는 길을 통해, 가족의 조건은 핏줄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등장인물

일화 (49.여) / 삼남매의 맏이.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사촌동생 이화를 동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성질이 제멋대로다.

이화 (47.여) / 삼남매의 둘째. 한 살 때부터 큰집인 일화네 집에서 자랐기에 남매들과 큰엄마를 친형제, 친엄마로 여기고 산다.

남규 (44.남) / 삼남매의 막내. 친누나 사촌누나 구별 없이 이화를 친누나로 여기고 자랐다.

엄마 (55) /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홀로 삼남매를 친자식 조카 구별 없이 모두 친자식으로 여기고 키웠다.

고등일화 (18)/ 고등학교 3학년의 일화.

고등이화 (16)/ 고등학교 1학년의 이화.

중등남규 (13)/ 중학교 1학년의 남규.

은철 (50.남) / 삼남매의 작은 아버지.

명재 (50.남) / 학창시절 일화가 좋아했던 대추나무집 아들.

칼국수집종업원 (25.남)

M 시그널 + 타이틀

E 달리는 자동차 소리. 경적 빵빵.

M 용필 오빠의 <바운스> - 전주부터 일화 좋네. 살다보니 용필 오빠 콘서트도 가고. TV앞에 앉아 용필 오빠 노래는 죄 따라 부르던 애들이 벌써 흰머리 난 아줌마 아저씨들이 됐어.

남규 (‘바운스' 볼륨 낮추며. 흥분) 난 구름떼 같은 팬들 속에서 나도 야광봉 들고 함성 지를 거 생각하니 흥분돼서 운전이 막 어지러울려고 해. 큰누나도 그래요?

일화 그걸 말이라고?

남규 퇴근시간 고려해 일찍 출발했으니까 넉넉하게 도착할거고 용필이 형 노래 듣고 자란 우리 삼남매, 오늘 용필이 형이랑 혼연일체가 돼 목청껏 노래하다 오는 거야.

일화 나는 용필 오빠한테 팬레터 답장도 받은 사람이야.

남규 그 용필이 형 편지 받고 우리 삼남매 그날 좋아서 울고 불고,

일화 (O.L) 우리 집 가보 아니겠어?

남규 그때 누나들은 검정 교복에 단발머리하고, 하하하 우리 시골에서 최고로 예쁜 여학생들이었지. 우리 삼남매 그때를 떠올리며 오늘,

일화 (O.L 신경이 곤두선) 노래 꺼! 너 아까부터 왜 삼남매 삼남매 타령이야?

남규 (‘바운스' 끄며) 이화 누나도 같이 갈 거니까요. 일화 (화내는) 뭐? 이화?

남규 네.

일화 걔가 우리 형제야? 어?

우리 남매냐고!

남규 일화 누나, 우린 형제예요. 그래서 이름도 일화 이화 남규잖아요.

일화 (O.L) 한집에서 살았다고 한 형제야? 걘 우리 사촌이야!

남규 큰누나가 이화누나 싫어하는 건 아는데, 그러지 마요. 우리 엄마가 키웠음 다 엄마 자식이고 우린 형제죠.

일화 (흥분해서) 난 안 갈 테니까 그럼, 남규 너하고 이화 니네 둘이 가! 셋이 가려고 너 조용히 살고 있는 날 불러서 콘서트 가자했어?

남규 이미 이화 누나, 칼국수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삼남매가 다 같이 콘서트 가는 건 당연하죠.

일화 듣기 싫고 차 세워! 누구 맘대로 걔랑 같이 가겠다는 거야!

M 짧은 브릿지.

E 칼국수집, 손님들 소음.

이화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는) 일화 언니 이게 얼마만이냐. 엄마 첫 기일에 봤으니까 5년 만이네. 어떻게 한 형제가 같은 서울에 살며 이럴 수가 있냐? 남규랑 난 이번 기회에 잘 됐다 싶어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다.

남규 직장 다니기도 바쁜 큰누나가 이화누나랑 같나. 칼국수 시켰어?

이화 응. 얼른 먹고 가야 되니까 세 그릇 미리 시켜 놨어. 다 모이니까 너무 좋다 언니야.

남규 큰누나. 얘기 좀 해요. 이제 화 풀고요.

일화 (비웃듯) 잡초를 화분에 키우니 지가 난초인 줄 안다더니. 지가 우리 집 딸인 줄 아네.

이화 (정지) ... 뭐?

남규 (놀란) 큰누나!

남종업원 (오며) 칼국수 왔습니다.

남규 칼,칼국수 맛있겠다. 든든하게 먹고 가는 거지.

E 칼국수 세 그릇 테이블에 내려놓는 소리.

남종업원 맛있게 드세요. (간다)

일화 (조롱하듯) 네가 우리 식구 콘서트 가는데 왜 끼는데? 넌 우리 형제가 아니라 작은 아버지 딸이야. 자식 내팽개쳐놓고 역마살로 전국을 떠돌아다녔던 둘째 작은 아버지 딸, 이화.

이화 일화 언니.

남규 그런 소린 됐고, 큰누나 드세요. 이집 이화 누나랑 자주 오는데 옛날 시골에서 엄마가 해주신 맛이랑 비슷하게 해요.

일화 (화난) 옛날?

이화 (꿋꿋하게) 언닌 그래서 나를 안 반가워 할 거란 거 알았지만. 언니야 나는 우리 엄마 딸이야. 우리 엄마 김옥심 여사. 난 언니랑 남규를 한 번도 큰집 언니 동생으로 생각한 적 없고, 한 살 때부터 키워주신 우리 엄마 김옥심 여사를 한 번도 큰엄마라고 생각한 적 없어. 그니까 콘서트 늦기 전에 얼른 먹고 가자. 어서 먹자 남규야. (하고 칼국수 먹는다)

남규 (칼국수 먹으며) 그럼. 조용필 노래 들으며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함께 하고 컸음 한 형제지! 맛있다 이화 누나.

일화 (비웃는) 형제? 야.

우리 엄마 호적에 올랐다고 사촌이 우리 형제 되는 줄 아냐?

이화 (먹다 멈추며. 한숨) 언니.

남규 (일부러 말 돌리려고 오버하며) 이화누나 급하게 달려왔구나! 누나한테 생선 비린내 나. 하하.

일하다 옷 못 갈아입고 왔어?

일화 (버럭) 남규 넌 이화 쟤가 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가서 난 이혼녀 소리나 듣고 살고, 내 자식들은 엄마 무시하고 날 찾아오지도 않는데 친누나인 난 불쌍하지도 않고 횟집하는 사촌이 옷도 못 갈아입고 왔다고 불쌍해?

남규 (황당) 난 그렇게 생각한 적 없거든요 큰누나? 그리고 이화누나가 왜 불쌍해요? 불경기지만 매형이랑 얼마나 성실하게 사는데. 성격 참 이상하시네.

일화 (잡아먹을 듯) 뭐? 내 성격이 어째?

남규 죽겠네.. 아! 대추나무집 명재 형 연락처 알아 봐 달라고 했어요. 내 동창 영식이한테. 하하.

학교 다닐 때 누나들 명재 형 좋아했잖아요. 그 형 얼굴 하얗고 잘생겨서.

이화 나 언니 것 빼앗아간 거 없다.

남규 그 형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다던데. 누나들 그 형하고 연락되면 반가워할 것 같아서요. 하하.

일화 (갑자기 크게 웃으며) 빼앗아간 게 없다고?

이화 (당당하게) 그래. 그때 엄만 아침부터 시장에 나가 채소 팔며 우릴 힘들게 키우셨어. 그 가난한 시절에 내가 언니한테 빼앗을 게 뭐가 있냐?

일화 (돌변해서 분해서 소리치는) 네가 정말 몰라서 그래?

이화 (화난) 언니.

일화 (독하게) 너도 생각나잖아. 고등학교 때.

이화 (화나지만 참으며) 어떻게 생각이 안 나겠어? 언니가 그때 내게 모질게 한 말이 있는데. 그때 우린 용필 오빠의 <단발머리>를 천 번도 더 넘게 불렀었고, 소쩍새 우는 봄이었다는 것도 기억 나. M 회상으로 가는. 용필 오빠의 <단발머리> -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 E 괘종시계 소리 댕댕~. 소쩍새 소리.

고등일화 (화난) 왜 내가 대학을 포기해야 되는데? 내가 엄마 딸인데. 이화는 은철이 작은 아버지 딸이고.

엄마 (화내는) 이화가 어째 작은 아버지 딸이냐. 어이? 이화는 니 동생이고 엄마 자식인디.

고등이화 (바늘방석) 엄마 일화 언니부터 대학 보내요. 나는 아직 1학년이고, 졸업하고 취업해서 내가 번 돈으로 대학 가면 돼.

엄마 집안 형편이 안 좋으면 언니가 양보하는 수도 있는 것이고, 엄마가 대학을 안 보내준다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꼭 보내준다 안 하냐.

고등일화 싫어. 난 죽어도 내년에 대학가.

엄마 이화는 공부도 잘 한디, 이화가 대학가서 잘 되면 집안 형편도 나아지고, 남규도 대학을 보내야 안 하겄냐?

고등일화 그런 게 어딨어! 내가 친딸인데!

고등이화 엄마 안돼요. 일화 언니 걱정 마. 나 대학 안 가. 당연히 맏이인 언니부터 가야지.

고등일화 우리 엄마가 왜 네 엄마야? 큰엄마라고 해!

고등이화 언니...

엄마 고것이 뭔 숭한 소리여!

고등일화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난 대학도 못 가게 됐어. 꼴 보기 싫으니까 우리 집에서 나가!

고등이화 (서러운) 언니 그러지 마.

엄마 일화 니 회초리를 맞어야 정신차리겄다잉!

고등일화 그리고 우리 엄말 절대 엄마라고 부르지 마!

고등이화 싫어. 그건 싫어. 우리 엄마야.

고등일화 안 나가?

엄마 회초리 어딨냐!

고등이화 싫어.. 그것도 싫어... (서러워 운다)

고등일화 좋아 그럼 내가 나갈게. 내가 나간다고!

엄마 뭣이여!

M 브릿지

E 칼국수집, 손님들 소음.

일화 (독하게) 어디서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내고 있어? 대학만 갔어도 바람둥이 남편 안 만났고, 내 인생 이렇게 안 꼬였어. 나 대추나무집 명재 오빠 좋아했다고.

이화 (참으며) 그래. 언니 그해 겨울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나가 서울에서 취직하고 고생한 거 미안하게 생각하는데, 고등학교 때 명재 오빠 좋아한 거 아는데, 언니한테 미안해서 나 대학 중퇴했잖아.

남규 누나들 그만 해요. 칼국수 다 식었네.

일화 나는 대학생이 아니어서 대학생인 명재 오빨 포기했어. 명재 오빠도 나 관심 있어 했는데. 내가 명재 오빠하고 잘됐어도 낯선 서울 땅에서 혼자 서럽게 살지도 않았고, 그 바람둥이한테 마음을 주지도 않았어!

남규 왜 큰누나가 서러워요. 엄마가 있고 동생들이 있었는데.

일화 사촌인 네가 내 모든 걸 빼앗아가서. 엄마 사랑까지도!

이화 언니.

일화 그런데도 지금 네가 어디에 끼겠다고?

남규 이러다 콘서트 늦겠네. (일어나며) 일어나요 큰누나. 가 이화누나.

이화 (일어나며) 일어나 일화 언니. (하는데)

일화 네가 우리 식구 콘서트 가는데 왜 끼냐고!

이화 언니 정말 이럴래?

남규 지체하면 차 막혀요.

일화 (갑자기 크게 웃으며. 비웃듯) 그래 좋아. 어디 따라와 봐. 언제까지 네가 우리랑 갈 수 있는지 두고 볼 테니까. (벌컥 일어나며. 잡아먹을 듯) 남규 너 계산하고 와! (하고 간다)

E 화나서 가게 문 열고 나가는 소리. 딸랑딸랑 문종소리.

남규 저 누나 진짜 저 성격! 성격파탄자도 아니고! 이화 누나가 참아. 응? 저 누나 원래 저렇잖아.

M 짧은 브릿지.

E 길 막히는, 멈춰서 있는 차, 자동차 경적 빵빵.

남규 (초조한) 막히네. 거기 뒷좌석 누나들 늦을 수도 있겠어요.

이화 (초조한) 늦으면 안 돼. 용필 오빠는 오프닝부터 봐야 돼.

일화 (식식거리며) 엄마가 나를 사촌인 너보다 조금만 더 아꼈어도...

이화 언니야. 엄마는 맏이인 언니 널 더 아꼈어. 엄마 언니 집 나간 후로 돌아가실 때까지 언니 걱정으로 눈물로 나날을 보내셨다고.

일화 (어이없는 듯 웃으며) 이게 아직도 우리 엄마를 엄마라고 하네?

이화 남규야. 우리 용필 오빠 노래 듣고 가자. 어렸을 때 참새처럼 따라 불렀던 <자존심>! 어때?

남규 <자존심> 좋지! (CD 튼다)

M 용필 오빠의 <자존심> - “말을 할까 돌아서보면 당신은 저 만큼 있고~ 지친 마음에 돌아서면 이만큼 있네~” 이화.남규 (참새처럼 따라 부른다) ‘이 마음은 사랑일까 미련일까 착각일까~' 일화 (벌컥) 꺼! 이 노랜 어렸을 때 이화 너 때문에 엄마한테 야단 듣고 이불 쓰고 울며 들었던 노래야.

남규 그때 셋이 다 같이 부르고 웃고 했잖아요.

이화 꺼. 듣기 싫다는데. <잊혀진 사랑>! 어때?

남규 <잊혀진 사랑>~ 오케이~ (‘자존심' 끄고 다른 곡 튼다) M 용필 오빠의 <잊혀진 사랑> -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애원하며 잡았었는데~” 이화.남규 (감정 잡고 따라하는) “돌아섰던 그 사람은 무정했던 당신이지요~

일화 안 꺼? 이 노래도 이화 너 때문에 엄마한텐 혼나고 서러워서 마을 언덕에 올라갔다가 저녁달 보고 부른 노래야. (‘자존심' 부르는) ‘이 마음은 사랑일까 미련일까 착각일까~' 그건 알 수가 없지만 엄마도 이화도 다 원망스러우니까 끄라고 남규 너! E 자동차 달리는 소리.

남규 (벌컥 노래 끈다) 무슨 노래에 그렇게 사연이 많아?

이화 남규 하고 난 어릴 적 생각나서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거든. 근데 언니는 정말 엄마한테 야단 듣고 나한테 모든 걸 뺏겼다는 생각 밖에 없어?

일화 (짜증) 큰엄마.

이화 (지지 않는) 우리 엄마라고. 엄마가 우릴 얼마나 바르게 키우셨는데 언닌 나보고 큰엄마라고 부르래.

남규 (경적 빵빵거리며) 너는 왜 끼어들어. 우리도 늦어 죽겠는데.

일화 (조롱하듯 크게 웃으며) 얘 웃긴다. 니네 엄만 바람나서 남편도 자식도 버리고 도망간 나쁜 여자고.

이화 (충격) 뭐!

남규 큰누나!

일화 왜 네 생모 얘기해서 기분 나빠? 그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지~

이화 (지지 않는) 내 엄만 김옥심 여사 한 분뿐이라 했지. 나를 낳아준 분은 잊었어.

일화 (독하게) 넌 그날 보내야 했어. 네 아버지 오신 날.

남규 왜 자꾸 그런 이야기만 끄집어내는 거예요 큰누나. 누가 보면 싸이코라고 그래요.

일화 (잡아먹을 듯) 뭐? 싸이코! 이화 (지지 않고) 고등학교 때? 좋아 맘대로 다 끄집어내 봐. 나도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용필 오빠 노래 <고추잠자리>가 전국을 휩쓸고 있던 한여름, 마루에서 언니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M 회상으로 가는. 용필 오빠의 <고추잠자리> -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 봐 그런가 봐~” E 개구리 소리. 개 짖는 소리 멍멍.

은철 니들 나 알아보겠어?

고등일화 그럼요. 은철이 작은 아버지시잖아요.

은철 셋 다 몰라보게 많이 컸네. 엄마는?

남규 시장에서 아직 안 돌아오셨어요.

은철 작은 아버지가 코찔찔이 우리 조카들이 이렇게 큰 거 알고 서울에서 맛있는 과자 사왔지.

E 과자 잔뜩 든 비닐봉지 내려놓는 소리.

중등남규 와! 과자다! (하고 과자 봉지 뜯으면)

고등이화 안 돼 먼저 먹음. 손님이 사오신 건 엄마한테 보여드리고 먹는 거야. 남규 넌 그래서 엄마한테 혼나는 거야.

중등남규 아 그렇지. 깜빡 했어 이화누나.

은철 난 말 없이 가만히 있길래 어떤 숙녀분이가 했더니 네가 이화구나! 우리 이화가 이렇게 착하게 컸어? 고등학생 됐지?

고등이화 (불편한) 네..

은철 마지막으로 볼 때 내 허리도 안 찼었는데, 너 작은 아버지 딸 할래?

고등이화 (겁먹은) 싫은데요...

은철 작은 아버지 딸 하면 작은 아버지가 대학도 보내주고 좋은 옷도 사주고.

고등이화 그래도 싫어요... 저는 우리 집이 좋아요.

고등일화 (짜증) 야. 니네 아버지야. 가.

고등이화 (울먹) 우리 아버지 아니야.

고등일화 너 데리러 오셨잖아. 그럼 갈 것이지 언제까지 우리 집에 살아.

고등이화 (우는) 아니야. 우리 아버지 아니야.

여기가 우리 집이야.

중등남규 (같이 울며) 이화 누나 가지 마.

은철 (웃는) 허허허. 작은 아버지랑 같이 가면 방송국에서 조용필이 노래하는 데도 데리고 가고. 니들도 조용필이 좋아하지?

E 대문 탕 열고 급히 오는 소리. 반가워 짖어대는 개소리. 멍멍.

엄마 (OFF-ON) 아제. 애들한테 지금 뭔 소리를 하고 있소.

은철 형수님 오셨어요?

엄마 우리 이화를 어디를 데꼬가라?

은철 그냥 해본 소리에요.

엄마 이화 내 딸이고, 이화 집은 여기요. 오랜만에 조카들 보러 왔음 가만히 쉬었다 갈 것이제 역마살에 또 어디로 갈지 모르는 양반이 어째 멀쩡히 공부 잘하고 있는 애한테 그런 소리를 하냔 말이요.

고등이화 엄마 난 아무 데도 안 가.

고등일화 엄마 이화 지 아버지 따라 가라 해. 왜 쟨 계속 우리 집에 살고 있어?

엄마 일화 니 참말.

고등일화 지 아버지 따라가라 해!

E 자동차 달리는 소리.

경적 빵빵.

남규 이렇게 달려도 콘서트 늦겠어. 반차 말고 아예 연차를 쓸 걸 그랬나? 집사람 조용필 콘서트가려고 월급쟁이가 반차까지 쓴다고 잔소리길래 연차를 못 썼드만.

일화 (이를 악 물고) 그때 보내버렸음... 넌 이런 대접 받고도 우리랑 콘서트 가고 싶니?

이화 (괴로운) 차창 밖으로 보이는 저녁 불빛들은 저렇게 아름다운데 이 차 안 공기는 왜 이러냐.


용필 오빠 콘서트 가는 길 (2016/11/04) (1) Yongpil's concert (2016/11/04) (1)

제목 : 용필 오빠 콘서트 가는 길

* 작의

우리가 조용필에 열광하는 것은, 조용필 노래를 들으며 컸고 조용필과 추억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가족도 굳이 한 핏줄이 아닐지라도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함께 하며 한집에서 부대끼고 살았다면 가족인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한집에서 자랐지만 한 명은 사촌이라는 이유로 가족이 될 수도 없고 가족으로도 인정하지 않는 삼남매가 있다. 서로 상처가 많은 이들이 어릴 적 좋아했던 조용필 콘서트에 가기 위해 만난다. 이들은 한 핏줄보다 더 진한 가족애를 찾을 수 있을까. 삼남매의 험난한 용필 오빠 콘서트 가는 길을 통해, 가족의 조건은 핏줄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등장인물

일화 (49.여) / 삼남매의 맏이.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사촌동생 이화를 동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성질이 제멋대로다.

이화 (47.여) / 삼남매의 둘째. 한 살 때부터 큰집인 일화네 집에서 자랐기에 남매들과 큰엄마를 친형제, 친엄마로 여기고 산다.

남규 (44.남) / 삼남매의 막내. 친누나 사촌누나 구별 없이 이화를 친누나로 여기고 자랐다.

엄마 (55) /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홀로 삼남매를 친자식 조카 구별 없이 모두 친자식으로 여기고 키웠다.

고등일화 (18)/ 고등학교 3학년의 일화.

고등이화 (16)/ 고등학교 1학년의 이화.

중등남규 (13)/ 중학교 1학년의 남규.

은철 (50.남) / 삼남매의 작은 아버지.

명재 (50.남) / 학창시절 일화가 좋아했던 대추나무집 아들.

칼국수집종업원 (25.남)

M 시그널 + 타이틀

E 달리는 자동차 소리. 경적 빵빵.

M 용필 오빠의 <바운스> - 전주부터 일화 좋네. 살다보니 용필 오빠 콘서트도 가고. TV앞에 앉아 용필 오빠 노래는 죄 따라 부르던 애들이 벌써 흰머리 난 아줌마 아저씨들이 됐어.

남규 (‘바운스' 볼륨 낮추며. 흥분) 난 구름떼 같은 팬들 속에서 나도 야광봉 들고 함성 지를 거 생각하니 흥분돼서 운전이 막 어지러울려고 해. 큰누나도 그래요?

일화 그걸 말이라고?

남규 퇴근시간 고려해 일찍 출발했으니까 넉넉하게 도착할거고 용필이 형 노래 듣고 자란 우리 삼남매, 오늘 용필이 형이랑 혼연일체가 돼 목청껏 노래하다 오는 거야.

일화 나는 용필 오빠한테 팬레터 답장도 받은 사람이야.

남규 그 용필이 형 편지 받고 우리 삼남매 그날 좋아서 울고 불고,

일화 (O.L) 우리 집 가보 아니겠어?

남규 그때 누나들은 검정 교복에 단발머리하고, 하하하 우리 시골에서 최고로 예쁜 여학생들이었지. 우리 삼남매 그때를 떠올리며 오늘,

일화 (O.L 신경이 곤두선) 노래 꺼! 너 아까부터 왜 삼남매 삼남매 타령이야?

남규 (‘바운스' 끄며) 이화 누나도 같이 갈 거니까요. 일화 (화내는) 뭐? 이화?

남규 네.

일화 걔가 우리 형제야? 어?

우리 남매냐고!

남규 일화 누나, 우린 형제예요. 그래서 이름도 일화 이화 남규잖아요.

일화 (O.L) 한집에서 살았다고 한 형제야? 걘 우리 사촌이야!

남규 큰누나가 이화누나 싫어하는 건 아는데, 그러지 마요. 우리 엄마가 키웠음 다 엄마 자식이고 우린 형제죠.

일화 (흥분해서) 난 안 갈 테니까 그럼, 남규 너하고 이화 니네 둘이 가! 셋이 가려고 너 조용히 살고 있는 날 불러서 콘서트 가자했어?

남규 이미 이화 누나, 칼국수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삼남매가 다 같이 콘서트 가는 건 당연하죠.

일화 듣기 싫고 차 세워! 누구 맘대로 걔랑 같이 가겠다는 거야!

M 짧은 브릿지.

E 칼국수집, 손님들 소음.

이화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는) 일화 언니 이게 얼마만이냐. 엄마 첫 기일에 봤으니까 5년 만이네. 어떻게 한 형제가 같은 서울에 살며 이럴 수가 있냐? 남규랑 난 이번 기회에 잘 됐다 싶어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다.

남규 직장 다니기도 바쁜 큰누나가 이화누나랑 같나. 칼국수 시켰어?

이화 응. 얼른 먹고 가야 되니까 세 그릇 미리 시켜 놨어. 다 모이니까 너무 좋다 언니야.

남규 큰누나. 얘기 좀 해요. 이제 화 풀고요.

일화 (비웃듯) 잡초를 화분에 키우니 지가 난초인 줄 안다더니. 지가 우리 집 딸인 줄 아네.

이화 (정지) ... 뭐?

남규 (놀란) 큰누나!

남종업원 (오며) 칼국수 왔습니다.

남규 칼,칼국수 맛있겠다. 든든하게 먹고 가는 거지.

E 칼국수 세 그릇 테이블에 내려놓는 소리.

남종업원 맛있게 드세요. (간다)

일화 (조롱하듯) 네가 우리 식구 콘서트 가는데 왜 끼는데? 넌 우리 형제가 아니라 작은 아버지 딸이야. 자식 내팽개쳐놓고 역마살로 전국을 떠돌아다녔던 둘째 작은 아버지 딸, 이화.

이화 일화 언니.

남규 그런 소린 됐고, 큰누나 드세요. 이집 이화 누나랑 자주 오는데 옛날 시골에서 엄마가 해주신 맛이랑 비슷하게 해요.

일화 (화난) 옛날?

이화 (꿋꿋하게) 언닌 그래서 나를 안 반가워 할 거란 거 알았지만. 언니야 나는 우리 엄마 딸이야. 우리 엄마 김옥심 여사. 난 언니랑 남규를 한 번도 큰집 언니 동생으로 생각한 적 없고, 한 살 때부터 키워주신 우리 엄마 김옥심 여사를 한 번도 큰엄마라고 생각한 적 없어. 그니까 콘서트 늦기 전에 얼른 먹고 가자. 어서 먹자 남규야. (하고 칼국수 먹는다)

남규 (칼국수 먹으며) 그럼. 조용필 노래 들으며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함께 하고 컸음 한 형제지! 맛있다 이화 누나.

일화 (비웃는) 형제? 야.

우리 엄마 호적에 올랐다고 사촌이 우리 형제 되는 줄 아냐?

이화 (먹다 멈추며. 한숨) 언니.

남규 (일부러 말 돌리려고 오버하며) 이화누나 급하게 달려왔구나! 누나한테 생선 비린내 나. 하하.

일하다 옷 못 갈아입고 왔어?

일화 (버럭) 남규 넌 이화 쟤가 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가서 난 이혼녀 소리나 듣고 살고, 내 자식들은 엄마 무시하고 날 찾아오지도 않는데 친누나인 난 불쌍하지도 않고 횟집하는 사촌이 옷도 못 갈아입고 왔다고 불쌍해?

남규 (황당) 난 그렇게 생각한 적 없거든요 큰누나? 그리고 이화누나가 왜 불쌍해요? 불경기지만 매형이랑 얼마나 성실하게 사는데. 성격 참 이상하시네.

일화 (잡아먹을 듯) 뭐? 내 성격이 어째?

남규 죽겠네.. 아! 대추나무집 명재 형 연락처 알아 봐 달라고 했어요. 내 동창 영식이한테. 하하.

학교 다닐 때 누나들 명재 형 좋아했잖아요. 그 형 얼굴 하얗고 잘생겨서.

이화 나 언니 것 빼앗아간 거 없다.

남규 그 형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다던데. 누나들 그 형하고 연락되면 반가워할 것 같아서요. 하하.

일화 (갑자기 크게 웃으며) 빼앗아간 게 없다고?

이화 (당당하게) 그래. 그때 엄만 아침부터 시장에 나가 채소 팔며 우릴 힘들게 키우셨어. 그 가난한 시절에 내가 언니한테 빼앗을 게 뭐가 있냐?

일화 (돌변해서 분해서 소리치는) 네가 정말 몰라서 그래?

이화 (화난) 언니.

일화 (독하게) 너도 생각나잖아. 고등학교 때.

이화 (화나지만 참으며) 어떻게 생각이 안 나겠어? 언니가 그때 내게 모질게 한 말이 있는데. 그때 우린 용필 오빠의 <단발머리>를 천 번도 더 넘게 불렀었고, 소쩍새 우는 봄이었다는 것도 기억 나. M 회상으로 가는. 용필 오빠의 <단발머리> -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 E 괘종시계 소리 댕댕~. 소쩍새 소리.

고등일화 (화난) 왜 내가 대학을 포기해야 되는데? 내가 엄마 딸인데. 이화는 은철이 작은 아버지 딸이고.

엄마 (화내는) 이화가 어째 작은 아버지 딸이냐. 어이? 이화는 니 동생이고 엄마 자식인디.

고등이화 (바늘방석) 엄마 일화 언니부터 대학 보내요. 나는 아직 1학년이고, 졸업하고 취업해서 내가 번 돈으로 대학 가면 돼.

엄마 집안 형편이 안 좋으면 언니가 양보하는 수도 있는 것이고, 엄마가 대학을 안 보내준다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꼭 보내준다 안 하냐.

고등일화 싫어. 난 죽어도 내년에 대학가.

엄마 이화는 공부도 잘 한디, 이화가 대학가서 잘 되면 집안 형편도 나아지고, 남규도 대학을 보내야 안 하겄냐?

고등일화 그런 게 어딨어! 내가 친딸인데!

고등이화 엄마 안돼요. 일화 언니 걱정 마. 나 대학 안 가. 당연히 맏이인 언니부터 가야지.

고등일화 우리 엄마가 왜 네 엄마야? 큰엄마라고 해!

고등이화 언니...

엄마 고것이 뭔 숭한 소리여!

고등일화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난 대학도 못 가게 됐어. 꼴 보기 싫으니까 우리 집에서 나가!

고등이화 (서러운) 언니 그러지 마.

엄마 일화 니 회초리를 맞어야 정신차리겄다잉!

고등일화 그리고 우리 엄말 절대 엄마라고 부르지 마!

고등이화 싫어. 그건 싫어. 우리 엄마야.

고등일화 안 나가?

엄마 회초리 어딨냐!

고등이화 싫어.. 그것도 싫어... (서러워 운다)

고등일화 좋아 그럼 내가 나갈게. 내가 나간다고!

엄마 뭣이여!

M 브릿지

E 칼국수집, 손님들 소음.

일화 (독하게) 어디서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내고 있어? 대학만 갔어도 바람둥이 남편 안 만났고, 내 인생 이렇게 안 꼬였어. 나 대추나무집 명재 오빠 좋아했다고.

이화 (참으며) 그래. 언니 그해 겨울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나가 서울에서 취직하고 고생한 거 미안하게 생각하는데, 고등학교 때 명재 오빠 좋아한 거 아는데, 언니한테 미안해서 나 대학 중퇴했잖아.

남규 누나들 그만 해요. 칼국수 다 식었네.

일화 나는 대학생이 아니어서 대학생인 명재 오빨 포기했어. 명재 오빠도 나 관심 있어 했는데. 내가 명재 오빠하고 잘됐어도 낯선 서울 땅에서 혼자 서럽게 살지도 않았고, 그 바람둥이한테 마음을 주지도 않았어!

남규 왜 큰누나가 서러워요. 엄마가 있고 동생들이 있었는데.

일화 사촌인 네가 내 모든 걸 빼앗아가서. 엄마 사랑까지도!

이화 언니.

일화 그런데도 지금 네가 어디에 끼겠다고?

남규 이러다 콘서트 늦겠네. (일어나며) 일어나요 큰누나. 가 이화누나.

이화 (일어나며) 일어나 일화 언니. (하는데)

일화 네가 우리 식구 콘서트 가는데 왜 끼냐고!

이화 언니 정말 이럴래?

남규 지체하면 차 막혀요.

일화 (갑자기 크게 웃으며. 비웃듯) 그래 좋아. 어디 따라와 봐. 언제까지 네가 우리랑 갈 수 있는지 두고 볼 테니까. (벌컥 일어나며. 잡아먹을 듯) 남규 너 계산하고 와! (하고 간다)

E 화나서 가게 문 열고 나가는 소리. 딸랑딸랑 문종소리.

남규 저 누나 진짜 저 성격! 성격파탄자도 아니고! 이화 누나가 참아. 응? 저 누나 원래 저렇잖아.

M 짧은 브릿지.

E 길 막히는, 멈춰서 있는 차, 자동차 경적 빵빵.

남규 (초조한) 막히네. 거기 뒷좌석 누나들 늦을 수도 있겠어요.

이화 (초조한) 늦으면 안 돼. 용필 오빠는 오프닝부터 봐야 돼.

일화 (식식거리며) 엄마가 나를 사촌인 너보다 조금만 더 아꼈어도...

이화 언니야. 엄마는 맏이인 언니 널 더 아꼈어. 엄마 언니 집 나간 후로 돌아가실 때까지 언니 걱정으로 눈물로 나날을 보내셨다고.

일화 (어이없는 듯 웃으며) 이게 아직도 우리 엄마를 엄마라고 하네?

이화 남규야. 우리 용필 오빠 노래 듣고 가자. 어렸을 때 참새처럼 따라 불렀던 <자존심>! 어때?

남규 <자존심> 좋지! (CD 튼다)

M 용필 오빠의 <자존심> - “말을 할까 돌아서보면 당신은 저 만큼 있고~ 지친 마음에 돌아서면 이만큼 있네~” 이화.남규 (참새처럼 따라 부른다) ‘이 마음은 사랑일까 미련일까 착각일까~' 일화 (벌컥) 꺼! 이 노랜 어렸을 때 이화 너 때문에 엄마한테 야단 듣고 이불 쓰고 울며 들었던 노래야.

남규 그때 셋이 다 같이 부르고 웃고 했잖아요.

이화 꺼. 듣기 싫다는데. <잊혀진 사랑>! 어때?

남규 <잊혀진 사랑>~ 오케이~ (‘자존심' 끄고 다른 곡 튼다) M 용필 오빠의 <잊혀진 사랑> -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애원하며 잡았었는데~” 이화.남규 (감정 잡고 따라하는) “돌아섰던 그 사람은 무정했던 당신이지요~

일화 안 꺼? 이 노래도 이화 너 때문에 엄마한텐 혼나고 서러워서 마을 언덕에 올라갔다가 저녁달 보고 부른 노래야. (‘자존심' 부르는) ‘이 마음은 사랑일까 미련일까 착각일까~' 그건 알 수가 없지만 엄마도 이화도 다 원망스러우니까 끄라고 남규 너! E 자동차 달리는 소리.

남규 (벌컥 노래 끈다) 무슨 노래에 그렇게 사연이 많아?

이화 남규 하고 난 어릴 적 생각나서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거든. 근데 언니는 정말 엄마한테 야단 듣고 나한테 모든 걸 뺏겼다는 생각 밖에 없어?

일화 (짜증) 큰엄마.

이화 (지지 않는) 우리 엄마라고. 엄마가 우릴 얼마나 바르게 키우셨는데 언닌 나보고 큰엄마라고 부르래.

남규 (경적 빵빵거리며) 너는 왜 끼어들어. 우리도 늦어 죽겠는데.

일화 (조롱하듯 크게 웃으며) 얘 웃긴다. 니네 엄만 바람나서 남편도 자식도 버리고 도망간 나쁜 여자고.

이화 (충격) 뭐!

남규 큰누나!

일화 왜 네 생모 얘기해서 기분 나빠? 그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지~

이화 (지지 않는) 내 엄만 김옥심 여사 한 분뿐이라 했지. 나를 낳아준 분은 잊었어.

일화 (독하게) 넌 그날 보내야 했어. 네 아버지 오신 날.

남규 왜 자꾸 그런 이야기만 끄집어내는 거예요 큰누나. 누가 보면 싸이코라고 그래요.

일화 (잡아먹을 듯) 뭐? 싸이코! 이화 (지지 않고) 고등학교 때? 좋아 맘대로 다 끄집어내 봐. 나도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용필 오빠 노래 <고추잠자리>가 전국을 휩쓸고 있던 한여름, 마루에서 언니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M 회상으로 가는. 용필 오빠의 <고추잠자리> -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 봐 그런가 봐~” E 개구리 소리. 개 짖는 소리 멍멍.

은철 니들 나 알아보겠어?

고등일화 그럼요. 은철이 작은 아버지시잖아요.

은철 셋 다 몰라보게 많이 컸네. 엄마는?

남규 시장에서 아직 안 돌아오셨어요.

은철 작은 아버지가 코찔찔이 우리 조카들이 이렇게 큰 거 알고 서울에서 맛있는 과자 사왔지.

E 과자 잔뜩 든 비닐봉지 내려놓는 소리.

중등남규 와! 과자다! (하고 과자 봉지 뜯으면)

고등이화 안 돼 먼저 먹음. 손님이 사오신 건 엄마한테 보여드리고 먹는 거야. 남규 넌 그래서 엄마한테 혼나는 거야.

중등남규 아 그렇지. 깜빡 했어 이화누나.

은철 난 말 없이 가만히 있길래 어떤 숙녀분이가 했더니 네가 이화구나! 우리 이화가 이렇게 착하게 컸어? 고등학생 됐지?

고등이화 (불편한) 네..

은철 마지막으로 볼 때 내 허리도 안 찼었는데, 너 작은 아버지 딸 할래?

고등이화 (겁먹은) 싫은데요...

은철 작은 아버지 딸 하면 작은 아버지가 대학도 보내주고 좋은 옷도 사주고.

고등이화 그래도 싫어요... 저는 우리 집이 좋아요.

고등일화 (짜증) 야. 니네 아버지야. 가.

고등이화 (울먹) 우리 아버지 아니야.

고등일화 너 데리러 오셨잖아. 그럼 갈 것이지 언제까지 우리 집에 살아.

고등이화 (우는) 아니야. 우리 아버지 아니야.

여기가 우리 집이야.

중등남규 (같이 울며) 이화 누나 가지 마.

은철 (웃는) 허허허. 작은 아버지랑 같이 가면 방송국에서 조용필이 노래하는 데도 데리고 가고. 니들도 조용필이 좋아하지?

E 대문 탕 열고 급히 오는 소리. 반가워 짖어대는 개소리. 멍멍.

엄마 (OFF-ON) 아제. 애들한테 지금 뭔 소리를 하고 있소.

은철 형수님 오셨어요?

엄마 우리 이화를 어디를 데꼬가라?

은철 그냥 해본 소리에요.

엄마 이화 내 딸이고, 이화 집은 여기요. 오랜만에 조카들 보러 왔음 가만히 쉬었다 갈 것이제 역마살에 또 어디로 갈지 모르는 양반이 어째 멀쩡히 공부 잘하고 있는 애한테 그런 소리를 하냔 말이요.

고등이화 엄마 난 아무 데도 안 가.

고등일화 엄마 이화 지 아버지 따라 가라 해. 왜 쟨 계속 우리 집에 살고 있어?

엄마 일화 니 참말.

고등일화 지 아버지 따라가라 해!

E 자동차 달리는 소리.

경적 빵빵.

남규 이렇게 달려도 콘서트 늦겠어. 반차 말고 아예 연차를 쓸 걸 그랬나? 집사람 조용필 콘서트가려고 월급쟁이가 반차까지 쓴다고 잔소리길래 연차를 못 썼드만.

일화 (이를 악 물고) 그때 보내버렸음... 넌 이런 대접 받고도 우리랑 콘서트 가고 싶니?

이화 (괴로운) 차창 밖으로 보이는 저녁 불빛들은 저렇게 아름다운데 이 차 안 공기는 왜 이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