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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무대: 2016 10월 - 11월, 이 구역의 미친 사랑 (2016/10/14) (1)

이 구역의 미친 사랑 (2016/10/14) (1)

작의

늙어도 기억은 청춘이다.

누구는 ‘그래, 그랬었지' 하고 희미한 미소를 지을지 몰라도 누구는 ‘그 놈(년)이 그랬지' 하며 아직도 전투력을 불태운다. 특히나 사랑에 대한 기억은, 좀처럼 낡지도 늙어지지도 않아

언제나 확인하고 싶고, 그 끝을 알고 싶다.

그래봤자 특별한 게 없을 걸 알면서도...

한 때, 남 생각 안하고 미친 사랑을 했던 할머니와

그 주변 지인 네 명의 다른 할머니들 이야기다.

이젠 말 그대로 할머니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한 때 그녀는 ‘이 구역의 미친년은 단연코 나다' 활개를 치며 살았고, 지금은...그 업보를 된통 받고 있는 중이다.

사랑은 길고, 인생은 더 길다.

등장인물

남희(여, 70대)

땅 부잣집의 무남동녀 외딸이다.

세상 무서운 거 하나 없었고, 갖고 싶은 건 당연히 가졌다. 아버지가 골라 준 남자에게 시집을 갔지만 남편은 성에 차지 않았다. 당연히 다른 남자에게 눈이 갔고, 굳이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경자(여, 60대)

젊은 시절 식당을 하며 남희와 가까이 지냈다.

난데없이 남편과 붙어먹었다며 남희네 집에 쳐 들어온다.

미애(여, 60대)

젊은 날 남편과 사별 후 쭉 혼자 살았다.

남희가 좋아했던 성찬이 미애를 좋아했다.

선숙(여, 60대)

젊어서 어렵게 살아 남희가 많이 도와줬다.

지금은 자식들이 다 잘 돼 서울에서 잘 산다. 오랜만에 고향에 놀러온다.

정임(여, 60대)

어릴 때 남희와 같은 동네에서 컸다.

지금도 남희가 흉금을 털어놓는 유일한 상대다.

그 외 상철(경자 남편, 60대), 현만(종찬의 혼외자, 30대), 문흡(남희 시동생, 60대), 금주,(남희 동서, 60대), 문구(죽은 남희 남편, 40대), 시누(40대, 경자의 시누이), 택시기사, 경찰 등.

시그널&타이틀 E 농촌 주택 마당

경자 (소리)그래, 좋더냐, 좋아?

남의 남편하고 붙어먹으니까 좋아? 돈 좀 있 다고 눈에 뵈는 게 없었지? 니 것도 니것이고, 남의 것도 니것이고..어 디 또 그래봐라 또 그래 봐아! E 쾅 대문을 걷어차는.

남희 (남부끄럽고) 아니, 경자야...너 정말 왜 이러냐 아침 댓바람부터 남의 동네에 와서...내가 뭘 어쨌다고...

경자 내가 뭘 어째?

이 늙은이가 ... 니가 뭘 어쨌는지 어디 한번 다 물어 보리? 다 한번 물어 진짜?

남희 (뭐라고 하려다 입을 다물고)

경자 아고, 그래.

그래도 늙더니 털 난 양심이라도 좀 생기긴 생겼는 갑다. 입을 다무는 것이...

남희 ...하루 이틀도 아니고 벌써 사흘 연속 아침마다 와서 이러믄 내가 어 찌 산다니...

경자 왜?

뒤늦게 남이 부끄럽기라도 해? 동네 사람보기 부끄럽기라도 하냐 고? 뒤늦게....니가 이 동네 사람들 눈 아래로 요러고 보고 다닌 거 이 동네 사람들이 더 잘 알아, 이거 왜 이러셔...아고, 부끄런 걸 아는 년 이었구만, 이제 보니...

상철 (조심스럽게 다가오며)...저기..집에 가자고 그만 하고...

E 상철을 보고, 남희 놀라는.

경자 뭘 집에 가?

뭘 집에 가냐고? 아직 내 분이 안 풀렸는데에

상철 가, 가 제발...

경자 나가서 차에서 기다리라고 이 인간아!

E 가자고, 못 간다고 경자와 상철 다투는 소리 잦아지면.

M.

브릿지

남희 알고 보니 .. 그 숫기 없는 상철씨가 아침마다 경자를 태우고 온 거였 더라.

정임(F) (어이없는) 그 양반도 참 그 양반이우.

거길 가자고 한다고 그렇 게 싣고 가고...

남희 (속 터지고) 아니이, 그런 샌님하고 내가 뭘 어쨌다고.

경자 고것은 . 옛날부터 드샌 것은 알았지만 ... 참말로 나 못 살것다. 정임아...언제 또 쳐들어올까 심장이 떨리고..솔직히 상철씨는 내 스탈도 아닌 거 한 동네서 같이 큰 정임이 네가 누구보다 잘 알잖아.

정임(F) (웃고) 빈총도 안 맞는 것만 못하다구 했는데... 늙은이들이 힘 도 좋지.

남희 내가 너니까 얘기지만 ... 솔직히 내가 지들 식당에 보태 준 돈이 얼마 냐...지가 면서기월급만으로 그 많은 자식이랑 시동생들 건사 할 수 있 었것냐고?

정임(F) (농담)그렇게 따져보지 그랬수?

남희 아구 야, 그랬다간 불붙은 깻단마냥 더 덤비라고...

정임(F) 대꾸를 말아요.

제풀에 지치게 ...

남희 .그래야지 뭐....경찰 부를 입장도 못 되고.

말은 안 해도 우리 동네 사 람들 속으로 다 고소하다 할 것이다. 저거, 저거 저 늙은이 드디어 욕 좀 보누나. 하늘이 무심치는 않구나 ..

정임(F) 그 시절에 언니만큼 누리고 산 사람이 누가 있수, 땅부자 아버 지가 유일하게 떨군 자식, 살긴 시골에서 살아도 도시에서 옷이 며 신발이며 공수해서 입혀, 말 그대로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 고 큰, 살아있는 전설아니유...

남희 그럴거면 남편까지 좀 완벽하게 골라주고 가시던가.... 아버지 말이라 거역도 못 하고.. 그래도 우리아버지 살아 계실 때는 시키는 대로 직 장도 다니고 하더니 돌아가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농사꾼으로 주저앉 아 평생...아구, 넌 몰라...성에 안 차는 남편하고 같이 사는 게 어떤 건지...

정임(F) 아, 사교계 여왕 노릇했음 됐지, 다 가질라고 그래... 욕심이유, 그건 언니...

남희 알았어.

(웃는) 정임이 너라도 있어 이렇게 통화라도 하니까 내 속이 좀 풀린다. 고맙다. 정임아. 들어가라.

E 전화 끊는.

E 멀리서 삐그덕 대문 미는 소리.

선숙 (멀리서) 언니 있어요?..

언니?

남희 언니?

E 드르륵 미닫이 문 열고 나오는.

남희 누구?....아구 선숙아, 언제 왔어?

E 차 마시는.

남희 소식은 들었다.

사는 게 편하다면서...잘 됐다. 젊어 고생한 보람이 있 다.

선숙 애들이 착해요.

일찍들 자리도 잡았고.

남희 요즘 세상 그 복이면 다 지.

서울 서 언제 왔어? 자고 갈 거지?

선숙 며칠 됐어요.

경자네 집에 있어요.

남희 !

...너 구나. 경자 쏘삭인 게..

선숙 오해하지 마요.

언니...내가 언니랑 종찬씨 사이 심부름 했지 상철씨 사 이 왔다갔다 한 거 아니잖아요.

남희 !

...경자한테도 그렇게 말했어?

선숙 아주 안 했다고는 못 해요.

늙으니까 말이 자꾸 헛 나와서....근데 언 니, 늙은이들이 오랜만에 만나면 옛날 얘기 하는 거지 뭐해요? 안 그래 요? 우리가 새로 살 것도 아니고....

남희 그래도 난 네가 돈 받고 한 일은 좀 알아서 조심 할 줄 알았다.

늙은 이 치매 온 거 아니면..

선숙 돈 아니면 그런 일 안 했죠.

나도 언니...

남희 ...

선숙 참 종찬씨 죽은 거 알죠?

남희 !

죽었어? 언제..

선숙 한 두 세달 됐나.....우리 남편이 향우회에서 들었는데 쓰러져서 응급실 에 실려갔는데 ... 그대로 갔대요.

너무 늦게 발견돼서.

남희 ..그래...

선숙 그런데 사실은...

남희 뭐가 더 있어?

선숙 약을 먹었단 말이 있어요.

남희 !..자살 했다는 거야?

선숙 쉬쉬하는데 그렇다나 봐요.

그 사람 부인이 그 사람 바람기에 질려서 늙어서도 그 인간이랑 같이 살면 내가 사람이 아니라고 이를 박박 갈 았잖아요, 왜....딸들 결혼하자마자 갈라서서 .. 일 당할 때까지 혼자였 대요.

남희 그래서 자..살했다고?

선숙 혼자 사는 남자, 그것도 가족들한테 외면받는 늙은이 보다 더 불쌍한 게 어딨어요?

안 그래요? 언니는 그래도 맘이 참 그렇겠어요. 언니 그 때 그 사람 쫓아 서울까지 갔잖아요. 형부랑 1년 동안 별거까지 하면 서....난 그 때 언니가 드디어 이혼을 하는구나 했었죠...

브리지

E 터미널 소음.

버스 문 열리면 사람들 내리는.

미애 어디 다녀오세요?

문흡 읍내 한의원에 좀... 무릎이 영 시원치가 않아서..

미애 요즘 촌에서 돈 버는 데는 한의원 만한 데가 없는 것 같아요.

문흡 두 말하면 입 아프죠.

늙은이들만 늙은이들만 사니...

미애 (웃는)그러게요...

문흡 촌에서 풀냄새 흙냄새가 아니라 늙은이 꼬랑내만 나게 생겼어요.

문흡, 미애 같이 웃는.

현만 저...실례합니다.

문흡, 미애 ?

현만 혹시 이 근처에 황남희씨 댁이 어딘지 아십니까?

여기 터미널에서 내 려 걸어가면 된다고 들었는데....

문흡 누군데 그 댁을 찾으시나.. 우리 형수님이신데...

현만 아,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아버님 소개로 왔습니다.

문흡 아버님?

현만 구, 종자 찬자 쓰시는 분이 제 아버지시거든요.

문흡 (심기 몹시 불편한 헛기침!

미애 !

(얼른) 아, 그래요.... (의아)그 댁 아드님?

현만 잘 아시나 봐요?

안 그래도 아버지가 서울 오기 전에 여기서 사셨다고 .. 친구분들 얘기 항상 하셨거든요.

문흡 (더 크게)으흠, 으흠! ... 저는 가 볼라니까....좀 가르쳐 주세요. (가 는)

미애 (곤란하지만) ... 따라오세요.

금방이에요.

현만 (좋아서) 감사합니다!

E 남희, 선숙 동네 골목길 걸어 나오는.

남희 서울 가기 전에 한번 더 와.

밥 해 줄 테니까.

선숙 그래요.

들어가요. 뭐 길 잃어버릴까 봐...

남희 알았어.

선숙 어, 저기 미애 아니에요?

맞죠? 미애야, 고미애!

미애(off) 어, 선숙아...(오는)

선숙 아구, 고향에 오니까 다 보는구나.. 잘 살았지?

미애 왔다는 말은 들었는데...더 젊어졌네.

선숙 젊어지기는...안 그래도 너한테 갈 생각이었는데 .. 과부는 구슬이 서 말이라더니...얼굴이 좋다.

(현만보고) 누구야?

아들? 손자?

미애 어?

아, 아니....

현만 안녕하세요?

선숙 그럼 누구?

미애 ....구,종찬씨 아드님이래요.

황남희씨댁 찾는다고...

남희 !

선숙 !

구종찬 아들? 그 집 딸만 셋인데...! 안 그류? 남희 언니?

현만 처음 뵙겠습니다.

구현만이라고 합니다.

선숙 어머, 어머...남희언니 혹시...(뭐라고 더 하고 싶지만 꿀꺽 참고)

M.

긴장감 있는 브리지

E 왁자하게 음식 먹는.

(식당 룸 정도)

경자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들으라는 듯)다 늙어서 아들 찾아 좋것다, 좋것어!

(E 요란하게 맥주 따라 들이키는)

선숙 나도 진짜 놀라긴 했다.

구종찬이 아들이라는 말에...미애 너도 놀랐 지?

미애 놀라기는....

경자 뭘 놀라냐?

그럴 줄 몰랐어? 그것들...좋아 미치던 그 잘 난 인물 둘이 반반씩 닮았것다? 닮았지?

E 방문 열고 정임 들어오는.

정임 벌써 시작한 거야... 아구 야 뭘 이리 많이두 시켰누?

경자 야, 넌 오란지가 언젠데 이제 와?

시원하게 맥주 한잔 해.

E 맥주 따라주는.

정임 오자마자, 술은....(마시는) 아구, 시원하고 맛나기는 하다.

경자 거기엔 대도 못 하게 맛난 소식 있는 거 알지?

정임 (픽) 신났네.

방경자 여사!

경자 아고 그래, 나 신난다.

신나. 하늘이 무심치는 않지, 않아. 지가 그리 더런 짓을 해 놓고 아닌 척 살믄 진짜 아닌 게 될 줄 알았것지. 아니 택도 ?는 소리다. 황남희...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디..

정임 아주 남희 언니 아들로 판명 난 분위기네.

선숙 난 그래도 그냥 소문이려니 했었는데...

경자 얘 봐라...지가 황남희랑 구종찬이 사이에 방자랑 향단이 노릇 한 거 사람이믄 다 아는 디..남의 집 봉창 뚫는 소리하고 있네.

선숙 그래도 애는....

경자 아 1년이나 서울가서 있다 왔잖어?

남편이랑 자식들은 다 여 있는디... 구종찬 그 인간 서울로 뜨자마자....

미애 ... 애까지 낳지는 않았을 거야.

정임 그래 그건 아니다.

아무리 황남희라도..

E 컵 쾅 놓는.

경자 왜 다 그 년 편이야?

아니면? 아니면 그 아들 놈이 황남희를 왜 찾아 오는데....왜 찾아 오느냐고? 다 늙어빠진 이 시점에...!

남희 나를...왜 찾아 온 건지?

현만 저 사실 ... 혼외잡니다.

남희 ...

현만 아버지께서 생전에 고향 얘기를 자주 하셨었거든요.

아버지 인생에서 가장 좋고 행복했던 시절이었다고.

남희 늙으면 그렇지요.

뭐....

현만 사실 제가 ... 생모랑은 일찍이 헤어져서 아버지랑 ... 저를 사랑해 주 는 사람이 어릴 때부터 아버지 밖에 없었습니다.

근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니까 마음이 너무도 허해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놈 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아버지가 지금이라도 고향에 가면 황남희만은 잘 왔다고 해 줄 거라고 하셨던 게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실롄 줄 알면서도 이렇게 무작정 찾아뵀습니다.

남희 그렇게 ... 말 하던가요?

현만 네.

남희 ... 생모는..어머니는 누군지 ... 알아요?

현만 아뇨...낳기만 하고 개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남희 ....생모에 대해서 아버지한테 뭐 들은 말은...

현만 그리워하지 말라고...그럴 가치가 없는 여자라고 하셨습니다.

남희 ...그래요.

저기 ... 오늘이 여기 5일장이라 내가 잠깐 장에 좀 갔다와야 해서..

현만 아, 네...저 신경쓰지 마시고 다녀오십시오.

전 동네 구경이나 좀 하고 있겠습니다.

M.

브릿지

E 시장소음.

미애 장에 오셨네요?

남희 어..

미애 모임에 안 오셔서.. 장에 안 오셨나보다 했네요.

남희 내가 가면 안주 거리가 없잖아.

신나게 씹어댔지?...아주 귀따가워 죽겠 어.

미애 (픽 웃는) 저도 일찍 나와서...

남희 ...자기는...

미애 ?

남희 왜 재혼 안 했어?

미애 네?

(웃는) 뜬금없이 왜 물으세요?

남희 항상 궁금했거든.

그 좋은 나이에 ... 왜 재혼 안 했는지. 자기 좋아하 던 남자들도 꽤 있었던 걸로 아는데.

미애 (또 웃는) 그랬어요?

.... 남자 없어도 살 만 하던데요.

남희 뭐 재혼한 여자들은 남자에 환장해 하나

미애 ... 남편보다 더 좋은 남자가 없더라구요.

누가 들으면 얼마나 대단한 남자랑 살았다고 그러나 흉보겠지만 그 땐...그랬어요. 마음이..나 좋다 고 하면 이상하게 더 싫고...내 새끼들 생각밖에 안 나고...이렇게 늙어 쭈그러지고 나니까 좀 즐길 걸 그랬나 싶기는 하더라고요. 헤헤헤..

남희 웃기는...

미애 재혼 하세요.

고생을 안 하셔서 그런지 아직도 고우세요.

남희 차라리 욕을 해.

미애 (웃는) 가세요.

(가는)

남희 그 때..자기 제주도 친정 갔을 때...

미애 !네?

남희 구종찬이 따라 갔던 거 알아.

미애 !

남희 나한테 다 얘기 하...

미애 (O.L) 일거리 알아보러 간 거예요!

애들 데리고 먹고 살아야 했으니 까..지금이야 제주도가 좋지만 그 때야 어디 그랬나요? 아무래도 뭍이 낫겠다 싶어 다시 온 거고...

남희 알지.

그럼...

미애 아신다니...먼저 가 볼게요.

(가는)

남희 ...

(회상)

E 80년대 유행가가 나오는 다방.

종찬 그게 왜 궁금한데?

젊은 남희 구종찬, 나 궁금해 할 자격 있어.

종찬 (웃는) 피차, 떳떳치 못 한 사이가 뭔 자격씩이나..

젊은 남희 말 잘하네.

그래, 가족한테 떳떳치 못한 인간 되면서도 .... 그럼 최소한 우리 둘 사이는 신의를 지켜야 되는 거 아냐?

종찬 당신이랑 나 같은 사이는 상대가 언제든지 또 ...다른 상대를 만들 수 있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고 만나는 거지.

난 당신만을 죽을 때까지 사 랑 할 거예요하는 인간들 못 되잖아. 알면서 그런다.

젊은 남희 유부녀 보다는 과부가 낫다는 거야?

주인 없는 무주공산이라?

종찬 (훗) 꼭 주인이 없어서 그러나... 좋은데 주인도 없는 거지...

젊은 남희 개새끼!

걔는 너 같은 거 관심 없어! 제주도 아니라 아메리카엘 쫓아 가 봐라. 종찬 어딜 가든 내 자유야.

젊은 남희 제주도에서 뭐 했어?

그 촌년이랑 뭐 했냐고?

종찬 그니까 그게 왜 궁금하냐고?

조강지처라도 돼? 진짜 마누라도 아무 소 리도 안하는구만.

젊은 남희 (소리)니 마누라야 예시당초 너한테 오만정이 다 떨어진지 오래 니까 그런거고, 나는....

종찬 돈하고 자존심 빼면 시체인 황남희로 남아.

구질하게 굴지 말고. 이러 면 내가 좋아 한 황남희 안 같지.

젊은 남희 길바닥에서 개처럼 죽을 새끼!

너 땜에 내가, 내가....

종찬 왜 내 탓을 해?

자기 좋아서 자기 좋을 대로 산 여자가...

(다시 현재)

금주 (OFF)형님!

(오는)

형님!

남희 어, 동서 장에 왔어?

금주 아고, 형님...(말끝을 흐리는)

남희 왜?

금주 형님 집에 누가 왔다면서요?

남희 근데?

금주 아니이, 온 사방에 소문이 벌써 낭자하고.


이 구역의 미친 사랑 (2016/10/14) (1)

작의 Plot

늙어도 기억은 청춘이다. Even when we get old, memories are youth

누구는 ‘그래, 그랬었지' 하고 희미한 미소를 지을지 몰라도 Some may say, "Yeah, I did," 누구는 ‘그 놈(년)이 그랬지' 하며 아직도 전투력을 불태운다. Some say,'That guy (the year) did it' and still burns his fighting power. 특히나 사랑에 대한 기억은, 좀처럼 낡지도 늙어지지도 않아 Especially the memories of love, seldom get old or old

언제나 확인하고 싶고, 그 끝을 알고 싶다. I always want to check, and I want to know the end.

그래봤자 특별한 게 없을 걸 알면서도... Even though I know that nothing special

한 때, 남 생각 안하고 미친 사랑을 했던 할머니와 At one time, with my grandmother who had a crazy love without thinking of others

그 주변 지인 네 명의 다른 할머니들 이야기다. It is the story of four other grandmothers who were close to him.

이젠 말 그대로 할머니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Now literally, it’s nothing more than grandmother

한 때 그녀는 ‘이 구역의 미친년은 단연코 나다' 활개를 치며 살았고, At one time, she lived with a flash of ‘The crazy bitch in this area is definitely me.’ 지금은...그 업보를 된통 받고 있는 중이다. Now... I'm receiving that karma.

사랑은 길고, 인생은 더 길다. Love is long, life is longer.

등장인물 Characters

남희(여, 70대) Namhee (Female, 70s)

땅 부잣집의 무남동녀 외딸이다. He is the only daughter of a young man in a rich family.

세상 무서운 거 하나 없었고, 갖고 싶은 건 당연히 가졌다. There was nothing scary in the world, and of course I had what I wanted. 아버지가 골라 준 남자에게 시집을 갔지만 남편은 성에 차지 않았다. 당연히 다른 남자에게 눈이 갔고, 굳이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경자(여, 60대)

젊은 시절 식당을 하며 남희와 가까이 지냈다. When I was young, I stayed close to Namhee at a restaurant.

난데없이 남편과 붙어먹었다며 남희네 집에 쳐 들어온다. He comes into Nam-hee's house, saying that he ate with her husband.

미애(여, 60대)

젊은 날 남편과 사별 후 쭉 혼자 살았다. On my younger day, I lived alone after my husband died.

남희가 좋아했던 성찬이 미애를 좋아했다.

선숙(여, 60대)

젊어서 어렵게 살아 남희가 많이 도와줬다.

지금은 자식들이 다 잘 돼 서울에서 잘 산다. All of my children are doing well now, so I live well in Seoul. 오랜만에 고향에 놀러온다. I come to my hometown after a while.

정임(여, 60대)

어릴 때 남희와 같은 동네에서 컸다. When I was young, I grew up in the same neighborhood as Namhee.

지금도 남희가 흉금을 털어놓는 유일한 상대다. Even now, Nam-hee is the only opponent to talk about.

그 외 상철(경자 남편, 60대), 현만(종찬의 혼외자, 30대), 문흡(남희 시동생, 60대), 금주,(남희 동서, 60대), 문구(죽은 남희 남편, 40대), 시누(40대, 경자의 시누이), 택시기사, 경찰 등. In addition, Sangcheol (Gyeongja husband, 60s), Hyunman (Jongchan's out-of-marital child, 30s), Moon Suk (Namhee's brother-in-law, 60s), Geumju, (Namhee East-West, 60s), Stationery (Dead Nam-hee husband, 40s), S-in-law (40s, Kyung-ja's sister-in-law), taxi driver, police, etc.

시그널&타이틀 Signal & Title E 농촌 주택 마당 E rural house yard

경자 (소리)그래, 좋더냐, 좋아?

남의 남편하고 붙어먹으니까 좋아? 돈 좀 있 다고 눈에 뵈는 게 없었지? 니 것도 니것이고, 남의 것도 니것이고..어 디 또 그래봐라 또 그래 봐아~~! E 쾅 대문을 걷어차는. E bang kicking the door.

남희 (남부끄럽고) 아니, 경자야...너 정말 왜 이러냐 아침 댓바람부터 남의 동네에 와서...내가 뭘 어쨌다고... Namhee (I'm embarrassed) No, it's Gyeongja...Why are you really like this?I came to someone else's neighborhood from the morning breeze...what did I do...

경자 내가 뭘 어째?

이 늙은이가 ... 니가 뭘 어쨌는지 어디 한번 다 물어 보리? This old man... Can you ask me what you're doing? 다 한번 물어 진짜?

남희 (뭐라고 하려다 입을 다물고)

경자 아고, 그래.

그래도 늙더니 털 난 양심이라도 좀 생기긴 생겼는 갑다. Still, when I got old, even a hairy conscience seems to have some kind of appearance. 입을 다무는 것이...

남희 ...하루 이틀도 아니고 벌써 사흘 연속 아침마다 와서 이러믄 내가 어 찌 산다니...

경자 왜? Why Gyeongja?

뒤늦게 남이 부끄럽기라도 해? Do you feel ashamed of others late? 동네 사람보기 부끄럽기라도 하냐 고? 뒤늦게....니가 이 동네 사람들 눈 아래로 요러고 보고 다닌 거 이 동네 사람들이 더 잘 알아, 이거 왜 이러셔...아고, 부끄런 걸 아는 년 이었구만, 이제 보니...

상철 (조심스럽게 다가오며)...저기..집에 가자고 그만 하고... Sang-cheol (approaching cautiously)... stop asking to go home...

E 상철을 보고, 남희 놀라는. E Seeing Sang-cheol, Nam-hee is surprised.

경자 뭘 집에 가? Gyeongja What are you going home?

뭘 집에 가냐고? 아직 내 분이 안 풀렸는데에~~

상철 가, 가 제발...

경자 나가서 차에서 기다리라고 이 인간아!

E 가자고, 못 간다고 경자와 상철 다투는 소리 잦아지면.

M.

브릿지 bridge

남희 알고 보니 .. 그 숫기 없는 상철씨가 아침마다 경자를 태우고 온 거였 더라. It turns out that Nam-hee... That shy Sang-cheol came with Gyeong-ja every morning.

정임(F) (어이없는) 그 양반도 참 그 양반이우.

거길 가자고 한다고 그렇 게 싣고 가고...

남희 (속 터지고) 아니이, 그런 샌님하고 내가 뭘 어쨌다고.

경자 고것은 . 옛날부터 드샌 것은 알았지만 ... 참말로 나 못 살것다. 정임아...언제 또 쳐들어올까 심장이 떨리고..솔직히 상철씨는 내 스탈도 아닌 거 한 동네서 같이 큰 정임이 네가 누구보다 잘 알잖아.

정임(F) (웃고) 빈총도 안 맞는 것만 못하다구 했는데... 늙은이들이 힘 도 좋지.

남희 내가 너니까 얘기지만 ... 솔직히 내가 지들 식당에 보태 준 돈이 얼마 냐...지가 면서기월급만으로 그 많은 자식이랑 시동생들 건사 할 수 있 었것냐고?

정임(F) (농담)그렇게 따져보지 그랬수?

남희 아구 야, 그랬다간 불붙은 깻단마냥 더 덤비라고...

정임(F) 대꾸를 말아요.

제풀에 지치게 ...

남희 .그래야지 뭐....경찰 부를 입장도 못 되고.

말은 안 해도 우리 동네 사 람들 속으로 다 고소하다 할 것이다. 저거, 저거 저 늙은이 드디어 욕 좀 보누나. 하늘이 무심치는 않구나 ..

정임(F) 그 시절에 언니만큼 누리고 산 사람이 누가 있수, 땅부자 아버 지가 유일하게 떨군 자식, 살긴 시골에서 살아도 도시에서 옷이 며 신발이며 공수해서 입혀, 말 그대로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 고 큰, 살아있는 전설아니유...

남희 그럴거면 남편까지 좀 완벽하게 골라주고 가시던가.... 아버지 말이라 거역도 못 하고.. 그래도 우리아버지 살아 계실 때는 시키는 대로 직 장도 다니고 하더니 돌아가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농사꾼으로 주저앉 아 평생...아구, 넌 몰라...성에 안 차는 남편하고 같이 사는 게 어떤 건지...

정임(F) 아, 사교계 여왕 노릇했음 됐지, 다 가질라고 그래... 욕심이유, 그건 언니...

남희 알았어.

(웃는) 정임이 너라도 있어 이렇게 통화라도 하니까 내 속이 좀 풀린다. 고맙다. 정임아. 들어가라.

E 전화 끊는.

E 멀리서 삐그덕 대문 미는 소리.

선숙 (멀리서) 언니 있어요?..

언니?

남희 언니?

E 드르륵 미닫이 문 열고 나오는.

남희 누구?....아구 선숙아, 언제 왔어?

E 차 마시는.

남희 소식은 들었다.

사는 게 편하다면서...잘 됐다. 젊어 고생한 보람이 있 다.

선숙 애들이 착해요.

일찍들 자리도 잡았고.

남희 요즘 세상 그 복이면 다 지.

서울 서 언제 왔어? 자고 갈 거지?

선숙 며칠 됐어요.

경자네 집에 있어요.

남희 !

...너 구나. 경자 쏘삭인 게..

선숙 오해하지 마요.

언니...내가 언니랑 종찬씨 사이 심부름 했지 상철씨 사 이 왔다갔다 한 거 아니잖아요.

남희 !

...경자한테도 그렇게 말했어?

선숙 아주 안 했다고는 못 해요.

늙으니까 말이 자꾸 헛 나와서....근데 언 니, 늙은이들이 오랜만에 만나면 옛날 얘기 하는 거지 뭐해요? 안 그래 요? 우리가 새로 살 것도 아니고....

남희 그래도 난 네가 돈 받고 한 일은 좀 알아서 조심 할 줄 알았다.

늙은 이 치매 온 거 아니면..

선숙 돈 아니면 그런 일 안 했죠.

나도 언니...

남희 ...

선숙 참 종찬씨 죽은 거 알죠?

남희 !

죽었어? 언제..

선숙 한 두 세달 됐나.....우리 남편이 향우회에서 들었는데 쓰러져서 응급실 에 실려갔는데 ... 그대로 갔대요.

너무 늦게 발견돼서.

남희 ..그래...

선숙 그런데 사실은...

남희 뭐가 더 있어?

선숙 약을 먹었단 말이 있어요.

남희 !..자살 했다는 거야?

선숙 쉬쉬하는데 그렇다나 봐요.

그 사람 부인이 그 사람 바람기에 질려서 늙어서도 그 인간이랑 같이 살면 내가 사람이 아니라고 이를 박박 갈 았잖아요, 왜....딸들 결혼하자마자 갈라서서 .. 일 당할 때까지 혼자였 대요.

남희 그래서 자..살했다고?

선숙 혼자 사는 남자, 그것도 가족들한테 외면받는 늙은이 보다 더 불쌍한 게 어딨어요?

안 그래요? 언니는 그래도 맘이 참 그렇겠어요. 언니 그 때 그 사람 쫓아 서울까지 갔잖아요. 형부랑 1년 동안 별거까지 하면 서....난 그 때 언니가 드디어 이혼을 하는구나 했었죠...

브리지

E 터미널 소음.

버스 문 열리면 사람들 내리는.

미애 어디 다녀오세요?

문흡 읍내 한의원에 좀... 무릎이 영 시원치가 않아서..

미애 요즘 촌에서 돈 버는 데는 한의원 만한 데가 없는 것 같아요.

문흡 두 말하면 입 아프죠.

늙은이들만 늙은이들만 사니...

미애 (웃는)그러게요...

문흡 촌에서 풀냄새 흙냄새가 아니라 늙은이 꼬랑내만 나게 생겼어요.

문흡, 미애 같이 웃는.

현만 저...실례합니다.

문흡, 미애 ?

현만 혹시 이 근처에 황남희씨 댁이 어딘지 아십니까?

여기 터미널에서 내 려 걸어가면 된다고 들었는데....

문흡 누군데 그 댁을 찾으시나.. 우리 형수님이신데...

현만 아,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아버님 소개로 왔습니다.

문흡 아버님?

현만 구, 종자 찬자 쓰시는 분이 제 아버지시거든요.

문흡 (심기 몹시 불편한 헛기침!

미애 !

(얼른) 아, 그래요.... (의아)그 댁 아드님?

현만 잘 아시나 봐요?

안 그래도 아버지가 서울 오기 전에 여기서 사셨다고 .. 친구분들 얘기 항상 하셨거든요.

문흡 (더 크게)으흠, 으흠! ... 저는 가 볼라니까....좀 가르쳐 주세요. (가 는)

미애 (곤란하지만) ... 따라오세요.

금방이에요.

현만 (좋아서) 감사합니다!

E 남희, 선숙 동네 골목길 걸어 나오는.

남희 서울 가기 전에 한번 더 와.

밥 해 줄 테니까.

선숙 그래요.

들어가요. 뭐 길 잃어버릴까 봐...

남희 알았어.

선숙 어, 저기 미애 아니에요?

맞죠? 미애야, 고미애!

미애(off) 어, 선숙아...(오는)

선숙 아구, 고향에 오니까 다 보는구나.. 잘 살았지?

미애 왔다는 말은 들었는데...더 젊어졌네.

선숙 젊어지기는...안 그래도 너한테 갈 생각이었는데 .. 과부는 구슬이 서 말이라더니...얼굴이 좋다.

(현만보고) 누구야?

아들? 손자?

미애 어?

아, 아니....

현만 안녕하세요?

선숙 그럼 누구?

미애 ....구,종찬씨 아드님이래요.

황남희씨댁 찾는다고...

남희 !

선숙 !

구종찬 아들? 그 집 딸만 셋인데...! 안 그류? 남희 언니?

현만 처음 뵙겠습니다.

구현만이라고 합니다.

선숙 어머, 어머...남희언니 혹시...(뭐라고 더 하고 싶지만 꿀꺽 참고)

M.

긴장감 있는 브리지

E 왁자하게 음식 먹는.

(식당 룸 정도)

경자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들으라는 듯)다 늙어서 아들 찾아 좋것다, 좋것어!

(E 요란하게 맥주 따라 들이키는)

선숙 나도 진짜 놀라긴 했다.

구종찬이 아들이라는 말에...미애 너도 놀랐 지?

미애 놀라기는....

경자 뭘 놀라냐?

그럴 줄 몰랐어? 그것들...좋아 미치던 그 잘 난 인물 둘이 반반씩 닮았것다? 닮았지?

E 방문 열고 정임 들어오는.

정임 벌써 시작한 거야... 아구 야 뭘 이리 많이두 시켰누?

경자 야, 넌 오란지가 언젠데 이제 와?

시원하게 맥주 한잔 해.

E 맥주 따라주는.

정임 오자마자, 술은....(마시는) 아구, 시원하고 맛나기는 하다.

경자 거기엔 대도 못 하게 맛난 소식 있는 거 알지?

정임 (픽) 신났네.

방경자 여사!

경자 아고 그래, 나 신난다.

신나. 하늘이 무심치는 않지, 않아. 지가 그리 더런 짓을 해 놓고 아닌 척 살믄 진짜 아닌 게 될 줄 알았것지. 아니 택도 ?는 소리다. 황남희...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디..

정임 아주 남희 언니 아들로 판명 난 분위기네.

선숙 난 그래도 그냥 소문이려니 했었는데...

경자 얘 봐라...지가 황남희랑 구종찬이 사이에 방자랑 향단이 노릇 한 거 사람이믄 다 아는 디..남의 집 봉창 뚫는 소리하고 있네.

선숙 그래도 애는....

경자 아 1년이나 서울가서 있다 왔잖어?

남편이랑 자식들은 다 여 있는디... 구종찬 그 인간 서울로 뜨자마자....

미애 ... 애까지 낳지는 않았을 거야.

정임 그래 그건 아니다.

아무리 황남희라도..

E 컵 쾅 놓는.

경자 왜 다 그 년 편이야?

아니면? 아니면 그 아들 놈이 황남희를 왜 찾아 오는데....왜 찾아 오느냐고? 다 늙어빠진 이 시점에...!

남희 나를...왜 찾아 온 건지?

현만 저 사실 ... 혼외잡니다.

남희 ...

현만 아버지께서 생전에 고향 얘기를 자주 하셨었거든요.

아버지 인생에서 가장 좋고 행복했던 시절이었다고.

남희 늙으면 그렇지요.

뭐....

현만 사실 제가 ... 생모랑은 일찍이 헤어져서 아버지랑 ... 저를 사랑해 주 는 사람이 어릴 때부터 아버지 밖에 없었습니다.

근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니까 마음이 너무도 허해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놈 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아버지가 지금이라도 고향에 가면 황남희만은 잘 왔다고 해 줄 거라고 하셨던 게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실롄 줄 알면서도 이렇게 무작정 찾아뵀습니다.

남희 그렇게 ... 말 하던가요?

현만 네.

남희 ... 생모는..어머니는 누군지 ... 알아요?

현만 아뇨...낳기만 하고 개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남희 ....생모에 대해서 아버지한테 뭐 들은 말은...

현만 그리워하지 말라고...그럴 가치가 없는 여자라고 하셨습니다.

남희 ...그래요.

저기 ... 오늘이 여기 5일장이라 내가 잠깐 장에 좀 갔다와야 해서..

현만 아, 네...저 신경쓰지 마시고 다녀오십시오.

전 동네 구경이나 좀 하고 있겠습니다.

M.

브릿지

E 시장소음.

미애 장에 오셨네요?

남희 어..

미애 모임에 안 오셔서.. 장에 안 오셨나보다 했네요.

남희 내가 가면 안주 거리가 없잖아.

신나게 씹어댔지?...아주 귀따가워 죽겠 어.

미애 (픽 웃는) 저도 일찍 나와서...

남희 ...자기는...

미애 ?

남희 왜 재혼 안 했어?

미애 네?

(웃는) 뜬금없이 왜 물으세요?

남희 항상 궁금했거든.

그 좋은 나이에 ... 왜 재혼 안 했는지. 자기 좋아하 던 남자들도 꽤 있었던 걸로 아는데.

미애 (또 웃는) 그랬어요?

.... 남자 없어도 살 만 하던데요.

남희 뭐 재혼한 여자들은 남자에 환장해 하나

미애 ... 남편보다 더 좋은 남자가 없더라구요.

누가 들으면 얼마나 대단한 남자랑 살았다고 그러나 흉보겠지만 그 땐...그랬어요. 마음이..나 좋다 고 하면 이상하게 더 싫고...내 새끼들 생각밖에 안 나고...이렇게 늙어 쭈그러지고 나니까 좀 즐길 걸 그랬나 싶기는 하더라고요. 헤헤헤..

남희 웃기는...

미애 재혼 하세요.

고생을 안 하셔서 그런지 아직도 고우세요.

남희 차라리 욕을 해.

미애 (웃는) 가세요.

(가는)

남희 그 때..자기 제주도 친정 갔을 때...

미애 !네?

남희 구종찬이 따라 갔던 거 알아.

미애 !

남희 나한테 다 얘기 하...

미애 (O.L) 일거리 알아보러 간 거예요!

애들 데리고 먹고 살아야 했으니 까..지금이야 제주도가 좋지만 그 때야 어디 그랬나요? 아무래도 뭍이 낫겠다 싶어 다시 온 거고...

남희 알지.

그럼...

미애 아신다니...먼저 가 볼게요.

(가는)

남희 ...

(회상)

E 80년대 유행가가 나오는 다방.

종찬 그게 왜 궁금한데?

젊은 남희 구종찬, 나 궁금해 할 자격 있어.

종찬 (웃는) 피차, 떳떳치 못 한 사이가 뭔 자격씩이나..

젊은 남희 말 잘하네.

그래, 가족한테 떳떳치 못한 인간 되면서도 .... 그럼 최소한 우리 둘 사이는 신의를 지켜야 되는 거 아냐?

종찬 당신이랑 나 같은 사이는 상대가 언제든지 또 ...다른 상대를 만들 수 있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고 만나는 거지.

난 당신만을 죽을 때까지 사 랑 할 거예요하는 인간들 못 되잖아. 알면서 그런다.

젊은 남희 유부녀 보다는 과부가 낫다는 거야?

주인 없는 무주공산이라?

종찬 (훗) 꼭 주인이 없어서 그러나... 좋은데 주인도 없는 거지...

젊은 남희 개새끼!

걔는 너 같은 거 관심 없어! 제주도 아니라 아메리카엘 쫓아 가 봐라. 종찬 어딜 가든 내 자유야.

젊은 남희 제주도에서 뭐 했어?

그 촌년이랑 뭐 했냐고?

종찬 그니까 그게 왜 궁금하냐고?

조강지처라도 돼? 진짜 마누라도 아무 소 리도 안하는구만.

젊은 남희 (소리)니 마누라야 예시당초 너한테 오만정이 다 떨어진지 오래 니까 그런거고, 나는....

종찬 돈하고 자존심 빼면 시체인 황남희로 남아.

구질하게 굴지 말고. 이러 면 내가 좋아 한 황남희 안 같지.

젊은 남희 길바닥에서 개처럼 죽을 새끼!

너 땜에 내가, 내가....

종찬 왜 내 탓을 해?

자기 좋아서 자기 좋을 대로 산 여자가...

(다시 현재)

금주 (OFF)형님!

(오는)

형님!

남희 어, 동서 장에 왔어?

금주 아고, 형님...(말끝을 흐리는)

남희 왜?

금주 형님 집에 누가 왔다면서요?

남희 근데?

금주 아니이, 온 사방에 소문이 벌써 낭자하고.